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다!” ‘내적 입 꼬리가 올라가고 가슴이 뛰는 게, 예사롭지 않은 책을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에 파묻힐 것을 예감하며, 밑줄을 긋고 페이지를 넘긴다. 역시나 챕터마다 작가가 소개하는 책들을 검색하느라 마음이 바빠진다. 그 책들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바쁜 손가락 끝이 흥분으로 떨린다. 아마도 작가가 원서로 읽은 듯, 번역되지 않은 책들도 있었고, 이미 절판된 것들도 있었다. 실망도 되고 살짝 안심이 된다. 이 양가감정을 이해할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란 생각에 웃음이 난다. 한편, 반가움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 사실! 이 책과 함께 책장 한 칸을 차지할 정도로 갖고 있는 책들이 많았다. 남편이 모아 놓은 것들이다. 몇 년 전 히말라야 14좌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놓고 책을 읽는 그에게 ? 올라가려고?” 했었는데, 모아놓은 그 책들을 슬금슬금 뽑아다가 읽고 있는 나를 보고 그냥 올라가지?” 한다.

 

제임스 설터의 고독한 얼굴을 읽다가, 등반 용어들을 이해하려고 마운티니어링을 뽑아들었고, 바로 옆에 있는 마운틴 오디세이가 눈에 들어왔다. 책날개에 비트》 《태양은 없다등의 시나리오가 영화화 되었다.”가 눈에 띄어, 저자 심산의 소개 글을 읽었다. 등반가이면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소개가 첫 장을 넘기게 한다. 책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몇 페이지를 읽다가 책상으로 가져왔다. 밑줄 그을 부분이 나타나서!


아직은 유럽인들이 알프스에는 악마가 살고 있고 용이 머무는 곳이라 믿었던 18세기에 알프스의 빙하와 지질과 기압을 연구, 탐색, 측정했던, 천재과학자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1740~1799)를 시작으로 등정의 역사를 소개한다. 과학적 등반을 시작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실패했지만 몽블랑의 정상에 오른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는 1760년의 공언으로, 26년 후(1782)에 몽블랑 정상 초등을 이끌어낸다. 그 초등의 주인공은 샤모니의 수정 채취업자 자크 발마와 마을 의사 미셸 파카르다. 수정채취업자, 영양사냥꾼, 약초꾼, 군인, 수도승 같은 사람들이 생활의 방편으로 마지못해오르던 산을 산에 오르기 위하여오른 알피니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저자는 레슬리 스티븐(1832~1904) 편에서 드디어 산악문학의 포문을 연다. 세계등반사에서 최고의 산악문학으로 꼽힌 작품 에드워드 윔퍼의 알프스 등반기(1871),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인 레슬리 스티븐의 유럽의 놀이터(1871)를 소개한다. 안타깝게도 절판되었거나 번역되지 않아서 찾아볼 수 없다. 여기서 나의 주의를 끈 것은 레슬리 스티븐이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그는 이 책에서 등반을 지적이고, 우아하며, 고상한 행위로 올려놓았다. “이 책의 출간은 당시 지식인 사회에서 일대 발상의 전환을 일으켜, 이후 지식인이라면 마땅히 산에 올라야 한다는 식의 풍조를 만연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29p)” 버지니아 울프는 편지에서 아버지와 함께 했던 가벼운 산행을 은근히 그리워한 반면, 사람들이 산에라도 오를 것을 권하면 산이라면 지긋지긋해요! 어렸을 때 아빠 따라서 지겹게도 올라 다녔다고요!(32p)”라고 했다고 한다.

 

1865년 에드워드 윔퍼(1840~1911)의 마터호른 초등은 현대등반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그러나 186574일은 등반사에서 비극으로도 기록된다. 하산하는 길에 로프가 끊어지는 바람에 함께 올랐던 일행 중 4명이 추락사 한다.

 

이 책에서 니체(1844~1900)를 볼 줄이야. 그는 교수 직책을 내려놓고 여행을 하다, 알프스 질스 마리아라고 하는 작은 마을에서 글을 썼고, 코바치봉(3,451m)에 즐겨 올랐다. 이 산의 애칭은 니체의 산이다. 그의 저서는 후에 20세기에 풍미한 단독등반에 영향을 주었고, “실제 이 시기에 홀로 산에 오르다 외롭게 죽어간 알피니스트들의 배낭에서 니체의 책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43p)”

 

앨버트 머메리(1855~1895)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피해 좀 더 어려운 방식으로 오르는 머메리즘Mummerism’을 창시한다. 알프스의 149개의 봉우리들이 초등되었고 더 이상 초등의 기쁨을 누릴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새로운 등반의 가치를 제시한 것이다. “어디에 올랐느냐보다 어떻게 올랐느냐를 더욱 중시하는 현대 등반의 역사는 곧 머메리즘의 역사이다.(55p)” 머메리는 히말라야 낭가 파르바트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머메리 루트를 남겼다. 그의 유일한 저서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4천 미터 대의 아이거, 마터호른 등의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오른 알피니스트들은 8천 미터 대의 히말라야 봉우리를 향한다.


