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미식 - 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
이의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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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미식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이며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인류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음식의 선택과 소비다. 기후 미식은 식단의 탈동물화를 의미하고 음식의 지방함량이 15%이내이며(그래서 크림소스와 치즈같은 유제품을 배제한다), 첨가제 및 보존제의 사용을 지양하고, 에너지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조리법, 가공법, 냉장방법을 사용한다. 때문에 기후미식은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는 비건주의에서 더 나아가 개인의 건강까지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생소한 이 기후미식에 대해서 일부 국가들은 이를 식이지침 및 교육과정에까지 반영하고 있다. 한국에겐 매우 먼일이다. 우린 학교급식에 친환경 유기농품과 국산육류를 주로 사용하지만 여기에서 육류를 배제하자고 나서면 우리 아이 키 못 큰다고 난리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기후 미식은 지구 온난화를 막을 매우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다. 책은 우선 지구온난화로 인한 주요 피해를 열거한다. 대부분은 알고 있는 것들인데 이중 녹조에 대한 피해는 처음 보는 것이라 눈에 들어왔다. 기온이 상승하면 당연히 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해진다.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은 강력한 간독성 물질인 마이크로 시스틴을 포함하여 다양한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녹조 물이 상수원으로 유입되면 이를 정수해야하는데 여기에 수백억의 관리비가 들어가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필요하다. 녹조에 물이 오염되면 여기서 수상활동을 하거나 녹조를 먹은 수산류의 섭취, 그리고 녹조물로 자라난 농산물 등에 독성물질이 남아 이를 인간이 흡수하게 된다. 녹조 물은 지하수로도 흡수되는데 지하수로 대부분의 용수를 사용하는 제주도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기 중 온실가스 함량이 높아지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꽃가루의 생산량과 발생 기간이 늘어난다. 세계 인구의 무려 30%가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꽃가루 관련 호흡기성 질환을 갖고 있다. 온난화로 꽃가루 량이 늘어나고 접촉 기간이 늘어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기후 위기는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 태풍이나 가뭄, 극단적 더위, 한파 등의 극단적 기상 현상에 의한 사망, 온열 질환 사망, 호흡기 질환 사망, 수인성 질환 사망, 인수 공통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심혈관 질환 사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 대한 사실도 흥미롭다. 바다는 바닷물과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초 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바다는 지난 10년 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26%를 흡수했는데 바다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저장하기도 한다. 저장 방법은 해양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 중 먹이가 되거나 분해되지 않은 것이 고압, 저온의 해저로 가라앉아 묻혀 탄소를 해저에 저장하는 방법이다. 이를 블루 카본이라 한다. 어류가 배설물의 형태로 해저에 퇴적 시키는 탄소가 연간 15억 톤에 달한다.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55억 톤이다. 큰 고래 한 마리는 약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저장하는데 이는 나무 1500그루에 해당하는 양이다. 고래 개체 수가 남획 이전으로 회복된다면 무려 연간 70만 7천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인망 어선은 물고기의 남획뿐만 아니라 해저 바닥을 긁는 어로 행위를 하는데 이로 인해 해저의 탄소가 물에서 우러나와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짓을 하게 된다. 저인망 어선의 어로 행위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무려 14억 7천만 톤에 달한다.

 육류의 사육은 그 자체로 엄청난 온실 가스의 배출을 유발한다. 하지만 육류의 섭취는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밥 대신 오로지 끼니를 육류, 어패류, 우유 및 유제품으로 채우게 되면 당뇨위험이 각각 653%, 246%, 1918%가 증가하게 된다. 한국인은 1973년 쌀, 보리, 밀, 옥수수, 감자, 고구마등의 녹말 음식 섭취량이 하루 772.1g이었다. 하지만 2019년 이것이 460.3g으로 40%나 감소한다. 그리고 같은 기간 육류는 17.4에서 230.8로 어패류는 94.8에서 156.3으로 우유, 유제품은 8.4에서 29.1로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당뇨 유병률은 2-3%였던 것이 13.%로 다섯 배나 폭증했다. 

 동물성 단백질은 각종 성인병의 유발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키와 성장속도도 빠르게 했다. 지난 100년간 한국인은 여성은 20.1cm 남성은 15cm나 더 커져 이 부분에서 세계 1위다. 문제는 큰 키는 암의 발병과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 2018 세계암연구기금과 미국 암 연구소는 공동 보고서를 통해 키가 클수록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증가가 확실해지고, 췌장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신장암, 피부암 등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한국인 2280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키가 5cm 증가할 때마다 평균 9%정도로 모든 부위에서 암발생이 증가했다. 남자는 5% 여자는 11%로 여자가 더 큰 상관관계를 보였다.

