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가 이미 2022년에 돌아가셨으니 난 고아가 된 셈이다. 내 나이가 이미 한국 중위 연령을 넘어섰기에 정확히는 '고독한 아저씨'가 된 셈이다. 아버지 장례식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한국전쟁을 경험하신 큰아버지가 그런 소리 말란다. 당시 전쟁 이야기를 짧게 하시면서 전쟁 고아가 무척이나 많았다고. 

 우리 엄만 2009년에 뇌출혈로 쓰러져 14년간 온전치 못한 마음과 신체로 와병하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런 엄마의 병수발을 가장 많이 든게 우리 아버지다. 자식 둘은 결혼해서 지방으로 나가 가정을 꾸린지라 아버진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의지하긴 했지만 어머니를 가장 많이 돌보셨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진 그제서야 당신 몸을 돌보시기 시작했고, 갑작스레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리가, 그리고는 허리가 그리곤 귀가, 그리곤 가슴이 아프셨다. 결론은 폐암이었다. 확진을 받았을 땐 뭔가를 해보기엔 상당히 늦은 시점인 작년 말이었다. 의사는 3-4기를 운운했지만 내가 듣기엔 4기 같았다. 그리고 어느 암이나 그렇지만 폐암 4기는 생존률이 10% 미만이다. 의사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 평균 4개월에서 1년 정도 생존한다고 하였고 그 말처럼 아버진 진단 후 4개월 정도 살다 돌아가셨다. 아버진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으셨다. 엄마의 경우처럼 되는 것을 가장 싫어하셨기 때문이다. 

 1-2월엔 내가 병원에 통원시켜 드리며 돌보았고, 상황이 악화되자 아버진 동생 집에 머물며 2-3월을 보내셨다. 동생은 목포에 산다. 3월에 그 먼 목포를 아버지를 보러 어린 아들을 데리고 주말에 내려가곤 했다. 말기 암 환자는 하루하루가 달랐다. 3월 초만 해도 식욕이 크게 감퇴하고 고통을 겪어서 그렇지 같이 식사도 하고 손자를 훈육해주시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 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3월 말이 되자 하루 종일 누워계셨고 고통이 너무 심하고 먹기는 커녕 진통제마저 먹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섬망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리고 중환자실과 호스피스를 2주 간 전전하다고 돌아가셨다. 동생 부부는 집에서 아버지를 돌보며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며 죽음을 향해가는 어려운 과정을 매일 보았다. 평생 갚지 못할 빚을 동생에게 지게 되었다.

 폐암은 급사가 많다. 폐가 갑작스레 멈추면 사람도 갑자기 죽기 때문이다. 4월 20일은 중환자실에서 아버지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 모처럼 면회가 가능한 날이었다. 그래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비가 내려 막히는 고속도로를 따라 목포로 향하고 있었다. 임종을 보러 가려는 것도 아닌 그저 면회였다. 그러다 갑자기 돌아가셨단 연락을 받았고 반쯤 내려가던 길을 되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친척들과 가족, 직장에 연락을 하고 상조에 연락을 하고 동생과 장례식장을 잡았다. 그렇게 장례식장에 도착해 계약을 하고 빈소를 차리는데 무척 피곤했다. 8시간을 운전했다.

 장례는 짧게 3일을 잡았다. 최근 돌아가시는 분들이 적어 화장장이 여유가 있어 가능했고 어머니때와는 다르게 이젠 아버지도 돌아가셨으니 정리할게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첫날에는 빈소를 늦게 차려 조문이 한산했으나 다음 날은 정신없이 바빴다.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먼 친척들과 친구들, 또한 오랜 만에 보는 나의 친구들도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서로 가정과 직장에 바쁘니 이런 때나 보게 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친척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모르는 아버지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자식과 어머니 없이 오랜 기간을 사시며 나는 보지 못한 아버지의 인생이었다. 아버진 월남전에 참전했기에 참전유공자였다. 그래서 대통령 조문기와 한 재향군이 분이 오셔서 약간의 의식을 해주셨다. 참으로 감사했다.

 엄마와 같이 납골당에 모시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례식은 워낙 바쁘고 맞이할 사람이 많아 의외로 슬픔을 느낄 만한 시간과 공간이 적다. 그게 한꺼번에 몰려온게 집으로 돌아오는 차량 안이었다. 흐르는 눈물과 피로로 인한 졸음이 겹쳐 힘들었다.

