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 다산과 연암 라이벌평전 1탄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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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누구에게 주목해야 할까?

한국 지성사를 대표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조선 후기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으로 이후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며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이다. 이 둘은 조선 후기 정조 왕이 치세하던 시기를 살았던 사람으로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며 자신의 발자취를 뚜렷하게 남겼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기에 이 두 사람에 대한 관심 역시 주목하는 시기와 관심사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선, 열하일기와 목민심서라는 두 사람의 저작에 대한 관심 역시 그것이 주목받는 것은 시대적 요청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될만 하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사람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어쩜 당연한 것이고 우리의 고전문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 역시 이 두 사람의 저작에 주목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고전 평론이라는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 책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의 저자 고미숙 역시 연암의 열하일기를 자신의 눈으로 해설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라는 책을 통해 연암과 다산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었다. 저자가 주목했던 두 사람에 관한 관심이 심화되어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이 책으로 보인다.

 

저자 고미숙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평전을 쓰면서 기존 평전들이 보여주는 바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출발한다. 일대기를 쫓아가는 평전이 아닌 저서라는 굵직한 삶의 흔적에서 출발하는 점이 그것이며 한 사람이 아닌 동시에 두 사람을 비교분석한다는 점이다. 크게는 연암과 다산에 대해 '열하일기'와 '목심심서'를 중심으로 시문, 척독, 묘지명 등과 같은 저작물을 통해 그 저작물이 담고 있는 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두 사람의 세계관과 삶의 방식을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함께 고려되는 사람이 두 사람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던 바로 정조 왕이다. 이 세 사람의 관계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통해 살펴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일이다.

 

연암과 다산은 그들이 살았던 당시에 만났을까? 라는 매우 흥미로운 가설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이 책이 이 가설이 가지는 의미성에 주목하여 다양한 경로로 두 사람의 삶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물과 불로 표현될 만큼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연암과 다산은 학문영역뿐 아니라 삶의 모습에서도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그러한 생활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모아진 것이 그들의 저작이라는 시각이다. 하여, 저작물에 대한 관심이 그들이 살았던 당시뿐 아니라 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둠 속에서 갈 길을 밝혀주는 별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여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고미숙의 연암과 다산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통상적으로 이 두 사람을 각각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시각을 종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시기를 살았지만 한 사람은 끊임없이 주류를 향한 마음을 보였다면 한 사람은 방외지사 격이다. 이 둘을 한 가지 기준으로 묶어내고자 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여, 저자 역시 다양하게 비슷한 점을 찾아보지만 그 속에는 차이를 인정하며 비교하고 있다. 비교하여 차이를 드러내고자 한다는 것은 비교하는 대상들의 우열을 판가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독특함을 드러내 우뚝 세우고자 함이 전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저자가 두 사람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선 후기의 라이벌이 아닌 동반자로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현실의 혼란함과 불투명한 미래가 우리가 사는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라면 이 두 사람 중 누구에 주목해야 할까? 연암과 다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두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이런 시도가 의미 있는 것은 우뚝 선 두 사람의 삶을 비교하여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찾고 이를 통해 현대인이 살아가야 할 삶의 지침을 밝히고 있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역사나 문학을 통해 자신이 서 있는 현재 위치를 밝히고 앞날을 살아갈 방향을 찾는 것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연암과 다산에 대해 기획하고 있다는 두 사람의 라이벌 평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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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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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 휴가는?

휴가 절정기, 우가가 겹쳐 이때만을 기다렸던 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무더운 태양을 피하고 삶에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산과 들, 바다로 아니면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날씨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인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상상 속으로나마 맑고 갠 날을 떠올리며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에는 늘 마음이 설레기 마련이다. 그마저 못한다면 이미 여행이 주는 다양한 긍정성을 온몸으로 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으로 나마 달랠 수 있다면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 아닌가 싶다.

