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는 자전적 소설이다. 원제 도초()는 해찰하다는 관용적 의미가 있지만 작가 자신을 그저 길가에 피어있는 풀에 빗댄 의미로 읽었다.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 다른 집안으로 입양되었다가, 양부모의 이혼으로 다시 본가로 돌아온다. 그가 복적(復籍)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받은 상처와 어두운 그림자가 그려져 있다.

 

생가의 아버지에게 겐조는 조그마한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다. 이 못난 자식이 뭐 하러 난데없이 나타난 건가, 하는 표정으로 아버지는 그를 거의 자식으로 대우하지 않았다.”(255p,한눈팔기)

 

겐조는 바다에서도 살 수 없었다. 산에서도 있을 수 없었다. 양쪽에서 버림받고 이쪽저쪽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동시에 바다에서 나는 것을 먹고, 때로는 산에서 나는 것에도 손을 댔다”(255p,한눈팔기)라고 당시의 처지를 비유하고 있다. 이것이 소설의 요소를 더 가미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가 받은 상처는 헤아릴 수가 있다.

 

소세키의 자아인 겐조는 계속해서 금전적인 요구를 해오는 시마다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하는 것은 인정(人情)이다. 그 인정은 그저 사람이 사람에게 느끼는 순수한 감정이라고 할 수가 없다. 한 때 키워줬다고 주장하지만 친부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낸 그의 몰염치는 겐조에게 당혹감과 수치감마저 준다.

상처가 있는 겐조는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자녀에게 있어서도 살갑지가 못하다. 부인에 대한 이기적이고 권위적인 태도, 딸들에게 무심한 그는 나를 의아하게 했다. 정말 이랬다고?

사오일 전에 다소 강력한 지진이 있었을 때 겁쟁이인 그는 바로 툇마루를 통해 뜰로 뛰어내렸다. 그가 다시 객실로 올라왔을 때 아내는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비난을 퍼부었다.”(261p,한눈팔기)

 

생각지도 못한 비난이라니? 겐조의 생각은 정말 나쓰메 소세키의 것일까 하고 의심했던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어느 순간, 그의 상처는 이런 감정적 불구 상태를 만들 수 있었고, 그의 생각이나 에피소드는 모두 사실에 가깝고, 그것들이 소재로 사용되기까지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있었고, 자기 상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글쓰기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겐조에 대한 나의 감정은 분노에서 연민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비인정(非人情)을 추구했던 풀베개의 화공을 떠올렸다. 주인공을 통해 작가가 추구했던 삶에 대한 관조와 자아에 대한 객관적인 탐구 작업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지(理智)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15p,풀베개)

 

살기 힘든 세상에서 살기 힘들게 하는 근심을 없애고, 살기 힘든 세계를 눈앞에 묘사하는 것이 시()고 그림이다. 또는 음악이고 조각이다. …… 그저 직접 보기만 하면 거기에서 시도 생기고 노래도 솟아난다. 착상을 종이에 옮겨놓지 않아도 옥이나 금속이 스치는 소리는 가슴속에서 일어난다. 이젤을 향해 색을 칠하지 않아도 오색의 찬란함은 스스로 심안(心眼)에 비친다. 그저 자신이 사는 세상을 이렇게 깨달을 수 있고 혼탁한 속세를 마음의 카메라에 맑고 밝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된다.” (16p,풀베개)

 

서두를 일 없는 여행길에서 주인공은 이런 상념에 빠져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인간 세상에 의례 있는 일이니, 괴로워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떠들어대기도 하고 울어대기도 하면서 30년간 줄곧 그렇게 살아와서 주인공은 신물이 난다. 그는 도연명과 왕유의 시경을 자연에서 직접 흡수하여 잠시라도 비인정(非人情)의 천지를 소요하고 싶다.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꺾다 보니

한가로이 남산이 들어오네 "(도연명)

 

경치를 한 폭의 그림으로 보고, 한 편의 시(詩)로 읽는 괴로움이 없는 상태, 화구를 들고 여행을 떠난 주인공의 목적은 이 경지(境地)를 위함이다. 괴롭고 힘든 삶을 잠시 떠나 눈에 보이는 경치를 인정에 얽매이지 않고 그대로 화폭에 옮기는 화첩기행을 떠난 주인공에게서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게 된다.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관조적인 시선을 말하는 그의 글은 한 편의 시로 읽힌다. 두려움과 공포든, 실연의 고통이든 객관적으로 눈앞에 떠올려 문학과 미술의 재료를 삼으려 한다. 이것이 그가 하려는 비인정 여행이다. 글로 쓴다면 춘분지나고까지에서 시도된 에크리튀르일까?

