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는 맥베스의 독백을 연상시킨다. 후에 포크너는 무심코 지은 제목이지만 이 독백이 자신의 소설에 아주 적합하다 말했다고 한다.
맥베스 5막 5장에 나오는 내용으로 왕비가 죽었다는 세이든의 보고를 듣고 절망가운데 하는 독백이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매일 이렇게 꾸물꾸물 기록되는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어갈 것이며
우리의 모든 지난날들은 바보들에게 흙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밝혔다.
꺼지는구나, 꺼지는구나, 잠시뿐인 촛불이!
인생은 엑스트라의 그림자, 서투른 배우,
무대에 올라 뽐내며 걷고 안달하다가는 더 이상 들리지 않지.
그것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Macbeth 5.5.19~28.
스코틀랜드의 글래미스의 영주인 맥베스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녀들을 만난다. 그 마녀들은 맥베스가 코도의 영주가 될 것이고,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그 예언을 듣자마자 코도의 영주로 임명받았다는 왕의 명령을 받게 된다. 맥베스는 동요하는 마음을 감추지만 마음속에서 욕망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느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맥베스부인은 맥베스가 속히 이 일을 이룰 것을 재촉한다. 맥베스는 주저했지만, 마침 자신의 성을 방문한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역모를 숨기고, 반대하는 세력을 없애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사주한다. 맥베스는 죄의식으로 괴로워하고 뱅코의 유령을 보고 이성을 잃는다. 결국 맥베스의 살인은 들통이 나고, 달아났던 맥더프와 왕의 아들 맬컴이 잉글랜드 군대의 도움을 받아 성으로 쳐들어오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유령을 보고 겁에 질리는 맥베스, 그 맥베스를 몰아붙이는 맥베스 부인, 맥베스부인을 주목하게 된다. 그녀의 대사들은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맥베스는 길에서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부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를 그녀가 읽고 맥베스에 대해 하는 말이다.
맥베스 부인 ……
당신은 글래미스, 코도이고, 약속받은 것 또한 될 겁니다𝍠하지만 그 성품이 걱정돼요.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
당신은 위대해지고 야심도 없지는 않지만 그에 따른 사악함이 없어요.
꼭 하고 싶은 것을 경건하게 바라지요. 속임수는 안 쓰지만 부정하게 얻고 싶죠.
(31p, 1막5장 16-23 『맥베스』)
이렇게 자신의 남편에 대하여 아니,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대하여, 갈등하는 마음에 대하여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는 맥베스부인은 영악하다. 그녀는 냉철한 판단을 가지고, 주저하는 맥베스를 몰인정하고 잔인한 말로 몰아세운다.
맥베스 이 일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맙시다. 그는 나에게 영예를 내렸고, 난 온갖 사람들의 금빛 찬사 받았는데 새롭게 반짝이는 지금이 입을 때라 빨리 벗고 싶진 않소.
맥베스 부인 당신이 입고 있던 그 희망은 추했어요? 그 후로 잠잤어요? 이제야 깨어나 자진해서 했던 일을 창백하게 바라보고 있나요? 지금부터 당신 사랑 그런 줄 알겠어요. 욕망만큼 행동력과 용맹심을 같이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요? 금상첨화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가지고 싶지요? 그런데 속담 속의 불쌍한 괭이처럼 “하고 싶어.” 그 말에 “감히 못해.” 대꾸하며 스스로 비겁자로 살 거예요?
(38-39p, 1막7장 31-44 『맥베스』)
왕을 살해한 현장에서도, 그녀는 담대함을 보입니다.
맥베스 더 이상 못 가겠소.
내가 한 그 일을 생각하기 두렵고 감히 다시 못 보겠소.
맥베스 부인 의지가 약하기는! 그 단검 이리 줘요.
자는 사람 죽은 사람 그림 같을 뿐인데, 그림 속의 악마는 애들의 눈에나 무섭지요.그가 피를 흘리면 시종들의 얼굴에 발라줄 거예요, 그들 죄로 보여야 하니까.