 다음 날 아버지가 홀로 사시던 전세 집을 찾아가 동생과 집 정리를 시작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여 사정을 이야기하고 인근 부동산에 전세를 냈다. 그리고 구청을 찾아가 사망신고를 하였으며 유산 정리를 위해 관련 자산을 파악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했다. 점심을 먹고 동생과 집정리를 시작했다. 오래 혼자 사시며 검소하고 깔끔한 성격에 이렇다 할 짐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집이라 모든 것이 무척 많았다. 아버지의 손길이 닿은 어떤 것 하나 버리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버리기 힘든 것은 옷이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담배 냄새가 잔뜩 벤 옷이었지만 아버지의 체취인 만큼 그것마저 그리웠다. 여러가지 짐을 버리는데 쓸만한 것을 동생과 나눠 챙겼고 오랫동안 우리 집에 있었던 기념할 만한 것들은 챙겼다. 

 나이가 들고 홀로 사셨음에도 의외로 먹을 게 많았다. 한참을 먹을 빻은 마늘을 얼린 것들과 김치 및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는 라면 등을 버리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먹을 수도 없었고 버리기도 쉽지 않을 것들이었다. 그렇게 꼬박 이틀을 집을 배우는데 할애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에 이불을 가장 마지막에 버렸는데 그것을 버림으로써 다시 이 집에 머물지 않게 될 거란 생각이 드니 다시 쉽지 않은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어버지 집에서 아직 쓸만한 가전 제품 몇 가지와 아버지의 직장 20년 근속패, 그리고 천주교 십자가, 코트 한 벌을 챙겨왔다. 직장 20년 근속패는 늘 우리 집에 있던 것으로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아버지가 늘 자랑스러워 하셨던 것이라 버릴 수 없었다. 십자가 역시 난 더 이상 성당을 다니자 않지만 성당을 열심히 다니셨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래 전에 성당에서 구입한 후, 매우 오랜 기간을 우리 집 거실을 장식했던 것이라 버릴 수가 없었다. 이런 걸 버리는게 맞는 것이라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는 키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내가 덩치가 더 커서 대부분의 옷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코트 한 벌이 유독 컸고 입어보니 그게 맞았다. 아버지 냄새가 가득 벤 옷이었다. 그걸 하나 챙긴게 다행이었다. 아버진 살아 생전 당신에게 세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고 하셨다. 하나는 와병하는 엄마, 다른 하나는 아직 가정을 잡지 못한 동생, 다른 하나는 장애가 있는 나의 큰 아들이었다. 엄만 아버지 보다 먼저 돌아가셨고, 동생은 늦게 나마 장가를 가서 두 가진 해결되었다. 나머지 하나가 남은 채로 돌아가셨는데 나의 아들인 셈이다. 그것을 내가 해결해드려야 할 문제다. 

 별로 대단한게 없지만 그냥 이런 아들을 믿고 어머니와 같이 편하게 쉬셨으면 한다. 그 시대 아버지들이 다들 그러셨지만 자기 인생 없이 평생 일만 하고 아끼고 안쓰며 즐기지 못하고 고생만 한 인생이었다. 아버진 몇 년 전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우셨다. 아버지가 영화를 보며 우는 것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기에 놀랬지만 그 영화 자체가 아버지의 인생과 너무 비슷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으셨을 것이다. 아버진 어린 나이였지만 한국 전쟁을 경험했고,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KBS이산가족찾기에 직접 참여하셨다. 상당히 감정이입에 되셨을 거다. 굴곡진 인생을 힘들게 마무리 하신 아버지가 역시 어렵게 산 어머니와 더불어 편히 쉬셨으면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 옆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늘 계셨을 것처럼 내 옆에도 늘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그렇기에 늘 부끄럽지 않게 잘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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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4-29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월 20일이면 거의 일주일 전이네요.
많이 힘드셨겠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총새 2024-04-29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순식간에 읽었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blanca 2024-04-29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페넬로페 2024-04-29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중년의 나이에도 고아란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부모님의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 잘 추스르시기를 바래요^^
 













 





 영장류의 한 무리가 인간으로 진화한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뛰어난 지능과 사회성으로 그 개체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 그 수는 무려 80억에 이르렀고 금세기 안에 100억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지구의 자연을 변환하여 만들어낸 산물들은 경제성장이라는 것으로 측정 되었다. 지표의 모습도 자신들의 발달한 문명을 이용해 몰라보게 변화시켜 인간의 생존과 생활 편의 만을 위해 도시라는 형태로 만들어 그곳에 모여산다. 그리고 인구 성장과 경제성장은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말한 것처럼 산업혁명이 촉발된 18-19세기까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매우 밋밋한 성장이었다.

 그러다 19세기 말부터 서구권을 중심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수명이 늘어났다. 책 '인구의 힘'에서는 서구 선진 사회의 인구가 어떻게 증가하고 안정세를 찾았으며 각 나라마다 다른 인구성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구증가와 기술로 자연을 활용하고 착취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며 경제성장도 그에 못지 않은 궤적을 그렸다. 

