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8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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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샘터 8월호/샘터] 함께 사는 세상, 시원한 여름 이야기!

 

8월은 타오름달. 이름이 멋지다. 여름 땡볕을 전담하는 태양. 긴 낮 시간 정남향에서 내리쬐니 이 땅이 타오를 밖에.

표지 그림 역시 풋풋한 동심의 여름날 풍경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이지만 작은 개울, 나무 그늘만 있어도 여름은 견딜 만한데……. 푸른 개울에서 두 소년(혹시 아빠와 아들?)이 물고기 잡는 모습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거창 위천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놀던 그 때를. 물고기는 아니어도 고등(고디)은 잡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데……. 세월은 빠르고 추억은 아득하고…….

 

이번 달 특집은 '구석구석 동네 명소'다. 남의 동네 구경 좀 해볼까. 서울 상수동에 있던 우물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팠다는 왜우물, 다른 우물이 하나 더 생기면서 쌍우물이 된 사연은 왜 그리 슬프게 들릴까.

얼마 전, 임진왜란 때의 정승인 류승룡의 징비록과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 시절 선조의 무책임함, 특권층들의 무지와 탐욕이 임진왜란을 길게 끌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시절의 우물이라니…….조선이 순식간에 왜놈에게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만약 임진왜란 이후 조선이 군대를 제대로 양성하고 국력만 길렀더라도 일제강점기가 그리 오지도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에 또 얼마나 속이 무너지던지……. 무능한 왕, 무책임한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의 결말은 동서고금에 통하는 진리겠지. 안타깝고 슬픈 역사를 말하는 우물이 있었다니…….

 

해방촌 책방도 흥미롭다. 서울 해방촌의 명소가 된 '스토리지 북 앤 필름' 은 독립 출판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책방이라니. 이곳에선 전문 작가나 편집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만든 소규모 출판물만 판매한다고 한다. 아날로그 책방이 사라지는 세상이지만 꿋꿋이 지키고 멋지게 성공했으면 좋겠다. 의미 있는 성공을 빌며.

 

양인자 작가의 뒤늦은 방학 숙제도 유년의 추억 속으로 쏙~ 빠져들게 한다. 방학 숙제는 늘 밀려 하는 게 제 맛인데…….

이 달에 만난 사람은 개그맨 이홍렬이다. 방송 생활 36년 차라니.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실천하며 재미있게 늙고 있다는 속사포 같은 수다가 왜 이리도 멋져 보일까.

 

행복일기에 나오는 흔적 지우는 남자는 대박이다. 강지영의 소설 <하품은 맛있다>에도 방역업체가 주 소재였는데……. 수사가 끝난 범죄 현장을 지우는 업체가 실제로 있다니. 헐~ 저자는 범죄 현장을 청소하기에 오직 법무부를 통해 일을 의뢰 맡는다고 한다. 대개 범죄는 주로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그런 현장을 뒤처리할 때의 착잡함이 느껴지는 글이다. 아는 사이, 친한 사이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함을 깨친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현장이야기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책에는 이외에도 소소한 행복 이야기, 시원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도심 빈터에 텃밭을 가꾸는 푸릉푸릉텃밭학교, 망상해소욕장과 무릉계곡, 손 큰 할머니의 통 큰 밥상의 병어조림, 내 인생의 한 사람, 축구 수집가의 보물 창고, 기생충에게 배우다, 참살이 마음공부, 나희덕의 산책, 초상화 박물관…….

깊은 산 속 샘터는 행복으로 이끈다. 타오름달에도 샘터는 행복한 물을 퐁당퐁당 샘솟게 한다. 가볍게 펼치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무게감에 흐뭇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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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스포츠 자본, 약일까, 독일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36
닉 헌터 지음, 이현정 옮김, 김도균 감수 / 내인생의책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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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더잘 36 스포츠 자본]스포츠 자본, 약이거나 독이거나!

 

(내인색의책 서평단입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고 축구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해지면서 이적료가 화제다. 이번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 선수는 단연 최대의 이슈다. 23살의 그는 레알로 옮겨 가면서 이적료가 무려 8000만 유로(약 1111억 원)였다고 한다. 현재 축구 선수 중 최고의 연봉 기록은 바르셀로나 소속의 리오넬 메시다. 연봉이 무려 585억 원 정도다. 헐~

 

지금은 스포츠가 돈이 되는 시대, 스포츠로 돈을 버는 시대다. 누구를 위한 스포츠일까. 스포츠 자본은 약일까, 아니면 독일까.

