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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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은 우리가 부러워하며 앞서가는 성평등 국가들이 모인 곳이 서유럽이다. 하지만 그들의 성평등 상황도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진 않는다. 사실 역사를 조금만 살펴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는 유럽에서 여성참정권이 보장된 해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는데 영국은 겨우 1928년이고 이 소설의 배경인 프랑스는 1946년에 이르러서야 도입되었다. 그러고보니 1948년인 대한민국과 큰 차이가 없다. 거기에 나름 유명한 고소득 복지국가인 스위스는 1971년이다. 거의 전세계 꼴찌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럽일지라도 100여년전에 태어난 여성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자신이 몸담았던 사회의 성평등의식 변화는 기술변화와 마찬가지로 상전벽해 수준일 것이다. 그리고 그걸 소설로 담아낸것이 이책 '루거 총을 든 할머니'다. 루거총은 나치독일이 2차대전때 사용한 권총이다. 그걸 프랑스인 할머니가 갖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베르뜨 가비뇰이다. 소설의 배경은 2016년으로 베르뜨의 나이는 무려로 102세다. 이 노인은 경찰서로 연행되는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중무장하여 집안에 있던 루거총과 22구경 장총으로 옆집 남자를 쏴서였다. 이유도 기가막히다. 한 연인이 할머니의 차를 훔치려다 눈에 띈다. 그들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를 세상에서 가장 중시하는 할머니는 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도피자금까지 준 후, 옆집의 고약한 법무사차를 훔치라고 조언한 후 시간을 벌어주고자 그 법무사 녀석의 엉덩이에 구멍까지 내준 것이다. 거기에 좀더 시간을 끌어주고자 무장한 경찰녀석들과 대치하며 폭언을 퍼부우며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덤이다.

 경찰 벤투라는 이 엄청난 할멈을 연행하여 심문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여생이 얼마남지 않은 사람에게 무서운 것이라곤 없었다. 심문을 하는건지 당하는건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수사관 벤투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된다. 우발적 범행을 보였던 것 같던 이 할멈이 사실은 연쇄살인마였던 것. 할머니의 지하실엔 무려 7명의 유골이 파묻혀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현재인 2016년과 할머니의 과거로 병행한다. 베르뜨는 가난한 여자들만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 남자복이 워낙 없는 집인지 외할머니도 어려서 남편을 잃었고, 어머니도 1차대전에 남편을 잃었다. 베르뜨가 1차대전 발발시점인 1914년생이니 아버지 없이 자란 셈이다. 그래도 집안 여자들은 수완이 좋았다. 외할머니는 장사를 하다가 증류기를 만들어 독한 술을 팔았고, 약했던 어머니는 어느 순간 약간의 옷가지만 가지고 집을 떠나버렸다.

 베르뜨는 100년전 여성 답지 않게 가부장적이지도 않고 주체성이 있는 자아가 강한 여성이었다. 성적인 쾌락부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아름다운 외모를 자각하고, 성감대가 발달한 사춘기 이후 동네 남자아이들 그리고 같은 동년배 여아들과 동성애를 즐겼다. 정신적인 감흥은 없었다. 그냥 경험하고 싶고 즐기고 싶어서가 다였다.

 그러다 그녀는 자신보다 무려 20살이나 많은 동내 잡화점 가게 주인과 결혼한다. 가난했고, 할머니마저 노쇠하여 수입원이 마땅치 않던 베르뜨로서는 나름 최선의 현실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신적 지주였던 외할머니는 그녀의 선택을 마뜩지 않다. 그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 어찌할줄 모르는가 그사람이 매일 아침에 곁에서 눈을 떠도 괜찮은가등의 질문을 던지며 말이다. 이 남자는 베르뜨를 보고 반해 어찌할줄 몰라 결혼하지만 밤자리에서의 그녀의 대담함과 자유분방함에 곧 놀라고 당황한다. 곧 여느 남자처럼 아내를 다스리기 위한 폭력이 시작되고 베르뜨는 할머니의 죽음에도 무신경했던 이남자를 삽으로 쳐서 죽인다 .그녀의 첫살이이고 지하실로의 암매장은 이때 의식처럼 시작된다.

