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리스타트 에디션 - 『수짱의 연애』x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유명한 마스다 미리 작품을 처음 봤다. 만화라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보고 싶고, 생각과 고민도 하게되는 작품이었다. 이번 리스타트 에디션에는 츠치다와 수짱 두 명의 고민을 묶어 담았다. 내용도 츠치다의 이야기에서 수짱으로 거의 바로 이어진다. 반대로 봐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츠치다는 33세의 일본 남자로 서점에서 일한다. 동경에 살고 있는데 서점에서 일한지는 어느덧 7년째다. 대학을 나왔다면 그 이후로 서점에만 쭉 있었던 셈이다. 6년째 솔로상태인데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는 않은 듯 하고, 결혼에 대한 욕구는 제법 있어보이지만 적극성은 다소 부족한 그런 상태다.

 책을 좋아하는 건 정작 큰아버지인데, 츠치다의 백부님은 병에 걸려 죽는다. 이 큰아버지 보통사람이 아닌게 자신이 죽을 고비임에도 설령 힘이 다해 읽지는 못할 지언정 책이 놓여있으며 조카들에게도 항사 생일선물로 책을 주었다. 거기에 문병오는 사람들에게 비통함을 보고 싶지 않아서인지 농담에 대접도 오히려 잘한다. 보기 좋은 삶이다.

 하여튼 츠치다는 큰아버지가 죽고나서 연애전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츠치다는 삶을 공허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서 매일 일하고, 원룸에 혼자 돌아와 밥을 먹고 다음날 나가는 삶이 쳇바귀 같아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연애도 시작하고, 서점일도 더욱 적극적으로 한다. 그런다고 월급이 느는것도 아니고 일만 많아진다는 동료의 핀잔에도 말이다. 연애가 좀 문제였긴 한데 정작 미팅에서 맘에 드는 사람은 이미 짝이 있었고, 수짱이란 썸녀가 있음에도 아요이를 만나기 사작했기 때문이다.

 수짱은 츠치다보다 나이면에서 더 심각하다. 어느덧 37. 일본이 만나이를 씀을 감안하면 전세계의 유일한 한국의 세는 나이로는 이미 38-39일터다. 그야말로 내일 모레 마흔인데 남의 일같지가 않은게 아니라 남의 일같다. 어쩌면 41인 다른 솔로 친구가 있어서일지도.

 수짱은 카페점장을 했었고, 거기서 가까운 서점에서 일하는 츠치다가 자주 밥을 먹으로와 살짝 썸을 탔다. 하지만 거기까지. 서로 소심한지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츠치다는 카페를 그만두고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한다. 요리만드는걸 좋아하고 여러 아이를 대하며 살아간다.

 여자로서 한해한해 나이를 먹어가며 아이가 없는 삶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지만 아이들을 보며 여러 인생이 있고, 나의 인생도 그 여러 인생중 하나란걸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생의 답은 없고, 불안도 어찌보면 정말 나에게서 기인한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짱은 불안해하고 츠치다를 좋아하면 결혼하고 싶어한다. 집에서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라는 수짱의 생각은 그래서 나온건지도 모른다. 츠치다와 수짱은 츠치다가 이미 애인이 있음에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츠치다는 수짱은 좋아하는게 분명해보인다. 아요이는 어떻게 될까나.

 고령화와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저하, 개인의 자유등이 강조되며 결혼은 선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직은 결혼하고 가족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지라  사람들은 결혼과 가족, 아이가 없는 삶을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수짱과 츠치다도 그렇다. 인구구조가 우리보다 한발 빠른 일본에선 그게 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비슷한 사정이라 수짱과 츠치다의 고민에 공감하는 한국인이 많을 듯 하다. 역설적이게도 가족을 가진 자도 고민한다. 자신의 사라진 시간과 자유를 걱정하며 육아로 인해 자신이 쌓아올린게 무의미하고 허물어질까 고민한다.

