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수가 상당히 많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당연시 되는 시점을 넘어 기이해졌는데, 무려 수가 70억을 넘어선 것이다. 최상위 포식자는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위치하기에 그 수가 적고 영역을 넓게 갖고 퍼져있어야 한다하지만 인간은 정반대로 밀집했고, 수는 지나치게 많다. 이런 일이 가능한것은 바로 농경과 가축화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자연계의 다른 최상위 포식자처럼 야생의 생물을 잡아먹어 연명했다면 지금과 같은 개체수는 지구의 크기론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책 잡식동물의 딜레마에선 잡식동물로서 인간이 발전해온 경로와 수렵, 농경, 산업으로서의 세가지 음식사슬을 분석한다. 인간은 석유에 의존해 음식사슬을 구축함으로써 지금의 식량생산을 갖출 수 있었으며 곡물중 옥수수가 이에 가장 어울리기기에 옥수수가 이것의 중심에 놓여있다는게 이 책의 골자였다. 결국 석유를 옥수수로 바꾸는 법을 알아낸 셈인데 이 옥수수는 다른 가축과 여러 가공음식의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인간자체도 옥수수로 바꾸어낸 셈이다.

 

 책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에서는 우리가 싸게 먹고 있는 여러 고기들이 실제로는 가격이 싸지 않으며 우리는 이를 위한 막대한 무대 비용을 치루고 있음을 입증한 책이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전통농업에 대한 공격은 그것이 고기를 비싸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실 지금의 싼 고기는 막대한 환경비용(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농가에 대한 보조금, 다국적 기업에 대한 지원, 사치와 낭비(유통과정에서의 약간의 흠만생겨도 동물과 식물은 폐기된다.), 그리고 동물들이 겪는 엄청난 고통이라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었다.

 위 두책은 별점 다섯개를 아낌없이 뿌릴 만큼 훌륭한 책이었지만 음식 산업의 체계와 역사상의 문제점을 수치와 논리로 다루고 이를 통해 산업화한 농축산업이 결국 인간과 환경에 무리를 주는 올바르지 못한 선택이란 점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결국 상당히 인간중심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쓴책이라 당연한 것이지만 결국 이 문제에 있어 인간과 더불어 주요 당사자인 동물을 다루는 것이 다소 미약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두책은 동물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책의 중심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어쩔수 없었던 두 책의 미약한 점에만 비교적 크게 집중한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고기로 태어나서'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국의 축산업계에 짧은 시간이나마 직접 종사하면서 동물의 고통에 대해서 목도하고 쓴 책이다. 너무 솔직하게 썼기에 책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 번 글을 쓰기 전에 통계를 찾아 보았는데 한국엔 닭인 2억마리 돼지가 1천만 마리 소가 3백만 마리 가량 살고 있다. 상당히 많은 수치인데 동물과 인간의 수명이 서로 다른 걸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도축하는 동물의 수를 계산한다면 연간 이들의 수보다 두세배는 많은 동물이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위 수자체도 크지만 이는 평균적으로 유지되는 수다. 탄생과 죽음의 수로 연간 변동이 적은 인간의 수에 비해 위 동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튼 책에서 다루는 동물은 닭과 돼지, 그리고 개다. 소가 아닌 점이 좀 특이했는데 사실상 불법이면서도 묶인하에 고기로 많이 유통되는 개를 다룬 점은 오히려 이 책을 더 부각시킨 것 같다.

 

1. 닭고기로 태어나서

 가. 부화장 

닭들은 당연히 자연상태로 태어나진 않고 부화장에서 대거 부화한다. 양계장은 항상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란 편견과 달리 부화장은 매우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작업을 위해선 멸균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면 이야긴 매우 달라진다. 부화한 병아리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대거 이동하는데 여기서 '감별'이 이루어진다. 막 부화한 병아리들도 어느정도의 운동능력이 있어 녀석들은 컨베이어 벨트의 이동에서도 가까스러 균형을 잡는다.

 암과 수의 운명은 매우 극적으로 달라지는데 이는 암컷이 우리가 먹는 달걀을 낳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수정이 인공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수컷 병아린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예전에는 그래도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에 나오는 얄리처럼 수컷병아리를 가져다가 파는 사람이 있었다. 최근엔 그마저도 없어 수컷병아리의 운명은 모두 죽음이다.

