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히스토리언 - 전3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역사가가 되어 나 자신의 역사를 영원히 보존하기로 결심했다네.”
줄거리 。。。。。。。
흡혈귀로 알려진 드라큘라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전설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코스토바는 이 닳고 닳은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겠다고 도전장을 던진다. 과연 의도대로 새로우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폴이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이상한 책을 한 권 발견한 그는, 책 안에 있는 용 그림을 보고 영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던 차에, 그 책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것을 깨닫고 슬쩍 해 온다. 자신의 지도교수인 로시에게 책을 보여 준 폴은, 그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 책이 드라큘라에 관한 비밀정보 - 정확히는 블라드 체페슈(드라큘라의 원 인물)가 묻힌 장소 -를 가르쳐준다는 것이다.(이런 세상에 억지 주장이)
하지만 드라큘라는 그의 무덤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지, 그의 무덤을 찾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결국 로시 교수마저 실종이 되고 만다. 처음에는 그냥 ‘좋은 교수님’이었으나 갑자기 그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애착이 생긴 폴은, 사라진 교수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이 여행에는 동반자가 하나 있었다. 헬렌이라는 쌀쌀맞게 생긴 여성이다. 처음에는 ‘웬 찝적거리는 남잔가’ 하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헬렌도, 몇 차례의 사고 위험을 겪고 나자 폴의 말을 반쯤 믿게 되고 그와 함께 로시 교수를 찾아 나선다.(알고 보니 그녀는 로시 교수의 딸이었다. 여기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이제 멤버도 다 갖추어졌으니, 본격적으로 탐험 시작이다. 그들은 유럽 곳곳을 뒤지며, 사라진 로시 교수의 행방을 찾아다닌다.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드라큘라의 진짜 무덤을 찾아내면 그 곳에 로시 교수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저자인 코스토바는 이 모든 내용을 ‘편지’로 처리한다. 쉽게 말해 위에서 설명한 모든 내용은 폴이 그녀의 딸에게 쓴 편지를 통해서 독자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편지를 통해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된 딸은, 아버지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를 찾아 나선다며 ‘실종’되자, 이번에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겁도 없이 집에서 훔친 돈을 주머니에 넣고 프랑스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고 말이다.
폴은 로시 교수를 찾을 수 있었을까? 드라큘라는 언제 나올까? 또 소녀는 아버지를 만났을까? 저자는 이 세 가지 질문을 세 권의 책에 걸쳐 느리게 풀어 간다.
감상평 。。。。。。。
몇 년 마다 한 번씩은 등장하는 흡혈귀 소설, 영화들. 이 책도 드라큘라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책의 표지 뒷면을 가득채운 이 책에 대한 찬사들(베스트셀러 목록에 몇 주간 올라가고, 수십 개 국에서 출판을 하고, 원고가 얼마에 팔리고...)은 책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만든다. 게다가 제목도 특이하지 않은가. ‘히스토리언’, 역사가. 덕분에 나처럼 역사학 관련 책인 줄 알고 뽑아 드는 사람도 자주 생길 듯.
찬사가 워낙에 낯간지러웠기 때문일까. 책의 내용은 찬사에 완전 묻혀버린 모습이다. 스토리의 진행은 너무 느리고, 인물들은 완전히 평면적이다. 사건은 전혀 긴박감이 없으며, 다음 페이지가 전혀 기대되지 않는 소설이다. 이런 소설을 몇 백만 달러에 구입했다는 출판사나, 이걸 영화화 하겠다는 소니 픽쳐스나 이해가 안 될 정도.
무엇이 이 소설을 이렇게 지루하게 만들었을까? 물론 동서양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이런 종류의 전설을 가까이 하면서 지내온 유럽권 사람들에게는 좀 더 와 닿았던 걸까? 하지만 내 생각엔 책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선 너무 길다. 고작 이 정도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위해 세 권이나 되는 책을 보라고 하는 게 무리다. 분량을 늘리기 위해선지,(아니면 그 반대인지도 모르지만) 주인공들은 필연적인 이유 없이 고작 고문서에 나온 (그 진실성도 보장할 수 없는) 한 두 구절에만 의지한 채 몇 개국을 헤매고 다닌다. 그 과정이라도 재미있게 썼다면 좋겠지만, 거의 같은 패턴의 여행들만 계속된다. 도착하고, 신기한 책을 발견하거나 다음에 갈 곳에 나와 있는 고문서에 나온 한 두 구절을 읽거나..
드라큘라가 블라드 체페슈라는 인물을 근거로 만들어졌다는 정보 이상의 새로운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를 감소시킨다. 책장을 아무리 넘겨도 그래서 어쨌다는 다음 이야기가 없다. 가공인물로서의 드라큘라와 실제 인물 사이의 명확한 구분도 없다. 어떤 때는 신기한 마법을 가진 귀신쯤으로 나오다가 또 어디에서는 그저 나름대로의 원칙에 따라 열심히 살아간 인물 정도로만 나온다. 애초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았던 폴의 딸은 완전히 스토리에 묻혀서 사라져버렸고, 정확한지를 보장할 수 없는(그래서 기억해 두어도 도움이 될지 확실치 않은), 그러면서도 외우기 힘든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지명과 역사적 유래 등은 여기에 결정타를 먹인다.
물론 저자의 처녀작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미숙함은 그런대로 넘길 수도 있지만, 워낙에 지나친 과대포장이 된 것을 보니 괜히 속았다는 느낌까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