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는 맥베스의 독백을 연상시킨다. 후에 포크너는 무심코 지은 제목이지만 이 독백이 자신의 소설에 아주 적합하다 말했다고 한다.

 

맥베스 55장에 나오는 내용으로 왕비가 죽었다는 세이든의 보고를 듣고 절망가운데 하는 독백이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매일 이렇게 꾸물꾸물 기록되는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어갈 것이며

우리의 모든 지난날들은 바보들에게 흙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밝혔다.

꺼지는구나, 꺼지는구나, 잠시뿐인 촛불이!

인생은 엑스트라의 그림자, 서투른 배우,

무대에 올라 뽐내며 걷고 안달하다가는 더 이상 들리지 않지.

그것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Macbeth 5.5.19~28.


스코틀랜드의 글래미스의 영주인 맥베스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녀들을 만난다. 그 마녀들은 맥베스가 코도의 영주가 될 것이고,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그 예언을 듣자마자 코도의 영주로 임명받았다는 왕의 명령을 받게 된다. 맥베스는 동요하는 마음을 감추지만 마음속에서 욕망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느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맥베스부인은 맥베스가 속히 이 일을 이룰 것을 재촉한다. 맥베스는 주저했지만, 마침 자신의 성을 방문한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역모를 숨기고, 반대하는 세력을 없애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사주한다. 맥베스는 죄의식으로 괴로워하고 뱅코의 유령을 보고 이성을 잃는다. 결국 맥베스의 살인은 들통이 나고, 달아났던 맥더프와 왕의 아들 맬컴이 잉글랜드 군대의 도움을 받아 성으로 쳐들어오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유령을 보고 겁에 질리는 맥베스, 그 맥베스를 몰아붙이는 맥베스 부인, 맥베스부인을 주목하게 된다. 그녀의 대사들은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맥베스는 길에서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부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를 그녀가 읽고 맥베스에 대해 하는 말이다.

 

맥베스 부인 ……

당신은 글래미스, 코도이고, 약속받은 것 또한 될 겁니다𝍠하지만 그 성품이 걱정돼요.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

당신은 위대해지고 야심도 없지는 않지만 그에 따른 사악함이 없어요.

꼭 하고 싶은 것을 경건하게 바라지요. 속임수는 안 쓰지만 부정하게 얻고 싶죠.

(31p, 1516-23 맥베스)

 

이렇게 자신의 남편에 대하여 아니,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대하여, 갈등하는 마음에 대하여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는 맥베스부인은 영악하다. 그녀는 냉철한 판단을 가지고, 주저하는 맥베스를 몰인정하고 잔인한 말로 몰아세운다.

 

맥베스 이 일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맙시다. 그는 나에게 영예를 내렸고, 난 온갖 사람들의 금빛 찬사 받았는데 새롭게 반짝이는 지금이 입을 때라 빨리 벗고 싶진 않소.

맥베스 부인 당신이 입고 있던 그 희망은 추했어요? 그 후로 잠잤어요? 이제야 깨어나 자진해서 했던 일을 창백하게 바라보고 있나요? 지금부터 당신 사랑 그런 줄 알겠어요. 욕망만큼 행동력과 용맹심을 같이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요? 금상첨화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가지고 싶지요? 그런데 속담 속의 불쌍한 괭이처럼 하고 싶어.” 그 말에 감히 못해.” 대꾸하며 스스로 비겁자로 살 거예요?

(38-39p, 1731-44 맥베스)

 

왕을 살해한 현장에서도, 그녀는 담대함을 보입니다.

 

맥베스 더 이상 못 가겠소.

내가 한 그 일을 생각하기 두렵고 감히 다시 못 보겠소.

맥베스 부인 의지가 약하기는! 그 단검 이리 줘요.

자는 사람 죽은 사람 그림 같을 뿐인데, 그림 속의 악마는 애들의 눈에나 무섭지요.그가 피를 흘리면 시종들의 얼굴에 발라줄 거예요, 그들 죄로 보여야 하니까.

