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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싶은 날 - 스케치북 프로젝트
munge(박상희)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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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쭉, 내내, 쌓아 나가기
세상살이에 만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다. 무엇하나 똑 부러지게 해내는 것이 없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고 만다. 살아온 날이 이런 것의 연속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런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경험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바쁜 일상에서도 자신의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만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남들과 같아도 좋고 다르다고 해도 굳이 흠 될 것이 없기에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시작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마음에 여유를 찾고 짜투리 시간이나마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가슴 뿌듯함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내 오늘부터 지금 당장 하면 나 역시 행복한 생활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으리라. 

‘그림 그리고 싶은 날’은 바로 그렇게 망설이다가 그만 두었거나 나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래 짐작으로 그만 두었던 그림 그리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그 길을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생각 속에 맴도는 이미지를 종이 위에 표현해 낼 수 있다면?', '어딘가에서 보고 느낀 것을 나만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면?'이라는 어쩌면 감상적이고 개인적인 이러한 욕망이 저자의 말처럼 그림 그리기의 시작일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그림 그리기에 도전하는 자체를 시작도 못해보고 끝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역시 어느 날 그림 그리기가 무서워졌다고 고백하면서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을 한다. 바로 두려움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경험에서 확인한 스케치북의 적극적 활용을 이야기 한다. 그저 만만한 스케치북 하나를 장만하여 그 빈 공백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그려가자고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빈 스케치북의 공백이 메워지는 동안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케치북이 여러 권 쌓이다 보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훌륭한 삶의 기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자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바로 스케치북 프로젝트다. 그림 잘 그리려는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기까지 주변에 만만해 보이는 대상을 선택하고 그것을 스케치북에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것이 우선 드로잉이다. 드로잉은 소묘나 데생과 같은 말로 일반적으로 채색을 쓰지 않고 주로 선으로 그리는 회화의 표현방법이라고 한다. 이를 시작으로 저자는 11가지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따라 하나씩 자신의 스케치북에 옮기거나 표현하고 싶은 대상을 따라 그려가다 보면 마치 동료와 함께 그림을 그려가듯 나만의 그림그리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부러 그랬을까? 책에 담겨져 있는 드로잉들은 만만하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저자의 그림이 이정도 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책에 담긴 사례들은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음은 시작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체험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고 만다면 결국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하는 것이나 같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이것이다. 꾸준히 연습하여 자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내고자 하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기존 미술 입문서들이 가지는 도식적인 방법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한다. 점, 선, 면을 가르치고 빛에 따라 명암을 구분하고 표현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하는 방법을 바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오기 위해서다. 

스케치북 만들기에서 드로잉에 필요한 도구들까지 알려주는 저자의 세심함에 이끌려 지금 당장 나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나만의 스케치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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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한국문인화 - 그림에 새긴 선비의 정신 

그림이라고 하면 서양화가 대세를 이루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정신세계를 오롯이 알 수 있는 부분은 문인화가 아닐까 하는데 이에 대한 관심은 극히 미비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문인화에 대한 이해와 저변 확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예술에서 위안받은 그녀들 - 12인의 라틴아메리카 여성미술가 

서양미술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유럽이라는 특정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흐름에 영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이 책은 흥미를 불러옵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여성미술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

도시의 재건축이 늘어나면서 도시설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대입니다. 금싸라기 같은 땅이 공원으로 바뀌고 동네 곳곳에 쉼터가 만들어지는 것이 그 반증일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 전반에 걸친 통합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도심속 건축에 대한 시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 또한 시대적 요청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 전통목가구 - 전통목가구의 도면과 상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조상들의 삶의 흔적의 가치를 현실적인 가치로 평가하는 것을 볼때 가끔 등장하는 것이 나무로 만든 가구들입니다. 또한 고풍스러운 가구들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아닌가 싶내요. 하지만,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기에 책을 통해서나마 알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책을 그런 마음을 충분히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는 만큼 들린다 - 음악을 낳은 세상 속 들여다보기 

