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의 담론에서 피부색, 즉 피부에 있는 멜라닌 색소의양은 페티시(fetish)로 기능한다. 프란츠 파농(Franz. Fanon)은 『검은 피부, 하얀 마스크』(1952)에서 식민지배를 받는 주체가 궁지에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데, 이 글에서 그는 한 백인 어린이와의 고통스런 만남에 대해 자세하게 쓰고 있다. 그 아이가 자신을타자로, 검둥이로 끔찍하게 이름 붙인 것에 대해 파농은 다음과같이 묘사한다. "온통 검은색 피를 뒤집어쓴 채… 어느 하얀 눈이 덮인 겨울 날, 내 몸은 얻어맞아 멍들고 뒤틀리고 완전히 녹초가 되어 내게로 다시 돌아왔다." - P69

 서구사회의 남성성이 작용하는 그러한 양극의 개념(위의 이항대립을 의미)이 없다면 (수잔나와 노인들(그림 15)도 그와 같이 남성성이 작용하는 또 다른 암시된 참조체(referent)이다.) 그 이미지는 그 누드성에서 ‘순결하고 합당하고 인류학적인 ‘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시되고해석되는 맥락에서 보면 고갱이 규명한 ‘원주민의 정신세계‘ 를위장하고 있는 가면은 벗겨질 것이며, 결국 고갱의 그림은 서구의 성(sexuality)이라는 범주 안에서 그 발단이 형성된 것으로서부당하고/음란하고/공격적이고/관음증적인 위험한 축을 따라그 자체를 노출할 것이다. 29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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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령 식민지 마르티니크 출신으로서 1863 년 당시 파리거주했던 아프리카 여성에 대해 마네가 그토록 조심스레 구축사회적 · 역사적 특수성은 고갱에 의해 남김없이 제거되었다.
는 그가 그 아프리카 여성을 어두운 여성(dark lady)으로 바꾸고나서, 그림에서 엎드려 있는 여인의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망령이나 영혼, 유령으로 만듦으로서 이루어진 셈이다. 이러한 변경은 흑인성(blackness)을 암흑(darkness)이나 죽음으로 슬며시 연결시키는 유럽 중심주의적 담론의 연쇄적인 설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갱은 이 인물을 죽은 이의 영혼이라고불렀다. 피카소가 등장하기 10여 년 전, 고갱은 유럽의 인류학서적과 국제적인 식민지 전람회 등을 보고 고안해 낸 ‘열대(Tropics)라는 문화적 형식에 죽음에 대한 자신의 환상을 혼합시켰는데, 그 문화적 형태는 고갱의 유럽적 감수성에 비추어 인종적 차이와 성적 차이를 가장 생생하게 의미했던 것이다. 식민적인식과 ‘차이‘ 의 투영은 유럽 문화에 대항하여 차용된 하나의 미적 차이의 형태가 되는 것인데, 실상 이 전자의 유럽 문화에서 고갱은 하나의 예술적 저자로서, 또 하나의 미학적 상품으로서의 ‘고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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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삶에 대한 욕망>은 앤소니 퀸이 연기한 ‘고갱‘ 의 배역을 통해 현대미술과 그 제작과정의 젠더화 작용(gendering)을 극화(劇化)하고 있다. 고갱을 포함해서 플로베르와 반 고흐에 이르는 19세기 후반에 예술가라는 직업관과 남권적 성에 대한 개념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캐롤 던컨(Carol Duncan)이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모더니즘은
‘도시의, 그리고 도시 안의 여성‘ 에 대한 예술가 남성‘ 의 관계를 통해 문자로, 또 상징적으로 나타났던 남성성의 선언이었다.
미넬리는 모더니즘이 형성되는 순간에 영화라는 대중문화를 통해 현대미술의 신화 속에서 남성성의 상징적 중요성을 피력하는데 고갱이라는 인물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미술사와 같이 상위문화의 담론은 표현에 있어 한층 조심스럽고 애매하고 그러므로더 함축적이다. 미술사는 젠더(gender), 성(sexuality), 그리고 성적차이의 문제를 억압하면서, 동시에 후기 인상주의라는 아성에서성전화(聖典化)한 예술과 예술가들의 성에 대한 거장들의 무비판적 축하의식과 대리적인 자기동일시를 통해 위의 세 가지 모두의 가부장적인 체제들과 연합하였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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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7-20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갱이 타히티에 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게 화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설 속 이야기 같았어요. 물론 비슷한 이야기도 있을 것 같지만.
오늘은 많이 더운 화요일이이예요.
그레이스님,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서점을 거닐다가 그냥 지나칠 책들도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거론되었던 것이라면 걸음을 멈추고 다시 보게 된다. 그 책은 다른 무수한 책들 가운데에서 빛을 발하며 말을 건다. 펼쳐 읽으라고... 어거스틴이 들었던 노래처럼.