(47-48p, 2249-56 맥베스)

 

맥베스가 유령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귀족들 앞에서 헛소리를 할 때도 그녀는 담대한 태도로 그 상황을 잘 넘긴다. 그러나 결국 그녀도 죄의식 앞에 무릎을 꿇는다. 패색이 짙어가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몽유하며 시종들과 전의 앞에서 자신의 죄를 중얼거리며 드러낸다.

 

맥베스의 욕망과 갈등과 죄책감도 흥미롭게 보았지만, 맥베스부인에게 더 주목하게 되었다. 남편의 숨겨진 욕망을 꿰뚫어 보는 눈과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인정에도 굴복하지 않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그녀가 결국은 죄책감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어쩌면 욕망보다 죄책감이 더 강한지도 모르겠다.

 

안현배의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라는 책은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그림을 문학과 역사와 관련해서 설명하고 있다. 헨리 푸셀리의 그림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부인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라는 장에서 소개한다. 화가들이 이 장면을 그림의 소재로 삼을 만큼 맥베스부인의 몽유병은 극적인 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맥베스부인이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라고 재촉을 되새긴다. 인정을 버리고 빠른 길을 택하느라, 자신을 내몰고,그래서, 후회, 불안, 걱정으로 몽유하는 세상을 돌아보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들-햄릿, 리어왕, 오셀로, 한 여름 밤의 꿈, 템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등-을 하나씩 읽어나가면서, 셰익스피어에 대해 궁금해지고, 그의 삶과 시대, 희곡의 원료가 된 이야기들, 런던의 극단, 출판이야기들을 찾아보게 된다.


스티븐 그린블랫의 세계를 향한 의지,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황광수의 셰익스피어가 그와 관련된 책들이다. 스티븐 그린블랫빌 브라이슨의 책은 셰익스피어의 삶과 당시의 역사와 생활상, 런던의 연극계와 그의 희곡집 출판 등과 관련된 내용이다. 황광수의 책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과 관련된 장소를 여행하며 쓴 내용으로, 조금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다. 다각적인 시각으로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유익한 책들이었다.

 

이 세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알려진 삶에 대해서는 견해가 비슷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예를 들자면, 아내 해서웨이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태도이다. 셰익스피어가 고향을 떠나 10년 동안의 행적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르다. 연상인 해서웨이와의 결혼과 홀로 고향을 떠난 이유와 관련하여 아내에 대한 관계를 거론하는데 세 사람의 의견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가 고향에 저택을 짓고 가문의 문장을 만드는 과정과 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죽기 전 딸에게 많은 재산을 상속하지만, 아내에게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가구와 함께 준다.”라는 유언을 남긴다. 연극 같은 유언이란 생각이 든다. 이 유언을 통해 아내와의 관계를 추측하는 논쟁들을 이끌어냈었다.

 

셰익스피어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누워 있을 때 그는 아내를 잊으려고 애썼고, 그다음에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와 함께 겨우 그녀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내세를 생각해볼 때 그가 가장 사양하고 싶었던 일은 자신이 결혼했던 여자와 함께 묻혔던 것이었다.” (251p 세계를 향한 의지스티븐 그린블렛)

 

그린블랫과 달리 빌 브라이슨은 몇 연구자들의 견해만 밝힐 뿐 셰익스피어의 아내에 대한 마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추측을 하지 않는다.

