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거닐다가 그냥 지나칠 책들도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거론되었던 것이라면 걸음을 멈추고 다시 보게 된다. 그 책은 다른 무수한 책들 가운데에서 빛을 발하며 말을 건다. 펼쳐 읽으라고... 어거스틴이 들었던 노래처럼.
그 책을 소개한 사람이 어떻게 소개했는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저 ‘**가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더라’ 혹은 ‘요즈음 베스트셀러라고 하더라’ 보다는, ‘이 책을 읽어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워 읽었다’고 하거나, ‘책을 읽고 흥분돼서 잠을 못 이뤘다’고 소개하면 아마 확실히 책을 뽑아 첫 페이지를 넘기고 작가소개를 읽고 목차를 살피고 한줄 서평들을 읽어 내려갈 것이다, 여기서 확신이 들면 가격을 확인하고 사게 된다. 책을 만나고 데려오는 흥분은 그 어떤 명품 백을 사는 기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요즈음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다. 장바구니에는 20권이 넘는 책들이 담겨 있다. 중고책 알림은 50권쯤 등록되어 있고 읽고 싶은 책 목록은 더 많다. 다 내가 이용하는 서재 이웃들이 추천한 것이거나, 읽고 있던 책과 연관 된 검색으로 알게 된 책들이다. 실물을 보지 못하고 서평이나 리뷰만을 보고 살 때 가끔 실패할 때가 있긴 하다. 그래서 내가 쓰는 리뷰도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얼마 전 서점에 나갔다가 표지가 예뻐서 무작정 구입한 책이 있다. 책 덕후가 되는 몇 가지 항목 중에 ‘표지가 예뻐서 있는 책 또 산 적이 있다’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요즘 가끔 그러고 있다. ‘옷을 팔아 책을 사라’라는 말이 있다. 나는 책이 입은 옷 때문에 있는 책을 또 사고 있으니 …. 그냥 출판사에 낚인 책 덕후?
『A Passion For Books』라는 책에서 ‘Book Evangelist’라는 재미있는 단어를 찾아냈다.
어떤 책이 자신을 감동시켰을 때 그는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에 그것을 넣어주고 싶어 한다고. (Each man has a bit of the evangelist in him, and when a book moves me I want to put it into everyone’s pocket.)
그럼 나도 ‘책 전도사’? 책 얘기하고 책을 권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니까. 그냥 권하는 것보다 선물할 때 마음이 더 설렌다.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에 그 책을 넣어주고 싶은 마음! 그래서 책을 선물한다. 내가 그 책을 왜 좋아하는지 알아주는 사람이라면 기쁨은 배가 된다. 그 예쁜 책을 선물했다.
그리고 오늘 나도 다른 분에게서 책 선물을 받았다. 그 분은 전화해서 필요한 책을 골라서 문자로 보내라고 하신다. 우리 집에 책이 많으니 아마도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한 뜻이셨던 것 같다. 오늘 하루 종일 ‘살까?’와 ‘나중에 사도 돼’ 사이에서 갈등하며 알라딘을 들락날락 하던 중이었는데. 너무 감사하고 반가운 선물이다.
책을 선물하고 받으며, 그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너무 좋다. 덕후 보다는 책전도사.
실물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