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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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가의 특별한 책 여행
이사를 하면서 나만의 서재를 만들었다. 시골 조그마한 한옥을 마련하고 마당 한쪽에 서재를 지었다. 삼 면이 벽이고 한쪽은 유리창으로 밖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그곳은 오직 책과 어울리는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그동안 모아온 책들이 제법 되지만 책장이 부족하여 이중 삼중으로 쌓여진 책이 많다보니 때론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책 목록을 작성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은 질문을 한다. 이 많은 책 다 읽었냐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저렇게 물어보는 사람치고 책을 자주 읽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모두가 많은 책이 정리되어 있는 공간을 보면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자신도 이런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책이 장식품으로 대용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며 그런 또한 책만큼 좋은 장식품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딱히 말일 생각은 없다. 그렇게라도 해서 책과 친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나처럼 책을 소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일부러 책을 모으기 보다는 읽었던 책이 한 권 두 권 그렇게 늘어나다보니 어느덧 수천 권을 넘어서는 경우가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책을 모으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스스로 나누거나 강재로 나눔에 참여하는 경우나 이상 등의 이유로 처분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또한 책을 일부러 모으며 그것도 절판된 희귀본 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책을 모으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아서 네가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에는 희귀본이나 절판된 책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읽고 싶은 책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런 책들을 꼭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럴 경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게 올 것이라 생각하며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 이런 나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사람을 만난다. ‘오래된 새 책’이라는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를 쓴 박균호가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다. 그가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읽기를 좋아하며 희귀본이나 절판된 책 중에서 마음을 사로잡는 책은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고 반드시 구하고야 마는 사람으로 보인다. 자신이 소장한 책이 삼천권이 넘는다는 것만으로도 책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을 듯싶다. 

그는 이 책에서 책에 대한 자신의 헌사를 쓴다. ‘내 생에 잊지 못할 그 책’, ‘오래된 서가를 뒤지다’, ‘그분의 삶은 향기로웠습니다’, ‘글맛기행’, ‘금서라는 훈장’, ‘책 사냥 일지’ 등 그가 분류한 본문의 내용만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자신이 그동안 읽으며 유독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들에 대한 분류는 개인적 관심사를 넘어서 책이 발간되고 유통되며 독자들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책 문화 전반에 걸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가 신중하게 다루는 부분은 절판된 책에 대해서이다. ‘독자가 원하는 책이면 반드시 재 발행된다’는 그의 신념에 독자 한사람으로써 동의한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내게 있는 책도 있어 잠시 미소가 머물다 간다. 특히, 신영복의 ‘엽서’나 이오덕의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는 괜히 처음만나는 사람에게 정이 가는 것처럼 반갑기만 하다. 본문에 소개되는 책의 발간에 얽힌 이야기나 절판본을 구하려는 눈물겨운 이야기, 작가들의 우정 등 재미와 동시에 가슴 따스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다. 모두 책이 있기에 일어나는 일이며 그 속에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어 책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책 사랑이 자신에게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 나눔과 소통에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장서가나 책 수집가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책에 이야기를 통해 읽어야할 책에 대한 교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변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며 책을 수집하고 소장하는 마음이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책은 모으는 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책은 읽혀야만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발간되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것이기에 독자의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주목하고 읽히는 책들의 분야는 달라지게 된다. 또한 지금 당장 읽지는 못하지만 소장하는 것으로 향후 읽을 기회를 만드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간혹 책장에 정리된 책들을 보면서 제목만 읽어가는 경우가 있다. 제목만으로도 그 책의 내용과 읽으면서 얻은 느낌이 되살아나 흐뭇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이것은 내가 혼자 마음속으로 누리는 호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책의 내용이나 가치를 떠나 자신과 함께 해온 책과 서로의 마음의 정을 주고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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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오는 길 -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 가을 화가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계절별 시리즈 4
남궁문 지음 / 하우넥스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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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같은 길을 거꾸로 갈 용기
'눈 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언젠가 뒷사람의 길이 되니라.' 백범 김구선생님이 말씀이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사람이나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그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게 하는 말이다. ‘맨 처음’, ‘가정 먼저’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들에는 이렇게 무엇인가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의 무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남궁문은 ‘자전거 아저씨1, 2’(하우넥스트)라는 제법 두꺼운 분량의 책을 통해 만난 저자다. 화가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 일주하며 노고 느낀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담아 놓은 책으로 대단히 솔직한 저자의 글이 흥미로웠다는 기억이 있다. 남궁문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개한 사람이라고 한다. 스페인에 살았던 인연으로 2001년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알았고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걸으며 시작했던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인연이 이어져 3년 마다 겨울(2004년), 봄(2007년)길에 이어 이번(2010년)에 네 번째 가을 길을 걸었던 것이다. 1000km나 되는 길을 계절별로 네 차례나 도보로 완주했으며 걸을 때마다 책을 냈지만 그리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가는 길 오는 길’은 바로 산타이고 가는 길 시리즈의 마지막이며 저자가 10년 만에 산티아고 가는 길의 전체 여정을 마무리 한 결과라고 한다. 같은 길을 그것도 같은 시기에 걸어도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을 경험한 사람으로 같은 길을 계절을 달리해 걸었다면 계절이 주는 독특한 감성적인 모습뿐 아니라 길을 걸어가는 동안 자신과 마주하며 스스로 얻는 것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특히, 그동안 세 번의 가는 길과는 달리 걸어가는 여정을 거꾸로 잡았다. 목표가 산티아고가 아닌 출발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처음 소개한 사람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걸었을 다른 사람의 발걸음에 그가 걸어간 발걸음이 겹쳐지지 않았을까? 