고대 스포츠는 시간이 여유 있는 부유층만이 향유하던 것이었다. 부유층들은 그들이 즐기는 전차 경기에 나갈 선수를 자본으로 고용했고, 검투사 경기에는 범죄자나 노예를 내보냈다.

 

오늘날 인기 있는 스포츠들 대부분은 17~18세기 서구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것이었다. 럭비, 축구 등......

17 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 물질문명이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스포츠클럽이 만들어지고, 프로축구로 전환될 수 있었다. 이후 자본은 광고와 스포츠 중계를 통해 스포츠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이렇게 스포츠의 역사는 늘 자본과 함께했다.

오늘날 자본과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본이 있어야 스포츠를 할 수 있고 스포츠에는 늘 자본이 따르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어린 선수를 육성하거나 실력이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데도 자본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경기장에는 후원 기업들의 광고로 도배가 되고, 선수들의 유니폼과 장비, 마시는 음료에도 기업들의 로고가 붙어있다. 옷과 신발, 심지어 속옷과 액세서리까지 선수들의 몸은 광고판이 된다. 연봉, 기업 후원, 광고료, 스포츠 중계료, 스포츠 도박까지 경기로 인해 돈 계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본의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몸값이 수백억인 갑부 선수가 있는가 하면 열악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대우도 못 받는 가난한 선수도 있다.

실력과 인기, 돈이 지배하는 세상. 스포츠와 자본의 밀착구조가 상당히 지나치기에 문제라는 사람들도 있다. 운동선수, 구단, 구단주, 미디어, 팬, 기업, 지역이 연계된 모든 과정에 자본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수한 스포츠 정신이 있기는 할까. 점점 돈돈 하는 스포츠 세계인 걸......

 

오늘날 인기 있는 스포츠 팀들은 연고지를 설정하고 있다. 연고지 설정은 팬 확보를 위해서다. 팬들로 가득 찬 스포츠 경기는 흥미진진하다. 구단은 군중 심리와 팬 충성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확보된 팬들은 관람권 구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운동복, 모자 등을 구입하기도 한다. 결국 팬 충성도는 스포츠 운영의 바탕이고 수입의 원천인 셈이다.

 

미디어의 시대에 자본은 막대한 중계권료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청률이 가장 높은 행사는 올림픽 개회식이나 월드컵 결승전이라고 한다. 60억 명의 세계인구 대다수가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행사의 스포츠 중계권은 고가에 거래된다.

 

선수의 소득은 공정할까요? 에이전트들은 선수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존재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몸값을 올림으로써 재정 파탄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주의 세상이기에 돈이 있어야 사람을 움직인다. 더구나 많은 사람을 움직이려면 자본은 필수다. 하지만 지금의 프로 스포츠에는 거대 자본이 개입하면서 스포츠 권력이 되고 있다.

프로 스포츠와 자본, 권력의 부패는 늘 도마에 오르는 화두인데...... 스포츠 정신과 스포츠 불평등 심화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일 텐데......

 

저자는 고대 로마의 검투사부터 산업혁명을 거치며 스포츠가 발달하는 과정, FIFA월드컵과 윔블던 테니스, 올림픽까지 선수와 펜, 미디어와 자본 사이의 관계를 샅샅이 밝히고 있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과의 자본 유입 차이로 인한 스포츠 세계의 어두운 면도 제시한다. 연고지 운영의 장단점도 토의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일부 인기 스타들의 엄청난 연봉과 자본 독점, 스포츠계의 불평등의 문제도 제시한다. 현대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토의주제를 청소년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은 세더잘 시리즈다.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36번 째 토의 주제는 스포츠 자본이다. 내인생의책 카페에 가면 독서지도안과 관련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내인생의책  http://cafe.naver.com/thebookinm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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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신뢰로의 여행
알폰소 링기스 지음, 김창규 옮김 / 오늘의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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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여행은 시간·공간·인간에 대한 신뢰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다. 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같은 장소를 여행해도 작가에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를 보면서 역시 세상은 제 멋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에 대한 깊은 신뢰를 담은 책은 또 처음이다.

