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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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말, 대안은 없는 것일까?

트럭에 소를 실고 청와대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의 정책에 항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또한 육우 송아지 가격이 마리당 1만원 그것도 폐기처분 가격이라고 한다. 사료 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굶기거나 어쩔 수없이 폐기처분해야 하는 상화에 처한 현실에 대한 아우성이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미 FTA 협상에 수많은 농민들이 반대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토록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협정’인 FTA를 정부는 왜 관철하려는 것일까? FTA협상이 타결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보장되기에 그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반대로 미국은 무엇 때문에 여러 나라들과 FTA채결을 하려는 것일까? FTA협상이 진행되는 나라간 진행상황을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협상이 진행되는 양국 간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 이상하게 보인다. 이는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우선 이러한 주장을 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잘사는 나라, 경제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비롯되고 주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 잘사는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제적 우위를 담보로 개발도상국이나 못사는 나라에게 강압적으로 관철시켜가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은 결국 자본주의 경제 원리에 의해 이윤의 추구와 직결되는 문제일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빈곤에서 벗어나거나 살고자 애쓰는 못사는 나라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하는 것이 그들의 벌리는 자유무역 정책의 핵심일 것이다.

 

바로 이런 세계적인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국제간에 벌어지며 잘사는 나라가 강요하고 있는‘자유무역정책’이 의미하는 본질과 현재 진행되는 실상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잘사는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저변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경제성장을 이뤄냈던 다양한 나라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지금 잘살고 있는 나라 대부분이 지난 시간에 자유무역과는 반대의 정책을 실시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보호무역이나 자유무역 등 정책들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자유무역, 경제개방, 공기업의 민영화, 지적재산권, 외국인 투자유치 등에서 저자 장하준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일정한 방향을 보인다. 바로 못사는 나라, 개발도상국들이 보다 잘 살기위해서 실시해야할 정책이 어떤 것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대처해야할 국제적인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주요한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지칭하는 나라들은 이른바 잘사는 나라의 대표 격인 미국, 영국 등의 나라들이다. 이들이 차지한 국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WTO, IMF 등 국제기구를 움직이며 이들 국제기구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론경제학이 주는 이해하기 어려움이 없이 현실 경제나 국가 간의 관계를 쉽게 설명하고 있어 경제나 국제문제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더 가치 있게 다가온다. 정하준의 재치 있는 미래를 예측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라도 피해만하는 가상의 현실이다.

 

장하준은 불투명한 국제관계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힘으로 몰아붙이며 개발도상국들의 희망을 빼앗는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도 희망을 이야기 한다. 그가 희망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양자가 두루 살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면 생각을 바꿀 수 있고 이렇게 바뀐 생각은 희망을 내다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잘사는 나라, 강대국에 힘으로 밀리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리 밝은 전망을 내다볼 수 없다. 힘 있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끊임없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줏대 없는 국내 정책입안자들은 이를 따라가는 것이 마치 애국자인 양 행세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답은 장하준의 이야기를 빌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었던 지난 우리의 경험을 깊이 성찰한다면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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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박물관 - 글누리의 모음
박창원 지음 / 책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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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우리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작은 땅, 적은 인구, 그것도 부족해 세계 유일의 분담국가인 한국이 경제적 성장을 이뤄내 당당히 강대국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 힘의 근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열악한 자연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눈부신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가지는 창조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역사적 유물이나 기록유산을 통해 여실히 증명되는 문제다. 하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다양한 우리의 역사적 문화유산이 선정되어 온 것이리라.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문자인 ‘한글’일 것이다.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한글이 창제되는 과정에 대해 다소나마 알게 되면서 우리글인 한글이 가지는 의의와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것은 세종대왕에 대한 관심도 있겠지만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왕과 학자들의 열정을 보면서 더욱 더 글자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한글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560여 년 전 조선의 제4대 왕인 세종대왕이 재위 25년부터 26년 사이(1443~1444년)에 완성한 것이다. 세종의 명에 의하여 집현전 학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한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세종이 독자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깊은 이해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박창원의 ‘한글 박물관’은 바로 이러한 필요성에 적절한 이해를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총 4부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글이 가지는 언어학에서 차지하는 의의와 가치는 물론 한글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과 이후 한글과 관련된 당시 정책을 비롯하여 한글로 번역되었거나 한글로 써진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한글이 지나온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즉, 한글이 만들어진 시기부터 분단국가에서 통일 이후 한글에 대한 전망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언어학자나 전공자가 아니기에 다소 어려운 내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글자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법칙부터 한자 문화권에 있었던 주변나라들의 문자와 비교하며 한글이 만들어지는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한글이 가지는 우수성은 이미 출발부터 담보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접하기 어려운 훈민정음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은 한글에 대한 이해로 넓혀져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의 가치를 더울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은 인류가 만들어온 모든 문화유산과 과학적 업적 등에 두루 통하는 말일 것이다. 글자 역시 어느 날 불쑥 한 사람의 독창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는 한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삼국시대 이후 말과 글이 달라 표현하기 힘들었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향찰, 이두 등과 같은 다양한 노력들의 결과가 모아져 세종대왕에 의해 꽃피운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세종 왕이나 집현전 학자들의 업적을 평가절하 하고자는 의미는 아니다.