그 책을 소개한 사람이 어떻게 소개했는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저 ‘**가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더라혹은 요즈음 베스트셀러라고 하더라보다는, ‘이 책을 읽어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워 읽었다고 하거나, ‘책을 읽고 흥분돼서 잠을 못 이뤘다고 소개하면 아마 확실히 책을 뽑아 첫 페이지를 넘기고 작가소개를 읽고 목차를 살피고 한줄 서평들을 읽어 내려갈 것이다, 여기서 확신이 들면 가격을 확인하고 사게 된다. 책을 만나고 데려오는 흥분은 그 어떤 명품 백을 사는 기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요즈음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다. 장바구니에는 20권이 넘는 책들이 담겨 있다. 중고책 알림은 50권쯤 등록되어 있고 읽고 싶은 책 목록은 더 많다. 다 내가 이용하는 서재 이웃들이 추천한 것이거나, 읽고 있던 책과 연관 된 검색으로 알게 된 책들이다. 실물을 보지 못하고 서평이나 리뷰만을 보고 살 때 가끔 실패할 때가 있긴 하다. 그래서 내가 쓰는 리뷰도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얼마 전 서점에 나갔다가 표지가 예뻐서 무작정 구입한 책이 있다. 책 덕후가 되는 몇 가지 항목 중에 표지가 예뻐서 있는 책 또 산 적이 있다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요즘 가끔 그러고 있다. ‘옷을 팔아 책을 사라라는 말이 있다. 나는 책이 입은 옷 때문에 있는 책을 또 사고 있으니 . 그냥 출판사에 낚인 책 덕후?


 

A Passion For Books라는 책에서 ‘Book Evangelist’라는 재미있는 단어를 찾아냈다

어떤 책이 자신을 감동시켰을 때 그는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에 그것을 넣어주고 싶어 한다고. (Each man has a bit of the evangelist in him, and when a book moves me I want to put it into everyone’s pocket.) 


그럼 나도 책 전도사’? 책 얘기하고 책을 권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니까. 그냥 권하는 것보다 선물할 때 마음이 더 설렌다.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에 그 책을 넣어주고 싶은 마음! 그래서 책을 선물한다. 내가 그 책을 왜 좋아하는지 알아주는 사람이라면 기쁨은 배가 된다. 그 예쁜 책을 선물했다.

 

그리고 오늘 나도 다른 분에게서 책 선물을 받았다. 그 분은 전화해서 필요한 책을 골라서 문자로 보내라고 하신다. 우리 집에 책이 많으니 아마도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한 뜻이셨던 것 같다. 오늘 하루 종일 살까?’나중에 사도 돼사이에서 갈등하며 알라딘을 들락날락 하던 중이었는데. 너무 감사하고 반가운 선물이다

책을 선물하고 받으며그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너무 좋다덕후 보다는 책전도사.




실물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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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8 0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드디어 이런 책이 눈 앞에! 소세키,소세키, 에세이,편지 까지 전부 읽어버린 저를 위한 이책 찜!👆👆👆👆👆장바구니로~@@@@!

그레이스 2021-07-18 00:26   좋아요 4 | URL
가라타니 고진이 일본에서는 유명한 비평가라고...^^
저도 본격적으로 읽어보려구요.

새파랑 2021-07-18 1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선물은 책선물이 제일 좋은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07-18 16:5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아시죠?!

페크pek0501 2021-07-18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론.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에게 꽤 좋은 책이 될 것 같군요. 저는 두 개 정도 읽었네요.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고 있는데 아쉬운 건 제가 읽은 책이 많지 않아 덜 흥미롭다는 거예요.
제가 읽은 것에 대한 얘기는 아주 흥미롭더군요. 거기에 들어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 보는 계획도 괜찮을 듯합니다. 소세키 론도 마찬가지로.