가이드, 셰르파들이 없었다면 등정의 역사는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들의 시체를 넘어 오른 등정의 역사가 그들을 무명으로 남긴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먼저 소개되는 사람은 알프스의 가이드였던 마티아스 추르브리겐(1856~1917)이다. 다음으로는 1953년 에드문드 힐러리(1919~2008)와 함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텐징 노르가이(1914~1986). 그들은 단순한 고용관계가 아니라 자일 파트너고 깊은 우정을 나눈 관계다. 힐러리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순간 자신이 아닌 텐징 노르가이의 사진을 남긴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질문하는 기자에게 텐징은 그때까지 한 번도 카메라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어요. 에베레스트 정상은 그에게 카메라 작동법을 가르쳐 주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지요.(156p)” 라고 대답한다. 그의 몸에 익은 겸손과 위트는 불가침이다. 힐러리는 히말라야 지역을 위해 재단 히말라야 트러스트를 설립했고, 학교와 병원 등 지역을 위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 직전에 있는 고난이도의 암릉 구간은 힐러리 스텝으로 불리고 있다.

 

이 책에는 등반역사의 기념비적인 사건들과 37명의 그 기록의 주인공, 그들과 동료, 경쟁자들이었던 등반가들이 등장한다. 정상 정복보다는 생명과 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등반가, 하켄과 같은 장비를 직접 만들어 썼던 등반가, 왕족 출신 등반가, 외다리 등반가, 히피처럼 노숙을 하거나 헛간에서 지내지만 최고의 장비를 소유한 등반가 등 등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다양한 사람들의 정상을 향한 길거나 짧은 삶이 소개되고 있다. 성차별의 산에 맞섰던 여류 등반가들이 소개된다. 반다 루트키에비치, 카트린 데스티벨, 린 힐 등이 그들이다. 카트린 데스티벨이 손가락의 힘으로 암벽에 매달리는 영상은 예술의 경지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2! 헤르만 불(1924~1957)과 라인홀트 메스너(1944~)의 책이 책장에 있었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히말라야 낭가 파르바트 정상을 단독등정으로 오른 인물들이다. 두 사람 다 티롤 태생이다. 헤르만 불은 1953년에 초등했고, 메스너는 동생과 함께 오르고, 다시 다른 루트로 올랐다. 이들의 글을 읽고 있으면 빙벽을 오르는 낙석과 눈사태와 추락의 아슬아슬한 순간 발가락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하늘과 만년설밖에 보이지 않는 산을 오르고, 벽에 기대어 어두워진 세상을 내려다보며 밤을 지새우는 그들의 고독과 두려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헤르만 불의 8000미터 위와 아래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로 그가 태어나고 자란 알프스에서 산악회 소년부에 들어가면서 암벽을 타며 알프스의 봉우리로 시작하여, 히말라야 낭가 파르바트에 초등으로 오른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소년시절 멋모르고 오르던 암벽에서 자일 친구를 잃기도 하고, 앞에 오르던 사람이 떨어지는 사건을 목격하면서도 등반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산악인의 혈관과 세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낭가 파르바트 원정대에 합류한 그는 초등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견제하는 등반대장과 일부 동료들의 견제를 받는다. 마지막 정상을 앞둔 캠프에서 후퇴하라는 명령을 듣지 않고 단독등반으로 최초로 정상에 오른다. 기상악화로 하산이 지체되고, 굶주림과 동상, 벽에 기대어 잠들지 못하고 동이 트기를 기다리는 고통을 지나 하산한 그의 얼굴은 41시간 만에 노인의 얼굴이 되었다. 이 얼굴은 등반사에 유명한 사진으로 남았다.


 

1970년 로체를 마지막으로 사상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오른 라인홀트 메스너(1944~)는 남 티롤 사람이다. 공식적으로는 이탈리아 국적이다. 1978년 단독으로 낭가 파르바트에 오른다. 메스너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가 경험하는 고독에 전율하게 된다. 이 책 검은 고독 흰 고독에서 그가 느끼는 고독에 대한 두려움,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표현하고 있다. 글을 정말 잘 쓴다. 유려해서가 아니라 담담한 짧은 글 안에 내면의 깊이를 잘 담고 있어서다. 정상을 밟고 서둘러 내려오는 길에 겪는 고난은 마치 산이 살아있어서 그를 따라오며 집어삼키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받는다.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며 발가락에 동상을 입고 내려온 그에게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아무 감동도 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메스너는 많은 작품을 썼다. 심산 작가는 메스너의 입문으로 벌거벗은 산을 추천하고 있는데, 이 책 검은 고독 흰 고독이 같은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내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에 더 이끌린다. 그리고 많은 산악문학을 번역한 김영도 작가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들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지에 홀로 있는 그 때 그들은 또 다른 존재가 된다. 처절한 고독 가운데 타자가 되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죽음보다는 그 고독을 두려워하는 것이 두렵다는 고백에서 니체의 그림자를 보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은 손가락과 발가락에 온 힘을 주어 오른 그 산에서 내려오며 철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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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09-20 19: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잠깐 산악인들-산악문학에 끌린 적이 있었어요! 우리 나라 여성 산악인들도요. 홀리 여사(이 이름이 맞는지)의 권위도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레이스 2022-09-20 19:25   좋아요 3 | URL
이렇게 마무리하면 또 이어갈까 싶은데...
암튼 글쓰기를 작파하고 책만 읽게 될까봐 페이퍼로 정리합니다. 여성 산악인들 이야기도 흥미로울듯요. 클라이밍 하시는 분들 존경스러워요

레삭매냐 2022-09-20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 희박공을 보시지 않으셨다면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2-09-20 19:29   좋아요 4 | URL
집에 있어요
낭가 파르바트 중심으로 읽다보니,,, 그리고 그책은 소설인데다 그 사건을 보는 여러 시선들이 있다고 해서... 미뤄놨어요
영화도 있는듯요^^
산악문학 묘한 매력이 있는듯요

미미 2022-09-20 19:32   좋아요 5 | URL
<희박한 공기속으로>는 논픽션이예요. 저널리스트인 존 크라카우어는 책에 나온 등반의 생존자이기도하고요 저도 레삭매냐님 뒤이어 추천드립니다^^*

레삭매냐 2022-09-20 19:32   좋아요 2 | URL
아 코믹으로는 <럼두들 등반기>
도 재미지게 읽은 기억입니다.