그의 개인적인 삶을 읽으며, 사회적 욕구, 권력에 대한 방향성을 엿보았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뿐 아니라 역사 속 왕들의 이야기를 쓴 그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했던 자취들은 권력지향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에 드리워진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창작자로서의 그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두 사람은 그의 사후 그의 희곡들이 출판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퍼스트 폴리오 판으로 시작해서 많은 판본들이 존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많은 희곡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들을 펼친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연구가 많은 만큼 한 가지 책만 참고하는 것은 균형을 갖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평가해볼 때, 우리는 물론 한 사람이 그렇게 많고 현명하고 다양하고 재미있고 또 언제나 기쁨을 주는 작품들을 생산해냈다는 데 대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천재성의 증거임은 말할 것도 없다. 오직 한 사람만이 우리에게 그런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는 환경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스트렛퍼드 출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였다.”(215p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빌 브라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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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16 21: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말의 힘이 큰 것 같아요. 주술이나 예언 주문이 왠지 무서워지는 ㅎㅎ 셰익스피어가 죽을 당시 아내가 정신적문제 혹은 치매설도 있던데요. 사이가 그닥 좋지는 않았군요. 우와 빌브라이슨이 쓴 셰익스피어도 있군요. 맥베스에서 그림에서 생애까지 ~~많은 걸 배우고 갑니다. 책도 찜! 하고요*^^*

그레이스 2021-08-16 21:12   좋아요 4 | URL
워낙 기록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설이 많나봐요.^^

그레이스 2021-08-16 21: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이미지 방향이 조정이 안되네요 ㅠ

scott 2021-08-16 21:16   좋아요 4 | URL
카메라로 찍었을때 회전을 시키고 구글 통해서 북플 앱으로 전송해보세요 정상으로 이미지가 나옵니다.

그레이스 2021-08-16 21:19   좋아요 4 | URL
사진찍어서 컴으로 받아서 파일 용량도 줄여서 올렸는데...자기 맘대로 가로본능 ㅠ

그레이스 2021-08-16 21:42   좋아요 5 | URL
가로본능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편집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ㅋ

scott 2021-08-16 21: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 작품은 읽어도 읽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 처럼 재미 흥미 교훈 시대와 세대를 훌쩍 뛰어넘죠.
맥베스는 제가 셰익스피어 희곡 중 가장 사릉하는!!
그의 삶이 상당히 미스테리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학자들에계 끊임없는 연구와 논쟁 상상 거리를 가득 주고 있죠 !

그레이스 2021-08-16 21:16   좋아요 5 | URL
그러게요
몇번을 읽어도 읽는 사람마다 시기마다 다 다르게 읽히는...!

새파랑 2021-08-16 21: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맥베스 다시 읽었었는데 너무 좋아요 ㅜㅜ 주인공은 맥베스 부인이 확실한듯 😆
‘소리와 분노‘라는 문장도 최고인듯~!!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영문 표현이 더 와닿는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1-08-16 21:57   좋아요 4 | URL
맞아요
영문으로 읽을 때가 더 와 닿는데 영문과 번역본을 함께 놓고 읽으면 읽는 속도가 느리지도 않더라구요.

레삭매냐 2021-08-16 22: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가 맥베스를 다시 읽은 게
지난달이었네요.

구해 놓은
맥베스 영화도 봐야 하는데...

그레이스 2021-08-16 22:18   좋아요 4 | URL
요즘 알라딘서재에 맥베스 후기가 자주 올라오더라구요^^

서니데이 2021-08-16 22: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빌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는 재미있을 것 같네요.
오래전에 읽은 책들은 번역도 오래된 번역이고, 오래전이라서 기억도 적어서
새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래되면 기억하는 것이 실제로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그레이스님 좋은밤되세요.^^

그레이스 2021-08-16 22:52   좋아요 4 | URL
빌 브라이슨이 페이지도 적당하고 잘 읽히기도 해요. 워낙 글을 위트있게 잘 쓰는 작가라..!

바람돌이 2021-08-17 0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애증의 셰익스피어!
저는 세익스피어 희곡이 왜 재미가 없을까요? 누군가 얘기하는대로 민음사판을 봐서 그런걸까요?

