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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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2011년 알라딘 선정 올해의 책이었는데, 시대를 달리하여 다시 개정되어 나왔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눈에 들어왔던 책이지만 손과 마음이 가질 않았다. 유시민씨가 정계에서 물러나 본격작가라 돌입하던 시기, 유난히 책을 쏟아내던 때라 좀 희소성이 떨어져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이 국가를 다룬 책이기 때문이다. 난 국가를 확실히 싫어하는 편이다.

 국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와 같다. 같이 어울려 좋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북한과 비교하며 자유를 강조했던 내 나라는 사실 학교서부터 이상하리 만치 자유가 거의 없었다. 특히, 저녁 5시 쯤으로 기억하는 국민의례를 위해 모두의 시간이 멈춘기억은 정말 압권이다. 커서는 남자이고 신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강제징집 당했고 인생에 가장 빛나는 2년의 시간을 날렸다. 그것은 국가가 나에게 가한 가장 큰 폭력이었는데, 제대후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하는 장면에서 도저히 표정이 찡그려지며 할 수 없었을 때는 내가 국가를 얼마나 싫어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유시민씨의 기억은 나보다 훨씬 더하다. 어려서는 박정희를 경험했고,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로 자신이 국가의 부속품임을 인지하게 되었으며 좀 커서는 학생인데도 군복비스므레한 것에 총까지 주며 군사훈련을 시켰다. 대학에 가서 독재정권의 상황을 더욱 자각하고 시위를 하고 글도 쓰지만 그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된다. 이런 그에게 국가는 나보다 훨씬더 심한 증오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오래도록 국가란 무엇이고, 어떠한 것이 올바른 국가가 되는 길인지를 고심한 책이 이 책인것 같다. 이 책을 보고나니 국가에 대해 내가 가져야 할 생각이나 태도, 그리고 어떤 것이 올바른 국가인지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먼저 책은 국가를 4가지의 부류로 나눈다. 국가주의 국가, 자유주의 국가, 마르크스주의 국가, 목적론적 국가가 그것들이다.

 우선 국가주의 국가는 사회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외부의 침략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국가이다. 이 것들이 최우선 가치이며 국민의 국가의 부속품에 가깝고, 위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들은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홉스의 국가론이고 매우 시대에 걸맞지 않는 국가론 같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의 상당수의 국민이 이 국가론의 신봉자다. 이 국가론은 외부의 침략에 대한 집단의 보호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가장 강력한 감정인 두려움에 기반한다고 유시민은 날카롭게 지적한다. 

 자유주의 국가론에서는 개인이 중시된다. 국가의 부속품이었던 개인의 위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이젠 국가가 개인을 위해 복무하는 조직이 된다. 로크는 국가가 시민들의 동의로 성립하고 법에 의해 통치한다고 했으며 스미스는 사회의 부를 증진한다는 목표하에 국가는 어떤 자의적 간섭과 특권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밀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 기본권으로 보고 국가가 어떤 경우에도 이를 침해하면 안된다고 했으며. 루소는 국가는 영속할 수 밖에 없지만 순간순간 국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정부를 계속 바뀐다고 보았으며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정부는 언제든 전복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 이처럼 자유주의 국가론은 오늘날의 정치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나라 헌법정신에도 상당수 반영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마르크스 주의 국가론은 자본주의와 자본계급을 위해 국가가 존속한다는 날카로운 분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실제적 형태로 존속하지 않는다. 또한 마르크스 주의 국가론은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를 전복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국가를 정립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유시민은 마르크스 주의는 정치의 무력함을 내포한다는 칼포퍼의 말로 이를 정리한다. 

 목적론적 국가론은 의외로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다. 플라톤과 맹자에 의해 제시되었는데 둘의 공통점은 국가가 선이나 정의, 덕의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의 차이점은 플라톤은 국가를 지식과 지혜를 갖춘 철인이 다스려야 한다고 한 점, 맹자는 덕이 있는자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본 것이다. 

 책에서 유시민은 의외로 가장 고리타분해 보이고 현실성도 없어보이는 이 목적론적 국가론에 주목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와 다른 국가들이 가야할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유시민이 주장하는 목적론적 국가는 정리하면 정치적으로 진보자유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국가가 이루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점진적 개량주의의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복지국가이다. 