 

노엄 촘스키, 로버트 램지, 펄벅 등 세계적인 언어학자나 석학, 작가들이 한글에 보내는 과학성과 우수성에 대한 찬사는 있는 그대로의 한글을 나타내는 표현일 것이다. 과학화되는 현대사회에서 더욱더 주목되는 한글이 정작 우리에게 홀대받고 있다는 인상이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드라마에서 세종 이도는 문자를 알게 된 백성들이 자신들에게 닥칠 문제에 대해 스스로 잘 대처할 것으로 믿었다. 때론 지기도 하고,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여전히 살아 다음을 준비해온 것처럼 그들은 살아서 자신의 몫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것이 백성을 어여삐 여겨 글자를 만든 왕 세종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한글의 변용이 문제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개념 없는 청소년들의 불장난으로 치부하기엔 변화되어가는 사회에 언어나 문자 역시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글 한글이 가지는 우수성과 과학성을 이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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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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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을 어떤 색으로 채워갈 것인가

내게 삼원색은 친근하다. 색과 색의 조합으로 새로운 색을 만들어 글자와 바탕을 채워가는 일은 자연스럽게 색이 주는 느낌을 일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색을 만들고 상용하다보니 색에 대한 선호도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시로 변하는 색의 주목도를 따라가다 보면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발생한다. 고객이 원하는 색과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색이 다른 경우가 그것이다. 이럴 때는 많은 사람들이 무난하게 생각하는 색으로 선택하지만 색이 담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와 멀어 진다는 생각에 이르면 이런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만난 색이 오방색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색상으로 오방색은 황색, 청색, 백색, 적색, 흑색을 말한다. 이는 동서남북과 중앙의 방위를 나타내는 것에 색을 대입하고 각각의 색이 가지는 의미를 더하여 일상생활에 활용하여왔다. 왕이 입는 옷에서 사는 궁궐의 장식이나 일반 사람들의 삶의 깊숙한 곳에 이르기까지 밀접하게 관련되어진 것이며 그렇기에 우리의 삶과 떨어져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사람들은 이러한 색이 주는 느낌과 멀어진 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 색과 사람들의 삶은 점차 멀어지게 된 것이다. 하여, 나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고 색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색과 멀어지면서 현대인의 생활은 점차 메말라 간 것이 아닐까?

 

이 책 색에 미친 청춘20대의 젊은이가 우리나라 전통색인 오방색과 이를 구현하는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고 전국에서 천연염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담고 있다. 자신만의 색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보면 어쩌면 구도자가 깨달음의 길에서 스스로를 찾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전해주기까지 한다.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가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다 만난 색, 그 색이 천연 염색이었고 그 색을 찾아 다시 한국으로 와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 나선 것이다.

