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관하여 -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
강남순 지음 / 동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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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시스 젠더'라는 말을 배웠다. 시스 젠더는 '자신이 사회에서 지정받은 신체적 성별(sex)과 본인이 정체화하고 있는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이 동일하다 혹은 일치한다고 느끼는 사람'을 뜻한다. 이 말을 배우며 자신이 여성 아니면 남성인 줄 알고 사는 사람과, 자신의 신체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을 분리해 인식하는 사람은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체험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신체적 성별에 따른 성별 정체성이 오로지 하나의 모습으로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부정되는 세상은 얼마나 부당하고 불평등한지도.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강남순 교수의 에세이집 <배움에 관하여>는 성 정체성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성 정체성을 비롯해 성별, 피부색, 국적, 장애 등을 이유로 사회로부터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 사람들에 관한 학문적 성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개방된 나라로 알려진 미국에서조차 여전히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함을 목도하며 여러 의문을 떠올린다. 여성은 왜 가정이 생기면 남성과 달리 일이나 공부를 포기하길 강요받나. 성소수자는 왜 사회로부터 합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나. 인간은 왜 자신이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언제든지 장애를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장애인에게 편견 어린 시선을 보내나... 


이 책에서 저자는 교수로서 가르치는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학자(學者)로서 학문에 대해,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배우는 자세를 취한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모든 생명은 죽는다'는 명제밖에 없다. 기독교 신자들이 절대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고 믿는 성서에도 잘못된 내용이 많이 있다. 저자는 (기독교 신학자로서는 대담하게도) 성서가 남성 중심적 인간관 및 세계관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며, 성서 곳곳에 여성 혐오 및 여성이 집단 성폭행의 대상으로 주어지는 대목이 나옴을 지적한다. 저자는 성서를 억압의 텍스트로 읽을 수 있는 반면 해방의 텍스트로 읽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성서에서 억압의 요소를 배제하고 해방의 요소를 살리는 것이 오늘날의 신학자 및 신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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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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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자칭했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었다. 어떤 이들은 그의 부정과 비리를 가리켜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야기된 일탈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 기업과 언론까지 그의 비리와 부정에 가담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의 사기는 국가의 사기요, 그의 죄는 국가의 죄다. 


"국가가 하는 일은 크다. 그러나 크다고 해서 늘 우수한 것은 아니고, 또 언제나 안전한 것도 아니다." <88만 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이 이번에는 <국가의 사기>를 썼다. 이 책에서 저자는 광고, 주식, 다단계, 은행, 신용 등이 어떻게 작동하여 서민의 삶을 황폐화하는지, 모피아, 토건족, 원전 마피아, 박사들의 클랜 등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 국가 실패를 야기하는지, 자원외교, 4대강, 분양권, 버스 준공영제 등이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관련자들의 배를 불렸는지 설명한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신용 계급사회에 관한 이야기다. "만약 내가 재테크 책을 쓰는 입장이라면, 독자 여러분의 자녀에게 무조건 열 살까지 2천만 원짜리 통장을 만들어주시라고 권유했을 것이다." 한국의 법률은 부모가 자식에게 10년간 2천만 원을 주는 것까지는 증여세 면제한도에 들어간다. 성년이 되면 면제한도가 5천만 원으로 높아진다. 부모가 열 살까지 2천만 원, 스무 살까지 2천만 원, 성년 이후에 5천만 원을 준 경우, 그의 자식은 성년이 되었을 때 9천만 원이 들어있는 계좌뿐 아니라 그만큼의 '신용 등급'도 가지게 된다. 


좋은 신용등급을 물려받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우, 적당히 취직해 월급 받다 보면 금방 1등급에 도달한다. 반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신용등급이 없는 경우, 반월세 보증금도 대출받기 힘들고 휴대폰 요금 몇 번만 연체해도 신용등급이 뚝뚝 떨어진다. 일부 정치인이 사회적 논란을 감수하면서 어린 자녀에게 재산의 일부를 일찍부터 물려주는 것은 그래서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신용 계급사회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는 한편 자식에게 좋은 신용등급을 물려준다. 그들의 자식은 좋은 신용등급을 가지고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더 좋은 혜택을 누린다. 그렇게 격차가 벌어지고 계급 사회는 더욱 공고해진다. 