 고전음악에 대한 어려움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고전음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악은 듣고 느껴야 한다지만 알지 못하는 음악보다는 알고 듣는 음악이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통해 고전 음악에 대해 이해하고 한 발 다가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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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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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되었구나
풍경을 담은 사진이 있다. 그 사진에는 사람의 한정된 가시영역을 확장하여 시야에서 벗어난 측면까지를 보여준다. 일상적으로 볼 수 없는 부분까지를 보여주는 파노라마 사진이 그것이다. 이런 사진이 사람들의 눈을 끄는 것은 여러 번 고개를 돌려야 보이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파노라마 사진뿐 아니라 시야를 벗어난 넓은 영역을 하나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선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본다. 이 말은 자신의 경험이나 환경에 의거해 세상을 본다는 말일 것이다. 즉, 자신의 가치관을 벗어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위와 아래, 좌와 우를 통합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다. 이는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을 볼 때도 중요하지만 역사의 한 시대를 볼 때도 역시 그 중요성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권력을 잡은 지배계급의 시각으로만 보거나 그 권력에서 비켜난 백성의 눈으로만 볼 때도 한 측면만 부각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 시대를 올바로 바라보고 통합적 시각을 갖기란 대단히 어려움이 있다. 

“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호흡하는, 독자들에게 주목받는 작가 김훈의 말이다. 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대중과 공유하는 글쟁이의 말이기에 방점이 찍힌다. 어떤 의미를 가진 말일까? 매번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작품에서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 전작 ‘남한산성’이나 이번에 발표한 ‘흑산’에서 보이는 작가의 글쓰기에서 작가의 이 말을 비슷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흑산’의 주 무대가 되는 조선후기는 개혁정치의 수장이었던 정조의 죽음으로 인해 원상복귀 되며 보수와 개혁의 세력이 갈등하며 혼란을 거듭하던 시대였다. 여기에 제국주의 서양의 배들이 조선의 해안에 나타나고 성리학 일변도의 사회에 새로운 사상 천주학이 등장하여 그 혼란스러움을 가중시켰다. 위로는 대왕대비의 대리청정과 김씨가의 세도정치와 사대부들의 보수적 성향과 피폐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백성들 사이의 간격은 이미 멀찌감치 벌어진 상황이었다. 이 사이 간극을 매우는 세력으로 기존의 학문과 사상적 경향성에서 벗어나 사회 전반의 새로운 변혁을 시도한 실학자를 비롯한 지식인들이 각기 자신의 길을 걸었던 시대다. 

‘흑산’에서 작가는 ‘그리 되었구나’라는 말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표현으로 다가오게끔 시대의 흐름은 담담하게 절제된 언어를 통해 서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신해박해’로 수많은 백성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거나 유배를 가야했던 당시 상황을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자산어보’와 ‘황사영 백서’의 두 주인공 정약전과 황사영이 있다. 조선말 청나라를 통해 들어온 천주학은 당시 지식인들과 백성들이 갈망하던 새로운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기존 사회질서를 지키려는 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흑산’에서 정약전과 황사영은 다른 길을 걷는다. 같은 천주교를 접했던 사람으로 천주교의 입장에서 보면 한 사람은 배교하여 목숨을 얻었고 다른 한 사람은 능지처참을 당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그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가슴을 짓누르는 감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목숨을 잃은 사람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의 밑거름으로 새로 태어난다. 또한 작가는 당시를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시키고 있다. 조정의 관료들과 양반 지식인, 중인, 하급 관원, 마부, 어부, 노비 등이 그들이다. 