 그래서 결혼한이와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서로를 부러워하면서도 저렇게 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한다. 재밌는 일이다. 아직은 통념상 그리고 숫자상 결혼이 우위인 사회지만 3-40년후 그 수가 역전되면 어떠할까. 결혼을 더욱 희소하고 부러워하게 될까, 아니면 매우 어리석은 선택으로 여기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가토 요코 지음, 윤현명 외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100여년전 우리의 역사는 굴종과 아픔, 아쉬움이 가득찬 역사였다. 절대적 피해자로서 우리는 그 역사를 기억하며 절대적 가해자로서 당시 일본을 규정한다. 더군다나 일본은 당시 식민지로서 전쟁에 강제 동원되었던 우리나 중국 등의 아시아 주변국들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인식은 지나치게 부족하다. 반면 스스로가 전쟁을 일으킨 자임에도 피해자로서의 인식은 어이없게 과대해 더욱 우리와 아시아 각국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 그들이 메이지 유신서부터 2차대전의 패망까지 어떠한 길을 선택했는지를 비추어주는게 이번에 본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이다. 일본인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절대적 가해자로밖엔 그들을 인식할 수 없는 한국과 한국인인 나에게 재밌고 신선한 책이었다. 그리고 물론 신선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선택이 그럴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와 피동적 입장이라는 이야기엔 절대 공감하거나 이해해주긴 어렵다.

 이건 남이 나를 칠것 같기에 먼저 공격했다라거나 내가 먼저 저놈을 꼬봉으로 삼지 않으면 다른 놈이 꼬봉으로 삼을게 뻔하기에 내가 먼저 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인정해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책은 청일전쟁시기부터 시작한다. 1876년 우리는 강화도에서 일본에 의해 역사상 최초로 불평등조약을 맺고 개항했기에 당시부터 그들이 무척 강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보단 모든면에서 개화에서 월등했지만 일본은 여러 열강과 맺은 불평등조약에 허덕이고 있었고 아직도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능력에 자신이 없는 국가였다.

 또한 메이지 유신은 이루어졌으나 사쓰마 번과 조슈번간에 내전에 가까운 다툼이 있었고, 주요 인사들도 이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암살되는등 사회적으로도 다소 혼란했다. 서구열강에게도 아직은 인정받지 못해 무역아니 불평등조약을 통한 착취의 대상이거나 중국과 러시아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이를 지정학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부류일 뿐이었다.

  당시 일본의 지배층은 오스트리아 슈타인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았는데 슈타인은 이익선과 주권선이란 개념을 주창했다. 주권선은 한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말하는 것이며 이익선은 보다 폭넓은 것으로 나라의 존망과 관련한 외국의 상태를 의미했다. 당시 일본에게 이익선은 조선이었다. 일본의 세력들은 당시 제정 러시아가 극동으로 진출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였는데 러시아가 시베리아 철도를 완성하면 만주와 한반도가 사실상 러시아의 세력권으로 들어오게 되고 러시아가 장악한 한반도의 원산항을 해군기지로 삼으면 다음은 자신들의 순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일본에게 선택은 두가지 였다. 조선을 누구도 차지 할 수 없는 방패막이로서 중립국화하거나 자신들이 차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러시아는 한반도에 세력을 미칠 상황은 아니었고, 이에 일본은 청과 대치한다. 청은 과거 화이질서에 속한 조선이나 베트남등에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시대가 급변하며 정책이 군사적으로 바뀐다. 청은 조선에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군대를 보내 이를 제압했고, 그 수장인 대원군마저 데려가는 강수를 보인다. 이로 인해 조선내 일본 세력이 급격히 수축하자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일본은 무리수를 둔다. 조선조정은 어리석게도 동학을 진압할 힘이 없자 청에 파병을 요청했고, 일본은 조선에 군을 보낼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다. 뒤늦게 조선조정이 동학군과 화약을 맺었음에도 양국은 충돌했고, 결과는 일본의 승리였다.

 일본은 이 승리로 청으로부터 막대한 배상금과 여러개항장, 타이완, 펑후제도, 요동반도를 얻지만 일본의 영향력이 중국에 지나치게 확대되는걸 염려한 영국과, 러시아, 프랑스의 간섭으로 요동반도를 빼앗기고 만다.

 이로 인해 일본내에서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은 커지게 되었으며 일본은 배상금을 군비확장에 이용하게 된다. 반면 조선과 청에서는 말한마디로 일본을 굴복시키는 러시아를 보며 일본의 견제를 위해 러시아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중국은 러시아의 만주지역 철도 건설에 적극협조하였고, 조선은 정권차원에서 친러성향이 두드러진다. 그 결과 일본은 조선에 을미사변을 일으켜 일국의 황비를 암살하는 초유의 테러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일본은 열강의 하나인 러시아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러시아의 요구는 일본에 좌절을 안겨주었고, 이는 선제공격으로 이어지는 개전결심을 불러온다. 일본은 러시아로 인해 당시 만주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하고 싶었다. 러시아 역시 한반도 보다는 만주에 관심이 많았다. 둘의 입장은 이렇게 이해되는듯 했지만 러시아는 대한해협을 비롯한 일본의 주요 해협에 대한 통과권과 한반도 이북에 대한 중립화를 요구했다. 이는 당시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러시아의 남하를 우려한 미국과 영국의 협조, 그리고 새삼 러시아의 위협을 느낀 중국의 중립화로 일본은 전쟁을 결심한다. 일본은 중국과는 다른 러시와의 전쟁으로 더 큰 피해를 보는 승리를 거둔다. 이로 인한 자신감도 상승하고 지위도 올라갔으나 러시아는 중국과는 달랐다. 재정적 손실이 컸던 일본은 청의 경우처럼 배상금과 전승국으로서의 요구를기대했으나 러시아의 짜르는 가볍게 이를 묵살한다. 러시아를 무력적으로 침공하거나 위협할 능력이 없는 일본으로선 요구를 더 지속할 수 없었다.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본 승전이었다.

