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선택한 남자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이비드 발다치가 낳은 에이머스 데커의 3번째 시리즈다. 작년에 나왔고, 이 책의 마지막을 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4번째 시리즈도 아마 예약되어 있는듯 하다. 데커는 여전히 과잉기억증후군에 시달?리고 있고, 그 덕에 FBI에서 일한다. 하긴 모든 걸 기억하고 이것을 조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커라면 굳이 FBI가 아니더라도 어느 직업이든 가능할 것 같긴하다.

 이번 시리즈는 스케일이 커졌다. 1,2편도 개인을 다소 넘어서는 사건이었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사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3편은 나라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물론 처음엔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여러 퍼즐을 조합하니 그리되었다는걸 알게되지만.

 데커는 워싱턴 D.C의 FBI의 본부인 후버빌딩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늘 그날 같은 아침이었지만 데커앞의 남자가 갑작스레 총을 뽑았다. 놀라는 사이 남자는 데커 뒤의 여자를 쏘았는데 여자는 즉사한다. 그리고 남자는 데커가 말릴틈도 없이 그대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쏜다. 남자는 그럼에도 살았지만 잠시 연명했을 뿐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유언을 남기고 죽고만다.

 데커는 자신앞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데 뭔가 이상하다. 조사할수록 두 가해자와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고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는 것. 가해자인 데브니는 보안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딸 넷을 둔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피해자인 버크셔 역시 대체교사로 근무하면서 호스피스 병원에 봉사활동을 나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모두가 가해자인 데브니에게나 만 집중하는 사이 데커는 특유의 감각을 발휘해 버크셔에 집중한다. 버크셔를 알아보니 이 여자 이상한데가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가족도 전혀없었고, 특히 지난 10년 이전의 기록이 전혀 남아있질 않았다. 거기에 봉급이 낮은 교사임에도 최고급 아파트에 고급 승용차를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퍼즐은 쉽게 풀리진 않지만 데커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도움을 받아 역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시리즈를 3권이나 보게되니 공통점이 보인다.

 우선 데커의 친구가 하나씩 늘어간다는 것이다. 1편에선 데커의 사건에 관심을 보인 재미슨, 2편에서는 사건의 당사자였던 마스 3편에선 DIA요원 브라운 하퍼다. 이렇게 친구가 늘수록 데커는 사회성도 늘어간다. 이번 편에선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생길수록 파괴된 인간성이 회복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항상 비가 내린다는 점이다. 오하이오든 앨라배마든 텍사스든 심지어 워싱턴이든 데커가 가는 곳은 항상 비가내린다. 마치 영화세븐같은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리고 데커가 맑은 날을 싫어하는 점도 작가가 고려한듯 하다. 데커가 맑은 날을 싫어하는 이유는 화창한 날에 딸과 아내 처남이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공통점은 데커가 사건 해결 국면에서 사실과 가정을 살핀다는 점이다.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데커는 사실과 가설을 구분해서 가설을 검토해나간다. 이 과정후에 중대한 국면전환이 있음을 물론이다.

 또 다른 것은 데커가 대화를 하며 우연히 힌트를 얻는 다는 것이다. 교체란 말에 영감을 얻는 식인데 실제 다른 추리물도 그런 장면을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약간 억지스럽기도 하다. 뭐 실제로 그런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은 슬슬 범인이 보인다는 것이다. 1편을 보고 느낀 것이지만 데이비드 발다치는 범인을 뜬금포로 던지지 않는다. 범인은 대개 초반부터 등장하는데 워낙 믿을 만한 인물이거나 슬쩍 지나치는 경우라 범인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들이 결국 범인으로 시리즈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 솔직히 2편과 3편에서는 읽으면서 범인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1편은 패턴을 몰랐으니 당했지만 말이다.

