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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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와 이걸 보도하는 미디어가 생기면서 우린 남의 고통을 시공을 초월해 소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기술이 더욱 발달하며 남의 고통을 더욱 실시간성을 띠게 되었고 이를 보도할 수 있는 것도 전통 미디어에서 일반 개인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렇다보니 내가 손쉽게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남의 고통은 소위 매우 흔해졌다. 

 사실 고통의 중계는 이중성을 갖는다. 남의 고통을 촬영한다는 것은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점이며 직접적 도움을 주는 대신 촬영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여러 개인은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하여 이를 공유했다. 이들은 처음엔 주목을 받다가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에 의해 큰 비난을 받게 되었는데 손이 몹시 부족했던 현장에서 구조 대신 촬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 전통 기자들에 의해 수행되는 이 과정은 보통 면제를 받는다. 이는 저널리즘에 의해서인데 내가 그런 촬영을 하여 고통을 세상에 드러내고 알려서 그런 고통이 다시 일어나지 않거나 고통을 줄이거나 혹은 그 고통을 돕는 방향으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의도이다. 때문에 기자의 이런 고통 취재에 대해 세상과 사람들은 비난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기자와 언론은 항상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얼마나 드러내고 얼마나 숨길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는 항상 어려운 부분인데 사람들이 고통의 심각성과 공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그 아픔을 드러내야 하나 그것이 구경거리가 되지 않고 너무 많은 상처를 주지않기 위해서는 필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선은 최근 많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20세가 말부터 뉴스가 디지털로 옮겨지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과거 언론은 저녁 종합뉴스, 아침종합뉴스, 신문은 조간과 석간이라는 마감시간대가 있었다. 기자는 이 시간도 매우 급박했지만 뭔가를 고민하고 검토하며 마감까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거의 실시간으로 방송되며 경쟁상대도 무한에 가까워졌다. 숙고의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은 뉴스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콘텐츠는 간결하게 압축되었는데 읽고 보기에 편리하고 전달하기 좋은 형태로 제작하는게 온라인에서 소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언론사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2023년 한국의 언론사는 무려 2만 3천개에 달한다. 무수한 기사가 생성되는 것인데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회수란게 늘어나야 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헤드라인은 무척 자극적이고 거칠어지게 된다. 무한경쟁으로 언론은 황색언론과 힘있는 언론으로 양분되었다. 

 날씨는 매우 손쉽게 뉴스가 된다. 늘 일어나는 것이지만 날씨는 변화무쌍하며 상당히 많은 사람의 안전과 생명,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날씨는 스펙터클의 좋은 재료다. 스펙터클을 위해서 날씨를 중개하는 기자는 유독 다른 때에 비해 유난을 떤다. 그들은 태풍이나 혹서, 혹한에 직접 노출되며 이런 기자의 몸을 도구로 재해 앞에 손 위험한 신체는 볼거리로 전락한다. 시청자는 안전한 거리에서 자연재해라는 스펙터클을 관람한다. 악천후는 그렇게 구경거리로 전이되며 재난 현장은 포토존으로 전락한다. 날씨는 지역 차별도 심각한데 인구가 많은 수도권의 날씨가 항상 중심이 되며 지역의 날씨는 인명피해가 좀 심각해져야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날씨는 자주 다뤄짐에도 일회적인데 이런 일회성에 주목하다보니 그 날씨자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기후 위기에 대한 뉴스의 주목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날씨의 경우에서 알수 있듯 중앙뉴스와 지역 뉴스의 차이는 크다. 대부분의 방송은 서울에 중앙을 갖고 있으며 지방은 그들의 통제를 받는다. 서울의 보도국은 기수가 되어 전국에서 올라오는 지역 기사를 어떻게 선별하여 편집하고 배치할지 권한을 갖는다. 그렇다 보니 지역은 이상한 기사만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전국뉴스를 바라보면 지역은 흉흉한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거나, 흉악범이 등장하거나, 물난리나 불난리, 혹은 폭우, 폭설이 나야 기사로 주목을 받게 된다. 그래서 뉴스를 보면 지역에선 실제로 그런 일이 인구가 많은 수도권보다 적게 일어남에도 마치 그런 일이 가득한 곳인마냥 묘사되거나 인식되기 쉽다. 

 그래서 지역은 왜곡된다. 지역은 기피 시설은 지역 이기주의로 무조건 반대만 하는 곳이 되며 지역의 정치나, 경제, 사회, 문호, 교육은 중앙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반면 범죄뉴스에서는 지역이 자주 다뤄지기에 사건의 지역성을 그 지역민과 연결, 평가하여 지역에 대한 혐오가 발생한다. 중앙뉴스에서 이렇게 지역이 변두리 취급되면 지역의 여론은 하나의 행위자로 역할하지 못하게 되고 중앙정치에서도 경시하게 된다.

 수도권 과밀화와 서울 집권화는 지역의 정보에 이렇게 무관심을 부추기고 정보와 여론의 불균형은 다시금 지역을 소외시키고 서울 집권화를 더욱 공고히 한다. 지역의 고립은 지방자치에 대한 감시 같은 외부 시선이 필요한 영역을 느슨하게 하여 지역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최근 많은 기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의견 자체를 소재로 삼고 인용한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의견이 기자 입장에서 매우 다루기 손쉽기 때문이다. 특정 관계자를 만난다면 그 사람을 직접 만나든 연락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사실 확인도 필요하고 익명성도 잘 보장해줘야한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애초에 자체적 추천 시스템을 갖춰져서 수많은 의견 중 대표성을 갖는게 자동적으로 드러나며 이들의 의견은 상호작용의 결과물이기에 균형이 있고, 누리꾼이란 이름하에 익명성도 자동 보장된다. 때문에 언론 기사에 이게 마치 무슨 공신력 있는 의견마저 다뤄지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온라인은 생각만큼 균질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의견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온라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국민수가 5%미만인데 이들의 의견을 언론에 함부로 띄우는 것은 과잉대표의 결과를 낳는다. 

