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임승수의 마르크스 자본론 강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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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정도의 나이대는 뭔가 빚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9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녀 독재정권을 모르고 운동권의 끝무렵을 살짝 경험했다. 당구보다는 스타를 했으며 그래서인지 선배들이 읽은 소위 무서운 책(자본론이나 공산당선언같은)들도 본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사상적으로도 그리고 사회의식적으로도 뭔가 뒤쳐지고 빚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왔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느낌일수도 있다. 하여튼 그래서 이런 생각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맑스의 자본론은 언젠간 반드시 읽어야만 할 것같은 느낌을 받는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가 사진 않았다. 아내가 직장 연수에 저자가 오길래 저자 직강 기념 사인을 받고자 구매한 책이다. 몇년을 우리 집 서가의 아내코너에 붙어있던 걸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잡아서 보게 되었다. 가끔 이런 결정은 내가 하는것인지 다른 누가하는것인지 궁금할때가 있다.

 책은 제목처럼 자본론을 매우 잘 정리해놓았다. 물론 자본론을 직접 본적이 없는지라 정말 잘 정리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해가 잘 가게끔 했다는 점에선 정리를 잘 한책이 분명하다. 하지만 제목처럼 원숭이도 이해할만큼 쉬운지에 대해선 좀 동의가 안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책은 제법 어려울 수도 있겠다.

 맑스는 당시 사회의 주 발전원리이면서도 해악이 많은 자본론의 핵심을 파헤치려고 노력했다. 맑스가 보기에 자본주의의 핵심은 이윤이었는데 바로 이 이윤은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가치에서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잉여가치는 판매자도 자본가도 아닌 바로 노동자가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노동가치론이다.

 상품이 생산되고 판매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M-C( 노동력, 생산수단)-P-C'-M'

처음의 M은 초기자본이다. C는 상품으로 여기에 노동력과 생산수단이 투입된다. P는 생산이며 C'은 노동력과 생산수단이 투입되어 생산된 상품이다. 밀가루 공장에서 사람과 기계를 돌려 국수를 생산한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를 판매하면 이윤이 발생하며 그래서 처음의 M은 M'로 늘어난다. 이 과정은 자본주의의 작은 사이클로 이 과정은 이윤이 발생하는 한 무한히 반복되며 M은 점차 늘어나 돈에서 자본으로 변모하게 된다.

 상품의 가격, 즉 교환가치는 이 과정에서 불변자본(시설, 원재료)+가변자본(노동력)+잉여가치의 합으로 결정된다. 불변자본의 가격은 그대로 반영되며 가변자본은 노동자의 임금이고 잉여가치가 자본가의 이윤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의 가격이 이 공식에서 1000원인 경우 불변자본이 300원이라면 700원의 일부만을 노동자에게 급여로 지급함으로써 자본가가 이득을 얻고 착취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 가변자본인 노동자의 급여는 사회적으로 노동이 재생산가능한정도로 책정된다. 즉, 의식주를 해결하고 후대 노동자인 자식을 재생산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돈이 지급된다는 뜻이다. 자본가는 당연히 가변자본을 최소화하려하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와 법적규제 등으로 이는 한계가 존재한다. 즉, 최저임금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본가는 다른 식으로 착취를 강화한다. 바로 생산력의 증가다. 방법은 두가지다. 우선 기술을 발전시켜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자의 필요시간은 줄지만 이를 그대로 유지시켜 이득을 착취한다. 빵하나를 생산하는데 3시간에서 기술발전으로 2시간이 필요함에도 여전히 근무시간을 유지해 1시간 분을 더 착취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발전이 늘어나도 이윤율은 그대로다. 하지만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가 커짐으로써 자본가는 이득을 얻는다. 

 다른 방법은 성과급제다. 성과급제의 도입은 노동자에게 이득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의 강도를 높여 착취량을 늘린다. 물론 자신의 급여도 높아지지만 착취량도 늘어나기에 자본가의 이득이 높아진다. 

