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리'
자세히 보아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숨도 죽일만큼 가만가만 눈을 마주칠 일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 어찌 너 뿐이겠느냐마는 널 마주하는 내 마음이 그렇다. 순백에 연분홍으로 점까지 찍어두었기에 마음 설레기에 충분하다.

양지바른 들이나 냇가에서 자라며 가지 끝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뭉쳐서 달린다. 이게 무슨 꽃인가 싶은데 매력 덩어리다. 순박한 누이를 닮은듯 하면서도 때론 아주 고고함으로 당당하다.

고만이라고도 한다. 곡식을 키워야하는 논밭에서 질긴 생명력으로 뽑아도 뽑아도 사라지지 않은 널 보는 농부의 마음에서 이제는 제발 고만나와라는 하소연에서 붙여진 이름이 고마리라 전해지기도 한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달밤에 빛나는 메밀밭을 닮아서 쌩뚱맞게도 피곤한 밤길을 걸었던 이효석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도 하다. '꿀의 원천' 이라는 꽃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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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앉은부채'
꽃 찾아 다니다 만나는 자연의 신비스러운 것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동안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은 당연하고 오랫동안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습기 많은 여름에 핀다. 작은 크기로 땅에 붙어 올라와 앉아있는듯 보이며 타원형으로 된 포에 싸여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앉은부채라는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님과 닮아서 ‘앉은부처’라고 부르던 것이 바뀐 것이라고 한다.
 
애기앉은부채는 앉은부채와 비슷하나 그보다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앉은부채는 이른 봄, 눈 속에서도 꽃이 피는 반면 애기앉은부채는 고온다습한 여름이 되어야 꽃이 핀다.
 
자생지가 많지 않고 더러는 파괴된 곳도 있기에 앞으로 얼마동안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귀함을 알기에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 귀함을 모르기에 무참히 파괴되기도 한다. 이 자생지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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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樂 지락
値會心時節 逢會心友生 作會心言語 讀會心詩文 此至樂 而何其至稀也 一生凡幾許番
치회심시절 봉회심우생 작회심언어 독회심시문 차지락 이하기지희야 일생범기허번

최상의 즐거움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고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고 마음에 맞는 시와 글을 읽는다. 이것이 최상의 즐거움이지만 지극히 드문 일이다. 이런 기회는 인생 동안 다 합해도 몇 번에 불과하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선귤당농소'에 나오는 글이다.

지난 주말 멀리 사는 벗들이 오랫만에 모였다. 짧은 만남이 주는 긴 여운을 알기에 기꺼이 시간을 낸 것이리라. 돌아서는 뒷모습이 꼭 이와같아 닮았다.

최상의 즐거움이 어디 따로 있을까. '절정의 순간이었다'는 것은 언제나 과거의 일이다. 지나고보니 그렇더라는 것이기에 늘 아쉬움만 남는다. 일상에서 누리는 자잘한 행복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는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매 순간 누리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쌓여 그 사람의 삶의 향기를 결정한다. 오늘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花樣年華화양연화는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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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2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시는 사진이랑 글 너무 좋아요.
애독자입니다~♡
 

'층층잔대'
꽃 핀다는 소리가 들리면 해마다 서너차례 같은 곳을 걷는다. 몇개의 산 모퉁이를 돌고 나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추는 곳, 빠르거나 늦거나 하여 꽃이 보이지 않더라도 꽃과 함께 기억되는 공간이다. 아는 사람만이 누리는 멋이고 맛이다.

길다란 종 모양의 꽃이 가지를 돌면서 층을 이루고 핀다. 연보라 색이 주는 신비로움에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이채롭다. 삐져나온 암술을 잡고 흔들면 곱디고운 소리가 날듯도 싶지만 매번 생각뿐이다.

잔대가 층을 이루며 핀다고 해서 층층잔대라고 한다. 잔대, 금강잔대, 나리잔대, 톱잔대, 털잔대, 두메잔대, 당잔대, 가는층층잔대 등 잔대 집안도 식구가 많다. 몇가지는 실물을 봤으나 여전히 구분이 어려운 식물의 세계다.

노고단 오르는 기회가 있으면 늘 그곳을 서성인다. 양쪽 몇개체들이 해마다 잊지않고 얼굴을 보여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뿌리가 약재로 사용되어 '감사', '은혜'라는 꽃말을 붙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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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2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꽃도 참 이쁩니다.
감사 은혜 꽃말까지 좋군요.
 


#시_읽는_하루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 시인의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14)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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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0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