그레이스 2021-08-17 05:17   좋아요 2 | URL
열린책들이 더 이해가 잘 되긴 해요. ㅎㅎ

희선 2021-08-17 03: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는 오래전 사람이고 그때 쓴 희곡이 많아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기도 하군요 셰익스피어일지도 모른다고 한 작가도 있던데... 희곡만 쓰다니 다른 건 하나도 안 썼을까요 편지나 일기가 남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거의 희곡으로만 셰익스피어를 알아야 하니... 아니 그 시대 사람이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쓴 것도 있을지... 아주 없는 건 아니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08-17 15:30   좋아요 1 | URL
미지로 남아 있는 것이 더 좋은 면도 있는 듯요^^

서곡 2023-02-03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레이디 맥베스 몽유병 그림 포스팅했는데 그레이스 님의 예전 이 페이퍼를 조금 전에 보고 반가워서 뒤늦은 댓글 답니다 ㅎ 퓌슬리(푸셀리)가 맥베스 그림을 많이 그렸더라고요 위 그림 말고도요

그레이스 2023-02-03 17:3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서곡님 읽으신 책 보고, 지금 장바구니에 넣고 왔어요
푸셀리는 인간의 심리를 그림에 잘 묘사하는 듯요^^
 

하지만 1전이 됐든 5리가 됐든 사기꾼에게 은혜를 입어서는 죽을 때까지 마음이 편치 못하다. 내일 학교에 가면 당장 1전 5리를 되돌려주자. 나는 기요에게 3엔을 빌렸다. 그 3엔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갚지 않았다. 갚을 수 없었던 게 아니라 갚지 않은 것이다. 기요는 조만간 갚겠지 하며 내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보거나 하지 않는다. 나도 곧갚아야지 하면서 마치 남처럼 의리를 내세우지는 않을 생각이다. 내가 그런 걱정을 하면 할수록 기요의 마음을 의심하는 일이 되어 기요의 아름다운 마음에 먹칠을 하는 것과 같아진다. 돈을 갚지 않는 것은 기요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기요를 나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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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15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요
그 이름은 참 묘한 것 같아요
그리움을 부르는 이름 같아요. 좋습니다 :-)
 

그런 생각을 하니 기요가 우러러보였다. 교육도 받지 못했고 신분도 낮은 할멈이지만, 인간으로서는 굉장히 고귀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토록 신세를 졌으면서도 별로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혼자 먼 곳에 와서 보니 비로소 그 친절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에치고의 조릿대 잎에 싼 사탕을 먹고 싶어 한다면, 일부러 에치고까지 가서 사다 준다고 해도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 기요는 나에게 욕심이 없고 올곧은 사람이라며 칭찬했지만, 칭찬받는 나보다 칭찬하는 본인이 더 훌륭한 사람이다. 어쩐지 기요가 복고 싶어졌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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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15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어요 :-)

그레이스 2021-08-15 08:56   좋아요 1 | URL
예~
재미있어요
밑에 주도 설명이 친절하구요
저는 저녁때 잠깐씩 보느라 며칠 걸렸는데
2~3시간 정도면 보실것 같아요^^
 
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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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사라지면 인간은 사회로부터 학습한 선(도덕)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는가? 아니, 인간은 본래 선한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고 있는 소설이다.

 

핵전쟁이 일어나자 비행기에 태워져 후송되던 소년들-12살부터 5살 정도-은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그들은 랠프를 리더로 뽑고 역할을 분담한다. 이 과정에서 문명사회의 절차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조니는 몸이 비대하고 안경을 쓰고 있으며, ‘돼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랠프와 경쟁하던 잭은 무리를 형성한다. 숲속에서 괴물을 보았다는 어린 소년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들 가운데 미세한 공포가 자리 잡는다. 구조를 위해 봉화를 올려야 한다는 랠프의 말대로 산꼭대기로 올라가던 중 제일 그 어린 소년은 낙오된다. 봉화로 인해 불이 나고, 첫 번째 희생자가 된다. 죽음과 미지의 숲, 낯선 어둠으로 아이들의 공포는 점점 커다란 괴물의 모습을 갖춰간다. 랠프는 이 공포의 실체가 없음을 토론을 통해 밝혀내려고 한다. 그러던 중 불을 관리하던 잭과 랠프 사이에 의견 대립이 생겨 소년들은 두 패로 나뉜다. 오두막을 짓고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랠프와 달리, 소년들을 겁에 질리게 만든 짐승을 잡으러 나서야 한다는 잭은 자신을 따르는 소년들과 함께 사냥에 나선다. 잭은 무리를 이끌고 사냥해온 멧돼지를 함께 먹고 춤을 추며 자축한다. 이 날 밤 사이먼은 소년들을 겁에 질리게 한 짐승의 정체가 낙하산병의 시체임을 알고 이 사실을 알리려 내려온다. 소년들은 사이먼을 짐승으로 오인하고 살해한다. 이제 랠프의 곁에는 참모 격인 돼지와 몇몇 꼬마밖에 남지 않았다. 점점 더 흉포해지는 잭의 무리는 랠프 무리가 불을 피우지 못하도록 돼지의 안경을 빼앗는다. 랠프와 잭이 다투는 동안 잭의 무리에 속해 있는 로저가 바위를 굴려 돼지를 죽게 만든다. 랠프는 달아나고 잭은 살의를 품고 그를 추격한다.