작가는 이 주인공들을 통해 조선후기의 시대를 펼쳐놓고 있다. 위로는 왕에서 아래로는 노비, 좌우로 다양한 생활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 ‘흑산’ 속에 다 담겨있다. 작가의 후기에 담긴 “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이 말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인간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본다. 글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가져야 했던 슬픔과 답답함이 그것의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와 소망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는 점에선 오히려 강한 대안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정약전에 ‘흑산’을 굳이 ‘자산’으로 바꾸고자 했던 이유나 천주교의 교리를 육손이나 마노리가 이미 자신의 몸에 있던 자연스럽고 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을 통해 보면 작가가 정의나 소망을 벗어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파노라마식으로만 당시 상황을 펼쳐놓은 것에서 정의를 다투려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에 수궁을 한다. 그렇더라도 어떤 글이든 작가 자신의 가치관은 담길 수밖에 없기에 작가가 의미하는 말이나 글로써 다투려 하지 않은 정의나 소망이 무엇일까에 관심이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리라. 이 의문에 답을 찾으려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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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20그램의 새에게서 배우는 가볍고도 무거운 삶의 지혜
도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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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들은 자유로울까?
추수한 들판 한 가운데 난 길을 여유로운 마음을 운전할 때가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새까매지면서 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새들이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분명 까마귀인데 이렇게 많은 수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본 경험이 없는지라 당황스러운 기분까지 들었다. 도로를 건너 논 한가운데 내려앉은 까마귀 떼들이 먹이활동을 위한 움직이었는지는 모르나 한참을 그 무리를 지켜본 경험이 있다. 도시 인근 시골로 이사를 오고 나서 아침 마다 새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참으로 좋다. 가장 친근한 참새무리지만 집 근처 이곳저것에서 보이는 그들로 인해 한결 여유 있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새들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재주가 없다. 겨우 몇 종류의 새들을 알아 볼 수 있지만 새들의 소리는 듣기에 좋다. 가끔 가는 공원에서나 길거리에서 저주 만나는 비둘기의 소리에 참새 딱따구리 정도의 구분이 전부지만 그나마 귀에 들어오는 새 소리는 기분을 맑게 해주는 느낌이다. 오래전 윤무부의 ‘새박사, 새를 잡다’라는 책을 통해 약간의 새에 대한 상식을 접하기도 했지만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새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관심의 정도가 그렇게 강하게 들지 않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런 나와는 달리 유독 새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들 대부분이 계절 따라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철새들이 자연의 순리에 의해 서식지를 옮겨 계절을 보내는 신비로움과 이제는 사라져 가는 새들이라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새들에 대한 흥미가 앞서기 때문이리라.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새들에 대한 관심이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에 대한 동경은 변치 않을 것으로 본다. 

10여년을 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교에 귀의하여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스님이다. 도연스님은 자신이 주거하고 있는 지장산 골짜기에 자신의 ‘비밀정원’에서 산새들과 더불어 생활하며 느낀 소감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새들과 더불어 살며 구도의 길을 걷는 스님의 눈에 비친 산새들과 사람들의 삶이 교차되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스님의 곁에서 삶의 지혜를 알도록 해준 새들로는 곤줄박이와 동고비, 딱새, 박새, 까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참새, 나무발바리, 두루미, 청호반새, 때까치, 까치, 파랑새, 노랑턱멧새, 덤불해오라기, 들꿩, 직박구리, 소쩍새, 수리부엉이, 되새, 콩새, 호랑지빠귀, 붉은머리오목눈이, 개개비, 붉은배새매, 독수리, 어치, 흰꼬리수리, 노랑허리솔새, 멧비둘기, 백로, 뻐꾸기, 오리, 되지빠귀, 팔색조, 휘파람새, 호반새 등 텃새를 비롯한 철새들로 4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새들이다. 그냥 새들을 구분하는 정도가 아니라 각기 다른 새들의 특징과 생태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다. 

산속에서 살며 철원 지역 생태사진가로 활동하며 전국의 새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담고 새소리를 녹음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님은 새들의 생활을 살펴 새들이 집을 만들고 알을 부하하며 새끼를 낳고 기르는 과정과 먹이활동에 대해 관찰하며 그 속에서 배운 지혜를 찾았다. 구도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음도 확인하며 이를 통해 올바른 생활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해 깨달음을 전해준다. 또한 스님의 생활도 새들의 그것과 닮아 있다. 굳이 무소유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삶이 그것이다. 새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먹이활동에 대한 규칙을 정하듯 스님의 삶 또한 이와 같아 보인다. 

