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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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저자도 말하지만 연식이 좀 있는 분들께 고고학 하면 떠오르는 건 단연 인디아나 존스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진로에 영향을 강하게 준듯, 인디아나 존스도 여러 사람들 고고학의 길로 안내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고고학은 무척 영화와 다르다. 하루종일 흙바닥에 앉아 모기나 추위 및 더위, 야생동물과 씨름하며 생활한다. 야전생활과 다름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걸 파내는 거도 아니다. 대부분의 고고학적 발견은 보물찾기와는 다른 것이다.

 실제 인디아나존스처럼 다른 나라에 자기 맘대로 가서 여러 사람 때려패고 죽이며, 보물을 탈취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다름아니다. 제국주의적 시각이 매우 강하게 반영된 영화인데 그래도 사람들의 모험욕을 자극하는 맛이 있긴하다.

 책은 고고학적 지식과 고고학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마음을 잘 버무렸다. 읽기 쉽고 재밌다. 물론 고고학 지식을 많이 기대한 사람에겐 다소 아쉬울수 있겠다. 들어가보자.

 

1. 죽음

 인간은 스스로 유한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죽음을 자각하며 두려워한다. 모든것이 사라질 죽음만을 인식한다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죽음의 극복방안으로 고대인들은 무덤을 만들어냈다. 죽은자와 그 영혼의 불멸함을 거대한 건축물인 무덤을 곧이 만들어 기념함으로써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무덤은 부활과도 강력히 연결된다. 부장품을 넣는 것도 그런 것이고 양식도 그런면이 있다. 한국의 독무덤은 주로 어린아이를 묻었는데 항이라가 자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곧 부활을 기원하는 것이다. 시베리아에서는 통나무관이 발견되는데 나무가 하늘로 자라는 것처럼 죽은 사람 역시 하늘로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아이의 경우는 독무덤처럼 나무의 공동안에 묻었으며 자리가 모자라면 더 파내기도 했다. 또한 죽은 사람의 관을 마치 열마처럼 나무에 매달기도 했다.

 사람이 죽으면 임사체험이란걸 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서양을 통틀어 공통적으로 나비를 보는 경험이 나타난다. 이 체험에 문화가 기저작용을 한다면 나비는 죽음과 관련하여 동서양에 상징하는 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나비는 애벌레어서 번데기를 거쳐 다시태어나는 느낌을 주는 생명체이므로 죽은 사람과 나비는 제법 잘 어울리는 것이 된다. 고대 요동지역의 홍산문화에서는 옥룡형태로 있던 애벌레와 나비 문양의 옥기를 무덤에 묻어 이 같은 생각을 반영하기도 했다.

 유라시아 전역에서는 제사 후 그릇을 깨는 풍습이 있어 공통적으로 무덤 주변에서 다량의 깨진 토기가 발견된다. 이는 저승과 이승을 반대로 생각하는 것으로 이승에서 깨지거나 부서진 것이 저승에선 제대로 된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루어진 행동들이다.

 조개무덤인 패총은 쓰레기장이다. 조개만 남아 있어 조개 무덤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고대인들이 조개만 따로 버릴리 없다. 패총은 종합생활쓰레기장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패총에선 옷가지나 생선뼈등 다양한 생활물건이 발견된다. 이는 조개껍질이 알칼리를 띠어 다른 것들도 잘 보존해준 역할이 크다. 패총은 여러가지 의미를 던져주는데 우선 당시의 해안선이다. 패총 인근은 당시 해안선인데 지금기준으로 생각하면 놀라운 경우가 많다. 다음은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 습관이고 조개껍데기를 통해 당대의 기후를 추정할 수 있다.

 

2. 먹을 거리와 약재, 샤면, 의술

 보리는 동아시아에서 이모작 작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근동이 원산지다. 식량으로 적합치 않아 동아시아에서는 멀리 했던 작물인데 어인일인지 5천년전 중국에서 맥주가 발견되었다. 이는 당시 동서교류가 생각보다 활발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맥주가 그대로 왔을리는 없고 보리와 맥주제조법이 왔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인삼은 중국에 알려지고 약효능을 인정받은게 후한대다. 인삼은 고구려, 백제가 주로 중국에 진상하는 상품으로 과거부터 매우 귀했다. 이유는 웬일인지 만주의 산악지대에서 자라는 것만이 효능이 우수했으며 말려 장기간 보존하는 방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발해는 영토를 상당히 동북쪽으로 뻗어나갔는데 이 쓸모없는 동토를 개척한데는 아무래도 인삼과 모피 같은 사치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견해가 타당하다.