 

여행길에서 잠시 들른 낯선 마을, 그곳에서 만난 여인은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그녀에 대한 소문들은 그의 생각을 끌고 간다. 풍경을 담아내려는 화가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대담한 듯 안하무인인 여인에게서 한 폭의 그림을 본다.

 

쓸쓸하게 기댄 아()자 난간 아래서 나비 두 마리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날아오른다. 그 순간 나비에게서 나에게 눈길을 옮겼다. 시선은 독화살처럼 공기를 뚫고 사정없이 내 미간에 꽂힌다.”(63p,풀베개)

 

나미씨는 자신을 그려달라는 제안을 하고, 그 제안은 오필리어를 연상하게 한다. 그는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는 아름다운 연못을 배경으로 그녀를 그리지만 무엇인가가 빠져있다. 그녀의 얼굴에 연민이 없다. 그녀야 말로 비인정으로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얼굴에 연민이 가득 떠있던 마지막 장면, “그거예요! 그거! 그게 나오면 그림이 됩니다.”(185p) 라고 외치는 주인공! 그의 외침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터너로 풍경을 보고 밀레이의 <오필리어>로 나미를 보던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연민을 발견하고 화폭을 마음에 새겨넣는다. 그럼 그녀에게서 발견한 것은 비인정의 태도로 가능한 것이었을까? “드디어 현실 세계로 끌려나왔다.”고 그는 말한다. 증기를 내뿜는 기차에 실려 전쟁터로 가는 사람들과 이별하는 장소, 기차의 창문을 두고 마주친 시선. 화가는 그녀의 이별을 화폭에서만 보고 있을까? 마지막 외침이 도드라지고 어색한 것은 그가 화폭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갑작스런 자각때문일까?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던진 말이라는 생각이다. 


작가가 말했듯 기쁨이 깊을 때 근심 또한 깊고, 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 이를 분리하려고 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16p)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삶에서 울고 웃고 괴로움에 잠 못 이루는 밤은 그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고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 예술은 자신 안의 것들을 타자의 삶에 녹여내어 그림으로, 그가 병들지 않도록 해주었다. 서양화를 통한 객관적인 시선을 이루려고 했던 것은 오해가 아닌가 싶다. 증기에 휩싸인 터너의 기차에도 작가의 심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국화꽃을 꺽던 도연명 역시 애써 잊으려 했던 번뇌가 있었기에, 남산이 눈에 들어오는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한다.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말했듯이 비인정의 자세를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잠시의 여행에서 잠깐 이룬 것일 뿐이다. 다시 돌아와 삶을 둘러싼 인정 속에서 마음은 번뇌를 계속하게 된다. 그 잠깐의 시간은 작가에게 구원이었다.

윌리엄 터너 <비, 증기, 그리고 속도>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어>

정선 <동리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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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3 01: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풀베게 첨 읽었을때와 두번째 읽었을때 보이는게 다르고
숙련된 화공의 붓끝처럼 경지에 오른 대가의 문체에 놀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 작품 그림!

마음의 번뇌!
결국엔 살기 힘든 세상에서 살기 힘들게 하는 근심을 없애고, 살기 힘든 세계를 눈앞에 묘사하는 것이 시(詩)고 그림이다. 또는 음악이고 조각!!

그리고 플친님들의 명품 리뷰들 ^ㅅ^


그레이스 2021-10-03 07:18   좋아요 3 | URL
예 그렇죠?!
저도 읽으면서 초기작에서 볼 수 없는 문장들때문에 감탄했어요
이렇게 보고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감사합니다 ~♡

2021-10-03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3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6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10-03 0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맨 앞에 글을 보니 언젠가 한눈팔기가 아닌 다른 제목 본 게 생각났습니다 겨우 찾았습니다 예전에 《길 위의 생》으로 나온 적 있었군요 사람은 사람과 살아가야겠지요 살아 있는 한 번뇌에서 벗어날 수 없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희선

그레이스 2021-10-03 07:28   좋아요 5 | URL
길위의 생... 소설 내용과 훨씬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서도 뭔가 올드한 느낌도 있고, <행인>과도 의미가 겹치구요^^
어디선가 본듯한 제목!
왜 <한눈팔기> 라고 했는지 알것 같아요 ^^
희선님! 여러번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1-10-03 06: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눈팔기와 풀베게가가 저렇게 연결되는군요~!! 마지막 문장은 너무 좋네요 😄

그레이스 2021-10-03 07:15   좋아요 4 | URL
제 생각 속에서 연상된 것들이라...^^
지금 읽어보니 고쳐야할 문장이 너무 많네요
밤에 쓴 문장들이라 😂
감사합니다 ~

mini74 2021-10-03 09: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작가님의 아픔이 담긴 책이군요. 일본은 이런 양자제도가 꽤 흔한가봐요. 소설 속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거 같아요. 그래이스님 글 정말 잘 읽고 가요. 뭔가 쓸쓸한 가을과 어울려요 *^^*