 그래서 인간은 지난 100년 간 인구 성장과 경제 성장을 매우 당연 시 해왔다. 일부 지역이 두 가지 측면에서 마이너스를 겪거나 경제 공황이나 세계 대전 같은 이례적 사건으로 전 세계가 같이 고초를 겪긴 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인 현상이었다. 세계의 인구와 경제는 매우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요 요인은 출산율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인구의 감소세로의 전환, 미중갈등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갈등, 기후위기다. 소위 성장의 시대에서 축소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책 '축소되는 세계'는 이러한 것에 관한 책이다. 

 향후 세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과 감소하는 지역으로 나뉘게 된다. 극심하게 인구가 감소할 지역은 한국, 중국, 일본이 있는 동아시아이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인구가 감소할 예정이다. 아직은 인구가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도 십수년 이후면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예정이다. 하지만 당분간 전체적 인구는 성장하는데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인구의 힘'에서 언급된 것처럼 인구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식량 공급이 안정화하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전염병 및 응급처치가 가능해져 사망률 및 평균수명이 늘어나 급격이 성장한다. 그리고 도시화로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며 자녀의 양육부담이 커지며 출산율이 급감하며 안정화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두 지역은 아직 열악한 도시화 수준과 심각한 빈곤, 여성의 낮은 교육수준으로 인해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게 된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의 인구 감소는 가장 심각한 상태다. 일본은 2040년이면 지자체의 절반이 소멸하며, 한국은 2020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률로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었다. 중국은 지금 추세라면 2100년이면 인구의 절반이 감소한다. 다른 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향후 5-10년이면 태국과 대만도 인구 감소가 확실시 된다. 현재 세계 최고의 인구 대국인 인도다 마찬가지인데 낮은 도시화율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인구 성장은 둔화하고 있으며 2050년 이후면 확실히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은 서유럽과 동유럽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서유럽인 인구가 20세기 완성된 후 낮은 출산률로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동유럽은 사회적 영향이 컸다. 이들은 공산권의 붕괴 이후 서유럽과 경제적으로 통합되면서 더 나은 일자리를 향해 대규모 이주가 이뤄졌다. 주로 서유럽 쪽으로 이주가 이뤄졌는데 그래서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더욱 빠르게 인구가 감소했다. 하지만 유럽은 미국보다 제조업이 강하고, 공공복지의 수준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된 인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선진국 중 인구가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률과 경제력을 바탕으로한 높은 인구 흡입률로 이주가 많다. 하지만 트럼프 이후 이주에 대한 제재가 강해지고 출산률도 낮아지면서 사실상 2020년대 들어 인구 성장이 멎춰버렸다. 인구가 감소하면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며 축소도시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가장 먼저 등장한게 미국인데 이는 2차대전 후 미국이 탈산업화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업이나, 탄광 등이 있던 도시 위주로 축소도시가 심각하게 나타났다.

 인구감소는 향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인구 통계요인부터 살펴보면 우선 고령인구가 증가한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서비스와 복지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다음은 1인 가구 증가로 이로 인해 주택공급과 수요간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셋째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노동자의 나이가 40세가 될 때 까지는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고 이후엔 감소한다. 그렇기에 고령노동자의 증가는 숙련노동자의 부족과 우수인재의 해외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마지막은 아동인구의 감소다. 이로 인해 학교를 비롯한 아동관련 시설의 수요가 감소한다.

 다음은 경제성과에 미칠 영향이다. 우선 소비부분인데 상업활동이 줄어들고, 소비 공간 수요가 줄어들며 판매세가 줄어든다. 인간의 소비는 대개 30세부터 40세 중반까지 증가하며 이후에는 감소한다. 고령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앞서는 소비 부분은 의료비가 유일하다. 둘째는 생산성과 혁신이다. 산업성장이 감퇴하고, 숙련노동자가 줄어들며 역시 고급인재의 해외유출이 일어난다. 셋째는 투자와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으로 인구감소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서 경제 전분야에 기대감이 사라져 자본투자가 크게 감소한다. 또한 기존 시설에 대한 투자 역시 멈추게 된다.

 경제적 평등도 문제가 된다. 우선 지역 간 격차가 확대한다. 신자유주의는 대부분의 국가의 지방산업 및 제조업을 이전시켰다. 그래서 도시 간 격차가 커졌는데 인구 감소는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심도시는 세력을 유지하거나 더 커질 가능성이 있고 주변 도시 및 축소도시는 쇠퇴가 가속화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한다. 중심도시는 높은 자산 가격과 고임금의 일자리가 지속될 것이고 축소도시는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일자리가 더욱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한 낙인효과마저 생겨나게 된다. 이 낙인 효과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하게 하여 축소도시의 인구 유출을 더욱 증가시킨다.

 재정 및 정부에도 영향이 크다. 공공세수가 감소할 것이고 지자체의 세수는 더욱 줄 것이며 이로 인해 지자체의 서비스가 감소한다. 고령화로 연금과 복지서비스 수요가 증가하여 사회적 지출 수요가 커질 것이다. 축소도시는 텅 비게 되어 공공시설과 인프라가 잉여화한다. 

