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검찰 - 괴물의 탄생과 진화 대한민국 권력 비판 3부작
최강욱 지음, 김의겸 외 대담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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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정부조직중 검찰만큼 뜨거운 감자가 있을까? 책에서도 말하는 것처럼 역대정권마다 항상 각종 정치적 사건을 일으키고 또 개혁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일반 시민들도 검찰을 향해 조소와 엿을 날리기도 하지만 개천에사는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선망과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검찰에 대해선 일반 시민들은 상당히 오해가 많다. 우선 검찰을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법부로 생각하는데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된 삼권분리의 민주주의 정부형태에서 검찰이 소속된 법무부는 분명 행정부다. 즉, 검찰조직과 검사는 행정부 소속이며 그것도 별도 조직이 아니라 법무부의 일환에 불과한 것이다. 간혹 변호사나 판사도 사법부로 여기는데 판사는 법원소속이니 사법부가 맞지만 변호사는 개인사업자다. 즉 민간인.

 이런 검찰에 대한 오해는 검찰이 그간 정부와 한통속이 되어 권력화한 것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오해가 검찰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걸 당연시하거나 정당화하게끔 하는 역할도 하므로 정말 되먹지 못한 양의 피드백이라 할 수 있다.

 책 권력과 검찰은 이런 검찰 권력에 대해 그곳에 몸담았거나 잘 아는 전직 판사나 기자, 검사 출신의 5명과의 인터뷰로 구성된다. 검찰의 문제점과 과거사. 개혁방안 등을 다루는데 같은 개혁방안에 대해 서로 다른말을 하기도 해 흥미로우면서도 혼란스러웠다. 간단히 내용정리를 해봤다.

 

1. 검찰이 이렇게 된 이유

지금의 서슬퍼런 위세와는 달리 해방초기만 해도 검찰은 그야말로 허접했다. 그것은 일제의 정책때문이었는데, 군사정부이다보니 자국에서도 그렇게 식민지인 한국에서도 그렇고 정적이나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제대로 된 공소절차를 거치기 않았다. 거기에 수사 역시 고문과 강압에 의해 이루어지다보니 사실상 수사 및 모든 일처리가 경찰에 의해 이루어졌다. 때문에 해방직후 한국 역시 검찰은 매우 미약했고, 친일경찰이 장악한 경찰력이 매우 강했다.

 법적으로 초기에 검찰에 많은 권한을 준 이유는 이런 과거사 배경도 한몫했다고 한다. 기껏 파견한 검사의 말을 경찰들이 우습게 여기던 시기였다고 한다.

 독재정권이 들어서며 검찰의 위치는 본격 달라진다. 공소권에 수사권까지 장악하고 있는 막강함은 독재정권에게 매우 강력한 유혹이었다. 독재정권은 갖고 있는 인사권을 무기로 검사를 휘두른다. 물론 인혁당 1차사건을 검찰이 공소하지 않은 미담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검찰은 그야말로 권력의 시녀였다. 하지만 좀 다른 모습도 있었는데 검찰은 자신들이 소위 잘나가는 엘리트라 생각하고 군인 집단인 현 독재정권과 자신들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간혹 민주적 사고보다는 이런 엘리트부심으로 인해 독재정권과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고 한다. 영화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서 검사가 독재경찰과 엇박자가 나는 모습은 바로 이런 성향의 일환이 아니었을지.

 어쨌든 그러다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물러나자 잠시 흔들리는 듯 했으나 노태우가 정권을 이어받으며 이런 행태는 계속된다. 하지만 김영삼때부터 기조가 잠시 변화하는데 대통령의 성향이 그래도 나른 민주적인지라 소위 공안검사의 시대는 상당히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민주세력을 배반하고 정권을 차지한 대통령과 자신들의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검찰의 쿵짝은 서로의 필요성으로 인해 계속된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들어서면서 검찰도 본격적인 위기를 맞기 시작하는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실제로 개혁을 추진했던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의 뒷처리와 기존 세력의 저항으로 개혁이 부진했다. 반면 이런 장벽과 시간적 여유가 있던 노무현 정부는 지나치게 순진해서 실패한 경우인데 대통령이 지나치게 평검사를 믿고 이들이 권력화 하지 않은 집단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사람들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 여서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위해 보냈던 각계각층의 인사로 부터 대개 배반당하고 개혁 역시 실패로 끝난다. 

