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 :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
피천득 외 지음, 손광성 엮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삶이 담긴 글에서 위안 받기
글은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글이 밥벌이의 일환이자 자신을 성장시키는 무엇이 될 것이지만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먹고 사는 일도 만만치 않은 현실은 그만큼 마음이 각박한 세상살이가 되며 주변이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등한시하게 만들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쩜 이런 현실과는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아닐까?
글이 사람들의 일상에서 멀어진 현대사회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속에서 글은 늘 함께했다. 자연과 사람 사는 세상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과 지향점을 담아 글을 쓰고 벗들과 함께 나누며 살았다. 이때 선비들의 글은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이며 세상을 올바로 바꾸며 자기 성찰이 주를 이루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한편으로 보면 그때 그 선비들은 삶을 옥죄이는 일상에서 한걸음 벗어난 생활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가한 일상이 꼭 글을 쓸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닐 것이다. 삶이 치열하지 못하면 그 사람이 내놓는 글 역시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좋은 글은 사람들의 삶에서 벗어난 글이 아닌 일상의 반영이며 그 속에서 자신을 성찰한 결과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글의 완성은 수필로 모아진다고 했다. 글이 가지는 솔직성과 현실과 사람들의 삶에 밀접하게 부응하는 글이 가지는 강점이 수필에 그대로 담기는 강점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을유문화사가 발행한‘살며 생각하며 느끼며’의 한국의 명수필에서 수필이 가지는 이러한 강점을 확인할 수 있다. 1993년 발행한 한국 수필선집을 시작으로 2013년 다섯 번째 개정판이다. 엮은이의 말에 따르면 ‘세월의 물살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오래 남을 그런 좋은 수필’을 모아 발행한 것이라고 한다.
이효석, 양주동, 나도향, 피천득, 주요섭, 이상, 백석, 김태길 등 한국에서 알만한 문인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일상에서 느끼고 가슴에 담았던 소중한 감정들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이미 운명을 달리한 작가들의 글도 있어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감정을 공감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는 수필이 ‘우리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하면서도 진솔한 문학이라는 것’이라는 특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사랑하는 생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랑, 고뇌 그리고 소망,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 삶의 예지와 진리의 샘, 향수와 여정 등 여섯 꼭지로 나뉜 수필의 모음들이 담긴 이 수필선집은 한국수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이 글쓰기에 도전하며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분야가 수필이지만 막상 수필이 가지는 장점을 살리는 글이 얼마나 되고 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보다 훨씬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이 수필집에 담긴 글들의 소재로는 달, 골무, 짜장면, 커피포트, 비닐우산, 구두, 나무, 수염처럼 일상과 가장 가까운 것들에서부터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감정이 담겼다. 우리을 둘러싼 도든 것이 곧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글감이 된다는 것이며 이런 것과의 구체적인 만남 속에서 구체적인 깨달음이 글로 담긴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