 이번 편은 사실 3작품중 스케일과 규모, 액션면에서는 가장 커졌지만 재미의 밀도는 가장 떨어졌다. 순식간에 100페이지를 순삭하는 몰입도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매력적이지만 발다치도 조금지친듯 하다. 이번편이 영화에 가장어울리기도 하는데 그런걸 작가가 노린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반드시 나올게 확실한 4편도 기대해본다. 대커가 연애란걸 하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영화로 만든다면 분명 재밌을 것 같다. 아니면 드라마라도. 주인공은 범죄소설에 아주 적합한 캐릭터다. 이름은 에이머스 데커, 경력이 독특하다. 미식축구 선수로 NFL까지 뛰었었으나 잠시였다. 상대편의 태클로 큰 부상을 입었는데 뇌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과잉기억증후군이란것에 걸린다. 쉽게 말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몽땅 기억한다는 의미였다. 좋은 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 않다. 인간에겐 망각해야할 악몽이나 괴로운 경험이란게 있기 때문이다.

 작년 40도를 넘나드는 여름 이맘때 쯤 추리 소설을 많이 읽었었다. 그때 본게 이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었고 이번엔 두번째다. 데커는 자기 가족을 살해한 일당을 스스로 검거하고 FBI의 권고로 FBI아 함께 일하게 된다. 데커의 무한 기억에서 나오는 내용의 조합과 관찰력은 FBI로선 놓치기 힘든 재능이었을 것이다. 5명이 팀을 짜 미제 사건을 전담하게 되고, 그 파일을 받게 되지만 데커는 멜빈 마스의 뉴스를 듣고 그 사건에 바로 꽂힌다.

 멜빈 마스와 데커는 사실 인연이 있다. 대학시절 한판 붙었는데 최고 기량을 갖춘 마스가 데커를 연이어 뚫어버린것. 마스는 대학졸업을 앞두고 유수이 프로팀이 노리는 최고의 스타였다. 물론 이건 20년전 이야기다. 하지만 마스는 프로에 입단하지 못한다. 자신의 부모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되었기 때문. 당일 마스의 여자친구와 묶었던 모텔의 직원은 모두 마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거기에 부모 살해에 마스의 산탄총이 사용되었고 심지어 마스의 차안에서 살해된 어머니의 혈흔마저 발견된다.

 마스는 사형을 언도 받고 무려 20년을 복역했다. 왜인지 그 기간동안에도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그런던 마스가 사형을 앞둔 날, 갑작스레 몽고메리란 남자가 자신이 진범이라며 자백한다. 몽고메리 역시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었고, 마스와는 일면식도 없었다. 데커는 이 모든 것에서 강한 호기심과 의문을 느낀다. 그리고 동료와 함께 사건에 뛰어든다.

 이 책은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다. 한 사건을 구성하며 이렇게 긴 볼륨을 만들어내는 데이비드 발다치의 능력이 놀랍다. 내용의 질도 일권에 못지 않다. 발다치는 데커 시리즈를 한동안 이어나갈 생각인듯 하다. 3권이 이미 나왔는데 이번에 읽어볼 예정이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motion 2019-07-29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 함 읽어보고 싶네요. 닷슈 님께서 간결하고 빠른 템포로 정말 잘 요약해주시니 구미가 당깁니다.^^

닷슈 2019-07-30 10:43   좋아요 0 | URL
보시면 많이 재밌을겁니다
 
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 열림원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건축하면 당연히 건축가나 예술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도둑을 주제로 건축과 도시를 다룬다. 왜냐하면 도둑이야말로 건축가나 설계가 못지 않고 건물과 도시에 대해 잘 알고 공부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도둑은 적어도 자기가 털고자 하는 건물의 구조와 설계 및 설비, 보안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야 한다. 그것도 모자란다. 시간도 중요하다. 같은 경로로 들어가더라도 언제는 되고 언제는 안되기 때문이다. 도시에 대한 것도 중요하다. 절도에 성공했어도 도주에 실패한다면 모든건 물거품이니까. 그래서 건물 인근에 차를 대기는 적합한지. 도망갈 곳은 적당한지. 지하철이나 사람이 많은지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이 책은 이런 도둑의 입장에서 목표물인 건물과 도시를 조망한 책이다. 그래서 독특하고 재밌는 지점이 좀 있었다. 재밌는 관점은 도시 설계 자체가 도둑을 양산한다는 관점이다. 도둑입장에서는 분명 털기도 좋고 도망가기에도 좋은 도시란게 있다. 대표적인예가 LA다. LA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나중에 개발되었기에 광역도로망이 발달했다. 이는 도둑 입장에선 차를 갖고 와서 대고 절도를 한 후, 바로 도망가기에 매우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일부 은행들은 매우 보안이 허술한 도로변에 위치에 도둑들에게 매우 좋은 먹이감이 되었다. 90년대 LA에서는 매일 45분마다 은행절도가 일어났다고 하니 정말 가관이 아닐수없다. 더 웃긴건 은행측의 대처다. 이 정도면 은행을 옮기거나 보안강화를 고심할만도 한데 면멸히 수지타산을 따지 은행측은 보안요원을 두어 보안을 강화하거나 옮기는 비용보다 절도가 싸다가 판단했다. 자신들의 보안 비용을 어쩌면 경찰, 즉, 일반 시민에 전가한 셈이다.