 

철학자다운 길 위에서의 사유, 여정 중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 세계 각지의 역사와 고유 정신을 접할 수 있는 색다른 여행 에세이니까. 실존주의자, 프로이트 학파, 막시스트, 이성주의자, 구조주의 비평가, 포스트모던의 우화까지 만날 수 있다. 세계의 유적과 만나고 세계의 정신과 만난다고 할까. 의미 있고 매력적이어서 자꾸만 빨려들게 된다. 쏘~옥.

 

저자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철학과 명예교수인 알폰소 링기스다. 그는 세계 각지를 여행한 이야기에 철학적 논리를 담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에세이 역시 그러하다.

 

 

 

신뢰란 다른 생명체와 맺어지는 관계 가운데 가장 큰 기쁨을 준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릴 때면 위험이라는 요소와 함께 신뢰도 생겨나며, 그 결과 즐거움은 환희의 경계를 향해 치닫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중략)......신뢰란 죽음만큼이나 동기를 짐작할 수 없는 어떤 이들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힘이다. 낯선 이를 신뢰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대상을 신뢰한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책에서)

 

아프리카의 아라오유안.

저자가 만난 첫 번째 신뢰는 차량을 준비한 투아레그 부족인 25세의 청년 아지마, 운전사 아자흐, 정비와 요리 담당인 모하메드, 안내 담당 아마두였다.

통북투의 모랫길을 따라 대상이 아닌 랜드 크루저를 타고 가는 길은 차바퀴가 빠지는 연속이었다. 소금이 덮인 곳은 하얀 모래, 한 때 물이 있던 웅덩이는 검은 모래, 사하라의 나머지 모래들이 만들어내는 잔물결은 황금빛 모래들..... 그 길은 투아레그의 대상들인 '아잘라이'가 1천 년 동안 오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건물은커녕 어떤 흔적도 없는 사막 길, 사방팔방 모래뿐인 사막을 안내하는 아마두의 길 안내가 신기하다. 안내 담당인 아마두의 머릿속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모리타니아와 리비아와 니제르를 향하는 보이지 않는 길까지 들어 있다는데...... 밤이면 별에 의지해 이동하고 낮에는 해를 보며 이동하고, 하늘이 구름에 가려있다면 모래의 맛을 보고 길을 찾는다니......헐~ 대단한 방향감각이다. 밤사이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는 아마두의 머리는 단언컨대 신의 나침반이다.

모래 속에 잠긴 고대 도시 아라오유안에서 만난 베르베르 족 율법학자의 모습은 초기 이슬람 모습 그대로였다. 모래가 섞인 쌀과 기장 주먹밥, 나무판에 적어둔 코란 구절 암송, 기도와 금식, 성자에 대한 연구가 일상인 율법학자.

 

바람 때문에 모래에 덮였다가 바람 덕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고대 마을 다르 다렉 순례는 슬픈 흔적에 대한 순례였다. 20년 전에서야 사라졌다는 노예시장 벨라. 아라오유안의 투아레그 족은 타고난 전사 기질을 갖췄다고 한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침략에 대한 저항들, 말리 정부 관리들의 약탈과 파괴, 대기근, 최근 미국 광물 조사단의 석유탐방조사들에 대한 저항은 조상들의 땅이자 신들의 땅인 고향을 지키기 위한 본능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외부의 침략은 신성한 지역에 대한 세계의 신성모독 같은 것이었으니까.

 

우리는 우리 내부의 다양한 문화나 다른 곳에서 마주치는 문화가 성역으로 취급해 온 것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정보로 풍부한 문화의 하나로 변환시킨다. 즉 더 높은 신성 모독을 저지르는 것이다. (책에서)

 

우림을 걷다가 난을 만난 이야기, 남극지방의 해안 절벽에서 펭귄이 자기 새끼를 구별해내는 광경을 관찰한 이야기, 사막한가운데에서 모래와 바람에 잠긴 고대 도시 아라오유안의 복원에 대한 이야기, 시리아 북쪽의 노리아, 대륙의 갈라진 틈을 볼 수 있는 협곡, 그 곁에서 중개무역을 했던 도시 레켐, 남미의 거대한 미스터리 나스카 문명과 미스터리 기하학 무늬들, 몽골, 티베트, 리우데자네이루, 이스탄불, 아이티, 카이로...... 신비한 역사, 아픈 자취, 아련한 흔적들과 마주하는 만남들.......