그레이스 2022-09-20 19:34   좋아요 3 | URL
아 논픽션이군요
착각했네요
아마도 이 사건에 대한 논쟁이 있다는 얘기를 읽어서 착각한듯요

그레이스 2022-09-20 19:3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겨우 헤어나오는데 다시 숙제를 주시네요 ^^😀
제 손가락은 검색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스 2022-09-20 19:47   좋아요 4 | URL
미미님
심산 작가는 희박한공기속으로에서 부크레예프를 너무 나쁜쪽으로 몰고갔으며 크라카우어에 의해 비도덕적인 인물로 묘사했다고 하네요
나중에야 그 진질이 밝혀지고 명예를 회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마 제가 소설이라고 생각했나봐요 ^^;;

미미 2022-09-20 19:54   좋아요 4 | URL
아!! 크라카우어도 그 책을 출간하고 난 뒤에 자신의 기억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했어요.
그때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들에게도 어떤 부분들은 꽤 문제가 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누구라도 그런 위급한 상황을 되새김질하는것에 결코 완벽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요.(제목처럼 희박한 공기등등 환경적압박,심리적 혼란등) 그럼에도 그의 기록을 읽는것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읽어보시면 무슨뜻인지 이해하실꺼예요. 당연히 강요는 아닙니다^^;;

Falstaff 2022-09-20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위 ‘산악인‘ 집구석의 일원인데요, 철 들고 곧바로 산 다니는 걸 끊었습니다.
요즘하고는 달리 당시에 소위 산악인들은 어떻게 하나같이 사회 비적응자들만 골라 있었는지, 참, 어린 나이에도 바람직하지 않더라고요. 막 제대하던 스물서너 살 때까지도 ㅋㅋㅋ 북한산 xx산장에 형제가 같이 가면 쥔 아저씨가 이렇게 얘기하고는 했었지요.
˝얘, 너네들은 그냥 가라. 내가 너네들 얼굴만 봐도 심장병 도진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글쎄 산장 아저씨 말고 아줌마한테 장작개비로 얻어 터진 것도 몇 번이라니까요.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9-20 19:32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그러시군요
저는 진작 알았으면 산악회 동아리 들어갔을까? 하고 생각했는데...ㅋㅋ
그때는 부모님이 절대 들지 말라고 했던 동아리들 중에 산악회가 있었어요^^

페넬로페 2022-09-20 1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께서 산에 관련된 책들 계속 읽고 계시길래 등산 시작하시려나 생각도 했어요 ㅎㅎ
등산 좋아하지 않지만 산에 관련된 책과 영화는 항상 흥미로워요^^
참고 할께요♡♡♡

그레이스 2022-09-20 19:33   좋아요 4 | URL
나이가 조금 어렸어도 하고 핑계를 대봅니다 ㅋ

scott 2022-09-20 21:38   좋아요 3 | URL
하지마여~@@
일단,산 중독 되면
못 헤어 나와여 ~@@@

그레이스님은 책탑, 책山정복 하신다에
🖐🖐🖐🖐

그레이스 2022-09-20 22:30   좋아요 3 | URL
책 더미 넘어다니는데도 관절 나가겠어요 ㅋㅋ

2022-09-20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0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9-20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에는 역시 그레이스님이 최고인거 같아요 ^^
이번에는 산 이군요~!! 곧 그레이스님의 등반기도 기대가 됩니다~!!

그레이스 2022-09-20 22:49   좋아요 5 | URL
남한산성 산책기는 가능합니다^^

scott 2022-09-21 00:42   좋아요 3 | URL
제주
오름도 좋아 하실 것 같습니다 ^^

서니데이 2022-09-21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쉬르는 언어학자가 먼저 생각나는데, 여긴 다른 전공이네요.
산은 올라가는 거 너무 힘들어서 산이 나오는 책은 잘 읽지 않는데,
최근 산행이 인기가 있는 걸 보면
실은 잘 몰라서 그렇지 재미있을 지도 모른다고 마음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2-09-21 06:37   좋아요 4 | URL
저도 그 언어학자가 생각났습니다^^

프레이야 2022-09-21 0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산 오르는 건 자신 없지만 산 잘 오르는 사람은 부러워요. 전 산아래파 ㅎㅎ
예전에 무조건 바다였는데
요샌 산이 점점 좋아져요.
그레이스 님 내적 입꼬리~^^

그레이스 2022-09-21 06:39   좋아요 4 | URL
저도 산아래파입니다 ㅋㅋ
누군지 둘레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정상을 밟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알피니스트도 있더군요^^

청년 2022-09-21 0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왜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산 정상에 오르려고 할까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지라

그레이스 2022-09-21 06:47   좋아요 3 | URL
저도 그런 질문을 했어요.
그들의 등반을 따라가다 보면 결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죠.
큰규모의 원정대의 경우 목적이 뚜렷한 것을 보게 되죠^^ 자본과 국가주의 등등의
그러나 이렇게 개인적인 등반에서는 그들은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르는 것이란 말 밖에 할 수 없을듯요
그들은 산에 오르면서 존재를 확인하는 사람들이구요^^

