레누는 어린 시절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니노를, 중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니노를,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자유로운 옷차림의 니노를, 키에 마른 몸의 니노를, 헝클어진 머리카락의 니노를, 가느다란 손가락의 니노를 사랑했다. 니노를 사랑했다.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입술에 키스하고, 손깍지를 끼며 호감을 표시하는 니노 때문에 레누는 여름 내내 설레이는데, 니노는 레누가 아닌 릴라와 사랑에 빠진다. 뜨거운 여름, 한껏 불붙은 사랑은 한치 앞도 예상할 없는 최악의 위험 속으로 사람을 밀어 넣고, 릴라는 현재의 안락함을 버리고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을 선택한다. 니노를 선택한다. 



They had been living together for twenty-three days, a cloud in which the gods had hidden them so that they could enjoy each other without being disturbed. (360)



23일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23일이라면, 3 보다 이틀이 많고, 달에서는 일주일이 부족하다. 과거와 미래를 모두 뒤로 하고, 현재만을 추구하고자 선택한 금지된 사랑은 각자의 여자친구와 남편을 떠나는 것으로 결실을 맺은 했지만, 사랑은, 뜨겁고 행복한 사랑은 겨우 23일만에 그렇게 끝난다. 


릴라가 사랑한 것이 니노의 젊음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릴라는 니노와 니노의 지성을 사랑했다. 니노만큼 니노의 글을 원했고, 니노에게 열망한 것처럼 그가 읽는 책들을 열망했다. 읽고 말하고 쓰고, 다시 읽고 말하고 쓰는 삶을 원했다. 니노와 일을 함께하길 원했고, 니노를 통해 일을 계속하길 원했다. 불쌍한 릴라가 몰랐던 니노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니노가 그들의 초라한 거처를 떠나던 밤의 말다툼에서도 니노의 그런 생각이 드러난다. 니노는 릴라가 자신의 생각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그녀 때문에, 그녀의 조언 때문에, 다시 보라는 그녀의 제안 때문에 자신의 작업이 방해 받았다고 생각한다. 



관심은 니노가 아니다. 니노는 정말 릴라를 사랑했을까. 사랑한다 말했으면서 그녀를 떠났을까. 싸우고 떠나서는 돌아오지 않았을까. 니노는 그랬을까. 이런 질문은 질문이 아니다. 이런 니노를 레누는 사랑하는가. 니노가 이런 사람이라는 알면서도 레누는 , 그를 사랑하는가. 질문은 이것 뿐이다. 


니노의 외모에 대한 레누의 언급을 기억하면서,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아름답다는 것은 성공하는 자식을 낳을 확률이 높다 뜻이다. 어떤 여성이 남성을 보고! 정말 잘생겼다!’라고 생각할 , 그리고 암컷 공작이 수컷 공작을 보고어머! 꼬리가 너무 멋져!’라고 생각할 , 여성과 암컷 공작은 자판기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 또는 수컷 공작의 몸에서 반사된 빛이 여성 또는 암컷 공작의 망막에 가닿을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연마된 초강력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 ‘십중팔구 수컷은 건강하고 생식력 있는 수컷이고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면 자식도 우수한 유전자를 지닐 것이고 건강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론은 언어나 숫자로 표현되지 않고, 강한 성적 끌림으로 표현된다. 암컷 공작들 그리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펜과 종이를 놓고 이런 확률을 계산하지 않는다. 단지 느낄 뿐이다. (126) 