그렇다. 여행은 신뢰다. 여행은 시간·공간·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믿지 못한다면, 공간을 믿지 못한다면, 시간을 믿지 못한다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타지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는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우주적 신뢰 같은 것이 아닐까. 일말의 불신과 위험에 대한 불안감에도 신뢰한다는 건 인간의 선한 일면에 대한 이기적인 기대일 것이다. 신뢰하지 않으면 여행은 불가다. 그래서 여행에서 만나는 신뢰는 위험을 무릅쓴 짜릿함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찰하는 세계 여행에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다. 철학자의 본능을 잘 드러낸  깊이가 남다른 에세이랄까. 여행의 품격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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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 자폐증 아이와 길고양이의 특별한 우정
루이스 부스 지음, 김혜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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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자폐 아기와 아기 고양이의 교감,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

 

이 책은 자폐아와 아기 고양이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 서로가 변화를 일으킨다는 놀라운 실화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게 될 책입니다. 지혜롭고 훌륭한 고양이니까요.

 

부모라면 누구나 건강한 아이를 갖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서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질 텐데요. 자폐증 아기가 태어난다면 남다른 아이를 위해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의료진들은 어디까지 치료 해줄 수 있을까요?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자폐증 진단을 받은 프레이저. 근긴장 저하증까지 있기에 혼자서 물건을 잡지도 못하고 혼자서 걷는 것도 힘든 아이랍니다. 근긴장 저하증은 양팔과 다리의 관절이 힘없이 축 늘어지는 희귀병이랍니다. 언어치료사와 행동치료사 등의 전문 의료진 도움을 받았지만 여전히 프레이저는 기분의 기복이 심하고 행동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부모들은 양육의 버거움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 겁니다.

 

처음에 프레이저는 자기 주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던 아이였죠. 오로지 바퀴 달린 것과 회전하는 물체에만 집착을 하는 아이였죠. 부모는 프레이저와의 간단한 대화도 힘들지만 늘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기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입니다.

 

집에는 늙은 고양이 토비가 있는데요. 어느 날 프레이저는 낮잠을 자고 있는 토비 옆에 누워서 토비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하려 했어요. 하지만 토비가 경계를 하고 뒷걸음질하자, 아이는 화를 내며 고함을 질러댑니다. 고양이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을까요? 이 사소한 사건을 눈여겨 본 부모는 아기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게 됩니다.

 

길 잃은 고양이, 버려진 고양이를 키우는 고양이보호 자선단체에 메일을 보내서 고양이 사진을 받는데요. 프레이저는 매일 밤 그 고양이 사진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날 이후 놀라운 일은 계속 일어납니다. 방문 날짜를 맞춰 고양이보호소를 방문하게 되는 날, 프레이저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고양이에게 접근하고 차분하게 반응을 기다립니다. 며칠 뒤 프레이저는 동물병원의 검진을 받은 아기 고양이 빌리를 입양하게 됩니다. 3살짜리 자폐아, 행동장애아에게 교감할 수 있는 동물 친구가 생긴 겁니다.

 

-프레이저, 함께 놀 수 있는 너만의 고양이가 갖고 싶니?

-응, 좋아. 엄마.

-엄마, 고양이 친구들이 여기서 살아?

-응, 그래. 프레이저.

-빌리는 프레이저와 친구가 될 거야.

-그래, 프레이저.

 

자신만의 친구가 필요했던 프레이저는 처음으로 엄마와 몇 마디의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점점 긴 대화도 가능해집니다. 고양이에게 만큼은 확실한 의사표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다니. '까꿍'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던 아이, 미소도 짓지 않던 아이였으니 놀라울 밖에요.

 

빌리가 집에 오고부터는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프레이저와 빌리는 익숙한 듯 서로 교감을 시작합니다. 나란히 누워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기도 하고 함께 뒹굴고 놀며 깊은 유대감을 나타내기도 하죠. 빌리는 프레이저의 화를 누그러뜨리는 역할도 합니다. 친구로서의 본능적인 감각이겠죠.

발목이 360도 돌아가던 아이, 방바닥을 기지고 못하고 걷지도 못해서 누워있길 좋아하던 아이. 누구와도 교감하지 않던 아이가 고양이 빌리와 교감하면서 많은 것을 해내게 됩니다.

프레이저를 걷게 하는 일. 대소변을 가리는 일,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 계단오르기도 빌 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을 사귀게 된 것도 모두 빌리 덕분이랍니다.

