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실재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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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물리학의 흐름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뉴턴의 물리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끈이론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향하는 지향점은 우주 전체를 완벽히 설명하는 대통일 이론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이후 끈이론이 대통일 이론의 하나의 가능성으로 거론되었고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갇혀 사는 인간이 우주에 대해 알아낸 것치고는 정말 대단하다. 인간은 과학과 수학적 도구, 그리고 기술 개발로 발명한 몇몇 관측  도구와 뛰어난 통찰력으로 우주의 비밀을 이처럼 어느 정도 알아냈다. 우주의 신비와 몇몇 인류 원리 같은 절묘한 상황 때문에 몇몇 학자들은 지금의 우리 우주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게임같단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게임은 몇몇 생성규칙을 갖고 있고 한 점에서 무한히 뻗어나가며 공간을 만들어내고 물질과 에너지를 퍼뜨렸다. 그리고 그 물질들은 창조자가 만든 규칙에 의해 계속 퍼지면서 뭉치고 변화하는데, 물질과 에너지가 뭉친 부분에서 구조가 생겨났고 이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몇몇 개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진화 발전하여 지능을 발전시키고 게임 자체의 물질과 에너지를 이용해 스스로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게임의 몇몇 규칙까지 알아내는데 이른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겠는가? 

 하여튼 인간은 우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아직 고전하고 있다. 특히 미시 세계의 양자역학과 거시 세계의 상대성이론은 좀처럼 통합되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많은 물리학자들이 힘을 쏟고 있는 듯 하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을 환상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지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변화라는게 중력과 속도가 빠른 곳에선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소리다. 즉, 시간은 중력과 물체의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다. 여기에 물체의 변화, 즉 정보는 빛에 의해 전달되는데 이 빛이란게 속도 제한이 있다. 그러다 보니 2억광년 떨어진 곳에서는 서로의 2억년 전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다 보니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우주의 공간적 한계, 그리고 물질의 질량에 따른 중력과 속도에 철저히 종속되는 변수로 실재하는 것이 아닌 환상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이론 상으론 거의 불가능해서 그렇지 심지어 과거로 갈 수 있기까지 하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양자 얽힘이란게 있다. 얽힌 입자들은 서로 반대 속성을 띠게 되는데 얽힌 입자 하나가 +전하를 띠면 반대 입자는 -전하를 띠게 되는 그런 것이다. 문제는 이 얽힘이 빛의 속도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얽힌 입자에 하나의 속성을 관측하면 반대입자는 그 반대 속성을 바로 갖게 되는데 이게 빛의 속도보다 빨리 이뤄진다. 정보전달이 빛의 속도에 얽매이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단한 현대 물리학에서 모르는건 이 뿐만이 아니다. 왜 우리 우주가 이렇게 생명체에 친화적인 물리법칙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며, 각 기본 입자들과 힘이 왜 그런 성질과 값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전자는 원자 안에서 궤도의 특정 부분에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정수값의 에너지를 가지며 각 궤도로 도약하는데 대체 왜 이러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여기에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우주를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들이 왜 이런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며, 무엇보다 빅뱅이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빅뱅이 일어났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또한 우주 바깥이 있는지 있다면 대체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우주 자체만 있는 건지도 알 수 없다. 사실 이런 건 대통일 이론이 발견 되도 모를 일이다. 

 앞의 게임으로 돌아가서 게임 세계에서 자체 구축된 개체가 발전하여 그 게임에 적용된 물리 법칙과 원리들을 모두 알아내는데 성공했다쳐도 이들은 자신들이 바깥에서 만들어진 세계에 의해 창조되고 살고 있으며 창조자들이 왜 그런 물리 법칙을 적용했는지 알 순 없을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알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물리학은 철학적 성격도 상당히 갖고 있다.  

 시간의 물리학에서 저자 리 스몰린은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이 시간에 대해서 보여준 태도를 부정한다. 그가 보기에 시간은 절대적이며 비가역적인 것으로 실재한다. 시간이 실재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비가역적이어야하며 우주의 모든 것에게 동시성이 있어야 한다. 상대성 이론은 시간에게 이 두 가지를 빼앗아가 사실상 환상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리 스몰린은 우리 우주는 자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주의 설명에는 외부의 계가 필요하지 않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 자체로 자기충족적이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세 가지 논리를 제시한다. 충분한 근거의 원리, 식별 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 추동된 자기 조직화의 원리다. 충부한 근거의 원리는 우주를 설명하는데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식별 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는 우주 안에 완전히 모든 조건이 같은 물질은 서로 식별이 불가능하며 이런 것들은 사실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되려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은 추동된 자기 조직화의 원리로 요동에 의해 균일성이 깨져 중력에 의해 뭉친 물질과 에너지가 항성을 형성하고 이 항성이 내뿜는 광자로 인해 주변 세계가 고도로 점점 조직화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리 스몰린은 우리 우주가 진화하고 있다고 믿는데 이 때문에 묘하게도 인류원리가 등장할 만큼 생명체와 그 토대인 은하계와 항성, 행성의 생성에 친화적인 물리법칙들을 설명한다. 그는 새로운 우주는 블랙홀안에서 새로이 생성되므로 각각의 우주들은 블랙홀을 많이 생성하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블랙홀을 많이 만들어내는 물리법칙과 값을 가지고 있는 우리 은하가 왜 그런 법칙을 갖게 되었는지가 설명된다. 오랜 진화끝에 만들어진 법칙과 값인 것이다. 