 유시민이 책에서 말하는 진보자유주의는 어떤 형태의 절대주의를 부정하며 자유, 복지, 안전, 평등, 평화, 환경등 헌법이 규정한 사회 최고의 목표 또한 최고의 가치는 모두 평등한 지위를 갖는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떤 특정한 가치를 절대화 할 경우 결국 국가주의 국가론이나 전체주의로 빠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정으로 점진적 개량주의를 옹호한 것은 혁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회상황이 있으나 혁명은 반드시 유혈과 방향성에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역시 전체주의로 빠질 개연성이 높으며 역사는 혁명정부의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같은 진보자유주의와 개량주의를 통해서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것이 유시민이 생각하는 올바른 국가이며 복지국가는 사회보험, 공적부조, 보편서비스등을 통해 시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는 그것을 목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책의 서문에서 이를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종류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고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국가라고 간단히 정의했다. 책을 읽고나서 국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것 같다. 국가라는 조직에 대한 생각, 그 방향성에 대한 생각 여러가지 등이다. 책은 확실히 자신이 국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떤 국가관을 자신이 갖고 있는지, 어떤 국가의 형태를 옳다고 여기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해보는 계기를 준다. 국가가 싫다고 해도 피할수는 없다. 내가 설사 이민을 갈지라도 나는 어느 국가에 결국은 소속하게 되며, 유시민씨가 서론부분에 제시한 것처럼 나의 한계와 경계를 상당부문 결정하는 것도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으며 책의 별점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정말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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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7-04-05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생각에 또 공감하고 갑니다. 닷슈님의 글을 읽을 때 왠지 제 글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닷슈님의 글이 이론적인 설명도 많고 더욱 깊이가 있지만요.ㅎㅎ

닷슈 2017-04-05 07:35   좋아요 1 | URL
과찬이십니다요
 
[eBook] 퇴사학교 : 이대로 회사를 다닐 수도 무작정 떠날 수도 없는 시대, 준비된 퇴사를 위한 로드맵 - 이대로 회사를 다닐 수도 무작정 떠날 수도 없는 시대, 준비된 퇴사를 위한 로드맵
장수한.신지원.김연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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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란 조직에 속해있다면 퇴사란 누구나 피할수 없다. 중간에 그만두건, 짤리건, 운좋게 정년이란걸 채울수 있던 말이다. 마치 죽음처럼 퇴사역시 누구나 피할수 없지만 죽음처럼 터부시되는 퇴사에 대해 잘 다룬 책이다. 대기업이란 곳이 입사를 할때 축하받고 퇴사를 하면 더 축하받는게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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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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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검사에서 INTJ형이 분명할 것으로 추정되는 분이 쓴글. 합리적인 근대성을 갖춘 개인주의자가 부족한 한국의 현실을 잘 꼬집었다.공감이 많이 되는 편이며 울분을 토하면서도 현실과 타협하는 소시민적 모습이 더욱 현실적이고 와닿는 편이다. 이분이 올해쓴 전국의 부장들에게 쓴글을 단연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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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2-2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일 빡센 성격인데요. INTJ라면. 저자가 완벽주의자인가봐요.

닷슈 2017-02-21 20:38   좋아요 0 | URL
intj같긴한데 완벽은 아닌듯해요

2017-02-21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7-02-21 20: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는 힘있는자들이집단주의를 자신의 이기주의로 쓰고있는듯해요

머꼬 2023-07-06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티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
조지프 나이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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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세계를 지배한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 시기는 전문가마다 다르지만 소련과 양강을 구축한 세계제2차대전 이후부터 지금까지로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한 견해다. 우리역시 천조국은 과거 중국에서 미국으로 자연스레 바뀐지 오래이며 이미 누리꾼들은 사이버공간에서 미국을 천조국이라 일컫는다.(이걸 중국애들이 보면 얼마나 웃길지.)

 저자는 이런 미국에 도전할 만한 세력으로 유럽연합,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을 언급하며 하나하나 여러 내외부의 요인으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본다고 일갈한다. 여기서 여러요인은 인구, 영토, 지정학적 위치, 정치체제, 군사력, 세계적 네트워크와 영향력등 여러가지다. 보통 두가지로 구분했는데 소프트 파워와 하드파워라고 저자를 말한다. 하드파워는 경제력, 군사력, 인구등의 요소이며 소프트 파워는 정치체제와 동맹국간의 네트워크다. 한국이 미국의 네트워크에 편승해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성장한 것이 예로 볼 수 있다.

