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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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다 리쿠 세계로의 입문.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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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언덕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김미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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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타모리 고의 <반딧불 언덕>은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로 세 번째 권이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리뷰>, <벚꽃 흩날리는 밤-리뷰>에 이어 출간되었다.

산겐자야에 위치한 가나리야라는 주점을 배경으로 다양한 미스테리가 전개되어, 요리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반딧불 언덕
고양이에게 보은을
눈을 기다리는 사람
두 얼굴
고켄

 

이렇게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다소 감상적인 분위기의 표제작보다는

오래된 상점가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천재 화가의 에피소드를 담은 '눈을 기다리는 사람'과

작가 되기의 지난함과 친구 간의 질투를 담은 '두 얼굴'을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 기타모리 고는 48세에 별세하고,

이 시리즈도 이제 한 권밖에 안 남았다니 아쉽네.

 

 

 

겉표지를 벗기면 채색되지 않은 스케치 그림이 나오는데 수수한 매력이 있는 듯.

그 전 표지들과 다른 부분.

출판사에서는 속표지 색칠하기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요즘 취미 책의 대세인 컬러링북 아이디어를 따온 듯.

시간이 날 때 색칠해보고 싶으나, 소장용으로 한 권 더 필요하단 말이지.

 

 

 

 

P.S.

단편 '고켄'에는 일본 소주에 대한 흥미로운 구절이 나온다. 사케나 와인을 좋아하다가, 작년부터 일본 소주에 맛을 좀 들였는데.

일본 소주는 쌀, 보리, 고구마를 원료로 증류시킨 술로 도수가 센 편이다. 일본에서도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편.

소주 중에서도 보리 소주는 향이 강해서 쉽사리 적응하지 못한다. 쌀이 가장 깔끔하고 보리는 약간 구수한 향이 감돈다.

주석에서 알 수 있듯이 갑류는 우리나라 소주처럼 다른 물질을 첨가해서 저렴한 소주고, 을류는 원재료의 맛을 살린 고급 소주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화요 같은 증류주를 만들어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쌀이 원료다.

단편 제목인 '고켄'은 작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환상의 소주로 나온다. 그 미스테리는 책에서 풀어보시길.

`작가가 된 지 벌써 오 년짼가.`
원래는 취미의 연장이었다. 오랫동안 근무했던 회사에서 조기 퇴직해 달라는 권유에 응하는 형태로 그만둔 것까지는 좋았지만 목표가 서지 않은 상태에서 취미로 쓰던 미스터리 소설을 콘테스트에 응모한 것이 5년 전이다. 그게 얻어 걸렸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데뷔의 계기가 되었다.
"취미는 취미로 남겨 두는 게 제일이야."
"일이 되면 정신적 피로가 쌓이니까요."
봄 양배추에 가볍게 소금을 뿌렸습니다. 깔끔한 맛의 드레싱을 얹어서 드시겠습니까. 입가심으로 딱 좋을 것 같습니다.
-136p

"요즘 소주에 맛을 들여서 말이야."
히가시야마가 말했다.
"푹 빠지셨나 보네요."
"응. 예전에는 소주 따위...... 특히 을류(乙類. 을류 소주의 준말. 일명 본격 소주로 불리며, 원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전통 방식의 소주)는 냄새가 좀 지독해야지. 마실 게 못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맛이 변한 걸까요?`
"그럴 리가 있을라고."
"어쨌든 가고시마의 고구마 소주에 푹 빠졌어."
"그건 특히 냄새가 심할 텐데."
"그게 그렇지도 않아. 좋은 고구마 소주는 말이야. 그 향이 우아하다고나 할까. 화사하다고나 할까."
-175p

알겠어?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불행이 있어.
백 그램에 팔천 엔이나 하는 최상급 소고기만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백이십 엔짜리 꼬치구이의 참맛을 잊어버리는 불행. 백이십 엔짜리 꼬치구이밖에 먹지 못한 채, 백 그램에 팔천 엔 하는 소고기의 맛을 모르는 불행. 어느 쪽이든 똑같이 불행한 거야.
가장 행복한 사람은 그 두 가지의 참맛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때에 따라, 그리고 욕구에 따라 각기 다른 참맛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1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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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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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맏물 이야기>는 제목이 생소하다.

