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마음 - 정말지 수녀의
정말지 글.그림 / 쌤앤파커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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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마음]삶이란....사랑으로 닳아버리는 것!

 

삶의 목적이 사랑으로 닳아버린다면 세상은 정말 훈훈할 겁니다. 누군가의 삶에 빛을 던져 준다면 세상은 밝게 빛날 것입니다. 누군가의 삶에 기둥이 되어 준다면 세상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갈 것입니다. 그런 멋진 사람을 만났습니다. 정말지 수녀님.

 

저자는 정말지 수녀.

17년 간 멕시코 찰코시에서 '소녀의 집' 원장으로 있으며 13,000명 멕시코 소녀들의 엄마랍니다. 한국마리아수녀회가 1991년에 세운 '소녀의 집'은 형편이 어려운 12~18세 소녀 4000 명에게 5년(중등 3년, 고등 2년)동안 무료로 가르치는 기숙학교입니다. 이곳에서는 정규 교과과정은 물론이고 재봉, 컴퓨터, 요리, 회계 등의 취업교육도 합니다. 게다가 태권도, 양궁, 핸드볼, 축고 등의 특기교육과 인성교육까지 한답니다. 이곳은 입학 경쟁률이 5 대 1로 굉장한 인기입니다. 졸업식에는 멕시코 대통령이나 영부인, 장관 등이 참석합니다. 멕시코 정부차원의 고마움 표시랍니다.

저자는 이곳에서 가난한 사람도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랍니다. 희망이 없던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찾고 자신감까지 얻어 학교를 떠날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합니다.

놓아버릴 줄 알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어제를 떠나보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용기로 오늘과 오늘의 일과 만남에

당당하게 마주서게 하셔서

(중략)

 

감사합니다.

온 존재를 다하여 사랑하고

그 사랑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놓아버릴 줄 알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옴을 믿을 수 있게 하셔서.

(책에서)

사랑은 희생이 아니라 감사라는 저자. 온 존재를 다해 사랑하는 순간이 스스로의 실존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겠죠. 저는 오늘도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오늘을 시작합니다.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이기에,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아야겠어요. 더 부끄러워지기 전에.

 

지금 여기 있는 나를 비키기

 

일에, 지나친 책임감에, 성공과 높은 점수에,

그 밖의 좋은 평가에 연연하는 사람은

자주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게 됩니다.

외부환경에 의해 마음의 파장이 굵어지고

감정의 골도 깊어집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허술하면

금방 기운을 잃고 걱정 속을 헤매게 됩니다.

(중략)

 

우리 영혼이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함몰되지 않도록,

그리하여 오롯이 '지금 여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남의 시선이나 외부의 평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다

자기 마음의 소리에 더 집중해야 할 일입니다. (책에서)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순 없겠죠. 과거는 나의 바탕이고, 미래는 희망이니까. 하지만 오늘이 없는 과거와 미래가 무슨 소용 있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시입니다. 과거나 미래를 잊지 않으면서 오늘에 더 집중하기,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마음이 끌리는 것을 선택하기, 나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 오늘의 화두입니다.

오래 참으리라는 결심,

낙담하지 않으리라는 결심,

상처받지 않겠다는 결심,

기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리라는 결심,

결국 작심3일로 끝날지라도,

삶과 영혼을 지금보다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든 결심은

축복받아 마땅합니다. (책에서)

저자는 쉽게 용서하고 쉽게 잊어주는 마음을 바보마음이라고 했어요. 바보마음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마음껏 주고픈 마음입니다. 주고 또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진정한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용기, 낮춤과 고통에도 고상할 수 있는 정신, 슬픔에 공감하고 아픔을 이해할 줄 아는 저자의 마음은 고귀한 마음이네요.

'사랑으로 닳아버립시다.' 라고 외쳤던 소화데레사 성녀님, 아마도 인도에서 가난한 이들의 이웃이 되어준 데레사 수녀님을 말하나 봅니다. 사랑으로 닳아버리는 삶, 자꾸만 되새기게 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직접 시를 쓴 책입니다. 예쁜 그림에 끌려서 보다가 아름다운 마음에 녹아드는 시집입니다.

 

쌤앤파커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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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낙지의 슬픔 작가와비평 시선
장재덕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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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낙지의 슬픔, 장재덕, 작가와비평]바람 같은 시는 더위를 잊게 해!!

