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과 그의 시대 이덕일의 역사특강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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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爲民)의 정치가 필요한 시대

20146월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강남에서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하며 개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 시점에서 강남하면 부자이며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곳으로 대표된다. 이 후보자는 결국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부자들을 생각한다는 말일 것이다. 1000만이 넘는 서울 인구 중 강남에 사는 부자는 몇 퍼센트나 될까? 그 후보는 대다수 시민을 위한 시 행정이 아니라 바로 부자들을 위한 시 행정을 펼치겠다는 말로 들리니 다수 득표를 얻겠다는 꿈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정치는 결국 현실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그 현실인식에 대다수 국민들을 배재하고 특정한 세력에 초점을 맞추어 출발한다면 그 정치가의 정치생명은 그리 밝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그렇게 많은 시간동안 정치인들이 대다수 국민의 행복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신들의 정파나 사적인 이해요구에 주목하며 법과 제도를 바꾸어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정치인에게 표를 주고 있는 현실, 이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백방으로 생각을 달리 해봐도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서 역사를 반추해 보는 것도 미래를 희망으로 맞이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이 되지 않을까? 고려 500년 가까운 역사를 뒤집고 새로운 왕조 조선을 개창한 사람으로 이야기되는 정도전의 정치철학의 밑바탕엔 무엇이 있었을까? 한국사의 쟁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서술 방식으로 역사서 서술의 새장을 연 역사학자라고 일컬어지는 이덕일의 역사특강 첫 번째인 정도전과 그의 시대를 통해 그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도전이 활동했던 고려 말의 정치적 상황은 중국대륙에서는 원과 명의 정권교체시기였고 일본 왜구들의 침략으로 시끄러웠으며 내부적으로는 빈부격차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으로 백성들의 삶을 뿌리채 흔들리며 있었다. 이러한 안팎의 혼란스러운 상황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개혁해야할 정치세력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켜내는데 몰두하여 백성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 배경이 되는 것이다. 오랜 유배로 중앙에 정치적 배경도 미약한 정도전이 변방출신으로 전쟁을 통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군권의 강자 이성계를 만나 망해가는 고려를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개창하고자 하는 배경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도전의 혁명사상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저자 이덕일은 정도전의토지제도의 개혁에 주목한다. 토지제도는 당시 백성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던 핵심적인 문제로 이를 올바로 해결하여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권문세족들의 물적 기반을 허물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명세력들의 물적 기반으로 삼았다는 것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정도전의 주장인과전법국가에서 과전을 받은 벼슬아치는 관직 수행의 대가로 해당 과전 소출량의 10분의 1을 조로 걷고, 그렇게 받은 곡식 중 10분의 1을 국가에 세로 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토지제도를 말한다. 또한 정도전이 이러한 과전법을 주장할 수 있었던 사상적 배경으로 성리학을 들고 있다. 혁명의 추진세력들은 중소지주인 사대부들로써 대토지 소유자인 형세호에 맞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성리학을 받아들여 세상을 다스리고자 했던 것이다.

 

조선의 개국과정에서 정도전을 비롯한 혁명세력들이 처음 출발할 때의 주장과는 달리 타협한 토지제도로 물러서긴 했으나 이것의 실행으로 백성들의 삶은 한결 나아졌다는 점이 혁명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 백성들의 지지를 얻어 혁명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백성들의 위한정치에 있다. 백성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란 결국 정치세력들의 이해요구를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오늘날 한국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에는 빈부격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빼놓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현실의 혼란스러움에 좌절하며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정치 역시 그 앞날을 보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는 분명한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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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그리움
림태주 지음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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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새긴 그리움으로부터

더위가 기세를 올리는 유월이 시작되었다. 봄꽃들이 주목을 받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이젠 거의 다 익은 숲이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유월의 숲 속은 아직은 여물지 않은 향기지만 봄꽃을 떠나보내느라 애쓴 사람들의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기에는 충분하다. 그런 유월의 숲 향기처럼 어쩌면 설익은 것이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에 지쳐 자신을 포기할 정도인가 싶지만 어느 사이 그 그리움으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것은 그 그리움이 아직은 설익었다는 것이다. 마치 유월의 숲처럼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그리움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이 그리움의 대상이나 그리움의 감정이 나타나는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도 없는 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그리움에 목을 맨다. 이 둘의 차이는 그리워하는 주체가 주인으로 살아가는가 아니면 객으로 사는가에 의해 달라진다. 그리움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의 경우는 십중팔구 그리움에 주인의 자리를 내주고 살아가는 객들이다.