 세계암연구기금은 키와 암발생 증가의 중요 연결고리로 IGF-1이라는 성장호르몬을 지목했다. 이 호르몬이 높아지면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세포사멸기능억제세포의 성장이 촉진되고 이것이 암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IGF-1은 우유, 유제품류, 붉은 육류의 섭취를 통해 높아진다. 때문에 큰 키와 암이 상관있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키가 크다는 것은 세포가 다른 사람에 비해 많다는 것이기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암발생률이 높을 수 있을 것 같다. 세포가 많으면 더 많은 복제가 일어나고 오류확률도 자연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증가로 한국인은 더 커졌지만 신체적으로 빨리 조숙해지고 있다. 1920년대 여성의 초경은 만 16.9세로 고2-3정도의 시기였다. 지금은 만 12세정도로 불과 초등학교 고학년의 나이에 초경을 한다. 여성은 초경전 1년간 급성장하며 초경 이후 5-9cm 정도만 성장한다. 이런 조기성장은 성장기간을 짧게 하여 원래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작용을 하게 하기도 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난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생산되는 단백질 호르몬으로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로 흡수시키고 세포에 흡수되고 남은 여분의 포도당을 지방으로 다시 저장한다. 그런데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흡수하면 지방 흡수율이 높아지게 된다. 세포는 음식물에서 가장 먼저 지방을 흡수한다. 때문에 지방이 가득찬 세포로 혈액 내 포도당이 들어가지 못하고 이것이 떠돌게 된다. 이로 인해 인슐린이 더욱 많이 분비되게 되고 세포들은 인슐린에 대해 저항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떠돌던 혈당은 단백질과 결합해 변성을 초래하기 까지 한다. 

 이처럼 인슐린이 필요이상으로 높아지면 간, 근육 등에 지방이 더욱 축적된다. 혈액 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트롤이 증가하고, 혈당이 올라가서 혈관 내피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즉, 인슐린 저항성과 이에 통한 과다 분비는 당뇨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사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책은 기후 미식을 주장하며 말미에서는 다양한 한국의 음식을 추천한다. 한국의 음식은 대개 식물성이며 가공이 거의 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김치류와 나물반찬류, 국류, 밥류가 거의 그렇다. 한국인은 197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식사를 식물성으로 해결했는데 그렇다고 열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한국인은 비슷한 열량을 흡수한다고 한다. 저자는 자연식물식으로 식품을 섭취할 것을 주장하는데 이것을 다시 세 부류로 나눈다. 자연상태 식물성 식품과 경미한 가공식품, 고도로 가공한 식품이다. 밥류로 예를 든다면 그냥 통곡물 상태가 자연상태 식물성 식품이다. 이것을 껍질을 벗기거나, 간단히 볶거나 튀기면 경미한 가공식품이 된다. 그리고 이를 고압 고온으로 빻거나 뭉치고 기름에 튀기거나 설탕을 잔뜩 넣으면 고도의 가공 식품이 된다. 현미밥, 백미밥, 떡의 순서라 할 수 있다. 한국인은 다행히 전통 식단이 남아 채소를 많이 먹는다. 미국인이 하루 390g을 먹으면 한국인은 거의 두 배인 682g을 먹는다. 이처럼 전통을 잘 살려 기후 미식을 실천해야 지구위기에서 우리를 구하고, 신체도 구할 수 있으며 아이들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매우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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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수업, 생각의 힘 기르기 - 학생들의 사고 과정이 존중되고, 생각의 힘을 길러 줄 수 있는 좋은 수업 만들기!
이경학 외 지음 / 웰북(WellBoo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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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교육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선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등 변화무쌍한 미래 사회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의 배양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래 사회의 기술 변동에 대한 학습과 그 기술을 창의적 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 양자는 같이 가면 더욱 좋다. 코딩 교육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협력하여 창의적 산출물을 만들어가는 형식처럼 말이다. 