 암컷은 구별되고 수컷병아리는 마치 물건처럼 커다란 플라스틱 노란박스에 던져진다. 먼저 던져진 녀석은 다른 녀석들에 깔리고 플라스틱 박스는 놀랍게도 다 차면 그위에 새로운 박스를 던져서 다시 쌓는다. 박스는 다행히 홈이 있어 어느정도 무게를 견디지만 대충 쌓거나 그 사이에 낀 녀석들은 눈알이며 내장을 모두 쏟아내고 죽는다. 간혹 컨베이어 벨트나 박스에서 탈출한 녀석들도 있다. 녀석들이 탈출해도 결국은 돌아다니는 차나 인부의 발에 깔려 죽는다. 작업장은 매우 바쁘고 분주해 눈에 띄지 않는 개미처럼 녀석들은 존재감없이 밟혀 죽는다. 워낙 삐약 소리가 많아 녀석의 삐약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박스 쌓기가 끝나면 대형 컨테이너 차에 병아리는 버려진다. 다른 병아리들도 계속 쏟아지며 병아리를 다 버리고 나면 부화하지 않은 무정란도 여기 버려진다. 병아리들은 이 무정란을 얻어 맞는다. 동료와 무정란 다음으로 쏟아지는 건 쓰레기다. 이게 끝나면 컨테이너는 닫히고 병아리의 삐약소리도 현저히 줄어든다. 이 수컷병아리 사체들은 공장으로 이동해서 갈려져 흙과 섞여 비료로 이용된다. 생명은 질기고 강해 이 지옥의 아수라장에서도 공장인근까지 살아남는 병아리도 있다고 한다.

 

나. 산란장

 알을 낳는 닭은 농구공만하다고 한다. 그런데 한 케이지에 농구공이라면 도저히 들어갈수 없는 케이지에 닭들은 들어간다. 움직이고 우겨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지들은 삼단으로 인간의 무릎놓이정도와 머리 높이 그리고 허리 높이 정도에 위치한다. 저자가 근무한 산란장에서는 3마리가 간신히 들어갈 공간에 무려 네마리를 처넣었다. 그래서 항상 한마리가 깔려 있었고, 일어서려 발버둥치면 나머진 셋에 의해 다시 깔렸다. 이 녀석들은 매우 시끄러웠는데 먹이가 나올때만 조용해졌다. 좁은 케이지 사이로 머리를 항상 넣고 자기들 끼리 부딪혔기에 깃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닭의 형상이 아니었다.

 달걀이 저절로 굴러떨어져 나올수 있게 케이지는 기울어져 있었고 때문에 닭들은 항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횃대가 있어야 마땅할 곳에 오히려 미끄럼틀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녀석들에게 주사를 놓을 때가 무척 끔찍했다. 주사를 놓으려면 녀석들을 잡아야하는데 이놈의 날개가 잡을때마다 부러지기 일수였던 것이다. 처음엔 자신이 서툴러서 그런가 했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매일 같이 알을 무리하게 낳는 녀석들을 칼슘부족으로 뼈가 매우 약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다. 육계장

육계들은 그래도 산란닭들에 비하면 대접받는다. 처음으로 닭같은 풍모를 느낄 수 있었고, 상당히 빨리 자랐다. 하지만 결국 한달 정도의 시간후에 도축된다는 점에서 그들의 운명도 비참하긴 마찬가지였다. 고기의 품질이 손상되면 안되기에 위생관리도 좀더 나은 편이다. 하지만 더럽긴 매한가지.

 육계장에서 저자를 힘든게 한건 빨리 자라나지 못하거나 문제를 갖고 태어난 녀석을 매번 잡아 죽여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절로 폐사하는 녀석들을 치우는 일도 곤욕이었다. 문제가 있는 녀석을 죽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축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사료값인데. 바로 이녀석들이 사료 대비 고기전환비율이 낮은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빨리 죽이는 것이 나았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

 저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육계장에 닭을 키우러 온것이 아니라 죽이러 온것임을 깨닫는다.

 

2. 돼지 고기로 태어나서

어느 동물이나 어미의 숙명은 잔혹한지 알을 낳는 산란계처럼 새끼를 낳는 모돈은 죽을때까지 갇혀사는 운명에 처한다. 거대한 몸집을 하고서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스톨에 갇혀산다. 이유는 효울성때문이다. 모돈은 한마리 한마리가 개별 이력 관리를 받으므로 처방한 약품과 건강, 출산횟수등이 모두 기록된다. 이를 위해 갇혀사는 것이다.

