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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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당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네가 있어준다면> 을 읽고 나면 내 곁의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친구들에게 전화걸어 건강하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보지 미처 보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소중함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먹먹한 가슴을 움켜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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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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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지금 잘 살고 있습니까?
 
 
  사람이 죽으려 했다. 그것도 뜨거운 불길에 싸여, 고통이 가득한 분신이라는 방식으로... 대기업의 눈부신 성장의 그림 아래에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살아가기 힘든 조건과 불안한 고용을 감당해야 하는, 하청기업과 비정규직의 희생이 숨어 있다. 책을 다 읽고, 몇 시간 뒤, 거짓말처럼, 현대자동차와 비정규직 파업을 벌이던 한 가장이 분신자살을 시도 했다.
 
  한자로 가득한 근로기준법을 읽다 “나에게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다면…”이라고 탄식한 전태일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아시안 게임 2위, G20 정상회의 개최라는 국가의 국격을 높였다는 자찬의 뉴스 속에서, 외롭고 힘없고, 배울 능력도, 형편도 되지 못한 사람들은 사람들의 외면 속에 또 그렇게 잊혀져가는구나, 나 역시, 쉽게 잊고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신화처럼 되버린 사람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삶을 바친, 전태일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존경스럽지만, 그 크기만큼, 다가서기가 어려웠다. 그냥 나와 관계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되었다. 『너는 나다』에는 영웅 전태일이 아닌, 전태일이 살아있었다면 만났을, 비정규직, 대학생,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지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통만을 강요하는 사회구조의 모순을 알면서도, 그 틀을 바꾸기 보다, 왜 그 틈에서 살아남으려 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 우리의 국격이 더욱 생생하게 보인다.
 
 
#   평범해서 놓치기 쉬운, 고용 불안, 생존 불안의 우리들의 이야기.
 
 
  시대는 변했지만, 약점을 지닌 사람들에게 현실은 늘 팍팍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했다. 수능이 끝나고, 끝없이 알바를 해야 하는 현실, 공부하고 싶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현실, 희망도 보이지 않고, 다른 생활의 격차 속에서 꿈꾸고 싶은 것은 많지만, 가질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재의 삶이 보인다.
 
  하종강 선생님의 노동백과를 통해서는 노동과 관련된 많은 사실들을 배웠다. 어쩌면 학교와 취업준비센터에서 알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들을 배웠다 생각한다. 일본의 노동 법을 그대로 베낀 1953년의 근로 기준법 대로만 시행해도 좋은 법은, 우리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의 외면속에 점점 개악되고 재정이 물러갔음을 알았다.
 
 
#  무엇보다 좋았던 건...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열사 전태일이 아닌, 우리 주변의 사람을 사랑했던 청년 전태일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태일이는 사람을 참 좋아했어야.

  이 말 하니까 생각난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열사님은 어떻고 저렇고 하는데

  그게 말이냐?
 
 
  어느 부모에게 자식이 열사겠냐.

  그냥 아들이야.
 
 
  태일이는 열사도 투사도 아닌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야.
- 109p
 
 
  내가 살기 위해, 타인의 아픔을 모른 척 해야 하는 사회에 산다는 건, 멋진 사회를 사는 일일까.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처지와 환경을 생각하며,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파에게는 눈높이가 높다면서, 눈을 낮춰 취업을 강요받고, 좌파에게는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고 매도당하는 20대들이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어떻게든 생존할 거니까. 아니, 조금 걱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반드시 맞서서 싸울 거니까.'
 
  지금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생존'한다는 것은 이 사외와 어떻게든 맞서서 싸운다는 의미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어떻게든 이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생존하기 위해 맞서 싸워 나갈 것이다.
- 148p
 
 
  꿈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큰 용기라 생각한다. 사람은 10명인데, 앉을 수 있는 의자는 2개 밖에 없는 신자유주의, 앉아있는 자에게는 축복의 만찬이 다가오지만, 남은 8명은 그 자리에 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회, 하지만, 의자에 앉을 힘이 없어, 가볼 생각도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치열한 교육경쟁에 실패한 사람들을 능력부족으로 매도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일지, 같은 일을 하지만, 누구는 감시하고, 누구는 재계약을 못받을까봐 불안해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로 결심했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도 버거운 데, 생각해야 하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그래도 고민하려고 노력하는 건, 다음세대의 아이들이 똑같은 고민에 괴로워하며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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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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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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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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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만들 널, 용서할 수 없어!
 
 
  교통사고처럼 무서운 게 있을까. 아무리 내가 잘 한다고 해도, 타인이 내게 돌진하면 사고를 막기 어렵다. 『교통경찰의 밤』을 쓴 작가 답게, 교통사고를 소재로 섬뜩하고 묘한 분위기의 소설이 탄생했다.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여성이 뒤에서 달려드는 차로 인해 생긴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강한 눈빛으로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를 쳐다보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년 전 교통사고를 낸 신스케는 자신이 낸 사고의 사망자의 남편에게 둔기를 막고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1년 전 사고에 대한 죄책감이 없었다는 사실에 놀란 신스케는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기 위해, 주변의 사람들에게 사고의 경위에 대해 묻지만, 모두들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의구심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놀랄만한 일에 조금씩 빠져들게 되는데....
 