 맑스는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과학기술의 발전도 있지만 기업간의 경쟁으로 인해 기술발전은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기술이 발전하면 상품을 생산하는데 노동자의 필요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기업은 그럼에도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유지시켜 착취를 강화한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에 따른 착취의 강화로 잉여가치에서 노동자의 분량은 점차 줄지만 노동자들은 이를 좀처럼 알아체지 못한다. 이는 자본주의체제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건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으로 빵값은 1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어 사실 이전의 반만큼만 일해도 생활이 가능해보이지만 인플레이션으로 빵값이 여전히 1000원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노동자는 여전히 예전만큼 일해야 한단 생각이 든다. 인플레이션은 여러모로 착취의 도구인 셈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가변자본(노동력)의 투입량은 점차 줄고 불변자본은 투입량이 상대적으로 늘어간다. 이를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라고 한다. 가변자본의 투입량이 점차 줄어드므로 고용이 줄어 산업예비군과 빈곤층의 수는 나날이 늘어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자본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이 자동화된 오늘날 비정규직과 빈부격차,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것은 이 같은 분석과 잘 합치한다.

 이처럼 맑스는 노동에서 잉여가 발생하고 이 잉여가치를 두고 자본가와 노동자가 대립하고 자본가에 의해 착취가 이루어지는 자본주의를 잘 설명한다. 이 책덕에 자본론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지만 역시 언젠가 원전을 봐야한단 생각이다. 물론 자신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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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인권식당 - 인권으로 지은 밥, 연대로 빚은 술을 나누다
류은숙 지음 / 따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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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만화 심야식당이 떠오르는 책 제목이다. 만화는 심야식당을 운영하는 무섭게 생긴 마스터와 그 심야식당에서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잔잔함이 가득하다. 심야식당은 정작 일본에선 큰 인기가 없었다는데 한국에선 제법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책도 비슷하다. 저자는 인권활동가로 생활하면서 좁은 자신의 집으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한다. 대부분 노동자와 같은 인권활동가, 법조인, 학생, 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투쟁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니 밥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니 뭐라도 먹어야하고, 워낙 평소 힘들게 싸우며 몸과 마음을 소진하는 사람들이니 쉬며 먹을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집은 식당처럼 되어버린다. 술방이라고 책에선 주로 말하는데 술도 적지 않게 먹어서인듯하다. 저자가 하는 음식도 다양하다. 김밥, 잡채, 꽃게탕, 닭죽, 떡국, 떡볶이, 순대등 맛은 모르지만 웬만한 식당못지 않은 구색이다. 저자는 식당에서 알바를 하여 단련된 몸이지만 워낙 많은 손님들을 맞느라 고생하는 모습이 자주나온다.

 저자는 책을 이런 음식 하나와 사연하나를 맞추는 식으로 구성했다. 여기엔 학생인권조례 탄생의 순간도 나오고 강정마을에서 투쟁하는 할매들의 이야기도 나오며 용산참사의 희생자 가족도 나온다. 책이 2015년에 나온지라 세월호 사건은 담아내지 못했다. 아마 일년만 늦게 나왔어도 크게 다루었을 것이다.

 책을 보며 우리 사회 인권활동가의 모습과 여전히 마이너로 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회의 불의란건 늘 존재하지만 내 생을 위협할 만큼 크게 다가오는 일은 흔지 않고, 우리의 언론은 이를 편향적으로 다루며, 사회와 권력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국가와 사회의 권력을 짜 놓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선 노동법과 노동자의 권리 및 삶을 가르치지 않으며, 언론은 파업의 정당성보다는 과격한 모습과 경제에 미칠 영향만을 우려하며, 사법기관은 편향적 판결을 하고, 국가의 법은 토지수용을 일방적 가격으로 강제집행할수 있게 해놓았다. 이런 상황이니 아직 우리의 인권은 갈길이 먼것이다.

