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 걸지 마
수작가 글.사진, 임선영 그림 / 별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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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작 걸지 마]폰으로 찍고 마우스로 그린 러브송...

 

폰으로 찍고 마우스로 그린 수다다.

저자는 사랑 앞에서 매번 말 한 마디 못했기에 이제 용기를 내어 수작을 걸고 있다고 한다. ㅎㅎ

이름의 끝 글자인 수, 작품의 작이 만난 수작이기도 하다.

폰으로 찍은 사진이 정녕 수작인데…….

 

 

 

 

 

물을 준만큼 새싹은 자라고,

표현하는 만큼 사랑은 커진다.

 

좋아하는 마음을

아무리 주어도

마르지 않고

결국엔 흘러 넘쳐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책에서)

 

물도 적당히 주어야 하고 표현도 적당히 해야 하지 않을까.

제각각 필요한 물의 양이 있고, 제각각 필요한 사랑이 있는 게 아닐까.

지나친 물, 지나친 관심, 지나친 사랑은 독이 되는 게 아닐까.

 

삶에 적당한 긴장이 필요하듯

적당한 소음이 집중력을 높이듯

사랑에도 때론 밀당이 필요한 법인데…….

 

너만 생각하며 흥얼거린 노래들,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네 귀까지 흘러갔으면 좋겠다.

 

너만 생각하는 내 노래가

나만 생각하는 네 노래가 됐으면

 

참 좋겠다. (책에서)

 

나비효과처럼 사랑의 노래가 태풍이 되어 그렇게 마음을 움직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의 세레나데가 메아리가 아닌 화답송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첫사랑 앞에선 누구나 그렇게 바랄 텐데.

짝사랑 앞에서도 늘 그렇게 바랄 텐데.

 

우리 사이엔 낮은 벽이 있었다.

어떻게든 허물어 버리면

너와 나 사이가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애초에 틀렸었나 보다.

 

벽이 있어도 벽을 넘어 잘만 지나가더라.

구름처럼, 바람처럼 유연하게 네게 가지 못했다.

어쩌면 단단한 벽을 쌓고 있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을지 모른다. (책에서)

 

 

 

 

누구에게나 벽은 있다.

낮은 벽도 있고 높은 벽도 있다.

벽을 당장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면 좋겠지.

하지만 그런 벽을 마주하고서도 대화가 된다면

언젠가는 봄눈 녹듯 사르르 사라지지 않을까.

공감과 배려가 있다면

파도에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지지 않을까.

자기희생이 따른다면

만리장성도 무너뜨릴 텐데......

 

 

폰으로 찍은 그림 위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수작이다,

사진 위에 그림도 깜찍하지만

사진 위의 손 글씨가 심플해서 좋다.

 

 

 

저자는 처음 글과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행복, 기쁨과 꿈을 주는 것을 알고 책으로 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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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겹으로 만나다 - 왜 쓰는가
한국작가회의 40주년 기념 행사준비위원회 엮음 / 삼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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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고은 시인의 대표작 자작나무숲으로 가서…….

 

 

한국작가회의 40주년 기념으로 나온 책이다. 문학과 희망의 백년대계를 위해 희망을 담은 책이다. 시 낭독회, 소설가-평론가들 상호 세미나를 위해 모은 레퍼토리들이다. 시 낭독과 세미나 문화를 위해 마련된 책이다.

 

 

 

  

 

맨 앞에 나온 고은 시인의 시를 온전히 읽은 적이 없기에 가장 끌린다. 시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으로 자작나무숲으로 가서를 꼽았다.

 

자작나무숲으로 가서

 

광혜원 이월마을에서 칠현산 기슭에 이르기 전에

그만 나는 영문 모를 드넓은 자작나무 분지에 접어들었다

누군가가 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는지 나는 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다만 눈발에 익숙한 먼 산에 대해서

아무런 상관도 없게 자작나무숲의 벗은 몸들이

이 세상을 정직하게 한다 그렇구나 겨울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

 

 

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는 사람이 있겠느냐

오래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 스스로 달래어 온 울음이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다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에 온 것이나 다름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인 양 아름답다

 

(중략)

 

얼마만이냐 이런 곳이야말로 우리에게 십여 년 만에 강렬한 곳이다

강렬한 이 경건성! 이것은 나 한사람에게가 아니라

온 세상을 향해 말하는 것을 내 벅찬 가슴은 벌써 알고 있다

사람들도 자기가 모든 낱낱 중의 하나임을 깨달을 때가 온다

나는 어린 시절에 이미 늙어버렸다. 여기 와서 나는 또 태어나야 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자작나무의 천부적인 겨울과 함께

깨물어 먹고 싶은 어여쁨에 들떠 남의 어린 외동으로 자라난다

나는 광혜원으로 내려가는 길을 등지고 삭풍의 칠현산 험한 길로 서슴없이 지향했다

 

