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우 : 시간의 물리학 - 지금이란 무엇이고 시간은 왜 흐르는가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강형구 옮김, 이해심 감수 / 바다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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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에는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이 있다. 1법칙은 모든 에너지와 물질의 총량이 보존된다는 것이다. 빅뱅 이후 아주 작은 곳에 있던 물질과 에너지는 그 형태와 흩어짐은 매우 달라졌지만 그 양은 우주 공간이 아무리 넓어졌어도 같다. 그래서 우주는 공간이 커질수록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제 2법칙은 엔트로피 법칙으로 우주는 엔트로피가 최대로 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확률상 가장 높은 상태로 가장 무질서한 상태다. 방의 한 공간에 좁은 공간에 뭉쳐 있던 연기가 시간이 지나면 방 전체로 번지는 원리다. 그래서 우주는 빅뱅 이전 매우 좁은 곳에 매우 높은 엔트로피로 뭉쳐있던 물질과 에너지가 빅뱅으로 공간이 무한히 펼쳐지며 엔트로피가 급격히 낮아지게 되었다. 우주의 역사는 어찌 보면 다시 예전처럼 엔트로피를 최대로 높여나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는데 그래서 몇몇 과학자들은 그렇게 되면 다시 폭발적으로 공간이 늘어나는 빅뱅이 무한 반복되는게 우주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우주는 공간도 에너지도 물질도 분명하지만 인간이 살면서 분명히 느끼는 시간이 불분명하다. 많은 물리 법칙들은 시간이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음을 허용하나 시간은 선형적으로 항상 앞으로만 간다. 어쩌면 시간이란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냥 엔트로피가 커져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의 변화를 인간처럼 진화 과정에서 감각이 생겨난 생물체는 시간처럼 감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즉, 시간은 있는게 아니라 생명체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명해낸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생명이 아닌 우주의 물질들은 당연히 시간이란 걸 인지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런 빛도 들지 않는 즉, 환경의 변화 감지가 차단된 곳에 생물이 들어가면 시간 감각이 사라지게 된다. 

 책, 시간의 물리학에서는 시간에 대해 다소 독특한 주장을 펼치는데 저자인 리처드 뮬러는 시간이 공간처럼 우주의 탄생과 동시에 생겨난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시간이 생성된다는 주장하는데 빅뱅으로 공간이 무한히 팽창한 것으로 시간도 같이 팽창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주의 탄생과 동시에 공간과 더불어 시간도 생성 된 것이고 그렇기에 우주의 모든 만물이 시간의 지배를 받는 것은 당연해진다. 우주는 지금도 상당히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에 지금도 시간이 생성되고 있으며 매순간 팽창하여 생성된 시간이 지금을 구성한다. 그렇게 지금이 켜켜이 쌓여 과거를 구성하고 우주가 계속 팽창하는한 미래도 오기에 우주의 만물은 시간을 앞으로 향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며 우주가 다시 축소되어 시간이 거꾸로 가는 길도 없기에 역행도 없게 된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우주가 팽창을 멈추게 된다면 시간의 생성도 사라지게 되는데 그러면 우주는 어떻게 될까. 우주가 팽창을 멈추어도 엔트로피의 증가는 상당히 오랜 기간 계속될텐데 의문이다. 그리고 팽창이 멈춘다고 해서 우리의 변화, 노화나 자연의 변화가 멈출지도 의문이다. 또한, 우주는 팽창이 가속화 하고 있다. 그럼 시간의 생성도 가속화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여전히 1초를 예전처럼 같이 1초로 여긴다. 이게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우주 전체의 시간이 동시에 같은 비율로 빨라진다면 실제로는 과거의 1초와 지금의 1초는 다르지만 우리는 그걸 같다고 인식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느렸다가 갑자기 같은 비율로 빨라진다면 여전히 우리는 서로의 속도가 같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사실 어려운 면이 많고 좀 종교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에 대해 새로운 하나의 해석을 접한 것에 만족한다. 그런 측면에선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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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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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편 소설 집으로 8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김연수인데 나는 처음 접하는 작가분이다. 제목을 장식한 단편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이다. 내용은 좀 복잡한데 사람은 보통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구성하거나 구성당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에 뭔가를 하기로 선택해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어떻게 보면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고 하지만 과거에 얽매인 삶은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미래에서 과거로 삶이 진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미래에 파경을 맞은 부부가 있다면 과거로 진행하는 삶은 그들이 한창 서로에게 빠져 행복을 누리던 순간으로 향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삶이 바뀌어진다. 지금의 힘듬이 아름다운 과거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그들이 다시 희망을 얻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다소 어이가 없기도 한 대목이지만 울림을 주는 측면도 있었다. 테드 창의 소설 당신의 인생 이야기에서도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인식하지 않고 통으로 보는 외계인과의 만남을 통해 같은 시각을 얻은 한 과학자가 자신의 딸의 죽음으로 결혼이 파탄나고 큰 아픔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선택을 바꾸지 않고 꿋꿋이 알려진 미래로 나아가는 장면이 앞뒤 순서만 바뀌었을 뿐 이 대목과 비슷하다. 어찌보면 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특정 시점 결말을 알게 된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을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또 하나 눈이 갔던 단편은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소설이었다. 한국의 한 유명가수가 한일교류행사에 초청받고 그 주동인물인 일본인 사업가를 만나게 된다. 자신은 심지어 유명해지기도 전 일본에 단 한차례 간 것뿐이며 일본인과는 그 어떤 인연도 없는데 기이했다. 그 일본인이 가수를 찾은 이유는 자신이 곤경에 처해 삶을 마감하기로 했을때 자신이 들어간 카페에서 한 한국인이 신청한 일본음악에서 삶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작은 행위, 심지어 선의조차 없던 우연한 행동이 한 사람의 삶에 긍정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단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는 의외로 좀 인상 깊었다. 실제 우리의 삶에서 내가 하는 작은 행위, 언어, 생각 등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린 항상 조심하고 배려하며 선의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래도 결과는 좋지 못할 수 있다.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고 얽혀있기 때문이다.

 책의 단편들은 하나하나 탁 하고 이해가 되기 보단 어렵고 여러 번 책장을 다시 넘기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작가는 90년대에 많은 상념과 애정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소설의 많은 시간적 배경에서도 그렇고 당시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생각, 감성등이 소설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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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미래에 2023년 7월 18일과 9월 4일은 훗날 한국 교육 대변환의 기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7월 18일은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날이며, 9월 4일은 그 교사의 49재로 전국 교사들이 추모를 위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한 날이며 다음 주 월요일이다. 전국의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 날로부터 매주 토요일 전국교사집회를 서울에서 열고 있다. 교사들은 노동자의 기본권인 파업권 및 집회권 등이 없기에 수뇌부가 존재하는 조직적인 집회를 열지 못한다. 때문에 이 집회는 자발적인 성격으로 모이고 있는 한국 최초의 기이한 형태의 집회라 할 수 있다. 9월 2일에도 어김없이 집회가 열렸는데 7회차로 10만명 정도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을 훨씬 상회하여 무려 2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였다.