 에피소드중 세계의 여러 인권가들끼리도 시각차가 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저자는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제1세계의 인권운동가들이 아시아권 운동가들의 수준을 의심하고 기본을 가르치려하며 시혜적으로 대하는 모습에 분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 역시 1세계의 인권사건만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더 가난한 아시아권의 비인권적 상황에는 그러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한국의 인권가들이 세계적이고 다차원적 시각이 부재함도 비판했다. 저자는 티베트 인권운동가들이 미국운동가들의 지원을 받는 것을 보고 반미적이지 못함을 비판하는 것을 본다. 문제는 티벳을 유일하게 지원하고 중국에 대항가능한 것이 오로지 그들이란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의 시각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생기는 책이었다. 웬지 작가의 집은 옥상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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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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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새 책이 나왔다. 단숨에 구입해서 읽었는데 이전 문명 3부작 시리즈와는 좀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다소 두껍다는건 비슷하지만. 이번에 소재로 삼은 것은 개인이 살면서 맞는 위기와 그 대응단계를 국가가 맞는 위기와 대응단계로 맞대응해서 틀을 짜 책을 썼다는 점이다. 과거 위기를 맞고 대응 및 극복한 국가로는 핀란드, 메이지 시대 일본, 독일, 칠레,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를 들었다. 모두 저자가 직접 체류한 적이 있는 국가들이다. 다음으로는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고 마지막으로는 전세계적인 위기와 그 대응 방안을 서술했다. 세계가 위기를 맞고 있고 이를 극복하려는 방안을 찾는다는 그의 큰 사고 틀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읽고나서 개인적 위기 대응단계와 국가의 위기 대응단계라는 공식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억지로 꿰어맞춘정도는 아니지만 이론화하여 대입할 정도는 아니랄까. 하지만 워낙 재밌게 어려운 내용을 서술하는 저자라 각 국의 역사전 변화와 이야기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만족스럽고 재밌었다. 솔직히 핀란드, 칠레, 인도네시아 정도의 국가에 대해서 우린 많이 알지 못한다. 일본, 독일, 오스트레일리아도 마찬가지겠지만. 다 정리하긴 좀 길어 재밌는 국가만 정리해보았다.

 

1. 핀란드

 우선 핀란드. 핀란드하면 휘바와 자일리톨, 망한 노키아, 높은 국민소득과 복지, pisa에서 1위를 좀처럼 놓치진 않는 강력한 공교육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 나라가 마땅히 서유럽의 일익을 담당하면서도 NATO 가입국이 아니란건 좀 의외다. 그 이유는 이들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찾을 수 있다. 핀란드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가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나라꼴이 엉망인 상태에서도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감히 한국전쟁에 큰 손실을 감수하고 뛰어든 이유가 북한을 순망치한으로 여긴 것처럼 러시아에게도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그런 곳이었다. 차지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위협적인 존재는 확실히 아니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핀란드는 나토가입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구 소련을 비방하는 언론통제까지 한다. 생각외의 장면이 아닐수 없다.

 물론 그들이 첨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핀란드는 헝가리처럼 유럽에서 독특하게 유럽인도어족이 아니다. 아마도 천여년전에 유럽을 침공한 아시아계 북방민족이 정착하여 만든국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정체성은 매우 독특하며 오래도록 강국인 스웨덴과 러시아의 속방이면서도 자주성을 잃지 않았다. 그들을 오래지배한 러시아도 그래서인지 자치를 허용했다.

 1차대전 이후 유럽의 국경이 변하면서 이들은 독립한다. 하지만 소비에트로 변한 러시아의 위협이 여전했고, 이에 발트 3국은 러시아에 굴복하여 합병된다. 반면 핀란드는 저항을 택한다. 인구는 러시아의 20분의 1, 국토나 무기수준역시 비교가 안되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긴전쟁으로 핀란드는 큰 손실을 입는다. 10만명이 전사하는데 인구가 많은 동아시아의 전쟁규모에선 별거 아닌 수준이지만 당시 인구가 200만 정도에 불과한 핀란드에선 대형참사였다. 그럼에도 오래 저항했기에 2차대전을 준비해야 하는 소련의 상황상 살아남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때의 경험은 핀란드 지도자들에게 대소비에트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한다. 2차대전 이후 핀란드는 잠시 되찾은 과거의 영토를 다시 소련에 선뜻 돌려주었고 아프지만 영구히 포기한다. 정책 역시 친소련정책으로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소련의 대서방창구역할마져 수행한다. 이에 소련은 안심하고 전쟁 배상금을 줄이고 연기까지 해주었으며 소련과 국경을 인접한 국가로는 유일하게 공산정권을 세우지 않는다. 서구와 단절되면서도 그들의 발전상이 궁금하면 감시해야 할 소련으로선 오히려 핀란드가 우방이면서 서구를 접할 창구가 되는게 오히려 좋게 되어버렸다.

 핀란드 사람들은 친소련정책으로 언론통제는 물론, 일정 액수 이상의 소련 제품을 구매해야만 했는데 이를 원유로 대체하여 오히려 서방국가에서는 유일하게 오일쇼크나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에서 자유로울수 있었다. 이 같은 핀란드의 지정학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미국의 우방이지만 이로인해 중국에 위협이 된다. 미국은 멀고 경제적 영향력도 점차 예전만 같지 않지만 여전히 중요하며 강하다. 하지만 중국은 바로 우리의 지척이며 국경을 맞대고 바다마저 가까워 보호막이 되지 못하며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접한 강국에 만만치 않은 국방력을 갖춰 무시하지 못하면서도 적이아니어서 근심을 덜어주는 것은 우리가 맞이해야할 지정학일런지도 모른다.