 주택시장에서는 주택공급과 수요가 불일치 하게 된다. 빈집이 증가하고 도심과 교외에서 나타나는 인구의 공간적 재구성이 일어나다. 그리고 언급한 것처럼 축소도시에서는 인구의 감소로 주택의 가치가 하락한다. 이로 인해 주택 투자가 줄어들고 주택의 가치도 감소한다. 

 마지막은 양극화와 분리의 문제다. 이미 신자유주의로 인해 양극화와 자산 차이에 따른 분리의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이를 더욱 악화한다. 중심도시와 축소도시 간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이로 인해 시민은 참여가 감소하고 분노로 인해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의 지지가 더욱 증가한다. 이런 현상은 책 '장벽의 시대'에 잘 언급되어 있다.

 인구감소는 이처럼 전방위적 악영향을 가져오지만 설상가상으로 인류에겐 기후 문제도 있다. 기후변화는 도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예정인데 기온 상승으로 인한 폭염의 증가, 해수면 상승, 심각한 폭풍, 산불 증가, 가뭄과 사막화 증가, 식량 생산 감소, 강제 이동과 이주의 증가, 경제활동 감소와 경기의 침체다. 

 기후 위기로 해수 온도와 염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날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멕시코 만류가 아예 멈춰 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인도와 남미, 서아프리카는 강수가 감소하고 유럽은 폭풍이 증가하고 기온은 내려가며 북미는 폭풍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도시는 상당수가 강가와 해안가에 위치하는데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폭풍의 증가는 도시의 유지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고 인간이 만든 복잡한 기반시설이 가득하며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여 있어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폭염에 시달리게 되고, 배수가 잘 되지 않아 홍수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라고스, 방콕, 자카르타는 대표적 저지대 도시로 원래 홍수에 약하다. 이들 도시는 인구 증가로 인한 식수 부족으로 수십년간 지하수를 마구잡이로 사용하여 도시가 상당히 빠르게 침하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모조리 포장되어 있어 강수로 인한 지하수 공급도 불가능하다. 이 같은 아시아의 도시들은 기상 이변으로 도시의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전력이 부족하고, 질병창궐과 상수도 공급중단, 폭염, 대기오염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된다. 

 기온의 상승은 경제성장과도 밀접하다. 향후 세계는 인구 감소로 인한 수요의 감소와 숙력노동자의 감소 및 투자의 후퇴로 경제가 후퇴할 것 가능성이 놀다. 기후 위기는 여기에 기름을 붙는다. 연구결과 연평균기온 13도까지는 노동생산성이 향상된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노동생산성은 하락한다. 더위에 신체가 지치는 것이다. 그래서 2100년가지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생산량은 무려 23%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논의는 책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기온의 상승으로 식량생산의 감소도 예측되는데 아프리카 남부, 서아프리카, 지중해 분지, 미국 서부등 많은 지역에서 농업생산량이 감소된다. 특히, 지중해 지역과 미서부는 세계의 식량창고이기에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 반면 캐나다와 시베리아, 북유럽은 농업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세계는 전제주의 국가의 등장으로 지정학적 위기도 갖고 있다. 90년대 초 동구권의 붕괴로 세계는 미국과 서구사회를 필두로 한 자유민주주의에 포섭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헝가리, 튀르키예, 중국 등의 국가들은 오히려 더 독재화하였다. 이들은 오히려 경제적으로 성공함으로서 정권의 회복력과 유지력이 갈수록 강화하였다. 그리고 아직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전제주의 국가들에게도 하나의 모범적 사례가 됨으로써 여타 국가들의 자유민주주의로의 전환도 늦추었다. 이 정권들은 서구와의 경쟁으로 기후 변화와 인구감소라는 세계적 과제의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협력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파도를 해치기 위해 책은 지속가능하고 지역화한 경제와 사회의 구축을 주장한다. 여기엔 4가지 원칙이 있다.

1. 올바르게 통치하고 바람직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공 민간의 협력, 도시 주민. 민간 지도자 간의 개방적인 의사소통지원 및 신뢰 형성이다.

2. 모든 수준과 모든 연령에서의 교육을 포함해 지역 사회의 인적 자본구축 노력

3. 자연환경과 건축 환경에서부터 안전, 양질의 의료 서비스, 식량 안보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모든 이의 삶의 질 개선 노력

4. 환경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지역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통합 노력


 이런 식으로 지역화가 이뤄진 기반에서 소도시간 네트워크가 이뤄지면 생산이 늘고 교육이 높아지며 세계경제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지게 된다. 지속가능한 도시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인데 포용적이고 참여적 지역사회, 경제적인 구조(로컬푸드 시스템, 분산생산, 분산된 에너지 공급, 재택 및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과 삶의 질 관련 구조(수자원과 녹지 인프라, 예술과 문화, 공공영역), 사회적인 구조(고령화 친화, 네트워크한 교육기회, 네트워크한 의료서비스와 시스템)이 함께 달성되어야 가능하다. 책 '지방도시 살생부'에서도 비슷한 논의를 펼친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한국적인 측면이 더 강하게 드러나 있어 같이 살펴볼 만하다.