 다른 여타 투쟁들은 집회가 계속 될수록 구성원들이 지쳐 동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참여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와 달리 전국교사집회는 그 회차가 거듭될수록 참여 인원과 강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교육 당국과 정치권의 행동이 교사들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그만큼 교육현장이 교사의 생존권과 인권을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9월 4일 추모집회에 대한 교육당국의 강압적 태도가 크게 작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이유는 좀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두 명의 초등 교사가 또 다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의 유초중등교원수는 거의 50만명으로 3일 집회 참여자가 25만명이라는 이야기는 무려 50% 이상의 교원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뜻이 된다. 이는 49재가 바로 이틀 후이고,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교육부가 협박성 공문과 자의적 법해석으로 억압했기 때문이다.

 사실 49재 모임 공교육 멈춤의 날은 서이초 교사가 사망하고 나서 바로 일각에서 제기된 의견이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그 실행 여부는 상당히 불분명 했다. 전국의 교사들은 태생적으로 선생이라 학생을 버리고 학교 현장을 떠나는 것을 쉽사리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교사모임이 거듭 될 수록 공교육 멈춤의 필요성과 열기가 대두되었고 개학과 더불어 전국 거의 모든 학교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었다. 원래는 멈춤이었으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사명인 직업이기에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사를 조정하여 9월 4일을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고, 공교육을 멈추는 것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초중고교는 수업 일수가 연간 190일 이상으로 9월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경우 일선 학교들은 기존의 겨울방학을 하루 줄여 못한 그날 못한 수업을 하루 더 하게 된다. 때문에 이는 사실상 공교육 멈춤이나 학습권 침해라고는 볼 수 없는 결정이었다. 현장의 열기에 미적지근했던 교장들도 대개 재량 휴업일 지정에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재량 휴업일과 당일 교사의 연가, 병가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심지어 9월 4일 재량휴업일 지정이나 개별 교사의 연가, 병가에 대해 파면,해임까지 언급되었다. 이에 겁을 먹은 대다수의 교장들은 재량 휴업일을 철회했고 현재 학교 현장은 이 문제로 교사와 관리자들 간의 갈등이 불거지게 되었다. 사실 재량 휴업일은 학교장 고유의 권한으로 대개 학사가 시작되기 전 거의 모든 학교에서 지정한다. 지정일은 대개 개교 기념일이나 징검다리 휴일을 연휴로 만들기 위해 많이 지정하는데 역대 정권들이 갑작스레 휴업일을 만드는 경우에도 학기중 학교운영 위원회를 열어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곤 했다. 

 이번 정권도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는데 일선 학교가 만약 이 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고 교육부가 일관성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것도 긴급사태가 아니니 불법이 되고 말 것이다. 교육부는 과연 그 때도 그런 협박성 공문을 보낼지 두고 볼일이다. 이런 사례를 잘 알고 있을 교육부가 공교육 멈춤의 날에 학교가 재량 휴업일을 지정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그래서 자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처음엔 개인의 고유 권한인 병가까지 불법으로 규정했는데 본인들도 이게 무리란걸 알았는지 이후 공문엔 병가만 슬며시 빼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음 주 월요일인 9월 4일은 심각한 교육 파행이 우려된다. 전국의 유초중고 교원의 상당수가 공교육 멈춤을 위해 병가를 쓸 예정이지만 재량 휴업일이 아니기에 학생들은 모두 등교하게 된다.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은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출근하는 교사가 많은 학교는 교장이나 교감 및 보건, 영양, 사서교사 등 학급을 맡지 않는 잉여인력으로 공백을 메꿔보겠지만 그것이 안되는 상당수 학교들은 합반을 시키거나 그것도 도무지 감당이 안되어 당일 아침에서야 긴급 휴교령 같은 것이나 귀가 조치 안내가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급식 역시 전교생의 출석을 전제로 준비하였는데 학생들이 귀가하게 된다면 이 식재료 역시 못쓰게 된다. 이 모든 사태가 아침 1교시 이전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당일의 사태는 더욱 급박하고 어려울 것이며 여러가지 안전사고 문제가 날 가능성도 높다. 

 전국의 교사들이 9월 4일 역사상 최초로 공교육 멈춤을 하는 이유는 그간 교육 현장에서 바로 자신의 시민으로서의 인권과 생명체로서의 생명권, 그리고 교사로서의 가르칠 권리인 교권과 다른 대다수 건전한 학생들의 학습권이 작금의 교실 현장에서 거의 완전히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과거 존경 받는 직업으로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권위있던 교사의 위치가 이렇게 까지 전락한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상당히 복잡히 작용했다.

 우선 90년대 김영삼 정부가 내세운 교육 소비자 개념이다. 독재 정권 시절 항상 국민의 단결을 요구 당할 때마다 군관민이 합심 하여란 표현이 자주 쓰였다. 이처럼 군과 관은 항상 시민 위에 있었던 존재였다. 그러던 것이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부터 민관군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높은 군과 관의 위상을 낮추고 시민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쓰인 표현이다. 그리고 이 때부터 시민에의해 관에 제기되는 민원은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문화와 제도가 각급 관청과 기관에 확산하게 되었다. 교육계도 이러한 요구를 받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학생과 학부모는 자신들을 교육 소비자로 그리고 학교와 교사를 자신들의 요구에 응하는 교육 공급자 정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교사라면 누구나 학부모 심지어 학생에게서도 몇 번 쯤 들어봤을 "당신 월급 내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라는 천박한 인식은 이런 흐름과 수준을 같이 한다. 이런 인식은 자신을 사장이나 손님으로 교사는 피고용이나 서비스 직원 정도로 인식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교육 현장에 대한 오랜 불신이다. 현재의 대부분의 학부모는 빠르게는 80년대 늦게는 200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다. 당시만 해도 교권은 강했고, 교육 현장은 모든 면에서 열악했으며 교사에 의한 체벌과 학생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 언행, 촌지, 불공정한 대우 등이 많았던 시기다. 더군다나 능력주의에 의해 학교가 돌아갔기에 극히 일부만 성공하게 되는 당시 학교현장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학교에 대해 개인과 공동체의 성장과 행복이라는 좋은 인식이 남아있지 않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이와 상당히 거리가 있게 바뀌었으며 근무하고 있던 교사들 대다수도 같은 과거 교육 폐해의 피해자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자기가 받은 인식으로 해당 영역을 기억하기 마련이다. 