 그러다 검찰은 이명박, 박근혜라는 새로운 호황을 맞는다. 정권과의 연대에 거의 15년이상을 굶은 공안출신 검사들은 날개를 다시 폈고, 그래도 시대가 시대인지라 과거 독재시절처럼 본격적으로 지령을 받고 움직이기보다는 요령껏 맞춰주는 재주도 발휘한다. 최근엔 정치권력의 분위기를 봐서 선제적으로 사건을 만다는 경우도 있어 나름 준정치세력화 했다는 평까지도 받는다.

 

2.검찰의 개혁은 어떻게?

 -지방검찰청만 남기기

책에는 각 단계별 검찰청을 없애고 모든 검찰을 지방검찰청화하자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나온다. 실제 사법부인 법원의 경우, 국민의 권리보장을 위해 삼심제의 재판을 실행하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수직적 계층화가 되어있다. 하지만 검찰의 경우 이런 필요성이 전혀 없음에도 쓸데없이 지방검찰정과 고등검찰청, 대검찰청으로 이루어져있다. 책의 전문가들은 이런 단계를 모두 없애고 지방검찰청으로만 구성해도 검찰의 업무처리에 아무 문제가 없으며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일 역시 크게 줄일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사장과 검찰청장의 직선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각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들, 그리고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 이들은 모두 국민이 직선하여 뽑는 선출직들이다. 물론 선거 때뿐이고 이후에는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용하곤 하지만 어쨌든 그 순간만큼은 국민의 눈치로 보고 교체되기도 한다. 하지만 삼권중 유일하게 사법부인 법원에는 선출직이 없으며 행정부 소속인 검찰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런 법원과 검찰의 중요직책을 선출직으로 하면 보다 조직이 개혁되지 않을거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찬성하는 전문가는 위와 같은 논리를 펴고 반대측은 결국 검찰조직을 잘 아는 사람이 수장에 올라야 개혁도 가능하며, 우병우 같은 자가 뽑히면 어떻할거냐는 반론을 펴기도 한다. 생각해볼 문제다.

 

- 공수처는 필요한가?

여기서도 의견이 갈린다. 공수처에 찬성하는 전문가는 그들만의 자정적 노력으론 이미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공수처에 찬성한다. 반대측은 공수처 역시 또 하나의 막강한 검찰 기관을 만드는 셈이고, 이로 인해 대검처럼 언제든 권력에 의해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이 추천한 공수처장을 국회에서 검토하는 방안이 있다곤 하나 그 역시 완벽하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는 국회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 수많은 잘못된 인사를 경험한바 있다.

 

