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런 글을 써서 작가가 될 수 있다니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기 쉬울뿐더러 내용도 누구나 겪을 법한 일뿐이라 나라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마스다 미리처럼 글을 써보면 잘 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혼자 보는 일기조차 쓰기 어렵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솔직하게 쓰면 되는데 펜이 안 나간다. 매일매일 쓰는 것조차 버겁다. 그제야 마스다 미리의 대단함을 깨닫는다. 이런 일을 (아마도) 매일같이, 십여 년 동안 해오다니. 심지어는 남에게 공개하고 출판하기까지 하다니!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은 마스다 미리가 작가가 되기까지 있었던 일과 현재 작가로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담은 만화책이다.  작가가 되기까지 있었던 일이라고 해서 인생을 바꾼 대사건이나 대단한 인물과의 극적인 만남 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다. 마스다 미리의 책이 대개 그렇듯,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그림'만은' 잘 그린다고 칭찬해줬다든가, 잡지를 보다가 입상하면 티셔츠를 준다는 말에 '캐치프레이즈 콘테스트'에 응모한 게 덜컥 당선이 되었다는 정도의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일뿐이다. 



  하지만 그 사소한 일들이 모여 지금의 마스다 미리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묘하다. '캐치프레이즈 콘테스트'에 당선이 된 일은 훗날 광고 회사에 입사하는 데 영향을 주었고,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한 일은 상경해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립하는 동안 기죽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힘을 주었다.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일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고 받쳐주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명작으로 칭송받고 고전으로 전해지는 글도 처음엔 한 줄의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나라도 쓰겠다 싶은 문장, 누구나 겪을 법한 내용이라도 꾸준히 쓰고 열심히 모으면 뭐라도 된다. 마스다 미리가 그 증거다. 나도 그 증거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면이란 무엇인가 - 우리가 모르고 있던 심오한 라면의 세계
가와이 단 지음, 신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많은 한국인들이 라면을 일본 음식으로 알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라면을 중국 음식으로 여긴다. 한국인들이 중국 음식 하면 자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떠올리는 것처럼 일본인들은 중국 음식 하면 라면과 교자(만두)를 떠올린다. 실상 중국인들은 자장면도 짬뽕도 라면도 자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여기지 않는 듯 하지만 말이다.


  만화 <라면이란 무엇인가>에도 라면의 시작은 중국이라고 나온다. 1871년 청일수호조약으로 일본에 이주한 중국인들이 '난징 소바'라는 것을 만들어 소개한 것이 일본 최초의 라면이다. 그 전까지 소바나 우동 같은 면 요리가 있기는 했지만 '살생금지법'이 있어 오랫동안 육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소나 생선이 아닌 동물의 뼈로 육수를 내서 만든 면 요리는 라면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중국 이주민들을 통해 소개된 라면이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고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면 요리의 하나로 자리잡기까지가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책에는 라면의 시작뿐 아니라 일본 각지를 대표하는 라면, 유명 라면가게의 비밀, 인스턴트 라면의 역사 등도 자세히 나온다. 얼마 전 일본 간사이 지방에 다녀왔는데, 직접 가지는 않았지만 가이드북에서 본 오사카 인스턴트 라면 박물관이며 교토 긴카쿠지 근처에 1호점이 있는 덴카잇핀(천하일품) 라면 등의 유래와 역사가 이 책에 나와 있어 반가웠다. 


  음식 만화라고 해서 <고독한 미식가> 처럼 음식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만화를 기대했으나, 이 책은 만화의 형식을 빌려 라면이라는 음식을 설명하는 데 그쳐 아쉬웠다. 다만 평소 일본 음식을 즐겨 먹고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로워할 만한 다소 매니악한 정보가 많은 점은 좋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라면 요리는 기회가 된다면 그 지방에서 꼭 먹어보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11-2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 애인이 일본을 몇 차례 다닐 정도로 일본 문화를 좋아해요. 이 책 읽어보고, 내용이 좋으면 제 친구에게 권해보고 싶군요. ^^

키치 2015-11-24 23:25   좋아요 0 | URL
일본 문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관심있어 할 만한 책이에요. 일본 라면을 먹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
 
한다 군 2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 <바라카몬>의 주인공인 츤데레 서예가 한다 세이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린 스핀오프작 <한다 군> 2권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읽어보니 역시나 포복절도할 만큼 재미있다. 이 책을 지하철 안에서 읽었는데,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피식 피식 새어 나와 사람들한테 티 안 내느라 혼났다(어쩌면 티가 좀 났을지도 모르겠다;;;).


<한다 군>은 한다 세이가 고등학교 시절 '서예 천재'로 이름을 날리며 학생인 동시에 직업 서예가를 겸하던 이야기를 그린다. 서예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외모면 외모, 두뇌면 두뇌, 빠지는 게 없는 한다는 정작 주변 학생들이 모두 자기를 미워한다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다. 그런 한다를 시기하고 질투하다가 되려 흠모하고 동경하게 된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 수만 해도 한 손으로 꼽고도 남을 정도! <한다 군 2>에서는 여기에 한다를 흠모하다 못해 외모와 행동까지 똑같이 따라하는 녀석, 짝사랑을 하다 못해 한다의 어머니까지 질투하는 녀석, 한다가 자신을 경쟁자로 여긴다는 착각 속에 사는 녀석까지 등장해 코믹함이 배가 되었다.