 다음은 2차대전중 그녀를 강간하려고 들어온 독일 군인 녀석이었고, 그녀석이 이후 그녀의 심벌처럼 되버린 루거총을 본의 아니게 선물하게 된다. 이 총은 어쩌면 나치보다 베르뜨의 손에서 더 많은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르겠다. 베르뜨는 계속 이런 저럼 이유로 결혼이라는 실수를 한다. 사랑보다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 혹은 경제적 이유에서, 혹은 그냥 외로워서였다. 그런 결혼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그녀를 손찌검했던 남편들은 나란히 루거총의 희생자가 되 첫남편 주위에 묻힌다. 이런 그녀에게 동네사람들은 공포와 멸시의 의미로 블랙위도우란 별명을 선물한다.

 그러던 그녀가 영원의 사랑을 만난다. 미군 루터였다. 흑인인 루터는 처음 본 흑인이었고 별천지의 세계에서 온사람 처럼 성평등적이었고,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낡은 성관습이나 고정관념에 얽메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유분방하며 자아가 강한 베르뜨를 모두 받아주었다. 베르뜨가 정작 어울릴 수 있었던 사람이 미국 사회의 마이너 흑인이란 점은 작가가 당시의 시대상황과 지금의 시대상황을 비판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보인다.

 하여튼 루터와의 만남은 더욱 극적이다. 처음 만난 1945년엔 루터가 기혼자여서 미국으로 돌아가야했지만 15년후인 1960년엔 아내와의 사별로 베르뜨 곁으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은 그후로 무려 15년을 행복하게 같이 산다. 베르뜨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을 시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건은 베르뜨를 다시 살인의 길로 이끈다. 연쇄살인마지만 공감가는 살인을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 책이다. 성평등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과거로의 재밌는 여행이 이어지며 책은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정말 재미난 책이다. 추천한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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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리질리언스 - 다시 일어서는 힘
천경호 지음 / 교육과실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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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다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전문가는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책에서 인용한 제프딕슨의 우리 시대의 역설이다. 교육과 관련한 말이 많다. 교육학이 많이 발전하고 다양한 교육매체와 사교육이 판을 치지만 학생들은 그다지 과거보다 똑똑해지거나 더 착해지지 않은듯 하다. 실제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금시대의 학생은 10년전의 학생보다 오히려 인지능력이 감퇴했다고 한다. 정크푸드와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환경, tv, 인터넷과 게임, 작은 성인을 만들어내는 마케팅을 그 원인으로 본다.

 책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회복탄력성이다. 하지만 회복탄력성자체가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잘 담아내지 못하기에 저자는 리질리언스란 용어를 책에서 사용한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피할수 없고 이를 이겨내고 살아가야하기에 리질리언스 갖는다. 하지만 이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개인차는 선천적인 면도 있지만 사회, 가정, 학교의 지지로 만들어내는 후천적인 면도 당연히 존재한다. 책은 후자에 주목한다.

 한국은 리질리언스를 키워주기에 매우 부실한 나라다. 우선 첫번째 보호막인 가정이 부실하다. OECD국가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며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급여는 불과 50-60%에 불과하다. 이는 대부분의 부모가 저임금으로 인해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려야 함을 의미한다. 거기에 고용역시 불안정해 항상 경제적으로 불안한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충분한 정서적 인지적 지원을 해주기 어려우며 잦은 스트레스로 이를 자녀에게 쉽게 전가할 수 있다. 제대로된 훈육보다는 폭력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학교다. 학교에서 학생을 위한 인지적 정서적 지원을 해주는 최고의 사람은 교사다. 하지만 문제는 이 교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좀처럼 학생을 마주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교사의 주 업무는 수업과 생활지도지만 학교현장은 여전히 행정업무중심이다.(사실행정업무는 교사의 업무로 법령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다) 학교 현장에 뿌려지는 연간 공문수는 만여개에 달한다. 거기에 교육과 무관한 방과후나 돌봄등의 업무가 학교에 주어져 교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그래도 비교적 많은 한 학급 학생수를 감안한다면 선생님 하나하나가 얼마나 학생을 마주할 수 있을까

