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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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낳은 내게 친구가 선물해준 책. 하루에 몇십 페이지씩 천천히 책장을 넘겨가며 읽었다. 오소희라는 여자가 3살짜리 아들 중빈이와 떠난 터키 여행기.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개인적인 여행 에세이기 때문에 많은 정보는 얻을 수 없는 책이다. 이 작가의 글 스타일을 좋아하느냐가 관건인 책이다. 그리고 어린 아이를 데리고 먼 여행을 떠나는 것에 찬성하는가- 하는 관점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저자는 말 안 듣는 세살박이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길의 어려움 속에서도, 그 불편함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나는 여러 사람들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간혹 여행이나 사람에 대한 편견들도 발견되고, 그럴 때 저자의 어조는 너무 가차없고 가혹하다고 느껴지지만. 그걸 눈감아준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여행기다. 특별히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몇 년 전에 터키 여행을 한 달 정도 다녀온 내게는, 터키를 추억할 수 있게 해준 행복한 책이었다. 저자의 여행경로는 '이스탄불-샤프란볼루-카파도키아-에이르디르-안탈랴-올림포스-파타라-올림포스-이스탄불'이다. 나의 한 달짜리 경로는 '이스탄불-샤프란볼루-카파도키아-올림포스-안탈랴-파묵칼레-이스탄불-아마스라-반-이스탄불'이었다. 많은 부분이 겹쳐서 더 공감이 갔고, 많은 장면들이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울컥, 너무 그리웠다. 터키의 짜이(tea)와 길고양이와 터키식 브렉퍼스트와 스프와 피데(터키식 피자)와 눈썹 진한 터키 남자들의 친절함이.

지금 나는 훌쩍 여행을 떠나지 못하지만, 언젠가 또 멀리 멀리 떠날 수 있겠지. 아이야, 얼른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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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시 - 글도 맛있는 요리사 박재은의 행복 조리법
박재은 지음 / 지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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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의 요리 에세이라, 예전에 케이블TV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본 가수 싸이의 누나 '박재은'과 같은 사람인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책날개의 단아한 흑백사진을 보아도 확신이 잘 안 선다. 글을 다 읽고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긴가민가다.   

TV 속의 그 사람은 화려하고 톡톡 튀고 요리법도 퓨전에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에세이들은 담백하고 정적이고 포근한 쪽에 가깝다. 지금 찾아보니 동일인물이다. 하. 책에도 싸이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떡볶이를 맛있게 먹어주던 남동생' 에피소드가 하나 들어 있을 뿐.  

요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면서도 글 쓰는 솜씨 또한 좋아서 재미있게 읽히는 에세이집이다. 요리책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글쓰기의 내공이 느껴진다. 소장할 정도는 아니라서 구입하기는 좀 아깝지만 빌려 읽거나 중고로 구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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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이는 미식의 테크놀로지
츠지 요시키 지음, 김현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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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세계 3대 조리학교 중 하나인 일본 츠지조리학교 교장 츠지 요시키다. 그는 선대 교장이었던 아버지 츠지 시즈오에 의해 어릴 때부터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에서 학위를 받는 등 등 요리 영재로 키워졌다. 이 책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높게 평가하는 스타 쉐프 6인의 요리 세계와 성공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여 저자의 시각이 담긴 에세이로 보면 될 것이다.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하고, 특히 프랑스 요리에 치중하고 있으므로 그쪽에 대해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좋다. 저자가 교육자이자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로서의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서, 단지 미식가의 입장에서 쓴 글들(가령 안휴의 <세계의 별들을 맛보다>)과는 차별화된다.