 세 번째는 능력주의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능력주의는 사실상 긍정적 기능을 거의 모두 상실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때문에 진학과 졸업 후 인력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학교에서 내 아이가 받는 정서적, 학업적 손해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 전국 각급 학교에는 영어말하기 대회가 많이 시행되었는데 학부모의 능력주의 열망에 가장 심하게 투영된 영역을 대회로 진행하다보니 결과와 과정에 대한 민원이 학교 현장을 상당히 황폐하시켜 몇년간의 실행후 폐지되게 되었다. 이른 능력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학부모는 자신의 교육현장의 공동체성보다는 자신의 아이의 이익만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는 교원에 대한 과도한 민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네 번째는 미완의 시민성이다. 유시민이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시민은 아직 시민성이 결여되어 있다. 시민성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준수 외에도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잘 인식, 준수하고, 타인에 대해서도 공감과 그 권리를 잘 인식하고 지켜주는 태도다. 하지만 학부모는 교사를 자신과 같은 권한을 갖는 시민으로 인식하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자신의 요구와 감정을 모두 받아줘야 하는 감정 배설구나 민원창구 혹은 가게 점원 정도로 인식하는 것에 가까웠다. 여기서 서로 간의 예의 및 경계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이는 상당수 학부모의 시민성의 결여를 의미한다. 작금의 문제를 일부 학부모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설문조사에 의하면 50만 교원의 99.2% 사실상 전원이 학부모의 갑질을 경험했다고 한다.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서 50만의 학부모가 갑질을 했단 이야기인데 그 수를 절대 소수라 볼 수 없다.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대충 570만 정도로 비율로만 50만은 10%에 가깝다. 한 반에 20-30명의 학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담임 교사 한 명 당 갑질을 하는 학부모를 매년 2-3명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섯 번째는 공동체성의 붕괴다. 과거 한국 사회가 비교적 살만했던 것은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여 이렇다할 학벌이나 자격 조건 없이도 누구나 적당한 기술을 배워 쉽게 취업하여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고, 전통적인 농경 사회에서부터 이어진 공동체성이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동체 정신은 서울 및 수도권 신도시에 거주하게 된 농경 2세대, 그리고 아파트에서 자라는 그들의 3세대가 부모가 되고, 그들의 자식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희석되어 그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모르는 이웃의 아이를 맡아주거나 같이 교류하거나 평상 같은 것을 공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결책은 이런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시민성이나 공동체성의 담보는 상당히 오래 걸리는 일이며 사태가 급박한 만큼 당장의 법적인 해결책 및 제도적 해결책이 중요하다. 

 우선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아동학대법은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이렇다할 물적 증거 없이 의심만으로도 신고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신고를 당한 교사는 거의 직위 해제가 되고 짧게는 1-2년 길게는 2-3년을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며 스스로 무고함을 입증해야 한다. 악성 학부모와 학생은 이를 상당히 악용하고 있는데 명백한 거짓 신고를 해도 그런 의혹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기에 터무니 없는 거짓 신고를 하여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 상당히 기울어져 있는 셈인데 이런 형국으로 인해 교사는 문제 학생이 어떤 짓을 하여도 교육적 제재를 하기 어려우며 자신이 그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물리적으로 공격 받아도 방어 수단이 전혀 없다. 때문에 다수 학생의 학습권, 교사의 생명권 및 인권,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는 교사의 명확한 역할 수행을 위한 지원이다. 초중등교육법에 의하면 교사는 법령에 의해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학교에서의 역할이다. 이는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수립 및 운영, 수업의 실행, 평가 등의 본연적 업무와 이를 위한 직접적인 교육계획 수립 정도가 교사의 법적 역할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선 학교에서 교사는 CCTV관리, 위생점검, 안전훈련,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운영위원회등 간접적이라고도 이야기 하기 어려운 수많은 비법적인 업무를 떠맡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 의하면 이러한 업무는 행정직원 및 교육공무직의 일이지만 이들은 인적충원이 되었음에도 이러한 역할수행을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부분에 선을 확실히 그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공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역사상 교육부는 많은 정책을 수행해왔고 교사 및 공교육을 개선하려 했으나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이는 하향식이란 권위적 접근외에도 실제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게 해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 요인이다.

 세 번째는 책무성의 감경이다. 현재 일선 학교의 교사는 가진 권한은 거의 없는 반면 교실에서 아니 담당학생이 학교 밖에서 벌이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 현행 학교 폭력은 학교 안팎에서 학생에게 벌어지는 모든 폭력을 대상으로 한다. 즉, 학교현장에서의 폭력 행위 외에도 학생이 방학 중 해외여행가서 만난 다른 한국 학생에게 당한 폭력, 교회에서 일어난 폭력,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폭력, 학원에서 일어난 폭력, 이웃 아이끼리 싸운 폭력 까지 모두 학교폭력의 범주안에 들어간다. 일이 이렇다 보니 교사가 밤낮, 휴일 경계없이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학생이 교외에서 당한 사건, 수업 중 자신의 부주의 및 장난으로 일어난 사건, 다른 학생의 악의 및 장난이나 실수에 일어난 사건 등이 모두 교사의 책임이 된다. 경북 영주에서 수학 여행중 한 학생이 숙소에서 취침시간에 화살을 만들어 날려 다른 학생을 실명시키는 일이 일어났는데 교사와 학교장에 거액의 배상금이 확정되었다. 교사가 어딜 가든 모든 학생의 손발을 묶기라도 해야할까? 임장지도와 사전 안전 교육 및 주의가 사전에 이뤄졌다면 면책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도한 책무는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악성 민원인의 처벌과 거부권이다. 학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학교의 거의 모든 교사를 언제든지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고 뉴스에 나온 것처럼 온갖 절차에 시비를 걸고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학교 전체를 마비 시킬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해당 교사와 행정직원이 소모되어 다른 모든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고 교직원들은 자괴감에 인권이 말살된다. 이런 것들을 법적으로 막고 처벌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교육현장 정책 수립과 교육과정 개정의 현직 교원 중심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이 늘 겉돌고 실패하는 것은 실질적 데이터와 경험을 가진 현장 교사를 참고용으로만 썼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육정책 수립과 교육과정 수립에 법적으로 현장 교사가 중심이 되게 해야 한다. 이는 법적으로 상설 팀을 구성하여 교육부내에 배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 현장 교사가 교육부 정책을 수립하는 최고 직위에 올라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경찰이나 검찰, 군인, 소방관등 모든 별정직 공무원들은 현장 출신들이 당연히 최고 직위에 올라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이 공감할 정책 수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교육부만큼은 정책을 수립하는 고위직을 그냥 교육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교육행정직이 독점하고 있다. 때문에 교육부의 정책은 늘 현장의 공감을 받지 못하며 실효성이 없다. 현장에는 뛰어난 교육능력과 더불어 행적능력에 자질과 의욕을 보이는 교사가 많이 있다. 