 위의 잠재적 미국의 경쟁자중 중국을 가장 위협적으로 보기에 중국에 관해 한 장을 할애하긴 하지만 역시 위 요소들을 하나하나 들며 조목조목 중국이 미국의 적수가 되기는 어려움을 역설한다. 경제력이 앞설것은 상당히 자명해보이지만 경제력만으로 그 나라의 종합적 국력을 넘어서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미국이 중국에 앞서는 요소는 실로 다양하다. 가까운 시일에 총생산이 뒤지더라도 일인당 소득은 중국을 한참 상회하며(저자는 일인당소득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영원히 못따라 갈지도 모른다고 한다.), 장차 주변 라이벌 국들이 인구가 감소함에도 미국은 인구가 증가하며, 막강한 군사력과 주변에 이렇다할 강적이 없는 지정학적 위치, 거기에 높은 문화력과 교육력, 거의 반세기 동안 세계에 구축해놓은 동맹과 그 네트워크, 또한 새로운 공법의 발견으로 천연자원의 확보에 있어서도 상당한 자생력을 갖추었으며 충분한 식량자원, 그리고 4차산업에서의 엄청난 경쟁력이 그것들이다.

 반면 중국은 매우 암울하다. 주변에 인도와 러시아, 일본이라는 강력한 경쟁국들이 산재하며 인구는 감소추세, 거기에 과거 전통문화를 우수하나 현재는 매우 빈약하고 교육수준역시 아직은 낮다. 또한 네트워크 역시 매우 제한적이며 지나친 자국중심주의로 주변국들의 적대감이 높아졌다. 또한 식략및 천연자원이 매우 부족하여 해상무역에 의존해야 하며 그 루트역시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지 않다. 거기에 아직 군사력이 미국에 비해 한참 모자라며 환경문제와 민주주의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미국이 좀 쇠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세기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은 분명하며 중국역시 무시하기는 힘들어도 이러한 미국을 넘어서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

 다 읽고나니 그러면 이러한 둘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경제적으로는 이미 우리에게 제1의 교역국은 중국이며 미국보다 지리적으로 훨씬 가깝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경제적으로 중요하며 일본의 패전이후 우리는사실상 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형태이고 미국의 네트워크 하에 있는 동맹국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양자를 조심스럽게 저울하며 국익을 최대한 실현하고 안보를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있다.

 그래서 그 대단한 박근혜도 미국의 눈치를 다소 볼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전승절기념에 과감히 갔던 것이고, 시진핑도 한국이 너무나도 필요하기에 박을 과감히 앞라인에 배치했던 것. 하지만 사드배치에 너무 일방적으로 미국편에 섬으로서 중국에게 얻어낼 많은 협상카드가 사라졌다.

 사드를 빌미로 서해안의 경계를 확정하는 카드로 쓸수도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통일을 위한 중요한 카드로 사용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나라의 정권은 너무 무의미하게 그것을 날렸다. 사드배치를 방안으로 미국과도 중요한 카드로 쓸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있었으면 트럼프가 이난리를 칠때 중요한 조커로 쓸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러니 이나라의 정권은 상황과 때에 따라 입맛을 바꾸는 박쥐조차 될 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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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주식회사 대한민국 -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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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자의 책은 10여년전 당신들의 대한민국1-2권, 그리고 조금 후에 거꾸로 보는 고대사를 읽은 후 오랜만이다. 작년구매해 놓고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는데 시국이 이러다보니 손이 갔다.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평점이 낮아서 놀랐으며 책을 다 읽고나서 박근혜정권이 보수층에도 버림받을 가능성이 높고 민란에 의해 무너질 것을 예측한 부분이 있어 다시 한번 놀랐다.

 책이 출간된 시기인 작년 4월 무렵은 무척 절망적인 시기였다. 세월호에 메르스 삽질 연타인 이 정권의 지지율은(다 믿을순 없긴 하지만)40%에 육박하고 있었으며 슬슬 퇴임을 앞두고 정권을 노리던 반기문의 지지율 역시 50%정도를 상회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명박근혜에 이어 기름장어에게 대권이 넘어갈 것 같았고 새누리당이 지들끼리 다투는 자충수만 아니었다면 작년 5월 총선에서도 이겼을지도 모를 정말 암울했던 시기였다. 총선에서 그들이 예상대로 과반을 차지했다면 탄핵이 불가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래서 인지 책은 무척 암출하다.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헬조선이 부제지만 책에서 제시한 해결책은 정말 민란뿐이다.