 리 스몰린은 공간을 다시 설명한다. 그는 공간이 사실 물질보다도 더 작은 격자구조라 생각한다. 공간을 확대해보면 매듭들이 존재하고 이 매듭 간의 길이는 딱 플랑크 길이다. 그리고 물질인 입자는 공간의 매듭들에만 존재할 수 있는데 그래서 물질들의 공간에서의 이동은 사실상 건너뛰기가 되게 된다. 우리는 연속적으로 공간을 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확대해서 보면 사실상 건너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꽉 찬것처럼 보이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가 텅 빈것임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주장도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질이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전자가 원자에서 궤도간 이동을 할 때 왜 정수값으로 점프를 하는지도 설명된다. 그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 스몰린의 격자 공간은 양자얽힘도 설명한다. 이 격자들은 사방으로 연결되는데 각 매듭들은 인접한 매듭과 연결되지만 간혹 차원을 넘어서 멀리 있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입자는 이 매듭들을 계속 건너뛰어야 하기에 이동은 속도제한을 갖게 된다. 빛의 속도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어떤 입자들은 멀리 연결된 매듭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양자얽힘상태다. 때문에 얽힌 입자는 멀리 떨어진 매듭으로 같이 얽힌 입자와 연결되어 있어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바로 정보전달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리 스몰린이 제시한 격자공간은 굳이 지금의 우주와 같은 3차원 형태를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3차원인데 스몰린은 이에 대해 이런 설명을 제시한다. 우주 초기 빅뱅이 전 공간은 모두 사방으로 매듭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엔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요동으로 빅뱅이 발생하며 에너지와 물질이 퍼져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매듭연결이 끊어지고 대부분 인접한 매듭끼리만 연결되어 3차원 형태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공간이 이런 식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시간은 사실상 실재하게 된다. 동시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리 스몰린이 이런 공간 구조로 상대성 이론도 설명해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책엔 아쉽게도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격자 공간이더라도 중력으로 공간이 크게 휘어지면 많은 격자 공간이 움푹 패일테고 당연히 입자가 직선으로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더 많은 매듭을 이동해야 한다. 시간이 느려지는 것이다. 

 리 스몰린의 이런 대담한 주장은 당연히 입증된 것이 아니며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는 카를로 로벨리와 같이 양자고리중력을 연구했는데 그럼에도 둘의 시간에 대한 입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읽으면 시간은 환상임이 분명하고 리 스몰린의 책을 읽으면 시간은 실재하고 공간이 환상 같다. 

 리 스몰린은 메타상태를 제시한다. 우주가 블랙홀이 많은 상태로 진화한다면 그 진화를 추동하는 법칙을 찾게 된다. 즉, 메타법칙을 찾게 되는데 그 메타법칙 역시 또 다른 메타법칙을 당연히 갖게 된다. 무한 퇴행하는 셈인데 그래서 리 스몰린은 메타법칙에 보편적인 원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법칙과 상태 두 가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메타배열을 제시한다. 즉, 우주를 외부가 아닌 자기 충족적으로 꾸준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쉽지 않았다. 잘 이해가 안되어 여러 번 앞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검색도 해야했다. 대충 이해한 것 같은 지금도 사실 완전히 이해했는지에 대해서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책은 무척 재밌었다. 상당히 신선한 주장이었고, 앞으로 물리학이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검증과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책은 2013년 책으로 이미 10년 전의 책이다. 이제서야 번역이 된 셈인데 그간 더 많은 연구와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기다려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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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시 그리는 학교 공간 - 삶이 깃든 학교 공간을 위한 초중고 교사들의 소소한 실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학교 교사들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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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것은 교육의 한 주제로 이미 많이 이뤄지고 있다. 책도 많이 나오고 있으며 교육부의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도 잘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런 경향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학생이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꾸민 전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의도가 불순하긴 했을 수도 있으나 교실 앞면과 뒷면의 환경을 강조하던 쓸데없던 시절에는 학생들에게 그 부분을 맡기는 선생님도 있곤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걸 잘 꾸미곤 했었다. 물론 교장, 교감이 보는 것이니 선생님은 온전히 아이들에게 맡기지만은 않았었다.

