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나지 않는다.
감상하느라...!
여랑화는 마타리.



매일 밤낮없이 전 세계를 어지러이 엇갈리는 소세계가 널리 하늘끝까지 가고, 게다가 끝 간 데 없다고 생각될 때쯤, 명주실이 가느다란 것을 마다하지 않고 옮겨놓은 누에고치가 나란히 있는 것처럼 네명의 소우주는 무정한 기차 안에서 밤새 서로 등을 맞대고 모르는 체하는 얼굴을 하고 나란히 있었다. 별의 세계는 쓸려 사라지고 드넓은하늘의 가죽을 깨끗하게 벗겨낸 빛나는 태양이 숨기지 말라며 떠오르는 창문 속에 네 사람의 소우주는 짝을 지어 방금 서로 지나쳤다.  - P133

마쿠즈가하라(眞源)‘에 여랑화(女郎花)가 피었다. 억새풀밭을거침없이 빠져나가 한 많은 큰 키로 가을바람을 품위 있게 피해 지나는 허전함 속에서 가을은 비가 내려 겨울이 된다. 갈색으로, 검은색으로 움찔움찔 내리는 서리에 겨울은 한없이 계속되고, 의지할 데 없는약한 목숨을 아침저녁으로 잇는다. 겨울은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마다하지 않는다. 쓸쓸한 꽃은 추운 밤을 빠져나가, 붉은색과 초록색에 부족함을 모르는 봄의 천하에 섞여들었다. 땅에, 하늘에 봄바람이 스치는 모습은, 모든 것이 타오르며 풍부하게 물드는 것을, 은밀한 노란색을 한 그루 나무의 가느다란 끝에 이고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하게 조심스러운 숨을 내쉬는 것 같다. - P154

긴고는 한 푼의 재산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집도 후지오에게주겠다고 한다. 의리의 옷을 벗고 편리의 알몸이 될 수 있다면, 갑자기 끓어오르는 온천에 얼씨구나 하고 뛰어들 마음도 든다. 그러나 세상의 이목에 입는 의상은 그렇게 간단히 벗겨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비가 내릴 것 같으니 우산을 주겠다고 내놓을 때 그 우산이 두 개라면그중 하나를 받는 걸 사양하지 않는 것이 세상이지만, 자신이 비에 젖을 걸 뻔히 알면서도 내주는 사람을 상관하지 않고 멋대로 손을 내미는 것은 남의 이목 때문에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서 수수께끼가 생긴다. 준다는 것은 진심으로 말하는 거짓말이고, 받지 않겠다는얼굴을 보이는 것도 이웃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긴고가 재산을 억지로 후지오에게 양보하는 것을, 마지못해 받는 얼굴로 문명의 체면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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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하이미의 극치.


"조용히 부는 바람 같은 사랑이나 눈물 같은 사랑, 탄식의 사랑이아닙니다. 폭풍우 같은 사랑, 달력에도 실려 있지 않은 엄청난 폭우같은 사랑, 비수 같은 사랑입니다."
"비수 같은 사랑이 자줏빛인가요?"
"비수 같은 사랑이 자줏빛이 아니라 자줏빛 사랑이 비수 같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자르면 자줏빛 피가 나온다는 뜻인가요?"
"사랑이 화를 내면 비수가 자줏빛으로 번뜩인다는 뜻입니다."
"셰익스피어가 그런 이야기를 썼나요?"
"셰익스피어가 쓴 것을 제가 평한 것입니다. 안토니우스가 로마에서 옥타비아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령이 가져왔을 때 클레오파트라의…"
"질투심으로 자줏빛이 짙게 물들었겠네요?"
"자줏빛이 이집트의 햇빛을 받으면 비수가 차갑게 빛납니다."
- P39

꽃향기마저 묵직하게 지나가는 깊은 거리에서 서로를 부르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죽음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봄 그림자 위에 또렷하게 떠오른다. 우주는 두 사람의 우주다. 3천 개의 혈관을 끊임없이흐르는 젊은 피가 모이는 심장의 문은 사랑으로 열고 사랑으로 닫아움직이지 않는 남녀를 드넓은 하늘 속에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위태로운 찰나에 두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다. 동쪽인가 서쪽인가, 털끝만치라도 몸을 움직이면 그것으로 끝이다. 부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불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생사 이상의 난관을 사이에 두고 뭔가에 싸인 폭발물을 내던질지 아니면 폭발물이 내던져질지, 움직이지 않는 두 사람의 몸은 두 덩어리의 불꽃이다. - P45