 

2. 오스트레일리아

지구상에서 가장 최근 생긴 국가중 하나다. 아직도 국가수반이 영국여왕이며 지폐인 그의 얼굴이 새겨진다. 200여년 전에 죄수의 급증으로 골치아픈 영국인 수인선단은 보내 정착한 후, 나라가 생겨났다. 이들은 처음부터 한나라는 아니었으며 지리적 격리로 인해 6개의 식민지로 성장해간다.

 호주는 미국과는 달리 영연방에 강한 소속감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아무상관도 없어보이는 1-2차대전에 참전한다. 영국이 영연방 국가들에게 외교적 자치권을 허락했을때 남아공과 캐나다등이 발빠르게 외교관을 파견한 반면 호주는 그렇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쇠락해가는 영국은 호주를 지켜주지 못한다. 적지 않은 인원을 파견해 피를 흘렸음에도 영국은 일본의 침공을 맞아 수적 우세에도 싱가포르 기지를 지켜내지 못한다. 심지어 항복이었다. 이는 호주에 영국에 대한 큰 배신감으로 다가온다. 일본의 위협을 느꼈던 호주는 2차대전 당시 파견 군대를 본국으로 돌려보낼 것을 처칠에 요구했으나 그는 싱가폴 기지가 있고 영국이 수호할 것을 천명했었다. 물론 이는 영국이 각국에 날린 무수한 무책임한 빈말중 하나였다.

 오판의 결과 호주는 일본에 다윈이라는 도시를 폭격당하고, 적이 지척까지 진군해오는 것을 목격한다. 호주는 큰대륙이었지만 당시 인구가 고작 400만 정도에 불과했던데 반해 일본은 무려 1억이었다. 거기에 중국은 무려 10억 정말 가까운 인도네이사 마져 2억의 인구를 자랑했다. 텅빈 땅이 가득한 호주는 전쟁중에도 전후에도 이들의 러시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농경이 기본인 이 민족들은 사막이 전부인 호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호주는 그래서인지 미국에 조금 모자라는 영토를 갖고도 현재도 인구가 2천만 정도에 불과하다.

 영국의 배신은 전후에도 계속된다. 당시 유럽은 유럽경제공동체를 설립했는데 잠시 망설이던 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여기에 가입한다. 유럽경제공동체는 공동체 국가끼리는 비관세를 하면서도 다른 국가에는 관세벽을 세워야 했는데 이로인해 호주는 그동안 관세없이 수출하던 영국에 관세를 지불하게 되었다. 호주의 농축산물이 덴마트나 독일 등의 제품으로 대체된단 이야기다. 영국의 경제적 중요성은 날로 멀어져갔고 가까운 아시아의 위상과 경제력은 날로 커져갔다.

 여기에 모자란 인구를 보충하고자 동류럽 및 다른 유럽인들은 대거 받아들인 결과 영국 직계로만 구성되던 인구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래저래 영국과는 멀어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백호주의를 포기하고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으며 축구마져 AFC에 가입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국가수반은 영국여왕이며 영연반의 국기를 사용한다. 호주는 아직 정신을 못차린 것일까.

 

3. 칠레

칠레는 긴나라다. 안데스의 서쪽을 차지해 동쪽은 자연방어가 되며 북쪽은 한류로 인해 아타카마 사막이 자리한다. 그리고 태평양 방면으로는 이렇다할 나라가 없다. 지정한적으로 완벽히 안전한 것이다.

 칠레는 북은 사막이고 동은 상당히 높으며 남은 추운 관계로 영토가 제법 큼에도 인구의 대다수가 중부인 수도 산티아고 인근에 몰려있다. 이런 지리적 집중성과 인구의 대다수가 메스티소인 동질성은 칠레의 정체성 확립과 통합성에 기여했다. 칠레인들은 스스로를 남미인이라기 보다는 유럽인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아메리카 원주민에 더 가까워 보이는 그들의 외모와 대서양과 동떨어진 그들의 위치를 생각하면 다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하여튼 칠레는 소수의 대규모 농장주들이 권력을 지배한 남미국가임에도 민주적 통치가 자리잡았다. 칠레의 독특한 점은 그럼에도 독재가 생겨나 성행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사회주의 아옌데 정권이 적잖은 이유를 제공한다. 당시 칠레는 사회주의 세력과 소수의 중도파, 우익이 서로 비등하게 자리잡아 아웅다웅 다투는 형국이었다. 어느쪽도 주도적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는데 이로 인해 아옌데 역시 40%가 되지 못하는 지지를 얻고 간신히 대통령이 된다.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못했던 것.

