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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 1 - 윌슨에서 케네디까지 ㅣ PEACE by PEACE
올리버 스톤.피터 커즈닉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1. 요약
。。。。。。。
뭐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아,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 한
때 미국을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는 매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나라로 여기던 시각이 있었다. 일명
‘세계의
경찰국가’로
자처하던 시절이다.
물론 실제 경찰들이 그러하듯, 미국
역시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만 싸우는 건 아니었고, 도덕적이기
보다는 그냥 도적으로 보이던 시기 역시 결코 짧지 않다. 이
책의 두 저자들은 그런 미국의 자화자찬적 수사로 감춰진 실제 모습을 고발하기 위해 이 두꺼운 책을 썼다.
우선 미국의 22대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을 보자. 그는
그 유명한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발표해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로 고생하고 있던 세계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준다. 하지만
실제 그는 1907년
프린스턴대학교 총장으로 있던 시절, ‘닫혀
있는 나라들의 문을 때려 부수고, 정부의
각료들은 자국의 금융가들이 외국에서 따낸 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
과정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나라들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도 괜찮다’고
발언했던 인물이다.(42-43)
당연히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그가 주장했던 민족자결원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전승국들은
패전국들이 차지하고 있던 식민지를 빼앗아 자신들의 목구멍으로 삼켰다. 미국이
여기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오히려
윌슨은 독재자들을 뒤에서 지원했으며(이건
이후 수많은 미국 대통령들의 일관된 행보 중 하나다), 백인우월의식으로
가득해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흑백차별을 가하고 있었다.
저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참전과 활약으로 끝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도 보여준다. 실제로
전쟁 동안 나치 독일군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또
피해를 입었던 나라는 다름 아닌 소련이었다. 그러나
거드름 피우기 좋아하던 미국의 트루먼은 시종일관 고압적인 자세로 스탈린의 소련을 다루려고만 했고, 이는
결국 냉전을 촉발시켰다.
전쟁 말기 일본에 떨어진 두 발의 원자폭탄은 당시 미국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극우파들의 본성을 잘 드러내 준 사건. 이미
일본은 항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소련을
견제하려고 했던 트루먼 정부는 보란 듯이 새로 개발된 원폭을 떨어뜨릴 구실을 찾고 있었다는 것. 이후에도
미국정부는 꾸준하게 소련의 위협을 거론하면서 핵무기를 개발, 확충했고, 결국
세계를 파멸로 몰아 놓을 핵 군비경쟁의 문을 열어 놓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는 케네디 대통령 시기 쿠바 사태는, 이렇게
시작된 핵 군비경쟁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말년의
케네디는 소련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시도를 하지만, 그의
암살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2. 감상평
。。。。。。。
어느
나라든 자랑스러운 일들만 내세우기 마련이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역사를 덧칠해서는 과거를 제대로 볼 수 없고, 과거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현재를 제대로 해석해 낼 수 없으며, 미래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가까운
일본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전범의
후손들이 정권을 잡고 앉아서 할아버지 대의 일들을 감추고 미화하기 바쁘니 주변국들과의 제대로 된 관계개선이 될 수 없고, 결국
이건 국민들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키워진 아이는 결국 바보가 될 뿐.
책을 읽고 나서 문득 왜 USA를
‘미국(美國)’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졌다. 이
말이 ‘아메리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음독한 것(아마도
아‘메’리카의
‘메’를
‘미’로
옮긴 듯?)이란
것까진 그럴 만하다 싶다. 그런데
왜 하필 많고 많은 한자 중에 아름다울 ‘미’를
사용했을까? 알아보니
일본에선 쌀 미(米)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도
원래 이를 사용했었는데, 해방
후 이승만의 반공정책이 시작되면서 미국을 절대선으로 묘사하는 분위기가 나타났고, 그
결과 이렇게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건
참 난감한 경우다.
USA를
美國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굉장히 불온한 서적으로 보일 것 같다. 그
정의롭고 아름다운 나라가 독재자를 뒤로 후원하고, 정당한
선거로 선출된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을 암살하고, 군비경쟁을
촉발 시키는 장본인이라니.. 더구나
2차
대전을 끝낸 것도 미국이 아닌 소련의 힘이었고, 그
사이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부분에 이르면 강한 의심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은 매우 설득력 있는 증언과 증거에 기반해, 지난
100년
미국이 저질러온 범죄들과 비열한 행태들,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모습 등을 고발한다. 그냥
아니라고 부정하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 행정부의 비열함은 수많은 외국 국민들을 고통과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미국
국민들의 심성에까지 미쳤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어느
순간 미국인들은 더 이상 미국군이 외국에서 벌이는 잔혹한 행위들에 분노하거나 충격을 받지 않게 되어버렸고, 이는
2차
대전 말기 실시되었던 여론 조사의 결과에서 뚜렷하게 증명된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일본이 좀 더 늦게 항복하기를 바랐는데, 그
이유는 원자폭탄을 더 많이 떨어뜨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이 광란의 질주에서 몇몇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정치인들도 있었다. 1차
대전 중 독일군에게까지 잠수함과 비행기를 팔아대며 증오의 열매를 즐겼던 군수산업계에게 중과세를 통해 제제를 가하려 했던 몇몇 상원의원들과
정치인생 동안 일관되게 세계평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했던 헨리 월리스 같은 인물들이 그 예. 하지만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 그렇듯, 그런
선구적 인물들은 대개 인정받지 못하거나, 모함을
받거나, 숙청되고
만다.
가만히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 우리의
정치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니까. 미국처럼
국력이 강하지 못하니 세계의 깡패가 될 수는 없었지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직 돈을 위해 일하는 정치꾼들이 판치는 모습은 그 아름다운 나라를 꼭 닮아 있다. 미국이야
무식하고 허영심 많은 대통령이 앉아 있어도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우리처럼
빈약한 자원의 나라는 이젠 거의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찬찬히 읽어나가면 재미있는 책. 아직
두툼한 두께의 2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