 책 '다시 그리는 학교 공간'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이라면 공간 구조화 사업에 예산을 거의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 서두에 나오지만 이들은 이런 교육 계획은 수립하고 진행했는데 예산은 없었기에 각자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육을 실천했다. 그래서 이 책의 차별성은 예산이 없는 대부분의 교사에게 목돈이 드는 공간 구조화를 실천해보는 사례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초중고 16개 사례가 실려있어 모두 보기 좋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점은 서두에서 나름 총론을 제공하긴 했지만 각론은 어김없이 모두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해 책에서 배울만한 공통점이나 논리는 딱히 없어 깊이가 약하다는 점이다. 

 초등사례에서는 화이트보드를 교실 옆면에 부착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쓰고, 서로의 감정을 읽어주는 활동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한편 교실 뒷켠의 빈공간을 확보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쉬며 카페처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모두 높이가 같은 교실에서 개인석, 앉아서 공부하는 석, 모둠석 등을 만들어 자리에 다변화를 꾀한 모습도 있다. 중등사례는 대부분 특별실 관련이다. 음악실, 가정실 등을 꾸미고 좀 더 활동을 다양하게 교육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 사이언스 룸도 있었는데 교실 바깥의 과학실로 학생들이 간단하고 재미난 과학적 체험을 할 수있는 공간이다. 탄성 진자도 있고 만지면 정전기로 내부에 전기가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이처럼 예산과 지원이 없어도 교사가 아이들과 어느 정도의 의지만 있으면 교실 공간을 재구조화하여 이를 학습으로 연결 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많다. 물론 이 같은 것들이 돈을 제대로 들여 전문가 및 건축가와 협의하고 큰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사업 만큼의 효과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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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미식 - 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
이의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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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미식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이며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인류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음식의 선택과 소비다. 기후 미식은 식단의 탈동물화를 의미하고 음식의 지방함량이 15%이내이며(그래서 크림소스와 치즈같은 유제품을 배제한다), 첨가제 및 보존제의 사용을 지양하고, 에너지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조리법, 가공법, 냉장방법을 사용한다. 때문에 기후미식은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는 비건주의에서 더 나아가 개인의 건강까지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생소한 이 기후미식에 대해서 일부 국가들은 이를 식이지침 및 교육과정에까지 반영하고 있다. 한국에겐 매우 먼일이다. 우린 학교급식에 친환경 유기농품과 국산육류를 주로 사용하지만 여기에서 육류를 배제하자고 나서면 우리 아이 키 못 큰다고 난리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기후 미식은 지구 온난화를 막을 매우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다. 책은 우선 지구온난화로 인한 주요 피해를 열거한다. 대부분은 알고 있는 것들인데 이중 녹조에 대한 피해는 처음 보는 것이라 눈에 들어왔다. 기온이 상승하면 당연히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해진다.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은 강력한 간독성 물질인 마이크로 시스틴을 포함하여 다양한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녹조 물이 상수원으로 유입되면 이를 정수해야하는데 여기에 수백억의 관리비가 들어가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필요하다. 녹조에 물이 오염되면 여기서 수상활동을 하거나 녹조를 먹은 수산류의 섭취, 그리고 녹조물로 자라난 농산물 등에 독성물질이 남아 이를 인간이 흡수하게 된다. 녹조 물은 지하수로도 흡수되는데 지하수로 대부분의 용수를 사용하는 제주도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기 중 온실가스 함량이 높아지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꽃가루의 생산량과 발생 기간이 늘어난다. 세계 인구의 무려 30%가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꽃가루 관련 호흡기성 질환을 갖고 있다. 온난화로 꽃가루 량이 늘어나고 접촉 기간이 늘어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기후 위기는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 태풍이나 가뭄, 극단적 더위, 한파 등의 극단적 기상 현상에 의한 사망, 온열 질환 사망, 호흡기 질환 사망, 수인성 질환 사망, 인수 공통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심혈관 질환 사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 대한 사실도 흥미롭다. 바다는 바닷물과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초 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바다는 지난 10년 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26%를 흡수했는데 바다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저장하기도 한다. 저장 방법은 해양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 중 먹이가 되거나 분해되지 않은 것이 고압, 저온의 해저로 가라앉아 묻혀 탄소를 해저에 저장하는 방법이다. 이를 블루 카본이라 한다. 어류가 배설물의 형태로 해저에 퇴적 시키는 탄소가 연간 15억 톤에 달한다.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55억 톤이다. 큰 고래 한 마리는 약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저장하는데 이는 나무 1500그루에 해당하는 양이다. 고래 개체 수가 남획 이전으로 회복된다면 무려 연간 70만 7천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인망 어선은 물고기의 남획뿐만 아니라 해저 바닥을 긁는 어로 행위를 하는데 이로 인해 해저의 탄소가 물에서 우러나와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짓을 하게 된다. 저인망 어선의 어로 행위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무려 14억 7천만 톤에 달한다.

