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의 이동 - 모빌리티 혁명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존 로산트.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진원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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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산트, 스티븐 베이커가 공저한 <바퀴의 이동>은 이동 수단의 발달이 야기할 변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우리의 도시 지형은 자동차의 수요에 맞추어 변화했다. 집집마다 자동차를 보관할 주차장이 생겼고, 자동차의 규모와 이동량에 맞게끔 도로가 재편되었고,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이 생겼다. 향후 새로운 이동 수단이 탄생하고 보급된다면, 과거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이후 나타난 것과 비슷한 변화가 일어날 게 분명하다.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의 집약체다. 자동차에 내장된 일련의 센서는 차량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5G를 포함한 초고속 통신망은 위치 정보를 컴퓨터 클라우드에 압축 저장한다. 첨단 인공지능(AI)는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분산원장기술은 차량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운행을 조율한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일상도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이동 수단의 발달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인터넷의 발달과 모바일 전자기기의 출현 같은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앞으로는 사실상 모든 이동 수단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가 출현할 것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비행기, 기차, 버스, 자전거 등 바퀴 달린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운행을 조율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를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차장이 필요 없어지고, 도로의 면적도 줄고, 연료 소비량도 감소할 것이다. 


책에는 이동 수단의 변화가 야기할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도 나온다. 그동안 자동차 경제가 엄청난 수의 중산층 일자리를 창출했다면, 앞으로 부상할 AI와 로봇공학은 그보다 적은 수의 일자리만을 창출할 것이다. 소수의 기술 엘리트만이 부를 독점하게 되면서 중산층 경제가 침몰하고, 빈곤층은 전보다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 도시 생활의 질이 높아지면서 도농 격차가 심해지고 지방의 인구 절벽, 지방 소멸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섬뜩한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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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20가지 수학 이야기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이야기
차이톈신 지음, 박소정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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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평생 수학만을 연구하고 숫자로 세상을 바라본 남자에게 찾아온 변화. 그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20가지 수학 이야기>의 저자 차이톈신은 중국의 저명한 수학자이다. 저자는 수학만큼 대중들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학문이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수학이 추상적이고 쓸모없다고 말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수학을 제대로 배우는 것만큼 행복하고 이름다운 일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전자인데, 이 책을 읽고 후자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누군가에게는 '포기'라는 단어와 함께 연상되는 학문을 '행복'이나 '아름답다' 같은 단어와 연결 짓는 사람들의 세계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책에는 세계사에 숨겨진 수학 이야기, 수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수학자 이야기, 수많은 수학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희대의 수학 문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탈레스, 피보나치, 튜링, 유클리드, 폰 노이만 같은 서양의 저명한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우임금, 제갈량, 조충지, 진구소 같은 중국인들의 이야기도 고루 실은 것이 눈에 띈다. 마르코 폴로, 나폴레옹, 셰익스피어처럼 수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나와서 흥미롭다. 수학뿐 아니라 문학, 역사,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어 이야기가 다채롭고 풍성하다. 


<적벽대전>의 '초선차전', 즉 제갈량이 풀단 실은 배로 조조군의 화살 10만 개를 얻은 이야기가 실제인지 허구인지 가려내는 대목도 있다. 나폴레옹은 뛰어난 군인이자 정치가인 동시에 훌륭한 수학자이기도 했다. 파리군사학교 재학 당시 뛰어난 수학 재능을 발휘해 대수학자 라플라스와 교류했고, "자를 쓰지 않고 컴퍼스만 이용해 어떻게 원을 4등분 할 수 있을까?" 같은 기하 문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나폴레옹이 수학 재능을 살려 군인이 되지 않고 수학자가 되었다면 세계사는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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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배워야 합니다 - 평범한 일상을 바꾸는 마법의 세로토닌 테라피!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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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가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의 존재를 처음 한국에 소개한 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이후 두 권의 책을 더 쓰며 세로토닌의 중요성을 알렸지만 이론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아 한 권의 책을 더 썼다. 그 책이 바로 신간 <행복도 배워야 합니다>이다. 이 책에는 이시형 박사가 직접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과 세로토닌문화원을 운영하며 실제로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효과를 본 세로토닌 치료법이 담겨 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세로토닌 파워 다이어트'이다. MIT 워트먼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당분을 먹으면 세로토닌이 쉽게 생성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아가 당분 섭취를 하면 세로토닌이 생성, 활성화되어 식욕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 세로토닌 파워 다이어트이다. 세로토닌 파워 다이어트는 식사 전에 후식부터 먹는다. 후식은 대개 달고 맛있기 때문에 식사 후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먹게 되기 마련이다. 순서를 바꿔서 후식부터 먹으면 당분을 먼저 섭취하게 되어 식욕이 줄고 식사량도 줄어든다. 살을 빼려면 당분 섭취를 무조건 줄여야 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당분을 먹는 게 좋고 먹어야 한다고 하니 신선했다. 