책읽는나무 2022-09-21 0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멀리서 산을 바라보는 건 너무나 좋은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남편이랑 1 년에 한 번 정도 등산 해보긴 하는데 아.....ㅜㅜ
그래도 정상에 서면 또 좋고, 낮은 땅에서 올라가기는 또 싫고...ㅋㅋㅋ
다음 달에 낮은 산 한 번 올라가기로 약속은 했는데 걱정입니다.
근데 산악문학책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네요?
재밌게 읽으셨겠어요~^^

그레이스 2022-09-21 08:16   좋아요 3 | URL
저도 가야지 하고 말만 하는중입니다. 평지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락방 2022-09-21 08: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너무 읽고 싶었던 글입니다. 그레이스 님이 산악문학에 대한 글을 써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기다리던 글이 이렇게 딱 나타나니까 좋네요.
그런데 그레이스 님의 글에 등장한 산악문학들은 고독에 대해 집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암벽 등반도 그렇고 고산 등반도 모두 고독함이 사실일 것이고 마땅히 느끼게 될 감정일 것이며, 아마도 하산하고 나면 그 감정이 내게 깊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설터 책 읽으면서 그 고독 보다도 몸을 더 많이 생각했거든요. 오르고 또 오르는 나의 육체, 특히나 암벽 등반이라면 두 다리로 걷는 것보다는 팔과 다리를 모두 쓰고 또 정신도 집중해야 하잖아요. 그런 몸의 집중을 말해주는 그런 글을 좀 더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제가 워낙에 근육을 좋아해서 그런것 같아요.

그레이스 님의 멋진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그레이스 2022-09-21 09:07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책은 읽는 사람의 정서에 달려있는듯요
이 책들이 제게 와서 이렇게 읽혔듯, 다락방님께는 달리 읽히지 않을까 싶네요 ^^

scott 2022-10-07 14: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상
추카!

10월 낙엽 밟으러
산으로!

아님
책탑으로!^^

그레이스 2022-10-07 16:53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
낙엽은 평지에도 있으니...!
ㅋㅋ

thkang1001 2022-10-07 16: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2-10-07 16:5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님도 행복하세요~~

mini74 2022-10-07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왜 이 페이퍼 놓쳤죠 ㅠㅠ
저같은 방구석 산책자는 읽기만 해도 숨이 찹니다 ㅎㅎ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10-07 23:35   좋아요 1 | URL
ㅎㅎ
감사합니다.
무산소 고소등반!
상상이 안되네요^^
중국 고원지대 라브랑스 사원 갔을때 고산증 경험해봐서 숨찬건 알겠으나, 그밖에는 전혀 상상이 안되네요 ㅎ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10-07 2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0-07 23:3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08 0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합니다.
산보다 산에 대한 책이 더 좋아요~~

그레이스 2022-10-08 10:0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예 맞아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2-10-08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높은 산에서 숭고함을 느꼈던 유럽의 낭만주의 사조가 이후, 높은 산을 정복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과정안에서 자연을 대하는 관점의 변화를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정신적, 육체적으로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정신은 중요하겠습니다만, 그레이스님 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무리한 등반 경쟁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 등은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그레이스 2022-10-09 08:38   좋아요 2 | URL
예~
감사합니다.
여러 책에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무산소 단독등정이 시작된 계기가 그런듯요.
종교적 이유이긴 하지만 히말라야 마차푸차레 등반을 금진한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선 2022-10-09 0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또 축하합니다 산을 좋아하게 되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봅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10-09 08: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
그들이 왜 산에 오르는지 아주 약간 이해할 듯요

거리의화가 2022-10-10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2관왕 축하드려요. 이런 책도 읽으시는군요. 멋지십니다! 저는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고소공포증이...ㅋㅋㅋ 책으로 대리만족해야할까봐요^^;

그레이스 2022-10-10 19:10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어쩌다보니 이런 책도 읽게 되네요
저도 바다보다는 산입니다 !
저도 대리만족! 기회가되면 멀리보이는 풍경으로 히말라야를 보고 싶긴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10-11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리뷰 읽고 자극받아 저도 산?에 다녀왔다죠?ㅋㅋㅋ
물론 절에 절하러 간 목적이 더 컸겠지만요^^
또 산에 가고 싶네요. 높은 산 말고, 낮은 산이래도 산에 오르면 계속 이 글과 책들이 떠오를 듯 합니다^^

그레이스 2022-10-11 11:00   좋아요 2 | URL
^^
정작 저는 평지만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바닷가에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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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발을 씻어주던 에우리클레이아는 오딧세우스의 흉터를 알아본다. 이 인지는 서사에 새로운 활기와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다. 서동욱 교수는 타자철학서론에서, 변장한 오딧세우스를 대접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와 부지중에 세 천사를 대접한 아브라함을 예로 들며 환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환대는 오랜 역사를 지닌, 타자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다.

 

동독으로 유학을 간 라티프 마흐무드가 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얇고 낡은 신발을 신고 있던 그는 발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다. 그 발을 씻겨주고 좋은 신발을 내주면서, 오딧세우스의 흉터와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를 떠올리는 얀의 모친 엘레케의 환대와 지성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환대는 공동체 안에 들어온 타자를 대등한 관계로 사유하고 있지 못할 때가 많다. 엘레케는 라티프의 상처난 발에서 『오딧세이아』의 미메시스를 찾고 있다. 얀은 라티프와 함께 유럽여행을 하는 도중 망명을 한다. 그제서야 알게 된 라티프는 유럽을 떠돌다가 영국으로 망명한다. 얀의 행동은 라티프를 한 주체로서 보고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라티프는 그들의 삶에 새로운 국면을 만드는 미메시스적 존재였을까?