실비아가 낳은 니노의 아이를 품에 안았을 , 니노의 아이들을 만났을 , 레누는 니노의 아이, 니노의 자식에 대해 묘한 감정을 느낀다. 어쩌면 레누는 정말 니노의 아이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이성적으로 설명할 없는 바로 이유 너머로, 레누는 니노의 아이, 니노를 닮은 아이를 자신이 낳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레누는 니노의 지성을 사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출판기념회에서 곤란에 빠진 자신을 도와준 니노를, 레누는 사랑한 것인지도 모른다. 크고, 위대한, 중요한 일들을, 그렇게 믿겨지는 일들을 말하는 니노. 논리 정연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니노. 레누는 니노의 그런 면에 반했는지도 모른다. 레누를 빼앗기 위해 아이들 앞에서 레누의 남편을 놀리고, 골리고, 심지어 냉담한 언사를 퍼붓는 니노를 보며, 레누는 나폴리 시골 마을에서 자신과 함께 자란 니노가 이탈리아 명문가의 아들에게서 거두는 승리를 통쾌하게 생각한다. 레누는 똑똑한 니노, 명석한 니노를 사랑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궁금한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음에도 니노를 계속 원하는 레누의 마음이다. 니노는 금방 식어버리는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이고,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선택한 여자에게 무책임한 사람이고, 사랑하는 여자와의 관계에서 잉태된 아이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사랑하는 레누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끔 감정은 판단을 넘어선다. 레누는 마음이 원하는 , 진심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녀는 니노를 사랑한다. 


나는, 레누가 자신과 니노와의 사랑은 릴라와 니노와의 사랑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을 거라 추측한다. 니노와 릴라의 사랑이 서로의 육체적 아름다움에 이끌린 열정에 근거한 사랑이었다면, 니노와 자신의 사랑은 서로의 지적 매력에 고무된 전혀 다른 차원의 사랑이라고 믿었을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사랑은 세상의 것과는 전혀 다른 , 완전하고 진실한 사랑이라고 믿었을거라 예상한다. 



레누는 니노를 사랑하는가. 


열정적인 구애를 했던 마르첼로, 남편 스테파노, 애인 니노, 집착남 미켈레를 뒤로 하고 순박한 엔초와 정착한 릴라는 오히려 사랑에 초연한 자세를 취한다. 세상 어떤 남자도 믿지 못하게 되었고, 세상 어떤 남자와도 사랑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레누는 달랐다. 레누는 남자친구 안토니오, 애인 프랑코, 남편 피에트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남자들과 연인으로 지냈다. 하지만, 그녀는 한결같이 니노를 사랑했다. 니노를 원했고, 니노를 원했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릴라와 사랑에 빠진, 다른 여자를 임신시키는 니노를, 레누는 변함없이 사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얻었다. 





서글픈 사랑에는 업그레이드가 없었다. 사건사고가 없었다. 사랑에는 과거, 과거 진행, 대과거, 과거 완료 진행만 존재했다. 기억만으로 만들어진 사랑이었다. 만남 없는 연애였고, 연애 없는 사랑이었다. 아무 일이 없는데도사랑에 빠진나에게는사랑의 사건 존재했고, 그건 한결같이 사랑의 여정에 중요한 일정이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내가 사랑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사랑하고 있는 자신 혹은 사랑의 감정 자체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랑이 현실화된 대상은 사람이었다. 나는 한결같이 그를 사랑했고 그를 원했다. 


밀어내고 도려내도 매일 새롭게 돋아나는 사랑의 때문에 나는 자주, 절망에 빠졌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매일 아침, 내게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갈 힘을 공급해 주었다. 사랑은 그렇게 안에서 싹트고 자라나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져 갔다. 사랑은 나를 압도했다. 그의 존재가 사랑의 시작이었고, 사랑을 이어갈 힘이 되었고, 그리고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무거운 그물이 되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는데, 사랑의 이유를 나는 가지도 찾을 수가 없었다. 레누가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 너를 사랑하는가. 

나는 , 너를 

너, 니노를 사랑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그럴 몰랐다. 책을 펴서는 애정하는 리베카 솔닛의 사진을 확인하고는 심상정 인터뷰를 먼저 읽었다. 나도 내가 그럴 몰랐다. 



