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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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아버지 세대 이해하기 프로젝트' 첫 번째 만남, 
 
   권위주의 시대에 성장한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정체성 형성을 따라가 보다.
  
  
  
 『편견 없는 김대중 이야기』의 서평을 먼저 썼지만, 전인권이라는 정치학자를 알게 된 건 『남자의 탄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시대의 아이콘이던 '3김 시대'의 김대중 문제를 당대 우호적이지 않던 시대적 배경속에서도 솔직하고 치우치지 않은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알 수 있지 않을 까 싶어 그의 책을 찾았는데,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남은 저작이라도 찬찬히 읽어보기로 했다. 

  권위주의를 싫어했던 민주적이라 생각했던 자신과 다른 권위적인 모습을 보았을 때의 충격으로 이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개인의 삶이 아닌,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아버지 역할과 어머니 역할에 충실했던 부모의 삶, 부모와 함께 생활했던 기억들은 현재의 저자를 만들었던 큰 영향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 권위는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질서와 권위는 어머니의 만족의 공간과 복종이 맞물리면서 만들어낸다.
  
     
   아버지 세대가 이런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말씀에 감히 거역할 생각을 못했던 시절, 학교에서 제식훈련을 통해 질서를 배우던 시절, 성에 대해 성녀 또는 창녀로 생각하는 이분법, 대하기 힘든 어머니와 너무나 내 맘을 잘 알아주는 형제들 중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믿는 어머니와 함께한 시절이라고 할까. 
 
  돌이켜 보니 세 명 다 똑같이 각 아들의 이상형에 맞게 연기해낸 어머니의 행동을 가부장제도에 항거하기 위한 슬픈 행동이었다는 것과 그로인해 형제간의 우애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경험까지, '오이드푸스 컴플렉스'를 이야기한  프로이트 이론처럼, 성을 매개로 아버지와의 경쟁관계를 통해 살펴보는 가족에서의 사회화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지금과 매우 달랐던 부모세대의 가정의 분위기와 사회의 분위기 한 아이가 어떻게 권위와 우월감에 가득찬 '동굴 속 황제'로 성장하게 되는지 알게 된다.
    
  어렸을 때 젖을 떼는 일과 '권위'와 관련된 미묘한 싸움들, 자장면을 사 먹일때도 신분의 감옥에 자연스럽게 갇혀버린 부모님들의 행동을 통해, 자신이 실패하게 된 연유를 과거의 경험에서 솔직하게 살펴보고 드러낸다. '가족'이라는 묘한 신비감에 싸여있는 공동체의 구조를 밝히려는 시도만으로도 멋졌다고 할까. 거기에 성장이 아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회사원, 가장으로 진급하는 삶을 사는 봉건적 제도속에서 자연스럽게 가부장적제도가 고착화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 아이가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더 잘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사랑하는 방법과 높을 것을 지향하게 하는 법을 가르쳤던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무엇보다 권위라는 것이 '아버지' 혼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할까.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사이에 스며있던 한국문화속의 권위는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교에서 신입생이 들어오면 왠지 어리고, 철이 없어 보였던 행동들, 군대에서 신병이 고참에게 아기처럼 하나하나 배우는 과정들 그 속에 신분이라는 역할과 그 역할로서 신분제 사회를 만드는 사회에서의 학습화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점, 스스로 의식하면서 벗어나려 애쓰지 않으면 관습과 습관이라는 과정에서 당연하다 느껴지게 된다고 할까. 

  저자의 통찰력과 설득력 강한 문체로 흠뻑 책 속에 빠졌던 시간이었다.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사회화과정을 거쳤는지 알게되자, 평소에 이해되지 않던 많은 부분들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 '네 안의 아버지를 살해하라.'
  