 

여기 여행의 다양한 조건들 중 대부분이 해결된 특히, 경제적 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제안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 일정한 기간 동안 세계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면 출발하기 전부터 이미 반은 성공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은희경, 이명세, 이병율, 백영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 이렇게 열 명이 바로 그런 행운의 주인공들이다. 문인을 포함한 가수, 영화감독, 요리가 등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며 이 시대 주목받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여행지를 선택하여 자유로이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각자 따로 여행하고 이 모든 여행에 사진작가로 동반한 이병률이 서문을 작성한 그 여행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달출판사 발행 '안녕 다정한 사람'이 그 책이다.

 

은희경의 호주, 이명세의 태국, 이병률의 산타마을, 백영옥의 홍콩, 김훈의 미크로네시아의, 박칼린의 뉴칼레도니아, 박찬일의 큐슈, 장기하의 런던, 신경숙의 뉴욕, 이적의 퀘백은 모두의 여행지가 될 수 있지만 그들만이 만들어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담아온 것이 다르기에 그들만의 여행지가 된다. 같은 시간과 공간에 머물더라도 주목하는 바에 따라 다른 것을 담아내는 것처럼 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한 자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숨겨놓은 가슴 한 켠을 비밀리에 훔쳐보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전해주기도 한다.

 

이 여행에 참가한 모두는 비슷한 범주로 엮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지만 각기 독특한 개성으로 독자나 관객들을 만난다. 그만큼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여행하는 동안 주목하고 그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독특한 개성만큼 차이가 난다. 와인에 도시락 또는 맥주에 주목하여 여행지에서 먹고 마시는 동안 대상을 접하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 추억이 깃든 곳을 다시 방문하여 지나온 시간에 덧대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며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없는 평화를 느끼거나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언제 어느 곳으로 떠나는 늘 새로움을 전해주는 것이 여행이라면 혼자서도 벗들과 함께여도 좋을 것이지만 때론 일상의 그것들을 다 내려놓고 그저 혼자만의 시간을 낯선 공간에서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곳이 먼 이국이 아니면 어쩌랴. 지난시간 앞 만보고 달려온 자신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기회만 된다면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다. 일 년 동안 휴가철만 바라보고 살아온 보통의 사람들에게 이번 여름 이들처럼 그렇게 자신과 만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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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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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악마적 속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한국전쟁만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갔지만 왜 총부리를 동족에게 겨눠야 하는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전쟁 자체가 가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성의 파멸로 몰고 가는 속성으로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오랜 시간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게 한다. 그런 전쟁의 여파는 오늘 한국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중심에 여전히 살아남아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하여,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이런 비극적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각기 작품마다 같은 전쟁을 다루더라도 작가가 주목하는 중심 주제가 다르기에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형에 주목하여 소설 속 상황을 따라가는 맛이 다르다.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최인훈의 ‘광장’, 오영수의 ‘갯마을’, 윤흥길의 ‘장마’, 이범선의 ‘학마을 사람들’, 하근찬의 ‘수난이대’, 황순원의 ‘학’, 선우휘의 ‘불꽃’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소설 ‘파시’도 있다.

 

박경리의 파시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전선과는 거리를 둔 후방지역인 부산과 통영을 무대로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쟁을 이야기하지만 직접전쟁의 상황에서 한발 물러선 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이기에 직접적인 전쟁의 참상은 비켜가고 있지만 전쟁의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그 전쟁과 무관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북에서 내려온 전쟁고아 수옥, 밀수꾼의 앞잡이 서영래, 극한 상황에서도 도리를 지키려는 조만섭, 돈에 정신이 팔려 수옥을 서영래에게 넘기는 조만섭의 아내 서울댁, 정신이상으로 죽은 어머니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명화, 그런 명화를 사랑하며 보수적인 아버지와 대립하는 응주, 집안의 몰락으로 비뚤어져가는 학자와 학수 등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그려지는 인간형 속에서 전쟁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전쟁은 기성세대뿐 아니라 응주와 학수를 비롯한 젊은이들에게도 꿈을 가질 수 없게 하며 미래에 대한 불투명 보다는 현실의 문제로 직결되며 삶을 파괴해 간다.