자폐증과 행동장애까지 있었던 프레이저, 제대로 걸을 수 있을 지 확신이 없던 아이가 부목을 대어 걷게 됩니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배려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친구의 소중함을 생각합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배려해주는 빌리와 프레이저의 모습을 보며 감동의 전율을 느낍니다. 고양이가 영물인 이유를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엄마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빌리의 모습에 영특하고 지혜로운 친구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누구나 친구가 필요하겠죠. 자신만의 친구 말입니다. 프레이저에게도 그런 친구,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진정한 친구 빌 리가 있었어요. 친구 같이, 엄마 같이 고양이와 아기가 소통하는 이야기, 놀라운 교감의 이야기입니다. 이젠 길고양이도 달리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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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 그래픽 평전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3
넬슨 만델라 재단 글, 피노 옮김, 움란도 웨지톰비 그림 / 푸른지식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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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그래픽 평전]자유와 평화의 상징,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세계 인권운동가, 노벨평화상 수상자!

넬슨 만델라 재단이 직접 집필하고 공인한 공식 그래픽 평전!

 

 

넬슨 만델라. 이름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읽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런 책이다.

넬슨 롤리랄라 만델라(1918~2013)는 남아프리카 트란스케이 음베조에서 템부족 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넉넉한 살림이었지만 백인 판사가 땅과 가축을 모두 몰수하도록 결정하는 바람에 만델라 가족은 고향을 떠나 쿠누로 이주했다. 이후 섭정의 후원으로 서구식(감리교) 교육을 받았고 총명했던 그는 포트헤어 대학에도 진학하게 된다. 대학에서 다양한 인종의 친구를 사귀고 학생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더 넓은 도시 요하네스버그로 옮겨 법률사무소 서기로 일하며 변호사 공부를 시작했다.

 

 

 

 

 

 

 

 1943년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에서 법학 공부를 하게 된다. 강의실에서 유일한 흑인이었던 만델라는 운동장, 수영장, 카페, 기숙사를 이용할 수 없었다. 모두 백인 전용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1952년에 요하네스버그에 법률사무소를 열었는데, 백인이 아닌 이로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흑인에게 적용된 차별적인 법률들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이후 흑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시작하는데…….

 

-백인들은 흑인들이 왜 저항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에겐 아프리카인에 의한, 아프리카인을 위한, 아프리카인의 정부가 필요합니다. (책에서)

 

그는 교육, 거주, 대중교통 등에서 백인과 흑인을 분리하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공산주의 활동에 연루되었다며 체포되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1955년 남아프리카 인종분리정책에 반대하는 <자유헌장> 선포하기도 했다. 1960년 집회에서 경찰의 무차별 총기난사로 흑인 69명이 사망하자 만델라는 '민족의 창'이라는 군대를 조직하게 된다. 무력 투쟁의 필요를 느낀 것이다. 그러다가 1962년 체포되어 5년 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1964년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게 되고……. 이후 만델라는 로벤 섬 교도소에서 27년 간 복역하면서 많은 책을 읽고 학업을 이어나갔다. 교도소에서 문맹자들을 가르치기도 하면서 말이다. 현재 로벤 섬 교도소는 억압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전 지금까지 저의 인생을 아프리카인의 투쟁에 헌신했습니다. 전 백인 지배에 맞섰고 또한 흑인 지배에도 맞서 싸웠습니다. 전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기회를 누리며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라는 이상을 소중히 여겨왔습니다. (책에서)

 

 

 

백인 정부와 줄루족 등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만델라. 성공의 배경에는 서로에게 원한과 보복이 없는 고백과 화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1993년 그 공로로 데클레르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로 흑인이 투표권을 행사한 민주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마침내 자유입니다!

남아프리카 흑인들이 얼마나 외치고 싶었던 말일까. 원래 흑인들의 땅에 백인들이 몰려와 주인행세를 하면서 잃어 버렸던 권리들 아닌가. 흑인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고 주인이 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만델라를 비롯한 인권 투사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3년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만델라.

이 책에서는 흑인의 자유에 대한 그의 집념, 차별철폐에 대한 목숨을 바친 투쟁, 행동하는 양심가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만델라에 대한 이야기가 철저한 고증에 입각한 집필이어서 자서전을 읽는 기분이다. 그래픽으로 된 평전이기에 누구나 쉽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위대한 지도자의 이야기, 정말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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