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1 - 윌슨에서 케네디까지 PEACE by PEACE
올리버 스톤.피터 커즈닉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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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요약 。。。。。。。

 

     뭐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 한 때 미국을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는 매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나라로 여기던 시각이 있었다. 일명 세계의 경찰국가로 자처하던 시절이다.

 

     물론 실제 경찰들이 그러하듯, 국 역시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만 싸우는 건 아니었고, 도덕적이기 보다는 그냥 도적으로 보이던 시기 역시 결코 짧지 않다. 이 책의 두 저자들은 그런 미국의 자화자찬적 수사로 감춰진 실제 모습을 고발하기 위해 이 두꺼운 책을 썼다.

 

 

     우선 미국의 22대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을 보자. 그는 그 유명한 민족자결주의원칙을 발표해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로 고생하고 있던 세계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준다. 하지만 실제 그는 1907년 프린스턴대학교 총장으로 있던 시절, ‘닫혀 있는 나라들의 문을 때려 부수고, 정부의 각료들은 자국의 금융가들이 외국에서 따낸 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 과정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나라들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도 괜찮다고 발언했던 인물이다.(42-43)

 

     당연히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그가 주장했던 민족자결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전승국들은 패전국들이 차지하고 있던 식민지를 빼앗아 자신들의 목구멍으로 삼켰다. 미국이 여기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오히려 윌슨은 독재자들을 뒤에서 지원했으며(이건 이후 수많은 미국 대통령들의 일관된 행보 중 하나다), 백인우월의식으로 가득해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흑백차별을 가하고 있었다.

 

     저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참전과 활약으로 끝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도 보여준다. 실제로 전쟁 동안 나치 독일군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또 피해를 입었던 나라는 다름 아닌 소련이었다. 그러나 거드름 피우기 좋아하던 미국의 트루먼은 시종일관 고압적인 자세로 스탈린의 소련을 다루려고만 했고, 이는 결국 냉전을 촉발시켰다.

 

     전쟁 말기 일본에 떨어진 두 발의 원자폭탄은 당시 미국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극우파들의 본성을 잘 드러내 준 사건. 이미 일본은 항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소련을 견제하려고 했던 트루먼 정부는 보란 듯이 새로 개발된 원폭을 떨어뜨릴 구실을 찾고 있었다는 것. 이후에도 미국정부는 꾸준하게 소련의 위협을 거론하면서 핵무기를 개발, 확충했고, 결국 세계를 파멸로 몰아 놓을 핵 군비경쟁의 문을 열어 놓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는 케네디 대통령 시기 쿠바 사태는, 이렇게 시작된 핵 군비경쟁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말년의 케네디는 소련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시도를 하지만, 그의 암살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2. 감상평 。。。。。。。

 

     어느 나라든 자랑스러운 일들만 내세우기 마련이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역사를 덧칠해서는 과거를 제대로 볼 수 없고, 과거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현재를 제대로 해석해 낼 수 없으며, 미래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가까운 일본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전범의 후손들이 정권을 잡고 앉아서 할아버지 대의 일들을 감추고 미화하기 바쁘니 주변국들과의 제대로 된 관계개선이 될 수 없고, 결국 이건 국민들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키워진 아이는 결국 바보가 될 뿐.

 

     책을 읽고 나서 문득 왜 USA미국(美國)’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졌다. 이 말이 아메리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음독한 것(아마도 아리카의 로 옮긴 듯?)이란 것까진 그럴 만하다 싶다. 그런데 왜 하필 많고 많은 한자 중에 아름다울 를 사용했을까? 알아보니 일본에선 쌀 미()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도 원래 이를 사용했었는데, 해방 후 이승만의 반공정책이 시작되면서 미국을 절대선으로 묘사하는 분위기가 나타났고, 그 결과 이렇게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건 참 난감한 경우다.