 책에는 지금 언론의 어려운 상황과 부조리가 자세히 드러나 있다. 언론에 대해 고민하는 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이다. 그리고 언론이 이럴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게 그런 저질 언론을 적극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부하에서 시민은 자신들의 정치적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스스로 뽑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민주정부하에서 시민들은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 수준에 맞는 언론만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을 선택하고 소비한 것도 시민이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기자를 기레기라 비난하기 이전에 자신의 언론 수준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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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 - 책 싫어하는 아이도 빠져드는 책 모임 이야기
박미정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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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성인 독서율이 매우 낮지만 독서 모임은 여기 저기에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이런 책 모임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므로 구성원들이 책 읽기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자신의 여유시간에 책을 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학교의 학생들은 다르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 위주의 책 모임은 자발성이 결여되어 있고, 구성원 역시 책에 관심이 없으며 무엇보다도 스마트 기기와 SNS로 인해 문해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세대들이다. 

 저자는 자신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초등교사로 함게 읽기를 강조한다. 이는 단지 같이 읽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갖고 책 대화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책의 사건과 인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구성원들은 아무래도 자연스레 각자의 삶의 이력과 가치관을 나누게 된다. 오래 함께 읽으면서 학생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기쁨을 알게 되는데 이것이 함께 읽기의 효과다. 

 교실 책 모임은 같은 책을 읽고 학급 구성원 전체가 감상을 나눈다. 과정은 쓰기 보다는 말하기 듣기에 집중하는데, 현 학교 온책읽기가 주로 쓰기와 활동에 집중 되는 것과 다소 다른 양상이다. 저자는 자신의 교실에서 한 달에 4회, 연간 30회 가까운 책 모임을 운영하였는데 모임이 지속될수록 학생들의 경청자세가 향상되었다. 책 모임 자체에서 서로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앞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대화를 지속하면 학생의 경청과 발표능력이 향상된다. 또한 자신과 다른 생각을 듣게 되면서 반감이나 틀림이라는 감정보다는 그럴수도 있구나라는 관용적 태도도 형성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을 선정하는데 기준이 있다. 우선 학생의 독서 수준에 맞아야 한다. 모두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해석과 감상이 가능해야 하고, 무엇보다 작가가 어린이를 보는 시선이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를 미숙하고 어리석은 존재로 보거나 계도의 대상으로만 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실 책 모임에서는 책 읽기와 대화는 반복적으로 실행하며 이를 점차 심화 시킨다. 책 모임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질문을 만들고 자기들끼리 책 대화를 한다. 책을 통해 각자의 삶은 연결 짓고 자신과 타인을 깊이 이해하고 세상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책 모임에는 4가지 방향성이 있다. 첫째, 학급 안에서 대화 나누는 훈련을 꾸준히 한다. 둘째, 책읽기 습관을 들이고,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연습을 한다. 셋째, 읽은 책의 분량이나 주제, 영역을 단계적으로 높인다.(그림책-단편-중편) 넷째, 모임의 주도권을 점차 교사에서 학생으로 넘긴다이다. 

 책 모임이 성공하려면 일단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의 교실도 사람 사는 사회이니 만큼 당연히 힘이 강한 아이, 발언권이 강한 아이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학급 구성원이 우리 교실은 안전하고 나는 무엇이나 말할 수 있어 라는 믿음을 교실 내 공유하려 한다. 방법은 서클 활동인데 글자 그대로 교실 모두가 둥글게 않아 돌아가면 특정 이야기를 말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신변잡기나 자신의 감정등을 말하며 초기엔 발언을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구체적 서클활동으로는 동시 같이 낭송 돌아가면서 하기, 함게 읽은 책에 점수주고 이유 말하기, 수업 마무리에 릴레이 소감 나누기 등이 있다. 

 학교 온책 읽기 활동에서 책으로 동시가 다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활동을 구성하는 것의 어려움 때문인데 저자는 책 모임에서 동시도 강조한다. 동시는 어린이의 삶을 보듬고, 마음을 품어준다. 그리고 어린이가 자신과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작고 여린 것을 돌보는 마음을 갖게 한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시를 읽고 느낌을 말하라고 하면 성인이나 어린이나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시의 함축성 때문인데 저자는 구체적 질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질문은 시를 읽으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시의 어떤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드는가, 시에 담긴 상황과 비슷한 경험, 다른 시와 다르게 이 시가 마음에 드는 이유 등이다. 

 책 모임에서는 책을 읽는 활동도 매우 중요한데 특히, 여러 책을 완독하는 경험을 갖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책을 매일 읽는데 읽은 분량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인덱스 표시로 정해주고 일정 기간 계속 읽어 마침내 책 한 권을 완독하는 경험을 갖게 한다. 이런 날마다 읽기 활동으로 완독하는 책이 쌓일수록 아이들은 스스로를 책 읽는 사람으로 인지하게 되고, 뿌듯함을 갖게 된다. 날마다 읽기는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책에 읽은 내용을 두 세 줄로 간추리고 소감을 두 세줄 기록해야 한다. 

