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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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시대에 불완전 변태를 꿈꾼다

참으로 슬픈 세상이다. 세대를 이어갈 청소년들의 참사에 대처하는 정치권력의 모습은 그 권력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과연 세상은 변하는 것일까? 그것도 올바른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을까?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가리키며 울분을 쏟아낸다. 그러면서 그렇게 꼭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를 묻고 있다. 동시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공감을 동반한 방향과 지향점을 도출한다. 많은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가 변하고 정치권력이 변하고 사회 시스템이 변해야 한단다. 그렇다면 그 변화는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들의 변화나 사회의 변화는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소통이 기본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 중 종교인, 문학인, 예술인 등이 선두에 서 있으며 그들 중 트위터 대통령, 감성마을 촌장, 꽃노털 등으로 불리는 문학인 이외수가 있다. 그는 자신의 독자를 기본으로 하는 대중들과 소통을 통해 문학인이라는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노력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도하며 대중들의 중심에 서 있다.

 

이외수의 소설집 완전변태를 이야기하며 사회적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가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슬픔에 휩싸이게 만든 사건에 대해 동일한 사건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 완전변태에는 2005년에 발표한 장외인간이후 9년 만에 발표하는 소설집으로 10편의 소설을 담았다.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청맹과니의 섬’, ‘완전변태(完全變態)’, ‘파로호(破虜湖)’ 10편을 담았다. 이 소설집의 중심 작품인 완전변태는 감옥에 갇힌 사람이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그려간다. 애벌레가 나비가 죄어 창살과 높은 담정을 넘어 자유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꿈에 대한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에서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에게 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해주는 노인의 눈과, ‘해우석에서는 평생 돌을 찾아다니는 아버지에게 다섯 살 난 아들이 들고 온 돌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과 같은 역설적인 이야기들이 눈에 띈다.

 

이외수의 소설집 완전변태에서 유추되는 변화의 방향과 지향점이 무엇을 담보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곧 지금 슬픔에 빠져 있는 우리사회의 변화와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완전변태는 곤충류의 변태 형식의 하나로 곤충이 형태 및 구조상 명확히 구별되는 유충기, 번데기 시기를 거쳐 성충으로 변태하는 양식을 말한다. 여기서 정확한 과도기를 거치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불완전변태가 있다. 이는 과도기 없이 유충에서 성충으로 전환된다. 이외수의 완전변태를 통해 슬프고 삐뚤어진 세상에 대해 변화를 이끌어가는 과정을 볼 때 정상적인 변화의 과정을 상정하는 것으로 완전변태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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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길, 이성계와 이방원 이덕일의 역사특강 2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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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

권력의 정점에 선 사람들, 역사적으로 보면 흔히 봉건시대 왕이나 민주주의 체재의 대통령이 그들이다. 적장자 우선권으로 다음 권력이 세습되던 때도 왕은 혼자만의 힘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당시 정치정세나 대소신료들의 이해요구에 의해 선택되기도 했다. 선거라는 제도로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대통령도 결코 혼자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공동작품으로 봐야 합당할 것이다. 왕이나 대통령의 최고 권력자를 만든 사람들은 그 권력에 의해 보장받고 싶은 것이 있기에 동참했을 것이다. 이는 최고의 권력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렇더라도 최고 권력자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그것은 민의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500여 년을 이어온 왕씨의 고려를 이씨의 조선으로 바꾼 역성혁명의 주인공 이성계 역시 혼자서 그 혁명을 이룬 것은 아니다. 정도전에 의하면 자신이 이성계를 선택하여 조선을 개창했다고 말하며 이 과정에서 이들 이방원 역시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는 상식과도 같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사부로 칭할 만큼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도전을 죽였던 태종 이방원은 그 권력 창출에 참여했지만 권력을 나누는 자리에서 배재됨에 따라 아버지인 태조 이성계에게 칼을 겨누게 된다.

 

