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헤더 로즈 지음, 황가한 옮김 / 한겨레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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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가 중요한 화두이지만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현대적 사랑은 존중과 이기심 사이 그 어디쯤일까? 죽음을 앞둔 아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음악가의 갈등과 아브라모비치의 행위예술이 던지는 사랑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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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1-14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소설 같지 않은데 소설이더군요 누군가를 사랑해도 자신이 먼저인 사람도 있고 상대를 생각하고 자신이 하려는 걸 그만두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뭐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느 쪽이든 아쉬울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게 덜 아쉬울 듯도 한데...


희선

그레이스 2022-01-14 06:40   좋아요 2 | URL
예~
곁에 있는 사람조차 끌어안지 못할때가 많죠. 제가 그렇게 부담을 주는 대상이 될까봐 그게 두렵기도 하구요.
 

목표지향과 자본으로 환원되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원시상태로 돌아가 근원적 예술을 추구한 예술가의 삶에 대한 소설로 읽었다. 서머싯 몸은 이 소설에서 고갱을 모델로 한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과 예술혼을 그렸다. 런던의 증권 중개인이었던 그는 가족을 떠나 파리의 낡은 여관에서 생활하며 그림을 그린다. 예술에 대한 충동과 욕망을 불태우던 그를 알아본 화가 더크 스트로브의 지원을 받게 된다. 도시에 대한 염증을 느낀 화가는 타히티로 떠난다. ‘6펜스가 상징하는 도시와 현실을 떠나, ‘이 상징하는 원시와 예술과 욕망을 향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는 그가 거하던 집의 벽에 불후의 작품을 그리고 죽는다. 이 그림의 모델은 아마도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What do you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일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무엇이며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 1897~1898

 

창세의 순간을 목격할 때 느낄 법한 기쁨과 외경을 느꼈다고 할까. 무섭고도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것, 그러면서 또한 공포스러운 어떤 것, 그를 두렵게 만드는 어떤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감추어진 자연의 심연을 파헤치고 들어가, 아름답고도 무서운 비밀을 보고 만 사람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원시적인 무엇, 무서운 어떤 것이 있었다.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악마의 마법이 어렴풋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고도 음란했다.”(293p)

 

스트릭랜드를 찾아갔던 의사가 그림을 본 감상이었다. 어린 아내 아타는 고흐의 유언대로 그 집을 태워버린다. 광기어린 예술혼을 소유한 한 인간의 오디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 우리는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 그 그림을 볼 수 있다.

당시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예술가의 삶에 대해 생각했고, 그것은 목표지향적일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 작품에 만족할 수 없는, 끝없이 솟아오르는 욕망에 휩싸여 스스로를 소멸시키는 예술혼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이 소설의 화자(서머싯 모옴)는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단편적인 것들뿐이고, “소멸해 버린 동물을 뼈 하나만 가지고 그 형상뿐 아니라 습성까지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물학자와 같은 입장”(246p)이라고 작가로서의 상황을 말한다. 고갱과 그의 그림을 모델로 했고, 상상에 의한 재구성이라는 것을 화자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일종의 유미주의적 지향점을 갖고 글을 쓰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당시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것은 재미를 위한 글을 쓴다는 그의 말에서 나타난다. 그로인해, 독자로서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타와 타이티의 여성들을 간과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리젤다 폴록은 고갱이 타히티로 간 숨은 이유에서 고갱의 그림에 나타난 사유를 파헤친다. 그녀의 주장은 고갱의 그림을 무비판적으로 숭배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흔히들 고갱은 유럽과 유럽 도시의 문명을 거부하고 낙원과 같은 시골에서 원초적인 인간의 감성과 충동을 추구하여 서구미술에 혁명을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타히티로 간 이유부터가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음을 자료는 보여준다.

 

“189141, 폴 고갱은 프랑스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으며 타히티의 관습과 풍경을 연구하고 그리기 위한목적으로 프랑스 교육부와 미술부처의 서신들을 지니고 고국을 떠났다.…… 그곳에서 2년을 지냈고 이후 프랑스 정부에 자신을 소환해 달라고 탄원하였다. 1893830일 그는 무일푼으로 마르세유에 도착하였다.