 

문학은 주제를 대표하는 인물형으로 작가의 의도를 밝히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의 빈틈을 비집고 발동되는 인간의 본성은 매우 다양하게 드러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적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 돈과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 합류하려는 비굴함, 변화된 상황에 순응하고 목숨만 이어가려는 사람, 그런 와중에도 따뜻한 인간성을 발휘하는 사람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는 전쟁이 가지는 근본적인 속성에 의해 극대화 되는 방향으로 발로되지만 꼭 전쟁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어쩜 이런 전쟁이라는 상황을 빗대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러한 사람의 본성을 직시하자는 것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전쟁의 시작은 인간의 욕심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포로든 땅이든 물질자원이든 이를 둘러싼 인간의 욕심으로 시작된 전쟁이 결국 그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재앙을 동반한다. 전쟁의 피해자가 나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가해자, 피해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전쟁의 악마적 속성의 포로인 셈이다.

 

이 작품의 제목 ‘파시’는 “풍어기에는 어장(漁場)에서 어선과 상선 사이에 어획물의 매매가 이루어지는데, 이때 거래가 이루어지던 지역(바다)”을 의미하고 있다. 어확물에 의해 사람들이 모이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근거지가 만들어지며 시간적 제약을 받는 속성이 내포되어 있다. 작가가 전쟁의 이야기를 통해 ‘파시’가 갖는 속성을 인간의 본성이 발로되는 모습과 직결 지키고자 한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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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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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 청춘을 추억한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들여다보다 마음이 가는대로 꺼내어 페이지를 넘기다 예상치 못한 것들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메모, 명함 때론 지폐 등이 그것이다.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이런 물건들은 그 책과 함께 옛 기억을 더듬는데 아주 유용한 역할을 하곤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러한 경험은 때론 시간을 거슬러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한 시대를 특정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인문학 열풍이 일었던 시대가 있었다. 시대의 암울함을 벗어나기 위해 동시대를 살아가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학, 철학, 역사 등의 서적을 통해 조국이 안고 있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거나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은 경우라면 정신적인 위안이라도 삼을 요량으로라도 이러한 책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러한 시절 서점은 책만을 유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소통의 공간이었을 뿐 아니라 시대의 중심적인 소통의 공간이기도 했다. 책을 매개한 이러한 소통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한 상징처럼 되다가 이주 점차 책은 사람들 사이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책을 통해 지난 시대를 기억하게 만드는 책이 발간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며 책들을 통해 사람들과의 소통을 꿈꾸는 사람 윤성근의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가 그 책이다. 그는 헌책방을 운영하며 헌책 갈피에 숨어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을 담아 놓은 글들을 발견하고 이 글들이 담고 있는 따스한 온기를 전하고자 책을 펴냈다. 손 글씨가 담고 있는 매력이 물씬 풍기는 글맛이 오롯이 담긴 책이 기억의 뒤편에 잠자고 있던 사람에 대한 희망을 되살리고 있다.

 

여기에는 1980, 90년대를 청년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꿈, 좌절과 고통, 사랑이 손글씨로 담겨있다. 간절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음을 글로 담았지만 전하지 못한 편지도 있고 순수하였기에 시대의 아픔을 가슴에 담을 수밖에 없었던 지성도 있으며 혼란스러운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신을 성찰하는 자기고백도 있고 곁눈질로 머물기에는 벅찬 사랑에 대한 고백도 담겨있다. 그저 부푼 마음을 서툰 글씨로 옮겨지지도 않을 순수함이 담겨있는 83개의 손 글씨로 옮긴 마음들이 담겨있다. 이러한 글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기억 저편에 자리 잡은 소회를 꺼내놓아 글이 담을 수 있는 따스함을 드러내고 있다.