- 검찰 개혁의 공통점은

구체적인 방안은 상당히 다르지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는 검찰의 힘빼기다. 결국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독점함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을 빼야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수사권을 다른 나라처럼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대한 법원의 태도도 문제다. 사건처리에 있어 법원은 피의자나 경찰이 쓴 사건조서는 증거로 거의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검사가 작성한 사건조서는 강력한 증거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장에 인권을 무시하는 강압적 수사를 자행해 피의자가 자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의식도 강조한다. 시민은 검찰을 겁내면서도 그 권력의 의탁하고 싶은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다른 공무원집단처럼 자신들을 위한 서비스 집단으로 인식하고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의 과거와 지금, 그리고 개혁방안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과거 독재정권시절의 많은 과오에 대해 경찰이나 법원, 심지어 군대까지 상당히 많은 기관들이 사과를 하였지만 오로지 하지 않은 곳이 검찰이라고 한다. 그들의 엘리트 의식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게 검찰이니 개혁 역시 자기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한다.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힘빼기와 더불어 타율에 의한 개혁, 그리고 시민사회의 강한 동의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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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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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도 제법 가난하다는 인도. 그리고 인도와 종교적 이유로 갈등을 겪는 파키스탄. 두 나라의 북쪽 접경 지대에 있는 곳이 오래된 미래의 장소 '라다크'다. 라다크는 제법 오지이고 인구도 적은 편이며 고원으로 주변에 고립된 지역이라 10세기 경부터 거의 19세기까지 독립적 세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인도에 편입된 이후, 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지역 그리고 그에따라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만나는 지역이 되었다. 때문에 이 지역은 양국, 그리고 호시탐탐 카슈미르 지역을 노리는 중국까지 해서 꽤나 민감한 곳이다.

 작가인 헬레나 노르베리는 자신의 거주지인 북유럽과는 정말 판이하게 다른 이곳에서 생활하며 라다크에 대해 느끼고 라다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한 책이 오래된 미래다. 라다크는 일년에 8개월이 겨울일 정도로 추위가 혹독하면서도 여름엔 상당히 더운 지역이다. 강우량이 거의 없어 히말라야에서 녹아내려오는 물에 의존하며 여러 종류의 가축을 키운다.

 이런 혹독한 장소에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해법을 찾았는데 우선 상당히 낮은 인구밀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땅의 인구 부양력이 낮기 때문이다. 방법은 두가지인데 사회적인 것인 특이하게도 일처다부제이다. 한 여인이 여러 남편을 두다보니 일부다처제에 비해 인구가 쉽사리 늘지 않는다. 다른 한 방법은 종교적인 것으로 불교에 의해서다 티베트 불교에 강한 영향을 받은 라다크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거의 비구니가 되며 남자들 역시 한 집에서 거의 반드시 한명 정도의 승려를 배출한다. 거기에 불교는 검약의 계율을 강조하기에 이 두가지 방식으로 라다크는 낮은 인구압으로 사회를 평화적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유지해왔다.

 사람들은 대부분 문자를 모르지만 그럼에도 모두 정치적 참여가 가능하며, 정치지도자는 선출되고 1년마다 갈아치울수 있으며 연임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들에 대한 사유개념도 약해 공동시설의 소유자가 있더라도 거의 관리자로 여겨지며 사람들은 그것들을 자유롭게 쓰고 약간의 사례를 남긴다. 우리의 두레같은 조직도 있어 4개월여의 농사기간동안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다.

 거의 모든 물건은 자급자족하며 자주 축제가 열리며 누구나 춤을 추고 노래한다. 지도층은 남자로 보이지만 여권이 상당한 수준이며 땅이 적은 관계로 한 집안의 땅은 반드시 장남에게만 상속된다. 라다크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며 남여가 상당히 평등하고, 경쟁이 없고 사실상 거의 평등하며, 실업이란 개념자체가 없다. 화폐경제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화폐를 사용하는 경우는 자급자족인 라다크에서 나지 않는 귀금속이나 설탕, 소금 등을 사는 경우다. 분쟁도 자율적으로 해결하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다투기보다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런 지상낙원(?)같은 라다크의 이야기는 1975년 이전의 이야기다. 라다크 역시 글로벌 경제로의 편입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이 지역은 주변 각국에 매우 민감한 곳이다. 화폐경제가 도입되었고, 서구의 방송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이들은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곧 서구에 지배당한 다른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국문화를 부끄럽게 여기기 시작했고, 서구사회를 동경하고 모방했다. 직업을 찾아 도시로 떠나갔으며 실업이란게 처음으로 라다크에 생기기 시작했다. 자급자족 경제도 무너졌다. 라다크의 통밀보다 값싸고 맛 좋은 외국산 밀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신발이나 옷등 도 합성섬유제품이 차지했다. 이들을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해졌고, 농업역시 이런 작물들을 키우느라 농약과 비료, 종자에 의존하며 무너지고 더욱 가난해졌다.