 

 

    USA美國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굉장히 불온한 서적으로 보일 것 같다. 그 정의롭고 아름다운 나라가 독재자를 뒤로 후원하고, 정당한 선거로 선출된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을 암살하고, 군비경쟁을 촉발 시키는 장본인이라니.. 더구나 2차 대전을 끝낸 것도 미국이 아닌 소련의 힘이었고, 그 사이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부분에 이르면 강한 의심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은 매우 설득력 있는 증언과 증거에 기반해, 지난 100년 미국이 저질러온 범죄들과 비열한 행태들,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모습 등을 고발한다. 그냥 아니라고 부정하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 행정부의 비열함은 수많은 외국 국민들을 고통과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미국 국민들의 심성에까지 미쳤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어느 순간 미국인들은 더 이상 미국군이 외국에서 벌이는 잔혹한 행위들에 분노하거나 충격을 받지 않게 되어버렸고, 이는 2차 대전 말기 실시되었던 여론 조사의 결과에서 뚜렷하게 증명된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일본이 좀 더 늦게 항복하기를 바랐는데, 그 이유는 원자폭탄을 더 많이 떨어뜨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이 광란의 질주에서 몇몇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정치인들도 있었다. 1차 대전 중 독일군에게까지 잠수함과 비행기를 팔아대며 증오의 열매를 즐겼던 군수산업계에게 중과세를 통해 제제를 가하려 했던 몇몇 상원의원들과 정치인생 동안 일관되게 세계평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했던 헨리 월리스 같은 인물들이 그 예. 하지만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 그렇듯, 그런 선구적 인물들은 대개 인정받지 못하거나, 모함을 받거나, 숙청되고 만다.

 

 

     가만히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 우리의 정치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니까. 미국처럼 국력이 강하지 못하니 세계의 깡패가 될 수는 없었지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직 돈을 위해 일하는 정치꾼들이 판치는 모습은 그 아름다운 나라를 꼭 닮아 있다. 미국이야 무식하고 허영심 많은 대통령이 앉아 있어도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우리처럼 빈약한 자원의 나라는 이젠 거의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찬찬히 읽어나가면 재미있는 책. 아직 두툼한 두께의 2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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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시작 - 노무현에 관한 첫 구술기록집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생각의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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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업을 시작하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게 된 시기, 그와 함께 했거나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목차를 따라 크게 세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연대순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활동하던 초기, 부림사건으로 민주화운동에 눈을 뜬 시기, 그리고 노동전문변호사로 탄압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러 나섰던 시기가 그 대상이다. 구체적인 연대로는 1978년부터 1987년까지의 기록.

 

     각각의 시기마다 서너 명의 증언들을 실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 경험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특별한 과장 없이 최대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2. 감상평 。。。。。。。

 

    ‘노무현재단 첫 구술기록집이라는 부제와 ‘1978년부터 1987년까지라는, 이 책에서 다루는 시기에 대한 한정구는 이 책이 앞으로 나올 시리즈의 한 권이자 첫 번째라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책 제목(노무현의 시작’)부터 이런 점을 보여주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이 책은 크게 세 시기를 다루고, 각각의 시기마다 서너 명의 증언들을 담고 있다.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대한 증언들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편집상의 실수나 기획의 문제라고 보는 건 한편만 본 견해다.

 

     사실 엄밀히 말해 동일한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사건이라고 해도 지켜보는 위치와 상황, 입장에 따라서 미세한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고, 목격자들은 종종 그런 기억들이 실마리가 되어서 사건에 대한 전혀 다른 양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억의 실수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비슷한 서로 다른 자리에 있던 증인들의 기록을 모으는 것은 사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다.

 

     또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일종의 사료편찬을 위한 작업으로 나온 책인지라, 다루는 시기를 늘려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땠느냐는 비판 역시 적절치 않다. 그런 작업은 추후 시리즈로 나올 책들을 통해 보면 될 일이다.

