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꽃'
조선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한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시투구꽃의 실물이 궁금했다. 투구꽃에 각시가 붙었으니 투구꽃보다는 작다라는 의미다. 여전히 각시투구꽃은 보지 못하고 대신 투구꽃을 만났다.
 
꼬깔인듯 투구인듯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감추고 싶은 무엇이 있나보다. 자주색 꽃이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아래에서 위로 어긋나게 올라가며 핀다. 병정들의 사열식을 보는듯 하다. 여물어 가는 가을 숲에서 보라색이 주는 신비로움까지 갖췄으니 더 돋보인다.
 
꽃이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고 한다. 맹독성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인디언들은 이 투구꽃의 즙으로 독화살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각시투구꽃도 이 독성을 주목하여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집안도 형태적 변이가 심하여 복잡하다. 투구꽃, 세뿔투구꽃, 바꽃, 지리바꽃, 놋젓가락나물, 한라돌쩌귀, 진범 등 겨우 두 세 종류만 보았고 또 비슷비슷 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 예쁘지만 강한 독을 지닌 투구꽃은 볼 수록 매력적이다. 독특한 모양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뭔가 감추고 싶어 단단한 투구를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밤의 열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레이스 2021-09-29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투구처럼 보이게 찍었네요^^
보라색이 너무 예뻐요
 

#시_읽는_하루

낙화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조지훈 시인의 시 '낙화'다.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도 꽃이 져야 열매 맺는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류근_진혜원_시선집 #당신에게_시가_있다면_당신은_혼자가_아닙니다 에서 옮겨왔습니다. (12)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문태준의 시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다. 정령치를 건너다 보는 산기슭에는 250 여년의 같은 시간을 쌓아온 소나무 네그루가 있다. 잘 익어가는 나무는 넉넉한 품을 만들어 뭇 생명들에게 쉼의 시간을 나눠주고 있다.
 
성급한 가을을 전하는 바람이 들판을 건너 사람들의 터에 당도하고 있다. 소나무 품에 들어 도란도란 나누는 저들의 말에도 잘 익은 속내가 담겼을 것이다. 다정도 하다.
 
미루지 말아야 할 말이 있듯이 때론 미루어 두고 한 템포 쉬어야 할 말도 있기 마련이다. 가슴 속으로 곱씹어 익히고 걸러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무엇, 오늘은 당신에게 그 말을 할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눈빛승마'
짙은 녹색으로 어두운 숲 속을 스스로를 밝혀 환하게 비춘다. 큰 키로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자잘한 꽃술이 모여 만들어 내는 빛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순백의 색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를 알게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한줄기에 여러 가지를 내고 수많은 꽃들을 달았다. 큰 원뿔모양으로 뭉친 모습으로 흰색으로 핀다. 하얀 꽃이 마치 눈처럼 소복하게 쌓여 핀 모습의 아름다움에 주목하여 눈빛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가까운 식물들로는 승마, 촛대승마, 누운촛대승마 등이 있으며 비교적 구분하기가 쉽다. 할아버지의 긴 수염도 연상되지만 숲에서 사는 양의 수염으로 본 모양이다. '산양의 수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닻꽃'

꽃이 닻 모양이어서 닻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니 그릴듯 하다. 황록색이 주는 안정감과는 달리 날카로운 모양이다. 많은 꽃을 달고 있어 무리진 이미지는 개별적인 꽃 하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경기도 화악산과 강원도 대암산 등 자생지가 10곳 미만으로 개체수가 매우 적어 쉽게 볼 수 없는 꽃이라고 한다. 화악산에는 바위틈에 집단 서식지가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실물을 처음 보지만 이내 알아본다. 사진으로 눈에 익혀 이미 익숙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먼길 나서서 금강초롱과 함께 본 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