그레이스 2021-10-03 09:57   좋아요 5 | URL
우리만큼 혈연이 깊지는 않은가봐요
아마도 사무라이시대를 겪으며 군신관계가 강조되며 형성된 정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처를 받지 않는건 아니겠죠?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10-03 17: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통사람들보다 더 예민한 예술가적 감성은 그를 예술의 세계에서 성취를 이루게 하지만, 일상의 삶에서는 그 예민함이 더 많은 고통으로 이어질 거 같다는 생각이 그레이스님 글 읽다보니 드네요.
일상은 사실 적당히 무디게 넘어가야 견딜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예술가가 못되는 저를 한탄하지 않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또 하기도 합니다. ^^

그레이스 2021-10-03 17:04   좋아요 4 | URL
그들의 몫이 따로 있겠죠
예술로 풀어내야만 하는 작가들의 몫
그들의 감성을 우리는 작품으로 경험하구요 ^^

서니데이 2021-10-04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밀레이의 오필리어는 처음 보았을 때, 그림 속의 인물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중에 들으니 모델이 무척 고생했다고 하더라구요.
오늘은 개천절 대체휴일이었습니다. 좋은 휴일 보내셨나요.
그레이스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1-10-04 18:3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가을인데 습도가 높아서 덥네요
건강조심하세요~♡

scott 2021-11-05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소세키옹 마니아 👆이 쉼 ^^

그레이스 2021-11-05 16:30   좋아요 2 | URL
이번 달은 소세키 덕분!
감사합니다.

mini74 2021-11-05 17: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옹 ㅎㅎ 입에 착 달라붙어요. ㅎㅎ 그나저나 그레이스님덩달아 산 소세키 책들 읽어야 하는데 ㅠㅠ ㅎㅎ 당선 무지무지 축하드리옵니다 *^^*

그레이스 2021-11-05 17:23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청아 2021-11-05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의 소세키 열풍의 선두주자 그레이스님!!ㅎㅎ♥ 제가 오늘 4시간밖에 못자서 실수했어요😭

그레이스 2021-11-05 17:31   좋아요 1 | URL
^^
감사드려요~♡

서니데이 2021-11-05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그레이스 2021-11-05 18:3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1-11-05 1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관왕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11-05 18:38   좋아요 3 | URL
감사드려요~
페넬로페님~♡

새파랑 2021-11-05 1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리얼 마니아 그레이스님 2관왕 진심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1-11-05 18: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진정한 마니아 강자 새파랑님도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11-05 18:43   좋아요 2 | URL
제가 손이 다쳐서 오타가 많아요 😅

그레이스 2021-11-05 18:58   좋아요 1 | URL
아! 어쩌다가!...
빨리 회복되시길 바래요

bookholic 2021-11-06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축하드려요~~~

초딩 2021-11-0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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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여러 작품에서 인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던 이유를 알것 같다. 혈연과 관습으로 얽어매는 관계는 한사람의 숨통을 이렇게 조여오는구나 하고 생각하게된다. 주변인의 무정하고 몰염치한 모습 뿐 아니라 주인공의 이기적인 모습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연민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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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02 2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사부작사부작 소새키책을 사모으고 있더라고요. 그래이스님 글 볼때마다 ㅎㅎㅎㅎ 표지가 예뻐서 그레이스님 소개글이 좋아서 ㅎㅎ 언젠가는 다 읽겠지요 ~ 즐거운 토요일 저녁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1-10-02 20:31   좋아요 5 | URL
사부작사부작...^^~~♡
미니님 감상도 기대할께요~^^

서니데이 2021-10-02 20: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에서 나온 소세키 책 표지도 예쁘지만, 이 책도 괜찮네요.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0-02 20:47   좋아요 5 | URL
예~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과 연휴 되시길

막시무스 2021-10-02 20: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혈연, 관습, 인정 등.... 진정한 자유를 붙잡는 마리오네트의 줄같이 무서운 저것들을 아직도 현실에서 너무 많이 겪고 있는것 같아서 힘들때가 있어요! 이런 종류는 성질내기도 참 어렵고, 갈등만 커지구요!ㅠ 즐건 휴일되십시요!ㅎ

그레이스 2021-10-02 21:22   좋아요 4 | URL
맞아요
답답함으로 읽었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지...ㅠ

새파랑 2021-10-02 21: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읽은책~!! 다른 출판사지만 ㅎㅎ 그레이스님 이제 소세키 책 거의 다 읽으셨을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10-02 21:51   좋아요 4 | URL
세권 남았어요^^

초딩 2021-10-03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혈연의 관계에서 비극이 시작되면
그것이 가장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1-10-03 00:58   좋아요 1 | URL
풀어나가기 어렵죠 ㅠ
 