 그럼에도 아옌데는 사회주의 정책을 실행한다. 복지를 늘리고 지출을 늘렸지만 경제적으로 고립되고 화폐를 남발해 실업률이 급증하고, 적자와 인플레이션이 성행한다. 우리나라가 그렇듯 이런 흔들리는 나라에선 군부가 역사의 시계추를 뒤흔든다. 칠레의 군부역시 쪼개져서 사회주의에 경도된 장교와 우익 장교, 중도장교가 있었다. 우익은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를 몰아내고 그는 자살한다. 우익은 아옌데와 정반대의 정책을 실행해 사회주의 정권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던 미국을 안심시키고 그들의 경제원조를 얻어낸다. 경제역시 나쁘지만 호전된다.

 불안한 아옌데 정권에 실망하던 지식인들과 경제인들도 쿠데타를 환영했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은 우리나라의 박정희 처럼 그들이 지도자로 삼은 피노체트가 권력욕이 강하고 무척 잔인했다는 점이다. 피노체트는 무척 조용하고 온건한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그래서 군부로부터 선택받았지만 비밀경찰대를 만들고 반대파를 척살하고 고문살해하며 자신의 정권을 지켜나갔다. 피노체트는 막판 선거에서의 실패로 종신집권엔 실패하였지만 그럼에도 종신상원의원직을 얻었으며 지지세력도 40%를 상회했다.

 이로인해 다시 민주정권을 되찾은 칠레에서도 과거의 비밀경찰 조직과 피노체트에 대한 단죄는 언급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4.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중 하나다. 역사와 전통이 없다는 것 국가정체성과 민족성이 부재하단 이야기이고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지고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존재하는 이 나라의 현실은 이를 더욱 어렵게 한다.

 이런 인도네시아에 국가적 정체성을 심은 이가 수카르노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이후 이뤄진 선거에서 칠레마냥 네개의 정당이 비슷한 지지를 얻는 형편없는 결과를 얻는다. 투표율이 높았음에도 말이다. 이를 타개하고자 정권을 잡은 수카르노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인도네시아는 국가의 관리가 필요한 교도적 민주주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신규 국가엔 산적한 문제가 많았음에도 수카르노는 의외로 바깥으로 화살을 돌린다. 내부의 혼란을 외부에 사건과 적을 만들어 단결을 시도한 것일까? 그는 유명한 반둥회의를 통해 제3세계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반식민정책을 내세운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제1세계마냥 약한 나라를 침공하여 식민화한다. 뉴기니와 티모르가 그들의 타겟이었다. 이것도 모자라 역사와 전통을 가진 말레이시아 마져 공격한다. 보르네오 섬을 통째로 먹을 요량이었던 것.

 그러던 중 인도네시아 공산당의 쿠데타가 일어난다. 이들의 쿠데타는 우리나라 갑신정변 마냥 소란스럽기만 하고 영양가가 없었는데 이를 빌미로 우익은 쿠데타를 바로 진압하고 좌익 사냥에 나선다. 이 중심에 선게 수하르토다. 둘은 이름도 비슷하다. 우익의 반격이 너무나도 거세고 신속하며 계획적이어서 다이아몬드는 지금의 터키 쿠데타처럼 이 쿠데타는 일종의 숙청을 위한 기회 및 함정이었을 거라 본다.

 정권을 차지한 수하르토는 내치에 집중했는데 인도네시아의 산적한 문제는 많이 해결했지만 군부로 인해 정권을 차지한 만큼 군부에 지나친 특혜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군부는 많은 예산을 착복하였고 인도네시아는 나라의 발전이나 복지에 써야할 동력을 잃어간다. 나라 전체는 부패가 가득했고 빈부격차는 커져간다. 잘나가던 수하르토는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해 갑작스레 실각하는데 많은 가족의 비리에도 불구하고 지지세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

 

5. 현재의 위기

다이아몬드는 현재의 위기를 정리하며 일본의 경우는 과도한 국가부채와 고령화 및 저출산, 이민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많은 인구로 인한 자원부족과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미인정으로 인접지역에 우방을 만들지 못한 것을 든다.