 그리고 10여년후 세계1차대전이 발발한다. 일본에겐 호기였다. 일본은 유럽의 열강에 전쟁물자를 팔아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변모했고, 독일에 선전포고해 남양군도와 산둥반도의 조차지와 철도권, 만주지역의 철도권을 얻는다. 물론 이조차 쉽진 않았다. 중국내로 지나치게 세력을 확대하는 것을우려한 영국이 일본의 참전에 많은 제한을 걸었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일본내에선 미국과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생겨난다.

 1차대전을 정리한 파리강화회의에선 더한 일이 일어난다. 파리강화회의에서 전승국임에도 미국과 영국인 일본이 중국내에서 권익을 누리는 것에 강한 비판을 한다. 또한 강화외의중 한국에서 일어난 삼일운동이 널리 알려지며 일본의 가혹한 식민통치가 세계적으로 비판받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본은 강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해양세력인 영국이 극동아시아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일본에 잠재적인 적국으로 느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만주사변이다. 일본은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내전이후 희안하게도 정치세력과 군사세력이 하나로 일치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이후로 군사세력이 정치세력으로부터 상당히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이게 결국은 2차대전까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일본 군부는 정치세력의 판단을 무시하고 독단적이고 무모하게 움직이기 일쑤였다.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하극상은 물론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이나 상관을 살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만주사변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전체의 판단이라기보다는 만주 관동군 일부의 판단이었다. 물론 그들은 3년이상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들은 스스로의 철도를 폭파한후 중국군의 소행으로 조작하여 전쟁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들만의 판단이고 나머지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지속을 불가능했다. 군부의 상관들은 이들의 하극상을 묵인하거나 협조했고, 당대의 조사에 따르면 도쿄대학의 학생들 상당수가 전쟁에 동의했다. 당대 최고 지식인들의 수준이나 윤리성이 그정도였다. 이는 야당이나 좌파세력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전쟁에 반대하던 그들은 여론의 절대다수가 전쟁에 동의하자 전쟁엔 찬성하되 전쟁 참여인력의 직장이나 자위를 보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만주사변의 승리로 만주국이 성립하며 이는 주지하다시피 일본의 괴뢰국이었다.

 고삐가 풀린 일본의 군부세력은 중일전쟁도 일으킨다. 재정러시아에서 소비에트로 변한 소련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고, 미국이 태평양으로 세력을 본격적으로 뻗기전에 동아시아의 패권을 완성한 속셈이었다. 거기에 중국을 얕보기도 했다. 만주사변에서 그들이 보여준 저항이 형편없었고, 중국은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에, 국민당 자체에서도 반군세력이 있어 자중지란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군부는 중국의 광대한 영토에도 중심경제지역을 빼았아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것 같다. 하지만 장제스는 주요 핵심지역을 모두 상실하면서도 지휘권을 잃지 않고 장기투쟁했으며 국공합작이 한계가 많았지만 이루어졌다. 또한 일본을 견제하는 독일과 미국, 영국의 지원이 이루어졌고, 홍콩그리고 여기가 봉쇄된 이후엔 버마나 베트남을 이용한 지원이 이루어지며 중일전쟁은 장기화한다.

 이 상황에서 유럽에 2차대전이 터진다. 1차대전때처럼 일본의 정치세력들은 초기에 이를 관망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독일이 빠르게 유럽을 장악하고 미국은 관망하며, 러시아는 독일과 불가침조약을 맺어 사실상 저항세력이 영국만 남게되자. 일본의 생각을 달라진다. 이 기회에 영국 프랑스등의 식민지를 차지하고 자급자족적 총력전이 가능한 대동아공영권을 완성할 욕심을 갖게 된 것이다. 전력에 대한 판단 착오도 한몫을 한다. 당시 일본은 수십년간에 전쟁으로 항상 국력대비 군사력이 최대화 되어 있었다. 자신들이 그럼에도 전쟁에 수동적이고 고립적이던 미국의 군사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미국의 잠재력을 우습게 본 것이다.