 여섯 번째는 학생 정신 건강 관리 책임의 체계적 구축이다. 현재 일선 학교의 학급에는 소위 금쪽이로 불리는 통제 불능의 학생이 다수 있다. 이들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거부하거나 욕설 및 폭행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학생에게도 그런 행동을 하며 교실 현장을 마음대로 이탈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현장은 대응책이 딱히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부모는 이런 학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공교육이나 무조건 받으라는 무책임한 대응을 하기 일수다. 때문에 입학과 동시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정서행동검사를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여기에 교사도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판별을 하거 확실해지면 학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교육치료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생이 다시 공교육을 받을 만한 수준까지 진행되어야 하며 이 모든 기록은 졸업이후엔 지자체로 이어져 어른이 되어서도 정서행동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그래야 제2의 최원종, 조선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내일인 다음 주 월요일 이후가 어찌 될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상당히 많은 수의 교원이 학교 현장을 비우게 되어 학교 현장이 파행되면 여론이 교사를 탓할지 재량휴업일 및 연가 병가에 대한 위협으로 교원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은 교육부를 비난할지는 알 수가 없다. 실제 교육부의 위협처럼 징계가 이뤄지면 교육 현장에 상당한 분노를 일으키게 될 것이며 더 큰 공교육 멈춤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사태가 어떻게 흐르든 최근의 일련의 흐름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교육현장의 오랜 병폐를 해결해 한국공교육이 죽음에서 다시 태어나는 원년의 해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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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03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봅니다.

닷슈 2023-09-04 10:13   좋아요 0 | URL
저도 꼭 잘되길 바랍니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 인간의 소비심리를 지배하는 뇌과학의 비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강영옥 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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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나 가게의 마케팅은 잘못된 신화에 빠져있다. 

 1. 고객은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2. 고객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3. 중요한 단 한 가지는 가격이다.

 4. 고객은 복잡다단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예측 불가능하다.

 5. 중장년층의 지갑은 쉽게 열 수 있다.

 6. 마케팅에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7. 소비자는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위의 신화들은 기업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의 원칙에 가깝다. 하지만 현대의 진화론과 뇌과학에 입각한 마케팅 연구들은 위의 신화를 하나하나 부정한다. 다른 동물들처럼 인간은 감정을 갖는다. 감정은 주변 환경과 다른 사물 및 같은 동종 개체에 대한 평가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평가 기준은 이것이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은 적응도를 올려주는 주변 환경과 생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며, 반대되는 경우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때문에 감정은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생존과 번식이라는 삶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는 일반화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동기는 감정 프로그램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과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감정은 비교적 영속적이고 일정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주변 환경은 늘 변화하기에 동기는 이를 맞춰주고자 하는 장치가 된다.  

 인간 뇌의 주요 감정 시스템은 3가지로 균형 시스템과, 지배 시스템, 자극 시스템이다. 이는 생물의 목적인 생존과 지배를 위한 장치로 균형은 안전과 보호, 자제 및 절약을 하게해 생존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며, 자극은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용기를 부여해 새로운 식량과 기회, 성적 파트너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지배는 다른 개체와 경쟁하여 더 많은 자원과 성적 파트너를 얻고자 하는 행동과 관련한다.

 이중 가장 강력한 것을 균형 시스템으로 이는 안전에 대한 욕구다. 안전과 평화를 지향하고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피해 조화를 추구한다. 이는 항상성을 추구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균형시스템의 명령은 다음과 같다. 모든 위험을 피하고, 모든 변화를 피하며, 습관을 만들어 가급적 오래 유지한다. 모든 방해물과 불확실성을 피하고 내외적 안전을 추구하며, 에너지 균형을최적화하고 쓸데 없는 에너지 낭비를 피한다. 

 자극 시스템은 체험에 대한 욕구다. 자극 시스템은 알려 지지 않은 새로운 자극을 찾아내고 벗어나며 주변 환경을 발견하고 탐험하게 한다. 새로운 보상을 찾고 지루함을 피하고자 하며 다른 사람과는 차별된 존재가 되려고 한다. 자극 시스템은 새로운 자원과 환경, 기회, 성적 파트너를 찾게 하여 예상치 못한 보상과 새로움을 선사한다.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기에 자극 시스템은 인간의 중요한 감정으로 당연히 자리한다. 자극 시스템은 현대 사회에서도 잘 작용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혁신, 호기심,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추구하게 한다. 이러한 성향이 인간 문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은 자명하다.  

 지배 시스템은 권력에 대한 욕구다. 이는 사람들에게 각종 자원과 섹스 파트너를 둘러싼 싸움에서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신의 권력을 구축하여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위를 얻고자 노력하고, 타인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 하며, 권력을 취하고, 경쟁자를 물리치고, 영역을 확장하며, 자율성을 보존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지배 시스템으로 인해 인간은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시스템은 언제나 목표를 추구하며, 그것은 진화론적인 것이다. 모든 감정시스템은 긍정적이고 즐거운 측면,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측면, 혐오감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뇌에는 전체 감정의 일부분인 두 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보상 시스템과 회피 시스템이다. 이중 보상 시스템은 두 개로 나뉘는데 보상기대 시스템과 실제 보상 시스템이다. 보상 기대 시스템은 보상을 찾으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도파민의 의존한다. 실제 보상 시스템은 보상을 실제 찾으면 얻는 보상으로 엔돌핀에 의존한다. 둘 중 더 강력한 것을 보상 기대 시스템이다. 보상 기대는 영원한 만족이 없으며 한 번 주어진 보상에 익숙해져 다음 보상에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보상 기대 시스템은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히 탐욕하게 만드는 장치로 필요가 아닌 욕망의 경제인 현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회피 시스템은 처벌 기대와 실제 처벌 시스템으로 나뉘며 처벌은 보상의 2배 강도가 되다. 그래서 사람은 100만원을 벌 때 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 더 큰 고통과 상실감을 겪는다. 

 사실 인간의 균형, 자극, 지배 시스템은 진화론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원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소비 자본주의로 변한 현대에도 그대로 작용한다. 지배, 자극 시스템은 고객의 뇌리를 낙관적으로 만들고 활성화 시킨다. 반면 균형 시스템은 소비와 관련하여 억압적이고 비판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양자의 균형과 반복은 경기 순환의 심리적 생물학적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감정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파악하는데 시사점을 준다. 이미 현대 자본주의는 과잉생산경제로 필요에 의해서 상품을 사기 보다는 욕망에 의해 상품이 과다 소비된다. 따라서 소비자의 감정 시스템을 사로잡을 때만 상품과 서비스는 가치가 있게 되며 잘 팔리게 된다. 예를 들어 드릴의 경우 단순히 구멍을 뚫는다는 기능으로만 접근한다면 판매에 실패한다. 그런 본연적 기능 외에도 드릴은 힘과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균형 자극, 강한 힘으로 인해 사용자의 권력을 증가시킨다는 지배 시스템을 자극한다. 자동차는 단순 이동 기능이외에도 생활반경과 자신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지배 시스템을 자극하며 우리의 이동 노력을 줄여준다는 면에서는 균형 시스템을 자극하기도 한다. 