 한국은 농경문화권임에도 소를 도살하고 잡아먹는 조리법이 상당히 발달했다. 먹는 부위도 매우 다양한데 이는 소고기의 부족때문이란 설이 있다. 조선후기로 접어들며 신분세탁 및 위조로 양반계층이 많아졌고 이들의 고기 수요로 인해 소고기가 부족해 다양한 부위를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은 북방민족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고문에 따르면 소고기는 사슴고기를 다루는 것과 매우 유사한데 유목민들은 사슴고기를 잡고 처리하며 피부터 뿔까지 거의 모든 부위를 먹는다. 이들이 고려후기부터 조선에 편입되며 백정계층이 되고 조리법과 처리법을 소에도 적용해서 조리법이 다양해졌다는게 두번 째 설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는 침술이 매우 발달했다. 침술이 먼저 발달한 곳은 두만강 유역으로 중국에서도 침술을 배우러 이지역으로 갈 정도였다.  이 지역이 침술이 발달한 이유는 혹독한 기후와 관련이 있다. 이 지역은 매우 한랭하여 사람들은 겨울철이면 집에서 화로가에 머물고 심지어 화장실도 실내에 있었다. 이와 같은 불결한 환경에서는 피부병이 생기기 쉽상이었고 종기를 바늘로 째는 치료법이 발달한 계기가 되었다.

 고대의 암각화를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샤면의 모습은 머리가 버섯모양이다. 이는 당시 샤면들이 신을 만나는 가정에서 환각작용을 하는 독버섯을 복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다양한 버섯의 효과를 알고 있었고 샤먼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상당한 부작용과 모험을 감내했던 것으로 보인다. 불교나 기독교의 성인들의 머리 뒤 아우라는 이 버섯의 변형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3. 고고학과 정치, 전쟁

전쟁은 여러 인간의 사회문화를 발전시켰으며 고고학도 예외가 아니다. 1차대전에서의 참호를 건설하고 이용하는 방법은 고고학에 그대로 적용되어 유물의 발굴에 이용되었다. 또한 당대엔 처음으로 비행기가 전투에 이용되었는데 조종사들은 공중을 선회하며 땅을 살피다 우연히 튀어나오가나 인공적으로 생긴 부위를 발견하게 된다. 평소엔 눈에 띄지 않던 그 지역은 고대의 유적이 있떤 지역이었다. 돌이 있거나 땅이 다져저 다른 지역보다 농작물이나 풀이 약간 덜 자라 공중에선 눈에 띄었던 것이다.

 전투를 하며 촬영한 수만장의 사진은 이런 식으로 유적지를 발견하는데 전후에 이용된다. 항공고고학의 탄생이었다. 제국주의에도 고고학은 어용된다. 많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적을 찾거나 발굴해 도적질을 하고 자신들의 침략에 이용했다.

 일본은 중국과 한국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마민족설을 제창했다. 일본의 초기 한반도 도래인을 대륙에서 건너온 기마민족이 무찌르고 지금의 일본을 세웠다는 설이다. 이 설을 주창해 그 증거를 찾아 침략을 과거 영토를 회복하는 것으로 정당화하려는 의도였다. 이 의도는 한반도에서 황금유물이 발견되며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주목을 받자 다행히 방향이 선회되었다.

 인간이 가장 마지막에 정착하는 섬 나라들은 아무래도 고대문화가 늦는 경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헌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고고학적 사기를 꽤한 시도가 동서양에 있었다. 먼저 영국의 필트다운인이다. 19세기말 영국의 찰스도슨은 유인원과 인간의 뼈를 조합해 고지능의 원시인류를 영국에서 만들어낸다. 당시는 독일에서 네안데르탈이 발견되고 프랑스에서 아비뇽벽화가 발견되는등 인류의 시원이 영국의 경쟁국가에서 발견되고 있던 실정. 이에 뒤질수 없던 영국이 이런 가짜촌극을 지어낸 것이다. 찰스도슨은 아마추어 고고학자로 이 모든걸 행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아마도 영국고고학계가 집단적으로 눈을 감고 암묵적 지원을 한걸려 여겨지는데 이 희대의 사기극을 무려 50년이나 지속되어 1950년대에야 재공론화되어 종지부를 찍는다.

