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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환기 탄생 100주년 기념
이충렬 지음 / 유리창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민족의 정체성을 자신의 예술세계로 만든 김환기
한 사람의 삶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시대를 이끄는 시대정신과 더불어 함께 생활했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한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비로소 한 사람의 인생이 완성된다. 우리가 흔히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쉽게 그 사람의 일생을 혼자만의 무엇으로 생각하는 경향성이 많은데 이는 한 사람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다. 허여, 누군가의 평전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하며 그 속에는 반드시 그 시대를 관통한 시대정신과 더불어 교류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충렬은 ‘혜곡 최순우 한국미 순례자(김영사, 2012)’, 간송 전형필(김영사, 2010) 등 우리 현대사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던 사람들에 대한 평전을 발표하여 주목받아 왔다. 그가 이번에는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유리창, 2013)’로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화가 김환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된 이 평전은 김환기라는 이름만 들었지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김환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 이충렬은 이 김환기 평전을 준비하며 유족측과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아쉬움은 시간이 흘러 더 좋은 계기로 작용되리라 믿어 본다.
이 책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은 김환기의 일대기를 따라 시간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가 입문기, 파란만장 격동기, 도전과 좌절의 파리 시절, 절정과 아쉬움으로 구분하여 김환기의 일생을 살핀다. 부자 아버지를 둔 그가 섬 안좌도에서 태어나 가족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고 또 일본으로 건너가 성장하는 동안 아버지의 강압에 어쩌지 못하고 일찍 결혼한 사실이나 미술을 선택한 배경 그리고 일본에서의 화가로써 성장하는 과정 등이 전반부에 상세하게 소개된다. 일본에서 화가로 이름을 알려지는 시기 자신의 뿌리인 조선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고 이후 귀국 후 안좌도와 서울을 오가며 화가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과는 과정, 한국전쟁 시 부산에서의 활동 그리고 파리와 뉴욕으로 진출하는 전반의 과정이 담겼다. 또한, 이혼 후 이상과 사별한 후 혼자 지내던 김향안과의 재혼으로 예술가의 삶에 든든한 동반자를 만나 더욱 성장하는 계기를 맞는다.
한국의 추상, 반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화가 김환기에게서 주목되는 점은 화가로 성장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일본이나 파리 등 외국의 영향을 스스로 극복하고 한국인으로써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구축한 점이다. 백자 달항아리에서 출발한 ‘평범한 것의 위대함’을 결국‘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임을 작품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 점이 화가 김환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임을 확인한다. 저자 이충렬 역시 이 점에 주목하여 그를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으로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덤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미술과 문학 등 당시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반가운 최순우도 보이고 김용준, 길진섭, 정지용, 이상 등도 만날 수 있다.
화가 김환기는 어쩜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거부의 아들로 때어나 그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던 점, 잘 나가던 일본에서의 생활, 서울대를 비롯한 홍익대 등에서 교수로 제직하던 시절과 같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의 길로 나갔던 점 또한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나 오늘이나 예술가의 삶은 생활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가에 의해 예술가의 삶이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올 해 2013년은 김환기 탄생 100주년이라고 한다. 평생을 걸쳐 그가 추구했던 예술정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