예기치 않은 행운으로 고갱은 숙부로부터 약간의 재산을 상속받아 파리에 있는 작업실에 자리를 잡았고, 그 유명한 폴 뒤랑위엘(Paul Durand-Ruel)의 화랑에서 개인전을 준비하였다. 1893119, 그가 2년 동안 타히티에서 작업한 작품들과 브르타뉴에서 작업한 몇 작품들을 합해 41점의 회화와 2점의 조각을 전시하였다. ……고갱은 우리가 돌이켜 아방가르드라고 부르는 파리 미술 세계의 분파에서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직업 정책으로, 고갱은 1880년대와 1890년대의 전위예술(avant-gardism)에서 대표적인 인물로 부상하였다.”(20p)

 

그는 타히티에서도 이혼한 전처에게 편지를 보냈고, 돌아가 그녀와 재결합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타히티에서 제작되었으나 파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타이티 소녀의 신체는 고갱이 자신의 주장을 파리에서 진전시키기 위해 사용한 방편이었다.”(7p) 프랑스의 식민지로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던 타히티 문화에 대한 식민지적 환상을 가지고있었다.

 

나이 어린 테하아마나(Teha’amana)를 부인으로 삼아 결혼을 한 것은 자신의 성적욕구를 채우고 작품활동에 필요한 여성의 몸을 구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프랑스의 식민지인 타히티에는 백인 남성을 위한 매음굴이 존재했고, 이곳을 중심으로 매독이 퍼져 있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그는 직접 어느 타히티 가정을 찾아가 부인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그 가장으로부터 어린 딸을 얻는다. 이러한 관계는 파리의 화가와 모델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그의 작품에 식민주의(colonialism)와 관광주의(tourism)적 시선이 덧붙여졌다는 사실이다. 식민지 관광하듯 문화를 보고, 여성의 몸을 사는 백인 남성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유럽과 그 식민지 타자들(colonial others)사이, 남자와 여자 사이의 실제적, 사회적, 성적, 그리고 심리적 관계가 작가의 삶에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폴록은 이러한 식민주의와 관광주의가 유럽의 아방가르드 미술의 욕구와 관련 있음을 입증하고. 서구 근대화에 내재된 본원적인 충동임을 밝히고자 한다. “폴록은 참조’ ‘경의’ ‘차이라는 예술적 아방가르드 전략을 해석의 틀로 제시한다.”(45p 위대한 미술책이진숙 )

 

참조, 경의, 차이로 이루어지는 3단 구조는 전위예술을 일종의 게임/놀이로 이해하도록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한다. 어떤 작가가 아방가르드 집단에 이름을 내려면 과거 역사 속에서 이미 진행된 것들을 자신의 작품과 연관지어야 한다. 이것이 참조(reference). 그리고 최근의 동향이나 말, 혹은 공유하는 관심에 대한 결정적 선언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대표하는 기존의 지도자, 작품, 혹은 프로젝트에 경의(deference)를 표해야 한다. 끝으로 당시의 미학과 비평의 견지에서 명백한 차이(difference)를 구축하는데 개입해야 한다.”(24p)


<올랭피아> 마네, 1863

<마나오 투파파우>,고갱, 1892


마네의 올랭피아는 전통적인 침대위의 비너스를 참조했고, 마네는 창녀 올랭피아와 흑인 하녀 로르를 등장시킴으로 차이를 만들었다. 고갱의 <마나오 투파파우>(Manao Tupap>에는 테하아마나(Teha’amana)가 등장한다. 타히티어로 씌어 있는 이 그림의 제목은 영혼, 사고를 의미한다. 고갱은 그녀가 어둠 속에 홀로 엎드려 자신을 바라보는 사자(死者)의 영혼을 상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는 제3 (고갱)에 꽂혀 있는 점이라든지, 유령의 모습과 그의 그림에 대한 내러티브는 자신의 관음증과 욕망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네의 <올랭피아> 에서는 그동안 보였던 신화적 요소와 오리엔탈리즘의 상투성을 깨는 진전된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만, 고갱의 <마나오 투파파우>에서는 그것을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았다고 한다. 누드의 아방가르드적 표현인 마네의 <올랭피아>를 형식적으로 참조함으로써 고갱은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소유자(테후라의 소유자)로서 그림 밖의 유럽인으로서 자신을 주장하고 있다.”(43p)

 

이 작품을 탄생하도록 한 조건은 서구의 근대성이었고, 이는 유럽 남성의 시각이다. 그 응시와 그 응시가 침대에서 화가에게 봉사하도록 구매된 타히티 여성의 몸에 각인한 욕망 하에서, 타히티는 단지 고갱이 혼란스럽게 만든 죽은 환영에 지나지 않는 씻을 수 없는 하나의 알리바이이다.”(122p)

