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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평점 :
# 책과 함께 지내온 77세의 인생. 책에 대한 최고의 예찬서.
어렸을 적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날 이야기, 목사님이 들려주었던 만화교실 등 이야기를 좋아했던 소년은 책에 흠뻑 빠지고 만다. 일제 강점기 때문에 조선어 대신 일본어로 공부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지만, 낭독의 매력과 책에 빠진 소년은 책과 함께 77년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함께 생활하고 공존하며 자신을 지탱해 주었던 책, 서문의 마지막에 적힌 '책님들이시여,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일 만큼, 저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고, 책 읽는 삶을 즐겼다. 책과 함께 한 평생을 지내온 저자의 독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생의 곳곳에 실린 책과 함께 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다. 힘겹고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던 그 마음, 그리고 책과 함께 생활하는 즐거움의 향기가 책 곳곳에 스며있다.
시, 소설, 비극, 희극 등등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어냈던 방법과 자신만의 장르읽기의 방식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속독과 통독, 징검다리 읽기, 누워서 책읽기, 부모님 몰래 책읽기 등 책에 관한 많은 에피소드들에게 저자에 대한 인간적인 친근감을, 책읽는 다양한 방법과 방식을 통해 수준높은 독서의 방법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책 예찬론을 책을 통해 만나는 일,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 인간에 대한 이해, 작품에 대한 공감!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목인 讀書에 어울리게 1부는 서, 책에 얽힌 저자의 한 평생의 시절을, 2부에서는 요령, 의미, 장르, 작품 읽기로 나누어 책에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요령과 책을 읽어내는 저자만의 방식이 소개되어 있다.
어리고 병약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책에 빠져지냈던 책에 빠진 저자의 유년시절과 일제시대, 광복 이후 등 저자가 살아온 생의 흔적과 함께 얽혀있는 책의 이야기를 즐겁게 만날 수 있다. 읽는 것 자체를 좋아했던 유아와 소년 시절, 고독과 고통과 죽음에 관한 책들을 읽어가며, 생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갔던 청년시절, 노년이 되어 능숙한 달인처럼, 산책하듯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책과 하나가 된 듯한 책읽기까지, 저자가 살아왔던 삶과 그 삶을 걸어가는데 변화의 계기가 되었던 책들과의 만남이 1부에 실려있다. 당신이 이제껏 읽어온 책들을 말해준다면, 당신이 누군지 말해주겠소 라고 말했던 옛 사람의 이야기처럼 책이 저자의 인생을 변화시켜온 과정을 알 수 있다.
2부에서는 꼼꼼하게 책 읽는 방법, 속독과 숙독의 차이와 경계, 클로즈 리딩 등의 책을 읽는 요령과 책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게임과 물고기, 금을 캐는듯한 즐겁게 책을 읽어가는 방법, 시와 소설 논설문, 등의 다양한 장르를 읽는 저자만의 노하우와 저자의 삶이 되어버린,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토마스 만, 릴케 등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토마스만과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했던 지인이 생각나기도 하고, 지인과 다른 저자만의 작품이해와 깊이있는 책과의 추억도 좋았다.
맛있는 사과를 먹고, 맛있다 라고 말을 하는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맛이 좋은지 표현하는 건 개개인의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했던 책읽기의 매력의 흔적을 1부에서 느끼면서 공감할 수 있었고, 다양한 책 읽기의 방식과 그 매력을 2부를 통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었다. 다양한 책읽기가 있었지만, 한 가지 방식에 편독되어 읽던 나의 책읽기 습관을 돌아 볼 수 있었던 건 책이 내게 준 작은 덤이었다.
책을 읽고 나자, 저자의 다른 책이 궁금해졌다. 많이 듣고 있었지만, 아직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와 <한국인의 자서전>을 읽는 것부터 저자에 대해 알아나갈 기회를 만들 계획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그 책이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 좋은 책은 좋은 사람을 만들고, 좋은 사람은 좋은 책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계기를 얻는다고 믿는다. 책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사람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생각한다. 나쁜 책에서도 좋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반면교사의 능력을, 좋은 책을 만났을 때 그 의미를 잊지 않고 찾으려 노력하는 독서의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 절감했던 시간이었다. 꾸준히 한 글자씩 읽어나간다면, 어제보다는 나은 독자가 될 수 있을거라 기대해 본다. 독서의 '매력'과 저자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