 

오방색과 오간색은 모두 자연에서 얻어진 색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서 얻는 귀중한 체험이 이러한 색을 만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 , 치자, , 황토, 잿물, 홍화 등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것들로부터 무한의 색을 만들어 내서 삼베나 명주 등 옷감에 염색을 하고 그 옷감으로 의복을 만들어 입었다. 옷감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각종 소품들도 이렇게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사라진 듯 보였던 이러한 전통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기능을 가진 장인들 사이에 간신히 이어져 오던 것이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시금 주목받고 젊은 청춘들이 그 일에 의미와 가치를 찾으면서 점차 생활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저자처럼 색에 대한 탐구를 넘어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전통색인 오방색과 오간색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전국에서 그 일을 직접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작업인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 경제적인 가치만을 따지지도 않지만 이제는 자리를 잡아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이 찾아 나선 자신만의 색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천연염색의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그들이 천연염색을 해오던 과정에서 발견한 삶의 가치와 지혜를 배운다.

 

뉴욕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젊은 청춘이기에 책을 구성하는 사진도 전통 오방색을 이야기하는 느낌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를 담고 있다. 하늘을 따라 높아만 가는 도시의 건축물의 사진을 그래서 다소 어색함을 전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다. 자신만의 색은 구체적인 색깔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전해주는 이미지 곧 자신과 타인의 삶을 구별해 주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기에 스스로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동반하게 만들 것이다.

 

오방색이 자연에서 오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더하는 것이기에 삶 또한 그것을 닮아가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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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 권력의 뒤안길 -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정치 쟁점 읽기
전웅 지음 / 청아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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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묘수, 유배에 얽힌 정치인의 얼굴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가들이 위임받은 권력을 개인의 치부나 더 많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보게 된다. 바로 우리 정치권의 현실이 그것인 셈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힘에 의해 이들을 단죄하지 못하는 것 역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앞에 지난 역사에 있었던 유배라는 제도를 떠올려 본다. 권력형 부정부패나 정경유착 등으로 죄를 지은 사람들을 그들이 근거하는 정치권이나 경제적 근거지에서 강제적으로 단절시켜 유배를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이다.

 

유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 정약용에게 유배의 기간이 없었다면 그의 학문적 업적은 존재할까? 거의 20여년에 이르는 유배기간 동안 여유당전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많은 서책을 완성하고 그 성과가 오늘날에 이르러서까지 주목받고 있다. 정약용처럼 이렇게 정치적 수단에 의해 현실로부터 단절을 강요받았던 유배라는 형벌은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이 책‘유배, 권력의 뒤안길’은 우리 역사에서 유배라는 형벌이 시행된 과정을 따라가고 있는 책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말에 이르는 기간 동안 유배와 관련된 정치적 사건을 추적하고 이를 살펴 유배를 간 사람들의 흔적을 담았다. 그렇다면 유배란 어떤 것을 이르는 말일까? 죄를 지은 죄인을 벌주는 형에는 다섯 가지가 있었다. 이를 오형이라고 하는데 중국 대명률에 근거하여 태형, 장형, 도형, 유형, 사형 등을 말한다. 이중에서 유형에 해당하는 벌을 부과하는 것을 유배라고 말하고 있다. 유배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내포된 형벌로 인식되는 것은 유배를 당한 사람들이 대부분 정치적 사건에 관련되어 유배를 갔다는 것에 의한 것이다.