 사회 역시 문제다. 기득권의 편인 정치권은 당연히 노동자의 편에 앞서 노동시간줄이기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학교현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교육환경을 개선하려기 보다는 장시간 노동문제의 해결을 돌봄과 방과후의 형태로 학교에 떠넘긴다. 게다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관리할 사회복지공무원의 수도 무척이나 적다. 이들이 적은 급여에도 엄청난 격무를 부담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거기에 경쟁적 사회문화와 이를 투영한 경쟁적 입시문제. 상업문화의 팽배는 아이들의 인지정서발달에 매우 좋지 못하다.

 이런 가정, 학교, 사회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개인의 리질리언스 발달의 기본 조건이다. 여기에 인지적 정서적 자기 조절을 배워나가는 것이 추가된다. 인지적 자기조절은 행동의 방향을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집행기능을 맡은 것이다. 정서적 자기조절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자기 정서를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인지적 자기조절 향상 방법으로 책에서는 이해하기와 이로움 찾기를 제시한다. 이해하기는 사건을 이해하도록 설명 및 도와주기이며 이로움 찾기는 사건에서 이로움이나 긍정적 의미를 주는 것이다.

 정서적 자기조절 방법에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이의 조절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기 위해 독서, 음악감상, 차마시기, 걷기, 심호흡등의 활동이 중요하다. 의외로 잠들기전의 독서는 스트레스를 68%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다른 요인보다 가장 높은 효과를 보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하기 역시 스트레스를 줄이긴 했지만 고작 12%정도로 낮은 효과를 보였다. 다음은 스트레스를 유의미한 디스트레스르 받아들이도록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알아내는 것이다. 사실 스트레스는 부정적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이고 긴장을 느끼게해 좋은 성과를 불어오기도하므로 이런 측면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리질리언스가 강한 아이들은 부정적 생활 사건의 강도와 빈도가 줄어들고, 반성적 스트레스가 낮으며 높은 지적능력을 보이고, 자기 존중감이 높으며 자기 조절기술이 뛰어나가도 한다. 이런 리질리언스가 강한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사회와 학교, 가정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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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7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9-12-17 15:0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가정과 더불어 학교정상화도 중요합니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프로파일링 노트
이수정.김경옥 지음 / 중앙M&B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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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 범죄심리학자로 최근 인지도가 높아진 이수정 교사가 쓴 범죄프로파일링 책이다. 범죄자를 프로파일링 하며 그들의 과거와 범죄로 빠지게 된 계기 등을 분석하고 쓴 책으로 제목처럼 사이코패스만을 다루진 않는다.

 성범죄자에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자. 성격장애 범죄자, 충동장애범죄자 한국형범죄자들을 사례별로 다룬다. 먼저 일어난 사건을 다룬 후, 그들의 범죄요인과 가정 및 주변환경 등을 다룬다. 다 읽어보니 경악할 만한 범죄들이 많았다.

 범죄자들은 대개 어려서 환경이 매우 불우했는데, 가정이 결손된 것은 물론이고 성장과정에서 교사나 이웃, 친인척으로부터 이해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성관계도 좋지 못해 어려서 부터 이성을 정상적으로 경험하고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 보다는 성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일회성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로 사회에 돌아왔어도 빨간줄을 터부시하는 우리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어 다시 범죄로 돌아가기 일수였다.

