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 - 우리가 알지 못했던 43가지 역사 이야기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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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무엇보다 우선 흥미로운 무엇인가가 있기에 지난 시간의 기록을 보는 것이며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관심이 있지만 미래는 그야말로 알 수 없는 부분이라 궁금한 것을 넘어서진 못한다. 하여, 지난 시간 동안 살아왔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현재의 삶과 미래를 예측해 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기에는 문헌의 해석이나 자료의 부재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 어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입문하기를 주저하곤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많은 역사학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바로 역사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알기 쉬운 역사 해설서나 흥미로운 사건을 중심으로 한 역사책 발간과 더불어 문화유적답사 프로그램의 개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책속에 묻혀 있던 역사가 현실로 다가오며 단지 지나가버린 시간이 아닌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한국사 편지’로 이미 독자들에게 익숙한 저자 박은봉의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세계사’도 이런 부류의 역사책이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43가지 역사 이야기라는 부제가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베토벤의‘불멸의 연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첫사랑 마리아, 동성애자 차이코프스키의 정신적 사랑 폰 메크 부인, 아폴리네르의 시〈미라보 다리〉가 태어난 이유와 같은 사랑이야기를 시작으로 상앙의 죽음, 진시황을 습격한 자객 형가, 진주를 삼킨 클레오파트라, 개들의 만찬과 같은 사람들의 꿈과 야망, 중세 유럽을 쓰러뜨린 페스트, 〈모나리자〉는 다 빈치 자신을 그린 것?, 마녀사냥, 사라진 비너스의 두 팔과 같은 모함과 의문, 의혹 그릭 hwkf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촉나라를 지탱한 소금, 화장, 그 신비의 마술, 미인 이야기,〈목포의 눈물〉과〈홍도야 우지 마라〉등 우리에게 흥미로운 사실들을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 인디언, 비행기와 낙하산의 시조는 중국, 다윈보다 먼저 진화론을 정리한 월리스, 서 대감의 뒤바뀐 사윗감, 콜럼버스의 거짓말, 나폴레옹의 거짓말 등과 같은 다른 무엇으로 가려진 이야기나 사람들의 실수나 오해로부터 발생한 이야기들과 우륵, 최칠칠, 채플린, 크산티페와 소피아, 말린체, 장희빈과 인현왕후, 민갑완 처럼 역사 이야기의 중심 주제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역사 중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그 속에서 역사의 교훈을 찾아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이야기들 속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첫사랑 마리’, ‘진주를 삼킨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 꺼리로도 있지만 인디언의 이야기나 잉카제국, 콜럼버스의 거짓말, 나폴레옹의 거짓말 등과 같이 분명하게‘역사의식’을 지녀야 하는 이야기도 있다.

 

역사의 해석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지향점을 결정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저자의 시각으로 Tm여진 '우리가 알지 못했던 43가지 역사 이야기'가 흥미로운 역사사실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독자들에게 역사의식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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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백자 - 다산의 아들 유산의 개혁과 분노, 그리고 좌절
차벽 지음 / 희고희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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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로 이어지는 다산의 정신

조선을 빛낸 많은 사람들 중 단연 선두에 설 수 있는 사람으로 다산 정약용(1762년 ~ 1836년)이 아닐까? 팔대 옥당가문에서 태어나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정약용은 세도정치의 그늘에서 숨죽이며 학문에 정진한 결과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여유당전서 등 500여권의 저술을 남기는 학문의 업적을 이뤘다. 하지만 그의 삶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이 먼저 일어나는 것은 그의 당호 여유당(與猶堂)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여유당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따온 말로 '여'는 겨울 냇물을 건너듯 하고 '유'는 사방을 두려워하는 듯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처럼 그가 세상을 살았던 마음가짐이 여기에 있었다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다면 정약용의 가족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시대를 개혁하려던 정치인이자 학자로의 삶이 너무 큰 산이었기에 가족들이 겪어야 했을 고통도 그 큰 산만큼 크고 깊었으리라 여겨진다. 하여 훌륭한 시인이자 의사이며, 아버지의 개혁사상을 물려받은 학자였던 그의 아들 유산(酉山) 정학연(1783~1859)에 대해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설 ‘슬픈 백자’는 정약용의 큰 아들 유산 정학연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살아있는 다산을 만나기 위해 그를 찾아 줄곧 걸었다는 저자 차벽은 이미 ‘다산의 후반생’(2010, 돌베개)과 ‘다산의 연인, 호수야! 호수야!’(2012, 희고희고)를 통해 다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다산을 만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산을 만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세도정치의 그늘에 가려 아버지가 죽은 후 20년 만에 음직으로 관직에 나가 그의 아버지가 못 다한 개혁을 시행하고자 한다. 70이 넘은 자신에게 벼슬이 내려진다는 것이 죽은 아버지의 삶이 결국 헛되지 않았음으로 받아들이며 기뻐하지만 막상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조선 말 안동김씨의 극단적인 세도정치로 허물어지던 때였기에 사회 곳곳 정상적인 곳이 없을 지경에 이른 시점이었다. 그가 부임한 사옹원 분원(현 광주시 분원리)은 백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자기를 만들어 조정에 납품하던 곳이다. 자기를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를 비롯하여 허물어져가는 조선 백자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임진왜란 때 잡혀간 조선피로사기장의 후손들과 접촉하는 등 개혁을 시도하던 정학연에게 사옹원과 종친들의 이권개입의 요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개혁의지가 벽에 부딪칠 때마다 떠 올리는 아버지는 유산에게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다. 유산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최초로 유산 정학연에 주목하여 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다산 정약용의 삶과 학문의 지향점이 어떻게 아들로 이어지고 있으며 다산과 유산이 살던 조선말의 정치정세와 사회풍조를 알 수 있다. 더욱 유산 정학연의 조선백자를 살리기 위한 열정은 유산의 삶의 한 부분을 통해 전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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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졸우교 - 소설 인문학 수프 시리즈 1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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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새롭게 읽기