  
  
  권위주의에 빠진 사람은 잘된 건 내 탓, 잘못된 건 조상탓을 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황제 속 동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아버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마음에 각인된 '이상적인' 이미지를 살해하라고 이야기한다. 당신만이 이 땅의 유일한 상속자인 것처럼 행동하지 말고, 실제의 아버지와 네 안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먼저 내 안의 아버지를 정확하게 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쉽지 않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자기부정을 통해 자기긍정을 얻는 방법을 권하는 저자의 주장을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권위주의는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한다는 저자의 말, 어느 순간 대화로 소통하는 것이 아닌,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신념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있는 부분부터 찾아서 바꿔나가는 일을 시작해야 겠다. 지금 시대는 하나의 길을 모두가 함께 걷는 때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삶의 반경을 넓혀가는 시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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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기술 - 심리학자의 용서 프로젝트
딕 티비츠 지음, 한미영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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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한 마음이 쌓이면 한이 된다.
 
    
  살다 보면, 남들이 보았을 때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자신에게 비수로 꽂히는 때가 있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말들이 상처에 꽂혀있는 비수를 흔들어 상처를 더 벌어지게 한다고 할까. 억울한 마음이 쌓이고 쌓이여, 가슴에 꾹꾹 담아두다 보면 한이 된다. 한 때 유행했던 '화', 분노를 잘 다스리는 법에 관한 책이 유행하는 것도 많이들 속상한 일을 마음에 담아 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과거를 툭 털어버리고 놓아주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회피, 부정, 희생, 비굴이 아닌 용서하는 방법, 이건 인격완성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떠나지 않는다. 『용서의 기술』, 제목이라면 용서가 마음에서 우러난 표현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하면 익힐 수 있는 기술이란 말인데,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심리학자가 이야기하는 용서프로젝트라는 말이 마음에 끌렸다. 용서를 통해, 고혈압도 낮출 수 있다는 말은 일석이조라도 할까. '버럭' 주여사님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마음이 바빠졌다.
 
    
#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일. 용서.
 
 
몸의 고통과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지만, 용서는 마음을 달리 먹어야 하기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한다. 공평하지 삶을 인정하고, 삶이 불행한 원인은 자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 자신을 갇혀있게 한고 분노를 쌓이게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고쳐먹기가 힘들다. 용서의 매력적인 방법은 모두가 알지만, 그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8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과 분노지수를 늦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사례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개인적 용서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을 12단계로 나누어 제시한다.
 
  6장까지는 개인적인 관점을 바꾸는 방안에 초점을 7장과 11장은 용서의 힘든 현실을 적시하고, 8장은 새로운 틀을 입히라는 방법을 9장, 10장은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12장에서는 살아가기 위해 용서하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11장의 용서하기 위한 몇 가지 주의사항에 대한 부분이 가장 공감이 갔다. 너무 빨리 용서하는 일은 현상을 회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 상대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복수의 수단으로, 감정의 문을 닫아버리는 방법으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압박으로, 타인을 대신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용서를 하지 말라는 말에서 용서가 만만치 않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 틀을 더 넓고 크게 보라는 말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내 시선에서만 상황을 보지 말고, 타인의 시선에서, 좀 더 넓은 시각에서 현상을 바라보았을 때 용서를 위한 작은 시작을 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사실 용서가 힘든건 견디기 힘든 상처로 이성적으로 바라보기 힘들어서인데, 저자는 다르게 마음을 바꾼 상태에서 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세심히 살피기를 권해서 머리로 이해한다고 쉽게 되는 일은 아니란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할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혈액의 성분의 추출만으로도 분노에 빠져있는지 아닌지 이제 알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 신체의 악영향은 마음을 병들게 만들고, 마음이 병들면 몸도 나빠진다. 과거의 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보는 관점을 바꿈으로써, 마음속의 리모컨을 만들어, 분노에 깊이 빠지게 될 때 리모컨을 돌려 자신이 좋아하는 상황으로 빠지는 연습을 통해 몰입하는 것에 벗어나고, 상황을 넓고 다르게 봄으로써 용서하려는 노력을 해 나간다면, 용서에 어쩌면 도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습관적으로, 삶의 일부로서 용서하려는 자세를 몸에 지녀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어쩌면 용서야말로,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처럼 남들이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졌을 때 되는 일이니까. 다른 용서의 관한 책들보다 좀 더 세세하게 실천적인 방법과 논의할 사안들이 꼼꼼하게 들어있는 점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 용서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저자는 용서를 현재의 평온을 회복하고 미래의 희망과 삶의 목적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에 받은 분노와 상처에 새롭게 틀을 입히는 과정이라 정의한다. 용서를 중요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용서하기가 더 수월해지고, 용서를 자주 베풀면 베풀수록 더 관대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하면 좋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 멀어보이는 용서, 급하게 달성하려 애쓰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마음의 그릇을 넓혀간다면, 용서의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설계한다면, 과거에 매여 현재와 미래를 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이다. 이 말을 이용해서 용서의 방향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꾼다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화해는 둘이하는 것이지만, 용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말,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꼭 해 볼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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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꾀끼꼴깡 - 무한 상상력 엔진
김창남 엮음 / MSD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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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타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일은 쉽지 않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이미 자기만의 길을 걷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관심이 있지 않더라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듣는 일은 쉽지 않다. 강연과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결국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인데, 내가 좋아하고 원했던 취향에 일치하는 것만 보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는 마음으로 인터뷰와 강연집을 찾던 중 만난 책이다.
 