관광주의와 식민주의의 영향 하에서, 예술에 존재하는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성과 인종을 보게 된다. 근대 아방가르드 전략의 근대 미술사는 미술사의 젠더()뿐 아니라 색채(인종)도 노출시키는 유럽 중심적 프로젝트와 연합하고 있다.”(122p)

 

그리젤다 폴록을 알게 된 것은 이진숙의 위대한 미술책을 통해서이다. 절판된 책을 어렵게 중고 책으로 구입했다. 그만큼 저자가 인용한 부분과 책의 메시지가 강력했다. 위대한 미술책에서 작가가 미술을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읽었던 명저 62권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나는 그리젤다 폴록, 전영백, 존 버거 등의 책을 소개받았다. ‘공부는 남 주려고 한다!’를 모토로 하는 작가는 아낌없이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 읽은 책들과 인용을 만나 기분 좋은 순간은 짧고, 소장 욕구를 억제하기 어려운 책들이 긴 리스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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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12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고갱ㅋㅋㅋ
그레이스님의 리뷰 정말 인상적였습니다. 당선되셔 기뻐요^^

그레이스 2022-02-12 09: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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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너무 많아서 진도가 잘 안나가지만 번역도 잘되고 잘 읽힌다.


백신 3차 접종 맞고 살짝 불편하지, 진도는 안나가지, 알라딘 서재에는 끝없이 리뷰랑 페이퍼가 올라오지,,, 조금 마음이 급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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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1-04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진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딱 이 책입니다.
베르길리우스 만세!!!
문제는 왜 좋다, 라는 걸 이야기 못한다는 점. ㅠㅠ

그레이스 2022-01-08 22:16   좋아요 3 | URL
그리스로마신화,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그리스 비극등에 나오는 이야기를 서사시로 너무 잘 엮어 놨어요^^

얄라알라 2022-01-04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짝 불편하신.거.어서.가라앉아서.내일은.컨디션 완전 회복하시고.가뿐하게.아침.시작하시기를

그레이스 2022-01-05 07:4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희선 2022-01-05 0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쉬엄쉬엄 보세요 저는 자주 안 써요 책을 별로 안 봐서... 이번주에는 쓰겠지만... 이런 걸 벌써 말했네요 그레이스 님 마음 편하게 쉬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2-01-05 07:45   좋아요 3 | URL
^^
그냥 투정이예요.~
희선님 오늘도 좋은하루~!

프레이야 2022-01-05 11: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살짝 불편하군요. 내일은 다 낫기를요 그레이스 님. 전 열흘 후에 맞을 건데 괜찮겠죠^^
좋은 책도 어쩜 이리 많이 읽으시는지 북플친들 존경합니다. 저는 새해 들어서도 집중 안 되고 어수선 그렇네요. 이 책도 일단 찜해요^^

그레이스 2022-01-05 21:51   좋아요 4 | URL
오늘 많이 나아졌어요^^
사람마다 다 다른가봐요
프레이야님도 괜찮으시길!

꼬마요정 2022-01-08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른 불편하신 거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아이네이스 좋지요. ㅎㅎ 그리스 신화는 화가 나는 부분도 있지만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요. 단테가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로 삼은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인 듯요^^

그레이스 2022-01-08 23: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단테의 <신곡> 읽기 전초전예요
고전독서 동아리에서...

이런 훌륭한 작품을 전초전이라고 하는게 맞지 않겠지만

서니데이 2022-01-09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신 3차 접종 하셨나요. 벌써 3차를 맞아야 하는 거군요.
요즘엔 3개월만 지나도 문자가 오는 것 같아요.
주사 맞으셨으니 며칠간 휴식 잘 하시고 좋아지셨으면 좋겠네요.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1-10 00:30   좋아요 1 | URL
저도 3개월 지났는데 그냥 빨리 맞았어요^^
서니데이님도~!

2022-01-11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1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술사 동아리에서 2021년 현대미술 책 읽기를 시작했다. 텍스트는 발칙한 현대미술사. 저자 윌 곰퍼츠는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역임한 아트 디렉터이자, 예술전문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현대미술의 역사를 재미있게 전달한다.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생동감 넘치게 글을 썼다.


인상주의 또는 후기 인상주의부터 시작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그는 뒤샹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유명한 소변기가 미국 독립미술가협회에 출품된 계기와 배경과 반응들을 다루고 있다. 인상파로부터 시작해서 입체파와 미래파, 개념미술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흔적을 남긴 뒤샹은 개념미술의 큰 분기점을 마련한 예술가이다. 과거의 주류 예술이 고집하던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예술을 찾아나서는 현대예술의 중심에 있는, 뒤샹을 첫머리에 둔 것은 의미가 있다.