 

<파리대왕>은 베엘제버브(Ba’alzevuv: 히랍어 Beelzebub)를 번역한 것으로서, 베엘제버브란 직역하면 <곤충의 왕> 이란 뜻이다. Beelzebub(바알세붑)의 헬라어 음역으로는 Beelzebul(바알세불)이다. 신약성경에서 바알세불은 귀신의 우두머리인 사탄의 별칭으로 사용된다.

 

파리대왕은 숲 가운데 홀로 있는 사이먼에게 나타난다. 아이들이 사냥 후 장대에 꽂아놓은 멧돼지 머리를 바라보는 사이먼은 그 응시를 멈추지 못하고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사이먼의 전면에는 <파리대왕>이 막대기에 매달려 씽긋거리고 있었다. 마침내 사이먼은 눈을 뜨고 다시 쳐다보았다. 흰 이빨과 몽롱한 눈과 피가 보였다.그리고 태곳적부터 있어 온 피할 길 없는 인식이 그의 응시를 떠받치고 있었다. 사이먼의 오른편 관자놀이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206p)

 

태곳적부터 있어 온 피할 길 없는 인식은 무엇일까? 인간의 죄악 된 본성이라고 추측하게 된다. 방금 전 사이먼은 온통 땀과 소음과 피와 공포의 난장판”(202p)을 보았다. 아이들이 쓰러진 돼지를 잔인하게 찌르고 비명을 지르고 뛰어오르고”, 죽은 돼지의 피를 서로의 얼굴에 발라주고 킬킬거렸다. 그리고 그 웃음은 겉잡을 수 없는 광기가 되었다.

 

드디어 파리대왕은 사이먼에게 말을 한다.

나 같은 짐승을 너희들이 사냥을 해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참 가소로운 일이야!하고 그 돼지머리는 말하였다. 그러자 순간 숲과 흐릿하게 식별할 수 있는 장소들이 웃음소리를 흉내 내듯 하면서 메아리쳤다. 넌 그것을 알고 있었지? 내가 너희들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아주 가깝고 가까운 일부분이란 말이야. 왜 모든 것이 틀려먹었는가, 왜 모든 것이 지금처럼 돼버렸는가 하면 모두 내 탓인 거야” (215p)

 

파리대왕이 의도하고 지금처럼 광폭한 모습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이먼이 산위에서 본 낙하산에 매달린 시체를 보고 짐승의 실체를 알리러 내려갔을 때, 아이들은 천둥과 번개로 공포에 질려서, 광기로 가득한 반복된 노래, 아니 고함을 쳐 대고 있었고, 거기에 기진맥진 기다시피해서 도착한 사이먼을 죽인다. 파리대왕이 말한 것처럼 그들의 일부분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후 잭이 산 위로 올라가는 것은 흥미롭다. 봉화를 피울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섬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는 사이먼의 죽음 후 공포심이 그들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사이먼의 죽음으로 인해서 공포심은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처음의 죽음은 사고일 수 있었다. 두 번째 죽음은 사고라고 말하기에는 모두가 가담한 살인행위이다. 부지중이라 하더라도 살인이다. 이제 그들은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산으로 올라가고 굴속으로 들어가고 보초를 서는 것이다. 랠프와 돼지의 무리가 그들을 죽이거나 적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음에도, 적으로 삼고 방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 그들은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을까?