 이런 것을 볼 때 사회의 돌봄 및 관계형성 기능이 중요해보인다. 사람은 유전적인 차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폭력성을 갖고 태어나며 이로 인해 범죄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 문명은 이 폭력성을 억누르는 방향으로 사람을 공진화시켰지만, 역설적으로 문명엔 폭력성 역시 필요하기에 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가정과 마을이 이런 자정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사회가 이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 범죄의 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에서 본다면 한국은 범죄의 수를 늘릴 수 밖에 없는 사회다. 사회안전망은 극히 부족하며 교육현장은 입시경쟁으로 인간성이 말살된다. 사회에선 범죄자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불안으로 이들에게 재사회화의 기능을 사실상 제공하지 않으며 공적인 부분에서도 지원이 미흡하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범죄자에 대해 조정보다는 형벌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물론 그래도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들이 결국은 돌아와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재범을 막기 위한 전자발찌나 정보제공등은 재범을 막지 못했고, 위험을  줄이지도 못했다. 덴마크와 같은 식으로 조정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형태로 가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의외로 동물보호법이나 동물학대 금지법이 범죄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쇄살인은 대개 5단계를 거치는데 환상과 스토킹, 유괴, 살해, 사체유기다. 그리고 연쇄살인범들은 완성된 범죄자가 되기에 앞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범죄의 대상으로 삼아 연습을 해가며 욕망에 따라 범죄의 대상을 확대해 나간다. 그때 이들의 주 연습 대상이 동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동물범죄에 대한 관리는 강력범죄자로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의 조기 발견이나 관리로 작용할 수 도 있다는 면에서 중요할 수 있다.

 이 책은 사례가 많고 다양한 유형의 범죄를 같은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어 재미가 대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극도로 흉악한 범죄자들도 그들이 반드시 그길로만 가지 않을 수 있었으며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수 도 있었다는 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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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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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노 사피엔스는 폰과 사피엔스의 합성어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는 뜻으로 한국에서는 1980-1996년 사이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에 해당한다. 즉, 어려서 혹은 성인초기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왔고, 인터넷이 생활화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아이폰의 개발로 등장한 포노 사피엔스는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세계 문명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스마트폰과 이를 활용한 여러 플랫폼의 등장으로 소비생태계를 변화시켰는데, 과거와는 다르게 권력이 정치와 자본권력에서 소비자권력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때문에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은 세계 어디보다도 발빠르게 자신들의 문명을 포노사피엔스의 세계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기술의 선두주자이자 이익을 쫓아서 그리고 중국은 이익에다가 패권주의 그리고 공산당의 일방독재주의로 빠른 전환이 가능했다.

 반면 한국은 이런 변화에 매우 늦게 대처하고 있다. 이상스럽게도 한국은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산업에 부정적이다. 유교중심으로 학문을 숭상하고 도박이나 술같은 중독성 문화에 과민반응하는 전통때문인지 아닌가 싶다. 과거에는 오락실과 만화가 터부시되었고, 지금은 그것이 게임과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느낌이다. 최근 국회에서 이루어진 타다 금지법은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 할 수 있겠다.

 책은 이러한 사고의 근저에 한국의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가 자리한다고 본다. 베이비 붐 세대는 전후 폐허속의 최빈국 한국에서 태어났다. 찢어지는 가난과 교육기회의 박탈, 부존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일본은 벤치마킹해 제조업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놓은 기초를 기반으로 나라를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시킨 것이 x세대다. 제조업으로 성공했기에 이들은 선진국의 길을 따라가고 선배들이 해놓은 것을 따라가는 전통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다. 때문에 디지털생태계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과거와 같은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낮추기와 품질 경쟁력, 막대한 자본을 통한 tv 광고를 통한 브랜드화로 인한 성공이 쉽지 않다. 유튜브와 스마트폰으로 이미 광고시장은 tv와 신문에서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해버렸다. 아마존은 tv 광고를 이미 십년전에 사양해버렸을정도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편의성과 소비자를 한번에 사로잡은 킬러 콘텐츠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막강한 팬덤이 형성되고, 이 팬덤은 sns와 인플루언서로 인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막강한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 생태계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고 이를 즐기면서도 인간과 사회문화, 지리, 세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이를 연결할 수 있는 인재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학벌과 공채라는 구시대적 방식으로 인재를 충원하지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의 세계4대 플랫폼 기업들은 인재 채용에 있어 6-10회 인터뷰를 무려 3개월간 진행한다. 철저한 질적평가이며 상당히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방식인데도 이를 따른다. 그만큼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건 신입사원 기준이며 팀장급이거나 경력직이라면 훨씬더 강력한 선발 과정을 갖는다.

