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바위솔
먼길 나선 차에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을 보자고 청했다. 경북인지 강원도인지 어느 이름 모를 협곡에 들어서니 너덜에 오르거니 물이 불어난 냇가를 건너 바위틈에 자리잡은 식물과 마주한다.

벼랑 끝이나 바위 위에 자리잡고 사는 것이 신비롭다. 필요한 양분은 어떻게 얻는 것인지도 모른다. 잎은 둥근 모양이고 연한 자주색 무늬가 있는 분녹색이다. 겨울눈으로 월동하는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한다.

고만고만한 생김새라 이름을 달리부르는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 구분하여 알아보기 보다는 절묘한 환경에서 자리잡고 사는 모양새가 눈에 먼저 들어오니 그것만으로도 우선은 된 것이라 위안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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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바위솔
그래, 여기 어디쯤인데ᆢ. 몸이 기억하는 것은 거의 빈틈이 없다. 처음 본 꽃자리는 시간이 흘러도 그곳에 가면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게 된다. 지난해 보았던 그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하나하나 눈맞춤하며 담았던 사진은 바다로 돌아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하여, 다시 처음 본 마음으로 긴 눈맞춤을 했다.
 
바닷가 바위틈이나 자갈밭, 산비탈 등지에서 자란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5개이고 꽃은 흰색, 꽃밥은 자줏빛이 도는 적색이다. 비슷한 모양의 다른 바위솔과 구분이 쉽지가 않다.
 
해국 흐드러지게 핀 울진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꽃대 올린 모습은 많이 봤으나 흰색의 꽃과 꽃밥이라고 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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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하나다
贈李聖徵令公赴京序 증이성징영공부경서

누런 것은 스스로 누렇다 하고, 푸른 것은 스스로 푸르다 하는데, 그 누렇고 푸른 것이 과연 그 본성이겠는가? 갑에게 물으면 갑이 옳고 을은 그르다 하고, 을에게 물으면 을이 옳고 갑은 그르다고 한다. 그 둘 다 옳은 것인가? 아니면 둘 다 그른 것인가? 갑과 을이 둘 다 옳을 수는 없는 것인가?

나는 혼자다. 지금의 선비를 보건데 나처럼 혼자인 자가 있는가. 나 혼자서 세상길을 가나니, 벗 사귀는 도리를 어찌 어느 한 편에 빌붙으랴. 한 편에 붙지 않기에 나머지 넷, 다섯이 모두 나의 벗이 된다. 그런즉 나의 도리가 또한 넓지 않은가. 그 차가움은 얼음을 얼릴 정도지만 내가 떨지 않고, 그 뜨거움은 흙을 태울 정도이나 내가 애태우지 않는다. 가한 것도 불가한 것도 없이 오직 내 마음을 따라 행동할 뿐이다. 마음이 돌아가는 바는 오직 나 한 개인에게 있을 뿐이니, 나의 거취가 느긋하게 여유가 있지 않겠는가.

*조선사람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집 於于集'에 실린 글이다.'연경으로 가는 이정귀(자 성징) 영공에게 주는 글 '贈李聖徵令公赴京序 증이성징영공부경서'의 일부다. 북인에 속하는 유몽인이 서인인 이정구와의 우정을 회고하고 진정한 우정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내달리는 가을의 속내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살아가는 동안 각기 다른 모양과 색으로 자신을 드러내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같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다른 생을 준비한다.

영겁의 시간 속에서 모두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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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21-11-1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다른 생을 준비하는 생명들을 상상하니 겸허해지고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사진 색감이 너무 이뻐서 실제로 보면 얼마나 두근거릴까 상상해보았습니다..
 

해국
우여곡절을 겪었다. 바다를 품고 있을 해국을 만나는 특별한 의식을 치루고 1년의 시간이 흘러 그 자리에 다시 섰다. 그자리 그대로 피어있는 꽃보다 더 귀한 마음이 함께라서 내게 해국은 늘 그 자리일 것이다.
 
동해의 해국과 제주의 해국은 바다 곁에서 바다를 향해 피어 있었다. 동해의 회색 바위와 제주의 검은 바위를 배경 삼아 핀 해국의 이미지는 다르다. 배경을 믿고 화사하거나 짙은 속내들을 드러내고 있다.
 
나고 자란 환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향한 그리움을 온전히 담는 것은 한치의 다름도 없었다. 두곳의 해국을 원없이 보았고 그 진한 속내를 품었으니 내 가슴 언저리에 해국 향이 스며들었으리라 짐작한다.
 
바닷가에 자라는 국화라고 해서 해국이라 하기에 바다를 빼놓고는 떠올릴 수 없는 꽃처럼 내게 해국은 벗들의 따스함을 온몸을 느끼게 해준 꽃이다. 울진과 제주의 벗들을 오롯히 품게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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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 시인의 시 '봄'이다. 봄을 향해가는 마음들이 조급함에서 벗어나면 지금 곁에 있는 봄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그 봄과 이 봄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17)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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