 

기억은 지금은 이미 사라진 무엇이 아니다. 사람마다 담긴 방법이나 깊이는 다를지언정 그 속에 담긴 사람 마음의 따스함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왜 지나간 것들은 모두 따뜻할까'라는 저자의 물음은 이미 답을 얻고 있다. 추억할 수 있는 특정한 무엇이 없더라도 가슴 속에 담긴 지나간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 어느 때나 조건을 만난다면 새록새록 살아 숨쉬며 사람들의 얼굴에 따스한 미소로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헌 책에 숨어있었던 소중한 마음의 자락들을 알아본 저자의 마음자리가 돋보인다. 이런 눈이 있었기에 헌 책속에 담겨 있던 마음들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헌책 속의 주인공인 찾아내 만나는 수고로움까지 기꺼이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 첵을 통해 기억의 저편에 머물고 있던 내 청춘의 자락들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과 함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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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를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고두현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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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일까?

평소 유명인들의 잠언이나 그에 얽힌 고사 성어 등을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는다. 한 사람의 사상이나 가치관을 짧은 문장으로 함축하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교훈과 지혜를 얻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그런 글이 주는 심리적 단절감에서 비롯된 나만의 버릇이라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때론 장황한 말 대신 짧은 문구가 담고 있는 핵심의 묘미는 거부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편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그 말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듣는 상황에서 유용한 것이기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신 일상을 살아가는 도중 스스로를 성찰하며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경우 이처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요사이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제기되는 학문과 인간의 삶에 관한 관계를 개선하고 자는 노력의 일환으로 인문학과 사람의 연결을 시도하고 상당한 성과를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강단에 머무르던 인문학을 사람의 삶 깊숙이 가져와 사람들의 실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이러한 노력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여전히 한정된 시공간에 머무르고 있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가치관에 의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알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도 싶다.

 

몇몇 출판사에서 일정한 주제를 정하고 이에 걸 맞는 내용으로 책을 꾸며 독자와 만나게 하는 기획이 펼쳐지고 있다. 문학동네의 '키워드 한국문화', 다섯수레의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토트출판사의 '토트아포리즘' 등이 그것이다. 출판사의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자신의 현재를 살펴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토트출판사의 '토트아포리즘' 시리즈로 발간된 이 책 '시인, 시를 말하다'는 시와 관련된 아포리즘을 모아 소개하며 시인인 저자의 생각을 더하여 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아포리즘'이란 "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기록한 명상물로서 가장 짧은 말로 가장 긴 문장의 설교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경구(警句)나 격언(格言), 금언이나 잠언(箴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시인인 저자는 '시'에 대한 정의와 관련된 문구를 발견하면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 다른 이들이 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바탕으로 시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시도 했다고 한다. '시인, 시를 말하다'는 그런 수고로부터 얻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 다양한 사람들의 시에 대한 정의를 모았다. 18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정의에 저자 고두현 시인의 덧붙임이 추가되어 시를 이해하는데 맛을 더해주고 있다.

 

"시라는 것은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본디 비겁하다면 제 아무리 고상한 표현을 해도 이치에 맞지 않으며, 사상이 본디 협애하다면 제아무리 광활한 묘사를 하려해도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 정약용(1762-1836), 증언(贈言)

 

저자가 인용한 정약용의 글이다. 이는 시뿐만 아니라 모든 글이 담아야할 근본 요소가 아닌가 싶다. 짧은 시어로 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시인들 뿐 아니라 글을 통해 무엇인가를 공유하고자 하는 누구나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한다.

 

시인의 독특한 시각과 이를 담아내는 시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불러온다. 그로인해 시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미래를 꿈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대가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아포리즘을 통해 그 가치를 체험할 기회가 되었으며 싶다. 시말고도 철학, 예술, 역사, 문학 등 인문학 전반에 걸쳐 발간되는 아포리즘 시리즈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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