드디어 찾았습니다. 제2의 성
보봐르 책들 모여있는 곳 주위를 다 끄집어 내도 못찾았었는데,
왜 과학분야에 꽂혀있는지,,, 거기에는 눈길도 안줬는데 앞줄에 꽂혀있었다는... 이런다니까요^^
기념으로 보봐르책 사진찍고(아마 더 있을지 몰라요 ㅎㅎ )
하루밖에 안남았으니 더 구매할 일 없을것 같아서 9월 구매책 사진도 올려요.
보너스로 책장도 올렸다 지웠어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ㅎㅎ

한서 열전은 다 채웠어요
알라딘에서 리뷰, 페이퍼 선정되고 받은 적립금으로 하나씩 기념삼아 모았어요^^
그런데 케이스를 미처 생각 못했다는 사실!
그리고 세권 함께 사면 더 많이 할인 받았을텐데,,, 암튼 저의 기념 이벤트였으니 가격은 어쩔수 없고, ㅠ 케이스는 민음사에 메일쓰고 전화하고 해서 받았어요 ㅋㅋ
역시 전집은 케이스죠! 뿌듯

이제 읽어야죠^^*
갑자기 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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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29 16: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가 보봐르이던 시절의 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레이스 2021-09-29 16:47   좋아요 3 | URL
오래된 책들이라...^^

Falstaff 2021-09-29 16: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서열전의 반고가 중국의 창세 신화에 나오는 반고盤古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가... 원위치 했습니다. ^^;;

그레이스 2021-09-29 16:4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9-29 16:50   좋아요 3 | URL
‘신사 배리 린든‘ 도서관 희망도서로 읽다가 샀어요
좋아서요
이 책에 지분 있으시잖아요 ㅋㅋ

Falstaff 2021-09-29 19:01   좋아요 2 | URL
아휴... 아직 배리 린든을 기억하신단 말씀이세요? 이런, 황송하게도. ㅋㅋㅋㅋ
근데 왜 제가 그리 고맙지요? 하하하하하하하.......

독서괭 2021-09-29 16: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옛스런 표지~ 몇년도 책들인가요(첫번째 사진)
도서관런웨이 굉장히 두껍네요;;

그레이스 2021-09-29 16:57   좋아요 2 | URL
다른 책이 얇아서 상대적으로 두껍게 보입니다^^

청아 2021-09-29 17: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계약결혼>도 가지고 계셨군요!👍👍6500원!5~6000원이면 책 한 권 살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레이스 2021-09-29 17:43   좋아요 3 | URL
남편이 갖고 있던 책이예요
요즘 책 너무 비싸다고 노래하는 사람^^

그렇게혜윰 2021-09-29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한서열전♡♡♡♡♡

그레이스 2021-09-29 17:44   좋아요 2 | URL
민음사에서 케이스 받고 좋아하는 저를 보고 딸들이 어이없어 하더라구요
비싸게 샀지 메일보내고 전화로 부탁하고...ㅎㅎ

막시무스 2021-09-29 17: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대사관 문화재발굴팀에서 문화재 발굴했다고 전화할 수 있습니다.ㅎㅎ..오래된 책에서 역사가 느껴져서 참 좋네요!ㅎ...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

그레이스 2021-09-29 17:45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저녁 되세요~^^

수이 2021-09-29 17: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 전기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두근거려요 그레이스님 우리 10월에 더 자주 만나요!

그레이스 2021-09-29 17:46   좋아요 2 | URL
예~;;
이 책을
옛날에 어떻게 읽었을까요?;;;

다락방 2021-09-29 17: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우와 우와 너무 멋져요 그레이스님! 저 당시의 책을 갖고 계시다니, 너무나 근사합니다.
보부아르 책을 찾으셨으니 이제 우리 10월에 더 자주 만날 수 있겠네요? 후훗 :)

그레이스 2021-09-29 18:04   좋아요 3 | URL
^^
서론 읽으니 내용이 기억나네요
그런데 혹시 서론만 그런것은 아닐지...^^

새파랑 2021-09-29 18: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책 역사는 엄청나네요~!! 완전 멋짐 👍
책탑에서 저랑 같은 책 그래도 두권 발견해서 기쁘네요 (꿈, 전락)

그레이스 2021-09-29 19:24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리뷰보고,,,제가 전락은 없었거든요^^
저는 책세상 까뮈전집을 여러권 갖고 있어서 그걸로...!