 육류의 사육은 그 자체로 엄청난 온실 가스의 배출을 유발한다. 하지만 육류의 섭취는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밥 대신 오로지 끼니를 육류, 어패류, 우유 및 유제품으로 채우게 되면 당뇨위험이 각각 653%, 246%, 1918%가 증가하게 된다. 한국인은 1973년 쌀, 보리, 밀, 옥수수, 감자, 고구마등의 녹말 음식 섭취량이 하루 772.1g이었다. 하지만 2019년 이것이 460.3g으로 40%나 감소한다. 그리고 같은 기간 육류는 17.4에서 230.8로 어패류는 94.8에서 156.3으로 우유, 유제품은 8.4에서 29.1로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당뇨 유병률은 2-3%였던 것이 13.%로 다섯 배나 폭증했다. 

 동물성 단백질은 각종 성인병의 유발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키와 성장속도도 빠르게 했다. 지난 100년간 한국인은 여성은 20.1cm 남성은 15cm나 더 커져 이 부분에서 세계 1위다. 문제는 큰 키는 암의 발병과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 2018 세계암연구기금과 미국 암 연구소는 공동 보고서를 통해 키가 클수록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증가가 확실해지고, 췌장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신장암, 피부암 등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한국인 2280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키가 5cm 증가할 때마다 평균 9%정도로 모든 부위에서 암발생이 증가했다. 남자는 5% 여자는 11%로 여자가 더 큰 상관관계를 보였다.

 세계암연구기금은 키와 암발생 증가의 중요 연결고리로 IGF-1이라는 성장호르몬을 지목했다. 이 호르몬이 높아지면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세포사멸기능억제세포의 성장이 촉진되고 이것이 암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IGF-1은 우유, 유제품류, 붉은 육류의 섭취를 통해 높아진다. 때문에 큰 키와 암이 상관있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키가 크다는 것은 세포가 다른 사람에 비해 많다는 것이기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암발생률이 높을 수 있을 것 같다. 세포가 많으면 더 많은 복제가 일어나고 오류확률도 자연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증가로 한국인은 더 커졌지만 신체적으로 빨리 조숙해지고 있다. 1920년대 여성의 초경은 만 16.9세로 고2-3정도의 시기였다. 지금은 만 12세정도로 불과 초등학교 고학년의 나이에 초경을 한다. 여성은 초경전 1년간 급성장하며 초경 이후 5-9cm 정도만 성장한다. 이런 조기성장은 성장기간을 짧게 하여 원래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작용을 하게 하기도 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난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생산되는 단백질 호르몬으로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로 흡수시키고 세포에 흡수되고 남은 여분의 포도당을 지방으로 다시 저장한다. 그런데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흡수하면 지방 흡수율이 높아지게 된다. 세포는 음식물에서 가장 먼저 지방을 흡수한다. 때문에 지방이 가득찬 세포로 혈액 내 포도당이 들어가지 못하고 이것이 떠돌게 된다. 이로 인해 인슐린이 더욱 많이 분비되게 되고 세포들은 인슐린에 대해 저항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떠돌던 혈당은 단백질과 결합해 변성을 초래하기 까지 한다. 

 이처럼 인슐린이 필요이상으로 높아지면 간, 근육 등에 지방이 더욱 축적된다. 혈액 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트롤이 증가하고, 혈당이 올라가서 혈관 내피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즉, 인슐린 저항성과 이에 통한 과다 분비는 당뇨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사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책은 기후 미식을 주장하며 말미에서는 다양한 한국의 음식을 추천한다. 한국의 음식은 대개 식물성이며 가공이 거의 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김치류와 나물반찬류, 국류, 밥류가 거의 그렇다. 한국인은 197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식사를 식물성으로 해결했는데 그렇다고 열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한국인은 비슷한 열량을 흡수한다고 한다. 저자는 자연식물식으로 식품을 섭취할 것을 주장하는데 이것을 다시 세 부류로 나눈다. 자연상태 식물성 식품과 경미한 가공식품, 고도로 가공한 식품이다. 밥류로 예를 든다면 그냥 통곡물 상태가 자연상태 식물성 식품이다. 이것을 껍질을 벗기거나, 간단히 볶거나 튀기면 경미한 가공식품이 된다. 그리고 이를 고압 고온으로 빻거나 뭉치고 기름에 튀기거나 설탕을 잔뜩 넣으면 고도의 가공 식품이 된다. 현미밥, 백미밥, 떡의 순서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은 다행히 전통 식단이 남아 채소를 많이 먹는다. 미국인이 하루 390g을 먹으면 한국인은 거의 두 배인 682g을 먹는다. 이처럼 전통을 잘 살려 기후 미식을 실천해야 지구위기에서 우리를 구하고, 신체도 구할 수 있으며 아이들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매우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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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수업, 생각의 힘 기르기 - 학생들의 사고 과정이 존중되고, 생각의 힘을 길러 줄 수 있는 좋은 수업 만들기!
이경학 외 지음 / 웰북(WellBoo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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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교육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선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등 변화무쌍한 미래 사회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의 배양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래 사회의 기술 변동에 대한 학습과 그 기술을 창의적 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 양자는 같이 가면 더욱 좋다. 코딩 교육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협력하여 창의적 산출물을 만들어가는 형식처럼 말이다. 