 저자는 3중고의 위기에도 미래에 미국이 유럽연합과 중국을 제치고 여전히 강국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3가지다. 우선 기후 변화로 미국 남부와 서부 지역이 상당한 고통을 겪겠지만 미국의 전체적인 위치는 중위도 및 고위도로 상대적으로 기후위기에 버틸만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춥고 서늘한 지역은 인구의 이주를 받을 만한 상당한 여력이 있다. 국토의 상당수나 열대 아열대 및 중부이며 인구를 받을 만한 지역도 상당히 부족한 중국과는 다른 면이다. 둘째는 미국은 인구가 감소세이긴 해도 그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출산률이 높고 젊은 층이 많으며 이주에 대한 수요도 많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미국은 제조업이 부족하고 내수경제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며 대부분의 식량 및 원자재로 자급자족이 가능해 지정학적 위기에도 강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자가 언급하진 않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도 한몫을 하게 될게 분명하다.

 인구의 감소는 성장을 멈추고 자본주의에 상당한 제동을 걸 것이란 점에서 인간이 지난 100년 이상 겪어 보지 못한 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인구의 감소는 기후 위기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며 인구 감소는 인구증가와 성장이 불러온 여러 역효과를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 인구의 감소는 투자와 수요의 감소, 생산성의 감소로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지만 여기엔 과학기술발달에 의한 생산성의 혁신이란 면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저자는 스스로도 인정했을 만큼 기술의 단기간 발달에 부정적이지만 인구감소와 기후위기,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적인 것인 만큼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산업생산성의 향상도 충분한 일어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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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성
김덕년 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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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육의 실패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주도성이 없다는게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다. 주도성은 글자 그대로 문제나 과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이 주체가 되어 흥미와 집착성, 도전의식을 갖고 그것을 계속 추구하며, 실행과정에서 수정보완을 하는 적극적 태도다. 한국은 교육에 있어, 능력주의와 관주도의 획일적 교육을 실행하기에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교육에 주도성을 상실한 상태다. 특히 학생이 주도성이 적다는 증거는 대학교육에서의 낮은 성취률과, 특히 해외대학에 진학 시 높은 탈락율로 나타난다. 초중고는 뭔가 상당히 주어지고 입시라를 압박이 있지만 그것이 모두 해제된 대학, 특히 해외대학에선 주도성이 없기에 매우 낮은 성취률과 높은 탈락율을 보이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 나라는 교육에서의 주도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 교육에서도 나라의 명운을 위해 각 교육주체, 특히 학생의 주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당면 과제다. 책 '주도성'은 이 부분에 주목하여 주도성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제시하고, 주도성의 특징, 주도성이 잘 작동하는 교육현장의 사례를 제시한다.

 먼저 주도성의 정의는 어떤 일에 주체가 되어 이끌거나 부추기는 행위다. 본인이 주도성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자신이 중심에 있는가, 그리고 자신이 변화를 가지고 왔는가로 판별한다. 주도성을 보는 관점은 3가지 인데 개인적 차원, 사회구조적 차원, 생태적 차원이다. 개인적 차원은 주도성을 개인의 특질로만 보는 것이며, 사회구조적 차원은 사회구조안에서 주도성을 보는 것이고, 생태적 차원은 개인이 속한 상황이나 맥락에서 주도성을 보는 것이다. 사실 주도성은 개인이 처한 맥락과 상황이 중요하다는 면에서 생태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적절하다. 

 2022개정 교육과정과 미래교육은 학생 맞춤형 교육을 중시한다. 이 맞춤형 교육은 주도성과 관련한다. 교육에서 학생의 주도성이 잘 발휘되게 교육을 실시하는게 학생 맞춤형 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즉, 학생 맞춤형 교육이란 학생이 교육의 전 과정에서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주도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1. 교사나 관리자는 학생이나 교사가 선택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했는가

2. 그 선택을 존중했는가

3. 선택에 따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율성이 있는가

4. 실패한 경우 다시 일어서도록 격려했는가


그리고 다음은 학교장이 교사나 학생이 무언가에 주도성을 발휘하겠다고 할 때 해야 할 일이다.

1. 지원하지 못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그게 무엇이든 지원한다.

2. 실패하더라도 마음 껏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3. 학생의 교육적 성장을 위해서는 교사가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4. 이를 위해서는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이 주도성을 발휘하려면 아래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자기 성찰

2. 자율성이 보장되는 환경

3. 지속적인 주도성의 발휘


그리고 학생의 주도성이 잘 발휘되는 환경이다.