 

이런 그리움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이 그리움에 대해 유독 유난을 떠는 시인이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자뻑 모드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런 시인의 글에 기꺼이 좋아요를 누르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으며 소통하는 책바치다. 시집도 없는 시인이면서 시인으로써 당당하다. 그 시인 림태주가 산문집을 발간했다. ‘이 미친 그리움이 바로 그 책이다.

 

저자 림태주는 그리움에 대한 정의라는 글에서 그리움은 그리움과 그림과 글이 같은 어미의 자식들이라고 했다. 동사 긁다가 그들의 어미라고 했다. 종이에든 동판에든 긁어 세기는 것은 글과 그림이 되었고, 심장이나 마음에 긁어 새기는 것은 그리움이 되었단다.”로 유추하고 있다. 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둘 다 대상에 대한 부재와 연민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규정짓는다. 이어서 곁에 있을 때는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곁에 없을 때는 심장에 동판화를 새기듯 그리워하면 될 일이다.”라며 그리움을 대하는 저자의 주인으로써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림태주의 그리움을 그래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그리움이다. 이러한 그리움은 사람을 더욱 강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힘으로 존재한다. 보통의 그리움이 주는 정서적 영향력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림태주의 힘의 근원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그리워한다는 것은 과거부터 미래까지를 한 사람의 일 생 안에 담아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워하면 할수록 마음의 우주가 팽창한다.”라고는 정의가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미친 그리움에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남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형, 엄마, 아버지에 대한 내용으로 사람들의 기본적인 감정의 단초를 이야기한다. 또한 살아가는 것이 버겁기에 주저앉고 싶은 사람들에게 삶이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이야기와 더불어 저자의 직업인 책바치로써 책과 독자 그리고 책에 관한 림태주의 애정이 담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성찰을 요구하는 저자의 바램이 담겨 있다.

 

이 책 이 미친 그리움은 림태주 특유의 자심감이 넘치는 문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평소 그가 주장하는 이야기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출발하는지 알 수 있게 하며 그토록 강한 자신감이 괜한 너스레가 아님을 확인한다. 이 책을 기회로 저자 림태주는 더욱더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을 것이며 시인인 그의 시집을 기다리게 만드는 역할을 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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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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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행복했을까?

2014년 한국, 봄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세월호의 여파로 온 나라가 침울함 속에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지방자치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많은 사람들이 맥 빠진 허탈함으로 미래를 걱정한다. 국민의 참담한 심정앞에서도 권력을 향한 정치가들의 욕심은 끝날 줄을 모르고 아픈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무엇이 그들에게 이토록 험한 꼴을 보이도록 하는 것일까? 솔직히 모른다. 그들이 누리고 있고 또 누리고 싶어 하는 권력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으로 그 권력의 달콤함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아무리 달콤한 권력일지라도 사람을 향한 측은지심은 살아있길 기대하는 것이 잘못일까? 권력의 최고정점은 사회구나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봉건왕조시대는 왕에서 오늘날의 대통령이나 수상 등으로 다른 이름을 갖지만 그 권력을 향해 질주는 마음은 한가지다. 하여,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과도 바꾸는 것이리다. 왕조시대 그 권력의 정점인 왕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비교적 가까운 우리의 역사인 조선시대의 왕을 통해 권력을 움켜준 자들의 사례를 살펴 권력을 향한 인간의 한 면모를 알아보자.

 

조선 임금 잔혹사는 왕조시대인 조선의 왕들 중 최고 권력인 왕위에 오르는 과정과 왕위에 올랐지만 타의에 의해 끌려내려 온 왕들의 사례를 통해 조선 왕들의 삶을 조망해 보는 책이다. 이 잭의 저자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문명을 공부하며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역사 속 인물들을 비교해보는 등 역사를 이끈 절대자들에 대해 주목해 왔다고 한다. 개인적 관심사에서 출발한 저자의 시각이 역사를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에서 얼마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저자는 조선의 왕 26명 중에서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라는 네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왕이 된 사람과 왕세자들 중에 선별한 12명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세종부터 성종, 중종, 선조, 광해군, 인조, 연산군, 숙종, 정조,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까지 이 12명의 사람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의 왕과 세자들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동안 역사를 다루는 시각이 왕조사였고 그 왕들 중에서 유독 커다란 사건과 관련된 왕들의 이야기를 접해왔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조선에서 왕은 왕에게 주어진 절대 권력을 독점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강한 신권에 부딪쳐 좌절되거나 절대 권력으로 신권을 눌렸던 사례보다는 오히려 왕권과 신권의 조화 속에서 서로의 자리를 지켜왔던 측면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점은 저자가 선별한 12명의 조선 왕과 왕세자을 살피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는 점은 왕에게 주어진 절대 권력을 마음대로 누렸던 경우와 그 반대로 신권에 의해 왕권이 좌지우지 되었던 경우가 중심이 된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연산군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쟁의 경우도 바로 왕으로부터 신권을 지키며 그 권력을 오랫동안 누리고자 했던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왕들도 바로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권에게 일정정도의 권력을 양보하거나 신하들 사이의 권력관계를 이용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왕을 중심으로 나열하고 있다. 한 왕은 홀로 존재하지 못한다. 그 왕을 있게 한 선대왕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실펴가는 이야기는 12명의 왕과 왕세자의 앞과 뒤를 이어가는 왕들의 계보를 살피며 자신이 선별한 왕의 특징을 살피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왕들의 이야기는 다소 반복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조선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다른 시각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역사지식을 일반화 시키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이가 주장했다는 십만양병설이나 연산군과 광해군의 재위기간을 둘 다 5년으로 잘 못 이야기 한 것 등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단순 오기를 벗어나 있다고 보인다.