이덕일의 부자의 길, 이성계와 이방원에서는 권력을 두고 경쟁했던 이성계와 이방원의 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원명 교체기로 대륙은 어수선하고 왜구의 약탈은 늘어가고 이를 대처하는 고려 정치는 혼란스럽기만 했던 때 고려를 뒤엎고 새로운 왕조를 만들어 반석위로 올려놓는 과정에서 권력을 둘러싼 부자간의 갈등이 중심적으로 그려간다. 한마디로 엇갈린 부자간의 길을 살피고 있는 것이다.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권력만 잡으면 그 과정에서 행했던 모든 것을 정당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동지를 죽이고 형제를 살해하며 아버지에게도 칼을 겨누게 하는 것이 권력이다. 새 왕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태조 이성계가 보여주었던 행동은 조선을 개창했던 시조로써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행보를 보인다. 자신은 왕위에 오를 생각이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추대되는 형식을 바랬던 것은 아니엇을까 하는 의구심을 불러온다. 반면, 아들 이방원은 아버지 이성계가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행동으로 결정을 보여준다. 정몽주를 죽인 것이나 1, 2차 왕자의 난을 일으킨 것이 그것이다. 이성계와 이방원, 부자사이에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권력을 효를 생각하는 근본 생각의 차이가 서로 칼을 겨누는 사이로까지 변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저자 이덕일은 이성계와 이방원의 갈등이 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개창 과정을 따라가며 살피고 있다. 구세력의 한계를 극복하여 권력 쟁취의 중심점이 되는 민의의 획득과정을 살피며 특정한 사안에 대처하는 두 사람의 행동 양식을 살펴 갈등의 요인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고려 말과 조선 초기 역사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둘은 결정의 순간에 머뭇거린다는 점은 싸움판에서 무장으로 성장한 이성계를 이해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반면, 고려 말 과거에 급제하여 관료의 길을 걸었던 이방원을 관료로만 보기에도 부족한 점이 있다. 이 둘이 조선을 개창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을 통해 둘 사이 갈등의 요인을 살필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최고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정당성은 확보하는 것일까? 역대 왕들은 천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천명에는 민의에 대한 획득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통령에게 권력의 정당성을 어디에서 찾을까? 국민의 선택에 의해 권력의 정점에 오른 사람들은 잊어버린 것 같다. 자신의 권력이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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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꼬레아
정준 지음 / 청동거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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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노예, 안토니오 꼬레아

우리는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많은 상상을 한다. 혹시? 라는 가정을 전재로 한 역사의 해석이 그것이다. 이러한 역사 해석은 올바른 현실인 식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하기위해서다.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정통 역사서를 보는 것과 더불어 당시를 담고 있는 문화 예술분야의 기록이나 역사적 사실을 단초로 한 역사소설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문학의 한 장르로 팩션이라는 분야가 있는데 역사를 왜곡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에 대한 접근이 다소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런 팩션은 조금은 쉽게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기대어 당시 역사의 현장으로 가 보는 것이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은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도 모자라 포로로 잡아갔다. 그 중에서 일본인들이 주목했던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이었다.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당시 일본의 사정으로 노련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장인들을 포로로 잡아가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경제적 부를 축적할 기회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일본 도자기 산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장인들을 빼앗긴 우리에게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져버린 그들에 대한 기록이나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정준의 팩션 안토니오 꼬레아는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져 버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갔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편적인 역사기록에서 찾아낸 몇 줄을 근거로 작가의 상상력이 충분히 발휘된 이 소설은 정유재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탈리아까지 팔려간 노예, 피터 폴 루벤스가 그린 드로잉화 한복 입은 남자의 주인공이 바로 안토니오 꼬레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혼식을 치르던 절 마당에서 이웃과 가족 그리고 신부까지 죽음을 당한 한 사내, 현민은 일본으로 끌려가 포로수용소에 갇혔다. 동료 몇몇과 함께 도망치다 다 죽고 혼자 살아남아 조선인 후예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살았다. 포로수용소에서 고용한 추격꾼들에게 다시 잡혀 노예로 팔려가다 풍랑을 만나 낯선 해안으로 떠밀려간 후 그곳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구서일생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곳에서 검투사에서 경비병을 다시 기사로까지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그려가고 있다.

 

저자는 욕심이 너무 많았다고 보인다. 주인공 안토니오 꼬레아의 삶의 여정을 그려가는 도중에 다양한 나라들의 역사에 대한 해설을 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당시 유럽 사회의 권력의 이동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저자의 의도는 분명 역사를 보다 많은 부분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배려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주인공 현민 즉 안토니오 꼬레아의 삶의 여정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과 차이점이 없이 비슷하게 처리되어 중심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버렸다. 멜빌의 백경을 읽다보면 바다와 관련된 배, 고래 등에 대해 지루할 만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너무도 많은 역사해설을 하고 있어 이 작품이 소설인지 역사해설서인지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유재란 당시와 현재에 대한 시점이 중간 중간에 혼란스럽게 등장하고 있어 당시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상인도 같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은 주인공에 집중하여 그의 삶의 여정을 꼼꼼하게 그려간다. ‘안토니오 꼬레아와 차이점이 이것이며 주인공의 삶이 돋보여 강인한 조선인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

 

백번 양보해 저자의 노고를 인정한다면 팩션이라는 소설에서 16세기말 조선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는 것이다. 조선인 포로 안토니오 꼬레아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다 얻게 되는 불로소득과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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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부자들 - 나답게, 폼 나게 살아온 열 두 조르바를 만나다
조우석 지음 / 중앙M&B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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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속도를 찾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경제적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굳건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현실을 사회 각 부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상에 메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미루면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이렇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삶이 보통의 사람들과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들의 삶을 엿보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 흥미를 끌게 된다. 이러한 흥미로움을 해소시켜주는 것으로 조우석의 인생부자들이 있다. 조우석은 문화의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저널리스트로 주요 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음악, 미술, 연극 등 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의 전작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책이다.

