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을 뚫을 듯한 땡볕도 습기가 덜하니 견딜만 하다. 소나기라도 한판 지나갔으면하면서 비를 기다리는 것은 작물뿐 만은 아니다. 날기를 포기한 새들과 그늘에서 일어날줄 모르는 고양이, 그 모습에 눈길을 건네는 길손까지 흰구름 떠가는 하늘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

마지막 꽃잎을 떨구는 연蓮이다. 색과 모양, 무엇보다 은은한 향기로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잠깐의 시간이었다. 하나 남은 저 잎마져 떠나보내야 비로소 다음으로 건널갈 수 있다. 연실을 튼실하게 키우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일이다.

볕을 더하고 바람을 더하고 비를 더한다. 무게를 더하고 시간을 더하고 마음을 더하는 동안 깊어지고 넓어진다.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은 자연이 열매를 키워 다음 생을 준비하는 사명이다. 어디 풀과 나무 뿐이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현재를 살아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관계의 결과물이다.

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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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등뒤의 사랑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고개를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 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오인태 시인의 시 '등뒤의 사랑'이다. 어쩌면 내게서 가장 먼곳은 등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앞서가는 사람의 등이라도 볼 수 있기에 내 등을 짐작할 수 있다. 서로의 등뒤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06)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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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꿩의다리'
가야산 정상으로 향하는 막바지에 바위틈에 자리잡고 힘겹게 올라온 이들을 반기는 무리들이 있다. 스치는 바람이라도 온몸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정상 부근에는 이 꽃을 중심으로 온갖 꽃들이 피어 꽃밭을 펼쳐놓고 있다.
 
꿩의다리란 이름은 꽃대가 꿩의 다리처럼 날씬한데서 유래 된 이름이라고 한다. 자주꿩의다리는 자주색 꽃이 피는 꿩의다리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초여름 흰빛이 도는 자주색이고 수술대는 끝이 방망이 같으며 자주색이고 꽃밥은 긴 타원형으로 자주색이다.
 
'꿩의다리'는 꽃과 잎의 모양과 꽃의 색깔 등으로 구분하는데 금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좀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산꿩의다리, 발톱꿩의다리 등 10여종이 있다. 모두 그것이 그것 같아 구분하기 어렵다.
 
가녀린 꽃대와 꽃이 연약해 보이지만 결코 연약한 것이 이니다. '순간의 행복', '지성'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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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잎종덩굴
여기 어디쯤인데ᆢ. 비슷한 때 같은 곳을 가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식물들이 있다. 매년 비슷한 때 같은 곳을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는 길가 수로 한켠에서 만나는 꽃 중에 하나다.
 
다문듯 벌어진듯 애매한 모양이지만 종처럼 달렸다. 독특한 모양의 꽃이 피어 아래를 향한 특이함으로 주목 받는다. 누런색 종모양 꽃이 지고 나면 머리를 풀어 헤친 것처럼 보이는 열매가 눈길을 끈다.
 
종덩굴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으로는 종덩굴, 세잎종덩굴, 바위종덩굴, 검종덩굴 등이 있다는데 확인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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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목나무'

때를 맞추지 못하여 꽃을 보지 못하고 열매만 보다가 꽃을 만났다. 비와 안개가 만남을 방해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오랫동안 눈맞춤 했다. 높은 곳을 오르는 맛을 알게하는 식물 중 하나다.

 

독특한 꽃이 잎에 올라 앉아 피웠다. 대부분 쌍으로 앉았으니 더 눈요기거리다. 긴 꽃자루 끝에 다시 짧은 두개의 꽃자루를 내고 꽃이 핀다. 이 특이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야산 정상부에서 열매로 먼저 만나고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꽃을 만났다. 먼 길 돌고 돌아 만났으니 같은 곳을 다시 가면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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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08-12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가 입술 한 번 안 떼고 초집중해 수놓은 꽃작품 두개를 몰래 올려다 놓고 간 거 같아요. 벅차게 아름답습니다!!!!

무진無盡 2021-08-20 18:44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