- 조국의 별, 창작과비평사, 1984. (15)

 

    

고은 시인이 한 여성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선뜻 꼽은 자신의 대표시다. 충청북도 진천군 광혜원 면에 있는 이월마을 칠현산 기슭은 자작나무 천지다. 하얀 나무껍질이 아름다운 자작나무는 겨울이면 입고 있던 나뭇잎마저 떨친 채 벗고 서있다. 헐벗은 나신 같은 풍경 앞에 선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연히 등산길에서 만난 자작나무 숲에서 불경한 죄를 짓기 전의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를 생각한 것일까. 바람결에 부딪치는 나뭇가지의 바스락거림에서 우리나라 어머니 세대와 할머니 세대, 아니면 그 이전 여인들의 애달픈 삶과 희생에 대한 소곤거림으로 들었을까. 어쩌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마음을 정화하고 또 정화한 것이리라. 자연을 보고 자작나무를 보며 삶에 대한 통찰을 하는 시인, 이후 새롭게 태어나서 새 출발을 다짐하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자연의 질서 앞에서, 자작나무 숲의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의식을 치른다.

강렬한 이 경건성! 이 말에서 새 삶에 대한 설렘이 느껴진다. 지난 삶에 대한 의례를 치르듯 자작나무를 제물 삶아 추억하고 반성하고 애도하면서 삶의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기분으로 힘차게 험한 산을 오르는 풍경이다. 한 겨울 이맘때쯤 어울릴 시라는 생각이 불쑥 든다.

 

 

    (옛날 문의마을의 풍경)

 

고은 시인이 뽑은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는 문의마을에 가서이다.

 

문의마을에 가서

 

(생략)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무덤으로 받는 것을.

끝까지 참다참다

죽음은 이 세상의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지난 여름의 부용꽃인 듯

준엄한 정의인 듯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문의마을에 가서, 청하, 1988.

 

 

1970년대 중반에 쓴 시다. 당시 고은 시인은 눈 내리는 겨울날, 모친상을 당한 신동문 시인의 고향 마을인 충북 청원군 문의마을에 문상을 간다. 이 시는 그 장례식을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다. 문의마을은 당시 대청댐 건설로 수몰 직전의 마을이었기에 더욱 아련한 마을이다.

시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의 그 모호함을 에둘러 연속된 하나로 본 것일까. 삶 뒤에 오는 죽음의 숙명성, 삶과 죽음의 연속성을 보면 결국 죽음은 또 다른 삶이 아닐까. 젊은 시절 죽음에 대한 시를 자주 썼다는 시인은 한때 승려이기도 했다. 그러니 불교의 윤회설에 바탕을 둔 시이기도 할 것이다. 삶도 죽음도 결국 하나의 수직선 위에서 공존하는 무한의 세계의 일부일 뿐이겠지. 눈은 운명처럼 자연의 섭리를 따라 이 겨울에도 부지런히 내리다 그친다. 경건한 의식처럼.

 

         (물에 잠긴  문의마을의 현재 모습)

 

 

책에는 책의 제목처럼 여러 생각, 여러 학파, 여러 진영, 여러 세대의 생각을 모으고 문학 작품을 모았다. 시인들에게 질문을 던져 받은 시들을 순서대로 실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시, 낭독하기에 좋은 시 순서로 되어 있다. 젊은 소설가와 젊은 평론가들에게 왜 쓰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평론이 발표된 소설을 읽으며 소설가와 평론가가 서로를 들여다보는 공간적 방식을 선택해서 그 답변을 담았다.

 

 

시인 (60), 소설가(8), 평론가(4)의 글이 담겨 있다.

고은, 민영, 신경림, 천양희, 강은교, 한창훈, 정희성, 문인수, 김준태, 이하석, 정호승, 조재룡, 최정례, 이성복, 강형철, 김혜순, 김형중, 백무산, 이진명, 김사인, 채호기, 황인숙, 안도현, 나희덕, 이병률, 문태준, 김숨, 손택수 등 72인의 작품들이다. 모두 귀중하고 매력적인 문학 작품이다. 매일 곁에 두고 읽고픈 책이다. 진정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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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채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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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이채현/작가와비평]사랑스런 시가 끌려요~

 

 

가을엔 왠지 시가 끌려요. 시 한편을 쓰고 싶기도 하고 시집을 펼치면서 시를 읊조리고 싶어져요. 가을은 정녕 감성의 계절인 걸까요. 늦가을에 시집 한 권을 만났어요.

사랑한다면.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나와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라는 이채현 시인의 작품입니다. 사랑이 테마여서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감성 가득한 시집이라서 더욱 끌리네요.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항상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마음에 있으면 된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꽃길만 걸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하 생략) -50사랑한다면중에서

 

사랑의 마음을 보여 주고 사랑의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한층

세상은 견딜만한 세상임을 생각합니다.

가족, 친구, 선후배, 스승, 이웃…….