 

유배와 관련된 이야기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 이 책에서 삼국시대 이후 시대마다 굵직한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로 꾸며지고 있다. 유배가 주로 왕족이나 권력자들의 정치적인 이유로 행해졌던 형벌이나 보니 한 왕조의 흥망성쇠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왕권 중심의 나라에서 왕과 신하의 권력을 중심에 둔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벌어졌다. 왕위 계승과 관련된 왕족의 경우나 때론 신하들 사이에 권력을 나눠가지는 과정에서 붕당의 이해요구에 의해 상대방을 무고하여 정치적 생명을 단절시키는 일환으로 벌어진 사건들에 의해 유배형에 처해진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적 사건에 대한 서술이 중심이 되고 있다.

 

하여,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사에서 일어난 정치적 사건들과 직면하게 된다. 멀리는 백제 의자왕에서 고려의 무신들의 란에 의해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을 맞이한 경우 그리고 조선시대의 갖가지 사화에 연루되어 목숨을 잃거나 겨우 목숨은 부지하면서 유배길에 올랐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다양한 이유로 유배를 떠났던 사람들은 또 다양한 모습으로 유배생활을 했다. 그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정치적 단절을 당한 마음을 다잡아 학문에 몰두하거나 시문학에 그 마음을 담았다. 이후 유배문학이라는 말이 나타나게 된 것이 이러한 사정과 관련되어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저자 전웅은 역사의 사건들을 통해 유배에 처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기존의 역사적 해석에 의존하여 정치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를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단히 조심스러운 시각을 나타내고 있어 보인다. 사료의 새로운 발견이나 발굴에 의해 새로운 역사적 평가가 진행되는 상황을 적극 반영하여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유배형은 원래 고급 관리용으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중죄인을 처벌하는 과정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막힌 아이디어이다. 바둑이나 장기에서 사용되는 ‘묘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제도이다.’

 

저자가 유배를 규정하며 하는 말이다. 2000년대 우리나라 현실정치에서 보여주는 정치적 배려와도 통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정된 밥그릇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아웅다웅 싸우기는 하지만 그 밥그릇이 통째로 없어지게 될 상황에서는 한목소리로 밥그릇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역사 속에서 정치인이나 지금 현재의 정치인이나 그 밥에 그 나물인 것일까?

 

그렇더라도 때론 목숨을 걸고 왕이나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상대방에게 직언을 했던 모습도 함께 나타난다. 그들이 목숨을 담보로 직언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정치인이나 지식이면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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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예술의 진정한 힘은 자유로운 영혼의 성찰 결과인 창조성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자신을 대변하는데에 있어 고독과 외로움과의 싸움이 동반하기에 그 과정에서 얻게되는 상처는 누구보다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예술작품에 깃들어 있는 상처를 확인하는 것은 예술이 진정성에 한 발 다가서는 길이 아닌가도 싶구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상처는 무엇일지?

 

 

 

 

 

사랑과 욕망, 그림으로 읽기

 

그림을 감상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화가가 그림 속에 숨겨놓은 상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서양미술에 있어서 중심이 되었던 신화 속의 이야기는 그러한 상징을 알지 못하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그림들이 많습니다. 이 책에서 밝히는 것이 바로 그림 속에서 숨겨진 상징이기에 상징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본질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국단청의 원류 - 발생에서 고려시대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색으로 오방색을 이야기합니다. 이 오방색을 주로 사용하는 사찰건물의 단청은 우리나라 역사를 만들어왔던 불교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한국인의 색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알게하는 담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색과 더욱 긴밀해져가는 현대사회에서 한국인의 색에 대한 이해는 더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기에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한층 살아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집을 순례하다

 

집은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재태크 일환으로 빠져버리며 주택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 집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괼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닌 전 세계에 걸쳐 8곳의 집 이야기는 우리나라 집 문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눈물도 말라버린 그곳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미래를 전망하기가 지극히 혼란스럽다는 것이 현 한국사회라고 합니다. 무엇에서 희망의 미래를 찾을 수 있을까요? 혹,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올라 지금 그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보고 그 속에서 지난 기억을 회상한다면 희망이 있을까요? 유명 배우들이 찾아가 그곳의 흔적을 담아온 사진속에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고 혹 있을지도 모를 감동과 희망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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