 또 다른 재밌는 개념은 포획주택이다. 범죄가 많고 나라가 넓어 검거율이 50%에 불과한 미국에서는 포획주택을 이용한 절도범 검거가 가능하다. 일종의 함정수산데 말이다. 포획주택은 우선 절도범의 프로파일링에서 시작한다. 녀석의 동선, 그리고 성향등을 면밀히 검토해 털만한 주택을 만든다. 이 주택은 정말 일반 주택과 똑같아서 절도범은 자신이 잡히고서도 그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한다. 절도범은 포획주택을 털면서 잡히기도 하고, 혹은 그 과정에서 집에 설치된 다양한 장치에 의해 증거를 다량 남기게 되어 결국 체포된다.

 재밌는(?)절도 사례들도 좀 있다. 한 일당은 수도관을 따라 수km의 땅굴을 파서 은행을 털었다. 그들은 사륜바이크를 이용했는데 긴거리를 이동하고, 훔친 물건을 다시 실어나르기 위함이었다. 절도범은 쓰레기통도 이용한다. 거대한 미국식 쓰레기통이 어느날 한 건물 옆에 등장한다. 이를 신경쓰는 경찰이나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쓰레기통안에는 쓰레기 대신 절도범 무리가 매일밤 등장한다. 그들은 쓰레기통에 붙은 건물 벽을 부시기 사작한다. 이 작업은 하루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수주에 걸친 프로젝트가 되기도 한다. 파낸 흙벽들은 치밀하게 인근 수로로 모두 흘려보내 증거를 남기지 않곤 한다. 또한 건물에 싸인 쓰레기 더미도 절도의 도움이 된다. 그대로 올라간 옥상쪽으로 침입하는 것이다. 어떤 일당은 동료를 캐리나 커다란 박스로 위장해 이용하기도 한다. 한 고급 주택에 고급진 커다란 가구를 배달한다. 당황한 가족에겐 먼 해외의 친척이 유산으로 배송한거라고 한다. 미국은 이민자 국가니 조상중에 하나 그런사람이 있을 법도 하니 먹히나 보다. 하여튼 그 가구에 숨어있던 도둑은 밤에 나와 집을 턴다. 그리고 며칠후 일당이 다시와 택배배송이 잘못된거라고 말하며 가구와 동료 귀중품을 같이 가지고 나간다. 도둑들은 같은 구조를 가진 집들을 선호한다. 아마 미국의 도둑들은 한국에 오면 환호할 것이다. 같은 구주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단지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얼마나 도망가기 힘든 나라인지를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높은 인구밀도, CCTV, 좁고 꽉찬 도로때문이다.)

 이 책은 흥미롭지만 내용이 깊진 않다. 좀더 구조적이고 학문적인것도 기대했는데 사례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운 여름밤에 가볍게 읽을 만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19-07-30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흥미로운 책이네요. 참지 못하고 주문했습니다...ㅎㅎ

닷슈 2019-07-30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독바랍니다
 

 며칠 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어며 퇴근했다. 배캠은 참 오래된 프로그램인데, 대중에 영합하는 팝뿐 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팝을 틀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팝에 전반적으로 무지하고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어서 배캠은 내가 꼭 듣는 프로는 아니다. 그저 어쩌다 내가 방송시간대에 차에 자주 있는 편일 뿐이다.