 미국의 경우는 적이 없음에도 자신들의 정치적 양극화, 불평등의 고착을 위기의 요인으로 든다. 최강자의 적은 자기 자신이었는지 의외로 중국의 위협은 미국국내이 위협보다 적은 위기 요인으로 생각한듯 싶다.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는데 이로 인해 주요 행정업무의 진척이 없고, 우리가 목도한 것처럼 예산조차 수립하지 못해 정부가 셧다운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선거도 무한 경쟁이고 사실상 법적인 선거기한이 없어 정치인은 당선되자마자 바로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실제로 그들의 정치활동의 80%가 선거운동이라하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거기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 조정이 매 선거마다 가능하다는게 놀라웠다. 가장 발전한 민주국가의 정치적 수준이 의외로 많이 낮았던 것.

 현재 세계의 전체적 위기로는 온난화와 핵무기, 불평등, 자원문제들을 예로 든다. 역시 환경에 민감한편인데 전세계 모든 사람이 미국같은 제1세계의 소비수준에 도달한 다면 우리는 지금 기준으로 800억 인구를 부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지구가 감당하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거기에 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와 강을 공유하는 국가들은 물부족 문제로 분쟁에 휩싸이기 쉽다.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고원에서 발원하는 수계에서 시작한 강에 의존하는데 이 강은 동남아 여러 국가를 관통한다. 온난화로 빙하가 모두 녹거나 수자원 문제로 한 나라가 강에대한 통제를 시작하면 분쟁은 피할 길이 없다. 온난화나 환경변화와 관련하여 의외로 핵발전소를 조심스레 옹호하는데 최근 미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을 목도한 나로선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다.

 책은 유명한 저자의 글인 만큼 재밌고 빨리 일을 수 있다. 각국의 역사적 위기와 대응을 잘 정리한 그의 노력도 대단하다. 덕분에 공부가 많이 되었다. 하지만 이론적 틀 부분에서 좀 부족함이 들고 이번 책역시 훌륭하지만 과거의 전작만큼의 임팩트가 없는 것도 사실이어서 다소 아쉽긴 하다. 어느덧 80이 넘은 그이기에 이 책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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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6-25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의 노력이 대단하지만 ‘과거 전작만큼 임팩트가 없단’ 말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 저자가 사기꾼이라는 심정에 한 표 겁니다. ^^

gajjaegas 2019-08-0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다이제스터 님께 묻습니다. 해당 저자가 왜 사기꾼인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책을 구매하는 데에 참고하려고 합니다.
 
인류의 미래 - 화성 개척, 성간여행, 불멸,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하여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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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의 발전을 두고서 갑론을박이 있다. 환경파괴와 우리 자신의 파괴 위험성, 자본주의의 폐해와 인간성 상실등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신중을 기하거나 그만둬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인류의 지속적 발전을 통한 행복의 실현과 오히려 환경적 위협이나 언젠가 있을지 모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더욱 발전해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미치오 카쿠는 충분히 전자를 고려하겠지만 확실히 후자의 입장에 서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도 그런 입장에서 나온것이다.

