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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다시 봄이 올 거예요 -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 / 창비 / 2017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나는 세월호 관련 책을 3권 갖고 있다. 모두 전자책인데 두 권은 알라딘 행사로 무료로 얻은 것들이고 하나는 구매한 것이다. 그것도 100%페이백 조건 으로 산것이지만. 그치만 여태까지 한권도 읽지 않았다. 웬지 아픈 부분을 들여다보는게 부담이기도 하고, 솔직히 어떤 책이 주는 즐거움이란게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이다. 즐거움이란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책이 파헤친 사회의 더러운 폐부를 보고 분노하는 것도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세월호는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직접적 피해자 혹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라 상당히 분노하고 있거나, 혹은 가해자와 그에 편승한 세뇌된 사람이라 또 분노하고 있거나, 나머지는 이도저도 아닌 생타에서 양자의 눈치를 보는 그런 형국이다. 양자라고 해서 대등한건 절대아니다. 전자쪽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사실 그리로 가야한다. 이런 상황이니 세월호 관련 책을 잡는 것은 의무처럼 느껴지면서도 책의 즐거움에 자신이 없는 그런 것이었다.
책은 생존학생, 유가족, 혹은 친구를 잃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생존학생이란 표현에 집필진은 고심했지만 결국 이 표현을 쓰기로 한다.
책을 읽으며 생존학생들이 정말 우여곡절과 엄청난 행운과 우연끝에 살아남은 이야기가 안타까웠다. 정말 배는 이상하리만치 순식간에 기울어, 문이었던 곳이 천장이 되버리고, 물건들이 마구 떨어지거나 뒤엉켰다. 그리고 물이 차올랐다.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물이차다고 느껴졌고, 구명조끼를 모두 입고 있는 바람에 물과 함께 문밖으로 나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혹은 조끼덕에 떠올라 자연스레 문에 접근에 탈출한 이도 있었다. 복도에 얼마나 근접했었느냐, 사고시 물이차오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떨어지는 구조물을 피했느냐, 혹은 물이 차오를때 과감히 잠수해서 나올 생각을 했느냐가 생존을 갈랐던거 같다. 심지어 같이 나왔는데도 약간의 시간차로 생사가 갈리기도 했다.
생존학생과 유가족들은 상담에도 불만이 많았다. 정부에서 학생 심리치료를 위해 상담사를 배치했는데 오히려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상담사들의 수준역시 도움이 되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의 사고의 경우 상담사를 배치하는게 원칙이되 양질의 상담인력을 고르고 학생에게 상담을 받을 숨돌릴 여유를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생존학생들은 연수원에 들어가 교육 및 상담을 받기도 한 것 같은데 오히려 이로 인해 정작 친구의 장례식장에 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언론은 매우 야만적이었다. 생존학생과 유가족에게 마구잡이로 질문하고, 얼굴이 나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어기기도 했으며 그렇게나 많이 와있음에도 현장의 목소리와 상황이 제대로 보도 되지 않았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상실되 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세월호 이후 당시의 언론 수준과 야만성에 대해선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바뀐 건 없는듯하지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유가족과 생존학생 및 그 친구들을 괴롭힌 것은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처음엔 지나친 동정과 관심이 감사하기도 하고 다소 부담스럽기까지 했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곧 8억이나 받았느니. 특별 전형에 대한 문제등 사회는 차갑게 식어갔다. 이제 적당히 할때도 되지 않았느냐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라는 지탄은 정말 대단했으며 세월호 사고 당시 생존자와 부상자, 사망자, 실종자, 수가 시시각각 변하는건 일종의 게임같았다는 일부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기가막힐 따름이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전쟁이나 각종 사고에서 드러나는 건조한 누군가의 삶이 파괴된 수치를 보며 무감각한 것은 이런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생존학생과 유가족, 친구들은 삶을 살아간다. 대학에 진학하고, 계속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그렇게 일상을 살아간다.
책을 보며 예전에 보았던 도덕적 일체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이 도덕성을 느끼기 위해서 필요한 도덕적 일체감 말이다. 우리는 세월호에 대해서 이 도덕적 일체감을 잃어갔던 것 같다. 처음에는 다소 과도하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진정성이 없고 더욱 차갑게 식었던 것 같으며, 지금은 도덕적 일체감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그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치부를 숨기고 세를 유지하기 위한 악의적 세력의 편가르기 때문이다. 또한 도덕적 민감성이나 상상력도 고민이다. 사람들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제대로 대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것은 이런 종류의 민감성이나 공감을 통한 상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계속 읽어나가며 앞부분에서는 눈물을 머금을 정도로 슬프고 공감했지만 점차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무감각해지고 대충보는 나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도덕성에도 경제학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