 책 한 권으로 나눌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책의 모양, 이야기 구성, 소재, 주제 등이다. 이야기의 구성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에 관한 질문은 책의 읽음을 점검하고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정리하게 해준다 그리고 책과 관련된 경험에 관한 질문은 아이가 자기 생각을 쉽게 떠올리게 해준다. 책의 주제와 관련한 질문은 독자로서 학생이 자기만의 해석을 갖게 해준다. 책 대화를 위한 질문 유형은 감상, 추론, 평가, 확장이 있는데 뒤로 갈수록 수준이 올라간다. 책 대화의 질문은 교사가 주는 경우가 초반엔 많지만 뒤로 갈수록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학생은 질문을 만드는 경험이 부족해 어려워하는데 이 경우, 왜, 어떻게, 만약에 같은 말을 사용하여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 

 책모임 후에는 책 모임 소감 나누기 질문도 좋다. 관련 질문은 책을 혼자 읽을 때와 모임에서 같이 읽을 때 어떤 점이 다른가, 오늘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 모임을 하면서 든 생각과 느낌, 모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 모임으로 생각이 바뀐 부분, 오늘 모임을 한 문장으로 한다면, 함께 모인 친구들에게 한 마디, 오늘 모임에서 나의 모습은 등이다. 

 책에는 그림책, 단편, 중편 등의 책을 통해 책 모임을 하는 구체적 모습과 방법, 그리고 저자가 선정한 많은 책들, 독서 교육과 관련하여 읽을 만한 책들이 수록되어 있다. 현장에 적용할 만한 지점이 많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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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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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나 fish란 단어는 둘 다 좀 문제가 있다. 물고기는 글자 그대로 이들을 동물로 여기기 보다는 식량으로 여기는 뜻을 내포하고 있고, 영어의 fish 역시 이 단어 자체가 낚시를 하다란 뜻을 갖고 있기에 비슷하다. 이처럼 우리나 영미권 국가들 모두에게 물고기는 어떤 같은 생명체의 느낌이라기보다느 식량으로써의 수단이나 자원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우리가 사냥을 하며 육상동물을 살해하면 그들은 뜨거운 피를 뿜어내고 고통스런 표정과 소리를 내지만 물고기는 그 어떠한 표정변화없이 차가운 피를 흘리기에 크게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물고기 역시 인간 또는 다른 육상의 척추동물처럼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갖고 있으며 계획을 하고 협력을 하는 윤리적 대상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지각체라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책은 물고기에 대한 많은 연구사례를 제시하여 그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마지막으로 이런 수준을 갖고 있는 물고기인 만큼 인도적 대우를 해야 함을 주장한다. 


1.물고기의 감각

 동물은 서로 다른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지각 세계인 환경 세계를 갖는다. 물고기는 눈에 고굴절 구면 렌즈를 갖고 있어 물속에서도 사물을 뚜렷히 볼 수 있다. 특히, 해마, 베도라치, 고미, 가자미는 두 개의 눈을 독립적으로 회전 시킨다. 이는 두 개의 상이한 시야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뜻인데 매우 놀라운 능력이다. 

 가자미 치어는 양 눈이 일반적인 경우처럼 붙어 있다가 성체가 되면서 눈이 모두 반대쪽 얼굴로 이동한다. 강도다리는 눈의 완전 이동에 고작 5일이 걸리면 어떤 종은 하루면 된다. 

 중남미의 배눈박이 물고기는 천연 복초점 렌즈를 갖는다. 이들은 수영하다 망막 경계선이 수면과 일치하면 수면 위는 공기를 수면 아래는 수중에 초점을 둔다. 

 수심이 깊은 받는 햇빛이 적어 수온이 낮다. 그러면 물고기는 근육기능과 뇌의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반응시간도 늦춰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물고기는 근육에서 생성되는 열을 활용하여 감각기관을 데운다. 황새치는 눈의 온도를 이런 식으로 수온보다 11-18도를 올리고, 먹이 추적 능력이 10배나 상승한다. 상어는 망막 뒤에 반사막이 있는데 반사막에 충돌한 빛이 상어의 눈으로 되돌아가 망막을 다시 한번 두드려 야간 시력을 2배로 올린다. 

 물고기는 수면의 밑면을 거울로 삼아 시야에 없는 물체도 본다. 물 밖에는 새로 비롯한 포식자와 곤충 갖은 먹잇감이 많기에 이를 보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수면이 거울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수면이 잔잔해야 한다. 날씨로 수면이 어지러운 날엔 물고기의 사냥 성공률은 줄어들고 역으로 새에게 잡아 먹히는 확률은 늘어난다. 

 3억년 전에 물고기는 색각을 발명했다. 현생 경골어류는 4색각자로 3색각자인 인간에 비해 더 넓은 색을 구분한다. 심지어 일부는 근자와선 영역의 빛도 보는데 그래서 22과 100종의 물고기 피부가 자외선을 반사하고 이 종은 이를 통해 물고기의 얼굴을 구분한다. 

 육상동물은 후두, 조류는 울대를 이용해 소리를 낸다. 하지만 물고기는 부레, 항문, 아가미, 이, 뼈등 다양한 기관을 이용하여 소리를 낼 수 있다. 이는 물이 공기보다 5배나 더 빠르게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고기는 굳이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귀가 필요하지 않으며 가청 역역도 넓다. 대부분 물고기는 20-20000헤르츠를 가청하나 인간은 50-3000헤르츠에 불과하다. 이처럼 청각이 예민한 물고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수중 소음에 취약하다. 해양 석유 탐사에 쓰이는 에어건은 고강도 저주파로 물고기 내부의 청각기관 내벽의 유모세포를 심각하게 손상할 수 있다. 

 물고기는 화학적 신호, 즉 냄새를 이용하여 배우자를 구하고 먹이를 찾고 위험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후각은 어둡고 탁한 수서환경에서 유용하다. 일부 물고기는 냄새만으로도 동종의 개체를 인식할 수 있다. 홍연어는 1억분의 1로 희석한 냄새를 탐지하고, 상어의 후각은 인간의 1만배다. 미국산 뱀장어는 모천수의 천만분의 한 방울도 탑지하는데 이를 통해 고향의 하천으로 회귀할 수 있다. 