2장부터는 다시 인상주의로 시작하여 후기 인상주의로, 원근법과 형태를 무시하고 주관적인 색채를 사용한 세잔으로, 세잔으로부터 마티스의 야수파로, 브라크· 피카소와 입체파로, 다시 미래파로 역사를 이어간다. 그리고 현재(2008)의 미술로 마치고 있다. 주의(~ism)가 생겨난 사건과 화가들의 우정와 경쟁, 당대 화상들, 전시회 등의 에피소드를 쉽고 흥미 있게 전달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가끔 영국식 유머에 입 꼬리가 올라간다는 것, 아쉬운 점은 도판이 많지 않아서 찾아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쉽고 재미있는 설명 때문에 인터넷이나 다른 책에서 찾아보는 것이 그렇게 수고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함께 병행해서 읽은 책이 여러 권이다.


먼저 전영백의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은 현대미술사의 큰 획을 긋는 전시와 화파(~ism)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부제처럼 이즘을 만든 전시의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19세기 프랑스 앙데팡당살롱 도톤으로부터 베를린 분리파 춘계전, 국제 다다 페어, 유명한 현대미술관들 MoMaTate 등의 전시와 정기출판물도 소개되고 있다. 전시회 사진과 당시 전시회에서 화제를 일으킨 작품들과 도록들, 기사들을 볼 수 있다. 현대미술의 역사를 전시라는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긴요한 책이다.

 

“1913년에 개최된 아모리쇼이전에 유럽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소개한 곳이 ‘291갤러리. 사진작가 스티글리츠는 1905년에서 1971년까지 뉴욕 5번가 291번지에 갤러리를 운영하였다. 그는 291 갤러리에서 중요한 모던차트 전시를 기획하여 마티스, 세잔, 피카소, 뒤샹 등 유럽 작가들의 전시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했다. 대표적으로 1908로댕을 시작으로 하여 1908년과 1912년에 마티스, 1911세잔, 1912년과 1914년에 피카소그리고 1915년 브랑쿠시를 개최하였다.……

그는 아모리쇼의 전시를 위해서도 미술품을 빌려주는 등 이 역사적 전시가 개최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249p, 알프레드 스티글리와 291갤러리,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 전영백)

 

다음으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중인상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체계 있는 미술사 공부를 위해 필요하다. 깊이 있는 미학적인 설명과 그림을 읽는 사유가 추가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위의 책들과 겹치는 내용들도 있지만 동시대의 경향과 철학, 전망, 과거의 미술이 미친 영향도 설명하고 있다. 도판도 충실하게 담겨 있어서 진지하게 공부하기에는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어렵지만 진중권의 현대 미학강의도 병행한다면 더 진지해질 수 있다.^^ 가끔 나는 왜 이렇게까지 파고 있나 자신에게 의아할 때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병인가 하여하던대로 한다.

 

아직 조금밖에 읽지 못했지만 조주연의 현대미술 강의도 읽고 있다. 말 그대로 강의다. 공부하는 학생들의 개론서로 쓰일법한 구성이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중 현대미술에 해당하는 3(인상주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이 부담스럽다면 이 책 한권으로 읽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현대미술은 화가의 주관적인 형태와 색채를 표현함으로 시작되었다. 그 시작은 세잔이라고 한다. 고갱과 야수파, 입체파에 영향을 준 거장 세잔을 읽기 위해 전영백의 세잔의 사과를 읽고 있다. 세잔의 작품을 읽는 사상가들의 통찰을 담고 있다. 크리스테바의 멜랑콜리, 프로이트의 성, 바타유의 에로티즘, 들뢰즈, 라캉, 메를로퐁티, 베르그송이 각각 읽어낸 세잔을 설명하고 있다. 항상 경험하지만 한 작품에 담긴 많은 의미들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목록의 책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은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한 작품을 부분으로 나눠서, 디테일하게 작업과정과 색채 형태의 의미들을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에 나타난 세잔의 영향과 원시주의, 그리고 아직은 미미하지만 입체주의의 태동을 설명하고 있다. 분석해서 보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어서 감상보다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공부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말 왜 샀나 싶은 책은 현대미술 글쓰기. 예술을 전공하거나 예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안내서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미술관련 책에 대한 서평을 쓸 때 항상 느끼는 언어와 표현의 결핍을 보완해보고자 하는 욕심에서 샀다. 정말 욕심이었다는 생각이다. 대략 살펴보니 아트라이팅뿐 아니라, 비평을 읽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건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모두 병행해서 함께 진도를 나가고 있다. 전공자도 아니고 종사자도 아닌데 미술책을 사들이고 읽고 공부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좋아서!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최근에 추가한 뱅크시도 있다. 아마도 <아트 오브 뱅크시>에 맞춰 기획된 책인 듯하다.