 특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 지위 경쟁을 하게 된다. 때문에 소속감을 주면서도 차별화된 느낌을 갖게 하는 상품을 인기가 많아지게 된다. 특히, 상품이 개별인간을 확실히 타인과 구별해주는 개성, 지위, 성적 매력을 부여한다면 소비자는 이것에 한해서는 균형자극의 경제를 무시하고 상당한 돈을 기꺼이 지불하게 된다. 

 인기가 있는 상품은 이런 면에서 뇌를 자극한다고 볼 수 있다. 뇌를 자극하지 않는 상품은 본연적 기능에만 집중하는 생필품이다. 연필이나 청소용품, 화장지 등이 그것으로 그래서 이것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과다한 구매 욕구를 불러 올 수 없기에 가격이 싸나 반드시 필요하기에 많이 팔린다. 반면 인기가 있는 상품은 언급한 감정 시스템을 마구 잡이로 자극한다. 과자 같은 기호 식품이나 패션, 영양제, 책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아가 뇌를 유혹하는 상품도 있다. 이들은 본연적으로는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것 들이지만 인간의 감정 시스템을 강하게 유혹하고 중독시키기에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여기게 만든다. 스포츠카,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 패션, 최신 스마트폰, 스토리가 담긴 상품, 영적 구원을 약속하는 상품들이 그렇다. 

 그리고 상품이나 서비스는 인간의 다양한 동기나 감정을 자극하면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예가 커피다. 사실 커피는 여러 음료 중 독보적으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커피가 맛이나 기능성에서 그런 위치를 차지할 만한 것은 아니다. 커피가 인기 있는 것은 멀티 동기성 때문이다. 커피는 다양한 품종이 있어 향유 동기를 갖게 하며, 카페인으로 활력을 주기에 활력 동기를 자극하며 각성효과가 있어 관철 동기를 주고, 한잔 이란 휴식을 주어 균형 동기를 주고, 개성 라이프 스타일, 의식, 사회적으로 같이 즐기며 소속감 마저 부여한다. 이러니 인기가 많은 것이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구분되며 이들의 역할은 다르다. 좌뇌는 낙관적이며 우뇌는 비관적이다. 즉, 좌뇌는 감정 시스템 중 자극, 지배 시스템에 주로 작용을 하며 각각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감정을 활성화한다. 우뇌는 반면 균형시스템에 주로 작용을 하며 나아가거나 행동하는 것에 망설임을 주게 한다. 인간 뇌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한 신피질은 중요한 정보를 계산하고 저장하는 저장센터다. 배외측전 전두엽은 고유의 법칙으로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보상을 얻는 방법과 확률을 계산하다. 이것은 매우 직관적이고 순간적인 경우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오래 이뤄지는 경우도 있으며 따라서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런 계산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결정은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뇌는 결정에 있어서 의식을 배제한다. 이유는 정보가 의식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동기 및 감정프로그램을 통해 행동으로 전환되면 반응이 빨리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그리고 동기 및 감정프로그램과 함께 저장된 경험은 이미 검증된 해결책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식을 언급한 것처럼 상당한 비용을 소모한다. 뇌는 인간기관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의식이 비활성화 되기만 해도 에너지 소비량은 1/4로 줄어든다. 이렇기에 의식은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 것, 지적인 문제해결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변연계가 각종 경험과 여러 조언을 위해 활성활 할 때만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상품과 서비스는 인간의 감정은 자극하되 지나치게 복잡하고 새로워 소비자로 하여금 인지적 과부하에 걸리게 하는 것을 피하는게 좋다. 뇌는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것을 좋아해 이미 경험한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매한 후 성공적 경험을 한 것을 계속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너무 새로워 판단이 자동화 되지 않으면 감정적 고통 및 처벌 중심부가 활성화 하여 소비에 극도로 비판적이 된다. 

 인간의 세 가지 감정 시스템은 자극, 균형, 지배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진화는 인간 성격의 다양화를 허용한다. 즉, 사람에 따라 진화의 빈틈, 적응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더 강조하는 부분이 있게 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성격이 형성되고 이는 구매유형의 다양화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 정도는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문화에 따라 변화하고 차이가 있다. 책은 독일 인구 12만을 연구하여 이를 유형화하였는데 총 7가지 유형이다.

 우선 전통주의자로 균형 중심의 사람이다. 비관적 사고를 담당하는 우뇌가 활성화되어 있고, 꼼꼼하고 오래 검증하며 불안하고 조심성이 있고 개방적이지 않다. 이들은 상품의 안정성, 신뢰감, 품질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며 구매 습관에 거의 변화가 없다. 

 조화론자는 역시 균형에 초점을 두는 사람으로 돌봄을 중시한다. 그리고 전통주의보다는 다소 개방적이다. 이들의 가정의 안정성과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정원, 가정, 반려 동물이 주 관심사다. 

 개방주의자는 양뇌가 모두 활성화 되어 있다.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타인과 접촉을 중시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여 문화공연이나 이벤트에 적극적이다. 비용에 신경을 쓰는 편이며 균형에 의지해 원산지도 중시한다. 건강 관련 상품에도 긍정적인 편이다.

 쾌락주의자는 자극에 집중한다. 심사숙고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종류의 보상을 탐한다. 당장 필요없는 것을 쇼핑하는 충동구매 경향이 있고 신나는 체험과 자신의 표출이 중요하다. 건강엔 큰 관심이 없으며 유행과 화장품을 탐닉한다.

 모험가는 좌뇌가 활성화 되어 있다. 쾌락주의자의 즐거움에 전투적이고 충동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입증하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뛰어난 성능과 즐거움을 좋아한다. 건강에 흥미가 없고 위험 의식도 적어 스릴 넘치는 스포츠를 즐긴다.

 실행가는 역시 좌뇌 중심이다. 구매 장소와 상품이 자신의 영리함과 높은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타인과 차이를 두기 위해 고급 제품을 이용하면서도 영리한 소비도 추구한다. 하지만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절대 돈을 아까지 않는다.

 규율 숭배자는 비판적 성향의 우뇌가 우세하다. 비관과 불신이 많고 변화 추구가 없으며 불필요한 소비를 피한다. 순수하게 기능성을 고려하며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기에 구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독일 인구 조사에서는 조화론자가 29%, 전통주의자가 19%, 개방주의자가 13%, 쾌락주의자가 13% 모험가가 6% 실행가가 10% 규율숭배자가 10%로 분포했다. 이들의 소비 성향은 자신들의 감정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스포츠 용품의 경우 100을 기준으로 할 때 관심도는 모험주의자가 268로 가장 높은 반면 조화론자는 63의 관심도를 보인다. 반면 정원 용품은 규율주의자가 132의 관심도를 보인 반면 쾌락주의자는 62정도의 관심도만을 보인다. 자동차의 경우 실행가가 168의 관심도를 보인 반면 규율주의자는 겨우 68 정도의 관심도는 나타냈다. 