 물고기는 경고용 화학물질도 방사한다. 이 물질을 슈렉슈토프라고 하는데 이는 세포에 존재한다. 매우 연약하여 상처가 나면 세포에서 파열되어 쉽게 방출된다. 물고기의 피부 1mg을 천분의 1로 잘라 14리터 수조에 넣어도 다른 물고기는 이 물질을 감지해 공포에 휩싸인다. 수 많은 경골어류가 일 물질을 갖고 있다. 진화상 이점이 있는 것이다. 

 물고기는 미각도 있다. 다만 물을 통해 맛을 느끼기에 미각을 느끼는 맛봉오리가 육상동물과는 다르게 전신에 분포한다. 입과 콧구멍에도 있으며 그 어떤 척추동물보다 많은 맛봉오리를 갖는다. 40cm의 얼룩 메기는 전신에 68만개 맛봉오리를 갖는데 이는 인간의 100배다. 물고기는 민감함 미각만큼 개체별로 식성이 크며 먹이를 가린다. 

 물고기는 살아있는 내비게인션이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방향을 찾는데 지구자기장, 후각, 시각을 사용한다. 이중 지구 자기장 탐색은 세포수준에서 이뤄진다. 물고기 개별세포에는 자철석 입자가 있는데 세포막에 단단히 붙어 자기력선을 향해 이끌리므로 연어가 방향을 바꿀때마다 세포막 위에서 회전력이 생성된다. 

 물고기는 측면에 측선이 존재하는데 이 측선은 어두운 선으로 각각의 비늘에 움푹한 부분이 존재하여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측선엔 감각세포의 집합체인 신경소구가 모여있는데 털 모양의 돌기를 갖고 있어 물고기의 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와류와 수압이 신경소구의 털을 휘게 하여 자극을 촉발해 뇌에 전달한다. 이 측선은 마치 음향탐지시스템처럼 작동했고 이로 인해 떨어져 있는 물고기의 움직임이 서로 접촉한 것처럼 잘 전달된다. 물고기는 이런 전달된 신호로 인해 시각영상에 비견되는 유체역학영상을 구현한다. 

 지구 생물중 전기자극을 지각하는 생물은 단공류와 바퀴벌레, 벌을 빼곤 물고기들이 유일하다. 경골어류 중에서도 300종 만이 이 능력을 보유했다. 상어, 가오리류는 전기를 탐지하나 생산하진 못한다. 굶주린 메기나 상어는 모래 밑 15cm에 숨어 있는 물고기의 심장박동도 탐지가능하다. 전기뱀장어는 낮은 전압을 사용하여 혼탁한 서식지에서 길을 찾는다. 이 녀석은 전하생성기관이 꼬리의 근육구조속에 존재하여 전기를 한꺼번에 방출하여 600v 전압으로 상대를 죽이거나 제압한다. 

 은상어나 칼고기들은 약한 전기신호로 서로 의사소통한다. 은상어는 고속 전기기관 방전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전기의 속도, 지속시간, 진폭, 주파수를 변동시켜 종, 성별, 나이, 덩치, 위치, 거리, 성향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전기신호는 종마다 서로 달라 종 식별에도 이용되며 포식자의 위치파악, 짝짓기에도 이용된다. 일부 포식자는 영리하여 이 전기신호를 탐지해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2.물고기의 느낌, 생각, 사회생활

 물고기는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게 통증을 느낀다. 송어에게 벌독과 식초를 주입하고 물에 넣으면 아가미의 개폐수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는 스트레스의 징후다. 그리고 이들은 통증으로 먹이에도 관심을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의 가장 민감한 통각 수용체는 눈, 콧구멍, 꼬리, 가슴, 등 지느러미에 위치한다. 이는 인간의 경우 얼굴 손처럼 사물을 감지, 조작하는 부위다.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에 모르핀 같은 진통제에도 반응하는데 이는 통증을 감지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감정은 오래 전에 진화한 뇌회로와 연관된다. 모든 척추동물이 이 회로를 공유한다. 감정은 호르몬과 관련하는데 경골어류와 포유류의 신경내분비 반응은 사실상 동일하다. 인간은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사회성이 좋아지는데 어류는 이소토신이 이에 해당하고 이소토신을 부여받은 물고기는 실제 폭력성이 감소하고 사회성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고기는 놀이도 즐긴다. 물고기의 어항에 온도계를 넣은 실험에서 3종류의 물고기는 밀면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온도계의 특성을 이용해 놀이를 즐겼다. 심지어 물고기는 어항 밖에 고양이와 노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며 자연상태에서도 물밖으로 점프하는 놀이를 즐긴다. 

 물고기는 인지능력 및 기억능력도 우수하다. 물고기 프릴린 고비는 인간처럼 지형을 기억하는 인지지도를 이용한다. 한 개체군은 전체 지형을 학습할 기회를 주고 물을 빼고, 다른 개체군은 학습기회를 주지 않고 물을 뺐을 경우, 자극을 준 경우 학습한 개체군이 지형을 기억하고 안전한 웅덩이로 97%의 확률로 피신했다. 문제는 40일 이후에 시행한 시험에서도 지형을 기억했다는 점이다. 

 장완 흉상어는 엔진을 끈 선박을 이용한다. 이 똑똑한 상어는 선박이 엔진을 껐다는 사실이 고기잡이가 끝났음을 학습하고, 소리가 중지되면 선박 인근으로 접근하여 인간이 잡은 물고기를 거져 수확한다. 

 대개 물고기는 새에게 사냥을 당하는 편이지만 일부 물고기는 새를 사냥하기도 한다. 타이거 피시는 수면에서 제비를 쫓거나 기습적으로 점프하여 제비를 사냥한다. 제비는 수면근처가 먹을 것이 많고 빠르게 날 수 있기에 저공비행을 선호하는데 그러다 사냥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외에도 큰입 배스, 강꼬치고기등의 포식 어류도 수면 가까운 암초 위에 앉은 작은 새를 사냥하곤 한다. 