옛 도읍 교토를 더욱더 적막하게 하는 보슬비가, 붉은 배를 보이며 하늘을 찌를 듯이 날아가는 제비의 등에 자극을 줄 정도로 세차졌을 때 교토 전체는 조용히 비에 젖어 동쪽에 있는 산들의 녹음 아래로스며들고, 소리는 유젠의 잇꽃을 적시며 유채꽃으로 흘러드는 물소리뿐이다.
....다만 옛날 그대로의 봄비가 내린다. 데라마치에서는 절에 내리고, 산조(三傑) 거리에서는 다리에 내리고, 기온에서는 벚꽃에 내리고, 긴가쿠지에서는 소나무에 내린다. 여관 이층에서는 고노와 무네치카에게 내린다. - P59

물밑의 수초는 어두운 곳을 떠다녀 하얀 돛단배가 지나는 강가에햇살이 비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른쪽으로 흔들리는 왼쪽으로너울거리는 희롱하는 것은 물결이다. 다만 그때그때 거스르지 않기만하면 된다. 익숙해지면 물결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물결은 어떤 걸까, 하고 생각할 여유도 없다. 왜 물결이 모질게 자신에게 부딪치는지는 물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된다 한들 개선할 수도 없다. 그저 운명이 어두운 곳에 있으라고 할 뿐이다. 그래서 거기에 있다. 그저 운명이 아침저녁으로 움직이라고 할 뿐이다. 그래서 움직이고 있다. 오노는 물밑의 수초였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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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0-16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암사에서 출간된 소세키의 작품이 14권이나 되네요.
이거 다 갖고만 있어도 완전히 뿌듯할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1-10-16 14:26   좋아요 1 | URL
예 뿌듯해요^^
마저 읽어야지요!~^^~♡

서니데이 2021-10-16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몸은 좀 어떠세요.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0-16 17:45   좋아요 2 | URL
예 많이 괜찮아졌어요
서니데이님도 갑자기 추우날씨에 건강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나뭇잎처럼 2021-10-17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열네 권인가요? 집에 네 권밖에 없는데... 완전 소장각이죠. 천천히 읽고 또 읽는 맛. 책이 예뻐서 두고두고 아끼게 되는 맛.

그레이스 2021-10-17 20:48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봄은 시구(詩句)가 되기 쉬운 교토의 거리를 시치조(七條)에서 이치조(一條)까지 가로지른다. 부옇게 보이는 버드나무 사이로 따뜻한 물을 뿌리는 다카노가와(高野川) 강변의 하얀 천을 다 헤아리며 길게 북쪽으로 구부러지는 길을 8킬로미터 남짓 나아가자 산은 저절로 좌우에서 다가오고 꺾고 돌 때마다 발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도 이쪽저쪽에서 들려온다. 산으로 접어드니 봄이 깊어지는데,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아직 눈이 남아 있어 추울 거라고 생각하며 올려다보는 봉우리기슭을 뚫고 어두운 그늘로 이어지는 완만한 외줄기 오르막길 저쪽에서 오하라메(大原女)가 온다. 소가 온다. 교토의 봄은 끊이지 않는 소의 오줌 줄기처럼 길고 적막하다.
- P18

정적만이 남았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가운데 그 고요함에 내 한 목숨을 의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세상 어딘가로 통하는 내피는 고요하게 움직이는데도 소리 없이 해탈한 심경으로 몸을 토목으로 여기고, 하지만 어렴풋이 활기를 띤다. 살아 있다는 정도의 자각으로 살아서 받아야 할 애매한 번민을 버리는 것은,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벗어나 하늘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모든 집착을 초월한 활기다. 고금을 공허하게 하고 동서의 자리를 다한 세계의 바깥에 한쪽 발을 들여놓아야만…… 그렇지 않다면 화석이되고 싶다. 빨간색도 흡수하고 파란색도 흡수하고 노란색과 보라색까지 다 흡수하여 원래의 오색으로 되돌릴 줄 모르는 새까만 화석이 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죽어보고 싶다. 죽음은 만사의 끝이다. 또 만사의 시작이다. 시간을 쌓아 날을 이루는 것도, 날을 쌓아 달을 이루는 것도, 달을 쌓아 해를 이루는 것도, 결국 모든 것을 쌓아 무덤을 이루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덤 이쪽의 모든 다툼은 살 한 겹의 담을사이에 둔 업보로, 말라비틀어진 해골에 불필요한 인정이라는 기름을부어 쓸데없는 시체에게 밤새 춤을 추게 하는 골계다. 아득한 마음을가질 수 있는 자는 아득한 나라를 그리워하라.
- P27