2021-09-29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9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1-09-29 19: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봐르를 알아보는 그레이스님 진면목에 박수를 보냅니다. 너무 근사하고 멋진 책탑이에요. 10월에 자주 뵈어요^^

그레이스 2021-09-29 19:5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mini74 2021-09-29 21: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연도 ㅎㅎ저땐 만원이면 책도 사고 커피도 마시던 시절이었지요ㅎㅎ 케이스는 못 참지요. *^^*

그레이스 2021-09-29 21:05   좋아요 3 | URL
체감은 그때나 지금이나일텐데요^^
맞아요
케이스 있는거랑 없는거는 다르죠^^

Conan 2021-09-29 2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랑 3권이 겹치는군요^^
도서관 런웨이, 지구 끝의 온실, 전락
이중에 지구 끝의 온실만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2021-09-30 06:3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희선 2021-09-30 0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예전에 사둔 책 찾으셨군요 찾아서 다행입니다 한서열전 멋지네요 얼마전에 이 책 이야기가 있는 책을 본 것 같기도 하네요 식구가 이어서 썼다고 하더군요 그레이스 님 집에 있는 책뿐 아니라 사신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09-30 06:40   좋아요 1 | URL
예 저도 그 책 알라딘에서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드니스 2021-09-3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ㅎㅎ
전 책 사면 끝까지 읽지를 못해요...
리뷰라는 건 사서 이용해보고 쓰는건데 전 엉뚱하게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읽고 써요. 그래도 큰일 난 적은 없지만요.ㅎㅎ

2021-09-30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드니스 2021-09-30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도 책이 많아요.
이사 때마다 아저씨들 눈치 보여서...ㅋㅋ
책은 옷이랑 달리 무겁잖아요.ㅎㅎ

그레이스 2021-09-30 16:11   좋아요 2 | URL
저희는 두사람 더 써야해요^^
트럭도 한대 더 불러야 한다는데 그 부분은 이해 안되요 ㅠ
책 말고 다른 짐이 별로 없는데 ㅎㅎ

2021-09-30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1-10-02 17:55   좋아요 0 | URL
^^

scott 2021-09-30 2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담 생엔 그레이스님 옆집에 살고 싶습니다 !
(˶ ᵔ ᵕ ᵔ ˶)

그레이스 2021-09-30 20:32   좋아요 0 | URL
^^

초딩 2021-10-02 17:52   좋아요 1 | URL
저도요!

그레이스 2021-10-02 17:53   좋아요 0 | URL
^^

초딩 2021-10-0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95년!!! ㅎㅎㅎ 인상적입니다 :-)

초딩 2021-10-02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반갑네요
좋은 주말 되세요!

그레이스 2021-10-02 17:54   좋아요 1 | URL
예~
다 북플에서 여러분들이 추천한 책들이죠^^
초딩님도 휴식이 있는 주말 되세요

공쟝쟝 2021-10-03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93버전 을유 찐 책을 이렇게 영접하다니요. 대단한 실물이다 🥺 뭐랄까 정말 고서 느낌나구… 너무 신기해요!!!! 꺄!!

그레이스 2021-10-03 19:41   좋아요 1 | URL
ㅎㅎ
이 책 찾느라 혼났습니다.
또 읽을 일은 없고, 참고할 일은 있을거라 생각하고 갖고는 있었는데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공쟝쟝 2021-10-03 20:04   좋아요 1 | URL
ㅠㅠㅠ 이런 귀한 걸 보게 해주시다니 ㅋㅋㅋ 제가 물론 93을유 표지만 갈아낸 것에 엄청 분노하긴 했쥐만 (ㅋㅋㅋㅋ) 그래도 진짜 귀하네요!! 책이랑 친하지 않은 집에서 자라나 이제사 독서에 빠진 제게는 추억 쌓인 오래된 누군가의 책더미를 걸 보는게 매우 신선한 경험이예요! 너무 신기하고!! 🥲 암튼 좀 감동…!!

그레이스 2021-10-03 20:07   좋아요 1 | URL
감동 감사하네요~!
누군가 알아봐주는 것, 저도 감동입니다~♡
 
춘분 지나고까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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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죽음을 경험하고, 이전과는 다른 삶에 대한 태도로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 게이타로는 화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 “그의 역할은 수화기를 귀에 대고 세상을 듣는 일종의 탐방에 지나지 않았다”(344p) 이제 대학을 졸업한 게이타로가 세상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방식이다. 청취자의 역할로 그들의 인생을 관조하고 있다.

 

모리모토, 다구치, 마쓰모토, 지요코, 스나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리모토로 시작해서 마쓰모토로 끝나는 긴 이야기의 중심에 스나가가 있고, 그의 태생과 내향적 성품,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상 주인공은 스나가라고 할 수 있다. 게이타로는 타인의 이야기를 대충대충 듣고 다녔을 뿐이고 그는 단지 일자리를 얻으려고 했을 뿐이었다. 청취자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옮긴 것은 에크리튀르(Écriture)의 영도(零度)’, 욕망과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글쓰기에 가깝다.