 물고기는 동종을 정확히 인식하고 동종끼리 어울리는 것을 선호한다. 물고기는 집단을 이루는데 떼와 무리가 있다. 떼는 상대방의 존재를 알고 그룹 안에 머무르려 노력하나 각자 독립적으로 헤엄을 치며 언제든지 다른 방향을 향할 수 있다 .반면 무리는 떼 지음보다 더 혼연일체가 되어 같은 속도, 방향, 간격으로 같이 수영한다. 떼는 단체로 수렵채취를 하고 무리는 단체 이동을 하는데 무리가 더 오래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무리 짓기는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이동이 용이하다.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면 움직이는 방향으로 해류가 형성되어 저항력이 줄고 이동효율이 60%나 상승한다. 그리고 포식자를 탐지하기 쉬우며,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숫자의 힘이 있다. 무리가 포식자를 만나면 두 가지 이점이 생긴다. 우선 혼동효과로 비슷한 먹잇감이 너무 많고 빠르게 움직이니 포식자를 특정 개체를 찍어 사냥하는데 혼돈을 겪는다. 둘째는 분수효과다. 무리는 포식자를 만나면 빠르게 양방향으로 갈라졌다. 포식자 뒤에서 뭉치고 이 과정을 반복하는데 회피능력이 상당히 올라간다. 

 물고기의 청소행위는 독립적으로 여러 번 진화했다. 전 세계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되는데 청소부 물고기는 보통 고객을 기다리나 고객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 물고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데, 한 실험에서 특정 지역의 청소 놀래기를 모두 제거하자 해당 산호초의 물고기 다양성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개체수는 1/4까지 감소했다. 청소부 물고기가 하루 제거하는 기생충은 하루 평균 1218마리다. 한 물고기를 가두고 청소를 차단했더니 12시간 만에 무려 기생충수가 4.5배나 증가했다.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의 관계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이들은 수주 접촉을 유지하며 신뢰감을 쌓는다. 청소 물고기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고객을 모두 기억하며 심지어 방문 빈도도 기억한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고객에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데 이는 그가 기생충, 즉 먹잇감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며 청소 물고기는 놀랍게도 이를 다 기억하고 관리한다. 

 사실 청소 물고기는 기생충보다는 고객의 점액질을 더 선호한다. 이것이 더 맛이고 영양가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액질은 고객에겐 비싸게 생성한 물질이고 먹힐시 통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청소물고기는 물고기가 접촉을 좋아하는 성질을 이용해 오래도록 정성껏 마사지를 한 후, 점액질을 먹곤 한다. 

 물고기에게도 문화가 있다. 물고기는 연장자 물고기에게 짝짓기 터나 사냥터, 서식지에 대한 학습을 받는다. 지식 승계를 위해서는 사회적 결속력과 정보에 능통한 개체의 비율, 정보에 능통한 개체들의 특정 목적의 선호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물고기 남획으로 물고기들의 문화가 단절되고 있다. 특히 인간은 큰 물고기(연장자 물고기)를 사냥에서 더 선호하기에 문화단절이 더욱 극심하다. 이처럼 생존에 유리한 전통이 단절되어서 인간의 물고기 개체수 회복을 위한 노력에도 붕정적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

 물고기는 협동사냥을 하기도 한다. 꼬치고기 무리는 나선형으로 헤엄을 쳐서 멋잇감을 얕은 곳으로 몰아 쉽게 사냥을 한다. 참치대는 포물선 모양으로 사냥을 한다. 심지어 물고기는 이종간에도 사냥을 하는데 그루퍼와 곰치는 같이 협력 사냥을 하며 때론 인근에 사냥감이 없어도 서로 의사소통을 하여 사냥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물고기는 집단적 의사결정도 한다. 물고기 한 마리가 잠재적 식량원을 향해 나아갈 때 다른 물고기들은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그에 따를 것인 말지를 결정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이득은 집단의 크기가 커질 수록 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이 증가한다. 연구자들은 크고 건강해보이는 물고기와 작은 약해 보이는 물고기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나머지 집단이 어디를 따르는지 실험해 보았는데 당연히 물고기들은 크고 강한 개체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크고 건강함이 생존에 대한 성공적 경험을 많이 했다라는 하나의 지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3.물고기의 짝짓기

 대다수의 물고기는 암수 딴 몸이다. 하지만 일부는 유니섹스다. 유니섹스는 암수가 동시에 한 몸에 나타나거나 순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짝을 찾기 힘든 심해에서는 암수가 한 몸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연령과 몸짓에 따라 성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물고기의 일부 종은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몸이 작을 때는 암컷을 유지하다 몸이 커져서 암컷을 차지하기 용이해지면 수컷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흰동가리는 몸집, 서열, 성별로 사회질서를 유지한다. 흰동가리는 덩치가 가장 큰 두 개체가 무리를 지배하고 나머지들은 몸 집대로 서열을 형성하고 모두 수컷이다. 큰 둘이 번식개체로 암컷이 가장크고 두 번째가 수컷이다. 하급자들은 모두 두 마리의 강압에 의해 섭식이 제한되어 성장과 발육이 억제된다. 소식하여 성장이 억제되면 장수하기에 번식 수컷이 죽는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시클리드는 암컷이 알을 낳는 안식처를 마련한다. 안식처의 높이와 깊이가 수컷의 건강상태와 양호한 유전자 풀을 상징하는 지표다. 암컷 갈색 송어는 한껏 달아오른 수컷 앞에서 몸을 부를 떨며 알을 낳는데 수컷은 이에 맞춰 사정한다. 하지만 때론 이 암컷이 거짓으로 알을 낳는 시늉을 하여 수컷을 낭패를 보게 만든다. 수컷의 정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다시 사정할 수 있는지. 