 사람들의 민심도 변한다. 경쟁적이고 분쟁이 잦아졌으며 사유재산이 생겨났다. 공공개념이 희박해졌고, 여성의 권리도 낮아지며 자의식도 떨어졌다.

 헬레나 노르베리는 3장에서 반개발과 탈중심화를 주장하며 라다크가 어찌보면 제 3의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 그는 이런 물질적 진보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자급자족적이지 않아,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지나친 낭비와 환경파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이런걸 해결해줄거라는 낙관론도 경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물질적 풍요가 주는 모든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라다크는 영아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으며, 물질적으로도 결코 풍요롭진 않았다. 거기에 문맹률도 심하며, 전통적인 삶이 좋긴 하지만 젊은이들이 자아를 펼칠만한 곳도 아니다. 때문에 헬레나 노르베리는 물질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공통체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자급자족적 경제의 부활과 친환경적 삶을 제시한다. 자영농의 부활, 그리고 에너지원으로 태양에너지의 사용도 제안한다. 책에서 그는 이런 노력을 계속했지만 책이 나온지 꽤 오래된 지금의 시점에서 라다크가 어찌되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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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24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다크도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지 못할 거예요.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의 가치관도 달라져요. 젊은 세대가 외부 문화에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라다크가 옛 모습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 거예요.

population 2018-05-24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명의 발달이 오히려 인류의 퇴보 같기도 하네요.

sprenown 2018-05-25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라다크가 많이 알려져 관광객도 늘고 자본이 밀려와 이책에 소개된 라다크도 이미 ‘오래된 과거‘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닷슈 2018-05-25 11:07   좋아요 0 | URL
그럴거라 예상했지만 역시나군요 안타깝습니다
 
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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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말한 대로 검사는 애증의 대상이다. 아내의 사촌이 검사가 되어 결혼을 하였는데 그의 아내될 사람 역시 변호사였다. 폼나게 법원에서 결혼을 하였는데 주례를 맡은 로스쿨 법대교수의 주례사도 인상적이었다. 두사람다 법조인으로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쉽게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며 겸손하게 살라는 것이었다. 여러 주례를 들어봤지만 너무 잘난걸 티내지 말라는 주례는 처음이어서 색달랐다. 그만큼 법조인 특히 검사는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검사는 의외로 사실 공무원인데 일반 행정적과는 다르게 급수가 없다. 공무원들 중에는 이렇게 급수가 없는 공무원이 좀 있는 편인데 검사의 경우는 책을 보니 무려 3급공무원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공립학교의 평교사들이 7급 정도의 대우를 그리고 지역의 면장이 5급인걸 생각한다면 상당한 대우다. 하지만 권력이 강하면 부패도 일어나는지라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재벌이나 정권과 결탁하여 떡검소리를 듣는 것도 검사다.

 저자는 이런 본인의 검사생활을 썼다. 읽다보니 검사생활에 대해 좀더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평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으로 이어지는 라인이나 지청 등의 개념도 알게 되었다. 그들이 겨우 2년마다 자리를 옮겨야 하고 그로인해 그 빈큼이 수사 공백으로 이어지거나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들의 케이스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악랄한 범죄자들의 수법은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어이가 없었는데 이런 이들의 생태와 정신세계를 여러 가지 비유로 재밌게 표현하는 서술의 이 책의 독특한 재미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났다면 이 책 역시 그저 사회적으로 관심받는 직종세계를 표현한 여느 평범한 드라마들과 차별성이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의 차별성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법조계의 근원적 문제점을 잘 드러낸 점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지나친 고소인 중심의 법체계다. 주진우 기자도 그의 책 사법활극에서 지적했듯 사람이 마음 먹고 다른 사람을 고소하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괴롭히기 쉽다. 고소는 자유롭고 그들의 고소할 권리는 무한정 보장되는 반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의 권리는 크게 보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균형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법체계에서 가해자의 권리는 상당히 보장하는 한편 피해자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비교적 당연하게 생각하는 형법의 경우도 그렇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피해자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보복할, 혹은 응징할 자신의 권리가 모두 국가에 위임된채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그 회복과정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적극 참여시킨다고 한다.