1. 삶과 진로를 연결짓는 수업

2. 정규교과과정 외의 다양한 학습 경험

3. 외부 강사 초빙 시 세대 차이 없는 인물 초빙

4. 협의 공간의 제공과 간단한 예산 지원


 교육현장은 학생의 주도성은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 주 관련자이자 실행자인 교사의 주도성엔 상당히 무관심하다. 이는 과거 관 주도의 암기식 획일적 교육에 교사의 권위가 강했기 때문인데 설사 그 때조차도 교사는 교육에서의 주도성은 없었다. 그저 학생에게 권위가 막강한 획일적 교육의 말단 실행자였기에 그렇게 착시가 일어날 뿐이다. 때문에 교사의 주도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학생주도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의 주도적인 수업과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별교사는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성취기준을 재구조화하여 수업을 디자인해야 학생 주도성이 발휘된다. 그리고 과정엔 주체로서 교사의 주도성이 필요하다. 

 주도성의 특징은 자유와 상호작용, 성장이다. 즉, 다른 사람과 충분히 상호작용 할 수 있으며, 높은 자율성을 갖고 과제와 문제를 해결해가며 본인이 타인과 더불어 성장할 때 주도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주도성을 성장시키는 수업엔 다음과 같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학생의 자율권 존중, 학생들의 참여와 의견수렴, 자기 평가와 피드백 제공, 협력적 학습 환경제공, 성장의 경험 제공이다. 

 교사는 학생을 주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3가지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 학생의 성향을 이해하고, 성공경험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며, 학생이 자신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야 학생은 자신에 맞게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 자원, 타인과의 협력을 조절하고 여기에 적절한 피드백을 주어 성공경험을 제공할때 자신감을 갖고 매사에 주도적으로 뭔가를 계획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주도성을 위해서는 프로젝트 학습이 적절하다. 프로젝트 학습을 위해서는 어려운 질문과 지속적인 탐구, 실제성, 학생의 의사와 선택권, 성찰, 비평과 개선, 공개적 결과물이 필요하다. 여기서 프로젝트 결과물이 실제성이 높아 그것이 세상에 실제적인 개선 효과를 주는 것이라면 학생의 동기는 크게 높아진다. 그래서 프로젝트 학습에서는 결과물을 반드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런 공유기회는 학생으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게 하여 주도성을 높인다. 

 결과물을 보는 사람인 청중에 따라 위계를 갖는데 상위로 갈수록 현실에 도움이 되고 실제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학생의 동기와 참여도를 높여 주도성을 높인다. 단계는 교사의 과제-부모님께 보이는 과제-학교 공동체에 보이는 것-학교 너머 일반 청중에게 보이는 것-비평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것-세상에 도움외 되는 것의 순이다. 

 생산적인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학생에게 최대한 많은 책임감을 부여하고 학생이 프로젝트의 목표를 인식하고 실행해야 한다. 교사는 프로젝트를 위해 수업을 철저히 디자인하면서도 학생이 익숙해지면 서서히 책임을 이양해야 한다. 이것을 학습에 대한 점진적 이양이라고 하는데 교사의 시범보이기에서 교사학생의 상호작용, 학생의 독자적 실행 적용으로의 순이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교사의 코칭도 중요한데 이런 형성평가 시스템으로 피드업과 피드백, 피드포워드가 있다. 피드업은 어떤 목표를 향해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고, 피드백은 지금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언과 점검, 피드포워드는 다음 단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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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 원서 3판 전면개정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클라우스 도즈 지음, 최파일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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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학은 두 번의 위기를 겪었다. 지정학은 오래된 학문으로 유럽에선 독일에서 강했다. 이는 후발주자로 독일의 특성과 그들이 유럽중앙에 위치하여 사방으로 둘러싸여 지리적 요건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에서 번성한 지정학은 2차대전 히틀러와 연결되어 오랫동안 나치의 학문으로 서구권에서 치부되었다. 지정학은 이후 다시 부활하는데 구소련이 붕괴되며 다시 위기를 맞는다. 여러 학자들은 세계의 전쟁이 끝났다고 보았고, 전 세계가 자본주의, 민주주의로 뒤덮일 것으로 보았다. 때문에 지정학은 다시 폐기될 위기에 놓인다. 