둘째는 '세로토닌 워킹'이다. 일반적인 워킹이 주로 몸을 위한 것이라면, 세로토닌 워킹은 몸과 마음을 모두 좋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평소보다 조금 빠르다 싶게 걷고, 보폭도 평소보다 넓게 한다. 호흡은 아랫배로 보조를 맞추어 세 번 내쉬고 한 번 들이마신다. 핵심은 평소보다 빠르게 걷는 것, 그리고 발 앞쪽부터 착지하는 것이다. 이 워킹법은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떠나는 원주민들의 설레고 흥분된 마음 상태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사냥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릴 때 산에서 밤이나 열매를 주울 때를 떠올리면 발걸음이 평소보다 가벼워지고 마음이 즐거울 것 같다. 당장 오늘부터 이렇게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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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보는 법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감상자의 안목 땅콩문고
황윤 지음, 손광산 그림 / 유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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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 출판사에서 만드는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동안 읽은 유유 출판사 책 중에서 최고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유유 출판사에서 만드는 책의 특징이자 강점은 얇고 가벼워서 단시간에 휘리릭 읽기 좋다는 것인데, 이 책은 유유 출판사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얇고 가벼우나 내용이 깊고 전문적이라서 한 문장 한 문장 깊게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진도가 잘나가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좋은 기분. 책 좋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요... ^^ 


황윤 작가의 책으로는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도자기로 본 세계사> 이렇게 세 권을 읽었다. 앞의 두 권이 여행 에세이, 뒤의 한 권이 도자기의 역사를 다룬 인문서라면, 이번에 읽은 <박물관 보는 법>은 근대 이후 한반도의 박물관 역사를 조망하는 인문서다. "한국의 박물관 100년사를 일별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라는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은 한국 최초의 박물관인 이왕가 박물관을 시작으로 최근에 설립된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박물관 역사에 길이 남을 주요 박물관의 설립 배경과 특징, 박물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한다. 


박물관 하면 국립중앙박물관 같은 공립 박물관을 주로 떠올렸는데, 이 책에 따르면 한국에도 공립 박물관 못지않은 사립 박물관이 많다고 한다. 간송 전형필이 세운 간송미술관이 그렇고, 삼성에서 만든 호암미술관, 리움미술관이 그렇고, '3대 대학교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고려대학교 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동아대학교 박물관이 그렇고, 호림 박물관, 서울 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등이 그렇다. 직접 가본다면, 가본 곳은 이 책을 읽고 난 후라서 새롭게 느껴지고, 안 가본 곳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까지 꼼꼼하게 보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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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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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남보다 많이 아는 것만으로도 경쟁우위를 얻을 수 있었지만, 요즘처럼 누구나 쉽게 지식을 얻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는 남보다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는 것보다는 아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변형하는 지가 더 중요한 세상. 이런 세상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기술로 저자는 인문학을 든다. 책에는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 이렇게 다섯 분야에서 걸출한 족적을 남긴 30인의 사상을 소개한다. 철학 분야에서는 소크라테스, 헤겔, 세네카, 니체, 에피쿠로스, 석가모니의 사상의 핵심을 소개하고, 예술 분야에서는 바흐, 호크니, 클림트, 셰익스피어, 베케트, 르코르뷔지에의 작품 경향 및 특징을 소개하는 식이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히틀러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악인을 이 책에 '굳이' 소개한 이유는 뭘까. 히틀러는 단순히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적의 수단을 생각해낼 만한 지능과 이를 수행할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실제로 히틀러는 대형 군중집회와 방송 장악, 출판 검열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주입하고 비판 가능성을 차단했다.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목과 연합, 중상모략을 방치했고,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부하는 가차 없이 처단했다. 이런 식의 부정, 불합리는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어쩌면 뛰어난 철학자, 예술가들의 사상을 공부하는 것보다 이런 '실패 사례'를 배우는 것이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문도 변한다.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책에는 경제학 분야의 최신 동향도 간단히 정리되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슨은 '일의 경계' 이론을 주창했다. '일의 경계' 이론이란, 쉽게 말해서 대기업이 업무를 위해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외주를 하는 것보다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윌리엄슨의 이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로봇과 플랫폼, 데이터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어도, 로봇 노동자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인간을 고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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