 이처럼 가해자나 고소인 중심의 체계는 과거 국가권력이 지나치게 강대하여 생겨난 부작용인데 세월이 충분히 지났고, 어느 정도 민주사회가 성숙한 만큼 돌이켜볼 제도인 듯 하다.

 또 다른 것은 사법부의 비 민주성이다. 민주국가는 삼권분리의 체제로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로 구성된다. 행정부의 최고 수반인 대통령과 각 지자체의 단체장, 그리고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과 지자체 의원은 모두 국민의 손으로 뽑히며 견제된다. 반면 사법부는 전혀 국민의 손을 거치지 않고 시험을 통해 선발된다. 김웅검사는 이것의 비민주성을 지적한다. 이런 부분을 오랫동안 당연히 생각해 와서 읽으면서 무척 부끄러웠고 깨달음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판사의 80%가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행정권력인 검사를 판사가 견제하며 사법 권력인 이 판사를 국민인 배심원이 견제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뒤늦게나마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했지만 판사가 배심원들의 판결을 거부할수 있다는 점에서 큰 한계가 있다.

 마지막 하나는 국민의 재판을 결과에 불복할 권리다. 우리나라의 재판은 행정은 2심 일반 민사나 형사는 3심제다. 물론 재판이 3심까지 갖어도 재판에서 판결의 근거가 된 증인이나 증거에 대한 재판을 새롭게 걸수는 있다.(이런 식이면 사실 무한의 게임인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 3심재판이면 사실상 개인이 더 나아가기는 힘든 형국인데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재판결과에 대하여 헌재에 불복소원을 할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재판결과가 헌법재판소의 소관이 아닌데 이 것이 결정된 것도 87년체제에서 전두환의 잔당인 민정당이 한 짓이라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검사의 생활과 기가 막힌 범좌자들 우리나라의 비균형적인 가해자 중심과 고소인 중심의 법체계, 그리고 사법체계 자체의 비민주적 요소를 많이 깨달을 수 있었다. 문체도 상당히 재밌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김웅검사는 진화론과 행동경제학, 그리고 여러 사회과학 및 철학적 인용을 본문에서 많이 한다.)이 드러나 있어 책이 더욱 깊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을 접하다보니 인간에 대한 깊은 호기심과 통찰력이 그를 다양한 독서의 길로 이끈 것 같다. 물론 본문을 보면 어릴적부터 책 귀신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유익한 책이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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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 2018-03-18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굿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 갑질 공화국의 비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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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 교수는 정말 책을 많이 낸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인데 사실 올해 읽은 것이 아니라 작년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다. 서평을 쓰려고 책 제목을 연상했는데 그새 한해가 지났다고 책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알라딘 상품검색을 눌렀는데 강준만이라고 치니 무려 21줄이 나왔다. 강준만 교수가 얼마나 다작하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참고로 장난삼아 검색했는데 알라딘 상품검색으로 유시민씨는 6줄이 나온다. 이분도 책 많이 낸분인데 이 정도다.