음력 3월, 붉은색이 사방을 감싸고 있는 한낮인데도, 잠들어 있는천지에 봄에서 뽑아낸 진한 자줏빛 한 점을 선명하게 떨어뜨려놓은것 같은 여자다. 꿈의 세계를 꿈보다도 곱게 바라보게 하는 검은 머리를 흐트러지지 않게 접어놓은 살쩍 위에는, 야광패를 제비꽃 모양으로 아주 맑게 새겨 넣은 가느다란 간자시‘가 꽂혀 있다. 조용한 낮이먼 세상으로 마음을 빼앗으려는 것을 검은 눈동자가 휙 움직이면, 보는 사람은 앗 하고 정신을 차린다. 반 방울이 퍼지는 짧은 순간을 훔쳐 질풍의 위세를 보이는 것은 봄에 있으면서 봄을 제압하는 깊은 눈이다. 이 눈동자를 거슬러 올라가 마력의 경지에 이르면 도원(桃園)의백골이 되어 다시는 속세로 돌아올 수 없다. 보통 꿈이 아니다. 희미한 꿈속에서 찬연히 빛나는 요성(妖星) 하나가 죽을 때까지 자신을 보라며 자줏빛으로 눈썹 가까이 다가온다. 여자는 자줏빛 기모노를 입고 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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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4 2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토의 美는 가을!

이 책 전체가 하이쿠 처럼 정교하게 짜여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1-10-14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맞아요^^
완전히 빠져들어요
글로 화폭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서니데이 2021-10-14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줏빛 색채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표지도 자주색이네요.
그레이스님,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10-14 22:43   좋아요 2 | URL
예~
서니데이님도 굿밤요

초딩 2021-10-15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토 교토 하도 말도 많이하고 텔비에서도 나오는 것 같아 가보고 싶다했는데......
교토에서 왔습니다 라는 광고도 인상적이고요 ㅎㅎ
ㅜㅜ 이제 당분간 가기 힘들다 하니 더 가고 싶네요 ㅜㅜ

그레이스 2021-10-15 14:35   좋아요 0 | URL
^^
곧 이 상황이 좋아지길...
이 책 읽어보니 저도 가보고 싶네요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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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누구나 가끔 우울할 때가 있잖아요.” 하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몰이해라는 벽을 칠뿐이다. 타인의 고통을 경청할 때 쉽게 하는 실수다. 고통을 일반화시킴으로 그들을 의지가 약하고, 참을성 없고, 별일 아닌 것에 징징거리는 존재로 만들 수 있다. 일반화의 오류이고 또 다른 가해다.

 