6인의 쉐프 중에 미셸 브라스가 가장 흥미로왔다.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 라기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는, 연간 200여 종의 채소와 허브를 이용해 접시 위에 '라기올의 정경'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다양한 색감의 어린 채소가 많이 나기 때문에 '생명감'을 표현합니다. 여름에는 활기찬 '약동감', 가을이 깊어갈 때는 부드러운 '안정감', 만추가 가까워질 무렵에는 따뜻한 '충족감' 등 계절에 따라 표현을 달리합니다."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는 홋카이도의 '윈저 호텔 도야'에 지점을 냈는데, 그 이유는 단지 도야의 풍토가 라기올과 닮았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보다 가까우니 일본 여행길에 한번 찾아가 볼만 하겠다.)  

이 책을 읽고 츠지 요시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선대 츠지 시즈오의 일생을 그린 소설 에비사와 야스히사의 <미식 예찬>을 읽어보면 좋다. 츠지조리학교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조리학교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 생생하게 그린 재미있는 소설이다. 츠지 요시키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살짝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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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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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처음 듣는 이름인데.. 요즘 쏟아져나오는 요리/여행 에세이류는 잘 골라야 실패가 없다. 잘못 고르면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으면서 영양가 없는, 혹은 재미없는 개인 필담 위주로 되어 있기도 하고. 이 책, 미리보기로 살펴보니 필력이 꽤 있어보였다.  

책을 받아보니 부록으로 딸려온 DVD가 꽤 실속있다. 10편의 파스타 요리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의 간단한 요리강습을 눈으로 직접 보니 흥미롭고 따라하기도 쉽다. 이런 걸 보면 창비도 꽤 한다 싶다. 같이 보던 신랑은 "파스타가 저렇게 쉬운 거였어? 마늘을 뽀개는 것만 기술이네. 나도 따라하겠다."란다.  

책을 넘기는데 종이가 꽤 두껍다. 값이 올라가는 요소가 되었을 듯. 이런 에세이는 일러스트 빼고 가볍게 제작해서 1만원 정도 매기면 좋을 텐데.  

아, 글은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그가 수업한 시칠리아의 레스토랑, 그 주인이나 부주방장 등 주변인물을 그려내는 솜씨나 별로 재미없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꽤 근사하고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필력이 있었다. 뉴욕의 기자 출신 요리사의 고군분투 요리수업을 그린 <앗 뜨거워>와 비슷한 분위기. 그런데 여기 담긴 이야기들은 조금은 앙상하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많았을 텐데 혹시 숨겨둔 거 아냐? 싶을 정도. 때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기도 하고. 그것 빼고는 한번 읽어볼 만한 글이었다. 소장가치는 높지 않지만. 

P.S. 박찬일 쉐프가 얼마 전 홍대 앞에'라꼼마'라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한 번 가봤는데 코스 요리 중심이고 가격 대비 성능이 훌륭했다. 사전 예약을 권장하는, 좀 격식있는 레스토랑이다. 왠지 이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와는 좀더 캐주얼한 파스타 식당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2010.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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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그림 같은 여행지 - 여행기자가 찾은 우리땅 느낌 있는 여행지 32선 ('2010 한국관광의 별' 단행본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
박강섭 지음 / 컬처그라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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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끌리고, 계절별 편집이 돋보이는, 책 잘 만드는 출판사 안그라픽스의 책이다. 저자의 글을 별로 읽어보지 못했는데, 막상 책을 받아들고 보니 딱 취향의 글은 아니다.  

이 책의 장점은 사진이 아름답고, 사계절 가장 아름다운 곳은 추천해준다는 점. 간단한 교통, 숙박, 음식 정보가 실려 있어서 유용하기도 하다. 단, 사진은 찍은 지 좀 오래된 듯 보이는 것들도 있다.

단점은 문체가 좀 딱딱하달까. 50대 정도의 기자 아저씨가 역사나 풍경 위주로 차분히 써내려간 글로 젊은 사람이 읽기에는 좀 지루하다. 여행지의 에피소드나 사람들, 음식 이야기 같은 걸 기대했는데.  

이 책을 보고 봄의 산수유(전남 구례)와 벚꽃(경남 하동)을 보러 떠나고 싶어졌다. 사뿐사뿐 봄맞이를 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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