 개천에서 용이 나온다라는 말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에 들어보고 해봤을 말이다. 강준만교수는 이 말이 지금의 한국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것 같다. 그리고 제법 그러하다. 책의 논의는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은 당시 남북한 총 인구의 거의 10-20%를 죽음에 이르게 할만큼 거대한 비극이었다. 이 전쟁은 이런 물리적 손실외에도 사회구조에도 큰 변화를 남겼는데 책에 의하면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사회질서의 붕괴로 기존의 기득권세력이 한 방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는 극적인 사회계층이동이 가능해졌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기반이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쟁의 참상으로 인해 전쟁이전 유교적 질서로 인해기회주의, 돈의 추구, 협잡등의 경제적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강하게 질타받아 쉽게 시도하기 어려웠던것이 전쟁을 겪으며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아 상당히 현실적으로 허용되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6.25정신인데 이것도 역시 개천에서 용이나는 것의 기반이 되며 향후 한국인들의 정신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속 성장 시대를 맞아 개천에서 용이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방 시골 출신들이 서울로 상경하여 정치인이 되거나, 판검사, 의사가 되고 유명한 기업에 취직했다. 책이 지적하는 문제는 이러한 용들이 자신이 떠나간 개천을 죽이는데 앞장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서울에 자리잡아 한국이 서울 공화국으로 나아가는데 일조했다. 자신의 토대인 고향은 개발과정에서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착취와 이용의 대상이었다. 오히려 막판에 정치판으로 나가는데 자신의 지역구로 끝까지 이용만 해먹을 뿐이었다. 평생 남으로 살았으면서 막판에 '우리가 남이가' 한 것이다.

 개천의 미꾸라지들 역시 문제다. 미꾸라지들은 자신들이 용이 되기 이미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과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또한 용을 지나치게 동경한 나머지 개천 미꾸라지 시절을 기억도 추억도 하지 않는 용들을 위해 개천의 자원을 쏟아 붇는다. 미꾸라지들이 죽어나든 말든. 지방에서 sky대학 합격이나 정부요직에 임용될때 붙는 플랜카드들. 지방의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했을때 서울에 기숙사를 지어주고 명문대 학생만 수용하는 행위, 지방의 우수학생을 지방에 남기는게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에 가야 발전한다는 착각등이 그러한 대표적 예이다.

 미꾸라지들 끼리도 문제다. 강준만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화제가 된 한국사회의 갑질문제에 대해서 용의 갑질 뿐만 아니라 미꾸라지들 간의 갑질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실제로 을들은 언제든지 갑질을 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지위에 따라 얼마든지 갑질을 해덴다. 식당이나 상점에서 마구잡이로 점원에게 갑질을 하는 행위,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부에게 하는 행위, 이주노동자들에게 하는 행위, 소규모 점포 주인이 알바생에게 하는 행위들이 그러하다.

 이는 미꾸라지들 역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신화에 빠져 자신도 역시 그러할 수 있다는 착각과 용들이 하는 행위와 신화에 메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천에 이런 미꾸라지들만 사는 이상 신화는 멈추어질수 없으며 갑질 역시 끝나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던 개천용신화를 느껴본적이 있다. 하나는 어렵게 취득한 학벌에 대한 갑부심. 그리고 드라마'하얀 거탑'을 보면서다. 하얀거탑에서 천재적 외과의사 장준혁은 수단과 방법그리고 실력을 바탕으로 마침내 대학병원 외과과장의 자리에 오르게된다. 환자순시하면 뒤에 따까리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구름처럼 따라 다니는 그 직위 말이다. 하지만 이런 장준혁이 미꾸라지중 하나에게 사소한 의료 미스를 저지르고 이를 견디지 못한 인턴에 의해 재판에 휘말린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장준혁이 재판과정에서 제발 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응원하는 마음을 갖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은 제법 충격이었다.

 그리고 용들은 예전처럼 더이상 치열하게 경쟁하지도 않는다. 과거 처음 승천했을땐 모르겠지만 이미 용이된이상 자신들의 사회에선 경쟁은 없다. 재벌 2세가 손쉽게 탈세를 통해 막대한 재산을 받는 일이나. 경쟁없이 계열사들을 통해 커나가는 회사를 물려받는일, 막대한 교육예산을 투입해 자신을 손쉽게 승천시키는 것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용들은 미꾸라지들에게 신화는 심어주면서 그들을 무한경쟁시킨다. 이런 무한경쟁은 용신화를 존속시키는 방편이 된다.