 거기에초기 기습으로 영국과 미국의 태평양 함대를 격멸하고 그들이 전열을 다듬는 사이 태평양 지역을 석권하고 방어전을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 영과 태평양 지역의 지배권을 인정받는 협상이 가능핟고 생각했다. 애초에 완전히 이길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과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직접 침공이 어렵고 당시 일본의 국력으론 어림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판단으로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공격한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은 일본의 공격에 무방비였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영국과 미국은 일본의 태평양 지역에서의 선제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진주만은 깊지 않은 바다였는데 수심이 12미터였다. 당시 공격기가 함대를 공격하는 방법은 비행하여 폭탄을 선상에 떨어뜨리거나 원거리서 어뢰를 투하하는 방법이었다. 전자는 함대의 강한 포격과 기관총소사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으며 어뢰는 수심 500m정도에서 서서히 올라와 함대를 공격하는 형식에어서 수심이 얕고 함대가 모여있는 진주만은 이 같은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고 미국은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조종사들은 중일전쟁으로 단련된 이들이었다. 진주만의 환경을 고려해 3달간의 연습으로 12m 수심에 어뢰를 투하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진주만의 태평양함대는 격멸된다. 이는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뽑은 겪으로 정신을 차린 미국은 막강한 국력과 자급자족이 가능한 막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태평양과 대서양 양쪽에서의 전쟁을 수행해간다. 미국이 총력전에 돌입하자 그들의 생산력은 일본의 수십배에 달하기 시작했으며 전쟁막바지의 양국의 전력차는 무려 20배에 달하게 된다.

 100년전 일본은 전쟁국가나 다름없었다. 현대 미국이 그러한 것처럼 일본은 지역의 패권을 얻기 위해 청일전쟁, 러일전쟁, 1차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 2차대전을 차례로 일으키거나 참전하며 거의 10년에 한번 전쟁을 수행했다. 책에 등장한 것처럼 그들은 피해를 얻거나 당하기 전에 선공하여 피해를 막는 식으로 식민지를 확장하거나 전쟁을 수행하였고, 그래서인지 가해자로서의 인식이 매우 미약했다.(물론 책의 저자는 아니다. 그는 을미사변과 삼일운동, 제암리사건, 관동대지진을 모두 잘 인정한다.) 문제는 이 같은 시각이 현대일본에도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웃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한 지역의 평화보다는 지역을 장악하거나 넘어서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지역안정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어떤 분야든 탈아시아를 외치는 것이 그러한 생각의 대표적 표상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웃과 평화와 연대에 기초한 지역의 안정성을 추구해나가는 것. 매우 힘든 우리의 과제일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농업혁명을 즈음해 인간은 전세계적으로 신분사회로 들어섰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없다지만 왕후장상은 생겨났고, 긴세월을 기득권을 갖고 지위를 세습하며 독점에 들어갔다. 개인의 개성이나 능력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점차 약화되긴 했지만 가까운 조선까지도 꾸준히 세습사회였다. 그래서 우리 대부분의 조상은 평민이나 노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19세기의 대규모 족보위조나 구매로 인한 신분세탁으로 우리는 자기 조상이 모두 왕후장상인줄 안다. 신분사회가 피라미드 구조란걸 생각하면 매우 이해가 안가는 일이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를 당연시하고 있으며, 어찌보면 다소 부끄러운 일이기도하다. 진짜 조상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완 다르게 미국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영화나 책에서 그들은 자신의 조상이 흑인 노예더라도 이런 기록이 비교적 정확히 남아있는듯하다. 그리고 책' 킨'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내 나이와 얼추 비슷하다. 그래서 책의 배경도 1976년 미국이다. 흑인 아내인 다나, 백인 남편인 케빈이 등장한다. 둘은 작가이자 작가지망생이고 책에 삶을 맡길 정도로 잘나가지 못해 일을 하다 만났다. 둘은 인종도 다르고 나이차도 제법났지만 결혼해, 새집을 마련해 같이 살아간다.