 

 

     단순히 대통령 노무현만 아는 독자에게, 그의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노무현은 그저 어느 한 순간 갑자기 튀어나와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런 시기에 용공조작, 노동탄압과 같이 자신에게 별 이익이 되지도 않을, 도리어 위험할 수도 있는 사건들에 발 벗고 나서서 약자들과 함께 하려고 애썼던 인물이었다. 수십 년을 인권변호사로, 또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일관된 행보를 보여 왔던 그의 행적을 알지 못하면, 그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매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는 이념을 파먹고 사는 운동가가 아니었다. 책 속에서도 언급되듯, 그는 어찌되었든 일은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실용적인 사고를 가지고 살던 인물이다. 그런 상식적인 사람이 보기에 워낙에 말이 안 되는 짓들이 일어나는 세상이니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는 공감할 줄 아는 대통령이었다.

 

    이런 사람이 나왔으면, 마땅히 그 후에는 좀 더 나은 인물들이 바통을 이어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독재정권의 시녀로, 혹은 검은 돈의 대가로 비호를 받으며 호의호식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 이즈음을 보면, 과연 역사는 발전하고 있는가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 변호사가 애써 싸웠던 상황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기까지 하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우리에겐 여전히 노무현 같은 인물들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정파로서의 친노니 하는 것엔 별 관심이 없다. 꼭 어떤 계파에 속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가진 것을 털어서 약자들을 위로하고 작은 승리라도 손에 쥐어줄 수 있는 그런 능력 있는 사람, 그게 아니라면 그냥 화 낼 힘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대신해 소리라도 쳐 줄 수 있는 사람이인 거니까. 현실 정치가 이 소박한 기대를 배신하고 있는 동안, 사람들은 계속해서 노무현을 추억할 것 같다.

 

 

     일찍부터 권위주의 따위는 키우지 않았던 노무현 변호사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 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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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되지 않을 자유
임태훈 지음 / 알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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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책머리에서, 완전한 디지털 세계가 구축된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 현재의 세계 이상을 떠올리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음을 지적한다. 마치 양계장에서 태어나 한 번도 밖에 나가보지 못했기에 문이 열려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닭과 같다는 리얼한 비유와 함께.

 

     그렇게 사람들이 다른 세계를 상상하지 못하는 사이, 사람들은 점점 세계가 원하는 모습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이른바 호모 익스펙트롤(Homo Expectrol. expect + control). 그리고 이 상황의 중심에는 이른바 빅 데이터가 있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디지털화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빅 데이터를 이용한 사업은 번창하고, 이는 다시 또 인간들을 그 데이터에 맞는 삶을 살도록 만들기까지 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빅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거대자본 세력이 미리 구축해 놓은 길을 따라가지 않는 대안적 삶의 필요성과 그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있다.

 

 

 

2. 감상평 。。。。。。。

 

     책 제목이 흥미로웠다. ‘검색되지 않을 자유.. 우리의 삶이 지나치게 인터넷 상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한 피해들을 고발하면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그런 책인 줄 알았다. 물론 아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책은 그보다 훨씬 큰 철학적 주제를 말하고 있었다. 책에 등장하는 세부 소재들만 해도, 의료(2), 생활유형에 관한 논의(3-4), 건축(5-6), 음악과 음향(7-8) 등 퍽 다채롭다. 확실히 이 문제는 우리 삶 전반을 다루는 것이니까.

 

     빅 데이터를 이용한 기술이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 주지만, 동시에 사람들을 특정한 유형에 맞춰 살도록 유도(혹은 강요)한다는 지적은 날카로웠다. 실제로 이미 우리는 비슷비슷한 아파트에 살면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는 모두 머리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등, 갈수록 획일화되어 가는 세상을 목격하고 있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건 단지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기획과 의도 때문이었다. 이른바 정보자본주의..

 

     문제는 단지 삶의 패턴이 일정해진다는 것에 있지 않다. 전형적인 삶은 전형적인, 그리고 예측하기 쉬운 생각을 만들어 내고, 이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휘둘리기 쉬운 사회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니까. 언젠가 민주사회는 사라지고 결국 메트릭스를 비롯한 수많은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내다본 것과 같은 독재사회도 그리 먼 훗날의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책이 꽤나 다양한 분야의 (조금은)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몇 개의 장들에서는 흥미가 좀 떨어진다. 무엇보다 관련 분야에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있다고 전제하고서 그냥 내용을 진행해버리니, 나 같은 문외한은 좀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면, 충분히 책의 논지에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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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 2015-07-08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노란가방 2015-07-08 18:31   좋아요 0 | URL
중간에 살짝 지루해지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전체를 놓고 보면 괜찮은 책입니다.
 