  성공회대 신방과 <매스컴 특강> 강의에 초대된 10명의 강연자들을 수강한 학생들이 섭외부터 기획, 홍보까지 팀을 만들어서 준비하고 채록까지 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만화가, PD, 방송인, 브랜드 디자이너, 작가 등 사회에서 인정받는 10명의 각양각색의 강연기록들이 담겨있다. 목차만 보았을 때 생소하고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의 강연자도 있었다. 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도 만나야 하니까, 살면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자는 다짐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  10인의 강한 개성이 인상적인 강연들.
 
 
  다채롭다는 말이 책을 완독한 후 떠올랐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개성의 다채로운 색을 흠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테마파크 디자이너와 브랜드 디자이너, 전 교양프로그램 PD와 만화가, 작가, 방송인을 움직이지 않고도 한 장소에서, 전기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건 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책의 장점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창의성과 자기계발’이라는 주제의 강연이었지만, 강연은 강연자의 직업적 특성이 잘 배어나온 다채로운 경험기와도 같았다. 도시를 디자인하는 테마파크 디자이너 김준기 대표는 전통문화를 정부에서 돈을 들여 보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반대하며, 지금 우리가 보존하려 하는 문화들도 100년 200년 전에는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대중적인 전통문화라면서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야기한다. 보편성에 내재된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그는 건강함을 이야기한다. 제주도 돌 문화공원과 국립 중앙 박물관 앞의 조경 등 실제 강연자가 했던 경험을 근거로 이야기했기에 설득력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컨텐츠 디자이너인 탁현민씨의 강연에서는 변화된 세상과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든다는 사실을, 공연과 방송분야의 사례와 함께 들을 수 있었고, 김제동씨의 강연에서는 한때 UCC를 강타했던 마이크를 잘 사용하는 법을 유쾌한 이야기들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사투리’에 대한 애정과 타인을 배려하고 겸손한 그의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재치는 강연 내내 웃음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김준기 대표와 김제동씨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강조했다.
 
  ’처음처럼’, ’옥토’등의 브랜드를 디자인한 손혜원 대표에게서는 지혜는 샘처럼 나온다며, 많이 채운다음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어떤 것을 잘 하려 노력하면 잘 하게 된다는 작은 노하우를 시에서 희곡으로, 소설로, 영화로 변화하는 흐름과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변화하는 영상매체의 변화과정과 시나리오 작가의 특성과 한국의 현실을 알려주는 심산 대표에게는 낯설어 보이는 ’시나리오 작가’의 새로운 면을 배울 수 있었다.
 
