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사랑함에 대하여'
물과 땅에서 나는 꽃 중에는 사랑스러운 것이 매우 많다.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했고 이씨의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몹시 사랑했으나 나는 홀로 연꽃을 사랑한다.

진흙 속에서 나왔으나 물들지 않고
맑은 물 잔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었으되 밖은 곧아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도 없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우뚝 깨끗하게 서 있으니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되 함부로 다룰 수는 없다.
나는 말하겠다.
국화는 꽃 중의 은일자요.
모란은 꽃 중의 부귀한 자요.
연은 꽃 중의 군자라고.
아!
국화에 대한 사랑은 도연명 이후에는 들은 적이 드물고 연꽃에 대한 사랑은 나와 같은 이가 몇 사람인고 모란에 대한 사랑은 많을 것이 당연하리라.

*중국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周敦頤(1017~1073)의 애련설愛蓮說이다. 연꽃이 절정인 때다. 연못에 연을 심어두고 꽃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나 불볕 더위에도 연꽃을 보러가는 이들은 알까. 주돈이의 이 애련설로 출발하여 연꽃을 향한 마음들이 고귀해졌다는 것을.

김소월의 진달래, 김영랑의 모란, 이효석의 매밀꽃, 김유정의 동백(생강나무), 도종환의 접시꽃ᆢ등. 그 사람이 있어 꽃이 있는 듯 특정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한사람의 칭송이 그렇게 만든 시초이나 뭇사람들의 암묵적 동의가 따라붙어 형성된 이미지리라.

꽃따라 사계절을 주유하는 마음 한가운데 특정한 꽃을 놓아두고 시시때때로 떠올리며 정취를 누리는 마음이 행복이다. 무슨 꽃이면 어떠랴, 향기와 모양, 색으로 들어와 은근하게 피어날 꽃이면 그만이다. 주돈이의 연꽃보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름 한복판이다. 더위는 이때다 하고 절정일 것이나 염덕炎德을 생각한다. 이미 늦었다고 머뭇거리지 말고 연꽃 피었다 지는 것은 지극히 짧으니 그 때를 놓치지 마시라.

연향은 멀리서 더 은근한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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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 않은 비가 어디 있으랴마는 처서處暑에 오는 비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싶다.

더이상 풀들도 자라지 않고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도 하고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고도 했다. 또한 옛 선비들은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도 이때가 지나서 했다고 한다. 이미 가을 냄새를 맞았으니 오는대로 누릴 참이다.

무엇이든 때를 만나기 위해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지만 폭염 속에서 만나는 단풍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같은 뿌리에서 났지만 가지가 다르다고 이렇게 먼저 내빼면 어쩌란 말이냐. 어쩌면 날마다 보는 벚나무 단풍은 이미 진행중이라는 것을 잊은듯 발걸음이 잡혔다.

가을은 짐작보다 성질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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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
왕성한 생명력의 표본이라도 되는걸까. 터전을 옮긴 초기, 이웃 마을에서 얻어온 하나가 제법 풍성하게 번졌다. 이웃나눔의 우선 대상이 될만큼 잘 자란다. 꽃도 좋지만 나눌 수 있어 더 좋은 꽃이다.
 
올해도 참나리는 제주 바닷가에서 먼저 봤다. 무리지어 또는 홀로 피어도 존재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검은돌 사이에서 피는 주황색 꽃이 돋보인다.
 
'참나리'란 나리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으로 ‘참’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고 한다. 나리 종류로는 땅나리, 중나리, 솔나리, 큰솔나리, 털중나리, 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섬말나리 등 다양하다.
 
참나리의 줄기에 까만색의 살눈이 떨어져 번식한다. 꽃에 주근깨가 많고 줄기에 까만색의 살눈으로 다른 나리들과 쉽게 구분한다.
 
무더위 속에서 오랫동안 피어있어 여름을 대표하는 꽃으로 불러도 될만하다. 꽃말은 ‘순결’, ‘깨끗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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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나리'
슬글슬금 땅나리 이야기가 들려오면 제주의 검은돌 해변이 떠오른다. 첫눈맞춤을 제주도에서 했고 이맘때면 제주도 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어서다.
 
벗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오롯이 혼자 볼 때와는 분명 다른 맛이다. 조금씩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한 대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있어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딘지 모른 바닷가 까만 돌 위에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의 꽃이 우뚝섰다. 땅과 바다의 경계에 서서 모두를 아우르는 듯하다. 작은 키가 당당함을 전하는 비법인양 오히려 의젓하게 보인다.
 
노란빛이 섞인 붉은색 또는 짙은 붉은색의 꽃이 줄기 끝에 모여 핀다. 다른 나리꽃들에 비해 꽃 크기도 키도 작다. 특유의 색으로도 주목되지만 고개숙여 핀 모습에서 이름을 얻었다.
 
올해 땅나리가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꽃놀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 중심에 늘 꽃친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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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객잔'
-김명리, 소명출판사

"곧 가을이 오리라
양광(陽光)은 등에 따갑고 그늘 쪽은 어느새 스산하다. 햇빛과 그늘의 스미고 흩어지는 경계,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좀 더 오래 머뭇거려도 좋을 시기가 이즈음인 듯하다."

가을 문턱에서 손에 든 책이다. 책과 제법 친하게 지내왔다고 하지만 고백컨데 시인을 알지 못한다. 이 첫만남이 시인의 시 세계로 이어질지도 장담 못한다.

첫장을 열어 '단풍객잔으로의 초대'라는 짧은 글을 거듭해서 읽으며 시인이 머무는 시절을 짐작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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