 일부 20종의 메기는 특이하게 구강 성교를 한다. 이 메기는 수컷이 암컷의 구강에 사정하는데 이 경우 특수한 매커니즘이 작동해 불과 4초 정도만에 정액이 암컷의 내장을 통과해 항문을 나와 알에 도달한다. 이것의 장점을 배달사고가 나지 않는 것과 수컷입장에서 암컷의 알을 확실하게 독점하는 효과다.

 물고기 납줄개는 조개인 홍합의 사이펀에 산란한다. 그러면 수컷이 홍합의 사이펀에 역시 사정하는데 수정된 알이 안전하게 홍합의 껍질안에서 자라난다. 홍합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자신도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홍합은 자신의 알이 성숙해지면 입을 열어 납줄개 치어를 알과 같이 방출한다. 자신의 알이 납줄개 치어에 한동안 붙어서 이동하기에 자손들이 멀리 퍼지는 이점을 갖게된다.

 물고기는 양육행동도 한다. 양육행동은 최소 22번 진화했고 물고기의 1/4정도가 양육행동을 한다. 나미의 시클리드인 디스커스는 특별한 점액질을 생산해 치어에 먹인다. 이 점액질은 항생물질과 고영양을 포함한다. 상어나 메기는 영양란을 만들어 치어에게 먹인다. 

 물고기는 새끼를 지키거나, 둥지나 피난처에 알을 숨기거나 혹은 입이나 파우치로 알을 운반해 알을 보호한다. 스프레잉 카라신은 놀랍게도 공중에 매달린 나뭇잎에 알을 낳는다. 암컷이 먼저 점프해 알을 낳아 나뭇잎에 붙이고 이어 수컷이 사정한다. 이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나뭇잎에 수십개의 알이 수정되어 붙어 있는다. 수컷은 이후 2-3일간 1분 간격으로 알에 물을 부어 성장을 촉진시킨다. 

 구강포란은 새끼를 널찍한 입에 넣어 운반하는 방식이다. 4대륙의 9개과의 물고기가 구강포란을 한다. 시클리드는 총 2천종중 무려 80%가 구강포란을 한다. 구강포란은 많은 새끼를 보호하진 못한다. 공간의 한계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생존율을 보장한다. 구강포란은 안전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수컷에 극한을 요구한다. 구강포란을 하는 동안 수컷은 식사를 하지 못한다. 1개월간 금식해야 하기엔 때론 굶어죽거나 도무지 참지 못해 그냥 알을 삼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물고기는 협동번식도 한다. 시클리드 도우미는 번식쌍의 일과 새끼 보호를 위해 청소와 부채질, 번식지에서의 모래와 달팽이 처리, 영토지키기를 수행한다. 이들은 헌신적이지만 일부 수컷 도우미는 간혹 번식 암컷과 바람을 피운다. 이 빈도는 4번 중 1번 꼴이다. 번식 수컷 입장에선 통탄할 노릇이지만 꼭 나쁘지만은 않다. 도우미는 이런 바람으로 인해 어떤 경우든 도우미 역할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4. 인도적으로 물고기 다루기.

 물고기는 인간에 의해 매우 비참하게 살해당한다. 어업 선박에게 포획되는 경우 물고기는 수백에서 수천마리가 한꺼번에 잡히고 올려져 아래 있는 개체는 엄청난 무게에 깔려죽고 나머지는 스트레스나 질식사한다. 물고기가 질식사하는 시간은 10분 정도로 생각보다 길다. 특히 일부 어선은 선도를 위해 바로 물고기를 얼음탱크게 넣곤 하는데 이 경우 질식에 걸리는 시간에 몇 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해저의 물고기는 잡히는 과정에서 수면으로 급상승하기에 감압에 의해 장기가 망가져 죽기도 한다. 또한 낚시를 하는 경우 미늘에 의해 큰 상처를 입는다. 낚시꾼은 잡기만 하고 물고기를 놓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잡히는 과정에서 낚시꾼의 손길, 뜰채, 낚시바늘에 의해 점액질이 손상되어 세균감염과 부상으로 죽는 경우도 상당하다. 

 무책임한 어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많이 일반화했지만 낚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은 부족한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많은 비판을 가한다. 물고기들은 부속어업으로도 희생당한다. 대부분의 선단은 표적 물고기가 있는데 당연히 바다의 생태계가 당연하니 필요없는 물고기도 마구 잡이로 잡혀 쓸데없이 희생된다. 전체어획의 대충 40%가 이런 부속어업으로 추정된다.

 책에 언급된 것처럼 물고기는 웬만한 육상척추동물처럼 생각과 계획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통증이 있으며 서로 협력하고, 양육을 하는 지각체이다. 육상동물이 물속에서 전혀 감정 및 소리를 지를 수 없는 것처럼 물고기도 공기중에서 그런 것을 할수 없고 표정이 없기에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못하는 것 뿐이다. 때문에 물고기에게도 최근의 흐름처럼 인도적인 대우를 해야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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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12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디 육상동물들은 물고기에서 진화한 양서류의 육상진출에서 비롯되었지요.

닷슈 2024-01-13 08:4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래서 인간 및 다른 척추동물과 공유하는 부분이 많더군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비롯한 여타의 생물을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운반하기 위한 생존기계로 묘사하였다. 이 묘사에 의하면 생명체의 목적은 유전자의 전달을 위해 번식이 가능한 시점까지 어떻게든 건강하게 살아남아 번식에 성공하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자신의 대를 이은 후대 생존기계의 성장 및 번식까지 지원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 유전자 운반 과정에 필요한 기간이 바로 생명체의 수명이 된다. 이 기간이 지나가면 생명체는 모조리 죽음을 맞이하여 지구의 자원으로 돌아가 재순환한다. 그래서 책 '생물은 왜 죽는가'는 죽음을 진화의 산물, 즉 선택된 것으로 생각한다. 죽음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존기계 입장에선 존재의 사라짐을 의미하며 끔찍한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입장에서 상당한 이점이 있다. 