2권의 하이라이트는 사회성 제로인 한다가 자신의 사회성 없음을 극복하기 위해 기를 써서 이야깃거리를 생각하고 억지로 웃음을 지으는 대목! 반 친구한테 말 한 마디 걸은 걸 가지고 하루종일 행복해하다 못해 어머니한테 자랑까지 하는 한다가 어찌나 귀엽던지 ^^ 올해 내가 읽은 출판 만화 중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바라카몬>과 <한다 군>의 다음 권을 얼른 보고 싶은데 언제쯤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을까. 만화는 읽는 시간은 짧은데 기다리는 시간은 하염 없이 긴 게 슬프다.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펀맨 One Punch Man 5 - 만신창이로 빛나다
ONE 지음, 무라타 유스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주말에 <원펀맨>을 읽다가 동생이 보이길래 그림이 아이실드 같다고 하자 동생 왈, "그거 아이실드 작화가가 그린 거야." 덧붙이길 아이실드 작화가 무라타 유스케는 생동감 있는 연출과 탄탄한 작화실력을 갖추어 팬들 사이에서 '무라갓(god)'으로 불리는 작화의 신이란다. 아이실드를 전부 본 것도 아니고 동생이 보는 걸 옆에서 몇 번 들여다본 적 있을 뿐인 내가 <원펀맨>을 보자마자 아이실드 작화가가 그린 작품이라는 걸 알아채다니. 나에게 이런 눈썰미가 있었을 줄이야!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덕력(!) 높은 동생을 둔 덕분에 나까지 만화보는 눈이 높아졌나 보다 ^^



무라타 유스케가 작화에 참여해 큰 화제를 모으며 일본에서만 단행본 누계 판매 부수 600만부를 돌파한 <원펀맨>은 그림도 그림이지만 스토리도 재미있다. 히어로물이나 액션물을 즐겨 보는 편이 아닌 나도 <원펀맨>은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일단 주인공인 히어로 사이타마가 대머리라는 것! 울끈불끈한 근육과 화려한 기술을 지닌 적들을 앞에 두고 민머리를 반짝이며 맹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이타마를 볼 때마다 피식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 사이타마가 펀치 한 방으로 모든 적을 날려버리는 최강의 '원펀맨(one punch man)'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으랴. 



사이타마가 생활력 만점의 서민 히어로라는 설정도 웃음을 자아낸다. 애초에 히어로가 된 것부터 지구를 지키겠다든가 정의를 구현하겠다든가 하는 거대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백수 시절 취업 면접에서 떨어져 기운 없이 길을 걷던 중에 괴물을 만나서였다. 그 후 피나는 노력 끝에 히어로가 된 후에도 적과의 대결을 앞에 두고 오늘이 쓰레기 분리 배출하는 날이라는 걸 떠올리지 않나, 마트에서 슈퍼 세일하는 날을 챙기지 않나 온갖 친숙한(혹은 찌질한 ^^) 모습을 선보이는 장면이 너무 웃겼다.



무엇보다 이 만화는 겉보기엔 히어로가 세상에 난무하는 적들을 해치워나가는 전형적인 액션물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회 풍자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경쟁을 강요하다 못해 학생의 자유로운 생각마저 억압하는 학교 교육이나 아무리 일해도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뱅이는 더 가난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에 대한 풍자가 특히 눈에 띄었다. 신이 내린 작화에 유머와 풍자가 어우러진 스토리! 이러니 인기 있을 만하지.



이번에 나온 5권과 6권부터는 사이타마가 히어로 협회의 C급에서 B급으로 승급하며 순식간에 등장인물이 확 늘었다. 그만큼 이야깃거리도 풍부해질 것 같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토 셀프 트래블 - 2015~2016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5
조경자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토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관광 도시이기 때문에 관련 책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지 않다.

오사카와 연계해서 다룬 책은 많지만 교토만 단독으로 다룬 책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

그 중에서 가장 최신 정보를 담고 있고(2015~2016년 최신판) 좋아보이는 책을 고른 게

바로 이 책 <교토 셀프트래블> 이었다.



장점


1. 교토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저자가 오랫동안 일본에 관련된 일을 하고 교토에도 여러 차례 방문한 까닭인지

다른 교토 여행 책자에는 없는 정보도 많고 현지인들이나 알 법한 정보도 많이 보인다.

정보도 비용이나 개폐장 시간을 적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관광지의 유래나 특별한 볼거리,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에피소드며 감상 같은 것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교토 중부나 동부의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서부나 북부, 외곽 지역에 관한 소개도 잘 되어 있으며,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행자가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소개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교토를 잘 이해하고 있고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2. 편집이 잘 되어 있다

표지는 일반적인 가이드 북 느낌이지만 

안에는 교토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근사한 사진이며 귀여운 일러스트가 잔뜩 담겨 있다.

편집이 예쁘게 잘 되어 있어서 휘리릭 넘기며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단점


1. 글씨가 너무 작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보기가 힘들었다.

 필히 밝은 곳에서 형광펜을 지참하고 보시길.


2. 여행 코스 정보가 부족하다

여행지며 음식점, 쇼핑할 곳 등 개별 스팟에 대한 정보는 자세하게 나와 있지만

어느 지역을 어떻게 여행해야 하는지, 즉 코스에 관한 정보는 부족하다.

책 말미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양도 적고 내용도 부실하다.

교토 여행 코스를 정할 때는 다른 가이드북을 참고하되

개별적인 장소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이 책을 보는 게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