 편리한 점은 또 있다. 거대한 돼지에게 주사를 놓기도 편리하며 새끼를 낳으면 문제가 생길 경우 팔을 넣어 직접 꺼내기도 용이히다. 새끼 돼지인 자돈은 이 스툴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어미 밑에서 자라나는데 간혹 어미에 깔려죽는 녀석들도 더러 발견된다.

 어머 못지 않은 새끼의 잔혹한 운명도 이제 시작이다. 녀석들은 고밀도로 갇혀살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이로 인해 서로의 꼬리를 씹는다. 때문에 새끼돼지들은 위라래로 나있는 무려 8개의 송곳니를 어릴때 제가당한다. 꼬리도 마찬가지.  그리고 병아리처럼 수컷돼지는 수컷이란 이유로 또하나의 고통을 당한다. 바로 거세다.

 거세의 이유는 순전히 인간의 입맛때문인데 거세를 해야 돼지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고 고기기 연하다고 한다. 실제 우린 정육점에서 돼지나 소가 거세했음을 알리는 이력을 아무생각없이 손쉽게 볼 수 있다. 거세를 위해서 수컷의 뒷다리를 잡고 당겨 항문이 튀어나오게 하는데 이 경우 힘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세면 탈장해 돼지가 죽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고환을 11자로 자르고 그냥 뜯어낸다. 돼지들은 이때 꼬리자르기나 이빨자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명을 질러대며 처치후 축사로 바로 돌아간다. 이 모든 외과적 처치가 어떠한 마취도 없이 이루어진다.

 자돈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어미로부터 떨어져 다른 축사로 이동하는데 이 또한 아비규환이다. 본능적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돼지는 무척이나 무겁기에 회초리나 갖은 몽둥이로 돼지를 후려팬다. 고기로 자라나는 자돈 역시 무척이나 많이 먹기에 잘 자라지 못하는 녀석들은 바로 폐기 대상이 된다. 저자는 잘 자라지 못하는 돼지도 죽여야 했는데 닭과는 달리 돼지를 죽이는 일은 쉽지 않다. 대개 경우 망치로 머리를 치는데 축사사람들은 돼지가 즉사하지 않아도 내버려뒀다. 힘들여 즉사시키느니 저대로 두어도 더 먹지 못하고 죽는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커진 돼지를 치우는 것도 일이었다. 백 킬로 그램이 넘는 돼지를 치우는 것은 닭을 치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혹 돼지들은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기도 했는데 이때도 아비규환이 벌어진다 겁먹은 돼지들이 서로 도망치고 한곳에 몰려 깔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돼지에게 놓는 주사는 목에다 놓는다. 왜인지는 안나오지만(이래서 목살을 먹지 말라는 것인가) 주사를 잘못 놓으면 돼지의 목은 부풀어 올라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돼지들이 마지막으로 대거 이동하는 것을 출하일이다. 이 때는 돼지의 무게가 최고조에 달했기에 겁먹은 돼지를 모는 일이 엄청나게 힘들다. 때문에 돼지에 대한 폭력은 그 어느때다 극대화되고 심지어 전기 충격기를 쓰기 까지도 한다.

 

3. 개고기로 태어나서

돼지나 닭보다 개가 내는 소리가 더 큰가보다. 저자는 닭 돼지보다 개의 짖는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컸다. 개는 닭이나 돼지와는 다르게 비교적 자본이 적은 사람들이 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개의 사육에는 축산업계의 최대적인 사료값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개가 잡식성이기에 인간이 먹는 음식찌꺼기를 먹기에 가능한 일이다. 개 사육장에서는 음식점을 돌며 소위 짬을 수집한다. 학교가 최대 고객인데, 음식의 질과 양이 많고 보장되고 웬만하면 망하지 않는 장기 고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는 방학이 있어 다른 음식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짬을 치우며 오히려 돈을 받는다.

 이런 구조이기에 정부는 동물단체와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개고기 사육장을 어찌하기 힘들다. 사실상 음식물 처리에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인 사료는 나름의 발효과정을 거쳐 개에게 제공된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형태와 냄새의 음식이지만 평생 그것만 먹어온 개들은 이를 탐식한다. 간혹 닭발이나 버려진 소세지도 제공되며 이는 특식이다.