 인간은 오래전 아프리카를 나와서 지구 전역으로 퍼져갔다. 그로인해 언어와 문화가 달라졌고 서로가 본래 같은 존재란걸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변해갔다. 하지만 결국 아직 완전히는 아니지만 서로가 같은 존재란걸 개념적으론 확실히 알게되었고,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할지도 모를만한 시점에 다시 연결되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지구도 어느정도 확실히 장악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구엔 아직도 위험한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 스스로 초래한 온난화 환경파괴 그리고 핵무기와 화학무기 및 바이오무기는 인류전체를 절멸시킬만큼 충분하다. 거기에 정치적 미통합과 종교적 인종적 민족적 강등은 좀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외부요소만이 아니다. 인간이 스스로 정신을 차릴지라도 현재 간빙기인 지금, 영화 투모루어처럼 갑작스레 빙하기가 시작된다면 감당할 방법이 없다. 살아남을지라도 대부분의 문명은 파괴되고 인구는 급감할 것이다. 거기에 화산과 지진으로부터도 안전하지 못하다. 공원전체가 분화구일 만큼 거대한 화산인 미국의 옐로우 스톤 공원은 주기상 분화시점이 멀지 않았다. 이게 분화하면 영화 2012처럼 그야말로 끝장이다. 우주도 문제다. 목성의 중력과 지구의 대기권이 상당히 보호를 해주지만 언젠간 반드시 떨어질 소행성을 인간은 막을 방법이 없다. 즉,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에 머무른다면 어떤 요소로든지 적잖은 위기와 그로인한 멸종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치오 카쿠는 오래전 아프리카를 벗어난 것처럼 인간은 결국 지구를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카쿠는 일전에도 미래의 물리학에서 행성의 문명을 3단계로 구분하였는데 1단계는 행성자체에 쏟아지는 항성의 에너지를 완전히 활용이 가능한 문명이며 2단계는 다이슨 스피어등을 활용해 자신의 속한 행성의 계의 모항성의 에너지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는 단계다. 그리고 마지만 3단계는 자신의 은하 전체의 에너지를활용하는 문명으로 은하 중심의 블랙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단계다. 카쿠에 의하면 지구는 0.7단계정도이며 앞으로 백수십년정도안에 1단계 문명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2단계 문명정도가 되어야 비로서 외부자연에 의한 멸망에 대응이 가능해진다. 2단계 문명에 도달하면 운석이나 소행성은 강력하게 발달한 로켓공학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온실효과 역시 이미 수소에 기초한 에너지 운용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행성자체가 위협에 노출되어도 대규모 우주함대를 통한 이주나 최근 개봉한 중국영화처럼 행성자체의 위치를 옮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50억년후 적성거성으로 변한 태양을 피해 좀더 먼 자리로 피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여튼 이는 먼미래이고 현시점에서 지구를 벗어날 가장 현실적인 장소는 달과 화성이다. 달에는 쓸만한 3가지 자원이 있는데 바로 얼음과 희토류, 헬륨이다. 달의 하루는 지구의 한달 기간인데 이로 인해 2주에 걸쳐 낮과 밤이 반복된다. 하지만 달의 극지방으로 가면 영구음지와 영구양지가 존재하며 영구음지에 수m두께의 얼음과 지하자원이 존재한다. 이를 개발할 만한 경제적 동기는 충분하며 달에대한 접근은 여기서부터 시작할 것으로 카쿠는 보고 있다.

 화성은 하루의 길이가 지구와 거의 유사하고 자전축의 기울기도 비슷하다. 거기에 대규모 물이 얼음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를 모두 녹이면 화성전체를 5-10미터 높이로 덮을 정도다. 이처럼 물과 지하자원은 풍부한데 비해 기체는 매우 부족하다. 중력이 지구의 40%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기압도 낮다. 그래서 영화 마스와는 다르게 화성에서는 웬만한 폭풍우가 불어도 그 피해가 지구의 10%정도라고 한다. 사실 대기와 기온은 화성이나 달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것을 대기와 자기장의 미존재로 인해 태양풍과 플레어에 무방비고, 작은 미세 운석입자에도 치명적 손상을 입는 다는 것이다. 거기에 기압이 없거나 낮아 우주복이라도 벗을시 즉시 피가 끓게된다. 생각만해도 끔직한 현상인 것이다.

 이처럼 1단계 문명에서 우주로의 진출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2단계 문명부턴 점차 해볼만해진다. 우주로 진출하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로켓수준으론 다른 항성계로 진출할만한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과 인간자체가 그 기나긴시간동안 생존하지 못하고 지구에서 진화한지라 우주환경에 도무지 견딜수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2단계 문명에서 인간은 유전공학의 발달이나 로봇공학, 혹은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거의 영생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수명이 길어진다면 기나긴 우주여행도 정신적으로 버티는 것이 성공적이라면 가능해지는 것이다. 로켓의 수준도 지금과는 달라진다. 핵융합이나 반물질, 라이트세일형태의 이동으로 속도는 광속엔 아직 어림없지만 무척이나 빨라진다.

 어쩌면 굳이 인간이 가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작은 라이트 세일을 운용해 광속의 20%가까운 속도를 얻고 그곳에 자기 복제가 가능한 로봇을 탑승시킨다. 그 로봇은 정착이 성공적이면서 자기복제가 가능한 환경과 자원을 가진 행성에 착륙해 문명을 건설하고 다시 라이트 세일을 구축해 새로운 자기 복제로못을 다른 행성으로 보내는 식으로 우주를 이동해나가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또 있다. 다음 세기나 이번세기 말에 인간의 뇌를 완벽히 뉴런수준까지 복제하여 전송하는 휴먼커넥톰 지도가 완성될 예정이다. 이 기술은 인간이 육체라는 벽에서 정신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데 광속인 레이저를 발사하여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물론 레이저를 수신할 기지국이 마땅히 필요하므로 사전에 광속엔 못미치지만 라이트세일로 로봇을 미리 보내 기지국을 건설하는게 전제다. 레이저로 다른 행성으로 광속으로전송된 인간은 그곳에서 유전공학으로 자신의 복제육체에 들어가든, 아니면 로봇아바타를 조종하든 어떤 형태로든 육체를 얻어 새로운 행성을 경험할 수 있다. 카쿠는 이게 관광처럼 될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발한 생각이 어이없으면서도 놀랍다.