내가 발표할 챕터는 이렇게 정리한다. 오래 걸리긴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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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31 11: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동아리 멋지네요 보람되어 보입니다.
한 해 마무리하며 뿌듯하시겠어요.
제게도 세잔의 사과는 정말 매력적인 오브제입니다. 저 책 담아가요. 그레이스 님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레이스 2021-12-31 10:49   좋아요 6 | URL
예 두고 두고 읽어야할 책입니다^^
프레이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장정 2021-12-31 10: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많은 책들을 정리. 발표 ☆☆👍 대단하십니다. 미술은 어려워요. 뒤에 혹시 이번에 받으신 일력.... 그레이스님. 새해 🙆 복 마니마니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11:01   좋아요 6 | URL
예 이번에 받은 알라딘 선물 맞아요.
최애 컬러라고 딸이 가져갔다가 딱히 쓸일이 없는지 다시 돌려준 ㅎㅎ
대장정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ini74 2021-12-31 11: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레이스님 넘 부러운 분 ㅎㅎ저랑 겹치는 책이 많아서 더 좋아요 ~~ 진중권책 표지가 바뀌었군요. 그래이스님 글 읽으며 참 좋았어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1-12-31 11:07   좋아요 6 | URL
진중권 책 개정판 나오면서 하드커버에 표지 비닐까지 ... 예술적인 느낌 ! 보기도 편하고요.
아무래도 전에 곰브리치 공부할때 샀던 <진중권 서양미술사 고전예술>도 바꿔야할듯요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미니님~

scott 2021-12-31 11:56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깊이 있는 독서에 감탄과 존경!
보르헤스가 말한 [책으로 만들어진 우주]
그 우주속 작은 별이 그레이스님 서재인것 같습니다.
새해 기쁜 일만 가득 🐯

그레이스 2021-12-31 11:59   좋아요 6 | URL
부끄럽습니다;;;
감사해요. 스콧님!
날씨는 추운데 후끈합니다~^^
스콧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새파랑 2021-12-31 12: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동아리 멋지네요. 미술하면 이제 그레이스님과 미니님 인가요? ^^ 제가 미술에 취약하지만 이렇게 글로 보니 읽고싶어지네요~!! 저렇게 발표도 하시니 왠지 논문 쓰는 기분일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12-31 13:29   좋아요 5 | URL
저 말고도 회원분들이 텍스트 한권만 읽고 정리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열심히 해야해요^^
새파랑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청아 2021-12-31 12: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렇게 깊이 파고파고 하시는 모습 언제나 존경해요!!!<발칙한 현대미술사>다시담으면서 진중권의 <현대미술강의>도 챙겨갑니다. 미술사와 신화는 그레이스님과 미니님덕에 항상 욕심이 있습니다. 비문학 관련서를 읽다보면 꼭 해내야할 숙제같기도 하고요.발표하실 자료사진 아름답네요^^*

그레이스 2021-12-31 13:21   좋아요 6 | URL
미미님한테 칭찬 받으니 넘 좋은데요?^^
<현대미학강의> 말씀하시는거죠?;;

청아 2021-12-31 13:25   좋아요 6 | URL
pc에서 보고 그 책인줄 알고 잘못담았네요!😅

그레이스 2021-12-31 13:26   좋아요 6 | URL
새해 인사 잊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청아 2021-12-31 13:27   좋아요 6 | URL
그레이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1-12-31 13:0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와, 그레이스님!
미술에 대해 이렇게 깊이 들어가셔서 책읽기 하시니 글의 향기에 늘 예술이 묻어나오는군요^^
감탄&존경**
언젠가 미술입문 길잡이가 되어 주십시오 ㅎㅎ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어요
내년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서재 활동 같이 해요
새헤 복 많이 받으세요♡♡
전 지금 친정 가는 중입니다^^

그레이스 2021-12-31 13:25   좋아요 8 | URL
KTX로 가시겠죠?
오랜시간 읽을 책도 챙기셨을테구요~
잘 다녀오세요.
어머님도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페넬로페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거서 2021-12-31 1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미술 관련 책들도 찾아서 읽고 싶었는데 앞으로 저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13:56   좋아요 3 | URL
제가 감사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1-12-31 15: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관련 분야, 전문인들의 스터디 모임이신가봐요. 마지막 사진의, 발제문 이미지를 보니, 그 자체가 짧은 에세이나 완결형 기사의 퀄리티로 보여요...