“새는 자유롭고, 철이 지나면 애써 지은 둥지도 훌훌 버리고 떠날 정도로 욕심이 없으며, 날기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존재다.”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라는 책 제목은 스님이 다시 태어나면 새로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일 것이다. 새가 살아가는 모습과 스님이 지향하는 삶이 통하는 지점이 바로 닿아 있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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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공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공간 공감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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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간, 인간과 더불어 살아 숨 쉬는 생명체
가을 들녘에 추수가 끝나가면서 낫선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내 어린 시절에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재질이 불분명하지만 하얀색으로 짚을 말아 놓은 것이다. 용도 역시 불분명하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몹시 아쉽다. 어린 시절 이맘때부터 시작된 들판에서의 놀이터가 없어지는 것이다. 논 가운데 짚더미를 쌓아두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짚을 보관하며 겨울을 나곤 했었다.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아줄 뿐 아니라 햇볕을 향해 아늑한 은신처를 만들어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곳은 어른들이 결코 침범하지 않은 공간이었으며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내겐 특별한 나만의 공간이 있었다. 시골집 뒷방으로 겨울철 양식이 되었던 고구마를 쌓아 둔 공간이지만 어엿한 내 방이었다. 그곳은 내 생활의 중심이었고 친구들과 교류하는 공간이었으며 성장기 청소년이 갖는 은밀함도 있었다. 시골집을 떠나 오랜시간 도시생활을 하면서 집에 돌아가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그 내방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집에 도착하며 빼놓지 않고 방문을 열어보곤 했다. 어린 시절 내 비밀장소였기에 50을 바라보는 지금도 가끔 생각나곤 한다. 

이렇게 공간은 특정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그 이야기로 인해 시간이 더해질수록 기억 저편에 자리 잡고 있으며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곳이다. 이런 공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 속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 바로 대학에서 실내건축설계학과 교수로 있는 김종진의 ‘공간 공감’이다. 저자는 다양한 건축 경험에서 우러난 공간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저자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면서 ‘경험’에 주목한다. 공간이 공간으로써 본래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의 특별한 기억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저자의 이야기 전개는 우선 공간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공간은 텅빈 무엇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곳에는 빛, 오감, 기억, 시간 등이 어울려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본다. 그러한 공간만이 의미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의 공간에 대한 추적은 시간과 장소 장르를 넘어서 인류가 만들어 놓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건축물, 작은 방, 오래된 마을의 골목, 옛날과 현대가 공존하는 미술관, 호수, 숲속의 산책길 등에서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느낀 어떤 공감을 이끌어 내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확장하며 인간의 삶과 연결시키고 있다. 엄마의 품속에서부터 경험되는 공간은 사람에 따라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에 따라 사람마다 각기 다른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 곳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빛을 사용하는 용도 역시 직접적인 노출과 반사된 음영으로써의 빛처럼 빛에 대한 느낌 역시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공감에 대해 저자는 공간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결부되고 그 공간 속에서 삶을 누리는지를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것은 공간의 경험, 공간에서 거닐고 머무는 경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인 빛과, 소리, 향기를 보고 맡고 들으며 만지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직접적인 경험을 기억하며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있다. 이를 통해 “공간의 형이상학적 정의나 건축의 양식보다 중요한 건, 그 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존재, 그 존재의 경험을 탐구하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존재에 대해 성찰로 이끌어간다. 

공간에 대한 주목은 현대 건축이나 도시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도시 재개발이나 주택단지의 조성에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간의 활용이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다. 공원의 조성이나 산책길, 인공섬 등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러한 공간은 사람들이 쉼과 소통의 장소로 활용되며 그 가치를 높여간다. 

공간에 대한 상대적 깊이와 넓이는 시간에 비래한다. 시간과 더불어 삶을 꾸려가는 동안 특정한 공간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쌓이고 그 기억이 우리들의 삶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여, 공간은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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