 신혼살림을 차린지 겨우 며칠 째 되던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내 다나가 현기증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지더니 케빈 눈앞에서 느닷없이 사라져버린것이다. 정신을 차린 다나는 강기슭에 있었고, 물에 빠져 익사위기인 소년을 인공호흡으로 구해낸다. 아이의 엄마는 이상한 옷차림이었는데 배은망덕하게도 욕을 하며 다나를 마구 때렸다. 정신을 차리고 통성명을 해보니 구한 아이의 이름은 루퍼스였고 붉은 머리의 백인아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아인 다나의 조상이었다. 뭔가 묘한 운명을 느낀 다나는 자신이 흑인노예로 악명이 높던 1819년의 미국남부로 왔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앨리스란 흑인 소녀를 수소문한다. 앨리스는 바로 루퍼스와의 사이에서 헤이거란 아이를 낳게 되고 이 아이가 다나의 직계조상이기 때문이다. 다나는 루퍼스의 집에서 나와 앨리스를 찾게되지만 앨리스의 어머니를 몰래 만나러온 앨리스의 아버지를 잡으러 온 백인들에게 발각되어 무자비한 린치를 당한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 다나는 현대로 돌아온다. 다나가 1819년에 머무른 시간은 며칠이었지만 1976년에서 다나는 불과 몇초만에 돌아왔다고 남편 케빈은 말한다.

 소설의 타임루프 계기는 다나의 조상은 루퍼스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고 다시 돌아오는 계기는 거꾸로 다나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다. 다나는 여러번 어리석은 루퍼스가 사고를 칠때마다 과거러 불려가 조상흑인들이 느낀 비애와 분노, 불공평함을 느끼며 노예의 삶을 체험한다. 이 여행은 쉽게 끝나지 않았는데 웬지 자신의 조상인 헤어거가 등장해야만 끝날것 같음을 다나는 직감한다.

 타임루프란 소재는 매우 식상하지만 소설은 노예 흑인의 삶은 매우 상세하고 사실적이며 비극적으로 묘사하고, 이를 현대인이 체험하면서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로 인해 흔한 소재는 다소 덜 진부하게 느껴지고 즐겁지 않은 조상과의 만남은 이를 더욱 운명적으로 느끼게 한다. 소설에 나오는 흑인들의 삶은 매우 비참하다. 하루종일 백인들의 눈치를 보며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나의 자식들은 주인에 의해 얼마든지 언제든지 다른지역으로 팔려나간다. 도망친 노예가 잡히면 맞아죽거나 채찍질을 당하기 일쑤였고, 여성노예들은 언제나 백인 주인이나 관리인의 성적 노리개였다. 그들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도 사람취급 받지 못하고 언제든지 팔려나갔으며 백인 부모를 나으리라 불러야 했다는 사실은 홍길동도 울고갈만큼 극적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 성서의 욥기에서 따온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어서 이걸로 마무리한다.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그는 꽃과 같이 자라나며 시들며 그림자와 같이 나가며 머물지 아니하거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화 : 모든 것을 설명하는 생명의 언어
칼 짐머 지음, 이창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2001년에 나온 책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전에 나온 것 같은데 이번에 개정과 포장을 다시 하여 새로 나온듯 하다. 첨예한 최신진화론을 다룬 책을 기대했던지라 실망감도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얻을 만한 내용도 있어 크게 아쉽지만은 않았다. 

 책은 다윈부터 시작한다. 다윈의 생애부터 그가 진화론을 표방한 배경과 사건들. 그리고 지구에서 생명체의 진화역사를 다루고 마지막 여러장에선 역시 인간의 진화를 다룬다. 그래서 다 읽고보니 이 책은 지금까지의 진화론을 역사적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잘 설명해준 대중서란 느낌이다. 인상적인 부분만 간추려보았다.

 

1. 정상적인 돌연변이?

 돌연변이는 생명체가 진화하는 중요한 추력이지만 대개 해롭다. 하지만 정상적인 인간의 몸에서 돌연변이가 매우 필요한 부분이 있었으나 바로 항체다. 항체에 돌연변이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적인 항원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대충 항원은 수십억개로 추정되는데 우리의 항체는 이 항원에 맞는 모양으로 형성되어 달라붙어 이녀석들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B세포는 이를 위해 분열과정에서 고속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여러가지 다양한 모양의 수용체를 만들어 놓아야 하나라도 걸려 들기 때문이다. B세포는 무작위로 수십억가지의 다양한 수용체를 만들며 항원에 걸려드는 녀석이 생기면 즉각 대량생산에 들어가 면역을 강화한다.