  그래서 내겐 배캠의 매력은 그보단 자기 디스에 있는데 어쩌다 애청자가 "꼭 기다려서 듣느니 챙겨듣느니" 요런 말을 하면, 대개의 진행자들은 감사하면서 선물도 주곤 하는데, 배철수씨는 "뭐 꼭 그럴 필요 있나요? 다른 거 하세요" 라던가. "감사하지만 뭐 굳이 안그러셔도 되요," 등등 요런 반응인 것이다. 이게 제법 재밌다.

 하여튼 하려는 말은 며칠전 내가 차에 있던 시간에 배캠에 한 사진작가가 출연했다는 것이다. 역시 사진에 관심이 없어서(관심있는건 축구다!!) 그가 누군지 기억도 안나지만 그의 이야기만 기억이 난다. 그는 대충 90년대 중반쯤 한국에서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 그래서 놀다가 단지 영화가 하고 싶어 당연히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본인이 합격한 대학이 여대였던 것.(이분도 대학도 어이가 없다) 당황한 영사는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그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영국으로 향하기로 한다. 여기서도 별 계획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기 시작한 그는 당연히 준비없는 유학이었기에 어학으로 고민한다. 거기에 외환위기가 닥쳐 집사정도 어려워지자 알바를 하기로 한다.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이 할만한 알바를 찾다 고심하니 한 신문에서 사진기사를 찾고 있었다. 그는 우여곡적끝에 이 알바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사진에 재주가 있었다. 자신의 사진이 영국4대 일간지중 하나였던 신문에 실리게 되고, 그는 더 높은 곳으로 가게된다. 그런데 입사시험에서 보는 것은 학력도, 어학점수도 여하의 스펙도 아니었다. 그저 니가 찍은 사진 몇장 갖고 오라는 게 다였다. 그렇게 그는 세계적인 사진 작가가 된다. 한국이었으면 과연 가능했을까

 내가 작년에 읽은 당선 합격 계급이다. 작년에 읽은 100권 정도의 책 중 나는 이 책을 일순위로 꼽았었다. 그건 이 책이 한국사회가 빠져있는 '신뢰도'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신뢰도에만 집중해 우리는 수능이나 고시를 신봉하고 서열화와 객관식 시험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 신뢰도 중시의 시험을 통과한 자들이 고위 공무원과 대기업 사원, 기자 심지어 작가가 된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공채나 기수란게 생기며 이는 곧 서열화를 만들어 의견의 조율을 어렵게 한다. 권위주의적이 되는 것이다.

 

같은 맥락의 책을 이번에 읽었는데 책은 '배움이 없는 학교 프레임을 바꿔라이다.

최근 교육계에서 가장 화두가 된 건 자사고 폐지 문제와 숙명여고 부정시험 사건이었다. 둘은 다른 문제 같지만 사실상 건드리는 부분은 같다. 바로 학교생활종합기록부 전형에 대한 공격, 즉 신뢰도 신화를 무너뜨리는 타당도에 대한 공격이다.