 이 특별한 출발은 책을 읽어가는 동안 곳곳에서 마주한다.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갈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 마주보며 걸어갈 때는 발걸음을 내딛는 매순간이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곳곳에서 만나는 한국인들과의 만남은 그를 당혹스럽게도 만들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로 이끌어 간다. 하지만, 매번 그런 것만은 아니다. 때론 여행자 세 명과 함께한 특별한 저녁식사처럼 마음 따스한 감동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다. 저자가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스페인에 살았고 스페인어를 할 수 있기에 만나는 사람들의 중심이 한구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었다면 같은 길을 걸어가며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에 더 용이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또한 같은 길을 거꾸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사람이 아닐까 싶다.  

 

 자전거 아저씨를 읽으며 궁금했던 저자의 글에서 느끼는 독특함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으나 때론 독자들을 상대로 정식 출판되는 책에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가 싶은 느낌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점이 저자가 가지는 확실한 매력이 아닌가도 싶고 그런 생각이 10여년에 걸친 네 번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어갈 수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가는 길 오는 길에서 저자는 자신이 가야할 인생의 길을 알았을까? 조심스런 저자의 고백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같은 걸음으로 걸어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글 속에 처음으로 산타이고 가는 길을 소개한 사람으로 갖게 되는 마음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첫 발을 내딛었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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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동양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9
일연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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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숨결을 찾아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쉼 없이 이어져오는 역사 속에 담긴 민족의 자긍심과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이어받아 미래를 열어갈 희망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잃지 않았던 민족의 힘을 찾고 바른 역사의식으로 지금 우리시대에 겪고 있는 현실의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면한 현실은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살피는지는 의문이 든다. 일반인이 개별적으로 역사를 보는 것과 정책적으로 역사에 대한 의미를 살리려는 노력은 그 미치는 여파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기에 한 나라의 교육정책에서 역사 교육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역사교과서에 대해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역사서는 기록자에 의해 선택된 기록이기에 기록자의 세계관이 중요할 것이다. 유구한 역사만큼 많은 역사서를 올바로 살펴보는 기본적인 눈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우리민족의 고대사를 기록한 책은 더욱 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까닭에 기록한 시대적 상황과 기록자에 대한 관심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민족의 고대사를 기록한 책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책이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가 있다. 두 역사서는 모두 고려시대에 쓰여 진 책이다. 중국의 역사와 뗄 수 없는 우리 역사에서 이 두 역사서가 쓰여 진 시대적 상황을 살펴 책에 담긴 진정성을 살펴야 할 것이다. 삼국유사는 정통역사서로 평가받는 삼국사기에 빠진 이야기를 당시 팽배했던 중국 중심주의 사관에 맞서 민족의식과 자주의식을 바탕으로 삼국유사를 엮었다. 이 점이 삼국유사가 가지는 장점 가운데서도 중요한 점이라 생각한다.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 7년(1281)경에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一然)이 편찬한 사서(史書)로, 전체 5권 2책으로 되어 있다. 이는 왕력(王歷), 기이(紀異), 흥법(興法), 탑상(塔像), 의해(義解), 신주(神呪), 감통(感通), 피은(避隱), 효선(孝善) 등 9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삼국유사는 한국 고대의 역사, 지리, 문학, 종교, 언어, 민속, 사상, 미술, 고고학 등 총체적인 문화유산의 보고로 평가되고 있다. 