 개에게는 짬이 조절되는데 이는 살이 찌면 찔수록 좋은 닭이나 돼지와는 다른 점이다. 이는 개고기 시장에서 기름기가 너무 많거나 마른 개고기가 선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고기 시장에서 마블링은 적인 셈이다.

 개 사육 역시 케이지에서 이루어진다. 녀석들은 평생 여기 갇혀서인지 저자가 불쌍히 여긴 개 한마리를 잠시 풀어주자 오히려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는 축산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도축 역시 잔혹하게 이루어지는데 주로 전기봉으로 개를 죽인다. 개는 자신의 주둥이로 다가오는 막대기를 무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전기봉을 물게 한 후 죽이는 것이다.

 개는 죽인 후 토치로 털을 그슬린다. 이는 털의 이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개의 해체도 사육장에서 행해지는데 이 과정이 매우 비위생적이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행해지기 때문이다.

 개가 도축되는 수는 생각보다 놀라운데 정부는 대충 연간 백만마리가 식용으로 유통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돼지나 닭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놀라운 수치다.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4. 그 안에서의 차별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철저한 잔혹함도 지적하나 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의 고통도 드러낸다. 우선 철저한 비위생이다. 동물에게 주사를 놓는 것을 인부가 하며 이 과정에서 동물수십마리에게 놓은 주사에 찔리기도 한다. 이런 것에 대한 처치는 없다. 또한 축사는 매우 지저분함에도 마스크나 분진제거를 위한 설비는 거의 없으며 심지어 샤워시설도 축사에 없는 경우가 많다. 있어도 저자는 온수가 없어 찬물샤워를 했다.

 또한 농축산없의 어려움 때문인지 최저임금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어 이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노동을 하고도 2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았다. 급여가 적다보니 한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지 않아 외국인의 노동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여기서도 차별이 이루어져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 간에는 수십만원의 급여차가 존재했다.

 또한 한국인 사용자나 관리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반말을 하고 함부러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래서인지 외국인도 이직율이 매우 높았으며 그래서인지 한국인 사장들은 어쩌다 저자처럼 이 바닥으로 들어오는 한국인 젊은이들을 주로 감언이설로 정착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고 한다.(그려려면 대우가 좋아야하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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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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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가장 인기 좋은 하라리를 필두로 제러드 다이아몬드와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일본인이 인터뷰한 책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쓸데없이 일본 관련 질문이 많다. 이는 책 논지의 보편성을 다소 흐리기도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더 문제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책의 깊이가 다소 얕댜는 점이다. 다소 실망한 이 책의 논지의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있다.

 과학기술이 20세기 들어 크게 발달하며 당세기는 물론 21세기에도 엄청난 변화를 이끌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인류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3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인공지능과 100세시대, 그리고 민주주의의 파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업에서조차 자동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인간 지적노동의 상당부분까지 기계로 대체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미래 사회의 큰 위기로 다가온다. 세계인구는 날로 팽창해가고 소비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정작 이들의 소득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실제 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현 3-40세 세대는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더 적은 재산을 축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모두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것이지만 그자체가 문제라기 보단 그 기술을 특정계층의 사람들이 독점하거나 사용하게 되면서 증가한 노동생산성이 일부에게만 집중되어 일어난 결과다. 인류전체의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일부만 독점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래사회는 상당한 무용계층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이미 핀란드에서 실행한 기본 소득제도가 언급된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경우 누가 수혜를 입을 것이며, 또는 얼마나 돈을 줄 것인지가 역시 문제로 대두된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일 자체가 주는 인생의 의미와 재미를 과연 기본소득을 통한 정치, 오락, 교양활동만으로 대체할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다음은 100세시대다. 이미 한국의 경우도 남성은 80세 여성은 86세정도까지 평균수명이 올라가 있으며 21세기나 20세기 후반에 태어난 인간은 100세정도까지 살수 있으리란 기대가 사회전체적으로 팽배해있다. 건강의 수준도 눈에 띄게 올라가 지금의 나이는 0.8정도를 곱해야 20세기 중후반 세대의 나이와 비슷해진다. 지금의 40세는 1970-80년대의 32세 정도의 활력과 느낌, 건강수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더 심해질 것이다.