샤먼문명 - 별과 우주를 사랑한 지동설의 시대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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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동서양의 방대한 유물 자료들을 수집한 저자는 샤먼문화가 고대 동서양에 걸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뭐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도 충분히 인정되는 설명이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한두 발 더 나간다.

 

     우선 이 책의 제목처럼 샤먼문화가 단지 문화적 양상을 넘어서 (상당한 정도의 교리적 체계 가지고 있는) 하나의 문명을 형성했으며, 여기에는 상당히 과학적인교리들(지동설이라든지 별자리의 움직임을 반영한 무구라든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몇 발 뜀뛰기를 시작하더니 동서양의 고대문명을 아예 사면문명의 발명품 정도로 이해하려는 시각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엔 저자의 전작 샤먼 제국에서 주장했던 시각 - 동서양 역사의 뒤섞어 하나의 문명(사실 이 책에선 그냥 하나의 나라로까지 만들어버리긴 했다.)으로 묶어버리려는 까지 살짝 엿보인다. 결국 태초에 샤먼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

 

 

2. 감상평 。。。。。。。

 

     사실과 진실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후자가 실제로 있었던 일 그 자체를 가리킨다면, 전자는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틀 안에서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사실을 통해서 진실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는 필연적으로 나의 해석(그리고 선입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게 역사탐구에는 종종 심각한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걸 이 책의 저자인 박용숙 전 교수는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오늘날 랑케식의 실증주의적, 나아가 있는 그대로를 기술하는 것이라는 관점은 철지난 역사관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창의적인 해석을 내놓는 게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과학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고대 샤먼들이 과학적인 사고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저자 자신은 물론 출판사의 책소개에도 이 책이 과학적탐구를 담고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이르는 말이다. 역사가 과학적으로 탐구되는 완전히 객관적인 무엇이라고 생각했던 랑케의 의식을 반영하는 걸까? 그런데 책의 내용은 그와는 반대이니 아이러니할 수밖에..

 

 

     전작에서도 반복적으로 사용되던 증거였던 발음상의 유사성은, 이번 책에서도 주요한 증거로 제시된다. 예컨대 저자는 동양에서 머리에 쓰는 은 무속의 굿과 연관이 되고, 이는 다시 영어의 ‘god’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241). 물론 이건 부여의 대소왕이 페르시아의 다리우스왕과 동일인물이라는 전작의 설명 정도는 아니나, 과연 이걸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또 형태상의 유사성 역시 중요한 증거라고 본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형태상의 유사성은 , , 같은 매우 단순한 형태의 기호들이다. 하나의 선 위에 다른 선을 더하기만 하면 만들어지는 이런 기호들은 그저 곳곳에서 서로 관계없이 그려졌을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을까.

 

     책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금성 이데올로기도대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어떤 것에 이데올로기라는 명칭을 붙이려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큰 문명사적 영향력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이건 단순히 어떤 상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수준을 넘어서, 그것이 사람들의 정신적, 물질적 세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이 책의 금성 이데올로기는 여러 지역에서 삼각형의 도상이 사용되었다는 것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물론 이 책은 한민족이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모두를 합한 개념으로서의) 아시아의 중심이었다고 주장하던 전작의 과도한 민족주의적 시각을 정면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이번에는 그 중심에 샤머니즘이 있었고, 샤머니즘이 하나의 사원국가형태로(275) 아시아와 (이번에는) 유럽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제국을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제국은 단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듯하다. 중세 유럽에서나 볼 법한 기마무사가 훨씬 이전의 고구려 고분에 그려져 있는 게 그 증거라는(305) 설명은, 제국이 무력까지 행사할 수 있는 실제의 국가라고 보는 듯하다.

 

     중국정부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정부의 임나일본부설도 이런 식으로 주장되지 않았을까. 적은 문헌자료와 사연이 정확히 적혀 있지 않은 유물들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 그리고 여기에 역사에 특정한 관점을 부여하려는 강력한 동기.