 남여의 성차도 상품 관심도에 중요한 요소다. 남여의 뇌는 매우 다른데 두 뇌를 연결하는 뇌랑은 여성이 더 두껍다. 변연계 속의 다수 신경 중추 중 성생활, 아이를 돌보는 부분의 남여 차가 뚜렷하며 남성은 편도체와 시상하부에 있는 지배 중추와 공격 중추가 여성의 2배에 달한다. 여성을 돌봄과 사교적 태도를 관장하는 변연계 부위가 남성의 2배다. 그리고 남성은 여성보다 한쪽 반추에 의자하는 특정화 성향이 더 강하며 여성은 회색질이 더 많아 신경 세포체가 많고 반면 백질은 남성보다 적어 신경 세포 돌기는 적다. 그리고 양측의 신장 체중차를 보정해도 여성의 뇌가 남성의 뇌보다 100g 정도 더 가볍다. 

 이런 남여차는 그대로 상품에 대한 관심도 차로 이어진다. 여전히 100을 기준을 했을 때 남성과 여성은 스포츠 용품은 160대 43, 자동차는 181대 23, 주거용 장식 및 패브릭 상품은 29대 168, 식료품은 54대 144, 세제 및 피부관리 제품은 43대 155의 관심도 차를 보였다. 제품의 디자인에 있엇도 남성은 정사각형 모양의 직선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를 선호하는 반면 여성은 부드럽고 둥그런 형태를 선호한다. 남성은 구매 시 세부 관찰을 하지 않고 진열대를 대충 보는 반면 여성은 세부적으로 꼼꼼히 관찰한다. 남성은 예측 가능하고 세계 지배에 유용하며 권력을 상징하는 제품을 선호하여 자동차, 기계, 기술장비, 스포츠용품을 선호한다. 여성은 소설, 예술처럼 상상력을 자극하고 배려 및 아늑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선호한다. 

 남여의 뇌차이는 당연히 성격 유형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남성은 모험가, 실행가, 규율숭배자의 비율이 여성의 두 배에 달하며 쾌락주의자, 개방주의자는 비슷하고, 조화론자, 전통주의자는 여성이 남성 비율의 두 배에 달한다. 

 상품의 구매에는 나이도 큰 변수다. 8-12세는 즉흥적 구매자다. 이들은 발달단계상 학습이 최우선이라 자극 시스템이 강하게 작용한다. 놀이, 싸움 모듈이 활성화하고 도파민이 분출되 호기심이 증가한다. 신피질에 새로운 경험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기존 네트워크와 결합한다. 8세의 뇌는 성인 뇌의 2배 에너지를 소모하고 신경세포 망도 어른의 20배나 된다. 뇌가 매우 느린 속도로 작업하고 신경망의 속도를 높이는 미엘린 수초가 미 생성되어 정보 전달이 느리다. 전전두피질이 성숙하지 않았고, 세분화된 가치관 형성도 미흡하다. 그렇다 보니 구매가 충동적이고 매우 즉흥적이며 무비판적이다. 

 14-20세는 젊은 야만인에 가깝다. 아직도 전전두피질이 미성숙하고 충동적이고 리스크를 즐기며 자기 관리가 미흡하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급상승해 자극시스템과 지배 시스템, 균형시스템이 모두 활성화해 충돌하여 감정이 급변한다. 이 나이엔 성차도 유의미하게 드러나는데 남자 아이들은 독립 추구와 결합추구로 인해 또래 집단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권력과 독립성, 확신을 동시에 충족한다. 자극, 지배 감정이 강화되어 전투적이고 남성적 우월함을 즐기며 모험을 좋아하고 쿨한 느낌의 브랜드를 선호한다. 여자 아이는 미의 경쟁을 벌인다. 고급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에 빠져들고 소년들과는 달리 폐쇄적 집단이 아닌 여러 개개인과 동시 관계를 구축한다. 관계적 공경성이 활성화하고 그로 인해 뒷담화를 많이 한다. 싸움 뒤에 쉽게 화해하는 남아들과 달리 갈등이 장기화하기도 한다. 

 20-30세는 소비가 즐거운 시기다. 욕구는 거대하고 신체도 최고 상태다. 하지만 이를 충족할 소득이 아직 낮다. 전전두피질이 드디어 성숙하여 미래 계획이 가능하지만 아직 욕구가 강하다. 성적 경쟁, 번식, 서열과 영역을 확정하는 시기로 경쟁자보다 더 강하고 아름다우며 똑똑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함 모험도 어느 정도 감수한다. 자극시스템과 도파민이 지적능력과 새로운 길에 대한 욕구를 키우기에 이 연령대는 지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학문 영역의 혁명 90%가 이 나이대의 남성에 의해 이뤄진다. 그래서 이 나이대는 모험가, 실행가, 쾌락주의자가 전체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규율주의자, 조화론자, 전통주의자는 절반에 불과하다. 

 30-40세는 가정을 꾸리는 시기로 여성을 돌봄 모듈이 활성화 해 아이를 우선하고 구매도 아이와 가정 중심이 된다. 남성도 프로락틴의 증가로 정조관념이 생기고 가정에 충실하다. 그래서 가족 밴을 구입하고 보험에 가입하며 집 마련을 추구한다. 

 60세 이상은 안전과 건강 욕구가 강하다. 돈은 많으나 소비 지향이 매우 낮다. 자극, 지배 시스템의 연료인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매우 감소하고 스트레스와 부안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크게 증가한다. 반면 내적 여유를 담당하는 세로토닌은 적어져 인내심이 크게 적어져 작은 불편에도 여유를 보이진 못한다. 그래서 60세 이상은 조화론자나 전통주의자, 규율주의자의 비율을 모두 합치면 85%에 달하게 된다. 

 마케팅에서 브랜드는 인간의 감정 및 뇌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는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우선 인간은 인지적 복잡함을 싫어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오랜 성공경험으로 구매효과에 대한 확신을 주어 결정의 불확실성을 낮춰준다. 즉, 변연계에서 신피질을 활성화할 필요없이 바로 성공적 결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효율적 지표다. 그리고 브랜드는 인간의 감정을 마구 자극한다. 특유의 안정성으로 돌봄, 균형감정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약속하여 자극을 주고, 새로운 것과 자극을 선사하기도 하며, 지위와 우월감을 주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장악하는 균형과 통제의 느낌도 충족해준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든 처음 시장에 진출하면 새로운 것이기에 당연히 전두피질을 자극하게 되며 이에 변연계는 신속학습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오래 노출되어 성공경험을 주면 그 브랜드의 감정 가치는 오래되고 깊숙한 위치에 있는 편도체에 저장되어 자동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이 때 그림, 소리, 사건 등 외부의 자극과 신체 내부의 감정, 내면의 소리가 서로 결합하게 되며 정보의 실제 관련성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때문에 광고는 상품의 기능성이나 주요 정보보다는 항상 상품과 그것과 관련한 특정 감정 유발 메시지를 주로 담아 소비자의 변연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상품과 감정적인 광고 메시지가 등장하는 빈도가 높을 수록 네트 워크게 속해 있는 신경 세포 사이의 결합이 크게 증가한다. 그렇기에 시장에 막 등장한 브랜드는 강하게 광고를 자주한다. 반면 이미 변연계에 들어간 오래된 브랜드는 잘 광고를 하지 않는다. 