 문제는 이 긴수명의 대가가 저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빙식이던 교육을 통한 취업준비와 30-40여년간의 회사생활, 은퇴의 3단계 라이프 공식은 이미 깨어졌다. 취업준비 기간은 매우 길어졌으며 반면 회사생활은 매우 짧아졌다. 그리고 준비는 없는 반면 은퇴이후의 죽음까지의 시간은 지나치게 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사고의 유연성과 학습능력 및 적응력이 떨어진 4-50대가 새로운 기술을 배워 첨단 직업시장에 다시 도전한다는 것인 인지적, 정서적으로 매우 버거운 일이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책의 전문가들은 노인 인력의 활용을 강조한다. 많은 주요선진국에서 인구가 감소하며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겪고있는데(일본이 그렇다) 정년을 늘려 경험많은 노인인구를 노동력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선 정년이 65세로 연장된데 이어 벌써 70세 연장론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은 민주주의의 파괴다.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는 배부름위에서 번성한다. 실제 지구상 국가중 시민개개인의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들인 일본을 제외한다면 이미 상당수준의 민주주의를 구가한다. 이는 곧 경제적 위기와 쇠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과거68혁명세대는 새로운 세대를 꿈꿨지만 그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든 70년대는 케인즈 주의가 종언을 고한 경제적 위기의 시기였다. 그리고 그들의 사회변혁과 민주적 열망도 감퇴했다.

 지금도 그런 위기가 오고 있다. 전세계적 경제위기와 자동화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는 주요 선진국의 정치질서를 보수적으로 바꾸고 있다. 유럽연합의 주요국이 그런 변하를 겪고 있고, 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했다. 미국은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한국의 정치권도 경제적 위기와 더불어 막말을 일삼는 보수쪽으로 빠르게 지지층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더불어 기존 주요 선진국들의 중산층을 계급화하고 빠르게 보수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의 중심축으로 여겨지며 과거엔 기득권으로 여겨져 계급으로 인식되진 않았지만 최근 경제적 위기,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 선택으로 빠르게 계급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백인남성들이 그러한 경향을 보이며 트럼프를 선택했고, 유럽의 각국들도 20세기 후반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보수적 언행을 일삼는 극우정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한국역시 마찬가지여서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지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민주주의의 파괴는 국소적인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인종주의로 변질되어 전세계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산적한 지구촌의 현안들을 더욱 뒤로 밀어버려 장기적으로 인류전체에 악영향을 끼칠께 분명하다. 실제 트럼프는 기후변화협약을 무시해버렸다.

 민주주의 파괴 부문에서 다소 아쉬운 것은 이를 과학기술의 발달과는 연계를 하지 않고 질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모든 사물의 연결과 감시는 개인 자유를 침해하고 기업과 정부권력을 생각보다 비대하게 만들수 있으며 민주주의의 파괴로 이어질수 있다. 재밌는 것은 이게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인데, 내 몸속에 스마트폰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칩을 심어 나의 건강정보와 소비패턴, 보안등이 관리되어 막대한 혜택을 입는 대신 나의 사생활이 다소 침해된다면 상당수 사람들은 이 경우 혜택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미 우리는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켜서 이런 행동을 다소 하고 있다.)이를 같이 언급했다면 보다 수준 높은 인터뷰가 되지 않았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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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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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은 94년 설립해 인터넷 서점에서 시작하여 거의 모든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한 미국의 기업이다. 이런 아마존에서 12년간 아마존에서 일한 한국인이 쓴 책이 이것으로 아마존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내부사정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놀란 점 첫번째는 아마존의 사원 평균 근속 기간이 1년대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짧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이나 유럽연합에 비해 고용유연성이 상당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IT업계에서는 그 정도가 매우 심했다. 쉽게 나가고, 이직하고, 경력을 쌓아서 돌아오는등 입퇴직이 매우 자유로웠다. 그래도 아마존의 사원들은 적어도 4년은 버티려고 하는데 그 때가 처음 입사할때 주기로 한 아마존 주식을 모두 챙길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마존의 근무환경은 매우 경쟁적이다. 호봉제는 언감생심이고 철저히 능력제로 평가하며, 자신에 대한 평가와 동료들의 평가가 인사고과에 적용된다. 또한 모든 프로젝트가 서로 분업되어서 개개인의 성과가 그대로 민낯으로 드러난다. 이런 상태이니 분위기는 서로 매우 협력적이면서도 경쟁적이다. 그리고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연수를 받게 되거나 매니저에게 불려나가 해고당하기도 한다.