올리브가 아버지에게 보였던 반응은 옳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자살로. 그녀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바닷가에 세워져있는 케빈의 차에 올라타고, 우연히 만난 니나를 무릎에 누이고, 산책길에 쓰러져있는 잭을 발견하고 그들과 대화를 시작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안부를 묻는 것에서, 눈에 보이는 경치로, 자신의 기억으로 옮겨간다. 그 이야기는 케빈으로 하여금 자신을 탐색하고 들여다보도록 한다. 그녀의 존재가 크게 느껴져서, “잠깐 동안 거대한 코끼리가 곁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82p) 받았다. “인간 왕국의 일원이 되고 싶은 순진하고 순한 코끼리, 앞다리를 무릎에 포개고 기다란 코를 살며시 움직이는 코끼리”(82p) 케빈의 환각으로만 볼 수 없는 올리브의 위력이다. 무감하고 무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 안의 상처가 같은 상처를 가진 타인에게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가 어서 떠나주길 바라던 케빈은 마음속으로 가지마세요, 키터리지 선생님. 가지 마세요.”(83p)하고 말한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 뒤에는 두려움이 있었고, 올리브가 그의 공간 안으로 밀고 들어가 함께 함으로 그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해안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단편들에 올리브 키터리지는 아픔을 찾아내는 탐조등처럼 등장한다. 한마디 지나가는 말로도 자신 가르쳤던 아이들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그녀는 자신과 남편을 묶고 인질극을 벌였던 여드름투성이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며 소년원에 보낼 작업복을 만든다. 죽음을 떠올린 그들의 얼굴에서 지난날에 놓쳤던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상처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보는 그녀는 가장 가까운 남편과 아들에게는 상처를 남긴다. “그이는 힘든 시간을 겪었어.”(127p) 아들의 결혼식 날 수잔이 한 말을 듣게 된 그녀는 크리스토퍼가 뭐라고 말을 했을까? 크리스토퍼가 무엇을 기억했던 걸까?”라고 생각하며 수치심을 느낀다. 아들 크리스토퍼는 우울증의 원인이 유전이라고 말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마로부터 받은 감정적 폭력이 원인이라고 말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돌이켜 기억하면서 언뜻언뜻 기억나는 장면들. 그녀의 마음에 박혀있는 이 장면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올리브는 뉴욕에 살고 있는 아들을 방문했다가 이 사실을 직접 듣고 다시 확인한다

 

하지만 아들 뒤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올리브는 때로 이 모든 일 속에서도 깊은 외로움을 느끼던 때가 있었던 걸 기억했다. 그리 오래되니 않은 몇 해 전, 충치를 때우면서 치과 의사가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턱을 살며시 돌리는데, 외로움이 너무 깊어서인지 그것이 마치 죽도록 깊은 친절인 것처럼 느껴져 올리브는 샘솟는 눈물을 숨죽이며 삼킨 적이 있었다.”(403p)

아들 뒤에 서있는 모습, 치과의사의 손가락 때문에 흘린 눈물에서 외로움의 깊이가 느껴진다.

 

남편 헨리와 올리브는 인질 사건 때 서로에 대한 생각의 밑바닥을 다 내보이고 상처를 받았다. 헨리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 것이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떤 생각이나 감정은 내보이면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만약에 아이들이나 남편이 상처를 이야기 하며 내가 아이들에게 쏟았던 시간들을 부정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오래 전 시간들을 기억하며 문뜩문뜩 가슴에 와 박히고 고개를 젓게 하는 어떤 순간들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걸음마를 하던 아이가 창턱의 제라늄을 만지려고 손을 뻗자 올리브는 아이의 손을 탁 때렸다. 하지만 올리브는 아이를 사랑했다! 맹세코 아들을 사랑했다” (262p)

 

산책길에 쓰러져 있던 잭은 몸도 마음도 지치고 약해져 있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는 올리브가 싫어하는 종류의 남자다. 공화당 지지자고, 편견투성이고,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딸이 댁을 미워해요?”라고 메일을 먼저 보내는 그녀는 조금 변해있다.

 

후우, 난 무서워요.” 하는 잭에게 , 그만해요. 난 겁먹은 사람은 싫어요.” 이렇게 말했을 그녀였지만 그저 그 옆에 가서 앉을 뿐이다. 그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헨리가 죽기 전 몇 년 동안 자신이 이렇게 헨리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눈을 감았다.”

,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483p) 하고 생각한다.

 

짐 오케이시에게 사랑을 느끼던 때, 헨리가 데니즈에게 사랑을 느꼈던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던 때, 헨리를 보낸 때로부터 지금 잭과 함께 있는 올리브는 변했다. 노년에서야 알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 그저 헨리를 마음껏 사랑하지 못한 후회가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면 자동적으로 마음이가고 손을 뻗게 되는 그녀이기에 잭의 옆 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기에.