많은 이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지는 하루입니다.

 

그래요. 곁에 있을 때 마음을 표현해야겠죠.

그래요. 말을 할 수 있을 때 고백해야겠죠.

사랑한다고. 정말로 사랑한다고.

 

먼 길 떠나 있어도 표현을 할 수 있는 세상, SNS세상은

어쩜, 사랑하기 더 좋은 세상인지도 모르겠네요.

핑계대기도 어려운 세상일 거고요.

 

가을엔 사랑하게 하소서.

김현승 시인의 말처럼.

오늘 사랑을 표현해야겠어요.

 

 

어깨를 들썩이고

입을 꽉 다물고

 

울먹거리다가

흐느끼다가

 

누런

손등을

 

뿌리치며

하루 종일 운다.

 

울고 나면

꽃 피고

봄 피고

(이하 생략) - ‘봄비중에서

 

봄비가 누군가의 눈물이라면 대체 누구의 눈물일까요?

겨울을 이겨 낸 서러운 봄비의 울음 덕분에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오나 봅니다.

 

봄에 태어나 본능적으로 봄을 사랑하는 제겐

서러운 눈물보다는 반가운 축포 같은데요.

온 천지에 축포를 터트리며 풀꽃들의 축제를 알리는 신호탄처럼.

봄은 제게 그런 존재예요.

봄비는 봄의 환희인 걸요.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니 괜히 시인이 된 기분이 들어요.

괜히 사랑하는 여인이 되어 단장하게 되네요.

괜히 예쁜 편지지에 멋스런 구절을 끼적이고 싶어져요.

예전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처럼.

 

사랑스런 시는 역시 사랑을 꿈꾸게 하고, 사랑을 말하게 하네요.

오늘,

그렇게 사랑을 표현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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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시인동네 시인선 18
박미란 지음 / 시인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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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지만 지구가 돌고 별자리가 바뀌고 그렇게 우주적 시간이 지난 뒤에는 늘 빈 자리의 온기를 느끼게 되죠. 상처와 흔적이 삶의 훈장 같은 궤적임도 보게 되죠. 그 모두가 사랑이었음도~~그럼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시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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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시인동네 시인선 18
박미란 지음 / 시인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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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박미란/시인동네]마음으로 공감하는 시, 생을 사랑하게 되는 시~

 

 

 

멀리 뛰기 위해선 웅크림이 필요하지.

오래 달리기 위해서도 예열이 필요한 법이지.

소설가는 소설로 인생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시인은 시로 삶을 말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을까.

삶을 문장으로 만들어내고 인생을 시어로 갈고 닦은 내공들은 세월이 지나면 나이테처럼 연륜으로 나타나는 걸까.

 

박미란 시인의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데......

인생을 걸만한 걸 찾은 이는 진정 아름답겠지. 그녀처럼.

 

 

창문은

곧 터질 물집처럼

 

제 속을 보여주고 있다.

 

창문이 수차례 일렁인다.

오랜 적막을 터트리고 싶은가보다.

 

태어난 그날부터

횟배 앓는 저 창문 너머

 

손 뻗어도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아름답다. -시인의 말전문

 

 

겨울잠을 자도 한참을 잤을 세월을 지나

여러 겹의 허물을 벗기며 내는 시인의 노래가 눈물겹다.

아니지. 그저 공감백배. 나도 그런대.

 

봄날 매운 파밭에서,

 

찜통 같은 공장 바닥에서,

 

눈 내리는 쓰레기더미에서,

 

어느새 저 높은 곳까지 쫓아갔을까

 

밤중에 잠깐 올려다본

 

서쪽 하늘가엔

 

시리고 서러운

 

엄마 발목이 걸려 있다. -반달전문

 

지나봐야 아쉬운 줄 안다지.

흘려보내야 놓친 것을 안다지.

그래도 어때~!!

희로애락애오욕.

그조차도 인생인걸.

 

눈꽃이 꽃이라면 얼마나 눈꽃

장미가 장미라면 얼마나 장미

 

눈은 잠시 왔다가 가고

장미는 때때로 기별이 없다

 

눈꽃이 꽃 아니라면 얼마나 장미는 먼가

장미가 장미 아니라면 얼마나 눈은 찬가

 

바람을 밟으며 죽은 장미가 눈꽃으로 피어난다 -장미는 기별이 없다전문

 

 

삶의 여운이 물결치는 호수 같은 시,

깊이 있게 우러나는 곰국 같은 시를 만나니,

나도 흉내어치가 된 기분이다.

오늘만큼은 모킹제이다.

오늘만큼은 도토리 저장고로 향하는 숲 속 어치다.

 

가을엔 사랑하게 하소서라던 김현승처럼,

모든 죽어가던 것들을 사랑하겠다던 윤동주처럼

찬바람이 스치는 계절에 시 한수를 읊조리니

어쩜, 생을 사랑하는 맘 절로 생길까.

희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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