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5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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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소설광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보냈으나 오랫동안 절판되어 구하기가 힘들었던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소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가 새로운 옷을 입고 돌아왔다.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5권으로 출간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는 1988년 제1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로 출간 30주년을 맞았다. 


소설은 야구가 사라진 세상이 배경이다. 책을 읽다가 야구에 관한 구절이 나오면 모조리 필사하는 괴짜 글쟁이를 비롯해 슬럼프가 아닌데도 자신이 슬럼프에 빠졌다고 믿는 야구 선수,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되려면 시 900편 쓰기와 포르노 100편 보기를 해야 한다는 큰아버지의 꾐에 빠진 초등학생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다 읽었다,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나로서는 이 소설이 재미있지도 않고 쉽게 읽히지도 않았다. 야구에 대해 1도 모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이 소설과 마찬가지로 야구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소설 <머니볼>도 나는 재미가 없어서 읽다가 도중에 관뒀다). 


이 소설이 내게 남긴 건 뜬금없게도 나카지마 미유키의 노래 '시대(時代)'다. '제1장 가짜 르나르의 야구 박물지'를 읽다 보면 등장인물이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문득 나카지마 미유키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도 하고, 마침 나카지마 미유키의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계절인 가을이기도 해서 동영상 사이트에서 영상을 찾아서 봤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어릴 때는 나카지마 미유키의 노래가 좋은지 몰랐는데 지금은 나카지마 미유키 노래도 좋고 비슷한 연대에 활동한 베테랑 뮤지션들의 노래가 좋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도 언젠가 술술 읽힐 날이 올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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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누가 할래 - 오래오래 행복하게, 집안일은 공평하게
야마우치 마리코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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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대 후반에 시작한 연애 끝에 내가 얻은 결과는 결혼이 아니라, '집안일을 세 배로 늘리는 괴물'과 산다는 현실이었다." 일본 작가 야마우치 마리코의 에세이 <설거지 누가 할래>를 읽으며 맨 처음 밑줄을 쭉 그은 문장이다. 저자는 30대의 문턱에서 한 남자를 만나 3년간 동거하고 결혼에 이르렀다. 좋아하는 남자와 같이 살고 식구가 되면 마냥 즐겁고 편안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달랐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면 번거로움이 반으로 줄어야 정상인데, 저자가 느끼는 번거로움은 절반이 아니라 두 배, 세 배에 달했다. 두 사람 모두 직업이 있고 일을 하므로 집안일을 반으로 나눠야 합리적인데, 저자가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과 수고는 절반을 넘기고도 남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자가 남자친구와 동거하기로 결정한 직후 이사를 하면서 알게 된 남자친구의 습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둘째, 그러면서 참견은 한다(게다가 나를 아랫사람 대하듯 한다). 셋째, 감사할 줄 모른다. (ㅋㅋㅋ) 이렇지 않은 남자도 있겠지만, 어째 내가 아는 남자들은 죄다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 여자친구가 '여자'가 아니어도 이렇게 대할까. 


이 밖에도 한숨 푹푹 나오는 사례가 이어지는데, 내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저자가 이 (따위의)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고 결혼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아니 왜 아오이 유우 주연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쓰고 앙앙에 칼럼을 연재하는 인기 작가가 굳이 이런 남자와 같이 살까. 고통과 손해를 감수해도 좋을 만큼 잘 생겼나. 아님 실은 두바이 석유 부자라든가... 저자는 맺음말에 '세상을 바꾸려면 우선 집안에서!'라고 썼지만, 집안에 있는 사람이 집을 부술 수 있을까. 현재의 결혼 제도는 여남평등과 공존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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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폭풍 1 얼음과 불의 노래 3
조지 R. R. 마틴 지음, 이수현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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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인 베스트셀러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제3부 <검의 폭풍> 1권과 2권을 읽었다. 드라마로 봐서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설렁설렁 읽으려고 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덕분에 눈 밑에 다크서클이 ㅠ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스타크 가문의 서자 존 스노우와 야인 이그리트의 사랑 이야기는 낭만적이고(이 둘을 연기한 배우들은 얼마 전 실제로 부부가 되었다 ㅎㅎㅎ), '얼굴 없는 자'가 되기 전의 아리아는 영특하고 사랑스럽고, '아직 살아 있는' 스타크 가문의 장남 롭과 어머니 캐틀린은 반갑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악역 중에 가장 싫은 조프리와 램지 볼튼도 '아직 살아 있다'. 이들의 악행에도 끝이 있고, 이들이 어떻게 결말을 맞는지 알고 있는데도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싫어 너무 싫어... 세르세이도 아직 미치기 전인데, 이때만 해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녀였던 세르세이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제이미 때문인 걸 알지만 그뿐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오랜만에 원작 소설을 읽으니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보고 싶어졌다. 내년에 방영되는 시즌 8을 끝으로 종영된다는데, 워낙 재미있게 본 드라마라서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더 크다. 종영 전에 시즌 1부터 다시 볼까. 언젠가 시간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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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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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무료 이북으로 만나게 된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인터넷 서평을 살펴보니 의외로 부정적인 평이 많아서 놀랐다. 무료로 읽어서 그런가. 나로서는 이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제시 버튼의 다른 소설을 전부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건 당연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긍정적인 평이 압도적으로 적을까. 그래서 내가 하나 보탠다. 