 이런 사회하나하나의 개인에게 깃들어 있는 개천용신화가 벗겨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책은 뭐 이렇다할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 같아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다. 결국은 공동체 정신의 회복과 지방중심주의가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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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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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면서 여성의 심리에 대해 분석한 책이 제법 많은 만큼 남자를 위한 그런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물론 남자의 심리를 본 것은 맞지만 내용은 대개 한국남자가 갖는 잘못된 사고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는 남자이면서도 책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분노하면서 쓴듯한 느낌을 많이 받게한다. 그래서인지 구구절절 맞고 쉽게 읽히면서도 막상 뭔가 머리를 뒤흔들만한 그런 날카로움은 아쉽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들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은 군대문화, 여성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문제, 가사에 대한 문제,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여성을 대하는 문제 등이다. 읽으면서 대부분 상당히 그렇다. 좀 개인적인게 아닌가. 이건 좀 무리한 주장인듯하기도한데...... 라는 느낌을 가지며 책을 읽었다. 워낙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 사실 하루면 읽힌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80%정도는 상당히 동의가 되는 편이었다. 물론 그게 뭔가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한국남자들이 종업원에게 이모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이에 문제를 느끼고 자신의 강의 학부생들에게 이모라는 호칭을 종업원에게 쓰는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대부분 이모라는 호칭이 주는 편안함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생각해보면 그렇다. 이모와 고모는 혈연관계상 정확히 나로부터 똑같이 떨어져 있지만 한국의 가부장적 가족관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모는 모계 친척이므로 우리 가족에 대해 영향력이 거의 없지만 고모는 부계 친척이므로 감히 남동생이거나 오빠인 우리 아버지의 가족에 참견할 권한이 있다. 그리고 사실 저자의 말처럼 고모는 결혼만 안했다면 그 대단한 시누이다. 이런 형국이니 누구나 한번쯤 고모에게 부담을 느낀 어릴적 경험이 있을테이고 마냥 상대적으로 친절하기만 한 이모는 편안한 것이다. 이런 호칭에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영향력을 찾아내는 일. 이게 사회학자가 할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음은 우리나라 아침드라마가 왜 막장인가라는 점이다. 아침드라마의 소재가 엄청난 것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지적된 일이다. 이런 전통이 유지되는 이유로 저자는 엄마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꼽는다. 엄마들의 아침은 이미 자신들의 아침이 아니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그들의 생산성과 생산성을 위한 준비로의 공부를 책임져야 하고 그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 스트레스로 막 해방하는 순간 맞닥뜨리는 것이 아침드라마다. 많이 눌린 만큼 그것의 해소도 막장이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생산성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남자들의 지저분한 밤문화도 언급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이 되는 것이 아침드라마라는 것이다. 이러니 더욱 막장에서 벗어날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주장이다. 

 남성들의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여성들, 그리고 이 책에서 지적하는 남성중심적 사고 방식의 일반적 남성들이 이 책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그리고 기분나쁘거나 도저히 동의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 읽고 알아보니 저자는 진격의 대학교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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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7-11-24 0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책 제목보고 너무 자극적인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닷슈님 글을 보면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됩니다. 상식적인 비판이라면 다소 감정적이라도 이해가 갑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반발감만 커질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무작정 남성을 혐오하는 식으로 쓰여졌다면 당연히 비난 받을 수 밖에 없겠지요. 과거 저자의 책을 의미있게 읽었기에 책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닷슈 2017-11-24 08:22   좋아요 1 | URL
좀 보기나름입니다만 제가보기엔 전체적으로 동의할만한 이야기가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