문학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오랜 시간동안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문학 작품들에는 그 작품만의 독자를 끄는 힘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고전을 비롯한 문학이 살아남은 이유가 될 것이지만 아직 그 힘이 무엇이라고 이렇게 저렇게 말하지 못한다. 한때 소설은 그저 심심풀이로 시간이 날 때나 관심분야의 책에 지쳐 다른 읽을거리를 찾을 때나 만나던 것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고전읽기 모임에 참여하며 힘들게 읽어가던 소설 속에서 사람의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찾아내고 나서부터 주된 관심사 중에 하나로 등장한 것이다.

 

이것일까? 문학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아 든든하게 독자들 편에 서있을 수 있는 힘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문학작품을 만나는 시간은 어렵다. 고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을 대할 때면 한편으론 고역이나 마찬가지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품들이 많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오랜 숙제 앞에 한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책을 만난다. 작가와비평사에서 발간한 인문학 수프 시리즈 첫 번째 책 바로 양선규의 ‘장졸우교’다. 저자 양선규는 소설가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저자는 ‘소설은 예나 지금이나 인문학의 보고이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소설읽기를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졸렬함을 기교로써 감추다’는 뜻의 ‘장졸우교’는 졸렬함이나 기교보다는 마음으로 읽어가는 소설이야기로 읽힌다.

 

‘장졸우교’에는 몰개월의 새, 노인과 바다, 옛우물, 통도사 가는 길, 줄, 유자약전, 달과 6펜스, 자전거 도둑, 금시조, 풍금이 있던 자리, 소나기,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만다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 20편의 국내외 소설을 저자 자신의 눈으로 읽는다. 그저 소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의 삶과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소설과 접목시켜 인간 삶의 본질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의 소설읽기가 힘을 가지는 것은 솔직한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속에 내재해 있는 인간의 삶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개인의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가는 것 같은 한편의 에세이를 보는 듯도 하다. 그래서 장졸우교에서 만나는 소설들은 낯선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하며 때론 이 작품이 이런 내용이었나 싶은 의아심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만큼 저자의 소설읽은 시각이 독특하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작품 20편을 골라, 소설적인 틀을 지닌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때그때 조금씩 보탰었다. 그 두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서로를 간섭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했다. 독자들은 두 이야기가 서로 간섭하여 새로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을 읽게 될 것이다. 소설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 저자의 눈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와비평이 이런 기획의도로 발간하는 인문학 수프 시리즈라면 독자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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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 - 당신의 사랑이 흔들리고 있다
프랜 코헨 프레이버 지음, 박지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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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과학의 힘이 거의 만능에 가까워진 걸까? 자연과 사람을 탐구하고 이젠 그 사람의 마음까지 분석하여 향후 행동과 마음을 예측하고 그 결과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범위까지 넓혀졌다. 물론 사물의 양면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때론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겠지만 과연 그 모든 것이 사람의 행복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알 수 없기에 미지의 세계인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고통 받는 원인을 밝혀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낱낱이 밝혀진 사람의 실체를 알아서 행복을 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그를 위해 그동안 과학자나 학자들의 노력 또한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에서 밝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현실을 바꿔 개선된 환경에서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유용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류가 역사를 만들어 온 이래 늘 주목 받았던 인간의 감정 곧 ‘사랑’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더 그 필요성에 주목할 것이다.