"사기 치지 않는 나라 만들기, 그 마지막 퍼즐이 전문가의 비밀주의를 완화시키는 제도적 장치들이다." 사기가 횡행할 수 있는 건 사기를 알고도 눈 감는 사람들과 사기를 모르고 당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두 정권 동안 국가 규모의 사기가 횡행한 것은 사기를 알아채고 알려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 즉 학자와 전문가가 입을 꾹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들이 정부나 기업과 결탁하지 말고 학자로서의 양심,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진실을 말하길 당부한다. 그래야 정부든 기업이든 힘 있는 사람들이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것이 두려워 투명하고 정직한 행동을 한다. 


나는 여기에 시민으로서의 양심을 추가하고 싶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건 최순실 소유 건물의 경비원이 건물 창고를 기자에게 열어준 덕분이다. 그 덕분에 창고에서 문제의 태블릿PC가 발견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진실을 알게 되었고 새 정부를 얻었다. 만약 그 경비원이 일신의 안위나 생계에 대한 걱정 때문에 대의를 저버렸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 후 공익 제보자의 고발이 줄을 잇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입다물고 있는 이들은 어쩌면 좋을까. 우리가 여전히 모르거나 알면서도 속고 있는 사기는 무엇일까. 계속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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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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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 때 나는 설익은 연애에 괴로워하고 장래에 먹고 살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을 뿐, 국가와 역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안재성의 장편소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를 읽는 마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주인공 정찬우의 나이는 정확히 스물두 살이었다. 김일성대학 역사학과를 갓 졸업하고 여학교 교사로 부임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때였다. 정찬우는 전라남도 정읍 근처의 빈촌에서 태어나 일제의 학정을 피해 만주로 떠났다가 은사의 인도를 따라 조선의용군에 들어갔다. 항일 운동을 하면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정찬우는 광복 직후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해 김일성종합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교편을 잡고 후학 양성에 힘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역사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정찬우는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자 사실상 공화국 전체를 지도해온 실권자 중 한 사람인 허가이로부터 영남지방 교육위원으로 임명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빠른 속도로 한반도 이남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인민군을 따라 내려가서 한반도 이남의 인민들을 교육하고 교화하라는 것이 당의 명령이었다. 정찬우는 당의 명령에 따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온다. 못 먹고 못 자면서 힘들게 내려온 것이 무색하게도 전세는 점점 불리해지고, 정찬우와 함께 했던 동료들도 하나둘씩 죽거나 낙오된다.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되고 한반도 이남에 남아 있는 인민군을 토벌하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정찬우는 시체와 함께 자고 동굴에 숨어 지내는 생활을 하게 되고 그러다 결국 국군에 사로잡혀 포로수용소에 갇힌다. 


이 과정에서 정찬우는 한 사람이 한 번 살면서 겪을까 말까 한 일들을 순식간에 모조리 체험한다. 결혼을 약속한 허인숙과 생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옥련이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옥련과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정을 나눈 시간은 쏜살처럼 지나가고 허무하게 그녀를 잃는다. 정찬우는 간첩 혐의를 받은 동지를 구해주기도 하고, 전쟁터에서 서로 껴안고 잤다는 이유로 총살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 연인을 살려주기도 한다. 누구를 죽인 적은 없지만, 누구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수없이 많다. 당시 세상은 인간을 남이냐 북이냐, 미국이냐 소련이냐, 자본주의냐 공산주의자냐에 따라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내 편 아닌 자는 모조리 죽였지만, 정찬우가 보기에 인간을 국적이나 이념, 가치관으로 가르는 것은 너무나 어설프고 허점이 많은 시도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 같은 자는 남에도 북에도, 미국 편에도 소련 편에도, 자본주의자 안에도 공산주의자 안에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손가락질에 조금도 구애되지 않으련다. 모든 판단은 오로지 시간에 미루고 성실에 성실을 거듭하련다. 시간은 모든 것을 판정하는 가장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이다. 자유세계로 나간 후 어떠한 직업을 갖게 될는지 알 수 없으나 행복은 마음에 있다는 신념을 길이 간직하여 무슨 일이나 만족하면서 힘차게 하련다. (310-1쪽) 