 

자끄 엘룰은 도시의 의미에서 가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 한 후 그는 자신이 살해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함과, 이 후 세대에서 살해가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성을 쌓는 모습을 주목한다. 범죄는 오히려 그 범죄자의 내부에 불안을 조성한다. 범죄의 특징이다. 성을 쌓는 행위는 자신의 범죄가 만들어낸 공포심으로 비롯된 문화라고 설명한다.

사고사로 시작해서, 부지중 살인으로, 그리고 명확한 범죄의 요건을 갖춘 살인으로 진전되고, 이 진전은 공포와 병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살해에 대한 죄의식은 그들 내부의 근원적인 공포심을 키우고, 공포는 잔인한 사냥행위 의식으로 무뎌지고, 적대행위와 범죄로 발전하고 있다.

 

파리대왕산호섬에 대한 윌리엄 골딩의 패러디 작품이라고 한다. 1857년에 출판된 R.M.밸런타인의 이 작품은 랠프, , 피터킨이라는 세 소년이 신을 공경하며 서로 도와 태평양의 한 섬에 낙원을 건설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파리대왕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소년들을 구하러 온 장교는 알겠다. 처음엔 <산호섬>에서처럼 잘 지냈단 말이지?(302p)라고 랠프에게 묻는다. 랠프는 몸부림치며 크나큰 슬픔의 발작에 몸을 맡기고”(303p) 울었다.

 

그 소년들의 한복판에서 추저분한 몸뚱이와 헝클어진 머리에 코를 흘리며 랠프는 잃어버린 천진성과 인간 본성의 어둠과 돼지라고 하는 진실하고 지혜롭던 친구의 추락사가 슬퍼서 마구 울었다.” (303p)

 

과연 인간 본성은 산호섬의 아이들처럼 선할까?’에 대한 골딩의 반론과 같은 작품이다. 문명은 취약한 기반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문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지난 세기에 목도했다. 악마의 짓이라고 할 만한 끔찍한 현장을 보았고, 거기에 가담한 사람들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말에 분개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문명이 사라진 무인도와 같은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본성이 선하다는 믿음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까? 어른들이 아닌 소년들을 주인공으로 한 데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복잡하지 않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선악의 개념을 갖고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선과 악 사이에 무척 넓은 도덕적 중립성의 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설사 악이라 하더라도 그것과 싸우는 데에는 정당한 수단이 필요하며, 또 그것을 제재하는 방식 역시 인간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일상적 선악의 개념이다. 그러나 학살자는 이와는 좀 다른 선악의 관념을 갖고 있다. 일단 공포에 질린 그에게 세상은 폭력의 세계이며, 회색이 없이 깨끗이 갈린 선과 악의 대격전의 장이며, 이 세계에서 유일한 선은 적을 말살함으로써 자신을 보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최고선의 목적은 일체의 수단을 정당화해준다. 이로써 기존의 도덕은 효력이 중지되고, 일상적 선악의 피안에서 폭력과 잔인함을 상찬하는 새로운 도덕(?)이 탄생한다.