 

작가는 자신의 자아를 여러 인물들에 투영시키고, 그 인물들의 삶에 자신의 경험을 넣어 번뇌와 마음의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면서 자아를 탐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아에 대한 순수한 에크리튀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글의 곳곳에서 묻어나는 쓸쓸함의 정서는 바르트가 추구했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게이타로는 거의 성공했으나 나쓰메 소세키는 실패했다. 이 작품에서 본 역설이다.

 

일자리를 얻으려고 친구 스나가의 소개로 그의 이모부 다구치를 찾아가고, 일을 얻는다. 그 일 이란 다른 사람의 뒤를 밟는 것, 그 사람은 다구치의 매제 마쓰모토이다. 이 다구치의 장난과 같은 지시를 통해 고등유민마쓰모토를 알게 된다. 그의 조카 다구치의 딸 지요코에게서는 마쓰모토의 아픔을 듣게 된다. 부유하고, 여행을 하고 즐기며 사는 학식이 풍부한 사람 뒤에 고통스런 기억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쾌감을 느낀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느낀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요코와 스나가의 관계를 흥미롭게 보던 게이타로는 두 사람이 어렸을 적, 부모들에 의해 정혼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스나가로부터 지요코에게 소극적인 이유를 듣게 된다. 정해진 관계라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이모의 딸일 뿐 전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앞에 나타난 다카기로 인해 질투를 느끼고 묘한 감정을 드러낸다. 외부로부터 자극받은 욕망이다. 그는 이 삼각관계 밖으로 도망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들여다보고 의아해 한다.

 

질투심만 있고 경쟁심을 갖지 못한 내게도 그에 상응하는 자만심은 이따금 음침하고 어두운 가슴 어딘가에서 어른어른 피어올랐던 것이다.”(279p)

 

그는 자신의 모순을 충분히 연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요코에 대한 자만심이라니……. 거침없고 자유로운 지요코에게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그가 자신의 마음을 지키려고 경쟁을 피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은 정말 그녀에게 끌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다카기의 등장에 질투를 느낀다. 그 질투가 다카기 때문인지 지요코를 정말 좋아해서인지 모호하다. 자신을 흔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그 곳을 떠나 홀로 집으로 돌아온다. 그의 자만심은 가슴 어딘가에 있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외로움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 어딘가에 구체화시키지 못했던 질문, 불안, 외로움이 있었다.

 

이런 감정들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간 외삼촌 마쓰모토에게서 출생의 비밀을 듣는다. 스나가는 여행을 떠나고, 외삼촌에게 매일 편지를 보내온다. 불안해하는 어머니와 외삼촌을 안심시키기 위해 쓰기 시작한 편지는, 안으로만 향하는 생각을 외부의 풍경으로 돌리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거듭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다. 그의 편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에 관한 행복한 서술로 가득 차 있다. 가볍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일상을 담기도 한다. 이것도 스나가가 시도한 에크리튀르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쓸쓸한 그림자를 남긴다.

 

제가 이렇게 잡다한 일을 신기한 듯이 알리면 외삼촌은 별난 놈이라며 필시 쓴웃음을 짓겠지요. 하지만 이는 여행 덕분에 제가 나아졌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자유로운 공기와 함께 교제하는 일을 처음 배웠습니다. 이런 시시한 이야기를 일일이 쓰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게 된 것도 결국은 생각하지 않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생각하지 않고 보는 것이 지금의 제게는 가장 편한 것 같습니다. 짧은 여행으로 제 신경이나 버릇이 고쳐졌다면 그 방법이 너무 천박해서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보다 열 배나 천박하게 어머니가 저를 낳아주었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습니다.……” (343p)

 

얼마나 쓸쓸한가 하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보내오는 편지는 마음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이 한 줄을 읽는 순간, 모든 글은 다 사라진다. 앞글의 심상이 바뀌어 읽히게 된다.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고통과 외로움을 보게 된다.

 

마음이란 때로 가볍고 천박해보이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이 무겁기도 하다. 상념이 가득한 마음에 돌을 던져 파문이 일면 저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았던 존재의 불안과 두려움, 고독, 공포와 같은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 돌이 타인의 말이 될지, 열등의식을 느끼게 되는 사람의 출현이 될지, 상실이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 거대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놀라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슬픔에 압사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전의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여행을 떠난다.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그 여행지에서 편지를 보낼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자신 안으로 끝없이 파고 들지 않도록. 그리고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마음을 빼앗는 훌륭한 사람이나 아름다운 사람이나 자상한 사람을 찾아”(312p)내기를 바란다.