 

더운 걸 덥다고 하는 게 잘못은 아닐 것이다. 자꾸 덥다고 하니 더운 느낌이 살아나는 게 문제다. 시원한 책이 뭐 없을까. 얼음 퐁퐁 띄운 수박화채처럼 시원 달콤한 책. 찬바람 속 한기를 몰고 오는 오들오들 겨울비 같은 책. 서늘하고 오싹한 책이 그립다. 더위를 잊게 해 줄 바람 같은 시는 뭐 없을까.

바람

바람은 뭔가를 스치면서 철들어 간다.

갖가지 울음소리를 내면서

기쁨과 슬픔의 본질에까지 가 닿는다.

솔숲을 지날 때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과

재스민 향기의 부드러운 감촉에

몸 속 깊이 숨어 있던

속눈이 열린다.

(이하 생략)-37쪽

 

선풍기 바람이 북풍이라 생각하며 사는 요즈음이다. 갑자기 솔숲의 향긋한 바람이 그립다. 송림사에 가면 솔바람 풍경소리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는데……. 송림의 솔내음 한 줌이 공기 중에 있지 않을까. 세상은 돌고, 바람은 움직이고, 냄새는 확산되고. 킁킁대며 송림사에서 불어온 솔내음이라 외쳐 본다. 들숨 쉬며 솔바람이라 불러본다.

 

겨울 바닷가에서

섣달그믐 해 질 녘에

칠포 앞바다에 갔었지.

해변은 한산했고

백구 몇 마리 날고 있었지.

모래 위의 발자국마다

소복이 쌓인 이루지 못한 꿈

올 한 해 후회 없이 살았니?

다그치듯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

(이하 생략)-28쪽

 

동해안의 칠포바닷가, 자주 가는 곳이다. 지금은 한여름이라 해수욕객이 붐빌 시간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파도를 보고 갈매기를 본다면 모든 게 깨달음인가 보다. 후회 없는 삶, 꿈을 향한 걸음들, 소박한 하루의 삶에도 감사하고 싶은 하루다. 칠포바닷가 모래사장을 걷던 봄날이 생각난다.

 

봄비

비가 내린다 하염없이.

새색시처럼 수줍은

5월의 봄비가

먼지 풀풀 나는 대지를 촉촉이 적신다.

비는 서툰 아기의 걸음으로 다가가

시든 풀잎을 일으키고

엉겅퀴 무성한 고샅길을 지나

농부들의 푸석한 땅 속으로 스며든다.

(이하생략)-18쪽

 

엊그제 내린 비도 그립고 5월에 내린 봄비도 그립다. 봄비를 그리는 농부의 마음은 감사와 고마움이겠지. 지금 이 도시에 비가 내려준다면 난 감동의 비, 은혜의 비라고 부르고 싶다. 공중의 후끈한 기운을 모두 몰아 줄 한바탕의 소낙비가 그립다. 정말.

시집 뒤쪽에 있는 명상시는 읊조리며 음미하며 되새김질하게 된다. 집착에 대하여, 괴로움에 대하여, 나무와 숲, 두 스승, 시각의 횡포, 음식, 개, 긍지, 대자유, 사랑에 대하여 등……. 알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명상시들…….

많은 것을 잊고 사는 요즘, 시원한 바람 같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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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떠난 자리 숨꽃 피우다 작가와비평 시선
조성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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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떠난 자리 숨꽃 피우다,조성범, 작가와비평]여름밤에 얼얼한 시를!

 

찜통 같은 하루다.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지만 그래도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그립고 얼얼한 빙설에 끌린다. 책 속에서라도 빙하탐험대를 만나고 싶은 절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시집을 탐독하다 발견한 시 <눈꽃>, <눈꽃2>

눈꽃

성성하게 바람에 얼려 태산에 누워

허공에 굽어진 나뭇가지를 가늘게 흔들다

빈 살가죽에 포득포득 꽁꽁 채우고

망망대해 겨울밤을 낙낙히 뽑아

아침노을 빛에 물들이네

(이하 생략)-40쪽

 

설경을 그리고, 설풍을 동영상으로 이미지화 해보는 순간이다. 삭풍에 바스스 떠는 빈 나뭇가지들, 잔설이 남은 나무그늘, 멀리 설산까지 상상화를 그려 본다. 땅속에서 잠자는 미물들은 추위에 꼼짝달싹 않고 벌벌 떨고 있을까. 추위에 파르르 떨리는 느낌, 입안까지 얼얼해지는 느낌이다. 역시 겨울 시는 여름에 읽어야 제 맛이야. 눈꽃, 바람꽃, 얼음꽃, 고드름꽃, 빙하꽃..... 이런 시를 쓴다면 더위를 이기는 해법이 될 것 같은데.....