 하지만 지금 지정학은 완벽히 다시 부활하고 중요해보인다. 세계적 연결은 점차 끊어지고 있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그들이 처함 지리적 위치와 그에 따란 지정학적 조건이 다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정학은 3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공간과 영토에 대한 영향력과 권력 문제, 세계 정세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리적 틀의 제공,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미래의 틀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정학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고전 지정학과, 비판 지정학이다. 고전 지정학은 국력과 영토적 관계에 따란 지리적 환경의 상호 관계에 주목하는 것으로 결정론적인 편이다. 반면 비판 지정학은 담론과 이데올로기에 주목한다. 영토, 자원, 입지보다는 인적인 요소와 물적인 요소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은 둔다. 즉, 지정학은 움직이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지정학 중 하나로 대중 지정학이 있다. 이는 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고장과 나라, 지역, 그리고 더 넓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미디어 및 그 밖의 형태의 대중문화를 포괄하는 것이다. 대중지정학의 본질은 그래서 이미지와 사운드의 힘에 기반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대중지정학은 뉴스나, 신문, 영화같은 레거시 매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최근에는 SNS와 유튜브 등의 새로운 매체도 대중지정학의 새로운 요소로 거듭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서로 다른 정보원천을 잘 생산하고 유통하며 접근할 수 있다. 그들은 이를 통해 과거나 지금도 특정한 것을 뉴스로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떤 것이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이는 대중에 영향을 주며 특정 대중지정학을 형성한다. 하지만 SNS를 비롯한 최근의 미디어 플랫폼은 쌍방향적이고 모든 집단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비정부기구나 환경단체 같은 긍정적인 단체들도 있지만 극우파나 테러집단도 이를 이용하며 영향을 준다. 2017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70%가 SNS로 뉴스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나이가 많고 교육수준이 낮으며 비백인인 경향이 높았다. 새로운 미디어가 주의해야할 부분인 것이다. 

 과거 미국은 자신들이 가진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대중지정학을 조성해왔다. 그들은 특정배우와 캐릭터를 생성하여 불굴의 투지와 지도력, 힘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지배적인 지정학적 상상을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체현해왔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은 1940-1960년 사이 무려 4천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 중 전쟁에 대한 미국의 인식, 공산주의의 위협을 과장하는 것이 많았고, 이를 비판하는 영화는 극소수였다. 때문에 당시 미국 영화계는 제작과 예산 부분에 있어 군과 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는 지금도 진행중인데 80년대 개봉한 영화 탑건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공산권에 대한 위협을 잘 드러내며, 미해군에 의해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 

 디지털의 부상으로 대중지정학은 과거보다 더 쉽게 간섭과 왜곡에 빠질 수 있게 되었고 시민과 공동체는 더욱 쉽게 양극화되고 고립되게 되었다. 때문에 최근의 대중지정학은 오히려 비대중지정학이나 포퓰리즘 지정학으로 탈바꿈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지정학은 근본적으로 자신과 타인 사이의 차이를 상상하고 표명하는 문제이기에 정체성과 관련한다. 정체성엔 타인에 대한 정서와 감정이 중요하게 작용되는데 이 정동은 조종될 수 있다. 비판지정학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그런 전통의 발명이 인간과 장소 관계에 근거하고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그래서 국가는 전통적 미디어와 학교차원 교육에 대한 통제와 모니터링을 통하여 국가적 자아 정체성의 창출과 유지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다. 그리고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국가는 갈수록 국민과 영토를 철저히 지도화하고 조사하고 측정하며, 평가한다. 

 이런 국가정체성은 국가적 서사, 영토지도, 느낌의 구조, 정서에 대한 호소를 이용하여 정체성 기반의 지정학에 일정한 역할을 하나 반대급부로 그것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배제하게 된다. 많은 유럽정부에서 배제된 것은 무슬림 공동체다. 그래서 이들은 무슬림 공동체의 소외감이 국가의 문제로 작동한다. 지금의 이슬람은 상당히 호전적인데 이를 고취시킨 것 역시 유럽이다. 호전성은 다양한 맥락과 원천이 존재하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기억과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인종주의적 성격에 대한 반감이 이 호전성의 주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정학엔 구조물이 중요한 요소다. 국가는 타국가와 비국가기구가 영토의 흐름과 교차에 작용하는 경계를 내부나 외부, 자국과 타국, 국내와 국제사이에 설정한다. 국민국가는 이런 지정학적 구조물을 튼튼히 하였는데 현대정부도 이런 구조물로 국경통제에 심혈을 기울인다. 국경은 한 국가 영토의 진입과 진출 지점을 제공하며 국경의 통제는 사실상의 주권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계 설정은 묘한 역사성을 띤다. 과거엔 이것이 매우 느슨하다, 국민국가란 개념이 발명되고 나서는 매우 강해졌는데 2차대전과 이후 냉정은 경계세움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동구권이 붕되되고, 인적, 비인적 사안의 지구화가 심해지면서 경계는 매우 느슨해졌다. 최근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등 다극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다시금 민족주의와 군사력에 기반한 지정학으로의 귀환이 이뤄지고 있다. 