 

2. 생명체의 폭발

다양한 종이 등장한 시기로 우선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있다. 일전에 읽은 책에선 캄브리아기에 생물종이 다양하게 진화한 이유로 사상 처음으로 눈이 생기거나 입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책도 있었다. 이 책에선 환경적 이유를 드는데 적도인근까지 얼어붙어 있던 지구가 당시 화산폭발로 온실가스가 꾸준히 증가하고 하나였던 대륙이 분화해 탄소가 해저로 침전하고 산소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명체는 지난 1억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소행성과의 대충돌 이후 지구는 대기중에 온실가스의 대규모 증가로 엄청나게 달궈졌다가 서서히 식기시작했다. 인도아대륙은 여기에 크게 공헌했는데 아시아와 충돌하여 히말라야를 만들었고, 이 거대한 히말라야에 부딪힌 공기가 꾸준히 비를 내려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에서 씻어내렸다. 이 이산화탄소를 바다로 가서 석회암과 반응을 일으켜 탄산칼슘을 형성했고 해저에 쌓였다.

 거기에 인도가 꾸준히 아시아를 밀어 티베트 고원이 생겨났고, 고원을 통과한 공기는 데워져 상승하고 그 빈자리를 습한 바다공기가 채워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넓은 부분에 장마가 생겨났다. 많은 비는 히말라야의 경우처럼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에서 계속제거해나갔다.

 반면 남극대륙은 지구의 다른 대륙과 멀어져 극지방으로 갔다. 거대한 대륙은 얼어붙어 큰 반사경이 되어 햇빛을 반사해나갔다. 지구가 더 냉각된 이유다. 그리고 지상에선 풀이등장했다. 풀의 등장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옅여져서였는데 이 상황에서도 이산화탄소 흡수에 효율적인 풀이 등장해 성공적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풀의 등장은 이 매우 질긴 섬유소를 소화하는 다른 동물의 진화로도 연결된다.

 한편 초대륙인 판게아는 갈라졌는데 이 과정에서 지리적으로 격리된 생물이 생겨나 다양한 종으로 분화가 가속화 되었고, 대륙의 분화로 늘어난 해안선은 해안생물의 진화를 촉발시켰다.

 

3.양성생식의 등장

양성생식은 우리가 해서인지 당연시되지만 얼핏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일단 무성생식은 모든 개체가 새끼를 낳는다 하지만 양성생식은 겨우 절반만 이게 가능하다. 또한 양성생식은 생식을 위해 이성에게 선정받아야 하기에 경쟁이라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무성생식은 이런게 전혀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연이 양성생식을 택한건 충분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무성생식은 그 과정에서 크게 돌연변이가 나오지 않는한 유전자가 변하지 않는다. 그만큼 새로운 환경과 기생생물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성생식은 염색체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교환되어 같은 암수에게서도 수십억가지의 새로운 조합이 가능하다. 형제자매가 서로 닮으면서도 무척 다른게 바로 이 때문이다.

 양성이 생기면서 생식세포란 것도 생기게 되었는데 생명에게서 암수의 구분은 사실 생식세포가 난자이냐 정자이냐로 구분한다. 그리고 난자와 정자의 구분은 어느 녀석이 크고 움직이지 않은체 영양분이 풍부하며, 또 어느 녀석이 수가 지나치게 많고, 움직이느냐로 할 수 있다. 물론 정자와 난자가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초기의 양성생물은 서로 물가에 적은수의 움직이는 정자와 난자를 방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자가 모두 수가 어정쩡하고 움직이는 이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실제로 서로를 찾는 실험에서 양자가 모두 움직이는 것보다는 하나가 가만히 있고 다른 하나만 움직이며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이래서 길잃은 무리가 서로를 찾으면 더욱 진퇴양난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움직이는 쪽이 더 수가 많다면 더 효율적이었기에 정자는 지금처럼 수를 늘리고 기동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난자는 움직을 필요가 없기에 영양분을 늘려 크기를 늘리고 수를 적게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런 생식세포의 차이는 암수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암컷은 임신을 하거나 새끼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운명이 되기에 후세의 탄생과 양육을 위해 수컷에 비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암컷은 수컷을 선정하는데 있어 매우 까다롭게 변하게 되었고, 적어도 양육에 있어선 보다 안정감을 주는 수컷을 택하게 되었다.