 

출입문이자 국경인 공항은 한 국가의 울타리를 상징한다. 이 경계는 공동체의 영역을 확실히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밖의 것은 타자의 영역임을 드러낸다. 어느 공항에서든 입국심사는 이루어지고, 우리는 추방에 대한 불안을 안고 그 앞에 선다. 망명을 신청하고 있는 살레 오마르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서있다. 그 국가의 언어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동류로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의한 것이다. 객체이고 대상으로서 이민자를 대할 수밖에 없는 국가 공동체의 배타적 성격과 동일자적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

 

공항 직원의 친절한 웃음 뒤에 차가운 합리성이 벽을 치고 있는 표리부동함을 알기에 죄수의 기분이 든다. “난민”, “망명이라는 단어만 반복하고 있는 노년의 이방인은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타자다. 동일자의 시선에서 그들은 공동체를 침범하는 낯선 타인이고 거절할 이유를 찾아야 할 대상이다. 살레 오마르는 말이 통하지 않는 자로서 받아들여진다. 그는 자신의 소유물 우드알카마리를 가볍게 절취(窃取)당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난민기구 법률고문 레이철의 방문계획과 전화해달라는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읽으며 살레 오마르(샤아반)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그녀의 엽서는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 친절일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는 위안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녀의 방문이 그의 공간에 충만한 침묵을 산산조각내지 않기를 바란다. 환대는 그 대상을 자아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지 못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서로 친숙하고 애착이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환대라면 특별히 철학적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어쩌면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문 앞에 와 있는 낯선 사람의 요청에 응해야 할 때 환대는 윤리적 정치적 철학의 의제로 떠오른다.”(이주여성인권포럼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81p)

 

살레 오마르 역시 레이철에게서 신발을 선물 받는다. 이 지점에서 신발은 이 소설에서 상징어가 된다. 문명을 의미하고 있지 않을까? 익숙한 문명에서 낯선 문명으로 이행할 때 그가 신은 신발이 그 기후에 맞지 않는 경우처럼, 이주민은 신체의 고통과 같은 아주 구체적인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단순한 고독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고통을 동반한 고독이다. 타자는 신체를 갖고 있다는 잊기 쉬운 사실을 주지시킨다때로는 홀로 머무를 공간이 필요하고, 다르게 생긴 얼굴들 사이에서 위축되는 몸을 지닌 존재다.

 

라티프도 살레 오마르도 모두 자신이 자아를 가진 존재임을 바틀비의 대사로 말한다. “그렇게 안 하는 편을 택하고 싶습니다라고. 또한 주체로서 망명지인 영국의 소도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다.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있거나 산만해보이고,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소란에 맞서 분투하느라 분주한(14p)”그들의 삶을 포착한다. 라티프와 살레 오마르는 노골적인 조롱과 혐오를 표시하는 사람들의 타자성을 생각한다.

 

그는 오십 년대 영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의를 바지에 집어넣은 전형적인 영국인,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근엄하고 아래턱이 축 처진, 그 영화 시대의 은행원이나 공무원처럼 보였고, 이제는 우리가 서로를 지나쳤으므로, 그는 불운한 영웅처럼 일부러 타가닥타가닥 소리를 내며 한가로이 걸어가고 있었다. 히이죽거리는 gwinnin 블랙어무어 놈. 하지만 조롱하려는 건 아닌데, 그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자멸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랐고, 그가 혐오감을 보이며 낸 쉿 소리는 딱딱한 학대로 위장했을 뿐, 실은 도와달라는 외침인지도 몰랐다.”(123p)

 

영국 한 소도시에서 만난 라티프와 살레 오마르는 과거 공통된 시간과 공간 속에 있었음에도 동일한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오해했거나 지워버린 기억 속에서 그들의 시간이 어긋났음을 알게 된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더라도 타인을 나의 기억 속에서 인식하기 때문에 서로를 타자로 밀어낸다. 그들이 만난 사람들 역시 타자였다. 고향에서 이웃과 친척들은 전체주의 아래 동일성에 포획되거나 그렇지 못한 타자였다. 독일의 엘레케와 얀은 체코에서 이주한 이방인이었다. 공항 직원과 레이철 역시 유럽 공산국가에서 이주해온 이민 2세들이고, 살레 오마르가 잠시 머물렀던 숙소에서 그를 노골적으로 조롱했던 두 사람은 코소보 난민과 체코 집시 망명자다. 영국의 원주민 역시 누군가는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타자경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라티프 마흐무드와 살레 오마르 두 사람의 만남에 여러 사람의 서사를 담고 타자로 환원되고 있다.

 

무심을 따라 상인의 배가 드나들던 바닷가는 국경과 출입문이다. 경계인 바닷가에 머물던 이주민의 후손은 역사의 격랑에 의해 그 밖으로 내몰렸다. 그들은 망명지에서도 바닷가에서 거주한다. 새로운 공동체의 타자로서.

 

도래하는 타자, 타자와의 마주침은 침범의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론 지나친 환대와 공동체의 문화를 강요함으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들은 더 이상 계절풍을 타고 오지 않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복잡한 문제들을 동반한다. 그들을 마주침은 필연적 사건이다. 그러므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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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0-09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바닷가 좋을 것 같은데, 이건 바깥으로 밀려난 걸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2-10-09 08: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강나루 2022-10-10 0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 축하새요^^

그레이스 2022-10-10 07:4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억울한홍합 2022-12-31 0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경스럽습니다

그레이스 2022-12-31 07:29   좋아요 2 | URL
황송합니다.
감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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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뒤져서 양자역학 관련 책 몇권 꺼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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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8-21 2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리학도 어렵지만 양자역학은... 저랑 같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21 22:18   좋아요 3 | URL
^^
예~ 서니데이님도 일주일 잘 시작하세요~~

단발머리 2022-08-21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양자역학 리뷰 기다릴게요!!