 포노사피엔스의 사회에서 현재 5개의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애플이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를 개발해 새로운 방식의 유희를 제공했다. 구글은 인간의 뇌를 재정의했다. 과거 지식과 숫자의 암기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검색의 시대이며 유투브를 통해 영상으로 학습한다. 영상기반학습은 학습속도가 빠르고 뇌에 전이되는 과정도 다르다. 즉, 뇌가 변화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인류의 심장, 관계와 애정을 재정의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소비생활을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이들 기업들의 하드웨어를 제공한 것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플랫폼 기업의  서버에 공급되고 고객의 스마트폰에 들어간다. 즉, 이 모든 것은 삼성전자가 공급한 강하고 우수하며 가격이 싼 반도체에 의해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미래는 온디맨드 사회로 과거와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모바일과 같은 it인프라를 이용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경제가 도래한다. 현제도는 아직도 대량생산에 의존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3d 프린터가 스마트팩토리가 이를 해결한다. 결국 소비방식에 의해 제조방식도 변화하는 것이다.

 전자 상거래 개념도 사라진다. 신소매개념이 이를 대체하는데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완벽한 결합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맞춰 공급을 조절하는 것을 물론이고 새로운 상품의 반응도마져 실시간으로 예측해서 어느 정도 구매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창고의 재고가 대폭 사라지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세계의 빠른 변화에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과거 10년간의 보수정권은 나라의 부를 엉뚱한데 소진하고 부정부패했으며 새로운 민주정권도 과거를 청산하고 이념대결에 휘말렸으며 북한 문제를 정리하느라 미래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정치적 상황으로 한국은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엉망인 20대 국회의 마지막 법안에서도 4차산업이나 디지털 생태계 법안은 주목받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관련법안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과거 세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한국은 나라를 상실하는 아픔과 분단이 되는 고통을 겪었다. 미래를 빨리 따라가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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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kbs 다큐인사이트]

 

 지난주에 kbs다큐 인사이트 '부드러운 혁명'편을 보았다. 한국은 고령사회가 되고 초고령사회로 접근하면서 치매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바로 그 치매환자를 다룬 내용이었다.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 대부분의 요양환자를 간호사가 아닌 요양보호사가 보호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치매 노인에 대한 처치는 그다지 좋을 리가 없다.

 실제로 1부에서는 그런 모습이 나오는데 치매로 인해 인격이 붕괴하고, 기억 및 판단력이 감퇴한 노인의 폭력에 간호사들은 매우 고역을 치루고 있었다. 밤에는 돌보는 인력도 적어 문제 노인을 묶어놓곤 했는데 치매 노인이 아니더라도 통제가 어려운 환자에게 처하는 여느 병원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2부에서는 그런 간호사들이 프랑스의 이브 지네스트가 만든 휴머니튜드를 배워 적용하는 과정이었다. 지네스트는 본래 체육교사라 퇴임후 봉사차원에서 프랑스의 요양병원게 가게되었다. 당시 그는 병원의 간호사와 의사가 치매환자를 난폭하게 다루고 폭력적인 것에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우린 대개 반대로 보는데 말이다. 그래서 지네스트는 환자를 인간답게 대하기 시작했다. 휴머니튜드의시작인데 원리는 간단하다. 환자에게 접근하기 앞서 충분히 노크하고 기다려 준비의 시간을 준다. 그리고 아주 반갑게 인사한다. 그리고 아주 가깝게 얼굴을 들이대 눈을 길게 마주하며 반갑게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몸도 만진다. 이런 당연한 것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놀랍게도 대부분의 치매환자가 반응을 보였다. 폭력성도 줄고, 간호사 및 요양보호사와의 관계도 좋아 진것이다.