 

그렇더라도 저자의 시각은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왕의 자리를 두고 벌렸던 권력 투쟁을 통해 조선 왕들의 다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시각은 기존 텔레비전 드라마나 역사 소설 등에서 많이 다뤘던 부분이기에 그만큼 일반 역사 상식화된 점도 있지만 권력을 향한 사람들의 욕심과 그 권력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살필 수 있어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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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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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본질인 자유를 통해 본 김수영

현대인인 사회와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는 많다. 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만 두었던 지난 시대와는 분명 달라진 점이다. 그 중심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자리한다. 자신의 생각에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공감하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가능하며 보다 적극적인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온 국민의 가슴에 트라우마를 남긴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연일 울분과 걱정을 토로하는 글들이 페이스북을 점령하고 있다. 그 중심에 시인을 비롯한 문인들이 있다. 문인들이 시대정신에 부응하며 자신들에게 부여된 소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모여 시린 가슴이 위안되기도 한다.

 

현대정치의 현안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길게는 양반 사회 조선으로부터 시작하여 짧게는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시간동안 우리에게 내재된 문제의 발현이라고 보면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때그대 사람들이 실감하는 현실에 대해 직시하지 못하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하지 못한 일련의 일들이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당면한 문제를 노정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 의지가 모여 현안을 타파하려고 시도하는 노력이 오늘 문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으로 환원되고 있다고 본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근래 인문학이 화두로 대두된 한국의 미래는 그래서 희망이 있다고 본다.

 

오늘날 인문학 강의의 선두에선 철학자 강신주는 강단철학에서 벗어나 대중 아카데미 강연들과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적 소통과 사유를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굴곡의 현대사인 1950~60년대를 철저히 자유인으로 살고자 했던 시인 김수영의 삶과 시를 통해 인문학의 본질과 인문학이 나아갈 길에 대한 강신주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책이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라고 보인다.

 

김수영에 대한 강신주의 이야기에 앞서 김수영은 어떤 사람인가를 살펴보자. 시인 김수영은 일제 강점기인 1921년에 태어나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4.195.16 등 민족의 운명을 뒤바꾼 굵직한 사건이 일어났던 시대를 살았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남북을 오가는 우여곡절을 겪고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2년간 수감되어 있다가 석방되었다. 이후 본격적인 시를 쓰며 시인으로 살고자 했으며 달나라의 장난’(1959)을 발간하였다. 1968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갑자기 타계하기 직전에 쓴 1970년대 민중시의 길을 열어놓은 대표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오늘날 시인 김수영에 대한 평가는 민족 시인이나 참여시인 등으로 모아졌다.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에서 김수영에 대한 이야기의 근거는 이 책의 편집자가 건넨 1981년에 발간된 김수영 전집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를 통해 김수영의 삶과 시를 살펴 김수영의 삶과 시에 투영되어 있는 근본정신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강신주가 밝히는 김수영의 근본정신은 인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 자유인 김수영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현실인식과 시, 시인과의 관계를 인문정신의 뿌리를 간직한 시인 김수영이라는 시각으로 접근 분석해내고 있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남겼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할 인문정신입니다. 그렇습니다. 인문정신을 회복하는 순간, 우리는 정치가나 자본가, 혹은 멘토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저 자신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원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문정신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우리에게 항상 물어봅니다. 스스로 주인으로 사유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은 용기가 있는가? 당신은 주인으로서의 삶을 감당할 힘이 있는가?”