 국가의 경계는 꼭 국가를 대상으로만 하진 않는다. 미국의 멕시코 및 남미에서의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난민을 막기 위해 장벽과 방벽을 설치한다. 이는 유입을 막는 효과적 방법이지만 이것을 통과하기 위한 국내외 각종 범죄와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가는 이처럼 적극적으로 특정집단을 막기 위한 방벽을 세우지만 반면 어떤 것은 적극 유치한다. 투자와 숙련된 인력, 사상의 특정한 흐름이 그런 것이다. 이 경우 국가는 주권의 침해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이처럼 국민국가는 뚜렷한 경계와 영토를 갖고 있기에 사람과 상품, 사상, 기술, 질병 같은 대상이 그 선을 넘나들 때 이를 어떻게 관리, 운영하는지에 고민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국가의 경계는 다른 국가에 의해 부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때론 자발적이기도 한데, 국가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인권 침해와 고통에 직면할 경우 인도적, 군사적 개입의 호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가 그런 민간인의 생명을 해치는 경우 국제사회에서 이를 보호하기 위해 주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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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죽지 마세요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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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교사들은 학교나 교사가 을은 커녕 병도 아닌 '정'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권한이 없고 동네북이란 셈인데 교사에게 갑은 악성 학부모와 교육청, 교장, 교감 등의 관리자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자살사건을 계기로 이런 교사의 처지는 시민 사회에 알려져 교권 4법이 제정되는 계기를 가져왔지만 아직 큰 틀에서 교권이 온전히 보호 받진 못한다.

 이 책은 중학교 교사가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와 학교에서 부딪힌 각종 적폐에 대해 말하는데 하나하나 놀랍기 그지 없다. 중등교사는 고교까지 근무하기에 필연적으로 이 나라의 가장 큰 병폐인 입시와 부딪힌다. 학생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그걸 교사에게 풀어낸다. 각종 사건사고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업을 전혀 듣지 않는다. 수시로 가는 애들은 수시가 끝나면 안 듣고 정시로 가는 애들은 수시 반영이 끝나면 수업을 듣지 않으며, 공부를 포기한 애들은 그 것대로 수업을 듣지 않고, 평소에도 학원 및 다른 공부를 핑계로 수업을 듣질 않는다. 

 이걸 지도라도 하려 들면 학생은 학생대로 저항하며, 학부모는 어처구니 없게 입시로 고생하는 아이 학대하지 말라한다. 교사는 입시에서 학생의 안전을 위해 하나라도 하향안정 지원을 하게 하려 한다. 하지만 학생은 늘 성적 이상의 학교를 원한다. 나중엔 다들 교사의 시각을 인정하지만 당시엔 자신의 실력을 몰라준다고 섭섭해들 한다. 그게 교사에겐 또 상처로 다가온다.

 미국에서 온 한 학생이 이런 붕괴한 한국의 교실을 보고 어이 없어 하는 일화가 있다. 미국에선 수업 방해행동을 하거나 교칙을 어기면 학교 경찰에 끌려가거나 부모가 소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런 것에 아무런 제재가 없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교사의 인권과 다른 학생의 수업권을 신경쓰기 시작했는데 만시지탄이다. 

 중등에선 초등과 달리 절반 정도의 인원만 담임교사를 해야하기에 담임을 안 맡는 것이 갈등의 요소가 된다. 누가봐도 수업만 하고 담임을 하지 않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담임수당이란게 있긴 하나 당연히 충분한 요인이 되지 않기에 안하고 만다. 여기에 업무도 문제다. 업무는 학교마다 다소 다르고 절대 공평하지 않다. 때문에 중등에선 누가 담임을 하고 누구 조금 더 어려운 업무를 맡으며 그리고 누가 더 수업을 적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담임을 하게 된다면 다소 적은 수업시수와 적은 업무가 배정되야 하지만 누군가는 모두를 가져가고 누군가는 모두를 잃는다. 저자는 한 관리자의 농간으로 자신이 담임에 많은 수업시수에 업무까지 가져가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을 토로한다. 

 책에서 안타까운 부분은 학생의 자살을 다룬 부분이었다. 청소년 자살 1위의 대한민국인만큼 교사로 근무하며 자신의 학생이 자살하게 되는 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늘 학생들에게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꼭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약속을 받아내곤 했다. 그리고 몇년 후 한 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그날 업무가 과다해 그만 받지 못했다. 그렇게 있고 있었는데 향후 찾아온 제자들을 통해 그 아이가 자살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전화는 아마 자살 직전의 전화였을 것이다. 

 저자는 여러 스트레스로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고 병휴직을 하게 된다. 병휴직을 하면서 우울증 진단과 각종 정신병 진단을 받게 되었는데 책의 거의 절반 부분이 이런 정신 질환에 대한 것들이다. 아무래도 책의 제목처럼 자신같이 정신병을 앓는 교사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고 싶어 이렇게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 같은데 학교의 병폐에 대해서 더 많이 쓰는게 좋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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