 

소세키가 이 작품에서 마음과 자아를 멀찌감치 떨어져 관조했다면, 행인에서는 거리가 더 가까워진다. 그 탐사는 마음에서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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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27 15: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마음에 관한 책이군요. 그런데 약간 거리를 둔 마음이라니~ 뭔가 출생의 비밀도 등장하고 어려운 느낌이 드네요 😅

그레이스 2021-09-27 21:04   좋아요 5 | URL
어렵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 써놓아서 그럴까요?
행인과 마음을 먼저 읽어서... 이 작품 읽는게 어렴지 않았어요
순서대로 하면 이 작품이 먼전데 제가 나쓰메 소세키를 행인으로 입문해서...^^ 순서가 바뀌었네요

소세키의 유년기가 불행해서 그 상처가 곳곳에 배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mini74 2021-09-27 16: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나가의 편지가 뭔가 너무 슬픈데요 ㅠㅠ

그레이스 2021-09-27 16:15   좋아요 5 | URL
굉장히 밝고 가볍게 썼는데 여기서만큼은 ...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아요^^

scott 2021-09-27 16: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롤랑 바르트의 에크리튀르ecriture‘ 개념이 소세키 작품 분석에도 등장 하네요
랑그-스틸 그리고 에크리튀르

얼마전에 읽었던 우치다 다쓰루의 글에서 일본 문학가들이 사회적 행동 전체를 규정하는 집단 사고형식으로 계층화 시켰다는 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의 리뷰를 통해서 소세키의 춘분 새롭게 읽혀지네요. ^ㅅ^

그레이스 2021-09-27 16:33   좋아요 5 | URL
잘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잘 적용했는지 모르지만..!
감사합니다
scott님 리뷰 잘 읽었어요~♡

막시무스 2021-09-27 17: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목이랑 리뷰 읽고 소세끼작가(‘소세끼가‘라고 표현이상해짐요ㅠ)가 영국인가에서 유학했다더니 바르트의 영향을 받았은 건가 생각했습니다. 근데, 마침 사무실에 <갱부>가 있어서 연표를 봤는데 <춘분지나고>고가 1912년 연재작이고, 바르트는 1915년 생이네요! 대박!ㅎ 소세끼님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올라가고 있습니다.ㅎ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소설적 글쓰기에서는 적시하신 에크리트리의 영도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왠지 독자에게 받아 들여지기는 어려워 질 것 같은 느낌인데 이 소설이 더욱 더 궁금해 지네요!ㅎ

그레이스 2021-09-27 17:18   좋아요 4 | URL
불가능하죠
바르트 자신도 시인한걸로 알고 있구요^^
고백을 듣고 그 사실을 옮기는 게이타로가 그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저의 해석)

막시무스 2021-09-27 17:21   좋아요 5 | URL
그래도 문학적으로 이런 시도를 해볼수 있다는 자체가 대가인것 같아요!ㅎㅎ..관심지수가 좀 더 상승했습니다..이 형님 막 좋아지는데요.ㅎㅎ..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ㅎ

그레이스 2021-09-27 17:22   좋아요 4 | URL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저녁시간 되시구요, 또 즐거운 독서 하시길요!

희선 2021-09-28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나가와 지요코는 《마음》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마음이라는 말을 봤을 때도 《마음》을 떠올렸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1-09-28 05:15   좋아요 2 | URL
🙂
 

죽음을 멀리서 보는 것과 그 경계 가까이 가본 경험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위궤양으로 피를 토하고 죽음 앞에까지 갔던 나쓰메 소세키는 침상에서

생사란 완급(緩急), 대소(大小), 한서(寒暑)와 마찬가지로 대조되는 것들의 연상(聯想)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한 쌍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 생사라는 말이 같은 종류의 연상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동떨어진 두 면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갑자기 연이어 나를 사로잡는다면, 나는 이 동떨어진 두 면을 어떻게 같은 성질의 것으로 보고 그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까.”(77p)

하고 자문한다.

 

갑작스레 죽었다가(거의 죽었다가) 갑작스레 돌아왔다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말을 듣고 그는 오싹해질 뿐, 그 마음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모른다.

 

힘을 겨루는 스모 선수가 서로 맞부딪힐 때, 모래판 한가운데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의외로 고요히 안정되어 있다.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의 뱃살은 무시무시한 파도처럼 위아래로 출렁일 것이다. 뜨거운 땀방울이 몇 줄기씩이나 등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79p)

 

탁월한 비유다뱃살이 출렁이고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서야, 고요히 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그 순간에도 스모선수들은 어마어마한 힘을 쓰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침상에 누워 있는 자를 바라보는 것, 또는 멀리 있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스모의 처음 고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인간은 무시무시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공평하지만 냉혹한 적인 죽음 앞에 선 인간은 자기 힘으로 버텨야 할 스모선수처럼 괴로운 존재다. 승부가 나야 모래판을 내려 올 테니까. 그는 이 냉혹한죽음에 대한 소름 돋는 체험을 기록하면서 오히려 따뜻한 감상을 써내려 간다.