 

뇌 속의 작은 신경세포 ‘거울뉴런’이라는 세포의 기능에 주목한 학자들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과 공감하고 소중한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관장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사랑의 감정이 변할 때 이 감정을 시작한 시점으로 돌려 새롭게 불타는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가능성 밝혀졌다. 이 거울뉴런에 의해 ‘상대방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니고 있어 타인의 행동을 따라하게 할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의 저자 프랜 코헨 프레이버는 이 ‘거울뉴런’를 사람들의 실제 생활에 적용하여 그 사람들의 삶을 바꿔온 과정을 경험하며 이를 모든 사람들의 경우로 일반화하여 사랑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사랑의 시작과는 달리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원인을 찾아내 당사자가 공감하게 하고 직면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랑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방법으로는 ‘공감, 치유, 겸손’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 ‘용서’의 과정을 말한다. 서로의 말과 행동에 담긴 감정을 오해 없이 받아들이는 방법과, 상처받은 마음을 서로 나누는 공감,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인 치유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역지사지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겸손이 그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흔들리는 사랑 앞에서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당면한 자신의 감정을 올바로 바라볼 기회가 있을까 싶다. 그만큼 절박하고 고통스럽기에 자신의 감정에 빠져 상대를 판단하고 그 판단으로 오해하며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기가 쉽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강단 있는 마음을 먹고 두 사람의 사랑을 다시 불태워갈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거울 뉴런이 긍정적인 기억뿐 아니라 부정적인 기억까지 서로를 연결하여 사랑의 감정에 찬물을 붓기도 하듯 저자가 제시하는 이 방법 역시 연이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질 것이다.

 

오랜 시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이어져 온 사람관계가 모두 올바른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들이 달라진 사랑의 감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행복해 질까? 때론,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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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환기 탄생 100주년 기념
이충렬 지음 / 유리창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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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정체성을 자신의 예술세계로 만든 김환기

한 사람의 삶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시대를 이끄는 시대정신과 더불어 함께 생활했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한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비로소 한 사람의 인생이 완성된다. 우리가 흔히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쉽게 그 사람의 일생을 혼자만의 무엇으로 생각하는 경향성이 많은데 이는 한 사람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다. 허여, 누군가의 평전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하며 그 속에는 반드시 그 시대를 관통한 시대정신과 더불어 교류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충렬은 ‘혜곡 최순우 한국미 순례자(김영사, 2012)’, 간송 전형필(김영사, 2010) 등 우리 현대사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던 사람들에 대한 평전을 발표하여 주목받아 왔다. 그가 이번에는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유리창, 2013)’로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화가 김환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된 이 평전은 김환기라는 이름만 들었지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김환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 이충렬은 이 김환기 평전을 준비하며 유족측과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아쉬움은 시간이 흘러 더 좋은 계기로 작용되리라 믿어 본다.

 

이 책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은 김환기의 일대기를 따라 시간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가 입문기, 파란만장 격동기, 도전과 좌절의 파리 시절, 절정과 아쉬움으로 구분하여 김환기의 일생을 살핀다. 부자 아버지를 둔 그가 섬 안좌도에서 태어나 가족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고 또 일본으로 건너가 성장하는 동안 아버지의 강압에 어쩌지 못하고 일찍 결혼한 사실이나 미술을 선택한 배경 그리고 일본에서의 화가로써 성장하는 과정 등이 전반부에 상세하게 소개된다. 일본에서 화가로 이름을 알려지는 시기 자신의 뿌리인 조선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고 이후 귀국 후 안좌도와 서울을 오가며 화가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과는 과정, 한국전쟁 시 부산에서의 활동 그리고 파리와 뉴욕으로 진출하는 전반의 과정이 담겼다. 또한, 이혼 후 이상과 사별한 후 혼자 지내던 김향안과의 재혼으로 예술가의 삶에 든든한 동반자를 만나 더욱 성장하는 계기를 맞는다.

 

한국의 추상, 반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화가 김환기에게서 주목되는 점은 화가로 성장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일본이나 파리 등 외국의 영향을 스스로 극복하고 한국인으로써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구축한 점이다. 백자 달항아리에서 출발한 ‘평범한 것의 위대함’을 결국‘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임을 작품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 점이 화가 김환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임을 확인한다. 저자 이충렬 역시 이 점에 주목하여 그를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으로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덤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미술과 문학 등 당시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반가운 최순우도 보이고 김용준, 길진섭, 정지용, 이상 등도 만날 수 있다.

 

화가 김환기는 어쩜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거부의 아들로 때어나 그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던 점, 잘 나가던 일본에서의 생활, 서울대를 비롯한 홍익대 등에서 교수로 제직하던 시절과 같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의 길로 나갔던 점 또한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나 오늘이나 예술가의 삶은 생활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가에 의해 예술가의 삶이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올 해 2013년은 김환기 탄생 100주년이라고 한다. 평생을 걸쳐 그가 추구했던 예술정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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