삼국사기와는 다른 내용에 대해 무엇을 정사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지만 삼국유사가 가지는 의미는 올바로 평가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 삼국유사에 기록 된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 이야기에 감춰진 의미가 무엇이며 이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홍신문화사에서 발행한 ‘삼국유사’는 한국 고대사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삼국유사를 현대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해석한 책으로 보인다. 한문인 원문을 현대인이 읽어가기란 어려운 점이 만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번역자의 번역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막힘없이 읽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된다. 또한 번역한 원문을 함께 실어 참고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역사 책 ‘삼국유사’이지만 그 내용을 다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저런 통로로 학교에서 배운 것을 통해 잘 알려진 몇몇 이야기는 익숙하다. 이야기의 출처가 삼국유사였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는 흥미로움도 있다. 저자와 제목을 누구나 알지만 완독할 정도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 않음 또한 현실이 아닌가 싶다. 독서를 권장하는 다양한 단체에서 꼭 읽어야할 우리고전에 빼놓지 않고 선정하는 이유도 삼국유사가 가지는 의미를 고려한 선정일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이야기를 좋아하며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민족의 미래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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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캄페시나 - 세계화에 맞서는 소농의 힘
아네트 아우렐리 데스마레이즈 지음, 엄은희 옮김 / 한티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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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의 힘이 국가의 미래를 담보 한다
텃밭을 마련하고 계절에 맞는 씨앗을 뿌렸다. 농사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기에 누구에게 내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밭을 일구고 거름을 주며 씨앗을 뿌린 후 새싹이 나는 것을 기다리는 마음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선 듯 떠오르지 않는다. 자그마한 밭이지만 무, 배추, 상추, 부추, 당근에다 마늘까지 심어 놓고 하나씩 따먹는 즐거움이 시장에서 사다먹는 채소 맛과 비교할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이 농사짓는 시기에 따라가면서도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일궈가는 텃밭농사를 통해 농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는 것이 조그마한 소망이다. 

삶의 터전을 시골마을로 옮겨 이제 한 계절을 보냈다. 마을 구성원들 대부분이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기계화된 농사를 짓는다고는 하지만 힘에 부쳐하는 모습들이 보일 때 마다 우리의 농촌과 농업 환경에 안타까움이 있다. 거창하게 ‘식량 주권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버지 세대가 지나면 농촌은 더 이상 사람 사는 곳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환경의 변화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들 중 하나는 맥도날드처럼 먹을거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 나라의 기업이 더 이상 한 나라에 국한된 기업이 아니고 이미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막상 각 나라의 농업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음도 현실이다. 다국적 기업이나 선진국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는 인정사정없이 파고드는데 이에 대응하는 농민들의 움직임이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면 향후 경쟁이나 대결의 결과는 어떨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답은 뻔하다.  

이러한 현실에 대처하는 농민들의 움직임이 조직화되면서 생존과 직결되는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눈물겨운 걸음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한 나라의 국경 안에 머물러 있기에는 돌아가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조직된 농민들의 국제적인 조직이 ‘비아캄페시나’다 우리들에게 낫선 이름이지만 농민 조직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조직이다. 비아캄페시나에서 주장하는 식량주권주의에는 소농을 중심으로 먹을거리와 관련된 지식, 연구, 기술, 과학, 생산, 무역의 목적과 조건을 규정하고 좌우하는 주체가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각 대륙에 분포되어 있는 비아캄페시나의 가입 조직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파괴되는 공동체를 지키며 그 안에서 산업화된 농업이 아니라 소농들이 중심이 된 운동 조직이다. 전통적 가치관이 남아 있는 곳이기에 성차별에 의해 남자와 여자의 노동 강도가 다른 것이 사실이지만 이 조직에서는 이러한 차별을 극복하고 여성 농업인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갖추고 있다. 