 이브 지네스트는 외국인임에도 이걸 한국에서 간호사들 앞에서 시연해보였는데 통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성향의 치매환자들이 쉽게 말을 듣고 몸을 내주는 것이 놀라웠다. 이후 간호사들은  휴머니튜드를 60일간 시행하였는데 환자와의 관계 개선은 물론 대부분의 환자가 와병환자였음에도 간호사 및 물리치료사와의 훈련을 통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치매 증상의 완화와 심지어 복용약물량의 감소, 그리고 문제행동의 급감은 당연히 따라왔다.

 지네스트의 말중 인상깊었던 것은 자신은 공격적인 환자를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보이는 환자 대부분인 사실 수비적인 상태였고, 낯설고, 무서운 상황에서 그런 반응을 보인 다는 것이다. 휴머니튜드요법은 이런 이들은 안심시키는 작용을 했을 것이다. 결국 인간에게 인간적인 대접을 한것이 그들의 인간성을 회복시킨 것이다.

 이번에 본 책은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이다. 천경호 선생님이 쓴 책이다. 교사는 사실 매우 특별한 직업인데 다른 직업들과는 다르게 미성숙한 사람을 상대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성숙한 사람은 아이들인데 전두엽의 미 발달로 아직 자기 통제가 안되고, 자기 중심적이며, 쉽게 흥분하고, 이성적 사고도 부족하며, 이로 인해 또래간의 마찰도 심하고, 교사가 어찌 하기 힘든 여러 가정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미성숙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도 미성숙한 이유는 성장하면서 주변에 성숙한 사람이 없어서 그들과 관계를 맺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미숙한 체로 몸만 큰 수많은 성인들 주변에 제대로 된 성인이 있어다면 그들은 더욱 성숙했을 것이다. 결국 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미성숙한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저자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아이가 등교하면 눈을 맞추고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다. 지네스트의 방법과 매우 유사하다.

2. 하루 심박수가 75-85%에 이르는 운동을 15분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치매환자들이 걷기 시작하자 더 좋아진 것처럼 인간은 움직이는 동물이기에 운동은 사람을 안정시키고 두뇌를 활발히 한다.

3.사탕이나 초콜릿대신 GI지수가 낮은 호두나 아몬드를 간식으로 주고

4.취침 30분전 TV나 휴대폰 대신 책을 읽고

5.눈감고 시간 맞추기활동을 하고

6.크게 소리내어 복식호흡을 익히고

7.조금은 슬픈 동요나 가요듣고 기분을 풀고

8.균형잡기를 해보는 것이다.

 

저자는 공감이 인지상정처럼 인간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타고난 면이 있되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은 후천적이라는 것이다. 즉, 공감은 철저히 훈련이 된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어주고 정서를 공유하며 타인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공감적 동기까지 이루어지려면 많은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훈련에서는 많은 교감과 상처가 발생할수 밖에 없으므로 성숙한 부모와 교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저자는 학생을 대하며 학생 세가지 원칙을 기반한다고 한다. 하나는 자율성인데 학생으로 하여금 선생님과 부모가 늘 무엇을 하라고 시키기 보다는 어느 정도의 선택권을 준다는것이다. 이는 동기와 성장을 불러온다. 다음은 유능성이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는 경험을 주는 것으로 책을 읽든 어떤 체험과 활동을 하던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친구와 어른에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경험을 주는 것이다. 마지막은 관계성이다. 생각과 느낌을 쓰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것을 듣고 같이 나누고 피드백을 주는 대상이 필요하다. 주로 어른이 되는데 그것이 관계성이다.

 사람들 대하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두 매체에서 본 공통점은 결국 인간답게 대하는 게 정답이란 생각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신뢰를 얻고 제대로 된 관계를 맺고 같이 운동하고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당연해 보이는게 사실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것은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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