그레이스 2021-07-18 14:01   좋아요 0 | URL
나쓰메 소세키는 행인 하나 읽고 좋아서 다 모았어요
이제 시작하려구요

mini74 2021-07-18 1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예뻐서 ㅎㅎㅎ 뜨끔했어요. 표지가 예뻐서. 지금 안 사면 절판되지 않을까 해서. 가격이 오를 거 같아서.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서. 책 살 이유는 무궁무진하지요. 그레이스님 책 전도사. 이 말 참 좋아요 *^^*

그레이스 2021-07-18 14:04   좋아요 4 | URL
전에 북플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어느 플친님이 책덕후 조항 올려주셨을때 저는 이 항목 제외하고 다 해당이었어요
그런데 이젠 all clear 네요^^

고양이라디오 2021-07-19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 Evangelis

재미있는 단어네요. 저도 종종 그럴 때가 있어요. 너무나 좋은 책을 만났을 때 그 책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읽히고 싶다는ㅠㅠ

저도 책 전도사인가봐요ㅎㅎ

그레이스 2021-07-19 11: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럼 고양이라디오님도 책전도사 시네요^^
모든 사람이 책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니 책 좋아하시는 분들을 만나는 건 행운이라 생각됩니다.
여기 서재 회원분들도...!^^~♡

서니데이 2021-07-19 2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고를 때, 여러가지 읽어보고 사도, 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잠깐 실물을 보고 사더라도 마음에 드는 책을 찾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자주 실패하고 다시 도전합니다.
그레이스님, 오늘도 더운 하루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1-07-19 20:43   좋아요 1 | URL
예~
맞아요
그렇게 실패하면서 책을 보는 눈을 갖게 되는것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평안하세요~

희선 2021-07-20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한테 책을 선물하고 그레이스 님은 다른 분한테 받으셨군요 다른 사람한테 책을 받는 것뿐 아니라 주는 것도 다 기쁜 일이죠


희선

그레이스 2021-07-22 16:07   좋아요 1 | URL
책더미속에 살아도 책이 들어오는건 신나는 일이죠^^
 

재개발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동네에 돌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 봄품이었다. 소문이 구체화될수록 동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져갔다. 부모님은 우리가 살던 동네가 하루빨리 허물어져버리길 바랐고, 그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부모님은 골목을 쓸었고, 골목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면 묵례를 했다. 나는 우리 중학고 졸업생 중 소수만 진학할 수 있었던, 강 건너의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말수가 조금 더 줄었다. 우리 동네까지는 스쿨버스가 오지 않아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 스쿨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일반 버스를 타고 가야만 했는데, 그래서 나는 몇 배나더 피곤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뒤 버스를 갈아타고 밤늦게집에 오는 날들이 많았기 때문에 해지와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간혹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조퇴를 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는 해지가 집에 없기 일쑤였다. 그렇게 일찍 집에 돌아와봤자 혼자 있게 되는 날들에는 처음 이사왔던 날 아버지가 내게 아파트 단지를 보여주었던 옥상에 쭈그려앉아, 사라져가는 태양의 빛줄기가 쇠락한 골목과 남루한 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풍경을 바라보았다. 마치 검버섯 핀 노인의 얼굴을 쓰다듬듯이..
그러면 그 손길을 따라, 동네는 쪽잠을 청하는 고단한 노인처럼 - P93

주름이 깊게 팬 눈꺼풀을 천천히 감았다. 해가 지고 나면 대기에남아 있던 온기도 노인의 마지막 숨결처럼 느리게 흩어져갔다. 몸에 한기가 깃들어 더이상 앉아 있기가 힘들어지면 그제야 나는 쭈그렸던 다리를 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라한 골목이 어째서 해가 지기 직전의 그 잠시 동안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워지는지, 그때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다만 그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는동안 내 안에 깃드는 적요가, 영문을 알 수 없는 고독이 달콤하고또 괴로워 울고 싶었을 뿐.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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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7-18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 문장이 이렇게 좋은가 검색해 봤더니 백수린 작이군요. 어느 소설집에서 그의 단편을 읽을 적이 있어요. 우울한 사춘기 시절이 느껴지는군요.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쓴 맛이 느껴지는...
누구나 느껴봤음직한.

그레이스 2021-07-18 15:20   좋아요 1 | URL
여기 작품 다 좋아요
그 중에도 <시간의 궤적>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