 책 '미래 학교 수업, 생각의 힘 기르기'에서는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방식으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배워야 한다. 생각과 배움의 연결, 즉 학습과 삶의 연결, 깊은 생각과 대화가 이뤄지는 수업, 생각을 통한 창의성의 발현이다. 초등학교의 수업을 다루는데 각 교과 단독 수업도 있고 교과 통합 수업도 있다. 수업을 한 차시 인 것처럼 실었는데 내용이나 분량을 보면 두 세 차례 차시 이상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도 표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재밌고 인상적인 수업이 많아서 몇 가지를 소개한다. 교육 현장에선 오래전부터 공개 수업이란걸 하고 있다. 공개의 대상은 학부모, 그리고 같은 동료 교사에게다. 이렇게 보통 수업은 연간 두 차례가 공개되는데 수업 공개는 늘 교사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최근엔 학교나 지역 수준의 교육과정이 강조되고 교사별 교육과정 및 학교자율과정 그리고 그 실천의 방법으로 프로젝트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때문에 긴 호흡으로 수 주일 간 프로젝트를 아이들과 수행하는 교사 입장에선 그 한 단편으로 한 차시를 공개하기보다는 프로젝트 요약이나 흐름의 공개가 앞으로의 수업공개 방향이지 않을까 한다. 

 책에 등장한 인상적인 수업은 미술 감상수업이었다. 학생은 대개 감상을 어려워하는데 어디선가 보고들은 감상의 모습이 지나치게 허울만 가득한 현학적인 느낌이고, 자기 생각과 경험을 담은 주체적인 감상의 방법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이 수업에선 3개의 미술작품을 교사가 제시한다. 제시 기준은 보는 이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그림을 해석할 수 있느냐이다. 학생들은 세 가지 그림을 감상하고 각 그림에 대한 질문을 작성한다. 그림이 3개이므로 학생은 최소 3개의 질문을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칠판에 있는 그 그림에 질문을 붙인다. 다음은 모둠활동으로 각 모둠원들은 3개의 그림에 붙은 무수한 질문 중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각 그림마다 하나 씩 을 고르게 된다. 그 다음 모둠활동으로 이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다시 개인 활동으로 학생마다 하나의 그림을 고른 후 그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되어 그림의 이야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국어과와 미술과의 통합 수업으로 감상 및 글쓰기, 또는 인물이 되어보기 등 다양한 좋은 요소가 혼재된 수업이었다. 

 국어과의 글 요약하기 수업도 재밌었다. 여기엔 333전략이 등장한다. 이는 글을 읽고 모르는 낱말 3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낱말 3개, 중심 문장 3개를 고르는 활동이다. 하나의 글을 읽고 이를 같은 모둠원 3-4명이 작업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르는 낱말과 중심 낱말, 중심 문장 여러 개가 같은 글에 표시된다. 물론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한다. 이는 공통되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하는데 여기서 여러 관점을 배울 수 있고, 자신의 잘못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모르는 낱말의 경우, 사전을 찾아 그 뜻을 쓰게 하는데 아이들 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다. 사전의 뜻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여튼 신기한 점은 이렇게 중심 낱말과 문장을 다르게 표기해도 이를 바탕으로 글을 요약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완성된 요약한 글은 모둠 마다 서로 돌려보며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마지막은 오리엔티어링 수업이었다. 오리엔티어링은 산이나 숲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사용하여 일정한 중간 지점을 통과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다. 해당 수업에서는 학교 여러 공간을 학생들이 둘러 보게 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형태였다. 평소 늘 다니던 공간이지만 학생들은 이런 수업을 통해 보다 관심을 갖고 세삼하게 관찰하며 문제를 찾게 된다. 이 수업은 학교 공간 재구조화에도 용이해보인다. 관심을 갖고 학교 공간을 찾고 문제가 있는 부분과 우리가 원하는 공간의 창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책에 수록한 수업들은 대개 훌륭했다. 몇몇 아쉬운 수업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우수하며 단위 수업 하나하나 마다 참고할 만했다. 공개수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라면 당장 도입해볼만 하다. 통합수업을 볼 때마다 늘 성취기준이 아쉽다. 국가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예속되어 교과통합수업을 하려면 각 교과의 성취기준을 서로 엮어야 하는데 수학, 과학의 성취기준이 무척이나 해당 교과중심이어서 늘 통합이 어렵다. 수학은 그래프나 규칙성을 찾는 부분, 과학은 사실상 환경과 관련한 부분이 아니면 통합이 어려우며 대부분의 통합사례를 살펴봐도 그렇다. 해당 교과의 성취기준을 폭넓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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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도킨스는 무려 1970년대에 그간의 진화론을 대중적으로 집대성하여 이기적 유전자를 펴냈다. 여기서 처음으로 밈의 개념을 등장시켰고, 무엇보다도 진화를 유전자의 측면에서 쉽게 풀어 설명한 것이 화두였다.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가 자신의 번성(지속적 복제)을 위하여 그것을 담아내는 유기체를 만들어내었고, 그 유기체가 유전자를 번성시키는 방법은 자신이 번식할 때까지 충분히 생존하고, 이후 성공적으로 번식하는데 성공하여 자신안에 갇혀있는 유전자를 다음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진화란 이런 이기적 의도를 가진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번성하도록 유기체가 적합도가 높은 방향으로 변화해나가는 것이었다. 