저자 안희경은 불교방송국 PD 일했고, 촘스키, 재러드 다이아몬드, 지글러, 스티븐 핑거, 지그문트 바우만 세계 지성들을 직접 만나하나의 생각이 생각을 바꾼다』, 『문명,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3부작 기획 인터뷰집을 완성했다. 『어크로스 페미니즘』세계 여성 지성과의 대화라는 기획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를 오가며 쥘리에트 비노슈, 리베카 솔닛, 케이트 피킷, 에바 일루즈, 마사 누스바움, 심상정, 반다나 시바를 인터뷰 엮은 책이다. 



예를 들면, 김대중-노무현 민주 정부 10 동안 민주주의와 인권, 정치 개혁에 있어서는 신한국당과 차이를 보여줬지만, 국민의 삶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었다는 겁니다비정규직법도 당시에 만들어졌고, 정리해고법도, 개방도 그때 이뤄졌습니다. 정당이 독자적 지지 기반을 갖추지 못한 , 이미지 차이나 특정 분야의 정책 차이로 구분됐습니다. 그러다 그것만으로는 국민을 대변할 없는 한계에 거예요. 그래서 촛불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촛불 시민은 적폐 청산과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겁니다. (183) 







심상정의 인기는 지난 대선에서 활짝 피어났는데, 특히 근처 중학교 교실에서 그랬다. 대선 주자 TV  토론이 있은 다음날은 아이들도어젯밤 얘기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전해주는 분위기에 따르면, 중학생까지 투표할 있었더라면, 심상정은 나라 대통령이 되고도 남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사람은심상정 이라고, ‘심상정이 제일 똑똑하다 입을 모았다. 


다만 문단의 어느 부분에서 일정 정도의 편집, 요약, 삭제가 있었는지 알지 하지만, 문단이 심상정이 말한 그대로라면 조금 실망스럽다. 접속사그래서 , 뒤문장은 논리적 연결 고리가 없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 신자유주의의 확장에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실수와 실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촛불 혁명의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촛불 혁명에까지 이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촛불 혁명이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의 무능력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한다면 사안을 너무 단순화하는 위험이 있지만, 그것이 1700 촛불 시민을 광장으로 불러오는 가장 강력한 원인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내외 발표 이전에 연설문을 달라 부탁하는 사람을 국민은 참을 없었던 것이고, ‘최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더냐?’ 비서관에게 최순실의 의중을 묻는 대통령을 참을 없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함과 실망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진정성만은 의심하지 않는다. 심상정은 우리 나라 여성운동, 노동운동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녀가 자신의 젊음, 자신의 삶을 바쳐가면서까지 이룩해낸 위업과 노고는 바르게 평가되어야만 한다. 인정받아야 한다. 



리베카 솔닛과의 인터뷰는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에 이루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터뷰이인 리베카가 오히려 인터뷰어인 안희경에게 질문한다.

 






어떻게 대통령을 탄핵했나요?” 

공간에 180 명이 뜨겁게 모여 차가운 이성으로 명령했습니다.” (43) 



시기가 시기인지라 초반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내용이 많다. 리베카는 유권자신분확인법 같은 제도 때문에 힐러리의 지지층 많은 사람들이 본선거에서 투표하지 못했던 , 무효표 논란이 일었던 접전 주인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에서 공정한 재개표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등을 들어 엉망인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클린턴,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선택 마저 힐러리의 정치적 행보라고 비난 당하는 상황에서 버니 샌더스의 공약과 대단히 비슷한 힐러리의 공약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힐러리를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일을 정신 나간 (51)이라고 집어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당신의 해법을 알고 싶어요. 


계속 발언하는 겁니다. 해야죠. 우아하게, 복합적으로. 존중하면서. 진실 되게. 사람들을 교육하는 거예요. 언어의 뉘앙스와 복잡한 함의를 세심하게 바라보도록. 다음에는 트위터나 문자 메시지, 헤드라인 뉴스 따위가 말하는낱알로 흩어진 분절된 의미들 저항하는 겁니다. 뭔가를 지나치게 간단하고 드라마틱하게 말한다고 느낄 , 저는 과도한 단순화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맞설 겁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말했어요. “모든 것은 가능한 단순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단순해서는 된다.” 저도 같은 입장입니다. (59) 

 


여자라는 이유로, 약자라는 이유로,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그렇긴 하지만, 이라고 시작되는 각각의 변명에 대항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쉽게 단정짓지 않으면서도, 옳지 않은 일을 옳지 않다고 발언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우아하게, 복합적으로 말할 것을 고민한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진실된 자세로 말하는 것을 상상한다. 