그레이스 2022-08-21 22:23   좋아요 2 | URL
;;;

막시무스 2022-08-21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분야가 너무 다양하신데요! 알쓸신잡 나오시겠어요!ㅎ 열심히, 즐거운 독서를 응원할께요!

mini74 2022-08-21 2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양자역학 헉 ㅎㅎㅎ 그저 웃지요. 저도 그레이스님 리뷰 기다릴랍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8-21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거 아주 쉬운 그저 잠깐 언급하고 지나가는 책이예요 ㅎㅎ

바람돌이 2022-08-21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집에 김상욱 교수 책 2권 있더군요. 아이 책입니다.
그 책 2권을 가만히 보면서 저걸 읽어 말어 하면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ㅎㅎ 아직도 서성이는 중입니다.

막시무스 2022-08-21 23:10   좋아요 1 | URL
액션!ㅎㅎ

그레이스 2022-08-21 23:14   좋아요 2 | URL
저도 김상욱교수 책 떨림과 울림 있어요 ^^
여기도 한 챕터 분량인데, 김상욱의 양자공부란 책을 읽을까 생각중이예요
이러다 다른 바쁜책 있으면 미루겠죠ㅋ

scott 2022-08-22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댁 책장은
보르헤스의 책장 보다 더 광활하고 방대 할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08-22 00:10   좋아요 2 | URL
^^;;😅

책읽는나무 2022-08-22 08: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상욱 교수님은 TV에서는 늘 친근하고 아주 즐거운 양자역학을 공부하시는 분이신 것 같아 양자역학이 쉽나? 하고 넘어갈 뻔 하게 만드시는 재주가 있으시더군요. 의심이 많은지라....아직 책을 사진 않았는데 그 <떨림과 울림> 책 자꾸 사고 싶게 만드십니다^^

그레이스 2022-08-22 16:31   좋아요 2 | URL
양자역학이란 제목의 책이 따로 있는데 그걸로 사셔도 좋을것 같아요

Yeagene 2022-08-22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독서의 폭이 정말 넓고 다양하신 듯합니다.존경스럽습니다♡

그레이스 2022-08-22 22:33   좋아요 2 | URL
아녜요
그렇지 않습니다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2-08-26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면 알수록 재밌는 양자역학ㅎ <떨림과 울림> 읽어보고 싶네요. <빛의 물리학>도요!

그레이스 2022-08-26 12:30   좋아요 2 | URL
문장 한 줄 썼을 뿐인데 댓글이 이렇게 많이 달리는 걸 보면 이심전심이 느껴집니다.~♡

서니데이 2022-09-01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좋은 아침입니다.
여름이 계속될 것 같았는데, 잠깐 사이에 아침 저녁은 많이 차가워졌어요.
이제는 열대야도 끝났고, 낮에도 많이 덥지 않은 시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9월이 시작되어서, 인사 남기러 왔어요.
좋은 일들 가득한 9월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9-03 14: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지시면 ˝양자역학˝ 책이 집에서 나온다는 말씀이시죠? 그것도 한 권이 아니라, ˝몇 권˝!
와! 저는 그레이스님, 미학, 철학, 미술사....그쪽 전공책 많이 가지고 계시려니 상상했는데 ㅎ

역시 진정한 독서가는 분야를 가르지 않고 즐기시나봅니다

그레이스 2022-09-03 14:58   좋아요 3 | URL
ㅎㅎ
과학분야도 즐겨 읽었었는데 ... ^^;;
꺼내놓고 읽다 중지 중입니다.

산만한 독서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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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물치지(格物致知),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서 지식을 완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말이다. 과학, 예술, 철학의 길이 궁극적으로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과학적 개념에 충실하면서,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허구를 썼다고 한다. 허구를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성을 걱정할 정도로 플롯에 개연성이 있다. 천재적 몰두와 발견의 순간, 작가의 펜은 인간의 나약함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는 어려운 과학이론과 나의 천박한 지식의 간극을 역사와 보편성으로 메꾸면서 이끌어 갔다.

 

18세기 디스바흐에 의해서 우연히 만들어진 안료 프러시안 블루가 최초로 사용된 <그리스도의 매장>(피터르 파데베르프,1709)은 인류의 비극을 애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1782년 셸레는 이 프러시안 블루에서 시안화물을 분리해내고, ‘프러시안산()’이라고 명명했다. 1907년 프리츠 하버는 화약과 폭약의 원재료인 질산염의 공급을 위해, ‘공기 중 질소 채취 연구를 한다. 그 연구는 비료 생산에 공헌을 했고, 그는 공기에서 빵을 이끌어낸 사람이 되었다. 1915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행된 가스공격을 감독한 그는 시안화물을 이용한 살충 훈증제 치클론을 발견했다. 이 살충제는 나치가 자신의 친족을 비롯한 수많은 유대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었다. 아름다운 프러시안 블루는 아우슈비츠 가스실 벽에 참담한 푸른빛을 남겼다. 인류의 우연한 발견은 양면성을 띈다.

 

전쟁터의 참호에서 일반상대성 방정식에 대한 최초의 정확한 해를 구한 슈바르츠실트의 풀이법에는 일반상대성의 신빙성과 물리학의 토대를 위협하는 특이점이 존재했다. 그가 전쟁터의 침상에서 죽기 직전까지 빠져나오지 못한 이 심연은 후에 블랙홀의 존재로 밝혀진다. 수학의 심장부에 가까이 간 그로텐디크는 광기에 휩싸인다. 입자가 파동을 따라 서핑을 하듯 운동한다는 루이 드 브로이의 양자이론은 상상할수록 아름답다.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다 정신을 잃는 그의 모습은 스탕달 신드롬을 떠올리게 한다. 과학자의 광기는 스스로를 소진시키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를 닮았다.