  자기만의 개성으로 영화를 만들어 내는 이무영씨에게는 소신과 1950년부터 90년까지 변화한 미국음악의 흐름을 배울 수 있었다. 멀리했던 분야를 친근하게 만드는 매력은 각 분야에 달인이 된 강연자의 매력적인 강연솜씨 덕이다. 성석제 작가의 강연에서는 그의 군대시절과 시인으로 출발했다는 독자에게 충격적인 사실과 그의 문학의 특색을 알 수 있었고, 작품과 또다른 작가로서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만들었던 정길화씨에게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그 무엇이 되고 난 뒤가 중요하다는 말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신문읽기의 혁명>으로 알려진 손석춘씨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와 독서와 집회 현장에 한 번의 가볼 것을 권하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로맨스 킬러>와 <위대한 캣츠비>로 유명한 강도하씨는 유년시절의 기억이 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결과와 만화가에 대한 대우, 그의 작품 뒤에 숨겨진 에피소드, ’불안’이 만들어낸 힘 등 굴곡있는 삶 속에 배어나오는 소신을 느낄 수 있었다.
 
   
# 대학생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
 
 
  좋은 강연은 청중을 가리지 않지만, 대학생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내기와 2학년 대학생들이 읽고, 자신의 생각의 샘을 강으로 바다로 넓게 확장시키는 계기를 만났으면 좋겠다. 좋은 학점과 좋은 스펙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생의 불안의 위기를 돌파할 자기만의 가치관과 희망의 힘을 갖추기 못하면 사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쉽다.
 
  지식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깊은 성찰과 많은 만남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책을 계기로 노력한다면, 지식 뿐 아니라, 지혜로 가는 길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세상에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다는 엮은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대학생들이 꼭 잊지말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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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없는 김대중 이야기
전인권 지음 / 무당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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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왜 다시 김대중일까?
 

  책이 출간된지 12년이 지났다. 10년 정치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한다는 걸 느낀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외치던 동쪽의 외침도 지쳤고, '선생님'을 넘어서 종교적 신화로 떠오른 전라도의 반응도 부담스러웠다. '설쳐대니 보기 싫다'와 '오죽하면 그럴까'만 난무했지, 냉정한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남자의 탄생』을 통해, 아버지 세대의 유년시절을 살펴볼 수 있게 되면서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을 쓴 미술평론가이면서 정치학자인 저자는 이제 이승에서는 보기 힘들다. 짧은 생을 떠나간, 저자의 저작을 다시 읽어보자는 마음과 '아버지 세대 공감하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처음 꺼내든 책이 '편견 없는 김대중 이야기'이다. 박정희 때부터, 전두환, 노태우까지 오랜 시간 편견와 오해를 받아왔던 '그를 계산해보자'글이 흥미로웠다. '강원'출신인 비호남출신과 '국가주의' 교육을 받은 보수적 성향의 그가 잘못 건드렸다가 데이기 십상인 김대중에 대해 이야기한다.

 
# 김대중 '골수지지자'와 김대중 '안티'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 균형잡힌 시각이 인상적인 책.


  
  책이 나왔던 시점은 김영삼 대통령 당선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95년 다시 정계복귀를 선언한 '대통령병 환자' 김대중씨가 대선출마를 결정하고, '제 3 후보론'과 반대여론이 높았을 때 기점으로 '김대중'에 쌓여진 편견을 벗기려는 목적으로 쓴 책이다. 김대중 '안티'세력에게는 불편한 진실을, 김대중 '골수지지자'에게도 불편한 이야기가 잔뜩 담겨있다. 나는 '골수 김대중 주의자'가 아니다로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명절이 되면 벌어지는 정치에 관한 많은 싸움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폭행시비가 붙어 뉴스에 실리기도 했던 당시 정세와 '전라도'와 '용공론'으로 대통령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던 비호남 사람들의 경계심이 가득했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현상을 가지고 있던 인물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한 책이다.