 

눈꽃 2

찬바람 앙탈하다 밤새워 얼어붙어

눈꽃이 벼랑위에 쏠쏠히 피었구나

백발의 나뭇가지에 성글게도 피었어.

(이하 생략) -41쪽

 

찬바람끼리 앙탈하다니. 칼바람의 액션신, 눈꽃들의 러브신, 겨울나무들의 다큐. 동화를 쓰고, 영화를 찍는 겨울의 장면들이다. 상상은 하기 나름, 더위도 이기기 나름인 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백세인생으로 본다면 여름은 청장년의 때다. 한창 땀 흘리고 꿈을 이뤄가는 열정의 시간이다. 여름날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만큼, 뜨거운 모래사장만큼, 소망과 희망에 붉은 열정과 뜨거운 혈기 가득했으면…….

 

지금 읽은 책은 10년 후, 최소 5년 후를 보고 저축한

알토란같은 지혜라고.

지금 먹고 바로 써먹으려하는 것은

스스로 자멸하는 지름길이다.

안에서 삭혀지는 퇴적의 고통이

삶의 기억과 섞이며 젖어야 온전하게 내 것으로 온다는.

좋은 글쓰기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첫째요 마지막이다.

좋은 글쓰기는 매일매일 날마다 꾸준히 쓰는 것.

글의 첫째 스승은 나이고 글의 수제자도 나이다.

(278~279쪽)

시인이자 건축가인 저자가 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다. 삶에도 발효와 숙성이 필요하듯 글쓰기에도 발효와 숙성이 필요함을 조언하고 있다. 한 시간의 독서만큼이나 한 시간의 산책이 중요함도, 홀로 고독과 마주하는 걷기가 필요함도, 자연과 내가 조우하는 시간이 빛나는 시간임도 말하고 있다.

 

참고로 저자가 말하는 숨꽃은 호흡을 말한다. 숨은 생기를 불어 넣고 생명을 보존케 하기에 꽃 이상이 아닐까. 생명을 주는 숨꽃, 아름다운 말이다. 그렇다면 겨울날의 입김은 숨꽃의 홀씨일까. 민들레 홀씨처럼. 아니면 꽃가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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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너처럼 좋아졌어 - 여전히 서툰 어른아이 당신에게 주고 싶은 다시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시 90편
신현림 엮음 / 북클라우드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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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너처럼 좋아졌어]삶이 서툰 어른아이들을 위한 생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의 시 90편!

 

어릴 적에는 에세이나 소설을 좋아했다.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했으니까.

나이가 들수록 삶을 노래하는 시에 끌리고 있다.

긴 문장보다 간결하고 압축미 있는 문장에 쏠리고

화려하고 거창한 말보다 군더더기 없는 소박한 단어에 솔깃해진다.

되새김할수록 진국 같은 단물이 나는 시어들.

시를 읽는 순간

나만의 사유의 시공이 된다.

 

타인의 아름다움-메리 헤스켈

타인에게서 가장 좋은 점을 찾아내

그에게 이야기해 줄래?

우리들은 누구에게나 그것이 필요해.

우리는 타인의 칭찬 속에 자라 왔어.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어.

(이하 생략)

 

독설이나 직설이 아닌, 비난이나 경멸이 아닌

칭찬과 격려, 이해와 배려가

나를

춤추게 한다.

길지도 않은 세월,

무한이 아닌 유한의 세월을 살면서

어수룩한 조언이라며 퍼붓던 직설과 독설.

직설과 독설보단 칭찬이 나를 성장하게 했음을 깨치게 된다.

오늘 하루 종일

그렇게 남을, 스스로를 칭찬하며 살리라.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 폴 베를렌

하늘은 지붕 위로,

저렇듯 푸르고 조용한데!