 이처럼 진화에서 유전자는 자신의 번성만을 당연히 생각하기 무척이나 이기적으로만 느껴지며 다른 유전자 및 그것을 담아내는 개체들과 경쟁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세계는 복잡하며 오로지 자신에게만 속하는 이득은 존재하기 어렵다. 때론 아니 상당히 많은 경우에 다른 유전자 및 개체와의 협력은 나 자신만의 번성이라는 유전자의 이기적 의도를 보다 경쟁할 때보다 더욱 성공적으로 이끌어주게 된다. 때문에 유전자 및 세포, 개체들은 경쟁만큼이나 오랫동안 협력을 해왔다. 그렇기에 애초에 인간은 협력적인 존재이며 타고난 선한 존재라는게 책 '휴먼 카인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인간만이 갖고 있는 도덕이라는 도구는 인간사회의 성공적 협력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협력을 위한 내적기제들이 사회문화와 복잡하게 얽히며 진화 및 문화의 발달과정에서 얻게 된 발명품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간은 진화로 얻은 적응기제로 협력과 경쟁이라는 심리 요소 및 육체적 특질,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으며, 이는 환경 및 문화와 타고난 조건에 따라 상당한 변주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조지 레이코프는 진보와 보수로 갈리는 지금의 사회에서 보수는 세상을 경쟁의 장이자 선과 악의 이분법적으로 보며, 승자와 패자를 평등하게 보지 않는 성향의 부모 밑에서 자라는 사람들이 갖는 성향이며, 진보는 세상을 평등과 모험의 장으로 보고, 세계를 유연하고 답이 없는 곳으로 보는 개방적 부모밑에서 자라나는 사람들에게 많이 생겨남을 주장했다. 이는 경쟁적 성향과 협력적 성향의 부모로 대응될 수 있으며 결국 인간의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도 진화과정에서 얻게 된 협력과 경쟁에 대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느냐로 파악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최근 인간사회는 자본주의 및 여러 세계적 위기의 심화로 협력보다는 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소득의 감소로 인한 실존적 위기로 인해 서로 간에 장벽을 쳐가는 종족주의의 편협한 시대로 치닫고 있는데 이를 지적한 것이 팀 마샬의 장벽의 시대다.

 이번에 읽은 책 협력의 시대는 어떻게 보면 이런 내용들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인간이 어떻게 다른 종과는 질적으로 다른 협력을 하게 되었고,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기가 우리의 협력을 저해하기에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고안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책으로 들어가보자.

 인간은 사실 그 존재자체만으로 매우 협력적인 존재다. 왜냐하면 인간의 몸은 무려 37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그 세포들이 모두 협력을 하고 있고, 그 내부의 유전자들도 모두 협력하며 생명을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세포 생물의 역사가 무척이나 오래되었기에 이런 협력은 매우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렇게 여러 부분이 복잡하게 모여 하나의 개체로 결합하려면 사실 모든 부분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는 바로 근연성이며 최고로 근연성을 높이는 방법은 복제다. 때문에 다세포 생물의 모든 세포는 유전자가 같다. 하지만 조금더 안으로 들어가 유전자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성생식을 하는 다세포 생물은 생식세포가 감수분열을 한다. 즉, 자신이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생식세포에 들어갈 확률이 50%라는 것이다. 때문에 몇몇 유전자는 자신만의 번성을 위해 이기적 행동을 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로만 전승되는데 따라서 이 유전자에게 인간 남성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모계에는 유리하지만 남성에게는 불리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레비 유전 시신경 병증이 그것이다. 이는 유전자 변이로 시력을 읽는 증상으로 남성에게만 발현된다.