 만약 생존기계가 계속 존속한다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진화는 유전자의 복제과정에서 일어난 긍정적 변이가 후세대로 이어져 적응도를 높여 생존기계가 번식 때까지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생존기계는 번식과 생존에 어려움이 많은데 갖가지 기생충과 질병, 경쟁, 환경의 압박 등으로 인해서다. 진화는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존기계의 유전자 복제 성공 확률을 높여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는 앞 세대의 계속된 사라짐과 그를 닮은 후세대의 영속적 등장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앞 세대의 죽음은 다음 생존 기계가 살아나가는 터전을 제공한다. 지구상의 생물체가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생태학적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면 다음 세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앞세대와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때문에 앞선 세대의 죽음은 다음 생존기계의 번영에 역시 반드시 필요한 전제다.   

 그래서 유전자는 생존기계가 생존과 번식을 마치면 사라지게 끔 만들어 놨다. 그리고 그 죽음으로 가는 과정은 노화로 나타난다. 노화는 생존기계의 여러 작동 매커니즘에 손상이 생기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치명적 질환이나 결함이 나타나는 상태다. 책 '노화의 종말'에서는 생명과 건강을 연장하는 방법이 등장한다. 이 방법은 세포의 수선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춥게 지내기, 소식하기, 격렬히 운동하기 등이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은 바로 혹독한 외부 환경을 의미한다. 식량의 부족과 추위, 먹잇감의 부족으로 인한 오랜 사냥과 채집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 딱 빙하기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런 혹독한 환경은 개체로 하여금 아직 번식에 적합한 시기가 아님을 깨닫게 하고 더 나은 시기를 위한 수선의 시기를 맞게 한다. 이로 인해 젊음이 좀 더 유지되고 수명이 연장되는 것인데, 이것만 봐도 생존 기계의 목적과 노화가 유전자의 복제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상의 생존 기계들은 상이한 환경에서 무척이나 다양하게 진화했다. 이들은 에너지를 얻는 방식(생산, 착취), 사는 환경(땅속, 물, 하늘, 육상), 크기 등이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그 서로 다른 모습 만큼이나 수명도 천차만별이다. 책' 사피엔스의 죽음'은 바로 이런 생존기계들의 노화와 죽음, 수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존 기계들은 불과 몇 시간이나 하루 만을 생존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마치 영원히 살 것 마냥 수 백년을 존속하기도 한다. 식물은 차치하고 육상생물의 경우 대개 수명은 성장을 마무리 하고 첫 번식에 성공하는 시점의 3배 정도가 된다. 그래서 생쥐는 성년이 되어 첫 번식을 하기까지 1년 정도가 걸리기에 수명이 3년 정도이고, 인간은 20-25년 정도가 걸리기에 70세 정도가 자연적 수명이 된다. 딱, 1배가 아니고 3배 정도 되는 것은 번식이라는 것이 한 번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은 아무래도 생존기계에게 2-3번 정도의 번식 기회를 더 주는 것 같다. 

 재밌는 것은 매우 빨리 사망하는 생쥐나 인간만큼이나 오래사는 코끼리 같은 종들의 평생 심장 박동수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는 신진대사의 차이로 생쥐는 심장 박동이 매우 빠르고 높은 신진대사를 보이며, 코끼리는 느린 심장박동과 낮은 신진대사율을 보인다. 그만큼 생쥐는 활성산소가 몸에 빠르게 축적되어 노화가 훨씬 빠르게 일어나고 코끼리는 그만큼 노화가 늦다. 더군다나 생쥐는몸의 크기가 작기에 몸의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넓어 외부공기와 닿는 신체면적이 넓다. 즉,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높은 신진대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코끼리는 몸의 크기가 크기에 부피가 크고 그에 비한 표면적인 상대적으로 작아 외부 공기에 노출되는 범위가 적다. 체온 유지에 더 유리한 셈이다. 