때는 1686년. 가난한 집안의 맏딸인 넬라 오트만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성공한 상인 요하네스 브란트에게 시집을 간다. 여자는 그저 좋은 남편 만나서 편안한 가정을 꾸리는 게 최고라고 믿는 넬라의 어머니는 넬라가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좋은 남편을, 그것도 막대한 부를 축적한 남편을 만났다는 사실에 흡족해한다. 넬라 역시 하루빨리 요하네스와 가까워져서 귀여운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넬라의 기대와 달리, 요하네스의 여동생과 하인들은 넬라를 차갑게 대한다. 남편인 요하네스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을 자주 비운다. 이제 고작 열여덟 살인 넬라는 앞으로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요하네스가 결혼 선물이라며 미니어처 하우스를 선물한다. 집과 집안 식구들을 그대로 축소한 듯한 미니어처 하우스를 보고, 넬라는 놀라는 척했지만 실은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 아니나 다를까, 넬라의 주변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마치 예언이라도 하는 듯 미니어처 하우스에도 변화가 생긴다. 넬라는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의지할 수 없는 낯선 도시에서 미니어처 하우스만이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고 믿고, 미니어처 하우스를 만든 미니어처리스트를 만나려고 한다. 하지만 넬라가 미니어처리스트라고 짐작하는 여인은 넬라가 손을 뻗어 잡으려 할 때마다 사라진다. 


이 소설은 언뜻 보면 어린 신부 넬라가 돈 많은 남편을 따라 낯선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 할리퀸 로맨스 풍의 미스터리 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 보면 성차별, 인종 차별, 계급 차별, 성소수자 차별 등에 기반한 사고방식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왔던 넬라가 남편 요하네스, 시누이 마린, 흑인 남자 하인 오토, 고아 출신의 여자 하인 코넬리아와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 안의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작가는 미니어처 하우스라는 설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예언이나 미신, 관습이나 통념 같은 것에 매달리는지를 고발한다. 넬라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미니어처리스트의 예언을 듣는 데에만 급급하다. 한 지붕 아래 사는 식구인 요하네스와 마린, 오토, 코넬리아에 대해서도 직접 물어보지 않고 남들이 들려주는 말이나 소문에 의지해 판단한다. 만약 넬라가 요하네스와 마린, 오토, 코넬리아와 더 일찍,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소중한 건 왜 항상 잃고 나서 그 가치를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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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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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를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가 도입부에 등장한다고 해서 다소 걱정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한국 여객선 블루오션호가 동해상에서 침몰한다. 원인은 과적을 감추기 위한 평형수 조작과 부적절한 선체 개조 등. 여기에 선장과 선원들의 직무 유기와 뒤늦은 구조 같은 문제가 더해지면서 수백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약간의 변형을 제외하면 대체로 세월호 사고의 세부 내용과 일치한다. 다만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사고 자체가 아니라 사고 당시 일어난 사건이다. 사고 당시 한 일본인 남성이 한 일본인 여성이 가지고 있던 구명조끼를 억지로 빼앗아 착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남성이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매스컴을 통해 공개되고, 폭행당한 여성이 실종된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남성은 일본의 전 국민으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게 된다. 이에 남성은 형법상 '긴급 피난'을 주장했고, 당장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는 것이 참작되어 무죄로 풀려난다. 


이로부터 10년 뒤, 사이타마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 보호사가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피의자는 입소자인 이나미 다케오. 전직 소년원 교도관이자 현직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의 은인이다. 미코시바 레이지는 어린 시절 이웃집 여자아이를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하여 '시체 배달부'라는 악명을 얻었다. 그 후 소년원에서 이나미를 만나 진정으로 참회하고 열심히 공부해 변호사가 되었다. 미코시바는 은인인 이나미 교도관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 바로 그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이나미는 면회를 거부하고 자신이 범인이 맞다고 순순히 자백까지 한다. 이대로 이나미가 체포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미코시바는 갖은 수를 써서 이나미의 변호인이 되는데, 그 무엇보다 이나미를 상대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전작인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과 마찬가지로 스릴이 넘친다. 비록 살인이라는 무거운 죄를 지었지만 일찍이 좋은 교도관을 만나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 죄를 지었는지 깨닫고,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와 싸우며 변호사로서 고군분투하는 미코시바 레이지의 모습은 여전히 애처롭다. 더욱이 이번에는 그가 변호하는 대상이 그의 은인인 이나미다. 이나미는 오래전 미코시바에게 가르친 대로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며 순순히 죄를 자백하고 벌을 받길 원하지만, 미코시바는 누구보다 죄의 무게를 잘 알고 있는 이나미가 순간의 분노로 사람을 죽였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미코시바는 혼자서 사건 현장인 요양원으로 찾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요양원이 숨겨온 충격적인 일들이 무더기로 밝혀진다. 최근 한국에서도 요양원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터라 남 일 같이 여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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