 반면 수컷은 암컷에 비해 양육과 출산에서 해방되는 대신 암컷에게 선정되기 위해 자기들 끼리 엄청난 경쟁을 치루게 되었다. 생존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보이는 공작의 꼬리나 거추장스런 사슴의 뿔들은 바로 이런 경쟁의 산물이다. 실제 자연계에서 대부분의 수컷이 번식에 실패함은  이 경쟁이 생각보다 얼마나 처절한지를 보여준다고 할수 있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9-04-08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칼 지머 책 넘 좋습니다. ㅎㅎ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까지...^^
 

  인간은 오래전부터 다른 생물과는 다르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왔다. 상투적인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대체 왜 살아가는가? 이런 질문들을 갖고 말이다. 나도 인간인지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름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나이부터 이런 질문은 크진 않았지만 가슴속에 자리잡아왔다. 어찌보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인데 인간은 그런 것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어느정도 넘어선 존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근원을 알고 욕구가 있기에 보다 근본적인 답을 주는 학문에 관심이 가는 편이다. 우주와 진화, 지리가 그것들이다. 인간은 무한하면서도 유한할 우주속에서 우리 은하에서도 구석에 박힌 태양계에 속한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머문다. 이 먼지같으면서도 거대한 지구가 주는 물리적 한계는 인간의 많은 속성과 운명을 결정한다. 또한 이 작은 지구안에서도 우연히 어떻게든 생겨난 생명체들은 부족한 자원과 가혹한 환경, 그리고 동종 및 타종개체와 경쟁해야 했으며 보다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갖춰나간 생명체들의 후손이 지금까지 살아남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생존에 유리한 형질 하나하나를 얻어가며 변해가는 과정이 진화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의 인간을 속박하고 결정한다. 거기에 지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화적 관점에서도 지리는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니 매우 중요했겠지만 인간이 문명이라는 것을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을때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의 모습은 지리라는 요소로 인해 무척이나 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인지 좀 막연한 우주를 제외한다면 진화나 지리에는 결정론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따라다닌다. 그럴만한 충분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언젠가 인간이 지구를 완전히 이용하게 되고 더나아가 태양계를 넘어 다른 항성계나 은하로 진출하게 된다면 지구결정론 같은 단어도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교육학에서는 인간의 발달에 있어 유전과 환경의 역할을 대등하게 중시하는데 아직 과학적 근거는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나는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증거는 생물체가 갖고 있는 지능과 후성유전학, 뇌의 가변성등이다. 책 '지능의 탄생'에서는 지능이란 생물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생명체, 특히 인간에게 지능이 생겨난 것은 모든 것을 유전자가 사전에 프로그래밍하는 본능에 비해 개개의 생명체가 스스로 의식을 갖고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후성유전학은 인간이 태아시절 외부환경을 감지하고 그것에 유리한 유전자를 발현시킬수도 안시킬수도 있음을 주장하는 학문이다. 과거 2차대전시절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산모가 전후 낳은 아기들은 태아시절의 궁핍한 환경을 예상하고 부족한 식량에 적응할 수있게 끔 태어났다. 하지만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럽게도 환경은 풍요로워졌고, 영양을 쉽게 축적하는 유전자가 발현된 이들은 다른 시기에 태어난 이들보다 고혈압이나 당뇨에 상당히 취약하게 된다.

 인간에게 또 다른 후천적 가능성을 주는 요소는 바로 뇌의 가소성이다. 뇌의 가소성은 초기 환경에의 적응을 위해 어린 시절 가장 강력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작동한다. 과거 뇌세포는 성인이 된 이후에는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서서히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오인되었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80세에 달하는 노인조차도 하루에 1400개에 달하는 뇌세포가 새로이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죽음에 가까운 나이에 이르러서조차 인간은 학습 및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이런 인간의 후천적 노력에 의한 변화가능성과 변화원리에 주목한 책들도 있다. 바로 1만시간의 법칙이다. 1만시간의 법칙은 각 분야의 정상에 오른 전문가집단들을 분석한 결과 해당분야에서 1만시간 정도의 연습시간이 필요했다는 결과에서 나온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곧 반발을 불러왔다. 인간의 수명은 제법 길기에 누구나 1만시간 정도는 투여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세에 면허를 따서 운전을 출퇴근을 위해 매일 2시간 정도한다면 10년이 안되 곧 운전시간 1만 시간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필히 F1 경기에 나갈 법할 실력에 도달해야 할터인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1만시간의 재발견에서는 1만시간의 개념은 유지하되 올바른 연습자세나 모델링을 제공하는 스승의 존재, 그것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중시한다. 운동이든 음악이든 학문적인 것이든 올바른 성공형태를 마음에 나타내는 것을 심적표상이라고 하며 이것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담긴 연습시간을 중시한다. 즉 이책에서의 1만 시간은 해당분야에서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연습시간 1만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또 다른 책은 그릿이다. 그릿은 무언가를 향한 인간의 장기적인 노력이나 열망을 의미하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각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요인을 연구하면서 그릿의 4가지 속성을 밝혀냈다. 하나는 무언가에 대한 관심사가 흥미를 갖는 것이며 둘째는 그것을 잘하기 위한 의식적인 연습, 셋째는 그것을 잘하고자 함이 긍정적이고 상위적인 목표와 연결되어야 함이며 마지막은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쉽게 좌절하지 않는 성장향 사고 방식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번에 본 책은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원제는  THE CREATIVE CURVE로 글자 그대로 창의성 곡선이다. 이 원제를 마치 돈을 잘벌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처럼 꾸며낸 한국어판 제목은 한국에선 책이 보다 잘 팔리는데 공헌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책의 내용과는 좀 거리가 있다.