 동양은 일본이다. 무려 1990년대에 일본의 후지무라 신이치가 범인이다. 이 사람은 유물을 무려 10년이나 조작했는데 그의 학력이 고졸에 불과하다. 영국처럼 나라 전체의 고고학계가 공범이란 생각이 강하게 드는 부분이다. 그는 직접 뗀석기 유물을 제작해 파묻고 신마냥 기적처럼 발굴하는 기적을 일으켜 신의손이라 불렸는데 일본 구석기의 역사를 무려 70만년전으로까지 끌어올리는 무리수를 두었다. 이를 의심한 일본 마이니치 신문가자가 몰카를 통해 후지무라가 직접 유적을 조작하는 모습을 포착해 이 희대의 사기극 역시 종지부를 찍게된다. 최근에 일어난 일이고 이것이 일본 극우집단에 이론적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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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교육을 디자인하는 학교교육과정 - 학생의 성장을 돕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보고서
박승열 외 지음 / 살림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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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부터 교육계에도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몰아쳤다. 세계의 교육은 이때부터 중앙집권화와 교육목표의 표준화를 주요 흐름으로 잡았는데 한국의 김영삼 정권도 공교육의 시장화와 학교민영화로 이에 호응한다. 공교육의 시장화와 민영화로 자율권을 주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와 같은 간극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교육과정은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며 매 개정시마다 시도와 지역 교육청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자율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는데 문제는 이것이 문서상으로만 작용한다는 점이다. 관련 법개정이나 제도적 장치의 마련은 미비했고 이에따라 한국의 교육은 아직도 표준화가 강한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표준화 교육의 문제점은 널리알려져있다. 소위 국영수위주의 교육이 시행되고 객관식 시험과 서열화가 선호되며 교육과정과 평가가 표준화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구성원간의 경쟁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적이다.

 학교교육과정 디자인은 이런 표준화 교육을 넘어서 학교와 지역사회, 학생, 교사에게 걸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이다. 그 학교만의 혹은 그 반만의 교육과정은 반드시 필요한데 학교차지, 공동체 중심의 학교문화 형성, 교사전문성의 신장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적합하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학교교육과정 디자인은 그 과정에서 교육목적이나 목표, 교육내용, 학습경험, 평가등과 같은 기존의 교육과정 요소를 재배치하여 구성하게 된다. 교육과정 디자인은 기존의 교육과정 설계보다 더 진보적 개념인데 만들어간다는 역동성의 측면, 교육과정 계획과 수업에서의 실천과 평가간의 완결구조를 지향하고, 교육과정 설계 행위의 핵심주체가 교사라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2015 개정교육과정은 각 교과별로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의 성취를 위해 교사가 교육과정내용을 자유롭게 재구성하는 것을 허용한다. 다만 교육과정의 재구성에서는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의 일체화가 중요하다. 여기서 일치는 단순히 삼자의 교집합이 아니라 수업안에 교육과정이 포함되고 그리고 교육과정안에는 평가가 포함되는 형태다. 모든 교육과정 내용을 평가하지 않고 실제 수업에서는 교육과정 이외에 내용도 가르쳐진다는 측면에서 일체화는 이런 형식을 띠게된다.

 일체화가 이루어지면 학생은 진정한 배움과 전인적 성장을 하게 되며, 교육목표 수업 평가의 일관성이 생기고 사고력 및 지식의 구성을 중시하는 교수학습방법이 권장되게 된다. 또한 평가역시 서열화와 결과중심에서 벗어나 학생의 과정과 성장을 중시하는 형태로 가게 된다.