 
#  환상과 사회적 맥락,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본격소설을 쓰던 전반부와 누가, 어떻게라는 추리소설의 무기를 버리고,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사회적 현상에 대해 조망하는 후반부로 나뉜다. 치매노인과 핵가족과 제멋대로인 아이에 주목한『붉은 손가락』, 살인자의 악의 평범함에 눈길을 준『악의』등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함께, 독자와의 심리게임을 하는 작가의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다잉 아이』역시, 사건의 내용은 초반부에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조금씩 틀어지는 이야기와 변화된 사건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의 악의와 죄책감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을 때, 미스터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는 작가답게, 비현실적 상황을 최대한 납득가능하게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간의 말에 큰 에너지가 있듯이, 인간의 시선에도 큰 힘이 있다 생각한다. 잊고 싶은 기억을 되돌리지 못하고, 살아가면서 내내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등장인물을 보며, 내 마음 속의 죄책감과 도덕의식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죽음이란 건 내게 멀리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아침에 인터넷 카페에서 지인과 채팅을 하던 중, 지인의 삼촌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5달 전, 이제는 조금씩 잊었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사고사 소식이 떠올랐다. 슬픔이라는 게, 당신에는 매우 강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잊어가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사고를 통해,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이와 다시 연락을 하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살아있을 때 연결되었던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오늘 하루에도 많은 사고가 일어나고,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생명을 잃는 사람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저 무료한 일상이라도 생각했던 오늘이 다르게 보인다고 할까. 잊고 살던 삶의 다양한 감정들이 책을 읽은 후 많이 생각났다.
 
  악을 저질르면서도 죄책감이 없는 이를 뻔뻔하다고 말한다. 악한 사람과 함께 지내다보면, 악에 대해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다. 악에 의해 당하면서, 악과 닮아가는 경향도 있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과 닮아간다고 할까. 살아가면서, 저질렀지만, 때를 놓쳐버린, 지난 행동들을 한 번 돌아보았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교통사고 뒤의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이 씁쓸했다. 앞으로도, 충분히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들... 나 역시,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현실과 타협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죠? 그러니까, 불쾌한 기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이 말입니다."
  "어떻게 하고 말고가 있겠습니까.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죠. 그 뿐입니다."

 
 
  착하게 살긴 어렵지만, 쉽게 나빠지기 쉬운 현실이 눈에 크게 보였다. 도망치고, 외면하고, 회피하려는 마음을 지닌 이의 최후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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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깨우는 글쓰기
로제마리 마이어 델 올리보 지음, 박여명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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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의 괴로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1년 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늘 생각만 맴돌았다. 글을 쓰려하면, 이 글을 누가 보고 뭐라 하면 어쩌지하며, 두려워하기도 했고,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읽기에서 멈추기도 했다. 일상의 풍경, 사람과의 만남, 추억하고 싶은,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쓴다는 실천을 하지 못했다.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일상 기록법이란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일을 하거나, 쉬고 있거나, 사람들은 무언가에 지쳐있다. 고요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맑은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산사에 있는 스님에게 가능한 일이다. 매일 사람들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고, 마음이 바쁜 속인들은 글 한 줄 끄적이는 데도 많은 생각에 빠져 산다.
 
  부제처럼, 책은 편하게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쓰기는 감각을 자극하고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창조적인 표현 수단이고 창조적인 행위임과 동시에 모험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왜 써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즐겁게 쓸 수 있는가? 이렇게 기록하는 일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가?라는 3가지 질문에 대합 답이 책 구석구석에 숨어있다.
 

#  글쓰기 나를 찾는 여정.
 
 
  저자는 글쓰기를 하는 이유를 삶이 허무하게 흘러가 버리는 느낌을 벗어나기 위한 기록이라 말한다. 매일 겪기 때문에, 큰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스쳐 지나가는 작은 조각들을 열심히 기록하다보면,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고 주장한다. 오래 전에 썼던 일기장을 보면서, 그때 했던 생각들에 깜짝 놀라듯이, 글쓰기에는 나를 돌아보게 하고, 하루를 살게 하는 힘이 있다. 가끔은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닥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에서는, 경청하기만 해도 많은 어려움의 반은 풀린다는 글귀가 떠올랐다.
 
  글 쓸때 고민하게 되는 도구, 장소, 글쓰기의 형식은 큰 의미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쓰고 싶고, 적고 싶은 장소에서 자유롭게 글쓰기를 시도하기를 저자는 권한다. 생각의 전환을 주는 큰 방법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당장 여기에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 좋았다. 거창하지 않아도, 바로 시도할 수 있기에,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내 생각을 조금씩 일기장에 노트에 적었다.

  2부에서는 새롭게 글을 쓰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는데, 목록시와 두 단락 기술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목록시를 통해서는 시라는 형식에 대한 부담감 없이 단어 나열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였다. 두 단락 기술은 찬성 또는 반대, 사실 또는 감정, 관찰 또는 해석 으로 나누어 글을 쓰는 방법이다. 토론의 주제라던지, 수필로 쓸 주제들의 글감을 정리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록이라는 게, 당시에는 소소해 보여도, 지나고 나면 당시의 현실을 정확히 보는 좋은 열쇠가 된다. 지금 이 순간, 사는게 무료하거나, 의미없어 진다면, 그 이유를 글로 써보자. 부정적이던 우울하던지 일단 쓰고, 마지막에는 희망적인 글귀로 남기자. 가까운 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는 펜으로 종이에 쓰는 것만으로도, 속 깊은 친구와 대화해서 후련함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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