 우리나라는 오래도록 객관식 시험을 신봉해왔다. 이는 과거 순기능을 작용했는데 그럴만 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상당히 많은 수의 교육받은 인력이 대거 필요했고 이들을 대규모로 선발할 필요가 있었다. 객관식 시험이 딱이었다. 거기에 조선왕조와 일제시대를 거치며 기존의 기득권 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많은 일반 시민들이 이 객관식 시험을 통해 상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기회와 자리가 생겨났는데 여기엔 지연과 혈연, 그리고 학연이 자리했다. 때문에 지연과 혈연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연에 매달릴수 밖에 없었고 그나마 획득이 가능했던 학연은 매우 공정하고 타당한 것으로 한국 사람들의 뇌리에 자리잡았다. 거기에 학창시절 학업에서 고생끝에 성공한 이들은 이러한 신화를 더욱 강화시켰고, 실패한 이들은 실패한 이대로 자신의 실패를 통해 어처구니 없게 이 제도를 더욱 강화시켰다. 아무리 다른 분야에서 성공했어도 가방끈 짧은 것은 평생의 컴플렉스로 자리잡고 이는 자식에게 대물림되어 강한 교육성공에 대한 투사를 낳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기득권층이 생겨났고,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득권층이 생겨나면서 소위 유명 학군과 이를 뒷받침 하는 학원가와 지역의 강한 지가 상승이 생겨났다. 돈이 없으면 학력을 사들이기 어려워지기 된 것이다. 거기에 4차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다. 미래 시대엔 실제 무언가를 잘 하는 역량이 중시될 것이 자명했고, 교육부와 사회는 여기에 반응해 2015개정교육과정을 역량중심교육과정으로 만들어낸다. 여기선 과거처럼 하나의 변별력을 위한 시험에 통과하는 능력이나 암기 위주의 학습능력이 필요치 않다. 실제로 문제상황을 협력해 해결할 역량과 인성이 필요하며 사회의 다양한 변화에 적응할 능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학생은 과거의 암기능력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과를 접하고 이에 흥미를 같고 동아리나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며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나가는 커리어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담아내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게 현행 학종부 전형인 것이다. 대학은 이 학종부 전형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다양하게 뽑아낼 수 있고, 실제 연구결과 수능으로 진학한 정시전형학생들보다 학종부를 통한 수시 전형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더욱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르게 반응한 지역은 소위 기득권을 확보한 계층이었다. 이들에겐 수능같은 신뢰도만을 중시하는 전형이 압도록으로 유리했다. 금력과 정보력으로 대비 빛 성적 순위 향상에서 일반계층보다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동안 자녀들을 이런 능력으로 뒷받침해 특목고나 자사고등으로 진학시켜왔다. 그리고 이는 성공으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학종부중심의 전형에선 그렇지 않다. 학교 혹은 교사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이는 사교육으로 대비가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엔 보다 다양한 교육과정과 활동을 하는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이 오히려 학종부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현재는 일반고 학생들이 보다 대학입학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학종부를 공격하는 것이다. 부정의혹과 고교에 대한 불신, 객관선에 대한 신화를 부풀려서 말이다. 우려스럽게도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교육계종사자들까지 아직도 객관식 시험과 이의 신화를 신봉한다. 너무나 오래 종속되어 왔기때문이다.

 하지만 학종부 형태의 시험은 말한 것처럼 미래사회를 대비할 역량을 가진  인재의 배출과 기득권 구조의 타파 그리고 학생 개개인에게 진정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야할 길이고 매우 중요하다. 거기에 서열 중심의 한국 사회의 구조에 균열을 내고 이를 통해 창의성있는 인재가 배출되고 민주주의가 완성되어 갈 것이며, 능력 있는 인재가 배출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바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고교는 이 학종부 전형에 아직 적응하거나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맞다. 때문에 아직 세상은 변하고 있는 않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우선 고교 교사들의 각성과 전문성을 강조한다. 학종부전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교사 하나하나가 자기만의 교육과정을 갖고 전문성을 신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도 중요하다. 학교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과와 교육과정을 제공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학점제를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현제 단위제를 채택하고 있다. 단위제는 일정시간만 학업을 하면 교과를 이수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 교과가 일정 단위가 쌓이면 졸업을 시켜주는 제도다. 공부못해도 시간만 때우면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하는 체제다. 반면 학점제는 타당도를 강조하는 성취기준 중심의 체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과를 개설하고 이 교과는 사실 교과의 선을 넘어선 주제중심의 체제다. 지리, 역사, 생물이 아니라 앱을 활용한 상품개발 같은 형태인 것이다. 때문에 교육과정 재구성이 요구되고 학생의 동기를 유발하며 그들의 삶과 관련된다. 하여튼 학점제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주제 중심 교과를 선택하고, 이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성취기준에 도달해야 한다. 즉, 학력이 미달하면 이수가 안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점이 일정수 쌓이면 졸업하게 되는게 바로 학점제인 것이다.