 구매 결정은 원칙적으로 뇌가 주도하는 감정적 효용성 계산에 의해 좌우된다. 브랜드의 수퍼 코드는 눈에 띄는 것 뿐만 아니라 브랜드 특유의 감정을 활성화 시켜야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 하게 된다. 우리 뇌는 감정과 결합되어 있는 대상에게서만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성공적이고 강력한 브랜드는 두 가지 부분은 전형적 형태와 명료한 감정적 영역을 모두 보유한다. 배려 돌봄의 니베아, 911형태로 지배의 포르쉐, 전형적 모양의 캔 용기와 자극, 모험을 상징하는 레드불이 그러한 예다. 

 상점의 공간 형태 및 배치등도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상점은 인간에게 모르는 영역으로 균형 감정을 자극한다. 그래서 공간이 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 전체를 둘러보고 방향을 정하는데는 최대 15초가 허용된다. 그 이상이 되면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고 과도한 균형 자극을 받아 구매에 비판적이 된다. 그래서 입구를 가급적 깔끔히 하고 친절한 방향 제시를 해야한다. 움직일 때는 좌뇌가 활성화 하기에 사람은 대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입구에서 오른 쪽 부분에 첫 번째로 보기에 좋은 상품을 진열하고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점에 첫 번재 코너는 청과 코너다. 청과는 가장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천연의 이미지가 있어서 입구부터 좋은 경험을 주어 무의식적으로 전체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갖게 한다. 청과는 특유의 맛과 향으로 고객의 자극 시스템을 자극하고 발걸음을 느리게 한다. 상품 진열을 전체를 볼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하며 최소 30cm를 간격을 두어야 눈에 들어온다. 이보다 넓거나 좁으면 판매가 떨어진다. 작은 경우는 나란히 배치해도 된다. 고객은 브랜드 별 진열 보다는 같은 기능 별 상품 배치를 좋아한다. 가전 회사별 진열보다는 세탁기는 세탁기 끼리 티비를 티비끼리 진열하는게 좋다는 이야기다. 진열대는 인간의 눈높이와 시야 제한으로 인해 150-175cm높이가 가장 인식이 잘 되어 판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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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상의 여러 생물들이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협력을 하는 것처럼 인간도 협력을 한다. 인간이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생물학적 장치와 사회문화적 밈에 해당하는 증거는 많다. 의사소통을 위해 생겨난 언어, 기본적으로 처음 보는 타인에게도 협력을 우선적으로 제공하려는 착한 마음, 눈동자의 방향을 상대방에게 공개하는 투명한 공막, 협력을 위해 생겨난 규칙으로서의 윤리 규칙, 종교 및 사회 제도 등이 그렇다. 

 그리고 사람은 협력을 하기 위해 서로를 마주 본다. 서로 마주할 때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서로의 얼굴이다. 협력을 하려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내야 하는데 인간은 언어 외에도 몸짓 그리고 주로 얼굴의 표정과 눈빛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하건, 회의를 하건, 사랑을 하건, 싸움을 하건, 협력을 하건, 대결을 하건 늘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기에 특정인과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는 것을 우린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외면이라 표현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죽일 때 심지어 동물을 죽일 때 조차도 그들의 눈을 가리거나 얼굴을 가리고 보지 않으려 하는 것도 외면이란 단어와 깊은 관련을 지닌다.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감정이 가득 담긴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와 같은 일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도 사람은 무엇을 하든 서로를 만나고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기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대면은 사실 매우 당연한 것이기에 그다지 주목 받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2020년 전 세계를 코로나19 팬데믹이 강타하면서 서로 직접 마주하며 얼굴을 마주보는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대면이란 용어는 새롭게 부각되었고 그에 반대되는 말로 비대면이란 말도 거의 새롭게 주목받았다. 코로나 이전에 과연 비대면이란 용어를 우린 얼마나 사용했었을까. 하지만 대면의 정확한 반대말은 비대면이 아니라 언급한 것처럼 외면이다. 책 대면, 비대면, 외면은 이걸 잘 지적한다. 

 그도 그럴것이 비대면은 원격수업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매체로 어찌되었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부족할지언정 관계를 연결해주는 작용을 해주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물리적으로 대면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연결하게 해주기에 사람의 연결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대면보다 잘 시행하는 측면조차 있다. 하지만 외면은 어떤 수단이 있든 특정인과의 관계를 완전히 끝어내는 것이기에 대면의 완전한 반대말이 되게 된다.

 농경사회 이후 산업사회로 접어든 현대사회는 외면의 사회로의 전환이라 볼 수 있다. 과거 사람들은 서구이든 동양이든 자기가 태어난 지역에 거의 묶여 살았다. 직업도 신분도 거의 평민에 농민이었기에 모두 가난했고, 먹고 살기 위해 좁은 공동체에서 서로에게 강하게 의지하며 살았다. 특히 공동 노동이 더욱 요구되는 동양의 벼농사 중심 농경 사회에서 이런 경향성이 훨씬 강했다. 때문에 외면이란게 있을 수 없었다. 생존을 위해 서로의 협력이 강하게 요구되었고 이로 인해 관계는 강화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 사회가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도시에 제조업 및 많은 서비스 업이 생겨났고,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신분에서도 해방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농촌의 좁은 공동체에 갇혀지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사회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예전보다 더욱 서로에게 의지하는 구조를 만들어 냈지만 그 의존하는 구조는 오히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과거 내가 신을 신발은 내가 만들거나 인근의 사람이 만들어주어 의존을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지금 가게에서 내가 산 신발은 판매자가 만든 것도 아니고 그조차 모르는 머나먼 곳의 여러 사람이 불특정하게 조금씩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직업에 종사하건 전통 농경사회에 만큼의 절대적 협력이 요구되는 직업은 매우 줄어들었으며 공간적으로도 이사가 잦아 공동체 형성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사람은 도시에 오히려 과거보다 높은 밀도로 뭉쳐 살면서도 서로를 외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협력하는 존재로 진화했기에 자신이 소외되어 외면 받는 것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견디지 못한다. 즉, 외면 받는 사람은 정신적 물질적으로 불행해진다. 그리고 외면 받는 사람이 많아져 그들이 불행해지면 그들을 외면한 사람도 결국 불행해지게 된다. 한국은 어떻게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외면 사회로의 전환이 가장 빠른 나라라고 볼 수 있다. 그걸 증명하는 지표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압도적인 저출산율과 빈부격차, 사회 전체에 만연한 갑질,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증가다. 