 

20년 전과 현재의 나는 다르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미숙하고 옹졸하고 생각이 거칠었다. 나의 기분에 갇혀서 타인의 말에 상처만 받았고, 다른 사람을 나의 처지에서 판단하고 분류하기 바빴던 생각의 흐름들. 나에게 관대할 수 없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관대할 수 없었던 시간들에 대해 생각한다. 1020년 후의 나는 더 성장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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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10-13 00: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괜찮죠?ㅎ 저에겐 작년 연말에 이 책 읽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던킨도너츠에 맥주 마셨던 아주 좋은 추억이 간직된 책입니다ㅎ 이 리뷰 덕분에 다시 올리브에 도전하고 싶어지네요!ㅎ 굿밤되십시요!ㅎ

그레이스 2021-10-13 00:59   좋아요 4 | URL
던킨도너츠 ^^
예 좋았어요~!
오늘 토론한 동아리분들도 다 좋았다고 하시네요^^
막시무스님도 굿밤요~✨

scott 2021-10-13 01: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겨울 음악회 ] 단편이 가장 좋았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섬세하게 표현하다니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 ^ㅅ^

그레이스 2021-10-13 01:03   좋아요 4 | URL
아 예 저도 좋았어요
사람들의 스치듯 하는 말에서 온 흔들리는 감정들.
우리의 신뢰는 무엇으로부터 온 것일까 라는 생각!

바람돌이 2021-10-13 0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리버는 진짜 주변에 있을듯한 사람이었어요. 이 책의 단편들은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런 글들이랄까? 아마 올리버의 현실감이 그런 느낌을 주는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레이스 2021-10-13 20:37   좋아요 3 | URL
이 작품 보면서 상처와 아픔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 그 깊이는 함부로 헤아릴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새파랑 2021-10-13 08: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단편집인가 보네요. 전 올리브 시리즈(?)는 안읽어봤는데 ㅎㅎ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도 가까운 사람에게는 잘 안된되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걸 조금씩 고쳐 나가는게 성장하는 거겠죠? 😅

그레이스 2021-10-13 08:38   좋아요 4 | URL
단편집처럼 구성되어 있구요
올리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다 읽어야 해요.

각 장마다 제목이 있고 주인공들이 달라요. 올리브 마을 사람들이예요
장편으로 읽혀져요
어른의 성장소설!

늦었지만 강추예요^^

다락방 2021-10-13 09: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글입니다, 그레이스 님. 덕분에 올리브 키터리지를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올리브 키터리지 역시 제가 여러번 읽은 책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시 올리브]도 진짜 명작이에요. 제 경우에는 [다시, 올리브]가 더 좋더라고요. 올리브가 더 나이들고 그리고 좀 더 변했거든요. 저 역시 제가 늙어가고 있기 때문인지 몰입해서 읽게 되었어요. 올리브 키터리지는 읽을 때마다 감상이 변하고 또 당연하지만 읽는 사람마다 다른 감상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좋은 책입니다. 여기에서 만나서 반갑고요. 올리브 키터리지, 다시 올리브가 있는 세상은 그 책들이 없는 세상보다 훨씬 나아요!

그레이스 2021-10-13 09:55   좋아요 4 | URL
퓰리쳐 상 너무 미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았어요. <다시, 올리브>도 읽어볼 계획입니다. 감사해요~

레삭매냐 2021-10-13 1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인스톨은 참 좋아서
두 번인가 읽고, HBO 드라마
인가도 구해서 보고 그랬었
는데...

후속작은 좀 그렇더라구요.
또 세 번째 인스톨도 나온
다고 하네요 -

그레이스 2021-10-13 11:31   좋아요 3 | URL
세번째 나오기전에 두번째 빨리 읽어야겠어요^^

mini74 2021-10-13 16: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다시 읽고싶어지는 올리브. 올리브는 중년여인들의 빨간머리 앤같은 느낌 ㅎㅎ 좀 무뜩뚝하지만 친구하고 싶은 츤데레에 반듯하고 따뜻한. 그레이스님 글 읽고나니 아! 이런 감정이 담겨있었구나 그래서 내가 감동받았나봐 하며 되돌아보게 됩니다 *^^*

그레이스 2021-10-13 18:50   좋아요 2 | URL
중년 빨간머리앤 ㅎㅎ
미니님은 정말 반짝반짝 하시네요^^

프레이야 2021-10-13 1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를 사랑하지 않기란 어렵지요. 제게도 넘나 소중한 인물이랍니다. 드라마 속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정말이지 올리브가 살아나온 거 같잖아요. 약국을 시작으로 4화인데 넘 좋았어요. 특히 다른 길, 에서 헨리와 그 병원 장면. 오금이 다 저려요. 누구나 사람의 바닥이 불쌍하구요.

