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똥장수 - 어느 중국인 노동자의 일상과 혁명
신규환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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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책은 똥장수라는 독특한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청나라 말, 일제의 침략과 독립, 그리고 중화민국과 중국공산당의 지배가 차례로 교대되고 있던 격동기에,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던 베이징에서 활동하던 이 특수직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여러 자료들을 근거로 풀어낸다.

 

 

2. 감상평 。。   

 

    똥장수라는 직업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그 실제 메커니즘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아직 구식 변소가 일반적이었던 근대에, 변을 처리하는 방법은 인력을 동원해 직접 퍼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렇게 수거된 변들은 어디로 갔을까? 똥장수들에 의해 수거된 폐기물들은 분창(糞廠, 똥창고)이라고 불리는 시설에 모아졌고, 분창주들은 그렇게 모아진 변들을 말리고 숙성시켜서 농사에 필요한 퇴비로 가공해 재판매했다. 똥장수들은 분창주들에게 고용되어 일정한 대가를 받고 일을 했다.

 

    그런데 여기엔 또 한 가지 단계가 있었으니, 일정한 범위의 집들로부터 분뇨를 수거할 수 있는 권리인 분도라는 개념이 존재했던 것이다. 자신의 분도를 갖지 못한 똥장수들은 분뇨를 수거하기 위해 분도주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없었던 똥장수들은 각 가정으로부터 소위 떡값이나 용돈을 뜯어내곤 했는데, 그 분도 안에서는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분야였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지 이 직업이 돌아가는 구조만을 설명하는 게 아니다. 앞서도 말했듯 이 책이 서술하고 있는 기간은 대단히 역동적인 시대였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 폐해가 심했던지 분벌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었던 이 분뇨처리과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개혁조치들을 시도하지만, 이득을 뺏기지 않으려는 관련 업자들의 반발로 쉽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특정한 목적을 지닌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도록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역사란 파면 팔수록 재미있는 것들이 튀어나오는 보물상자 같다. 크게 보면 크게 보는 대로, 또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 나름대로 정말 다양한 인간들이 등장해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내가 이래서 역사를 좋아한다. 중국 근현대의 사회 하층에 속해있던 사람들의 생생한 한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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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논어 - 喜喜樂樂 희희낙락 동양고전
이준구 편저 / 스마트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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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요약 。。。。。。。      

 

     논어는 공자의 가르침,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주고받았던 말들, 그의 제자들이 했던 말 등을 모아 놓은 일종의 경구집이다. 이 책은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논어를 각 장별로 우리말로 풀고, 토를 달아 놓은 원문과 주요 어구들에 대한 설명, 그 장에 관한 강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 감상평 。。。。。。。   

 

     처음 읽어본 논어였지만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몇몇 구절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것들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역자가 그 내용을 잘 풀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책의 구성 역시 눈에 편하다.

 

 

     공자는 실패한 정치가이자 성공한 사상가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깊은 학식과 인품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현실정치에 반영하고자 했던 그의 계획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의 이상주의적 면모는 지나치게 독야청정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공자는 수많은 견제로 인해 좀처럼 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힘 있는 자리에 오르지 못했던 것.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런 현실을 피해 스스로 은거하며 사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지만, 공자는 배운 것을 현실에 적용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그 자체만 두고 보더라도 상당히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인물이지만, 현실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마음이 좀처럼 버려지지는 않으니 이런 양가감정이 논어에도 그대로 묻어나온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고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할까를 염려하라는 그의 가르침은, 명분도 없는 반란세력의 보스가 자신을 부른다고 달려가는 그의 모습과는 좀처럼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정치에 대한 그의 열정을 생각해보면 아주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 역시 약간은 모순점을 가지고 있었던 인간이었으니까.

 

     논어 전체를 두고 말하는 ‘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좀처럼 그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짧은 경구들로 구성된 책이니 만큼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은 당연. 약간 우스갯소리를 섞어 말하면 그냥 공자가 좋다고 말하는 게 ‘인’인 건가 싶은 생각도. 물론 이건 책을 좀 더 깊게 읽지 못한 부족한 독자 탓일지도 모르겠고.

 

 

     곳곳에 당장 오늘에 적용할 만한 번뜩이는 생각들이 묻혀 있다. 차분히 새기며 읽어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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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의 맛 - 취향의 탄생과 혀끝의 인문학
안대회.이용철.정병설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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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오랫동안 몇몇 루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단절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동양과 서양이 본격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시작하던 18세기를 중심으로, 동서양의 다양한 음식, 식재료 등을 통해 그 당시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를 읽어내는 시도를 담은 책이다. 동서양의 여러 분야를 전공한 필자들이 다양한 소재들을 가지고 한 번에 읽기 알맞은 분량으로 모았다.

 

 

2. 감상평   

 

     일단 기획이 좋다. 음식, 먹을 것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가지고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만한 교양인문학 서적이 나왔다. 책도 튼튼하게 만들어졌고, 살짝 구부러지는 하드커버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다만 이런 기획일 경우 여러 필자들이 낸 원고의 수준을 맞추고, 분류하고, 통일성을 부여하는 게 관건일 텐데, 책의 초반에 실린 원고들과 후반의 원고들 사이에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특히 기획에 제법 충실한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의 몇몇 글은 좀 현학적이고 나머지 글들과는 분위기의 차이가 좀 크다.