 과거 한국은 전통 농경사회에서 현대자본주의 산업사회로 빠르게 전환했다. 그렇기에 외면 사회를 위한 물질적 조건이 갖춰졌음에도 사람들은 농경사회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던 버릇이 남아 바로 외면사회로 전환하지 않았다. 서울의 아파트에 살면서도 이사 왔다고 주변에 떡을 돌리고, 평상을 같이 만들어 공동 이용하고, 옆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셋방 살이 하는 집의 잔치 날이라도 되면 주인 집이 거실을 내어주고, 모르는 사람이 집을 방문해도 일단 주스 한 잔 정도는 내어주고, 부자의 조건이 오직 돈많은 아니라고 대답했던 80-90년대 정도까지의 생각은 그래서 가능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물질적으로도 크게 소외되지 않았다. 고도 경제성장기라 학력이 매우 낮아도 간단한 기술을 배워 어렵지 않게 취직되었고, 월급도 꾸준히 올라 집 하나 장만하여 가정을 이뤄 가난을 탈출해 평범한 삶을 이루는 것이 지금처럼 매우 어렵진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중산층이 가장 두텁게 형성되었던 것이 이 시기다.

 그래서 복지의 '복'자도 흔적도 거의 없던 90년도 중반 정도까지의 한국 사회에서 외면과 그로 인한 소외는 과거보다는 확실히 심해졌으나 그리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이 전환된다.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농경사회의 부모를 지닌 이들이 조부모나 그 이전 세대가 되고 이후 세대는 도시가 고향이 되어버리며 농경 사회의 공동체 문화는 확실히 깨져나갔다. 여기에 돈이 우선 시 되는 상황이 생겨났으며 세계화와 자동화로 지방의 제조업이 무너져나가며 대도시권 대기업과 지방 기업간 소득 격차가 상당해졌다. 그로 인해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심해져 지방과의 격차가 더욱 심해졌고,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과도하게 올라버려 지방에서 올라오는 젊은이들은 지옥고에 갇혀 살게 되었다. 복지는 조금씩 생겨났지만 충분하지 않아 사회안전망이란게 부실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심해졌다. 사람들은 과거 초기 산업화때 교육기회를 통해 계층 이동에 성공했던 경험을 통해 능력주의를 종교처럼 신봉하며 많은 돈을 사교육에 쏟아붇고 있다. 그리고 능력주의는 사회의 부조리의 원인을 무능력한 자신에게로 돌리게 해 사회구조의 개선을 어렵게 하고 소외 받은 이들의 처지를 정당화해 그들을 더욱 외면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외면 받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고, 서로 간의 가진 것의 차이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해졌으며, 자기와 가족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갑질이 사회전체적으로 펴졌으며, 물질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외면 받은 이들이 무분별하고 잔혹한 범죄를 대낮에도 여기저기서 일으켜, 여성이 밤늦게 도시를 돌아다녀도 별일이 없을 정도로 전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좋다는 장점도 거의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해결방안은 서로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 간의 관계의 회복이다. 즉, 다시 대면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서로 외면이 가능한 자본주의 사회로 들어선 만큼 공동체의 회복은 사회적 제도적 경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학교 교육의 회복이 필요하다. 최근 서이초 초등교사의 자살사건이 일어날 만큼 한국의 공교육은 사망 상태에 가깝다. 하지만 학교는 여러 어린 학생들을 모아 서로 협력하고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사회의 일차 기관이다. 때문에 서로를 대면하게 하고 외면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시작이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법이 과다 적용되어 약간의 생활 지도만으로도 교사가 소송에 시달리고, 학부모가 무차별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에선 이런 교육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관계의 붕괴와 능력주의의 부작용으로 인해 갑질이 만연한 사회인데, 초기 손님이 가게주인에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사회의 약자인 여러 서비스 응대자와, 하급 민원 대응 공무원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어느덧 과거 함부로 하기 어려웠던 교사에게까지 미치게 되었다. 최근 이런 갑질을 일부 학부모의 일로 국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전국의 교사들은 매주 서울에서 수만명이 운집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교사 집단은 매우 낮은 교직단체 가입률에서 볼 수 있듯 좀처럼 뭉치지 않는 집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집회가 한 달 이상 지속된다는 것은 이런 갑질이 대부분의 교사가 생존의 위기를 느낄 정도로 만연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전국의 유초중고 교사의 수는 40만 정도인데 이들이 한 번씩만 갑질을 당했다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무려 40만에 가까운 학부모가 갑질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여튼 아동학대법의 개정과 적절한 생활지도권의 부여로 교권이 자리 잡고 교실 내의 질서가 자리잡혀야 학교교육의 회복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래서 교사가 의욕과 여유를 갖고 과거의 전통적인 지식 전달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다양한 문제를 서로 협력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는 참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사회 복지 제도의 확충이다. 과거 농경사회는 가난한 이를 마을에서 도왔고 친족이 도왔다. 하지만 지금은 친족의 수도 줄었고 농경사회처럼 어려운 이를 돕는 전통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사회 복지를 통해 이들을 도와야 한다. 이는 물질적 지원 뿐만 아니라 정서적 지원도 포함한다. 최근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물질적으로도 불우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학창시절부터 촘촘한 정신건강상태의 관리와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성인이 된 후엔 이것이 지역 행정기관으로도 이어져 관리가 되어야 한다. 현 정부와 일부 사람들은 이런 강력 범죄가 일어나자 처벌의 수위를 높이거나 경찰력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가까우며 많은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외면을 받아 정신적 물질적으로 붕괴하고 자기 중심적 사고에 빠져 남을 탓하며 범죄를 일으키는 이들은 대개 잡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때문에 애초에 그런 사람이 생겨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능력주의 사회로 대학입시까지 단 한 번의 기회를 주고 실패자를 영원히 낙인찍고 경쟁의 승리자에겐 과도한 보상을 평생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인생의 여러 차례에서 다시 기회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위한 꾸준한 학습기회에 지원을 제공한다. 

 마지막은 결국 공동체의 재생이다. 한국은 박정희정권이 없애버린 지방지차제도를 부활시킨지 거의 30여년이 되어가지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된 사례가 거의 없다. 노동시간의 단축, 그리고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주고, 제도적으로 예산 사용 및 제도 제안 권한을 많이 부여하여 스스로 살아가는 지역을 개선시키는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잘 정착되면 지역에 애착을 갖고 살아가게 되어 지역에 정착하는 경우도 많이 생겨나 도시로의 집중 현상도 다소 완화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소규모 지역 단위로 관계가 회복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매우 심각한 저성장 국면에 확실히 접어들었으며 저출산고령화로 나라의 노동력 및 소비력이 줄어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중갈등이란 대외적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선 열대화가 사회 하층민부터 그 생존을 위협해 나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관계의 회복보다는 외면을 더욱 크게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사회, 살만한 사회라 사람들이 생각하게 될 것이고 다시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믿으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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