 책 '미래 학교 수업, 생각의 힘 기르기'에서는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방식으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배워야 한다. 생각과 배움의 연결, 즉 학습과 삶의 연결, 깊은 생각과 대화가 이뤄지는 수업, 생각을 통한 창의성의 발현이다. 초등학교의 수업을 다루는데 각 교과 단독 수업도 있고 교과 통합 수업도 있다. 수업을 한 차시 인 것처럼 실었는데 내용이나 분량을 보면 두 세 차례 차시 이상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도 표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재밌고 인상적인 수업이 많아서 몇 가지를 소개한다. 교육 현장에선 오래전부터 공개 수업이란걸 하고 있다. 공개의 대상은 학부모, 그리고 같은 동료 교사에게다. 이렇게 보통 수업은 연간 두 차례가 공개되는데 수업 공개는 늘 교사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최근엔 학교나 지역 수준의 교육과정이 강조되고 교사별 교육과정 및 학교자율과정 그리고 그 실천의 방법으로 프로젝트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때문에 긴 호흡으로 수 주일 간 프로젝트를 아이들과 수행하는 교사 입장에선 그 한 단편으로 한 차시를 공개하기보다는 프로젝트 요약이나 흐름의 공개가 앞으로의 수업공개 방향이지 않을까 한다. 

 책에 등장한 인상적인 수업은 미술 감상수업이었다. 학생은 대개 감상을 어려워하는데 어디선가 보고들은 감상의 모습이 지나치게 허울만 가득한 현학적인 느낌이고, 자기 생각과 경험을 담은 주체적인 감상의 방법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이 수업에선 3개의 미술작품을 교사가 제시한다. 제시 기준은 보는 이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그림을 해석할 수 있느냐이다. 학생들은 세 가지 그림을 감상하고 각 그림에 대한 질문을 작성한다. 그림이 3개이므로 학생은 최소 3개의 질문을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칠판에 있는 그 그림에 질문을 붙인다. 다음은 모둠활동으로 각 모둠원들은 3개의 그림에 붙은 무수한 질문 중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각 그림마다 하나 씩 을 고르게 된다. 그 다음 모둠활동으로 이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다시 개인 활동으로 학생마다 하나의 그림을 고른 후 그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되어 그림의 이야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국어과와 미술과의 통합 수업으로 감상 및 글쓰기, 또는 인물이 되어보기 등 다양한 좋은 요소가 혼재된 수업이었다. 

 국어과의 글 요약하기 수업도 재밌었다. 여기엔 333전략이 등장한다. 이는 글을 읽고 모르는 낱말 3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낱말 3개, 중심 문장 3개를 고르는 활동이다. 하나의 글을 읽고 이를 같은 모둠원 3-4명이 작업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르는 낱말과 중심 낱말, 중심 문장 여러 개가 같은 글에 표시된다. 물론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한다. 이는 공통되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하는데 여기서 여러 관점을 배울 수 있고, 자신의 잘못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모르는 낱말의 경우, 사전을 찾아 그 뜻을 쓰게 하는데 아이들 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다. 사전의 뜻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여튼 신기한 점은 이렇게 중심 낱말과 문장을 다르게 표기해도 이를 바탕으로 글을 요약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완성된 요약한 글은 모둠 마다 서로 돌려보며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마지막은 오리엔티어링 수업이었다. 오리엔티어링은 산이나 숲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사용하여 일정한 중간 지점을 통과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다. 해당 수업에서는 학교 여러 공간을 학생들이 둘러 보게 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형태였다. 평소 늘 다니던 공간이지만 학생들은 이런 수업을 통해 보다 관심을 갖고 세삼하게 관찰하며 문제를 찾게 된다. 이 수업은 학교 공간 재구조화에도 용이해보인다. 관심을 갖고 학교 공간을 찾고 문제가 있는 부분과 우리가 원하는 공간의 창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책에 수록한 수업들은 대개 훌륭했다. 몇몇 아쉬운 수업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우수하며 단위 수업 하나하나 마다 참고할 만했다. 공개수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라면 당장 도입해볼만 하다. 통합수업을 볼 때마다 늘 성취기준이 아쉽다. 국가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예속되어 교과통합수업을 하려면 각 교과의 성취기준을 서로 엮어야 하는데 수학, 과학의 성취기준이 무척이나 해당 교과중심이어서 늘 통합이 어렵다. 수학은 그래프나 규칙성을 찾는 부분, 과학은 사실상 환경과 관련한 부분이 아니면 통합이 어려우며 대부분의 통합사례를 살펴봐도 그렇다. 해당 교과의 성취기준을 폭넓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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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도킨스는 무려 1970년대에 그간의 진화론을 대중적으로 집대성하여 이기적 유전자를 펴냈다. 여기서 처음으로 밈의 개념을 등장시켰고, 무엇보다도 진화를 유전자의 측면에서 쉽게 풀어 설명한 것이 화두였다.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가 자신의 번성(지속적 복제)을 위하여 그것을 담아내는 유기체를 만들어내었고, 그 유기체가 유전자를 번성시키는 방법은 자신이 번식할 때까지 충분히 생존하고, 이후 성공적으로 번식하는데 성공하여 자신안에 갇혀있는 유전자를 다음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진화란 이런 이기적 의도를 가진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번성하도록 유기체가 적합도가 높은 방향으로 변화해나가는 것이었다. 