 

     책에서 전달하는 모든 내용이 - 특히 사실전달이 아니라 평가 부분의 경우는 - 완전한 진실인지는 좀 더 논의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원래 역사 연구라는 게 그런 측면이 있는 거니까.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을 얻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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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 왕 34인의 내면을 통해 읽는 고려사
석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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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요약     

 

     왕건이 고려왕조를 개창했을 때부터 이성계에 의해 공양왕이 폐위되기까지 고려를 다스린 서른네 명의 왕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각각의 인물들의 성공, 혹은 실패를 설명하기 위한 심리학 이론을 덧붙이는 책이다.

 

 

 

2. 감상평   

 

     한 권에 오백 여 년 간 지속된 고려왕조의 모든 왕들을 담으려다 보니 당연히 각각의 왕들의 치세나 성격을 묘사하는 데 들어가는 분량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저자 자신의 심리학적 배경까지 집어넣으려니 더욱 그럴 수밖에. 교양 수준으로 고려사를 읽어보려는 나 같은 독자에게야 이 정도로도 충분할지는 모르겠지만, 역사라는 게 그렇게 쉽게 한 가지 관점으로 평가내리고 끝내버리기 그리 녹록한 게 아니니까.

 

 

     기록된 역사 속 인물을 심리학적 방법론으로 해석한다는 게 이 책의 특징이자 재미를 주는 부분이었는데, 종종 흐름을 끊는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이 함정. 고려시대를 설명하면서 피아제가 등장하거나 H = S + C + V라는 행복 공식이 나타나는 걸 ‘통섭’으로 볼지, ‘짜깁기’로 볼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

 

     여기에 심리학이라는 분야의 특징 중 하나인 ‘전능 가장(假裝)’, 즉 심리학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는 식의 전제 역시 약간 거슬린다. 비슷한 상황에도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인물들을 자신이 모두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역사 속 기록된 과거의 인물은 그 결과까지 알 수 있으니 어찌어찌 꿰어 맞출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현재에 살아 있는 존재들마저 자신의 논리로 재단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심리학이야말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인간을 이해하는 절대반지인 것처럼 생각하는 건 확실히 오버라고 생각한다.

 

 

     나름 책은 여러 가지를 담으려고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 중간중간 그 시대를 다룬 드라마를 소개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태조 왕건이란 드라마가 ‘후삼국 시대부터 공민왕 시대까지’를 다루고 있다는 설명은 분명 오류이긴 하지만 말이다. 48쪽), 설명이 필요한 개념들을 박스 형태로 처리해 삽입해 놓은 것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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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정요 (양장) - 리더십의 영원한 고전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1
오긍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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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요약 。。。。。。。     

 

 

    폭정을 저지르고 있던 수나라를 멸망시키고 새롭게 세워진 당나라의 일등공신은 초대황제인 고종이 아니라 그의 아들이었던 이세민, 태종이었다. 그는 ‘정관’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는데, 이전 세대의 황제들과는 달리 ‘정관의 치세’라는 명칭이 생길 정도로 유능한 정치력을 보여주었다. (만년에 고구려 정복하겠다고 헛힘만 빼지 않았더라도 그의 치세는 더욱 빛났으리라)

 

    이 책은 그런 태종과 신하들이 남긴 통치의 모범에 관한 기록이다. 태종이 내린 지시사항, 신하들과의 토론, 현신(賢臣)들이 올린 각종 상소들 등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실려 있다.

 

 

2. 감상평 。。。。。。。  

 

    고대로부터 제왕의 통치에 교과서처럼 사용되었던 책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 전제군주의 통치 같은 건 폐지된 요즘은 ‘리더십’에 관한 고전 정도로 인식되어 읽히는 것 같다. 원문의 구성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각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어 읽기에 편했고, 가능하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 번역되어 있어서 따분한 감은 없었다.

 

    많은 부분이 백성의 어려움을 살피고, 사치나 방종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좋은 신하들을 선발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식의 기본적인 정도(正道)에 대한 관점들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힘들고 때로 귀찮기 때문에 못하는 것들 말이다. 여러 신하들은 늘 고대의 성현들과 역사를 인용하며 바른 군주의 길에 대해 끊임없이 떠든다. 그 시대엔 황제 노릇 하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책을 읽어가면서 특별히 와 닿는 포인트는 역시 인재에 대한 태종의 사랑과 좋은 인물을 얻기 위해 늘 목말라 했던 그의 열정이다. 마치 삼국시대 조조를 보는 듯 하달까. 뿐만 아니라 그는 그렇게 모은 인재들의 건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때로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상소문을 보면서도 태종은 분노하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도리어 상을 내린다. 자신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해 나가지 않으니 아랫사람들도 신이 나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왕을 도우려 한다. 뭐 이런 느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종이 모든 의견을 받아들인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어떤 신하가 거짓으로 아첨하는지 혹은 어진 신하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거짓으로 화를 내 보라는 한 신하의 건의에, 군주로서 신하들에게 정직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들의 정직을 바라겠느냐며 단숨에 물리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런 통치자라면 과연 진심으로 따를만 하지 않은가.

 

 

    자연히 오늘의 리더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으면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쁜 대통령과 자리보전이 전부인 정부의 고위공무원들, 국민의 삶 따위는 관심 없고 어떻게든 권력을 더 잡을까만 고민하는 잉여 국회의원들. 이런 사람들을 리더라고 뽑아 놓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법집행을 해야 할 경찰과 검찰은 권력자의 눈치 보기 바쁘고(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를 비롯한 각종 권력기관들은 도리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나아가 위협하면서도 뭐가 잘못되었냐는 식의 적반하장이다.

 

    물론 대통령 하나 제대로 뽑는다고 해서 단숨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기득권자들의 온 힘을 다한 저항을 뚫고 나가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래도 좋은 리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가 아닐까. 우리에게도 태종과 같은 소통할 수 있는 리더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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