길고 우아하게 그리고 복합적으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8-04-1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책이 있단 말입니까! 그러고보니 솔닛의 인터뷰는 기존에 읽었던 것 같아요. 아직 장바구니 비우기 전인데 저도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18-04-17 16:29   좋아요 0 | URL
저도 도서관 신착도서칸에서 발견했지 뭡니까? ㅋㅋㅋ
심상정, 리베카 솔닛 다음은 마사 누스바움입니다^^

즐거운 장바구니 정리 시간이군요~~
이 책이 운이 좋네요. 다락방님 선택을 받을 수도 있겠어요~~~

AgalmA 2018-04-18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상정 의원은 노 대통령과의 유명한 설전(한미 FTA 협상상 토론) 인상이 제게 깊이 각인되어 있어요. 과연 심 의원이 대통령이 됐으면 그보다 더 나았을까. 한나라 당을 비롯 수많은 정세 속에서 타협 안 했을 거 같은가. 아웃사이더였기에 옳은 소리 하긴 쉽죠. 그렇게 각을 세웠던 걸 아직도 자신의 옳음이자 무기란 듯이 말하고 있으니 이 사람 그때로부터 성장을 한 게 맞을까 싶네요. 네, 정치인이란 그렇게 자기 선전하는 직업이긴 하지요.

아, 리베카 솔닛 발화 정말 우아하고 좋네요!

단발머리 2018-04-19 08:33   좋아요 1 | URL
네에~~ 저도 사실 그 부분에서 참....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냥 심상정 의원에게는 조금 아쉽다는 말만 하고 싶어요.
그때부터해서 저번 대선에서도 그렇구요. Agalma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 저의 마음이예요.^^
어디까지나 정치는 타협이고, 마지막까지 결과를 도출해내는게 정치니까요. 세상을 너무 나이브하게 보는 건 아닌가 싶어요.

리베카 솔닛 좋은데... 좀 의외의 면도 있더라구요.
 



날이 너무 좋아 더 미안한 월요일. 


2018년 4월 16일. 






울고 있었고 무력했지 
슬픔을 보듬기엔 
내가 너무 작아서 
그런 바라보며 
내가 있던  
함께 울어주기 


그걸로 너는 충분하다고 
애써 고맙다고 
내게 말해주지만 
억지로 괜찮은  
웃음 짓는 위해 
있을까 


앞에 놓여 세상의 짐을 
대신 짊어질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럴 있을까 


잡은 손이 나의 어깨가 
안의 아픔을 
덜어내진 못해도 
침묵이 부끄러워 
부르는 노래로 
잠시 너를 쉬게 있다면 


너의 슬픔이 잊혀지는  
지켜만 보기에는 
내가 너무 아파서 
혼자서 씩씩한  
견디려는 위해 
있을까 


앞에 놓여진 세상의 벽이 
가늠이 안될 만큼 
아득하게 높아도 
둘이서 함께라면 
오를 수가 있을까 그럴 있을까 


내일은 조금 나을 거라고 
역시 자신 있게 
말해줄 없어도 
우리가 함께 하는 
오늘이 모이면 
언젠가는 넘어설 있을까 


앞에 놓여진 세상의 길이 
끝없이 뒤엉켜진 
미로일지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닿을 수가 있을까 그럴 있을까

언젠가


무엇이 우릴 멈추게 하고
가던 되돌아서
헤매이게 하여도
묵묵히 함께 하는
마음이 모이면
언젠가는 다다를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정말 놀랍다. 올해 읽은 중에 최고( 페란테 시리즈)라고는 못하겠지만, 올해의 베스트 5 안에 당당히 속하고도 남는다. 저자는 이현. 어린이문학 작가이다. 10 전태일 문학상, 13 창비좋은어린이책 공모 대상, 2 창원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초등학교 1,2학년 필독서인짜장면 불어요!』 비롯해 그녀의 작품들은 아래와 같다. 