지붕 위에 잎사귀,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우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짖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자연에서 삶의 이치를 깨치던 노자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노래한 파랑새

모두다

평화와 행복이 주변에 널려 있음을

크기는 작아도 소소한 웃음이 햇살처럼 일상임을

깨치는 지금

단순하고 소박한 울림에 가슴 벅차다.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

땅위로 움트고 있는 초록 잎에도 행복이어라.

 

어느 9세기 왕의 충고-어느 9세기 아일랜드의 왕

너무 똑똑하지 말고, 너무 어리석지도 말라.

너무 나서지도 말고, 너무 물러서지도 말라.

너무 거만하지도 말고, 너무 겸손하지도 말라.

너무 떠들지도 말고, 너무 겸손하지도 말라.

너무 똑똑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기대할 것이다.

너무 어리석으면 사람들이 속이려 할 것이다.

너무 거만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너무 말이 많으면 무게가 없고

너무 침묵하면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고

너무 약하면 부서질 것이다.

 

언젠가 읽었던 이야기가

지금도 가슴을 울리는 이유

아마도 그건

세상사가 동서고금에 다르지 않음이랴.

지나치지도 말고 부족하지도 말고

오늘도 최선이기를 빌 뿐이다.

한 쪽으로 기웃하지 않다는 평형감각

어느 하나에 지나치지 않으려는 중용.

이미 앞서간 성현들의 가르침이

세월 갈수록 고전이 되고 명작이 됨을

지금 이 순간

절절히 깨치고 있다.

90 수의 시편에서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생각한다.

동서고금의 시 속에서 각기 다른 빛깔의 깨침을 보게 된다.

서로가 다른 것, 그게 원래 세상의 모습임도 생각하게 된다.

오늘 하루

좋은 시를 가까이 해서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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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선물
임창연 지음 / 창연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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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선물]시에서 삶의 희로애락의 해감, 사유의 발효

 

 

시를 읽고 싶었다.

시는 삶의 압축, 사유의 농축이기에.

시는 삶의 희로애락의 해감, 사유의 발효이기에.

 

 

 

 

마을 입구에 작은 나무가 있었습니다.

(중략)

바람이 불때마다 걱정대신

맘속에서 뿌리를 더 뻗었습니다.

겨울이 올때마다 자신의 옷을 벗어

땅을 덮어주었습니다.

자신의 것을 다 버렸지만

꿈만은 품고 살았습니다.

(중략)

꿈을 잃지않고 사는 당신은

걸어다니는 커다란 생각의 나무랍니다. - 꿈꾸는 느티나무

 

 

나무의 꿈은 무엇일까.

늘 곁에 있기에, 늘 눈에 보이기에 오늘도 그냥 스치는 나무인 걸.

하지만 더운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찾을 때면 늘 달려간 곳은 나무그늘이었지.

울긋불긋 단풍지는 가을엔 내 눈을 즐겁게 해주던 고운 빛깔들에 황홀했는데.

오랜 세월을 버티다 거룩한 최후를 맞은 나무는 지금

나는 나무의 분신을 마주하고 있다.

침대, 식탁, 의자, 책장, 연필…….

 

 

살아있을 땐

새와 벌레, 인간에게 휴식과 평화를 주었고

꽃의 꿀과 열매로 주린 배를 채워주었지.

마지막 밑둥치까지 노인의 의자가 되어주던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사랑의 원형인 거야.

 

 

누군가 버리고 간 상처를 본다

버려야 했던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 버리고 간 배신을 본다

상처난 마음이 아프다

 

홀로 버려진 사랑을 만났다.

살며시 안아본다

아직 따뜻하다

멈췄던 심장이 박동을 시작한다 - 마음을 줍다

 

 

유기 견, 유기 묘를 만났을까. 아니면 외로운 이들을 만났을까.

버려진다는 건 지독한 서글픔을 안게 되겠지. 생명의 소중함을 안다면 어찌 버릴 수가 있을까.

 

버려진 대상들의 씁쓸한 마음이 느껴진 먹먹한 가슴이 된다.

버림받은 이의 상처는 곧 고름이 되고 피딱지가 되지만 상처의 흔적은 남아있겠지.

생명이 있는 한 따뜻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아, 생명이 없더라도 버리는 일에 진중한 마음을 가져야겠어.

 

 

 

 

사진이 곁들여진 한 편의 시집에서

추억과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삼라만상의 이치, 희로애락의 진실을 음미하게 된다.

오늘 하루,

나도 시 한편을 쓰고 싶다.

그렇게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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