'맏물'이란 한 해의 맨 처음에 나는 과일, 푸성귀, 해산물 따위를 가리킨다.

모시치라는 수사대장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 중 하나지만 이번 작품은 음식과 연결해서 매 에피소드를 꾸려나간다.

전직이 무사인지 의심스러운 유부초밥 노점 주인이 내놓는 맛있는 요리들도 구경거리다.

 


 

요괴 같은 신비한 존재도 등장하고 외형은 추리나 사건을 토대로 하지만

실제로 소설을 읽다보면 '인간의 갈등,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따뜻한 탐구'가 담겨 있어 감동을 준다.

 다음 9편의 연작이 실려 있는데 모두 완성도가 높다. 특히 "도깨비는 밖으로"가 인상적이었다.


오세이 살해 사건
뱅어의 눈
천 냥짜리 가다랑어
다로 감, 지로 감
얼어붙은 달
원한의 뿌리
이토키치의 사랑

도깨비는 밖으로


북스피어에서 낸 에도 시리즈 '미야베 월드'는 많은 권이 나와 있는데

특히 이번 작품 <맏물 이야기>는 판매가 호조라는 소식이다. 반갑다.  

모시치는 손을 저었다. "나리는 가게의 누름돌입니다. 좀 더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야지."
"제게는 무게가 없습니다......"
"없어도 무게가 있는 척해 보십시오. 그러다 보면 싫어도 무게가 생길 겁니다. 물건은 형태로 결정되는 법이니까."
179p

도코노마도 없고, 쓸데없는 장식이라곤 없는 간소한 방이지만 다다미를 바꾼 지 얼마 안 되는지 골풀 향기가 난다. 곧 미요시야의 오타키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우아한 중년의 하녀가 차를 가져왔다.
나온 찻종 안에 든 것을 보니 사쿠라유(소금에 절인 벚꽃에다 뜨거운 물을 부은 차. 경사 때 차 대신 마신다)였다. 소금에 절인 벚꽃 꽃잎이 떠 있다.
240p

익숙한 움직임이다. 어느 모로 보나 손님을 대접하는 데 익숙한 작은 뱃집의 주인다운 손놀림이었다. 그가 끓여 준 엽차를, 모시치는 찬찬히 맛보았다. 맛있다.
4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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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쿠드랴프카의 차례>.

고전부 시리즈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경쾌한 추리물이다.


'고전부'라는 특별활동 동아리 소속 네 명의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지금까지 <빙과>, <바보의 엔드크레디트>, <멀리 돌아가는 히나>까지 4권이 출간되었다.

그 중 가장 백미는 바로 이 작품이 아닐까. 제목도 어려운 '쿠드랴프카의 차례' 말이다.


고전부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빙과'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 만큼 흥행 요소가 많다.

반짝반짝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것도 끌림의 요소이고. 추억으로 얼마든지 읽을 수 있으니까.

이런 시리즈물이 인기를 끌려면 '캐릭터의 개성과 완성도'가 관건이다. 모든 성공한 탐정 시리즈들의 주인공들이 멋진 것처럼.

주인공인 에너지 절약주의자 호타로를 비롯해, 지탄다, 오레키 들이 바로 이 케이스.

 

 

엘릭시르에서 냈는데, 책을 단정하게 참 잘 만들었다.

단단한 어두운 갈색 양장본을 귀여운 일러스트의 겉표지가 감싸고 있는데

시리즈로 쭉 모아놓으면 소장가치가 높을 듯. 

 

 

취향에 대한 좋은 구절이 있어 남겨둔다.


나는 아닌 게 아니라 온갖 것을 즐긴다. 지나치게 많은 것들이 재미있어서 호타로가 싸늘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볼 만큼.