 

나답게, 폼 나게 살아온 열 두 조르바를 만나다라는 부제를 단 인생부자들은 월간 여성중앙의 인터뷰 칼럼 행복한 나의 서재3년간 실린 글들을 엮어 낸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했던 사람들은 소리꾼 장사익, 시인 문정희, 배우 김미숙, 가수 한 대수, 시인 류근, 만화가 현태준, 광고인 김홍탁, 사진작가 김아타, 정목 스님, 고 김열규 교수 등 열두 명이다. 이들과 진솔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주인공들이 제시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문정희 시인에게 시가 있었다면, 소리꾼 장사익에게는 노래가 있었고, 현태준에게는 만화와 장난감, 한대수에게는 내 노래’, 외부 세계가 아닌 내면의 소리에 집중한 류근 등과 같이 그들에게는 자신만이 집중하는 무엇이 있었다. 그들은 내적, 외적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때로는 소박하고, 때로는 장대한 꿈과 로망을 가지고 현재의 삶에 집중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열두 명의 삶을 들여다보며 찾아낸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시절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갈망했고, 그 열정에 스스로가 감복한 사람들이다. 지치지 않아 멈추지 않았고, 그 속에서 희열을 배웠고 존재를 깨달았다.”는 점이다.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잇듯이 이들을 만나는 중심 키워드는 조르바로 대표되는 자유인이다. 현대인들의 삶은 어쩌면 다양한 관계에 얽혀 있어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이런 현실이 자유인에 대한 동경이 될 것이다. 열두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지금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기저에 자유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는 점과 그들의 일상에 바로 그 자유에 대한 열망의 실현에 있었다고 보고 있다. 저자는 조르바처럼 우직하게 자신의 직관과 본능을 추구해왔다는 공통점을 찾아내 그들의 내면에 있는 자유에 대한 열망을 이야기 한다. 저자가 이들을 보는 또 다른 하나의 키워드는 인생 부자라는 개념이다. ‘돈이 많아 부자도 아니고, 한갓지게 사는 마음부자도 아니다라면서 인생부자를 거론한다. 인생 부자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확실한 규정이 필요하겠지만 경제적 측면이 우선되는 부자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누구나 영혼의 속도가 다르다라고 한다. 저자가 주목했던 이들의 삶은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의 긴 여정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신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혹은 빠른 속도만이 행복을 가져다줄 지름길로 인식하며 질주하다보면 결국 자신의 삶에서 놓쳐버리는 것들이 많을 것이며 이렇게 놓친 것 속에는 행복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늘 바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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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 왕 34인의 내면을 통해 읽는 고려사
석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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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도 사람이었다

아주 가끔이지만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의 도무지 알 수 없는 태도를 보며 그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말과 행동이 비교적 많이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검증되는 시대에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정도가 이 지경이라면 얼굴도 모르고 소식 또한 접할 수 없는 왕조시대에 왕에 대한 이해는 어떠했을지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왕이든 대통령이든 독립된 존재가 아닌 그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자인 왕은 왕이라는 존재와 개인이라는 특성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역사를 기록한 각종 실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왕조사를 바라본 책이 평단문화사에서 발간한 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왕조실록이다. 이는 강현식에 의해 살림출판사에서 발간한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시각으로 고려시대 왕들을 살펴보고 있다. 고려의 태조 왕건으로부터 34대 공양왕까지 475년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34명의 왕들의 왕으로써의 존재적 특성과 개인적 성향을 비교분석하며 고려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기존 역사서들이 왕이라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으로 주목하여 왕들의 정치를 평가하는 것에 비해 이 책의 저자는 개인적 측면에 더 주목하고 있어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살피고 있다.

 

이처럼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은 왕도 한 명의 인간이기에 그들의 심리 상태는 역사를 움직인 동인(動因)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하여, 역사의 사회적 배경과 왕의 심리분석을 바탕으로 한 역사해석을 통해 시기를 구분하여 고려사를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주목되는 점은 나라를 건국하고 그 기반을 다지는 초기와 무너져가는 나라를 지탱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왕조의 마지막 시기를 지냈던 왕들에 대한 분석이다. 초기든 말기든 불안한 왕권은 왕들의 개인적 특성과 더불어 시대적 배경이 특히 중요한 요소로 대두된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왕들의 개인적 성향이 또한 주목받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왕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살피며 다양한 프리즘을 적용한다. 특히, 저자의 주관심사 중 하나인 심리, 문화 등의 지식을 배경으로 왕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은 시대,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종합적인 비교분석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역사를 이해하는 기본적 시각은 남겨진 사료에 대한 올바른 시각이라고 본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고려왕조실록이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어디에서도 근거제시를 하고 있지 않아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에 너무 많고 심리적 측면의 분석이 앞선다는 측면도 올바른 역사이해와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심리역사서라는 새로운 분야도 그 근거의 제시는 분명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왕에 대한 이해를 왕 이전의 한 사람으로 그들의 인간적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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