 책의 제목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인것처럼 박노자는 아 사회가 국가와 기업이라는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주식회사로 여긴다. 이 주식회사는 매우 잔인하여 주주인 보수층와 생산수단의 보유자들 이외의 나머지 노동자들은 모두 소모품에 불과하다.

 이렇게 된데는 자본주의 발전 역사가 그 괘를 같이 한다. 우리는 해방과 동시에 사실상 신분제의 폐지를 맞이했지만 바로 경제적으로 자본에 예속되었다. 미국에서 흑인노예들이 신분해방되었지만 먹고 살기위해 바로 남부 주인들의 피고용인이 되어버리고 이전에 당연히 내것이라고 생각하고 살던 집마져도 렌트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여 바로 경제적으로 전주인에게 예속된 것과 비슷하다. 박노자식 표현으로는 농민 신분에서 머슴신분이 된 것이다.

 자본주의는 그 산물이었던 세계 1-2차대전의 충격과 대공황,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주의의 대두로 인해 급격한 핵심부자본주의 세력(유럽, 미국, 일본등) 수정자본주의로의 길을 택한다. 그 과정에서 핵심부는 사회주의 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실행한 것은 머슴들을 위한 복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정책들을 핵심부가 아닌 주변부에는 충분히 이르지 못했는데 그것이 우리의 위치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여러번의 민주화 혁명으로 어느 정도의 형식적 민주주의와 복지를 얻어내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로 인해 우리 머슴들은 있는대로 쥐어 짜이는 신세에 그치고 만다.

 박노자에 의하면 우리는 제조업의 이윤율이 떨어져 주변에서 이윤을 갈취해야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핵심주변부의 똘마니인 아제국주의 국가다. 당연히 핵심주변부는 미국이다. 핵심주변부들은 신자유주의 무역질서를 통한 다른 나라의 경제적 침탈, 그리고 전쟁등으로 이윤을 갈취한다. 아제국국가는 이런 형님들의 질서에 국내시장을 어느정도 내어주고 전쟁등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다른 주변부들을 갈취할 권한을 갖게 되며 박노자는 이런 갈취적 이윤추구에서도 국내 노동자들이 배제 되고 있으며 갈취하지 말고 그러한 나라들과 연대하여 이런 질서에 맞설 것을 주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시야를 갖지 못해 머리를 몇대 얻어 맞는 부분도 있었다. '제3차 세계대전은 지금 진행중'이라는 부분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열강은 경제적 연관성과 무기의 무시무시함으로 전면전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 세력다툼을 주변부에서는 얼마든지 대리전이니 부분전으로 감행한다. 시리아에서의 러시아와 이란 대 미국의 다툼이 전초전,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세력과 러시아 세력간의 전쟁을 서곡으로 본다. 본곡은 한국이 될 가능성도 충분한데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세력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과 미국에 얻어낸것도 없이 무턱대고 사드를 깔았으니 일이 더욱 힘들어졌다. 책이 나올 당시에 사드는 이야기가 없었으니 다루어지지 않았는데 그 점이 아쉽다.

 다음은 민족주의다. 민족주의는 과거에는 우리나라나 핵심주변부에서 파시즘이나 제국주의를 위해 사용된 개념이다. 그러던 것이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면서 민족 개념은 우파의 착취를 위해 용도폐기되고 원래 크게 관심이 없던 좌파에 의해서도 버림 받는다. 박노자는 이 민족개념을 북한인과 남한인, 고려인, 조선족등 수많은 저임금지대의 머슴들을 연대하고자 하는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제안한다.

 마지막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철저한 평가절하다. 많은 시민들이 박정희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것은 사실 그 사람에 대한 향수보다는 가난에서 벗어난 시대와 동일시 하는 면이 큰 편인데 박노자는 박정희 시절의 경제정책과 성공은 동아시아에서 상당히 일반적인 것이었으며 여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성장폭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그때 만들어 놓은 수출위주의 대기업 정책으로 이한 하도급 구조, 그리고 수출을 위한 저임금구조 등이 오늘날 수많은 비정규직과 창의적인 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 내수시장의 부실 등의 심각한 문제만을 낳았음을 지적한다.

 무척 날카로운 책이었다.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와 세계를 보는 눈을 더욱 가다듬어준 느낌이다. 오랜만이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박노자의 논지가 전보다 날카로워진 느낌이다. 아니면 사회가 더욱 어려워져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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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7-01-1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보면 우리민족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지녔으니 다시 한번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을 믿습니다.
아자 아자 대한민국 화이팅!

닷슈 2017-01-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이번에 조심스레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