정찬우가 포로수용소에서 모진 대우를 받고 가혹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오랫동안 전향서 쓰기를 거부한 까닭은 어느 세계에나 악은 존재하고 그 악이 언제 어디서 자신을 덮치고 괴롭힐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체로 그 악은 기회주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편에서, 미 군정기에는 미군의 편에서, 이북에선 이북의 편에서, 이남에선 이남의 편에서 활개치며 가장 강한 자의 힘을 이용해 가장 약한 자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고, 그것을 자신의 존재 이유이자 삶의 의지로 삼는 이들이었다. 정찬우는 그들을 극도로 증오하고 죽이고 싶다는 마음마저 품었으나, 그들 또한 역사의 피해자라는 생각을 되뇌며 살의를 접는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역사의 '피해자'일까.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게 인간이지만, 필요 이상의 살상을 하고 죄의식조차 가지지 않는 건 짐승한테도 부끄러운 일이다. 


마침내 정찬우는 자유의 몸이 되어 꿈에 그리던 고향 땅을 밟고 보고 싶었던 가족들의 얼굴도 보지만, 젊은 날에 품었던 꿈은 이룰 수 없어진지 오래요, 흘러간 시간을 돌이킬 방법도 없다. 남한은 그를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북한은 갈 수 없는 땅이 되었다. 역사학에 비상한 재능을 보였고 후학 양성에 힘쓰는 삶을 살고 싶었던, 생김새가 말쑥하고 말투에 교양이 뚝뚝 묻어나 뭇 여성들의 밤잠 꽤나 빼앗았던 스물두 살의 해사한 그 청년의 삶은 이렇게 망가지고 짓밟혔다. 누가 그를 기억할 것인가. 누가 그를 대신해 울어줄 것인가. 이 놀라운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실화이며,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유족이 전해준 이야기를 작가가 대신 글로 써냈다는 후일담이 더 놀랍다. 이 땅에는 얼마나 더 많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더 많이 발굴하고 더 많이 전승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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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임미진 외 4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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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최대의 화장품 기업이 한국의 모 여성 의류 온라인 쇼핑몰의 지분의 70%를 약 4000억 원에 사겠다고 나서서 화제를 모았다. 이 온라인 쇼핑몰의 대표는 2005년 스물두 살 때 자신이 입으려고 동대문에서 산 옷을 인터넷으로 팔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13년 만에 1조 원 대의 규모로 불어났다. 13년을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일해도 1조는커녕 1억도 수중에 넣기 힘든 화이트칼라의 현실에 비하면 대단한 성공이다.


'화이트칼라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뉴칼라의 시대다.' 북바이퍼블리에서 펴낸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강하게 확신했다. 이 책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존의 화이트칼라를 비롯한 엘리트 집단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경고하며, 새로운 가치관과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엘리트 집단인 '뉴칼라'가 부상할 것을 예고한다. 


뉴칼라는 미국 IBM의 지니 로메티 회장이 2017년 초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뉴칼라의 조건은 크게 다섯 가지다. 기술이 바꿀 미래를 내다보는가.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가.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끊임없이 변화하는가.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이 책에는 뉴칼라의 다섯 가지 조건이 부상하게 된 경제, 기술, 산업적 배경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뉴칼라의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한국의 뉴칼라 8인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왜 이렇게 치킨집이 많을까요. 결국 같은 얘기로 다시 돌아가요. 기업에서 사람들을 성장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죠. 전문성을 쌓지 않았기 때문에 경력을 살린 재취업이 불가능해요. 은행 지점장을 하다가 아파트 경비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잖아요. 지점장을 할 때까지 쌓은 역량이 없었다는 얘기죠. (148-9쪽)


이 책에 참여한 한국의 뉴칼라 8인은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 아트벤처스 문효은 대표, 알토스벤처스 박희은 대표, 삼성SDS 인공지능개발팀 이치훈,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 김치원, 셀레브 임상훈 대표, 1인 마케터 김태용 등이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TOSS)'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치과 의사 출신이다. 안정된 전문직을 버리고 험난한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든 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과 모바일 혁명에 참여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이 높은 수익을 보장하고 평생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믿는 건 어리석다. 스스로 경쟁에 뛰어들고 부지런히 역량을 쌓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온다. 


