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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왕은 행복했을까?
2014년 한국, 봄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세월호의 여파로 온 나라가 침울함 속에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지방자치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많은 사람들이 맥 빠진 허탈함으로 미래를 걱정한다. 국민의 참담한 심정앞에서도 권력을 향한 정치가들의 욕심은 끝날 줄을 모르고 아픈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무엇이 그들에게 이토록 험한 꼴을 보이도록 하는 것일까? 솔직히 모른다. 그들이 누리고 있고 또 누리고 싶어 하는 권력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으로 그 권력의 달콤함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아무리 달콤한 권력일지라도 사람을 향한 측은지심은 살아있길 기대하는 것이 잘못일까? 권력의 최고정점은 사회구나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봉건왕조시대는 왕에서 오늘날의 대통령이나 수상 등으로 다른 이름을 갖지만 그 권력을 향해 질주는 마음은 한가지다. 하여,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과도 바꾸는 것이리다. 왕조시대 그 권력의 정점인 왕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비교적 가까운 우리의 역사인 조선시대의 왕을 통해 권력을 움켜준 자들의 사례를 살펴 권력을 향한 인간의 한 면모를 알아보자.
‘조선 임금 잔혹사’는 왕조시대인 조선의 왕들 중 최고 권력인 왕위에 오르는 과정과 왕위에 올랐지만 타의에 의해 끌려내려 온 왕들의 사례를 통해 조선 왕들의 삶을 조망해 보는 책이다. 이 잭의 저자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문명을 공부하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역사 속 인물들을 비교해보는 등 역사를 이끈 절대자들에 대해 주목해 왔다고 한다. 개인적 관심사에서 출발한 저자의 시각이 역사를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에서 얼마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저자는 조선의 왕 26명 중에서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라는 네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왕이 된 사람과 왕세자들 중에 선별한 12명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세종부터 성종, 중종, 선조, 광해군, 인조, 연산군, 숙종, 정조,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까지 이 12명의 사람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의 왕과 세자들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동안 역사를 다루는 시각이 왕조사였고 그 왕들 중에서 유독 커다란 사건과 관련된 왕들의 이야기를 접해왔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조선에서 왕은 왕에게 주어진 절대 권력을 독점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강한 신권에 부딪쳐 좌절되거나 절대 권력으로 신권을 눌렸던 사례보다는 오히려 왕권과 신권의 조화 속에서 서로의 자리를 지켜왔던 측면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점은 저자가 선별한 12명의 조선 왕과 왕세자을 살피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는 점은 왕에게 주어진 절대 권력을 마음대로 누렸던 경우와 그 반대로 신권에 의해 왕권이 좌지우지 되었던 경우가 중심이 된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연산군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쟁의 경우도 바로 왕으로부터 신권을 지키며 그 권력을 오랫동안 누리고자 했던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왕들도 바로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권에게 일정정도의 권력을 양보하거나 신하들 사이의 권력관계를 이용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왕을 중심으로 나열하고 있다. 한 왕은 홀로 존재하지 못한다. 그 왕을 있게 한 선대왕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실펴가는 이야기는 12명의 왕과 왕세자의 앞과 뒤를 이어가는 왕들의 계보를 살피며 자신이 선별한 왕의 특징을 살피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왕들의 이야기는 다소 반복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조선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다른 시각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역사지식을 일반화 시키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이가 주장했다는 십만양병설이나 연산군과 광해군의 재위기간을 둘 다 5년으로 잘 못 이야기 한 것 등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단순 오기를 벗어나 있다고 보인다.
그렇더라도 저자의 시각은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왕의 자리를 두고 벌렸던 권력 투쟁을 통해 조선 왕들의 다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시각은 기존 텔레비전 드라마나 역사 소설 등에서 많이 다뤘던 부분이기에 그만큼 일반 역사 상식화된 점도 있지만 권력을 향한 사람들의 욕심과 그 권력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살필 수 있어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