 어떤 유전자는 감수분열 전 자신을 미리 복제하여 모든 염색체에 숨어드는 꼼수를 쓰며, 다른 유전자는 조용한 암살자가 되어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생식세포를 제거해보린다. 이는 정자와 난자의 수를 줄여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유전자들은 결집하여 이런 부정행위를 감시하고 막는다. 한 몸의 개체안에서도 협력과 이를 방해하는 경쟁이 상존하는 것이다.

 개체들간의 협력은 집단수준에서 이뤄진다. 실험에서 단세포 조류가 있는 곳에 단세포 포식자를 넣으면 단세포 조류들끼리 뭉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포식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먹이감들이 뭉치게 되면 포식될 확륙이 뭉친 수만큼 줄어들게된다. 때문에 아마도 최초의 다세포의 결집은 포식을 피하기 위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여튼 가장 손쉬운 개체간의 협력은 높은 근연도를 자랑하는 가족간의 협력이다. 인간의 짝짓기는 남여의 신체구조차이와 고환의 크기를 미뤄볼때 일부일처를 오랜기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완전한 일부일처는 아니며 사별이나 여러 이유등으로 새로운 만남이 허용되는 순차일부일처제이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남여의 적합도가 완전 일치하지 않아 양육에 있어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때문에 인간 남여는 양육에 있어 헌신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자신의 자식임을 확신할 수 있는 모계는 양육에 헌신적인 반면 부계를 그렇지 않다. 다만 이런 경향은 문화적인 차이를 보이기도 하며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 한다. 성비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여성이 많은 경우 남성은 육아에 거의 헌신하지 않으며 새로운 짝짓기 기회를 노린다. 반면 남성이 많은 경우 여성을 지켜 후세를 확실히 하기 위해 육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조절하는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인데 이것이 높으면 육아에 집중하지 않고 낮음녀 집중한다. 

 남여갈등은 태아의 몸속에서도 일어난다. 태아는 모체에게서 얼마나 많은 영양분을 쥐어 짜내는지에 대해 모계 유전자와 부계 유전자가 갈등한다. 동물의 태반은 두 종류로 상피융모막 태반과 혈융모태반이 있다. 상피융모막 태반은 태반 조직이 자궁상피와 분명한 경계를 이루는 반면 혈 융모태반은 태반세포가 자궁벽을 지나 모체의 혈관에 파고든다. 그래서 인간은 태반이 영양공급에 주도권이 지닌다. 태반에서 만들어지는 태반성 락도겐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한다. 그 결과 임산부의 혈당이 올라가고 혈당흡수능력이 떨어지며 그 결과 태아는 더 많은 혈당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다른 호르몬은 모체의 혈압으로 높여 태아의 영양흡수를 높인다. 즉, 모체는 태반으로 인해 심각한 임신증후군은 고혈압과 당뇨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여기에 태반세포에 대해 침투를 허용하는 쪽으로 인간의 신체가 진화하면서 전이암에도 취약해졌다. 실제로 태반의 침투성이 적은 종일 수록 전이암이 낮게 나타났다. 반면 인간은 한 장기에 암이 발생하면 다른 부위로 암이 쉽게 전이된다. 

 인간의 협력은 가족을 넘어서도 이뤄진다. 사실 그렇기에 인간은 지금 수준의 문명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인간의 협력은 단순한 상호호례를 넘어선다. 자신이 가까운 시일내에 보답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인간은 협력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지닌다. 이런 인간의 협력 경향을 상호의존이라 한다. 상호의존은 개체의 이익이 동료의 건강에 달려있어 설사 도움을 보답받지 못하더라도 동료에 투자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즉, 나의 소속 집단의 구성원이라면 그의 안녕이 소식집단의 안녕에 기여하고 그것이 나의 적합도 상승으로 이어지기에 이런 수준의 협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협력 이외에도 당연히 자신만의 안녕이라는 이기적 동기도 갖고 있기에 추가적 도구가 필요한데 이것이 처벌과 평판이다. 실제로 상호의존에 협력하지 않는 규칙 위반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면 매우 높은 수준의 협력이 이뤄진다. 규칙 위반에 대해 처벌이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처벌은 그 집행이 쉽지 않다. 처벌은 기본적으로 그걸 당하는 규칙 위반자를 해롭게 하는 행위기에게 쉽지 않다. 때문에 처벌하는 사람은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이기되고 규칙위반자에게 보복당할 우려도 생긴다. 그럼에도 처벌은 집단의 안녕에 기여하기에 제2의 공공재라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처벌의 방관자는 제2의 무임승차자로 불린다. 이처럼 처벌은 어렵지만 인간은 처벌을 즐기는 쪽으로 심리기제가 진화했다. 인간은 친사회적 행동 및 봉사등의 활동을 할 때 보상영역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처벌할때도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 실제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회내 다른 개인이 악영향을 끼친 악당이 처벌받으면 강한 카타르시스와 즐거움을 느낀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항상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이처럼 처벌은 협력을 위하여 필요하지만 부담스러우며 인간은 처벌을 즐기기에 제3자 차벌이 생겨났다. 이는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오늘날 인간사회가 거의 실행하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 교도소를 생각하면 되는데 제3자 처벌로 인해 인간은 대규모 초협력 사회를 실현할 수 있었다.