 작은 동물의 수명이 대개 짧은 것은 이들의 생존율이 훨씬 작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제든지 포식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또 빠른 성장을 위해 신진대사가 높으며, 가급적 한 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다. 하지만 큰 동물은 포식될 확률이 낮거나 자신이 포식자일 확률이 높고, 그렇기에 오래도록 성장하는 것이 가능해, 몸의 크기를 더욱 크게 할 수 있다. 성장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생존율이 높기에 자식을 적게 낳고, 양육기간도 길어진다. 때문에 자연스레 수명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하늘을 나는 조류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그들은 크기도 작고 하늘을 날기에 높은 신진대사를 보이지만 수명이 길다. 이는 이들이 작음에도 하늘을 나는 이점으로 인해 포식자를 만날 확률이 극히 낮아 오래도록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사피엔스의 죽음에는 재밌는 구절이 나오는데 자연상태에서는 완벽한 것과 죽음, 두 개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노화와 질병으로 인해 망가진 상태의 생존기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개체가 오래도록 살아남아 노화나 질병의 조짐이 보이면 약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바로 사냥감이 되거나 무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늙음이나 노화는 잘 관찰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노화와 질병은 이런 자연의 압박에서 벗어난 인간 문명의 발명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암이나 치매, 심혈관 질환 같이 나이가 들어 대부분의 인간에게 나타나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고 가는 치명적인 병들은 대부분 번식기인 젊은 시절엔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이런 발병 유전자들은 그 생존기계를 반드시 죽음으로 몰고가는 치명성에도 진화의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유전되어 문명사회의 인간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생존기계의 죽음은 복제를 해야하는 유전자의 입장에선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것이지만 번식의 성공 이전에는 유보되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생존기계는 죽음에 대해 양가적인 생각을 갖는 것 같다. 죽음을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일면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실제 인간은 고통과 죽음을 근심하면서도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서 이를 금기시하거나 거부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때가 되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의무나 순리처럼 여기거나 오히려 유한하기에 인간의 짧은 삶은 빛내주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생각은 미래 문학에서도 많이 반영되는 것 같은데 책 '작별 인사'와 책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많은 순록떼가'에서는 공통적으로 미래 사회 인간이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해짐에도 이럴 거부하고 자연적인 죽음을 선택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간의 갈등 상황이 늘 등장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인간에게는 때가 되면 죽음을 마땅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생존기계로서 그것을 강하게 거부하면서도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정신적 적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한 인간은 사회문화적으로도 죽음이 많이 권장되어 왔는데 이는 과거 문명의 과학기술 수준이 지금처럼 그다지 높지 못할 때 생산성이 떨어지고 부양의 대상이 된 노인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사회의 존속에서 더 유리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양자가 동시에 그리고 서로 맞물려 작용해서 인간이 죽음을 초연히 맞는 태도를 형성하는데 기여한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먼 훗날, 아니면 생각보다 가까울 수 도 있는 미래에 개개인의 인간이 영속성을 선택할 수 있어 마침내 생존 기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 소설에 등장하는 것처럼 오히려 그것을 기쁘게 벗어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는 장치로 작동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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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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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건축학 개론은 로맨스를 다룬 영화로는 의례적으로 남성관객의 반응을 이끌어 낸 작품이다. 아름답고 순수하고, 성실함을 보이는 연애물은 주로 여성의 심리를 자극하는데(남성은 이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연애 과정에서 남자 존재의 어리석음과 순수함, 젊음이 보이는 실수를 마음껏 드러내며 남성의 공감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남녀를 통틀어 어린 날의 연애는 큰 생각(미래에 대한 현실적 고민) 없음과 무수한 실수, 잘못된 생각,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후회가 많이 남는 것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어린 날의 연애물은 대개 재밌고 공감을 많이 이끌어낸다.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사놓고 무려 10년을 보지 않은 책이다. 보지 않은 건 제목이 주는 부담감(지극히 개인적이다), 심리의 자세한 묘사, 두께 때문이 아닐었을지. 최근 좀 시간이 나서 큰 마음을 먹고 펼쳤는데 이 책을 왜 그동안 보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들었다. 책은 생각만큼 무겁지도 공감이 어렵지도 않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책이 갖는 공감과 충분한 재미, 감동을 주었다. 다른 분야의 책은 10년 정도 묵으면 세월로 인해 뒤떨어짐이 발생하지만 이 책은 문학인 만큼 그런 것이 없었다.

 이 책의 주제는 20살의 사랑으로 지극히 큰 어둠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다. 어쩌면 둘 다 그렇기에 끌렸을지 모른다. 사실 둘은 사랑에 빠질만한 이렇다 할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특이하게도 비교적 잘생긴 남자와 상당히 못생긴 여자와의 사랑을 다룬다. 연애물에서 남성은 좀 그렇다쳐도 여성의 외모가 못생긴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몇몇 순정만화에서도 여주인공을 못생긴 사람으로 설정하면서도 사실 준수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그런 경우에도 주인공은 몇몇 계기로 제대로 꾸미거나 상당한 매력을 갖는다. 정말 외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주인공은 사실상 본적이 없는데 이 책은 여주인공을 정말로 그렇게 설정한다. 어쩌면 영화 만화와는 다르게 직접 보지 않고 상상만 해도 되는 소설이라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남녀 주인공 둘은 1985년에 만나 1986년에 헤어진다. 85년에 백화점에서 일하며 만나게 되는데 둘 다 큰 어두움을 갖고 있다. 남자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존재였다. 그의 아버지는 탈렌트로 평생을 무명으로 살았지만 뒤늦게 성공하며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새장가를 든 인물이다. 여주인공은 못생긴 외모로 태어나 이로 인해 평생 고통을 받는다. 어릴 적엔 주변의 남자들 커서는 외모로 인해 능력이 있어도 취직과 직장생활에서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백화점엔 요한이 있다. 이 인물 역시 그림자가 짙다. 자기가 일하는 백화점의 아마도 창업주였을 늙은이가 요한의 아버지다. 요한의 어머니는 그의 수 많은 여자중 하나였는데 버림받고 자살해버린다. 요한은 그래도 백화점 사주 일가의 챙김을 받아 강남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아파트를 갖고 살아가며, 백화점에 꽂아준 것도 그들이다. 처음에 그들은 요한을 그럴듯한 사무직에 배치했지만 요한은 견디기 어려워 지하 주차장에서 일한다.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을 보고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그녀를 돕다 갑작스레 친구를 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남주의 마음을 꿰뚫은 요한이 둘을 연결시켜주고 그렇게 둘은 연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은 잘생기고 인기 많은 남자주인공에게 자신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을 잘 지내는 듯 했지만 남자는 대학을 가고, 여자는 백화점을 그만두고 사라져버리며 헤어지게 된다. 훗날 남자주인공은 여자의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보내 겨울날 버스를 타고 찾아가며, 그것이 이 소설의 첫 장면이다. 

 이후 둘은 헤어지게 되는데 그러면서 첫 장면 이후, 나이가 들어 작가가 된 남자주인공의 장면이 등장한다. 86년의 헤어짐-현재-85년의 연애-이후의 과정이 소설의 순서다.

 소설엔 특이하게 남주와 여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중심인물이면서 그 둘을 연결한 요한의 이름만이 나올 뿐이다. 이 또한 특이한 점다. 소설은 재밌고, 80년대의 정서와 사회분위기 향취를 느낄수 있다. 앞부분엔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정서가 좀 독특해 몰입을 방해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부분은 적고 서사가 길어지며 읽기가 편했다. 괜찮은 소설로 누구나의 과거를 상기하며 재미나게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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