‘이것도 병인가 하여’라고 하셨는데,
이런 ‘축복받은 병‘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고, 없죠. 그레이스님은 타고나신 거 같아요. 참 멋지십니다!

그레이스 2021-12-31 16:30   좋아요 2 | URL
그냥 일반 사람들 모임인데 전공자 한분 계시고 저처럼 혼자 미술책 읽기에는 많은 의지가 필요한 분들이 모여서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1-12-31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수업 들을 때, 세상에서 젤 멋진 직업 중 하나가 미술사연구가겠구나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찾았던 공간(건축물, 박물관, 미술관...) 십년 이상 텀을 두고 찾고 또 찾고 기록 업데이트하고, 좋아하는 일 하면서 여행도 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그레이스님 페이퍼 보니, 옛날 수업 들을 때 사두었던 두꺼운 미술사 책들을 다시 건드려보고 싶어지네요^^

그레이스 2021-12-31 16:31   좋아요 1 | URL
미술사 수업들으셨다니 제가 몸둘바를...
종종 와서 가르쳐주세요~♡

나뭇잎처럼 2021-12-31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파는 게 병이라고 하셨는데 좋은 병이죠. 하고 나면 막 몸이 좋아지는 병. ㅎㅎ 동지를 만난 거 같아 반갑네요. 많이 알려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20:32   좋아요 0 | URL
나뭇잎처럼님도 그러시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21-12-31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관련 책들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현대미술은 더 낯선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엔 더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1-12-31 22:1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 🌞 🐯

희선 2022-01-01 0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술사 동아리라니 멋지네요 그런 공부를 하시니 미술을 잘 아시는군요 좋아서 하는 게 가장 좋지요 발표도 하시는군요 발표할 걸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람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러블리땡 2022-01-01 0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많은 책을 정리하셨네요 대단하세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건강하세요🙂😀😁

그레이스 2022-01-01 09: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2-01-01 0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올 한 해 목표하신 계획 많이 이루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레이스 2022-01-01 09:41   좋아요 3 | URL
감사드려요
겨울호랑이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22-01-01 1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시고,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2-01-01 21:35   좋아요 3 | URL
예~
서니데이님도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래요

페크pek0501 2022-01-02 2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현대미술 시리즈~~ 멋집니다. 저도 이런 독서를 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림에 관심이 있어서 저는 화가들의 생애가 나오는 책들을 재밌게 읽었었죠.

그레이스 2022-01-02 21:36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 있으면 조금 수월하게 되요^^
페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독서괭 2022-01-09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미술사라니..! 전 미술 진짜 모르는데, 지금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 읽고 있거든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2022-01-09 23:13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 시작할때는 그랬어요
오래 읽고 감상하다보니..^^
예술가들을 조금 이해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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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블랙웰스 섬을 지날 때, 백인 기사가 모는 리무진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 차 안에는 세련된 흑인 셋, 즉 흑인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거만하게,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우리를 향해 달걀노른자 같은 눈동자를 굴렸고, 나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 위대한 개츠비피츠제랄드

 

1925년, 피츠제랄드의 소설에 표현된 이미지즘이다.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뉴욕의 풍경을 바라보는 한 백인의 감상이다. 탁월한 유미주의로 읽혀지지만 리무진에 탄 그들 흑인들을 우스꽝스럽게 보고 있는 동일자의 사유가 보인다. 패싱1929년에 쓰여진 것이니 동시대의 작품이다.

 

패싱은 주로 어떤 구성원을 특정한 범주로 생각하거나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유색인종의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혈통을 감추고 백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소설 중 브라이언이 말하듯 흑인사회의 사람들은 패싱을 비난하면서도 용납하고,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고, 극도로 멀리하면서도 눈감아준다.