 평판은 상대에 대한 정보다. 대부분의 거래는 비동기적으로 이뤄지며 때문에 집단에서는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신뢰를 나타내는 지표가 개개인이 가진 평판이다. 때문에 인간은 집단에서의 협력을 위해 평판이라는 심리기제 역시 진화시켰다. 원시부족에서의 사냥에서도 평판의 중요성은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사냥하는 이유는 사실 평판때문이다. 원시부족의 사냥 성공률은 3%정도로 매우 낮다. 때문에 사냥은 열량의 획득때문이 아니다. 인간은 사냥물을 나누어 먹는데 사냥기술이 뛰어난 자가 주로 사냥물을 나누어 주게 되므로 그사람만 수혜를 보게 된다. 하지만 사냥엔 사냥기술이 부족한 자도 참여가 이뤄지느데 이는 이 협력을 통해 사냥을 못하는 자도 위신과 존경을 얻게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사냥을 못하고 열량에도 도움이 안되며 나눔도 일부에게만 유리함에도 사냥이 이뤄지는 것은 이 행위에 적극 참여하는 모두의 협력도가 평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평판 획득은 복잡한 면도 있다. 사람들은 대개 선행은 대놓고 떠벌리는 사람보다는 몰래 실천하는 사람을 선호하며 실제로 사람은 자신의 선행을 남들이 알아주기를 원하면서도 몰래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평판을 얻으면 인간 사회에서 지위를 얻게 되어 적합도가 매우 높아지므로 당연히 그것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질시당하고 공격 받게 된다. 때문에 인간은 남몰래 선행을 하여 공격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갖는다. 

 인간은 협력하는 경향을 진화시킨 덕에 부작용도 얻었다. 바로 피해망상증이다. 피해망상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를 입히려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모든 인간은 어느 정도 피해망상 경향을 지니고 있는데 사회 생활을 하며 해로운 타인을 피하거나 무력화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인간이 어두운 곳이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포식자나 위험한 타인이 있다고 과도하게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부정적 과다함으로 인한 착오는 약간의 피해를 입지만 이것이 실제인 경우 대가는 목숨이다. 피해망상도 이와 비슷하다. 해로운 사람에 대한 잘못된 판단은 실제로 큰 피해로 이어지기에 이에 대해 과도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피해망상은 소외된 종교나 인종,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거나 사회관계망이 좁은 사람들에게 더욱 잘 나타난다. 

 협력의 또 다른 부정적 대가는 비합리적 믿음이다. 사실 정당한 믿음과 그렇지 않은 믿음간의 구분은 애매하다. 기준은 과학성, 합리성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평가다. 그리고 이런 특정 믿음은 어떤 집단에 소속할 자격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인간은 집단에 소속되어 자신의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집단 혹은 소속 되고 싶은 집단이 고수하는 믿음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고 쉽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뻔한 증거가 있음에도 그러하다. 때문에 이런 믿음에 대해 인간은 확증편향, 의도적 합리화, 선택적 기억등으로 이를 비호한다. 문제는 한 집단이 갖고 있는 이런 잘못된 믿음은 결국 그 집단의 쇠퇴를 불러와 소속 개인의 적응도를 결과적으로 낮추게 된다는 점이다. 백신이 자폐증을 불러온다는 믿음, 지구가 네모난 판이라는 믿음, 코로나에 대한 여러 잘못된 믿음 등이 그러한 예다. 