<짜장면 불어요!>, <로봇의 >, <악당의 무게>, 

<푸른사자 와니니>, <플레이 >, <일곱 개의 화살> 



































책을 , 독자는 일정한 기대감을 가진다. 책은 무엇에 대한 책이겠거니 하는 예상 말이다. 책의 제목은동화 쓰는 법』이고 작가는짜장면 불어요!』 저자인 어린이동화 작가다. 내용의 68.7%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 , 그렇게 장을 넘기다 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있다. 




먼저, 책은 어린이책 안내서이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예상 범위 이내다.)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뒤로 하고, 어린이문학과 소설이 기본적으로 다른 지점에 대해 설명하는데, 나로서는 처음 듣는 해석이었다. 놀랍고 신기했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그러니까수신 장르다. ‘내가 하고 싶은이야기가 아니다. ‘너에게 전하는이야기다. 

소설은 동화와 다르다. 소설은 수신이 아닌 발신의 장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물론 소설가도 독자를 의식하겠지만 그건 현상일 , 소설의 본질은 전달이 아닌표현이다. (26) 



저자에 따르면, 동화는어린이가 읽는 이야기이고, 소설은어른이 읽는 이야기라는 이해는 틀렸다. 동화는어린이에게 전해지는이야기고, 소설은 내가 누군가에게하고 싶은이야기다. 놀람의 시간 20. 그래, 책은 정말 동화의, 동화에 의한, 동화를 위한 책인가 보다 감탄하는 순간,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된다. 어머나, 책은 페미니즘 도서가 분명하다.



많은 동화에서 기껏 학원 다니느라 지친 얘기만 백만 되풀이하며 엄마를 비하하는 한편, (아빠가 아닌) 아버지는 대단한 권위를 가진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과묵하고 엄하지만 지혜롭고 올곧은 아버지, 아니 가부장. … 동화 속에서는 부부 사이에 남편은 반말, 아내는 높임말을 쓰고는 한다. 현실에서는 동등한 말투를 쓰는 부부가 많을 텐데 말이다. (63) 



감탄도 잠시, 책을 읽던 사람은 금방 자기 생각을 고쳐 먹게 된다. 이런 구절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를 부정하고 극복하면서 자란다. 햇빛을 향해 자라나는 덩굴처럼, 자식은 안간힘을 다해 부모의 그늘과 반대 방향으로 자란다. 그래야 억세고 푸른 줄기로 자라날 것이다. 부모의 마음은 쓸쓸하지만, 이는 축하할 일이다.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64) 

 


책은 육아서다. 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는데 부모가 해야할 , 부모가 취해야 태도에 대해 이렇게 핵심을 찔러주는 책이 육아서가 아니라면 대체 어떤 책이 육아서란 말인가.



감동과 찬탄은 없이 계속된다. 어쩌면 놀라운 작품의 놀라운 여정은 목차에서 예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 사건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스토리와 플롯

탈탈 털면 나오는 것들: 설정

전망 좋은 자리: 절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결말> 대한 설명이다. 먼저 고백하자면, 내가 사랑하는 그림책, 어린이 책은 이런 류다.