  책은 "다른 것은 다 좋지만 대통령은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비호남 지방 사람들의 정서와 그런 시각의 연유가 '분리 지배'의 심리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콩쥐팥쥐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인간은 팥쥐엄마와 더 많이 닮았다는 사실이고, 팥쥐엄마의 문제는 '콩쥐'를 가족의 대상이 아닌, 일꾼의 시각으로 보았기 때문에 콩쥐가 게으르고, 밥을 많이 먹고, 허영심 많아 보이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법적인 자녀'를 고려하지 않아 콩쥐의 인격성을 파괴하는 현상을 지적하는 대목에서 공감할 수 있었다. 급격한 시선의 바꿈이 아닌, 현실을 인정하고, '현재적 상황에서 가능한 합리적 태도'를 취하자고 주장한다.

 
# 암울했던 현대의 정치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책.  


   
  '김대중은 전라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와 '김대중은 베켄바우어다 - 수비의 천재', '전라도의 화두는 평화다', '전라도 사람들의 심정은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다는 정신적 가치'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로서의 편견을 벗기려 하고, 4가지 활용가치로 '국민통합적 차원', '지방시대 활성화 차원', '3김 정치의 불가피성 차원', '수평적 정권교체' 차원의 활용가치를 외친다.

  '빨갱이, 용공'을 강조해서 한 사람에게 심하게 박해했던 상황과 '전라도에 대한 차별적 이미지'와 '드러내 놓고 말하지 못했던 전라도 사람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잘 드러내어 그 당시의 한국정치의 흐름을 살필 수 있게 한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흐름속에서 '인권'과 '민주'에 대한 시각은 많이 나아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책은 긍정적인 모습과 함께 한계도 잘 지적하고 있다. 한 쪽으로 편들지 않고, 바라보는 관점이 그 당시 김대중 대선후보를 바라보던 시각중 가장 나았다고 할까. 이순신, 안중근 처럼 '죽은 인물'을 대접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우리사회의 현상과 한국에서는 동서로, 서울에서는 각 구로, 각 구에서는 각 동으로, 각자의 소속지역을 중요시하는 한국 특유의 파벌과 의리가 난무하는 종족사회의 모습을 잘 비춰주고 있다.

  영국은 종교문제로 500년이상 다툰끝에  민주주의를 발전시켰고, 프랑스는 '강한신분제도'를 또 다른 나라들은 '인종문제'로 각 나라마다 문제를 안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괜히 주는 것 없이 밉고, 도저히 같이 지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때 가장 결정적인 발전을 이룩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3김 정치는 무너지고 있다는 저자의 예측은 적중해서, 그때 이후로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지만, 늘 대권에 나오는 그 때 뿐이라고 할까. '이미지'가 정치에 큰 영향을 차지하는 점을 우려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현실이 된 지금, 'XX 죽이기'가 난무하는 한국 정치의 정서는 국민들에게 극한 정치적 혐오를 가져다 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 혐오가 강할수록 더욱 그나마 좋은 사람을 찾기 위해 나서야 하는데 말이다.  


  97년 대선의 결과로 지역통합의 영향은 커졌는지 모르겠지만, 지역소외와 서울집중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 다같이 함께 잘살기 위한 공감대가 필요한 데, 현실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나만 잘 살면 돼'라는 경향이 많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정치의 한계를 잘 볼 수 있었다고 할까, 아버지 세대가 어떤 고충을 겪고 이 땅을 살고 있었는지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대선'의 시대적 흐름을 생각하고 나온 책이기에, 책의 내용은 현재 시사성에는 많이 비껴서 있다. 대신, 지나온 우리 세대의 풍경을 보려는 이에게는 살짝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친 책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이 강하지만, 균형있게 보려는 시각은 알아두어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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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소원칙
도정일 외 지음 / 룩스문디(Lux Mundi)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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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잘 써보기 위해, 헤매이고 헤매였던 시간들.
 