 

인문정신의 중심 키워드는 자유. 이 자유는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다. 시인들은 자신만의 시를 갈망한다. 자신만의 시는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 점이 바로 문인들이 현실문제 해결의 선두에 설 수 있는 근거로 보고 있다.

 

강신주의 김수영에 대한 이 김수영을 위하여50년 전 사람과 현재 사람 강신주가 공존한다. 그 공존의 공통분모는 자유를 중심으로 한 인문정신이다. 현재의 인문학자가 김수영은 시인이자 혁명가였고, 진정한 인문정신의 소유자로 평가한다. 강단에서 내려와 대중과 함께 인문정신의 실현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강신주와 통하는 부분이다. 강신주의 거칠 것 없는 자기주장이 여기서도 펼쳐진다. 이는 자신에게 맞는 자신의 특정한 부분을 건드려주고, 보여주고, 허영을 깨주고, 바닥을 보여주는 그런 '철학'을 강조하는 강신주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이다. 김수영에 대한 재해석에서 강신주가 주장하는 바에 주목할 때 인문정신의 발현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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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 <노자도덕경>과 「대학」으로 파보는 남녀의 즐거움 즐겁고 발랄한 동아시아 문명 시리즈 2
이호영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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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의 동반 행복 찾기

현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어디쯤일까? 그동안 여성계의 주장으로 법적 제도적 정치가 마련되어 그 지위는 역사 이래 가장 진보된 상황이 아닌가 싶다. 남자와 여자, 이 두 다른 성 사이에 생리적인 차이 이외에도 참으로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문명을 이뤄온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남자와 여자의 사이를 생리적인 차이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문명과 문화라는 이름의 인류의 역사가 바로 양 성의 차이와 차별을 조장하거나 강조해온 것을 간과하고서는 이 차이를 분명하게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이호영의 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는 이런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 차이를 밝히며 양자 간의 상호이해를 어떻게 가능할까? 라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본다. 저자 이호영은 이야기를 시작하며 한동안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 존 그레이의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한측면에서 남자와 여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은 점이 있다며 동양인인 한국인의 정서와 부합되는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남자와 여자의 본질과 차이를 해석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각의 기준을 한국인의 태생적 배경이 되는 동아시아의 사상적 원류가 되는 노자의 도덕경과 유가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대학이라는 시금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자를 여자의 동굴 속 탐험가’, 대학을 남자 개발 지침서이자 남자의 규격을 찍어내는 붕어빵틀이라 규정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저자 이호영은 이 책에서 먼저, ‘창세신화를 여자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문명의 기원은 여자이고 남자는 야만이라 한다. 여자는 자연적인 완성체이나 남자는 문화적으로 단련해야할 존재로 본다.’저자는 이점에서부터 기존 남성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대과학의 결과물을 인용하고 있다. 현대 생물학의 연구결과 여자가 남자보다 육체적, 사회적으로 우월하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몸이돈 마음마음이 된 몸을 양자를 구별하며 노자와 유가사상이 지향한 안과 밖이라는 상대개념으로 남자와 여자의 본질적 측면을 인류가 만들어 온 문명과 문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 노자 사상을 여성의 대화 원리인 친밀성애착으로 풀며 친밀성은 친구나 애인 관계 등에서 기대되는 친근한 감정, 관심을 의미한 것이라 한다. 즉 노자를 여성의 친밀성의 방식으로 인간을 이해한 사상으로 재해석하였다. 반면대학은 유가에서 인간과 세계를 관리하는 방법을 정리한 짧은 지침서로 규정한다. 유학에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남자를 규격화한 것이 대학이라는 것이다. 고로대학은 바로 남자 개발 지침서이며, 동아시아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의 규격을 찍어내는 붕어빵틀로 규정하고 있다. 이 책의 중심으로도 볼 수 있는 여자와 남자, 뒤집어 입기에서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적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보인다. 양성 평등과 진정한 해방을 위해서는 여성의 친밀을 남성이 이해하고, 남성의 수신을 여성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존재방식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살필 수 있다.

 

남자들의 사회적 지위는 날로 추락하고 있다. 이 추락의 원인이 여성들의 사회진출 때문만은 아니지만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권으로부터 권력을 상실해가는 남자들의 현실은 특히 가정에서 가장의 지위추락으로 대표된다. 엄마와 아이들이 중심인 가정에서 가장인 남자의 지위는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회 전반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아가는 여성들로 인해 자신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 행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기존 우리들의 남성과 여성을 보는 시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물론 시각 전환의 목적은 양성의 행복 찾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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