 

슈레딩거 방정식은 아원자 영역의 어둠을 흩어 신비의 세계를 드러내줄 프로메테우스의 불”(118p)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는 이 불을 거부하고 불확정성을 주장한다. 양자는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기존 물리학의 토대를 흔드는, 이 이론을 보어는 새로운 물리학의 주춧돌”(217p)이라 여겼다. 1927년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는 격돌했다. 오랜 질의와 응답과 토론 끝에, 아인슈타인은 항복했고, “신은 우주를 놓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소!”(227p)라는 말을 던진다. 보어는 신에게 세상을 어떻게 다스리시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닙니다!”(229p)라고 답변한다. 천재도 항상 창조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격물치지에서 더 나아가 왕양명은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이라고 했다. 지식을 넓히는 것은 사물을 바로 잡는 데 있다는 뜻이다. 사물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는 한계 밖의 것을 그대로 둠, 그대로 수용함이 아닐까 한다. 끌어들여와 현재의 지식으로 설명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함으로 앎과 모름의 경계가 명확해 지고, 그 경계는 한 걸음 내디딜 시작점이 된다. 그렇게 지식은 넓혀져 갈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세계의 정원사라고 할 수 있겠다. 가지가 부러지도록 레몬이 달리는 죽음을 앞둔 풍요는 눈에 보이는 현상의 이면을 지시한다. 가지를 잘라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살지 알 방법이 없다. 이 정원에 존재하는 것들은 내가 보여주는 세상은 당신이 나를 적용하면서 생각하는 세상과 같지 않다"(200p)고 경고한다. 정원사는 그 정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정원사가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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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19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한자를 많이 아시는군요? ^^ 개연성 있는 허구라니 상당히 사실적인가 봅니다. 이 책도 요즘 인기가 많은거 같아요~!!

과학은 너무 어렵다는...😅

그레이스 2022-08-19 20:50   좋아요 3 | URL
한자 잘 몰라요
새파랑님~ 그저 책에서 본 짧은 지식일 뿐이예요.
이 책은 과학사를 소설로 엮은거라 사실 잘 몰라도 읽을 수 있어요.
쉽고 흥미진진해요.^^

희선 2022-08-20 0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우연한 발견은 양면성을 띈다, 는 말 맞네요 그런 일 프러시안 블루뿐 아니라 많겠습니다 세계 전쟁을 해서 만든 약도 있잖아요 방사성물질도 생각나네요 안 좋은 것뿐 아니라 좋은 걸 처음부터 알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겠지요 시간이 가야 아는군요 그래도 어떤 일이 어떤 일로 이어질지는 알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니 그런 건 조심해야 합니다 과학자보다 과학을 쓰는 사람이 더...


희선

그레이스 2022-08-20 07:45   좋아요 2 | URL
예!
그렇죠?
누구에게 그 발견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mini74 2022-08-20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슈비치의 푸른 빛이라니 ㅠㅠ과학의 양면성같은 건가요...요즘 이공계 아이들 과학과 윤리? 이런 류의 수업 들으며 토론도 하더라고요. 꼭 필요한 수업 같아요.

그레이스 2022-08-20 12:43   좋아요 2 | URL
아 정말 필요한 수업인듯요
사유의 한계 안에 갇히는 게 무서운 일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요!

단발머리 2022-08-20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 리뷰 너무 좋네요. 저도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레이스님 리뷰 읽고 나니 쫘악 정리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지식을 처음 대하는 과학자, 수학자들의 분투가 잘 전해져서 좋았는데 그레이스님 글 읽으면서는 지식의 확장이라는 면이 딱 느껴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그레이스 2022-08-20 12:46   좋아요 3 | URL
아유.. 감사합니다.
저 아직 다른 분들 리뷰를 안보고 좋아요만 누르고 와서.. 이제 슬슬 읽어보려구요. 단발머리님과 다른 분들 리뷰 제목만 봐도 그 아우라에 기가 팍 죽던데...^^;;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8-20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쉽고 흥미진진하다는 그레이스님 댓글에 절망!!! 읽다가 무슨 말인지 어려워서 집어던진 사람 저라니까요. ㅠ.ㅠ

그레이스 2022-08-20 17:59   좋아요 2 | URL
^^;;
뭐라고 해야할지...
이거야말로 독서취향때문이 아닐런지요.;;

서니데이 2022-08-20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런데도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있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가벼운 책만 읽다보면 생각할 내용이 많은 책은 읽는 시간이 조금 더 오래걸려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20 21:37   좋아요 3 | URL
읽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수 있습니다. 모르는 이론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면...^^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래요~~

공쟝쟝 2022-08-21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정갈하고 아름답게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걸(?) 이렇게 꿰시다니. 그레이스님, 서말인 구슬 잘 꿰시는 분.

그레이스 2022-08-21 18:21   좋아요 2 | URL
정갈, 아름다움은 저랑 조금 먼데,,, 이런 칭찬 감사합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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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감상을 바로 글로 정리하지 못할 때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감동을 글로 풀어내지 못하는 능력의 한계일 것이다. 라캉이 기표가 기의에 닿지 못하고 계속 미끄러진다고 한 것처럼 그저 텍스트만 읽었을 뿐인 독서를 할 때도 있다. 의미를 찾는 과정이 독서를 끝낸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이 작품의 경우는 평행하는 여러 인물의 서사가 나에게서 생성되는 의미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한마디로 적용의 문제가 어려웠고, 여전히 생각 중이다.