하지만 그것이 개인적 체험이라는 부분을 지금까지 소중히 여겨 왔다. 즐긴다는 행위를 순수하게 제공자와 수령자의 관계로 환원하는 게 내 취향이다.

그렇기에 나는 셜록 홈스 취미건 본초학 취미건 가장 친한 친구인 호타로와도, 저 멋진 마야카와도 같이 즐기려 하지 않는다.

좋아한다는지, 재미있다든지, 즐겁다든지, 그런 것은 꽤 나이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비유를 들자면 마음에 드는 책꽂이 같은 것이다.

참고서며 심심풀이용 소설 등을 꽂아 놓은 대외용 책꽂이라면 또 몰라도 내 방 구석에 있는 책꽂이를 타인에게 보여 줄 마음은 없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제공자와의 일대일 관계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조용히 높여 가며 유유히 즐기고 싶다.

-115p


재미없다는 건 만화가 재미없단 뜻이 아냐. 그 만화의 재미를 느끼는 안테나가 낮았던 걸 재미없다고 하는 거지.

-123p


엘릭시르에서 주관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엘릭시르의 모든 책 중 두 권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었다.

이런 경품 너무 좋아!

<빙과>는 이미 갖고 있기에 고른 두 권. <멀리 돌아가는 히나>와 <쿠드랴프카의 차례>.

마음에 들어 다음 시리즈도 쭉 구입할 생각.

 

그러고보면 은근 요네자와 호노부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다.

같은 학교 배경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같은 시리즈는 좀 유치했는데 고전부 시리즈는 업그레이드된 느낌.

그 외에 <추상오단장>과 <덧없는 양들의 축연>도 내 취향이어서 재미있게 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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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구형의 황야> 상,하

1962년 작으로, 일본에서 8번에 걸쳐 드라마화되었다.

 


나라(奈良)의 절들을 돌아보다 방명록에서 익숙한 필체를 발견한 세쓰코는

2차세계대전 당시 외교관으로 중립국에서 사망한 외삼촌의 글씨 같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출발하여 외삼촌은 왜 죽었는지,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었는지, 남은 가족들은 어떠한지

등등 실마리를 풀어가는 두 권짜리 장편소설이다.


어렵다면 어려운 소재를 막힘없이 풀어가는 게 마쓰모토 세이초 옹의 장기인데

그렇다고 막 스릴있거나 재미있는 느낌은 좀 부족해서 읽는 데 오래 걸렸다.

7월에 구입해서 10월쯤 다 읽었다. 단번에 읽히지 않고 좀 지루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세이초 작품이라면 다 읽어줄 용의가 있어 하며, 다른 책 읽으면서도 끝까지 놓지 못했다.


일본은 2차대전을 일으킨 주역 같은 나라여서, 일본 국민이 느끼는 전쟁에 대한 감정은 사뭇 다른 데가 있다.

"일본의 패배를 바랬던 남자"의 이야기로 읽으면 더 흥미롭다.

 

 

차에 대한 묘사가 있어 남겨 둔다.

여기에서 묘사된 차는 '신선한 노란색'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엽차(호지차)일까. 

바닥에 잎이 아닌 가루가 가라앉아 있다고 썼는데 그 부분에서 순간 멈칫,하게 된다.

홍차가 녹차가 노란색을 띠지는 않을 것 같다. 녹차라면 아주 어린 잎 녹차일 텐데, 이건 일본보다는 한국 녹차에 가깝다.

1960년대 요코하마의 뉴그랜드 호텔에서 메이드가 내온 차의 정체가 궁금하다.


다키가 거기에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리고 메이드가 차를 들고 들어왔다. 손님이 왔기 때문에 서비스해 주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메이드의 손을 바라보았다. 자연히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차는 투명할 정도로 신선한 노란색을 띠고 있다. 찻잔 바닥에 가루같은 차가 흔들리며 가라앉아 있었다.

다키 료세이가 얼굴을 든 것은 메이드가 문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였는데 그 시선이 부드럽게 바뀌어 있었다.

"소에다 군"

다키는 후배를 불렀다.

-구형의 황야. 하.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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