 업무도 매우 많은 편인데, 근퇴를 자유로이 하고, 개인 사정에 따라 근무형태도 매우 자유롭지만 항상 업무성과에 시달린다. 저자는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아마존은 사원 개개인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짜내는 느낌이다. 이점은 한국과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인데,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아마존이란 기업이 철저히 소비지 중심이라는 점이다. 한국기업의 노동착취는 기업사주의 이득을 위해서인 경우가 많지만 아마존의 경우는 배조스 회장이 아니라 아마존의 발전과 아마존의 이용자들의 편익을 위해서라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아마존은 주가와 매출이 지난 20여년간 엄청난게 올랐음에도 순이익은 큰 변화가 없다. 이는 배조스 회장이 아마존의 이익을 대부분 다음 프로젝트나 연구개발비로 투자가힉 때문이다. 때문에 아마존의 기업 순이익과 성장은 2020년이후에 더욱 대단해질거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고 한다.

 소비자 중심인 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마존은 사원들에게 식사도 무료로 제공하지 않으며 복지도 애플이나 구글에 비해 미약하고, 심지어 자사 제품마저도 쉽사리 직원들에게 주지 않는다. 이것 역시 기업내의 비용을 최대한 아껴 이를 소비자에게 편익으로 제공하려는 철학이 자리한다. 제법 독한 기업인 셈이다.

 읽고보니 아마존은 매력적이지만 가고 싶은 기업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강한 업무강도와 기업의 방향성을 사원을 알기 어려받는 점과 짧은 근속기간과 복지의 부족은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 편익이 기업사주가 아닌 세상을 바꿔나가고 회사의 발전과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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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박소연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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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디에 속하든 일은 해야한다. 하물며 가정도 일이있다. 육아나 살림, 경제부터, 챙겨야할 시댁과 처가 및 가정 대소사까지 있다. 그리고 내가 개인사업자라도 여러가지 일이 있다. 가게세부터, 원가절감, 광고, 상품개발, 알바관리에 진상손님까지.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가 일을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 제한된 시간에 나라는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걸 잘해야 나의 개인적 시간과 어느정도의 행복이 보장된다.

 여러사람이 여러관계로 맞물린 직장은 더하다. 여기선 나만 잘하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직책에 따라 내 밑사람과 윗사람과 보조를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리고 직장에서의 일 잘하는 법이다. 간단한데 간단하진 않을 것이다.

 일단 상사들과의 이야기를 중요시한다. 상사에게 말을 할 땐 구체적이고 요점을 상세히 말해야 한다. 저자는 한국의 상사들이 모두 후천성 성인 주의력 결핍 증후군환자라고 진단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상사들은 직급이 올라가수록 대하는 사람과 다루는 업무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들이라고 모든 업무를 다 섭렵한게 아니니 최대한 간단하고 명료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상사의 업무협조나 지시를 받을 땐 귀찮더라도 질문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사가 다음달에 진행할 직원 워크숍을 준비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라고 한다면 그도 이걸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 맞게 준비 및 보고를 해야한다. 회장에게 상사가 보고하는 것이라면 회장이 중요시하는 걸 파악하고 상사에게 그에 걸맞은 보고가 가능한 브리핑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장은 이야기 뿐만 아니라 문서도 중요한다. 문서에는 크게 기획서와 계획서, 제안서와 보고서가 있다. 이중 정보전달과 관련한 것은 보고서. 설득하는 것은 기획서와 제안서이다. 직장인들이 글쓰기가 힘든 이유로 저자는 학교글쓰기와 직장글쓰기의 차이점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의 글쓰기는 내가 주체이며 내가 이 사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내 생각이 논리적임을 말하는 것이 중심이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글쓰기는 정 반대다. 일단 주체가 내가 아닌 당신들이 되며, 상대방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내 생각이 옳다기보다는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리는게 중요하다. 포인트가 정 반대인 것이다.

 이런 글쓰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서는 골격으로 1+3규칙을 말한다. 하나의 키워드에 세가지 스토리가 붙은 형식이다. 우리나라가 숫자 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인간은 세개의 형태로 로직트리가 구성되어가는 형태를 가장선호한다고하며, 실제로도 많은 이야기와 글이 이러한 형태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나는 우울히다'라는 키워드에 그 원인으로 몸, 마음, 관계가 붙을 수 있다. 또한 몸에는 체중증가, 수면장애, 아토피재발 의 스토리가 붙는 것이다.