 교육과정 디자인에는 크게 네가지 유형이 있다. 교과중심설계, 학습자중심설계, 문제중심설계, 역량중심설계다. 네가지가 모두 의미있고 유효하지만 2015개정교육과정과 가장 궁합이 좋은 것은 역량중심설계다. 이는 2015개정교육과정이 학생의 역량배양을 목표로 하는 역량중심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역량중심설계에는 백워드 설계가 있다. 위긴스와 맥타이어가 제안한것으로 이해중심교육과정의 설계방식이기도 하다. 여기서 이해란 학습자가 새로운 지식을 기존 지식과 관련지어 파악하여 일반화된 지식이나 원리는 다른 맥락과 상황속에서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때문에 백워드 설계를 위해서는 먼저 가르쳐야할 중요한 교육내용을 핵심, 개념, 기능, 일반화된 지식으로 추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성취기준을 고르면 된다. 다음은 이해의 증거로 수행평가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행평가를 학생이 실제 수업과정에서 협력하여 수행할수 있게끔 교과를 재배치하고 통합하면 교육과정이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학생의 역량배양을 보장하며 평가-수업-교육과정의 자연스러운 일체화를 이루게 한다.

 한편 수행평가는 GRASPS원칙에 따라 설계해야 한다.

여기선 각 영문자는 아래와 같다.

Goal 목표로 학생이 수행과제에서 가져야할 과제의 방향

Role 학생이 요청받은 실제역할

Audience 과제를 수행할 구체적 대상 혹은 관중

Situation 실생활 맥락에서 학생들이 처한 상황

Products 수행평가로 만들어야 할 결과물

Standard 결과물이 갖추어할 세부요소

 책은 교육과정 디자인의 철학과 세부 실천방은이 매우 잘 수록되어 있다.현직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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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출간 2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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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의 소설은 오직 두사람과 검은꽃을 보았다. 이번에 본 엘리베이터가 세번째 인데 리커버 판이라 최근에 옷을 갈아 입고 나왔지만 20년 전 작품이다. 단편 집이고 작가가 젊을때 쓴 책이란 느낌이 많이 드는 편이다.

 세월의 흔적도 많이 느껴진다. 20년전이니 등장인물들은 스마트폰은 커녕 핸드폰보다도 삐삐를 많이 들고 다니고 pc통신을 사용한다. 수록된 단편의 한 등장인물은 무려 cd를 불법복제해 프로그램을 팔다 검거되기도 한다.

 책에는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어이없고 기괴한 편이다. 일상적인 내용이나 낭만적인 내용은 사실상 없다. 성관계장면도 무척 많이 나오는데 거의 수록된 전 단편에 나오는 편이다.

 아침 출근길에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계단을 택한다. 지갑을 놓고 왔는데 계단을 내려가다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끼인걸 발견한다. 그를 위해 신고를 하고 싶지만 누구도 핸드폰을 빌려주지도 않고 자신도 어이없는 일에 연루된다. 다른 이야기에선 여자가 결혼을 한다. 남편은 작가인데 동서양의 고전과 지식에 박학하고 어둡다. 웬지 그녀는 관에서 자고 성욕이 적은 그가 흡혈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피를 더이상 빨지 않는 것은 세상에 적응한 탓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무려 번개를 맞는 동호회가 나온다. 가입조건은 실제 번개를 맞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검증은 흔적이 없으니 이야기를 통해서 검증하는데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어 진위를 구별한다. 이들은 번개를 맞은 경험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다시 오기 어려운 그 희열을 느끼기 위해 번개를 찾아다닌다.

 대개의 단편이 이런 식이다. 일전에 접한 두개의 작품과는 많이 달라 읽으면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작가의 혈기왕성하면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젊은 시절을 마주한 느낌이라 이것도 그런데로 괜찮았다. 막히는 차안에서 몰려오는 졸음을 대하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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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기획이다 - 교과서와 교육과정, 최고의 수업을 만드는 행복한 수업 멘토링 행복한 교과서 시리즈 33
최무연 지음 / 행복한미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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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수업방법과 교과서 활용방안이 들어간 알찬 책이다. 오랜 시간 열심히 교사로 살아온 내공이 느껴진다. 교사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교육과정을 국가수준과 지역수준의 지침을 바탕으로 주어진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얼마든지 재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교사는 많지 않다. 시간도 능력도 관심도 행정적 뒷받침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주어진 교과서를 위주로 현장에선 수업이 많이 진행되는 편이다. 그럼에도 교과서 중심수업은 비난을 받기 쉽상인데 이 책이 인상적인 점은 교과서와 교사용지도서 역시 좋은 자료로 잘 활용하단 점이었다.