 이처럼 진화에서 유전자는 자신의 번성만을 당연히 생각하기 무척이나 이기적으로만 느껴지며 다른 유전자 및 그것을 담아내는 개체들과 경쟁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세계는 복잡하며 오로지 자신에게만 속하는 이득은 존재하기 어렵다. 때론 아니 상당히 많은 경우에 다른 유전자 및 개체와의 협력은 나 자신만의 번성이라는 유전자의 이기적 의도를 보다 경쟁할 때보다 더욱 성공적으로 이끌어주게 된다. 때문에 유전자 및 세포, 개체들은 경쟁만큼이나 오랫동안 협력을 해왔다. 그렇기에 애초에 인간은 협력적인 존재이며 타고난 선한 존재라는게 책 '휴먼 카인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인간만이 갖고 있는 도덕이라는 도구는 인간사회의 성공적 협력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협력을 위한 내적기제들이 사회문화와 복잡하게 얽히며 진화 및 문화의 발달과정에서 얻게 된 발명품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간은 진화로 얻은 적응기제로 협력과 경쟁이라는 심리 요소 및 육체적 특질,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으며, 이는 환경 및 문화와 타고난 조건에 따라 상당한 변주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조지 레이코프는 진보와 보수로 갈리는 지금의 사회에서 보수는 세상을 경쟁의 장이자 선과 악의 이분법적으로 보며, 승자와 패자를 평등하게 보지 않는 성향의 부모 밑에서 자라는 사람들이 갖는 성향이며, 진보는 세상을 평등과 모험의 장으로 보고, 세계를 유연하고 답이 없는 곳으로 보는 개방적 부모밑에서 자라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생겨남을 주장했다. 이는 경쟁적 성향과 협력적 성향의 부모로 대응될 수 있으며 결국 인간의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도 진화과정에서 얻게 된 협력과 경쟁에 대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느냐로 파악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최근 인간사회는 자본주의 및 여러 세계적 위기의 심화로 협력보다는 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소득의 감소로 인한 실존적 위기로 인해 서로 간에 장벽을 쳐가는 종족주의의 편협한 시대로 치닫고 있는데 이를 지적한 것이 팀 마샬의 장벽의 시대다.

 이번에 읽은 책 협력의 시대는 어떻게 보면 이런 내용들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인간이 어떻게 다른 종과는 질적으로 다른 협력을 하게 되었고,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기가 우리의 협력을 저해하기에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고안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책으로 들어가보자.

 인간은 사실 그 존재자체만으로 매우 협력적인 존재다. 왜냐하면 인간의 몸은 무려 37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그 세포들이 모두 협력을 하고 있고, 그 내부의 유전자들도 모두 협력하며 생명을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세포 생물의 역사가 무척이나 오래되었기에 이런 협력은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렇게 여러 부분이 복잡하게 모여 하나의 개체로 결합하려면 사실 모든 부분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는 바로 근연성이며 최고로 근연성을 높이는 방법은 복제다. 때문에 다세포 생물의 모든 세포는 유전자가 같다. 하지만 조금더 안으로 들어가 유전자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성생식을 하는 다세포 생물은 생식세포가 감수분열을 한다. 즉, 자신이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생식세포에 들어갈 확률이 50%라는 것이다. 때문에 몇몇 유전자는 자신만의 번성을 위해 이기적 행동을 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로만 전승되는데 따라서 이 유전자에게 인간 남성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에는 유리하지만 남성에게는 불리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레비 유전 시신경 병증이 그것이다. 이는 유전자 변이로 시력을 읽는 증상으로 남성에게만 발현된다.

 어떤 유전자는 감수분열 전 자신을 미리 복제하여 모든 염색체에 숨어드는 꼼수를 쓰며, 다른 유전자는 조용한 암살자가 되어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생식세포를 제거해보린다. 이는 정자와 난자의 수를 줄여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유전자들은 결집하여 이런 부정행위를 감시하고 막는다. 한 몸의 개체안에서도 협력과 이를 방해하는 경쟁이 상존하는 것이다.