문명은 아주 취약한 기반위에 서 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함에 대해 말했다. 학살자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평소에는 멀쩡한 사람들이 바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문명이 공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인 것처럼, 우리가 의식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실은 사회의 바탕에도 늘 폭력의 포텐셜이 깔려 있다."              -시칠리아의 암소,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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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2 18: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그레이스 2021-08-12 18:19   좋아요 5 | URL
아니....
여기는 줄 안 서셔도 잘 보여요.
ㅋㅋ

scott 2021-08-12 21:21   좋아요 2 | URL
그럼, 하이 퐈이브 라도 🖐
(๑→ܫ←)

그레이스 2021-08-12 22:35   좋아요 2 | URL
🖐

mini74 2021-08-12 18: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저도 이 책 정말 좋아해요. 15소년 표류기 류인줄 알았다가 충격 받은 ㅎㅎ 문명이란 허울이 너무나 쉽게 벗겨지고 야만이라 불리는 폭력성의 발현. 전쟁을 일으키는 유럽인들의 모습 같기도 했고 ㅎㅎ 그레이스님 리뷰 읽으며 또 많이 배워요. *^^* 전 파리대왕 제목때문인지 페노미나 영화가 생뚱맞게 항상 같이 떠올라요 ㅎㅎ

그레이스 2021-08-12 18:23   좋아요 6 | URL
페노미나 모르는 영화라 함 찾아봐야겠네요.
이번에 아이들이랑 읽고 토론하고 글쓰기 하면서 다시 읽었어요
3번째인데 여전히...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네요

그레이스 2021-08-12 19:50   좋아요 3 | URL
지금 페노미나 찾아봤는데, 공포영화네요, ㅠ
일단 스토리 읽었봤는데 헨리 퓨젤리의 작품 <악몽>이 떠오르네요. 그림이 인상적이었는데...!

mini74 2021-08-12 19:56   좋아요 4 | URL
전 실버라이닝 찾아보고 있었어요. 코미디영화군요 ㅎㅎ 헨리 퓨젤리도 찾아봈어요. ㅎㅎ악몽이란 그림, 제니퍼 코넬리 모습이랑 그림이 닮았어요 ~~

청아 2021-08-12 18: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포영화에서 파리는 악령이 있다는 상징이기도 한데 이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네요? 제목을 잘 바꾼것 같아요!
‘문명이 공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라는 문장도 쏙 들어옵니다~♡ 음..진중권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요.

그레이스 2021-08-12 18:28   좋아요 5 | URL
다 기원이 같을듯 싶네요
진중권의 시칠리아의 암소는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사유,
전 아주 인상적이었었요

새파랑 2021-08-12 19: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너무 재미있어 보이네요. 제목과는 다르게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 이군요~!! 게다가 별 다섯😆

그레이스 2021-08-12 19:02   좋아요 6 | URL
^^~♡
책읽기의 텍스트로 많이 사용되는 고전이라.
저는 원서 읽고, 번역서로 세번째인데 좋았어요^^

새파랑 2021-08-12 19:12   좋아요 6 | URL
와 원서에 3번째라니 넘사벽 입니다 🙄 꼭 읽어야겠어요 ㅋ

얄라알라 2021-08-12 2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렇다면 그레이스님께선 4번이나 다시 읽으실 정도로 이 작품에 끌리신 거네요. 저도 mini74님처럼 15소년 표류기류인줄 알고 읽고, 너무나 큰 충격을 고딩 때 받았어요. 어른이 된 이후 읽어보면 또 맛이 달랐을텐데 잊고 있었네요. 그레이스님의 글 읽으며 기억의 선을 더듬어봅니다.

그레이스 2021-08-12 21:52   좋아요 3 | URL
저도 처음 읽으면서 어! 이거 옛날에 읽은 건데 했었어요^^
읽다말고 찾아봤던...ㅋ
작가가 다른 사람!

서니데이 2021-08-12 21: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에 이 책 제목 파리대왕이라서, 프랑스 파리가 아니면 진짜 곤충 파리 나오는 것일지도 몰라서 조금 안 보고 싶었던 기억 나네요. 파리대왕의 다른 이름도 지금은 알아서 그렇게 곤충생각이 나진 않지만요.
그레이스님, 오늘도 더운 하루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08-12 21:56   좋아요 4 | URL
^^ 예~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시원해서 다행이예요
행복한 마무리하세요

잠자냥 2021-08-12 2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번역 문장에 대한 말이 많던데, 그 부분은 어떤가요?