 성취기준은 교사의 재구성을 위한 자율성을 보장한단 측면에서 몇몇 교과를 빼곤 상당히 폭넓게 서술된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실제 교육과정 의도와는 다르게 교사가 잘못구성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책은 이런 교육과정 오독의 방지를 위해 교과서와 지도서, 그리고 성취기준 해설서를 봐야함을 강조한다.

 교과서에 대한 비유도 재밌는데 교과서와 성취기준 수업재료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공식품과 신선식품으로 비유한다. 교과서는 이미 만들어져있어 뭔가 바꾸기 어렵단 면에서 그리고 성취기준은 그야말로 날 것으로 교육내용을 내가 구성해야 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교과서와 수업을 프랜차이즈와 가맹점으로 비유하기도 했는데 수업을 위한 모든 재료와 도구를 제공하고 나는 그것을 실행만 한다는 면에서 매우 좋은 비유였다.

 책에선 수업주제를 선정하는 것과 수업을 위한 소재의 사용을 매우 강조한다. 책은 수업주제 선정의 일반 원칙으로 학생의 흥미, 교사의 관심과 능력, 학급환경, 지역사회의 문제점이나 사회현상, 이슈등을 제시한다. 이들을 교사가 고려하여 성취기준에 맞게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주제를 선정후 수업과정들을 구성하는데 4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실생활이나 사회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생활에서 필요한 무언가를 제안하거나 설계해서 모형으로 만드는 방식, 공연이나 행사를 개최하는 방식, 조사탐구하는 방식이다.

 수업소재로 저자는 평소에 자주 꾸준히 저장하고 모을 것을 강조한다. 수업과 목표가 정해지고 찾기보단 평소 티비를 보며, 만화나 책을 보며, 혹은 유투브를 보며 저장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며 좋은 수업소재가 될 수 있으며 좋은 수업소재는 좋은 수업으로 연결되기 쉽다. 아이들의 흥미과 관심을 극대화히기 때문이다.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독특했다. 방송프로그램은 상당히 재밌고 짜임새 있어 의외로 수업과정과 매우 잘 어울린다. 여러 장점이 많은데 아이들이 이미 프로를 알고 있어 복잡함에도 규칙 이해가 빠르다. 프로그램이 많아 교육에 맞는 적합한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으며 수업전 전 과정을 볼 수 있어 구상에 유리하다. 또한 아이들의 흥미도도 높고 교과서의 단점도 보완한다.

 이외에도 책에는 다양한 수업방법과 소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교사에게 재밌고 쉽고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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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의 시대에 태어난, 불안한 사람이 쓴 '불안의 책'이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읽어보니 그는 포르투갈 사람이고 20세기 초반을 살았고, 수도인 리스본에 거주했다. 도라도레스 거리가 직장과 집이 있는 곳이며 집은 4층의 방이다. 그는 책의 500개에 가까운 단상 대부분을 여기서 썼다, 직업은 지금은 아마도 거의 모든 직장에서 엑셀이 하고 있을 회계사무원이었다. 사장은 바스케스란 사람이였고, 결혼은 안했으며 당연히 아이도 없었을 그의 이름은 '페르난두 페소아'다.

 그가 태어나고 살아간 시대는 1차대전도 있었지만 불안한 시대였다. 한 철학자가 신이 죽었다고 선언했고 과학은 물질적 증거로 신의 부재를 증명하고 있었으며 시대는 빠르게 변화했다. 이런 불안한 시대에 페소아는 심지어 가정도 불안했다. 어머니가 일찍 죽었고, 아버지도 그랬다. 어린 나이에 숙부에게 맡겨져 고아처럼 자랐다. 예술도 불안했는데 그래서인지 책에서 그는 여러차례 낭만주의를 비판한다.

 이런 시대적 가정적 배경도 있었지만 사실 그의 불안은 자신의 내면에서 기인하는 걸로 보인다. 바로 남들보다 예민한 감각과 이에 반응하는 그의 지성과 감성이다. 그는 항상 자연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사상이든 무언가를 경험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에 대해 자신의 지성과 감성이 얽혀 무수한 단상을 만들어냈다. 그게 이 책으로 엮인 것인데 단상의 수는 무려 481개다.