 

죽음의 문턱까지 끌려갔다가 겨우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도스토예프스키를 기억한다. 사형장에서 총알이 가슴을 관통하기 직전 살아난 러시아 작가의 오싹한 체험, 살아난 행복을 소환한다. “죽음과 삶에 따르는 두려움과 기쁨이 마치 종이의 앞뒷면처럼 붙어 있었기에 내 상상의 끝에는 언제나 도스토옙스키가 떠올랐다”(85p)고 한다.

 

 

피를 토한 그는 모래판에 쓰러진 스모선수와 다름이 없었다. 병에 밀려 쓰러진 그를 따뜻이 감싸준 것은 오히려 그 병이었다. 아니 그를 치료하는 의사, 간병하는 간호사들, 그를 찾아오는 지인들의 호의로 둘러싸였다. 죽음 앞에서 용기를 잃고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그의 두려움과 차가운 마음을 감싸주었다. 손뼉을 쳐서 부르지 않으면 하녀조차 얼씬 않던 그에게, 의사가 다가오고, 회사직원이 다가오고, 아내가 다가오고, 간호사가 다가왔다그들에게서 의무가 아닌 호의를 느꼈다.

 

나는 호의가 메마른 사회에 존재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86p)

 

호의가 메마른 사회에서 사는 것이 어색했던 그가 병상에서 호의를 경험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때의 그와 현재의 그 사이에 대조가 또렷해서, 퇴원 후 그의 머릿속에는 아이러니라는 말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의 수필 <생각나는 것들>은 1910년 위궤양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질 정도로 위독했던 슈젠지의 대환을 겪고 쓴 수필이다. 이 수필은 강연, 수필, 편지글들을 함께 엮은 나쓰메 소세키-인생의 이야기에 수록되어 있다.

 

춘분 지나고까지를 연재하며 나쓰메 소세키는 머리말에 이 작품을 쓰기 2년 전 아팠던 사실을 언급한다. 그 후에도 계속 쓰는 것을 미뤄왔던 건강상태에 대해 언급한다. 오랜 만에 쓰는 작품이니 독자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내놓고 싶었다는 말과, 생각처럼 오래 쉰 기간을 벌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고백하고 있다.

 

죽음 앞에까지 다녀온 작가, 그가 들여다본 인간의 마음은 관조적이고, 삶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춘분 지나고까지의 머리말을 보며 이 수필이 떠올라 다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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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27 00: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저 이 책 끌립니다! 소세키가 이런 경험을 했었군요. 인생의 쓴 경험들, 아픈 경험만큼 사람을 (짧은 시간)에 성숙하게 하는 건 없는 듯 해요. 표지의 방 풍경 예쁘고 아늑하네요😊

그레이스 2021-09-27 00:24   좋아요 4 | URL
스모에 대한 비유는 읽고 또 읽고 했습니다^^

새파랑 2021-09-27 00: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읽어봐야 겠어요. 시와서 에서 나오는 이런 종류의 책 좋더라구요~!!

그레이스 2021-09-27 00:26   좋아요 4 | URL
시와서 처음 경험했는데 이미 알고 계셨군요
암튼 이 책 내용은 구성, 번역, 내용 다 좋았어요

mini74 2021-09-27 00: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표지가 넘 예쁘네요

그레이스 2021-09-27 00:29   좋아요 4 | URL
<서재도>이고 나쓰메 소세키의 그림이라고 하네요.
그의 작품에 보면 회화에 대한, 특별히 서양화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볼수 있어요.
특별히 <풀베개>에서...

2021-09-27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7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1-09-27 00: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늦게까지 댓글 달아주셔서 모두 감사드려요~~♡
저는 백신 맞고 하루 몸조심하고 어제부터는 거뜬?(말조심해야 하는데...)합니다.
그래도 2주 동안은 조심하기로...!
지난번 1차때도 일주일 후에 이석증이 와서 조금 힘들었거든요~
모두 건강하시고 안녕히 주무세요

희선 2021-09-27 0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팠다가 조금 나아지고는 좋은 걸 더 보게 됐네요 의사와 간호사 아내가 다가왔다 하니... 《춘분 지나고까지》 《행인》 《마음》을 후기 삼부작이라 하는 건 많이 아픈 뒤에 쓴 거여서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레이스 님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09-27 05:11   좋아요 3 | URL
희선님도 건강하세요

붕붕툐툐 2021-09-27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모 비유 좋네요~ 이런 경험을 한 후에 쓴 글은 확실히 그 전과 다를 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1-09-27 07:58   좋아요 1 | URL
관조하듯 청취하고, <행인>에서는 더 가까와지고, <마음>에서는 깊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