그레이스 2021-08-12 22:53   좋아요 4 | URL
그런가요? 원서 읽고 번역서 읽을때 느낌이 조금 다르긴 했어요.
내용을 전달 받는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가독성에도 문제가 없었구요. 만약 번역문제를 지적했다면 의역이 심해서 그랬을까요?
아! 어투?
번역본 읽을때는 원서로 내용을 알고 있어서 문제를 못느꼈나봐요.
그리고 나중에 읽을때는 대화 내용은 문제가 안되었구요.
그럴수 있겠네요^^

그레이스 2021-08-12 22:54   좋아요 3 | URL
우리가 1960년대 한국소설의 말투 이상하지 않은것처럼 1940~1950년대 영국아이들의 대화를 보는 느낌이라면 어색하지 않을듯요^^
중학생들 함께 읽었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요^^

독서괭 2021-08-13 02:15   좋아요 2 | URL
엇 저 옛날에 읽을 때 너무 읽기 힘든데 이게 번역 문제인가 원래 이런건가 고민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레이스님 글 보니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 지네요^^

그레이스 2021-08-13 10:54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도전!
읽혀지는 때가 있더라구요.
당시의 정서, 독서 경향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2021-08-13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3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08-15 0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리대왕 예전에 한번 읽어보기는 했는데, 다 잊어버렸네요 어쩌다 보니 다른 아이를 죽이다니... 천천히 생각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 같지만, 그게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는 더 그렇겠네요 사람 본성은 착할지 나쁠지...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사람들을 좋은 쪽으로 이끌면 그쪽으로 갈 것 같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09-09 10:34   좋아요 0 | URL
이제야 봤어요
희선님 감사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coolcat329 2021-09-09 0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원서로도 읽으시고 번역으로 세 번~진정 이 책의 매니아시네요.
아이들과 토론도 하시고...
인간의 본성은 늘 저에겐 어렵네요. 진짜 이 책은 고전 느낌이 확 풍겨옵니다.

그레이스 2021-09-09 10:31   좋아요 0 | URL
윌리엄 골딩의 단어 선택도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어서...
번역본도 어쩌면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듯요
고전은 고전으로...!
 

출발하는 날, 기요는 아침부터 와서 여러 가지로 애를 써주었다. 오는 길에 잡화상에서 사온 칫솔과 이쑤시개와 수건을 천가방에 넣어주었다. 그런 건 필요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나란히 인력거로 역에도착하여 플랫폼으로 나갔을 때 기요는 기차에 오른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부디 몸조심하세요."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하마터면울 뻔했다. 기차가 어느 정도 움직이고 나서, 이젠 괜찮겠지, 하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기요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쩐지 무척 작아 보였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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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8-11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의 책 제목을 보다가,
지금처럼 더운 여름이면 일본도 많이 덥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레이스님, 오늘도 더운 하루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08-11 22:55   좋아요 2 | URL

그냥 앉아있어도 땀이 흐르는 장면도 나오네요;;;;;
서니데이님도 평안하세요~♡

페크pek0501 2021-08-12 15: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애정하는 책 중 하나예요. 저는 다른 출판사의 걸로 가지고 있지만요.
예전에 책으로 읽었고 최근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오늘 아침에도 도련님을 오디오북으로 처음부터 다시 듣기 시작했어요. 조여정이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 준답니다.
흥미진진하고 무엇보다 도련님과 기요의 관계가 따뜻하게 전해 오는 느낌이 좋아요. ^^**

그레이스 2021-08-12 16:14   좋아요 3 | URL
아 그런가요?
뭔가 짜릿한 기분인데요?!
마침 고전읽기동아리에서 나쓰메소세키 읽기로 해서 전집과 인생이야기, 나스메 소세키론까지 구비해놓고 읽기 시작했어요
가을에는 나쓰메 소세키 전작 읽기가 되려나 싶네요
읽다가 마음이 바뀔지도...
다른 책도 읽고 싶은 조급함때문에...^^
기요가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