 단상의 주제는 다 다르고 장면도 다양하지만 크게 종합해보면 '자신을 알려는 일', '다른 사람들', '예술'인듯하다. 페소아는 평생 자기 자신을 알아내려는 시도를 하는데 사실 처음부터 그는 이게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있다. 나라는 존재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각각 변화하고 이전의 나와 최종적으로 합치하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나라는 존재는 생물학적으로 설계된 무의식적인 부분이 있기에 의식이 이를 파악하기 어렵고, 사회나 문화, 그리고 같이 살아가는 타인들의 다양한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변형된다. 그렇기에 진정한 나를 안다는 것은 결국 불가능하며 진리조차 없다. 신이 없고, 과학이 있지만 그것조차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평생 나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알려고하는데 무척이나 모순되면서도 맞는 방향으로의 충동이기에 부정하기 어렵다.

 나라는 존재가 이렇기에 타인을 알고 진정한 이해를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진정한 나를 아는 것이 어렵기에 이런 상황은 타인 역시 마찬가지고 결국 우리가 서로 맺는 교류나 관계라는 것들은 진정한 나를 포기한 상태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것들이 된다. 특히, 페소아는 다른 사람들을 경명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알수 없다는 것도 알지 못한체 그저 동물처럼 주어진대로만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찌보면 사회구조나 정치나 민족주의 같은 여러 허상속에세 그것이 진리인마냥 살아가는데 호모데우스에서 하라리가 말한 허구와 같은 개념이다. 페소아는 이런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경멸하지만 정작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낀다는 점에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일전에 본 책 '행복의 기원'에서는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여러가지의 것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오는 행복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는 의외로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양자에게 모두 해당이 되었는데 적극성과 소극성에서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이며 여기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책의 골자였다.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측면이 있다. 생존과 번식이 생물의 목표라면 사회성을 갖는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을때 이것들에 성공할 확률이 현저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계속되어야 하기에 행복이란 감정은 유난히 휘발성이 강하기도 하다는 점이다. 즉 행복은 계속 될 수 없고 아무리 달려도 쉽게 잡히지 않는 눈눈앞에 매달려 나와 같이 움직이는 당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페소아는 사람의 이런 측면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페소아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동물들과 같다고 보았는데 설계된 본능적 측면에 매달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에 의존해서 살고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는 행복이 행복 바깥에 있다고 말한 점은 이런 의미로생각된다.

 이렇게 알수 없는 나 자신과 이룰수 없는 타인들의 이해나 관계맺기에서 일종의 해방구처럼 느껴지는게 예술이다. 페소아는 예술의 역할이 우리가 느끼는 바를 타인들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술을 통한 어느정도의 관계맺기는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페소아는 우리의 개별성을 제공하여 이를 통해 타인이 스스로에게서 해방되도록 한다고 말했는데 이 개별성은 또 역설적이게도 완전하 나 자신이나 진리도 아니다. 그것은 도달될수 없는 것이기에 당연하고 우리가 서로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도 불가능하기에 예술을 통한 전달에서는 내 느낌의 진정한 본질을 다소 왜곡하더라도 나의 감정을 전형적인 인간 감정으로 전환하는 일이 필요하다. 즉, 우리가 남들과 함께 느끼는 동일성을 만들어내 전달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페소아의 많은 생각에 동의가 들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사회적 운동이나 다른 사람과의 연대를 부정하는 부분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나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맺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주창하는 부분은 공감되지만 그래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이런 부분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도 더 잘 이해하는 부분이 있지않을까나. 물론 페소아 자신도 책에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꾸준히 타인을 갈구한다. 아예 관심이 없어다면 그리 많은 단상으로 다루지도 않았을 것이다.

 페소아는 책에서 다른 사람과의 공통적인 경험, 나와 그 사람과의 접점, 그리고 상상력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데 아무래도 페소아와 나와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솔직히 내겐 무척 어려운 책이었고, 단상들의 상당부분도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때그때 쓴 단상이기에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면도 많다. 시간을 두고 좀더 이해해봐야할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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