 하여튼 이 책 역시 마치 인간의 속성 중 가장 선천적으로 느껴지는 창의성을 후천적 노력으로 누구나 습득가능하다고 주장한다는 면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옹호하는 책이다. 책은 인간의 특질을 살피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오래전 진화하면서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을 갖게끔 진화해왔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낯선 환경에는 생존을 위협할 만한 것이 있을 가능성이 크면서도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식량이나 자원등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충적인 심리기제는 문명을 이룬 오늘날까지도 적용되어 인간은 그것이 무엇이든 친숙한 것에 호감을 느끼고 낯선 것을 두려움과 호기심을 같이 갖는 편이다. 실제로 어떤 창작물의 노출빈도가 커질 수록 그것에 대한 인간의 호감도는 올라갔다. 하지만 노출이 지속되면 그것에 대한 호감도는 정점을 찍은 후 다시 하락하게 된다. 책의 저자는 친숙성과 선호도의 관계를 나타내는 이 곡선을 THE CREATIVE CURVE라 명명하고 책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창의성은 이 창의곡선에서 사람들의 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날 만한 어떤 친숙하면서도 다소 낯선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며 이는 후천적 노력에 의해 누구나 획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엔 4가지 요소가 자리하는데 먼저 소비다. 소비는 글자 그대로 해당분야에 대한 막대한 소비를 의미하는 것이다. 좋은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고 싶으면 많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좋은 작가가 되고 싶으면 좋은 문학을 많이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의 법칙을 제시하는데 소비의 정도가 깨어 있는 시간의 20%를 해당분야의 소비에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는 해당분야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뇌에 축적시켜놓아 창의성의 기반이 된다.

 다음요소는 제약이다. 제약은 얼핏 창의성을 저해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이야기, 영화등은 매우 자유로운 것 같지만 기본적인 틀에 묶여있다. 음악은 대개 3-4분정도이며 이야기엔 뻔한 공식이 있고, 영화도 비슷하다. 매우 창의적인 작품이 이러한 틀을 넘어제작된다면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친숙도를 상당히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되며 그 창의성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빛을 잃게 된다. 20분짜리 댄스곡이 과연 히트할까? 때문에 제약은 창의적인 작품이라도 어느 정도의 친숙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세번째는 창의적 공동체다. 창의적 공동체는 마스터티쳐와 상충하는 협업자, 모던 뮤즈, 유명 프로모터로 구성된다. 마스터 티쳐는 멘토로 제약을 가르치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며 의식적 훈련을 시켜주는 사람이다. 상충하는 협업자는 나와 의견이 충돌하면서도 협력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다양한 의견을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충시켜주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준다. 모던 뮤즈는 격려하는 사람으로 해당분야로의 훈련과정에서 동기를 꾸준히 부여해주는 사람이다. 유명 프로모터는 당신과 당신의 작품을 인정해줄 만한 권위와 신뢰도를 가진 사람이다. 이들의 인정이 성공으로 가는 문턱을 낮춰주기에 이들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은 반복이다. 반복은 4가지 하위 요소를 갖는데 개념화-압축-큐레이션-피드백이다. 개념화는 여러가지 제약을 고려하면서 최대한 많은 합리적인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것이며 압축은 이들을 현실적으로 실험가능한 갯수로 줄여내는 것이다. 큐레이션은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하고 체험하여 평가하는 것이며 피드백은 현실화한 아이디어에 대해 다른사람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꾸준히 하는 것이 반복인 것이다.  책은 이와 같은 과정을 누구나 알고 실천해나간다면 성공으로 이어지는 창의성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이해하는 날이 오면 결정된것과 후천적으로 가능한 것 간의 가능성도 보다 명확해 질 날도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가능성이라고 생각한 요소들도 사실 선천적으로 상당히 결정된 것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속히 말하는 노력하는 재능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선천적 프로그래밍은 개체의 생존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완전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는 반드시 후천적가능성을 선천적으로 결정해 놓았을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자유롭거나 혹은 자유롭다고 착각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향유할 수 있는 존재로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