 

<꼬마 >, <구름빵>, <줄줄이 호랑이> 


















나도 어린이책 읽어본 사람으로서, 아니 정확히 말해야겠다. 그림책 읽어본 사람으로서, 나는 그림책, 어린이 책의교훈 주기 지쳤다. 행동 수정이나 사회 속에서 필요한 예절을 가르치기 위한 우리가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책들 똑같이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런 책의 효용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가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모습은, 먼저 사과하는 모습은,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은 예쁘다. 귀엽다. 하지만, 그런 책으로 가득 세계라면, 아이들에게 세상은 얼마나 반듯할 것인가. 얼마나 딱딱할 것인가. 얼마나 재미없을 것인가. 그래서 나는 동의한다. 문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역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삶이 한없이 불행한가? 그렇지는 않다. 걱정이 있고 아쉬움이 있지만, 괜찮다. 내일이 오는 싫지 않다. 여태 그렇게 당하고도, 내일은 조금 나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없지 않다. 정말 괜찮다. … 언제나 그런 아니다. 눈앞이 깜깜하고 사방이 절벽인 때도 있다. 도저히 일어설 없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그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는, 우리는. (123) 



책의 유머코드는 나에게 완전맞춤인데, 나는 작가의 (속마음 토크) 너무 좋다. 



어린이 독자에 대한 존중감이 없다면, 부디 일을 알아보면 좋겠다. 분야는 딱히 돈도 되고(진심입니다), 이름나기도 어렵고(진심이라니까요), 다만 어린이 독자가 이야기를 들어 준다는 커다란 기쁨이 있을 뿐이니. (32) 



아무도 모르는 무명의 습작생이 피를 토하며 글을 쓰다가(반대합니다) 동안 밤마다 북한산 계곡에서 목욕재계하고(불법입니다) 정상에 올라 천지신명께 기도하여(응원합니다) 마침내 걸작을 써내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면서, 세상이 나머지 우리를 보고 혀를 찬다면? (53) 




이현 작가의 다른 책들을 비롯해 그가 추천하는 책들은 모두 읽고 싶지만, 일단 권만 정리해본다. 시간은 없고, 읽을 책은 많다. 












































































유유출판사 세권을 나란히 세워두고 기념촬영을 하는데, 문득 출판사의 책들은 나에게 깨달음과 기쁨과 가르침을 주었다는데 생각이 머문다. 하여, 즐거운 독서 여행은 다른 구매를 호출하고, 나는 즐겁게 이에 응답한다. 계산 들어간다. 유유출판사 고전강의 시리즈(10) 10 대여가 39,900. 50% 쿠폰 적용가 19,950. 


가자, 가자, 어서 가자!!!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18-04-12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갠찮죠???!!!!!! 저랑 이현 쌤 팬 해요~ ^^

단발머리 2018-04-12 20:07   좋아요 0 | URL
전 어제도 오늘도 이 책을 전도했답니다. 이 책 너무너무 좋아~~~ 하면서요. 좋은 책을 선사해주신 유부만두님께 감사와 감사를^^
암요, 유부만두님이랑 이현 쌤 팬 하렵니다!!

라로 2018-04-13 02:11   좋아요 0 | URL
저는 읽으면서 이현 작가의 유머 코드가 유부만두 님 하고 넘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ㅎㅎㅎㅎ 암튼 저도 예전에 유부만두 님 글 읽고 찜했는데 언제 읽을 수 있을련지 ~~~^^;;

단발머리 2018-04-13 08:47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정말 유부만두님과 이현 쌤 유머코드가 비슷하네요.
그래서 제가 유부만두님을 넘어 이현 쌤까지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유머는 사랑입니다^^

유부만두 2018-04-13 13:28   좋아요 0 | URL
제가 이현 작가님을 따라하나봐요? 사랑의 힘인가요, 작품의 힘?...어쩌면 더쿠의 늦바람?;;;

단발머리 2018-04-13 15:17   좋아요 0 | URL
저도 이현 쌤 따라하고 싶네요.
그렇다면,
이현-유부만두-단발머리 라인 되는 건가요? 우앙~~ 떨려라^^

세실 2018-04-12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니 점점 그림책에서 멀어지는데 확 땡깁니다^^
진정한 북소믈리에~~