(47-48p, 2막2장 49-56 『맥베스』)
맥베스가 유령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귀족들 앞에서 헛소리를 할 때도 그녀는 담대한 태도로 그 상황을 잘 넘긴다. 그러나 결국 그녀도 죄의식 앞에 무릎을 꿇는다. 패색이 짙어가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몽유하며 시종들과 전의 앞에서 자신의 죄를 중얼거리며 드러낸다.
맥베스의 욕망과 갈등과 죄책감도 흥미롭게 보았지만, 맥베스부인에게 더 주목하게 되었다. 남편의 숨겨진 욕망을 꿰뚫어 보는 눈과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인정에도 굴복하지 않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그녀가 결국은 죄책감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어쩌면 욕망보다 죄책감이 더 강한지도 모르겠다.
안현배의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라는 책은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그림을 문학과 역사와 관련해서 설명하고 있다. 헨리 푸셀리의 그림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부인』을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라는 장에서 소개한다. 화가들이 이 장면을 그림의 소재로 삼을 만큼 맥베스부인의 몽유병은 극적인 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맥베스부인이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라고 재촉을 되새긴다. 인정을 버리고 빠른 길을 택하느라, 자신을 내몰고,… 그래서, 후회, 불안, 걱정으로 몽유하는 세상을 돌아보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들-햄릿, 리어왕, 오셀로, 한 여름 밤의 꿈, 템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등-을 하나씩 읽어나가면서, 셰익스피어에 대해 궁금해지고, 그의 삶과 시대, 희곡의 원료가 된 이야기들, 런던의 극단, 출판이야기들을 찾아보게 된다.
스티븐 그린블랫의 『세계를 향한 의지』,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황광수의 『셰익스피어』가 그와 관련된 책들이다. 스티븐 그린블랫과 빌 브라이슨의 책은 셰익스피어의 삶과 당시의 역사와 생활상, 런던의 연극계와 그의 희곡집 출판 등과 관련된 내용이다. 황광수의 책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과 관련된 장소를 여행하며 쓴 내용으로, 조금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이다. 다각적인 시각으로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유익한 책들이었다.
이 세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알려진 삶에 대해서는 견해가 비슷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예를 들자면, 아내 해서웨이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태도이다. 셰익스피어가 고향을 떠나 10년 동안의 행적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르다. 연상인 해서웨이와의 결혼과 홀로 고향을 떠난 이유와 관련하여 아내에 대한 관계를 거론하는데 세 사람의 의견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가 고향에 저택을 짓고 가문의 문장을 만드는 과정과 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죽기 전 딸에게 많은 재산을 상속하지만, 아내에게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가구와 함께 준다.”라는 유언을 남긴다. 연극 같은 유언이란 생각이 든다. 이 유언을 통해 아내와의 관계를 추측하는 논쟁들을 이끌어냈었다.
“셰익스피어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누워 있을 때 그는 아내를 잊으려고 애썼고, 그다음에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와 함께 겨우 그녀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내세를 생각해볼 때 그가 가장 사양하고 싶었던 일은 자신이 결혼했던 여자와 함께 묻혔던 것이었다.” (251p 『세계를 향한 의지』 스티븐 그린블렛)
그린블랫과 달리 빌 브라이슨은 몇 연구자들의 견해만 밝힐 뿐 셰익스피어의 아내에 대한 마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추측을 하지 않는다.
그의 개인적인 삶을 읽으며, 사회적 욕구, 권력에 대한 방향성을 엿보았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뿐 아니라 역사 속 왕들의 이야기를 쓴 그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신분 상승을 위해 노력했던 자취들은 권력지향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에 드리워진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창작자로서의 그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두 사람은 그의 사후 그의 희곡들이 출판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퍼스트 폴리오 판으로 시작해서 많은 판본들이 존재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많은 희곡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들을 펼친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연구가 많은 만큼 한 가지 책만 참고하는 것은 균형을 갖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평가해볼 때, 우리는 물론 한 사람이 그렇게 많고 현명하고 다양하고 재미있고 또 언제나 기쁨을 주는 작품들을 생산해냈다는 데 대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천재성의 증거임은 말할 것도 없다. 오직 한 사람만이 우리에게 그런 위대한 작품을 남길 수 있는 환경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스트렛퍼드 출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였다.”(215p 『빌 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빌 브라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