아트벤처스의 문효은 대표는 불문과 출신으로 드물게 IT에 뛰어들었다. 불문과 출신의 문과생이 IT 업종에서 일할 만한 자리가 없어서 창업을 택했고, 첫 번째 창업이 두 번째 창업으로, 두 번째 창업이 세 번째 창업으로 이어져 현재는 IT와 문화예술을 결합한 아트토이 사업을 하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요. 축구 시합을 준비했는데 막상 경기를 하러 나가 보니 야구 경기가 열리는 경우와 같아요." 문 대표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코딩 역시 얼마 후엔 죽은 언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새로운 기술을 남들보다 빨리 습득하는 것은 좋지만, 그 또한 변화하고 사라지고 대체될 수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일단 우리 사무실에는 늘 가요 인기순위 100곡을 틀어 둬요. 거기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면 최소 100곡은 늘 들어야 해요. 당장은 이해되지 않아도 그게 나중에 결과물로 나오니까요. 저는 무조건 많이 봐요. 패션, 디자인, 인테리어 잡지, 각종 정보, 시사 정보까지 닥치는 대로 찾아 봐요.` (283쪽)


동영상 콘텐츠 제작사 셀레브의 임상훈 대표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뉴칼라의 조건 중 하나로 '최신 트렌드에 밝을 것'을 든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면 유행하는 패션, 디자인, 인테리어 등은 물론이고 최신 가요 인기순위 100 정도는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최신 트렌드와 정보 습득은 임 대표 외에 다른 인터뷰이들도 입을 모아 강조하는 요소다. 인터넷, SNS만 하지 말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해당하는 책을 꾸준히 찾아 읽으라는 조언도 여러 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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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편 전쟁 - 회사에서 유난히 인정받는 그 사람의 사소한 습관
다카기 고지 지음, 정지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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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일하러 오는 곳이지 친목을 다지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업무 실적을 올리고 원하는 직책이나 업무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내편'이 꼭 필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나한테 오게끔 하는 권한을 가진 건 상사이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편 전쟁>은 사내 인맥의 고수가 되어 회사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다카기 고지는 일본의 대기업 리크루트에서 6년 연속 톱 세일즈를 기록하며 회사 역사에 남을 전설의 세일즈맨으로 이름을 올렸다. 저자는 자신이 회사 내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로 '내편 전략'을 든다. 상사뿐 아니라 동료, 부하 직원까지 자신의 아군으로 끌어들이면 업무 성과를 늘리거나 원하는 업무나 자리를 손에 넣기가 아주 쉬워진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실천해 효과를 본 내편 전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말솜씨가 없어도 약간의 질문이나 잡담으로 내편을 늘리는 기술. 협력을 이끌어내는 부탁의 기술, 영향력 강한 핵심 인물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기술, 능숙하게 자신을 알리는 퍼스널 브랜딩 기술, 내편 전략이 작동하는 구체적인 사례, 내편 전략의 달인이 되는 힌트 등 전략의 내용과 방법도 다양하다. 


말솜씨가 없는 사람은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대신 상대가 이야기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잘 지내?", "점심 어디에서 먹었어?" 같은 사소한 질문도 괜찮다. 상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을 때는 귀찮아하지 말고 끝까지 경청해주는 것이 좋다. 잠자코 들어주는 것만으로 상대의 호감을 살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게 된다. 상대에게 가정 환경이나 학력 같은 민감한 사항이나 연애, 결혼 여부, 자식 유무 등을 묻는 것은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상대에게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청할 때는 "당신이니까 부탁하고 싶다."라는 어필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분야에선 역시 00씨 만한 분이 없죠.", "이 분야에 대해 생각했을 때 맨 처음에 떠오른 것이 00씨였습니다." 같은 말로 상대의 장점을 확실히 높게 평가하고 자신감을 자극하면 상대가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책임감도 가진다. 단, 부탁을 지나치게 자주 하거나 부탁을 한 다음 책임을 피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업무가 잘 되었을 때에는 공을 함께 나누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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