 학점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다양한 활동을 위해 교실수가 지금보다 늘어나야 하며 당연히 교사수도 많이 충원되어야 한다. 교원전문성 신장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즉,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많은 정책 집행과정에서 교육전문가는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으며 현장을 가장 잘아는 교사들은 그나마 그 안에도 못들어가고 있다. 거기에 항상 교육개혁은 정치권에서 후순위다. 그저 문제만 만들지 않으면 된다는 분위기다. 이런 것 부터가 문제인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뻔한 말이 있다. 하지만 뻔하기에 무엇보다 어려운 것일 수 있다. 신뢰도에서 벗어나 타당도로 향하고, 미래 사회에 대비하며, 학생 개개인이 행복하고 적응할 수 있는 교육에 힘을 실어줄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학생자치를 말하다 - 학생 중심으로 민주적인 학교문화 만들기 자치를 말하다
이민영.백원석.조성현 지음 / 에듀니티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은 학생자치지만 사실 자치와 인권, 평화, 축제의 4개의 장으로 만든 책이다. 4가지가 모두 바로 서면 학생자치가 진정으로 일어나니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3명의 중등교사가 자신의 사례를 말해주는데 사립학교 선생님도 있어서 독특했다.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은 사립에 의존하고 있지만 사립학교 선생님이 교육에 관해 책을 쓰는 경우는 이상하게도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의 이야기가 주여서 초등이나 혹은 유아학교에서는 적용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시사점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치에서는 학생들이 그야말로 스스로 학교를 운영해나가는 장면들이 나온다. 처음 아이들이 엉망이어서 선생님이 많이 관여하지만 죽이 되든 밥이되든 아이들에게 맡기고 이를 통해 성장시키는 점이 좋았다. 학생회에 적지 않은 예산과 발언이 실행되는 점을 보여주어 힘을 실어주는 점이 중요한듯 하다.

 인권부분에선 중등이다 보니 학생 복장 및 머리카락 문제, 그리고 등교시 생활지도 문제가 등장한다. 인권에 민감한 이 책의 선생님들은 발령 초기에 3D 업무인 생활지도를 맡고 교문을 지키곤 했다. 사명감에 그리고 관리자에게 칭찬을 듣기도 해 열심히도 했지만 모든 아이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짓을 그만두고 아이들에게 인사하기 시작한다. 깍듯이. 이상해하던 아이들은 하나둘 인사를 주고 받는다. 보다 못한 교장은 교사를 지적하려 했지만 인사이후 줄어든 학교폭력 통계를 보며 뭔가를 감지한다.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과거 학교다닐 때 어디에나 있었던 학생주임을 무척 싫어하곤 했다. 그 때 그분들도 이런 외로움을 느끼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는 학생뿐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평화부분은 요즘 교육계의 화두인 회복적 생활교육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응보적 정의를 외치며 바란다. 흉악한 범죄자에게 중벌이 내려지길 원하고 학생이라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는 처벌하길 원한다. 동의한다. 범죄의 수준에 이른 학생은 형사처벌해야한다. 하지만 그정도 수위가 아닌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아이들을 다루는게 회복적 생활교육이다. 가해자를 회복시키는 생활교육을 통해 다시 올바른 아이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엔 담임교사 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장, 심지어 지역사회의 다른 사람들도 함께 한다. 마을이 같이 키운 아이가 잘못되기는 힘든 법이다.

 마지막은 축제다. 사실 이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학생을 중심으로 다양한 축제를 이뤄낸 예들이 나온다. 학생회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부분도 있었다. 첫 작품이 수상까지 해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잡는다. 어떤 학교의 학생회에서는 축제에 아이들이 연예인을 부르고 싶어한다. 돈이 없으니 될리 만무하고 교육적 효과도 없다고 교사는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원했다. 그래서 맡겨보니 아이들은 출연대신 방송국에 마냥 쳐들어가고 들이대서 자기네 학교 축제를 축하하는 연예인의 인터뷰를 따왔다. 이게 출연 못지 않은 환호성을 불러냈다. 그게 전통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데 연예계환경도 변하다보니 이젠 기획사에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이 학교 대단한게 얼마전엔 엑소의 인터뷰도 따냈다고 한다. 엑소가 축하해주는 학교 축제라니.

 자치와 인권, 평화, 축제에 대해서 쉽고 깊게 느끼며 볼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