 

아이린의 피부색은 어둡지 않다.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시카고 드레이튼호텔 스카이 라운지에서 차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여성의 시선에 분노와 경멸,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에서 아직 흑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장소가 있던 시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흑인인 것이나, 심지어 그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어떤 장소에서 쫓겨난다는 생각이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그것이 드레이튼 측에서 취하리라 예상되는, 제아무리 정중하고 세련된 방식이라 할지라도 그랬다.”(23p)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시선의 주인공은 오래전 뉴욕 할렘에서 함께 자란 클레어다. 잠시 백인 행세를 하던 아이린은 백인사회의 일원이 된 하얀 피부의 클레어를 만난다. 그녀는 자신의 인종을 감추고 백인과 결혼해서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 2년 후 클레어는 아이린을 찾아온다. 남편의 눈을 피해 뉴욕에서 파티에 참석하고 그들과 교제한다.

 

아이린의 눈에 어렸을 적 클레어는 모질고, 감정이 전혀 없어 보였다.”(15p) 그녀는 항상 위험의 극단에 서있다. 타인의 감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천성적으로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이다. 아이린은 클레어와 연관되면 자신은 목적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느낀다.”(71p) 클레어의 아름다운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아이린으로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63p) 아이린은 클레어가 불편하고 피하고 싶으나 그녀를 만나면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그런 자신이 싫다. 그렇게 클레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아이린은 클레어 켄트리에 대해 의구심과 죄책감을 갖게 되고 그것들은 커져간다. 클레어를 초대한 댄스 파티는 아이린의 삶에 흔적을 남기게 될 중요한 시점이 된다. 클레어는 아이린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아이린 부부의 가라앉아 있던 불안한 요소들을 떠오르게 한다. 클레어가 자신의 삶으로 퇴장할 때 마다 브라이언은 불행과 불안에 휩싸이고, 자기 안으로 깊숙이 틀어박히고, 아이린은 그의 상태에 대해 무력감을 경험한다. 집에서 열리는 티파티에서 클레어를 바라보는 브라이언의 복잡한 시선을 깨닫고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 아이린은 클레어의 남편이 아내가 흑인임을 알게 되거나, 클레어가 병에 걸려 죽는 상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녀는 조용히 부르짖었다. 인종 때문에 겪는 고통이 아니더라도 여자로서, 한 개인으로서, 스스로의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고통을 겪고 있지 않느냐고, 너무도 비인간적이고 부당했다.”(133p)

 

아이린의 존재 안에는 이미 여러 개의 경계가 새겨져 있다. 클레어의 내면에 침투한 동일자는 스스로 존재를 부정하고 가장하게 한다. 아이린의 경우 배제를 겪고 있다. 인종과 성과 관련된 권력으로부터. 경계의 철학자 푸코에 의하면 동일자가 타자를 배제하고 추방하는 지식 권력은 신체에 새겨지는 생체권력(bio-pouvoir)으로 작용한다. 클레어와 아이린 모두 양상은 다르지만 그 권력의 지배를 받고 있다.

 

브라이언과의 갈등을 오래된 것으로 여기려는 아이린의 생각은 무력감만 더한다. 할렘가의 흑인사회와 미국의 인종주의에 환멸을 느낀 브라이언은 브라질로 이민을 떠나고 싶어 했으나 아이린은 뉴욕에서의 삶을 지키고 싶어 했다.

 

그녀는 남편의 상실을 메꿔주기 위한 그녀의 모든 노력, 모든 수고로움, 그녀의 방법이 최선임을 증명하기 위한 그 모든 조용한 노력들, 그를 위한 모든 헌신, 드러나게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덧없어진단 말인가?”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아이들 남편에게 닥칠 일들을 떠올리며 불안해한다. 그 불안은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경계와 배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안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노력이 덧없게 느껴지고 실제로 덧없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서운 상상이 현실로 나타날 때, 그것이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상상일 때, 그 상상의 주체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추락한 클레어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아이린은 안타깝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가 클레어의 팔에 손을 댄 장면 이후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에, 그녀의 혼란스러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순간을 모호함으로 둔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클레어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이린의 불안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클레어의 죽음은 아이린의 상상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린은 클레어의 죽음에 안도한다. 클레어는 아이린이 지키려는 가정, 남편, 아이들을 무너뜨리는 존재였으니까. 아이린이 감사의 흐느낌이 밀고 올라오는 걸 막으려 했다”(156p)는 극단적 감정 상태는 추방당하고 감금된 타자의 몸부림이라는 생각이다.

 

하얀 흑인, 그것은 배제와 억압 속에서 타자들을 배제하고 억압하는 동일자의 가치척도를 내면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일자는 이처럼 자신이 핍박한 타자들의 피부, 타자들의 내면에까지 침투한다.”