 

 

     동서양의 다양한 유물들의 사진을 한 권의 책 안에 (그것도 상당히 많은 컬러 도판으로) 모아놨다는 점은 분명 이 책의 공헌이다. 저자의 중후반 결론부의 과도한 감정이입(이 부분은 사실보단 감정의 문제인 듯)을 뺀다면 모음집으로서의 이 책의 장점은 그대로 남는다. 그런데 이 부분 역시 생각해 보면 전작에 대한 내 서평의 마지막 부분 -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 살았던 고대인들에게 때때로(‘항상이 아니다) 나타나는 매우 놀라울 정도의 공통적 기억에 관한 발견과 그 자료들에 대한 매우 견실한 수집이 이루어졌다‘ - 이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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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의 천재들
신원동 지음 / 북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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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15세기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피렌체를 중심으로, 그 유명함 메디치 가문의 통치자들, 그리고 그들의 후원을 받아 기량을 뽐냈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 시대의 또 다른 천재들인 라파엘로 등의 예술가들의 생애와 작업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실 책 전체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미켈란젤로다. 저자는 그의 출생과 어린 시절, 그리고 왜 그토록 그가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남긴 위대한 작품들이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는지 등을 가상의 대화까지 섞어가며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중간에 한 챕터에 걸쳐 레오나르도에 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수성가형 예술가였던 미켈란젤로와는 달리, 아버지의 든든한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물론 합법적인 혼인의 결과로 태어난 게 아니라는 게 함정..;) 작업 활동을 하며 어떤 의미에서 귀족적인 정신과 태도에서 나온 창의적 능력을 보여줬던 인물.

 

     또, 물론 책 전체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설명되고는 있지만, 후반부의 몇 장에는 메디치 가문에 속한 남녀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2. 감상평 。。。。。。。  

 

     저자는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이 이루어졌던 그 시기 전반을 다루려는 게 아니라, 예술 분야에 집중하려는 자세는 좋은 선택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책 자체의 분량도 훨씬 늘어났을 테고, (이 책의 문장력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아마도 서술의 길을 완전히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책은 미켈란젤로라는 천재적 예술가의 삶에 대해 그다지 군더더기(낯간지러운 과장된 찬사나 지나치게 까칠한 자칭 분석적인 태도) 없이 잘 설명하고 있다. 관련분야의 종사자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책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의 이면에 감춰진 강박적 성격과 태도는 눈길을 끈다.

 

     또 책 곳곳에 실려 있는 컬러도판과 여유 있는 편집은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만든다. 눈에 피로도 적고, 가끔씩 쉬어가는 그림까지 보는 기회가 있으니.

 

 

     다만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 좀 어수선하다는 점과, 전문적인 저자로서의 내공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인지 문장들에서 깔끔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약점. 책 제목과는 달리 위에서도 언급했듯 미켈란젤로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비중 때문에 다른 천재적 예술가들은 간략하게만 언급되고 넘어간다. , 자주 사용되는 대화 구성기법은 사실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애초에 이 책이 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이런 구성은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면 책의 분위기를 깨고 만다.

 

     저자가 역사가가 아니라는 점은, 당시 상황에 대한 정밀하지 못한 설명들로 나타나고 만다. 엄밀히 말해 메디치 가문은 을 자칭하지 않았고(메디치 가문의 수장들은 공작, 혹은 통령으로서 다스렸지 결코 한 명도 왕을 자칭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위대한 로렌초로렌초 대왕으로 번역하면서 세종대왕과의 유사점을 찾는(둘 다 대왕으로 불렸다’) 부분은 넌센스다. 또 단테에 관한 설명(181)에서 백색당이었던 그가 축출되는 과정을, (정적인 흑색당에 의해) ‘흑색당이 괴멸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아마도 백색당이 괴멸되었다고 쓰고 싶었던 듯?) 사실관계의 오류까지 있다.

 

 

     전반적으로 교양서적 수준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읽어내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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