 3단계 문명은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문명처럼 웜홀을 열거나 블랙홀의 이용마저 가능한 문명이다. 어차피 광속보다 빨라질 순 없으므로 이들은 시공간자체를 조종하는 방법을 택한다. 우리은하만 해도 지름이 무려 10만광년이다. 광속이더라도 은하 전체를 정복하는데는 10만광년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광속에 머무른다면  은하전체를 주무르는 3문명엔 도달할 수 없다. 이들은 웜홀을 열거나 목적지까지로의 공간자체를 구부리는 기술을 이용해 빠른 이동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중력파로 통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레이저는 전달 도중 다른 물질에 흡수되거나 산란되어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카쿠는 한 강연에서 3단계의 문명을 이야기하다 4-5단계의 문명도 있을 거란 꼬마의 발언에 코웃음을 쳤다고 한다.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그런데 집에와서 생각해보니 꼬마의 말이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상상력이 부족했다나. 은하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은하를 거느리는 문명도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쿠의 이번 책은 매우 읽기 쉬운 편이고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우주항해를 떠나는 인간의 모험을 서술한 과학소설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와 더불어 워낙 고령이라 걱정하는 저자중 하나다. 이번에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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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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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홍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중국은 과거 우리의 3.1운동에도 영향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엔 광주민주화항쟁의 영향을 받은듯 하다. 오늘 MBC뉴스에도 나왔는데 검검이란 중국인이 우산혁명의 실패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접하고, 중국 상황에 맞게 개사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홍콩과 한국의 80년대 상황이 비슷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노래가 필요했던 것이다.미국과의 패권전쟁이 본격화하며 더욱 국가사회주의로 치닫고 있는 중국에 홍콩의 민주화운동이 작은 브레이크가 되었으면 한다.

 소년이 온다는 80년 광주에서 쿠데타 세력과 싸우다 희생된 민중들의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실제 기록과 증언을 많이 참고한지라 워낙 잔인한 희생장면이 생생히 묘사되 좀처럼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읽기 쉽지않다는 혹자들의 말이 사실이었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무척 정독하기가 힘들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읽어냈다.

 여러 장면이 나오는데 중학생이면서 도청에서 시체를 관리하고 신원을 정리하는 일을 맡은 중학생. 이녀석은 어른들의 만류에도 군인들이 도청에 처들어오는 순간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아 결국 최후를 맞았다. 이 중학생은 같은 집에 더부살이 하는 친구와 짝사랑하던 그녀의 누나를 걱정하며 찾지만 그들도 결국은 희생되었음을 짐작한다. 다른 장에서는 그 중학생이 걱정하던 친구가 이미 죽어 혼으로 광주를 떠도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이 친구는 도청을 지키던 자기의 친구가 죽는 것을 느낀다.

 살아남은 이들도 고통받는다. 잔혹한 고문을 견디지 못한 정신외상에 시달리며 인생이 파괴된 사람들. 게중에는 결국 영혼이 고문장을 떠나지 못해 세상을 등지는 사람도 있었다.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에서도 유시민은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고문했을 경찰을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고 많은 감정을 녹여내며 담백한듯 말했다.

 살기위해 적당히 광주를 떠난 사람들도 고통받는다. 계속 전두환 정권 치하를 살아가야 했고 대학에 가고 중퇴를 하고, 출판사에 취직을 해서도 그놈의 검열때문에 고통받는다. 민중인사를 만났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끌려가 고문경찰에 뺨을 일곱대나 맞았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맞은 뺨 일곱대를 지우는데 쓴다.

 광주는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사형을 언도받은 수괴가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끝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일방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옹호하고 편드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사라지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사과가 있고 처벌이 있어야 역사는 바로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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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19-06-18 2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강을 보고 좌파 작가라고 지칭했던 어떤 정치인이 떠오르네요. 어이가 없는 일이죠

닷슈 2019-06-18 22:51   좋아요 0 | URL
그런사람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