 이런 잘못된 믿음에 대한 맹신과 확증편향은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세계화로 인한 서구 및 아시아의 부유한 민주국가들의 물질적 환경의 악화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물질적 안전은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의 모양과 크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물질적 안전이 부실하면 인간의 사회관계망이 좁아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넓어지게 된다.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서구 및 아시아의 부유한 국가들의 중산층은 붕괴되거나 경제적 기반을 많이 상실하게 되었는데 민주주의의 위기 및 양극화의 심화가 이것과 같이 일어났다. 즉, 물질적 기반의 상실은 자신의 집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갖게 만들었고, 다른 집단을 공격하고 자신의 집단의 잘못된 믿음을 맹신해 여러 선진국가에서 좀처럼 등장하기 어려운 잘못된 지도자가 선출되거나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일으키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지구온난화나 민주주의의 위기등 세계적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지구 공공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지구적으로 생각하되 지역적으로 해결하자를 제시한다. 인간의 협력은 자신의 집단, 즉, 지역 수준에세 가장 효과적이니 그런 지역 수준에서 세계적 위기의 문제를 다루자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파리협약을 탈퇴했음에도 미국의 많은 시나 주들이 지자체 수준에서 이를 거부하고 그 문제를 지역 수준에서 해결해나간 것이 그런 좋은 예이다. 

 언젠가 인간의 협력 수준은 지역과, 국가를 넘어서 지구로 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협력에 대해 인간이 현재 갖고 있는 도구 만으로 그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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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닷슈 2023-02-09 11: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별헤는밤 2023-09-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왜 지금 국제 바칼로레아(IB)인가 - 교육 혁신과 국가 미래
에리구치 칸도 지음, 신경애 외 옮김 / 교육과학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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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대선에 이어 지선에서도 정권교체는 이뤄졌다. 별로 관심이 없는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인데 혁신교육으로 대표되던 진보교육감들은 여전히 많지만 석권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보수와 거의 균형을 이뤘다. 특히, 경기, 강원지역은 진보교육감이 무려 3선을 했던 지역이라 보수로의 교체는 파장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경기도 교육감은 미래교육을 지향하는데 그 중 한 방안이 IB의 도입이다. IB는 국제 바깔로레아로 일본이 먼저 10년 정도 전에 도입하였고, 한국은 제주와 대구에서 부분적으로 도입이 이뤄진 상태다. 이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고자 하는데 일단 상황이 만만치 않다. 경기도 의회에서 예산의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 실제 IB의 운영에는 외부인력의 도입과 인증과정으로 인해 많은 돈이 들어간다. 즉, 교육과정 실제 운영이 아닌 도입에만 돈이 필요한 것이다. 일각에선 혁신학교에 주던 운영비를 이를 전용하면 된다하는데 IB는 혁신학교와는 달리 프로그램비와 교육과정비가 따로 들어가게 된다. 아니면 돈 없이 운영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 혁신학교와의 충돌이다. 양자는 사실 교육적으로 충돌이 날 필요가 없다. 유사한 부분이 많으며 서로를 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교육감이 새로 시작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혁신학교는 교육법상 자율학교로 지정이 되어 있기에 바로 해제하기가 쉽지 않다. 기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는 2023년 혁신학교는 그대로 유지하되 어떤 운영비도 지정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재지정 및 신규지정을 하지 않는 형태로 소멸시키는 묘한 형태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인지라 IB가 경기도에 도입이 어떤 방식으로 될지는 올해 상반기나 늦으면 하반기까지 상황을 보아야만 할 것 같다. 경기도의 IB도입과 그 성공여부는 영향력이 크다. 경기도는 한국에 여러 지자체중 하나에 불과하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구는 1300만으로 1/4에 달하고 특히, 학령기 인구로 치면 무려 한국 학령기 인구의 1/2가 경기도 거주중이다. 그렇기에 이 지역의 교육적 변화는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책은 IB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어 실망이 컸다. IB에 대해 교육적으로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혜정이 쓴 'IB를 말하다.'를 보는 것이 훨씬 났다. 책은 일본의 현실에서 교육적 병폐를 진단하고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학습해나가며 질문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IB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왜 IB가 필요한지를 일본의 교육자로써 주장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어도 대체 IB가 뭔지 알 수 가 없다. IB에 대한 동기가 필요한 사람이 보면 좋겠다.