그레이스 2021-10-13 18:56   좋아요 2 | URL
드라마 얘기들 말씀하셔서 왓차에서 챙겨봤어요^^
저는
공항 검색대에서 찢어진 팬티스타킹 때문에 신발 벗는것 거부하던 올리브의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가슴이 저렸어요 ^^
감사합니다 ~

프레이야 2021-10-13 18:59   좋아요 3 | URL
그죠 그 장면에서 넘 애처로워서 안아주고 싶었어요. 눈을 때굴때굴 굴리며.

그레이스 2021-10-13 19:00   좋아요 2 | URL
🫂

서니데이 2021-10-13 2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았어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지만 소설 안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은가봐요.
그레이스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밤되세요.^^

그레이스 2021-10-13 21:14   좋아요 2 | URL
저도 여러분들과 공감해서 좋았습니다.
굿밤 ✨ 🌙 요~♡

붕붕툐툐 2021-10-13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막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 다들 너무 좋다고 하셔서 끝까지 꾸역꾸역 읽은 기분이네요~ 제가 섬세하지 못해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 그레이스님 리뷰와 다른분들 댓글을 읽어보니 3년쯤 후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10-13 23:25   좋아요 2 | URL
^^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
이유도 알 것 같은..!😁

희선 2021-10-14 0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뭔가를 처음부터 잘 알면 좋을 텐데, 그게 그렇지 않지요 책을 본다 해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건 나중에 봐야 그렇구나 하는 것도 있잖아요 그런 게 있었나 싶기는 하지만... 저는 책을 보다 별로면 다음엔 그 작가 책을 안 보기도 하는군요 다른 건 괜찮을지도 모르는데... 책과 사람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1-10-14 07:16   좋아요 2 | URL
책은 읽다가 중단해도 되지만, 삶에서 시간은 계속 앞으로만 가니, 모든 것이 처음이고 불완전하지만 성장이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겠죠.
 

그 순간, 불현듯 그녀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는 생각이 들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친숙하고 엄청난 강렬함이, 강력한 불굴의 힘이 용솟음쳤다. 눈에 힘을 주고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엄청난 잿빛 구름이 몰려드는 중에도 태양은 겨루기라도 하듯 구름 밑으로 노란 햇살을 비추어, 물결 일부가 열광적으로 명랑하게 반짝였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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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0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4일 드디어 신간, 오! 윌리엄 출간 되여 ^ㅅ^

그레이스 2021-10-11 11:5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

레삭매냐 2021-10-11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올리브 시리즈 두 권 다
읽었는데... 어째 후속편이
전편만 못하더라는 그런 느낌
이 들더군요.

그레이스 2021-10-11 11:36   좋아요 1 | URL
이 책 사놓고 읽다가 끝까지 못읽었어요
재밌었는데 다른 책에 쫓겨서 ^^
내일 독서 동아리에서 토론해야해서 논제 만들기 전에 바쁘게 읽고 있어요^^ 한달전에 정한 책인데 ㅋ
몇일 전에도 펼쳤다가 몇페이지 못읽고 덮었다가,,, 벼락치기 중이예요
이렇게해야 속도가 나는...^^

scott 2021-10-13 00:38   좋아요 2 | URL
매냐님 말씀에 동감 합니다
이번에 출간 되는
오! 윌리엄
작가 메일링 서비스로 30여페이지 읽고 나니
점점 기존 작품의 캐릭터들을 확장 시켜 놔서
시즌제 시트콤 , 홈드라마가 되어버렸어요.

그레이스 2021-10-13 08:42   좋아요 0 | URL
메일링으로 300페이지!
scott님 존경합니다.

서니데이 2021-10-11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은 대체휴일이었는데, 휴일 잘 보내셨나요.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기온이 많이내려간 날이었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10-12 06:31   좋아요 0 | URL
어제 동생, 엄마, 딸들하고 노느라 이 책 다 못읽었어요, 밤에는 왜 그렇게 졸렸을까요~^
😭
서니데이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희선 2021-10-12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여기에서 많은 분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군요 그레이스 님 즐겁게 책 만나세요 지금쯤은 거의 다 보셨을지도...


희선

그레이스 2021-10-12 06:33   좋아요 1 | URL
즐겁게 만날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저의 미루는 습관때문에 벌 받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