(342p 철학자와 굴뚝청소부,2003년판, 이진경)

 

우리에게 경계가 많아질 때 그것은 언젠가 나를 배제하는 권력으로 작용한다. 이미 우리는 많은 경계를 경험하며 살고 있다. 그 경계들 사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타자로 배제되는 경험을 한다. 혹시 배제된 경계 안으로 잠시 외로운 패싱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경계가 사라지게 되면 패싱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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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9 00: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감사의 흐느낌,,,,
다인종 다문화 시대에도 경계를 구분짓는
피부색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인 것 같습니다.

갯츠비 올려주신 문장 영화 속에서 스치듯 별 생각 없이 봤는데 패싱 작품과 영상을 보고 나니 달리 보이네요 ^ㅅ^

그레이스 2021-12-29 07:05   좋아요 6 | URL
다인종 다문화 시대인데 그 경계는 더 높아지는 듯 해요
저는 이 시대 뉴욕하면 개츠비와 바틀비의 월스트리트가 생각나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1-12-29 02: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경계가 사라질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차별하거나 다르게 보면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사람은 그런 걸 쉽게 하기도 하네요 자신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보이고 싶어하기도 하는군요 있는 그대로가 가장 좋다고 하지만...


희선

그레이스 2021-12-29 07:12   좋아요 5 | URL
또다른 경계가 생기겠죠
그 시대 사회를 장악하는 지식권력에 따라 경계는 생길테죠. 따라서 경계 허물기 담론은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희선님 항상 감사합니다.

mini74 2021-12-29 08:0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으며 예전 남과 북이란 미드에서 흑인과 백인사이에서 태어났지만, 하얀피부로 백인으로 자란 여주인공이 생각났어요 진짜 엄마는 유모로, 혹여 밝혀질까 두려워하던. 하얀 흑인 이란 말이 참 슬프네요. 경계허물기가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그래이스님 글에 공감합니다 ~~

그레이스 2021-12-29 14:40   좋아요 7 | URL
저는 왜 이렇게 대댓글 달때 실수를 할까요?
아차 하고 다시 수정하려고 하니 이미 좋아요 누르심. ㅎㅎ

scott 2021-12-29 11:27   좋아요 3 | URL
저도! 눌렀습니다 좋아요! 🖐

미니님 그 드라마 혹쉬!
리처드 아미티지가 나왔던 북과 남!??


그레이스 2021-12-29 08: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드라마 봤어요
그때만해도 굉장히 놀랍게 보였는데.
자꾸 읽고 보면 생각이 달라지겠죠?
경계허물기는 예술부터 ^^
공감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2-29 08: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경계가 사라지는 날이 오겠죠? 미국사회 뿐만아니라 우리나라도 이런 경계가 많은것 같아요. 사람대 사람으로만 서로를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레이스 2021-12-29 09:12   좋아요 6 | URL
새파랑님 글 보니 경계를 걷어낸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서니데이 2021-12-30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회마다 서로 다른 차별과 차이가 있겠지요. 그게 좋지 않은 것들이어도 달라지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레이스님, 날씨가 다시 차가워졌습니다.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2-30 23:27   좋아요 2 | URL
예!~오랜시간 걸려왔고, 걸리겠죠
이제 2021년도 하루 남았네요
Happy new year! 서니데이님~!

Breeze 2021-12-31 09: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경계도 많죠.
그 경계가 사라지는 날이 올까요? 의문이긴 합니다.
그레이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레이스 2021-12-31 09:43   좋아요 1 | URL
예~
브리즈님~
하나가 사라지면 또 하나가 생겨나고 하겠죠.
Happy New Year!
브리즈님

페크pek0501 2022-01-02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 중 브라이언이 말하듯 흑인사회의 사람들은 ‘패싱’을 비난하면서도 용납하고,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고, 극도로 멀리하면서도 눈감아준다.˝ - 인간의 이중성이 느껴지네요.
서머싯 몸의 <케이크와 맥주>라는 소설에서도 이런 게 많이 포착됩니다. 본래의 인간과 보여지는 인간의 차이를 느끼게 되면서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

그레이스 2022-01-02 21:32   좋아요 2 | URL
케이크와 맥주 얼른 봐야겠어요;;
사놓고 아직 못 읽었거든요^^

독서괭 2022-01-09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엇 저도 이 책 읽고 개츠비가 생각나서 리뷰에 써야지 생각만 하고 못 쓰고 있었는데! 이제야 이 리뷰를 봤네요. <패싱> 참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그레이스 2022-01-09 23:15   좋아요 1 | URL
같은 생각이셨다니 반갑네요
예~ 제게도 오래 기억될 작품인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