이 책은 아직 생소한 조직인 비아캄페시나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책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커지고 빠르며 세계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농촌공동체를 건설하고 이에 맞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조직인 비아캄페시나의 사람들의 활동을 지나온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활동보고서는 이 조직을 처음 대하거나 잘 알지 못한 현실을 감안한 저작으로 보인다. 해체되어가는 농업과 농민들의 삶의 터전만이 문제는 아니다. 식량주권에 밀접하게 관계되며 향후 국가의 존폐와도 직결되는 식량의 무기화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어 의미 있게 다가오는 내용들이다. 

2003년 칸쿤에서의 우리나라 이경해이라는 농민이 자결했다. 고 이해경의 이런 결단이 반WTO를 외치고 반세계화의 선두에 서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 농민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이 단체의 활동이 이토록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 일까? 
 

세계인권선언 25조는 “인간은 누구나 의식주와 관련하여 본인과 그 가족의 안녕을 위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구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되는 식량은 지구인이 먹고도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 도처에는 먹지 못해 삶을 그만두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넘쳐나지만 부족하다는 현실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 우리가 맞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비아캄페시나’ 운동을 통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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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벳 - 세상을 바꾼 1천 번의 작은 실험
피터 심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에코의서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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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방식의 전환, 나도 리틀 벳의 주인공이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구멍을 뚫는 것을 보곤 한다. 작고 힘없는 물방울이지만 지속적으로 반복된 힘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다. 처음부터 돌에 구멍을 내기위한 마음이었다면 시도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했으리라. 자주 반복해서 같은 일을 하다보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에도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일상의 다양한 경험이 알려주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자신이 하는 일에 이러한 경험을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한 번의 시행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수한 기업들의 경험을 보거나 세간에 화재가 되는 특정한 사업의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계기를 본다면 결코 단 한 번에 커다란 성과를 얻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피터 심스의 ‘리틀 벳 : 세상을 바꾼 1천 번의 작은 실험’은 바로 그러한 사례를 확인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리틀 벳’이란 ‘어떤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발전시키고 테스트하기 위해 리스크 부담 없이 해봄직한 시도’라고 말한다. 리스크 부담이 별로 크지 않기에 곧 바로 시행가능한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출발은 미비하지만 그 출발이 있었기에 커다란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이는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역사에서 창조적인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의 경험이나 현대 기업의 신화적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까지 이들의 사업에서 찾아낸 공통점이 바로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작지만 혁신적인 실험들을 시도하여 의미 있는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휴렛팩커드가 ‘어둠’ 속을 더듬다가 세계 최초의 휴대용 계산기를 개발하게 된 과정, 픽사가 독창적 스토리보드를 이용해 수많은 영화를 히트시킨 비결,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즈니 콘서트홀을 완성시키기까지 걸었던 활기찬 탐색의 여정, ‘새’의 눈이 아닌 ‘벌레’의 시각으로 빈민 문제를 해결한 그라민 은행장의 혁신적 접근방식 등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단순하면서도 반직관적인 일련의 실험들이 상투적인 계획과 분석적 사고의 고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열린 사고와 행동으로 예상치 못한 연관성을 찾고 귀중한 사실들을 간파하는 돌파구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위대한 창조와 혁신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아이디어 개발과 실험 과정을 치밀하고 심도 깊게 연구한 결과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 요소를 발견했다. 이를 8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특징을 설명한다. 그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닌 노력과 시도만이 탁월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성장 사고관’, 빠른 실패가 빠른 배움을 낳는다는 ‘실패 견본 만들기’, 다양한 피드백을 거치며 최고의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더하기 피드백’, 거대한 프로젝트일수록 잘게 나누어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문제의 축소화’, 문화인류학자의 치밀한 ‘관찰력’과 ‘호기심’으로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제대로 질문하기’,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통찰력을 얻는 ‘다수로부터 조금씩 배우기’, 위대한 혁신은 소수의 적극적 사용자에서 시작한다는 ‘소수로부터 많이 배우기’, 작은 승리는 완벽하게 실행된 결과의 압축이며 아이디어를 증명하는 명확한 결과를 확보한다는 ‘승리 축적하기’로 압축된다.  

 

 “1만 가지의 방법을 시도했는데 모두 효과가 없다고 해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한 가지 방식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때마다 한 발짝 전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꿈꾸기 시작했다. 해도 해도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단번에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일상에서 사소한 것들로부터 사고의 전환을 할 수 있다면 성공한 CEO들이 보여준 성공의 출발점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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