 개체들간의 협력은 집단수준에서 이뤄진다. 실험에서 단세포 조류가 있는 곳에 단세포 포식자를 넣으면 단세포 조류들끼리 뭉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포식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먹이감들이 뭉치게 되면 포식될 확륙이 뭉친 수만큼 줄어들게된다. 때문에 아마도 최초의 다세포의 결집은 포식을 피하기 위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여튼 가장 손쉬운 개체간의 협력은 높은 근연도를 자랑하는 가족간의 협력이다. 인간의 짝짓기는 남여의 신체구조차이와 고환의 크기를 미뤄볼때 일부일처를 오랜기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완전한 일부일처는 아니며 사별이나 여러 이유등으로 새로운 만남이 허용되는 순차일부일처제이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남여의 적합도가 완전 일치하지 않아 양육에 있어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때문에 인간 남여는 양육에 있어 헌신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자신의 자식임을 확신할 수 있는 모계는 양육에 헌신적인 반면 부계를 그렇지 않다. 다만 이런 경향은 문화적인 차이를 보이기도 하며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 한다. 성비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여성이 많은 경우 남성은 육아에 거의 헌신하지 않으며 새로운 짝짓기 기회를 노린다. 반면 남성이 많은 경우 여성을 지켜 후세를 확실히 하기 위해 육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조절하는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인데 이것이 높으면 육아에 집중하지 않고 낮음녀 집중한다. 

 남여갈등은 태아의 몸속에서도 일어난다. 태아는 모체에게서 얼마나 많은 영양분을 쥐어 짜내는지에 대해 모계 유전자와 부계 유전자가 갈등한다. 동물의 태반은 두 종류로 상피융모막 태반과 혈융모태반이 있다. 상피융모막 태반은 태반 조직이 자궁상피와 분명한 경계를 이루는 반면 혈 융모태반은 태반세포가 자궁벽을 지나 모체의 혈관에 파고든다. 그래서 인간은 태반이 영양공급에 주도권이 지닌다. 태반에서 만들어지는 태반성 락도겐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한다. 그 결과 임산부의 혈당이 올라가고 혈당흡수능력이 떨어지며 그 결과 태아는 더 많은 혈당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다른 호르몬은 모체의 혈압으로 높여 태아의 영양흡수를 높인다. 즉, 모체는 태반으로 인해 심각한 임신증후군은 고혈압과 당뇨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여기에 태반세포에 대해 침투를 허용하는 쪽으로 인간의 신체가 진화하면서 전이암에도 취약해졌다. 실제로 태반의 침투성이 적은 종일 수록 전이암이 낮게 나타났다. 반면 인간은 한 장기에 암이 발생하면 다른 부위로 암이 쉽게 전이된다. 

 인간의 협력은 가족을 넘어서도 이뤄진다. 사실 그렇기에 인간은 지금 수준의 문명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인간의 협력은 단순한 상호호례를 넘어선다. 자신이 가까운 시일내에 보답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인간은 협력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지닌다. 이런 인간의 협력 경향을 상호의존이라 한다. 상호의존은 개체의 이익이 동료의 건강에 달려있어 설사 도움을 보답받지 못하더라도 동료에 투자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즉, 나의 소속 집단의 구성원이라면 그의 안녕이 소식집단의 안녕에 기여하고 그것이 나의 적합도 상승으로 이어지기에 이런 수준의 협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협력 이외에도 당연히 자신만의 안녕이라는 이기적 동기도 갖고 있기에 추가적 도구가 필요한데 이것이 처벌과 평판이다. 실제로 상호의존에 협력하지 않는 규칙 위반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면 매우 높은 수준의 협력이 이뤄진다. 규칙 위반에 대해 처벌이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처벌은 그 집행이 쉽지 않다. 처벌은 기본적으로 그걸 당하는 규칙 위반자를 해롭게 하는 행위기에게 쉽지 않다. 때문에 처벌하는 사람은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이기되고 규칙위반자에게 보복당할 우려도 생긴다. 그럼에도 처벌은 집단의 안녕에 기여하기에 제2의 공공재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처벌의 방관자는 제2의 무임승차자로 불린다. 이처럼 처벌은 어렵지만 인간은 처벌을 즐기는 쪽으로 심리기제가 진화했다. 인간은 친사회적 행동 및 봉사등의 활동을 할 때 보상영역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처벌할때도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 실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회내 다른 개인이 악영향을 끼친 악당이 처벌받으면 강한 카타르시스와 즐거움을 느낀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항상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이처럼 처벌은 협력을 위하여 필요하지만 부담스러우며 인간은 처벌을 즐기기에 제3자 차벌이 생겨났다. 이는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오늘날 인간사회가 거의 실행하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 교도소를 생각하면 되는데 제3자 처벌로 인해 인간은 대규모 초협력 사회를 실현할 수 있었다.