 책은 간단하면서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구현은 매우 어려운 이런 요소들을 강조한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강조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에게 업무를 강요하거나 떠넘기는 동료및 상사에겐 선을 그을 것을 강조하며, 적절한 선에서의 위력행사도 강조한다. 욕이나 폭행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스트레스로 직장을 안나오거나 회사내 옥상으로 나가버리는 행동등이다. 이런 위력행사는 작은 것 같지만 상사나 동료에게 부담을 주기에 떠넘기를 줄여준다. 또한 최고의 상사관리는 그를 승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업무협조나 일을 잘해 그에게 이익을 주는 이에겐 아무도 함부러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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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손탁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3
정명섭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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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탁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함께 구한말 조선에 들어온 사람이다. 실권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지만 대한제국의 고종 및 명성황후와 친해졌고, 이 과정에서 고종황제에게 땅을 받아 손탁호텔을 건립한다. 이 호텔은 당시 거의 유일한 서양식 숙소이고 손탁이 운영하였기에 대한제국이 망하기 전까지 유수의 외국인 인사들이 머물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를 헤이그 특사와 연결시킨게 이 소설이다. 시기는 1907년으로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누구나 조선의 명운이 얼마남지 않음을 직감하는 시기였다. 이런 과정에서 고종황제가 썼던 마지막 카드가 헤이그 특사였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회의에 특사를 파견하여 일본의 부당함을 알려 독립을 유지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소설에는 배정근이란 16세의 소년과 이화학당에 다니는 이복림이라는 동갑내기 소녀가 나온다. 배정근은 아버지가 돌아가서고 고종의 시위대 소위인 형의 소개로 손탁호텔에서 일하게 된다. 이복림은 서자이면서도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에도 이화학당에 입학하여 미국으로의 유학을 꿈꾸는 소녀다.

 배정근이 호텔에서 일하면서 호텔 일에 적응해나가던 때 이토히로부미와 이완용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묶은 후 갑작스레 손탁여사가 호텔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손탁은 중국의 청도로 향한다는 편지만을 남겨놓았는데 여러모로 이상한 정황이 많았다. 이에 배정근은 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손탁이 중국을 향한게 아니라 납치되었거나 어딘가에 은신했을 거라 생각하고, 영어가 가능한 이복림과 더불어 손탁을 찾아 나선다.

 복림과 정근이 만난 사람들은 손탁의 지인으로 대한매일신보를 만다는 베델과 선교사 헐버트였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손탁의 행선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린 정근은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알게된다. 조일수호통상조약을 맺은 미국은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이미 조선을 일본에 내어주고 필리핀을 얻었으며 조일수호통상조약의 상호방위 부분을 지적한 조선 조정과 헐버트의 항의도 묵살한 상태였다. 거기에 영국은 러시아만을 제지하느라 일본의 위험성은 알지못하고 일본과 협력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남의 노름에 조선 백성들은 자신들의 처지도 모르고 차츰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손탁의 행방은 정근에게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손탁이 가까운 궁궐안에 숨어있음을 알게 되지만 접근조차 쉽지 않다. 친러반일성향의 손탁의 거취는 일본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호텔내 일본첩자와 협력자들의 얽힘속에서 정근은 손탁을 만나고 손탁이 황제의 밀서를 이준에게 넘기려 함을 알게된다. 헤이그 특사의 시작인 것이다.

 정근과 복림, 손탁의 노력으로 우여곡절끝에 성공한 헤이그 특사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고종황제는 이토와 이완용의 협박으로 퇴위하고, 그 결과 손탁은 궁궐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거기에 시위대는 해산명령을 받아 정근의 형은 이에 저항하는 무력시위에 참여한다. 이나라에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자신의 거취에 위협을 느낀 손탁은 정근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로 향한다. 

실제 역사는 손탁이 1909년에 호텔을 정리하고 한 조선인을 프랑스로 데려갔는데 이 아이는 프랑스에 정착해 프랑스인과 결혼하여 4남1녀를 두었다고 되어있다. 작가는 이 부분고 손탁의 역사적 위치를 이용하여 이 소설을 쓴 것이다.  재밌고, 안타까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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