 IB의 10개 학습자상 정도는 제시한다. 탐구하는 사람, 지식이 풍부한 사람, 생각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원칙과 도의를 지키는 사람,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배려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균형잡힌 사람, 성찰하는 사람이다. 한국의 2015개정교육과정이 제시하는 자기주도적 역량, 지적문제해결역량, 창의적 역량, 심미적 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 역량과 매우 유사하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IB와 혁신교육은 유사점이 많다. 갈등보단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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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 수업을 위한 협력적 수업 설계 가이드 - 교사 공동체의 역량 기반 융합수업 만들기
이은상 지음, 김현진 감수 / 푸른칠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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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선생님들끼리의 생각은 생각보다 어렵고 좀 처럼 잘 일어나지 않는다. 초등이라면 전교과를 다 가르치고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개별교실에 철저히 갇혀있는 편이다. 공간적으로 서로 간의 격리가 있고 간섭하지 않는게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한다는 분위기이다 보니 간섭하는 물론 딱히 협력이 일어날 일도 없다. 중등은 교과의 벽이 두텁게 쳐있다. 교무실에 서로 붙어 있긴 하지만 서로간의 교과의 벽이 높고 서로의 수업에 간섭하는 것은 상당히 주제넘은 일이 된다. 역시 수업설계상 협력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앞으로, 아니 지금의 세상은 교사의 협력을 요구한다. 시대는 역량중심교육을 요구하고 있으며 학생중심학습과 교육과정의 운영을 해야한다. 이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함께하였을때 더욱 제대로 할 수 있다. 모든 교과를 혼자 가르치는 초등은 사실 혼자서도 역량중심교육을 실천하는 프로젝트학습이나 문제중심학습 등의 교과통합수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등은 교과의 벽이 쳐져있기에 위와 같은 실천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별교과를 넘어서는 교사들간의 협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협력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책에 의하면 교사의 협력 유형은 크게 네 가지이다. 우선 단순 협력으로 일상 이야기나, 단편적 아이디어의 교환, 수업 자료와 방법의 공유다. 현장에서 쉽게 많이 일어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긴밀한 렵력으로 특정 책임을 공유하는 교사들의 상호 의존적 협력이다. 자율성과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목표를 공유하는데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운영되는 혁신학교를 제외한다면 거의 관찰할 수 없는 유형이다. 세 번째는 완전한 협력으로 자율성을 기반으로 주도권을 갖고 협력하는 것으로 역시 드물다. 네 번재는 인위적 협력으로 타인(주로 교육청 또는 교장교감)에 의해 강제, 강요, 명령에 의한 것으로 특정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다. 주로 학교 행사나 공문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으로 가장 교육적 의미가 적으면서도 가장 많이 일어나는 유형이다.

 교사가 제대로 협력하면 여러 긍정적 효과가 일어나는데 학생의 학업 성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교사의 전문성 개발에 도움이 되고, 교사의 업무 방식과 상호작용을 바꾸어 학교의 문화적 수준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를 처리할 수 있는 학교의 변혁적 역량을 향상시키게 된다. 

 책은 교사의 협력을 통한 협력적 수업 설계를 강조한다. 협력적 수업 설계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자율적으로 의사소통함으로써 공통 수업 혹은 개별 수업을 협력적으로 분석, 설계, 개발, 설정, 평가하는 과정이다.

 협력적 수업 설계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팀 준비

 수업 설계전 팀의 목적과 환경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학교의 비전이나 지역, 학생특성을 토대로 올해 학년의 목표 등을 정하는 것이며, 가용가능한 자원 및 서로 간의 역할, 앞으로의 규칙이 정해진다.

2. 분석하기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제를 선정한다. 주제는 빅아이디어나 핵심개념등 큰 것으로 자유나, 평화, 의사소통, 환경 같은 것들이다. 이 주제를 달성하기 위한 교과나 성취기준 등을 정하며, 구체적인 평가상황도 지정한다. 주제가 환경이라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우리 지역이나 학교 등에서 해결방안 마련하기 정도가 되겠다.

3. 설계하기

 설계에선 분석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평가 내용 및 방법, 문제상황, 학생활동, 도구, 지원방안등을 결정한다.

4. 개발, 실행하기

 구체적인 자료를 탐색 및 개발하고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이다.

5. 성찰, 평가하기

 모든 설계 단계마다 수행하는 형성평가와 수업과 설계활동을 모두 종료한 뒤 그 성과를 평가하는 총괄평가 같은 역할을 한다. 


책에는 위 협력적 수업 설계단계가 매우 상세히 나와있다. 사실 다섯 단계마다 하위의 단계들이 있으며 해야할 일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그리고 이를 적용한 실제 사례도 나온다. 중등의 예인데 여러 교과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력한다. 위의 과정은 목표설정 후, 평가상황을 먼저 상정한다는 점에서 이해중심교육과정과 그 순서가 같다. 때문에 유사한 면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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