단발머리 2018-04-12 20:43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사실 그림책에서 좀 멀어진 1인인대요. ㅎㅎㅎㅎ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은 정말 특별해서요. 차근차근 읽아보려고요. 물론 저희집 어린이랑 같이 읽고 싶어요. 지금 놀고 있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이 어린이요 ^^

moonnight 2018-04-1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저도 읽어보겠어욧!@_@;

단발머리 2018-04-12 20:55   좋아요 0 | URL
정말 최고예요!!
전 이렇게 특별한 책이 이렇게 작고 귀여워서 그 점이 아쉬워요.
작은 사이즈에 담기기에는 너무 재밌고, 너무 유익하고, 너무 너무 너무~~~^^

프레이야 2018-04-12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 눈에 확!!
좋은 시선이네요. 이현 작가.
전하고픈 이야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꼭꼭 씹어서 삼키고 갑니다.^^

단발머리 2018-04-12 21:4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은 읽으신 책이 많으시군요~~~ 저는 겨우 제목만 아는 책도 몇 권 안 되요.
전 이현 쌤 발견이 정말 행복해요. 실제로 뵙고 싶기도 하구요. 물론 쉽게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galmA 2018-04-1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쓴 동화들 보면 훈계조가 없어요. 정말 스무스하게 이야기를 풀어 간다니까요. 어린왕자나 앨리스 같은 고전 보면 대번에 느낄 수 있듯이 눈높이를 절묘히 맞추고 있다니까요.
동화는 정말 천성이 그런 글을 쓰기에 맞는 사람들 아닌가 싶어요!

단발머리 2018-04-14 17: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책 읽으면서 그렇게 잘 쓴 동화들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답니다. 한국어도 더 사랑하게 되구요. ㅋㅋㅋ

다락방 2023-09-07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8년의 단발머리 님, 안녕? 이 페이퍼에 땡투가 들어갈 것입니다. 부자 되세요! ㅎㅎ

단발머리 2023-09-07 08:49   좋아요 0 | URL
당신의 바쁨으로 알라딘의 웃음 코드는 점점 희미해지고… 넘나 바쁜 다락방님 2018년에 다녀가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도 굿데이! 😘

다락방 2023-09-07 10:21   좋아요 1 | URL
1. 좀전에 페이퍼 하나 올렸습니다.

2. 땡투 실패했습니다. <구름빵> 때문에 눌렀는데 단발머리 님의 구름빵은 구판이라 지금 판매를 안해요 ㅠㅠ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백래시의 원인 

페미니즘 운동과 성과가 백래시의 원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래시는 페미니즘의 무기력을 증명한다기보다는 페미니즘의 파워를 증명한다. (11) 



2. 백래시의 등장  

반페미니즘적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 공격이다. (45) 



3. 백래시의 성장 

반격이 힘을 얻으면서 성공한 소수는 다수로부터 떨어져 나와 버렸다. 그리고 소수의 성공한 여성들은 사회적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자신들이 어쨌든 출세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음을 입증하려 한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은 여성운동과 거리를 두고 있음을 드러내려는 반면, 노동계급 여성들은 비틀거리면서도 페미니즘이라는 대의의 분열된 잔재들을 어떻게든 붙들려고 한다. (45) 



4. 백래시의 작동 

반격의 작동은 암호화, 내면화되어 있고, 분산적이고 카멜레온처럼 변덕스럽다. (47) 



5. 백래시의 전술 

반격은 싱글 여성과 기혼 여성, 직장 여성과 전업주부, 중산층과 노동계층을 분할통치하려 한다. 규칙을 따라는 여성들을 추어올리고 따르지 않는 여성들을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당근과 채찍 시스템을 조종한다. (48)



6. 백래시의 방향 

여성들을 아버지의 딸이나 싱싱하게 푸드덕거리는 낭만적이면서 적극적인 둥지 속의 같은 존재, 아니면 소극적인 사랑의 대상 같은 자기들이용납 가능한역할로 다시 떠밀어 넣으려는 것이다. (48)



7. 백래시, 여성의 최후 진술 



우린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29) 





4 12 목요일 오후 4 24. 94쪽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