 평판은 상대에 대한 정보다. 대부분의 거래는 비동기적으로 이뤄지며 때문에 집단에서는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신뢰를 나타내는 지표가 개개인이 가진 평판이다. 때문에 인간은 집단에서의 협력을 위해 평판이라는 심리기제 역시 진화시켰다. 원시부족에서의 사냥에서도 평판의 중요성은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사냥하는 이유는 사실 평판때문이다. 원시부족의 사냥 성공률은 3%정도로 매우 낮다. 때문에 사냥은 열량의 획득때문이 아니다. 인간은 사냥물을 나누어 먹는데 사냥기술이 뛰어난 자가 주로 사냥물을 나누어 주게 되므로 그사람만 수혜를 보게 된다. 하지만 사냥엔 사냥기술이 부족한 자도 참여가 이뤄지느데 이는 이 협력을 통해 사냥을 못하는 자도 위신과 존경을 얻게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사냥을 못하고 열량에도 도움이 안되며 나눔도 일부에게만 유리함에도 사냥이 이뤄지는 것은 이 행위에 적극 참여하는 모두의 협력도가 평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평판 획득은 복잡한 면도 있다. 사람들은 대개 선행은 대놓고 떠벌리는 사람보다는 몰래 실천하는 사람을 선호하며 실제로 사람은 자신의 선행을 남들이 알아주기를 원하면서도 몰래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평판을 얻으면 인간 사회에서 지위를 얻게 되어 적합도가 매우 높아지므로 당연히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질시당하고 공격 받게 된다. 때문에 인간은 남몰래 선행을 하여 공격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갖는다. 

 인간은 협력하는 경향을 진화시킨 덕에 부작용도 얻었다. 바로 피해망상증이다. 피해망상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를 입히려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모든 인간은 어느 정도 피해망상 경향을 지니고 있는데 사회 생활을 하며 해로운 타인을 피하거나 무력화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인간이 어두운 곳이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포식자나 위험한 타인이 있다고 과도하게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부정적 과다함으로 인한 착오는 약간의 피해를 입지만 이것이 실제인 경우 대가는 목숨이다. 피해망상도 이와 비슷하다. 해로운 사람에 대한 잘못된 판단은 실제로 큰 피해로 이어지기에 이에 대해 과도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피해망상은 소외된 종교나 인종,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거나 사회관계망이 좁은 사람들에게 더욱 잘 나타난다. 

 협력의 또 다른 부정적 대가는 비합리적 믿음이다. 사실 정당한 믿음과 그렇지 않은 믿음간의 구분은 애매하다. 기준은 과학성, 합리성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평가다. 그리고 이런 특정 믿음은 어떤 집단에 소속할 자격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인간은 집단에 소속되어 자신의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집단 혹은 소속 되고 싶은 집단이 고수하는 믿음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고 쉽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뻔한 증거가 있음에도 그러하다. 때문에 이런 믿음에 대해 인간은 확증편향, 의도적 합리화, 선택적 기억등으로 이를 비호한다. 문제는 한 집단이 갖고 있는 이런 잘못된 믿음은 결국 그 집단의 쇠퇴를 불러와 소속 개인의 적응도를 결과적으로 낮추게 된다는 점이다. 백신이 자폐증을 불러온다는 믿음, 지구가 네모난 판이라는 믿음, 코로나에 대한 여러 잘못된 믿음 등이 그러한 예다. 

 이런 잘못된 믿음에 대한 맹신과 확증편향은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세계화로 인한 서구 및 아시아의 부유한 민주국가들의 물질적 환경의 악화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물질적 안전은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의 모양과 크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물질적 안전이 부실하면 인간의 사회관계망이 좁아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넓어지게 된다.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서구 및 아시아의 부유한 국가들의 중산층은 붕괴되거나 경제적 기반을 많이 상실하게 되었는데 민주주의의 위기 및 양극화의 심화가 이것과 같이 일어났다. 즉, 물질적 기반의 상실은 자신의 집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갖게 만들었고, 다른 집단을 공격하고 자신의 집단의 잘못된 믿음을 맹신해 여러 선진국가에서 좀처럼 등장하기 어려운 잘못된 지도자가 선출되거나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일으키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지구온난화나 민주주의의 위기등 세계적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지구 공공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지구적으로 생각하되 지역적으로 해결하자를 제시한다. 인간의 협력은 자신의 집단, 즉, 지역 수준에세 가장 효과적이니 그런 지역 수준에서 세계적 위기의 문제를 다루자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파리협약을 탈퇴했음에도 미국의 많은 시나 주들이 지자체 수준에서 이를 거부하고 그 문제를 지역 수준에서 해결해나간 것이 그런 좋은 예이다. 

 언젠가 인간의 협력 수준은 지역과, 국가를 넘어서 지구로 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협력에 대해 인간이 현재 갖고 있는 도구 만으로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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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닷슈 2023-02-09 11: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별헤는밤 2023-09-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