 

작가는 직접 화자(話者)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화자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들 모두는 영국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고, 일부는 유대인이다. “이민자들은 타국에서도 주로 고향사람들과 어울린다.”(84p) 그들에게서 고향에서의 삶과 이주의 역사를 듣는다.

 

헨리 쎌윈 박사를 만나러 가는 화자(話者)를 따라 걸어간다. 머릿속에서 스케치하며, 잔디밭을 지나고 개암나무가 늘어선 통로를 지난다. 통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지금은 돌보지 않아 낡은 테니스장, 마치 젊음의 흔적만 남아있는 한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몇 번의 만남 뒤에 그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다. 유년시절과 헤어진 사람들, 이주와 이민자의 삶에 대해서. 나는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자서전을 써내려가듯 말하는 그 분위기에서 깊은 비애감을 느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향수병이 점점 더 심해진다고”(29p) 하던 나이든 이방인은 자살한다. 그리고 오래전 스위스 산악에서 실종되어 그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줬던 그의 친구는 칠십 이 년 만에 빙하에서 발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사자들은 이렇게 되돌아온다. 때로는 칠십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얼음에서 빠져 나와, 반들반들해진 한줌의 뼛조각과 징이 박힌 신발 한 켤레로 빙퇴석 끝에 누워 있는 것이다.”(34p)

 

파울 베라이터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소식을 들은 화자(話者)는 파울 베라이터가 자신의 스승이던 S도시에서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와의 첫 만남, 견학수업,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모습, 쾌활하고 즐거운 것 같았던 그가 오르간 연주를 듣고 흐느껴 울던 모습, 어떤 생각에 빠져들며 침울해지던 모습을 기억한다. 나중에 알게 된 그 슬픔의 원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반()유대인이었고, 1/4만 아리안의 피가 흐르던 그가 징집에 응하고, 1939년과 1945년에 다시 독일로 돌아간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독일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견딜 수 없는 일들을 목격했을 그, 비트겐슈타인, 벤야민, 츠바이크 등 자살한 작가들의 책을 읽고 기록하던 그, 알프스 아래 작은 마을에서 이민자로서 살다 끝을 낸 그에게서 처절한 고독을 본다.

 

화자(話者)의 여행은 그들의 흔적을 찾고 그 땅 어딘가에 뿌리가 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을까? 고향을 떠나 스위스와 프랑스로 그리고 영국으로 이주하는 일가의 역사를 듣고, 정신병원에서 죽어간 아델바르트 할아버지의 비망록에 적혀 있는 아름다운 여행기를 따라 되짚어간다. 그 비망록에 적힌 마지막 종착지였던 예루살렘의 풍경은 폐허와 같았고 병든 사람들만이 눈에 띈다.

 

맨체스터의 공장지대 아뜰리에에서 작업하고 있는 화가 페르버의 말에 가슴이 서늘하다.

“19세기 내내 독일인들과 유대인들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도시가 바로 맨체스터였지. 그러니 나는 가출한다고 나섰다가 되려 집으로 돌아온 꼴이었네. 우리 시대 공업의 탄생지인 이 도시의 거무칙칙한 건물들 사이에서 사는 날이 길어질수록, 나는 나 역시 흔히 말하는 것처럼 굴뚝 아래에서 일하려고 이리로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어(that I am here, as they used to say, to serve under the chimney).”(243p)

 

절멸 수용소의 굴뚝(chimney)을 바로 떠올렸다. 의도적으로 이중적 의미를 담기 위해 이 문장을 썼을까? 그리고 육필원고-그의 어머니가 1939년에서 1941년 사이에 슈테른바르트가의 집에서 적어놓은 것-를 건네준다. 그 기록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고통스러운 독일 동화 같은, 가슴을 옥죄어오는 탁월한 글이다. 그녀의 어린 시절과 일상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독일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동화되어 살았었기에, 호른 연주자와의 사랑과 이별, 프리츠 페르버와의 결혼, 그와 함께 오른 산들, 슈테른바르트가의 집에서 시작한 신혼과 뮌헨 테레지엔비제 광장에 만들어진 스케이트장의 기억은 온 세상이 파란빛으로 가득했던”(279p) 아름다운 기억이다.

 

1991년 루이자 란츠베르크의 기록을 따라 독일로 간 화자는 유대인들의 허물어져가는 공동묘지에서 그 흔적을 찾는다. 남편 프리츠와 루이자는 194111월에 강제 수송된 뒤에 소식이 끊겼다고 적혀 있는 란츠베르크가 묘비를 발견한다. 여행에서 돌아와 폐허가 되어가는 맨체스터에서 페르버의 마지막과 한때는 유명했던 호텔의 퇴락한 모습을 마주한다.

 

어딘가에 속하려했던 인간의 모습. 그러나 배척의 대상이었고, 탈주자이며, 이민자였던 그들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주한 곳에서도 번영의 흔적만 남아있는 타자들의 도시에 머문다. 그래서 그들은 더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끝내버린다. 삶의 경계 밖으로 내몰렸던 역사, 여전히 뿌리내릴 곳이 없는 이민자들의 실존적 상황은 처절한 고독으로 다가온다. 우리 안의 누군가는 이런 실존적 상황을 겪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끝없이 자신의 근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그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끝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기분”(185p), 그것이 그들의 실존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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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땡 2022-09-14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책탑 멋져요 ㅎㅎ

그레이스 2022-09-15 07: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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