 
  글쓰기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한다. 15권이 넘어가니, 적은 권 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읽다보니, 문장을 쓰는 요령부터, 주제를 잡아 나가는 방법까지 참 많은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렇지 않았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하나의 산에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등반 경험담을 다 알지 않더라도 가능하다고 할까. 내가 어떤 코스를 더 좋아하고, 아침과 저녁 중 어느 시간에 오르는 일을 더 불편해 하지 않는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고, 왜 산을 올라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찾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조금 잘 써보기 위해 헤매이고 헤매였던 시간들, 오랜 시간을 투자했지만 몸으로 크게 다가온 생각은 없기에 고생한 보람이 없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사회생활을 하던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지, 인간관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오해 없이 전할 수 있는 '글쓰기'는 꼭 필요하다. 당장 이렇게 하면 된다는 법칙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그 많던 경험담에서 하나씩은 배울 점이 있었다. 살아가며 생각이 자라다 보면, 그땐 중요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도 새롭게 재조명할 수 있을거라 기대를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다.
 
 
# '글쓰기'란 무엇인가 고민해 보게 하는 책.
 
 
 『글쓰기의 최소원칙』은 글은 왜 쓰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대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담과 강연 형식의 글이 모인 책이다. 14명의 사람들이 12번의 강연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전해주었다. 교육대학원에서 마련된 특강이라, 조금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대학생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만큼 강연에 표현된 어휘나 메시지는 난해하지 않았다.  각양각색, 법학, 인문학, 과학, 소설가, 사회운동가, 고전 번역가 등 다양한 강사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글쓰기'를 왜 하는 것인지에 대해 찬찬히 고민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정리하지 않았기에 많이 헤매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냥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꿈꾸는 사람처럼 말이다. 내가 떠나는 이유와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있었다면 여행의 장소를 정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을 텐데, 그냥 막연히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결국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서성이던 내 모습이 보였다.
 
  12번의 강의가 마치 저녁을 먹으로 뷔페의 음식점처럼 느껴졌다. 한식, 중식, 제 3세계의 문화까지 스며든 다양하게 차려져 있는 음식이라 할까. 각 나라의 대표 음식을 모아 놓은 것처럼, 각 분야에는 그에 걸맞는 글쓰기 방식이 있어 개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음식은 결국 손님의 오감을 자극해서, 기분을 편안하게 하고, 몸을 건강하게 만들게 하듯이, 각 강사들이 말하는 '왜 글쓰기에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스며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확실한 기술이 아닌, 바라보는 시각의 폭을 넓게 한 책.
 
 
  수능 만점자가 쓴 수기나 학습노트처럼, 이렇게 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기술이 아닌, 글쓰기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한 책이라고 할까. '막연히' 잘 써야하는 방법을 헤매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어떤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그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숙제를 먼저 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글쓰기에 대한 디테일한 방법을 알고 싶은 이는 이문재씨와 도정일씨의 글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저널리즘적 글쓰기와 일상의 삶에서 수사기법을 활용해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두 저자의 강연은 실제적인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글을 쓰기보다는, 즐겁게 격려받으면서 쓰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글 솜씨가 늘어남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의 요령이 생기듯이 글쓰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세련된 기술보다는 오래 꾸준하게 글 쓰는 일을 놓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읽던지 봐야 한다. 쓰기 위해 읽던지, 읽다보니 쓰고 싶어지던지, 내 머리속에서 일어난 사유를 글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놓지 않는다면, 고민만 하지 말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다보면, 자기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라 믿는다. 문제는 시간과 방법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점, 큰 기대없이 하다보면, 도리어 쉽게 발견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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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9-04-0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이라서 혹시 했는데 아이디를 보니 비이님이 맞네요.
유랑인님 소개 때문에 결국 사야겠어요. 땡스 투~ 날립니다. :)

쿨앤피스 2009-04-16 21:4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