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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작가 중 국내에서 많은 팬을 보유한 작가일 것이다. 특히나 미스터리 스릴러는 물론이거이나 에세이 등과 같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작품을 썼나 싶은 작품들도 있어서 의외다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도 종종 발표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가는 작가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출간한 작품 수도 상당하다. 다작이라고 봐도 무관할 정도이고 최근에는 리커버북 바람을 타고 예전에 출간되었던 도서들이 개정판이라는 이름과 리커버북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커버나 판형으로 다시금 독자들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서 간혹 보면 이 책을 읽었었나 싶을 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에 만나 본 『숙명』이라는 작품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보는 경우다.
뭔가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제목, 그에 걸맞는 대저택 같은 양식의 빨간 벽돌 건물이 표지 전체를 채우고 있는 작품. 과연 어떤 스토리로 독자들을 흥미롭게 할까하는 기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병원.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곧잘 그곳에서 논다. 유사쿠라 불리는 아이 역시도 이곳에서 논다. 그리고 아이들이 놀 즈음에는 사나에라는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어딘가 조금 이상하지만 유사쿠는 크게 위협적인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함께 있으면 평온한 기분마저 들어 이 곳에 가는걸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나에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시 경찰관이였던 아버지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조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곧이어 사람들이 찾아와 아버지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 한다. 상사와 어떤 아저씨다.
그리고 이어서 아버지가 사나에의 죽음과 관련한 조사를 더이상 하지 않는다. 아마도 다녀간 그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조사를 종용한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이후에는 현재 시점으로 미사코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지역에서는 상당히 부호로 알려진 기업에 예상하지 않게 합격했다고 믿는다. 게다가 상무의 비서가 되었고 그의 아들과도 결혼한다. 누가 들으면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 하지만 늘 미사코는 뭔가 보이지 않는 실에 자신의 운명이 끌려가는 것 같다. 게다가 남편인 아키히코는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부부사이가 나쁘진 않지만 보통의 부부와는 분명 다르다. 이대로는 더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시아버지가 죽고 시아버지의 유품인 독화살이 살해도구로 사용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졸지에 집안은 어수선해지고 미사코는 사건 당일 남편의 행적이나 평소의 모습, 경찰 등의 조사 과정을 통해서 남편 아키히코가 상당히 의심스러워지는데...
게다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첫사랑이기도 했던 유사쿠가 담당 형사로 나타나면서 미사코는 혼란을 겪고 여기에 유사쿠와 아키히코는 학창시절 앙숙 같은 존재로 여전히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에 유사쿠 역시 미사코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키히코에 대한 심증을 굳혀 가는데...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운명의 실로 이어진 주요인물들이 현재에 이르러 발생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듯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인간의 뇌파를 자극해 감정 등을 조절(한 마디로 인간을 조종해 마치 인간 병기나 스파이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프로젝트)하는 프로젝트를 등장시켜 흥미로운 요소를 더한다.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반전을 등장시켜 내내 대립으로 이어지던 유사쿠와 아키히코 사이의 긴장의 끈을 끊어내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보면 완벽하게 끝난것이 아닐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진범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을수도 있을테지만 작가는 그런 부분 보다는 인간적인 끌림이라든가 비인간적인 실험을 통해서 탄생한 인물들의 비극적인 스토리에 주목하면서 또 이들이 화해와 치유해 가는 과정을 좀더 주목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해본다.
어찌됐든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흡입력은 있는 소설이며 나름 마지막도 유머러스한 포인트를 등장시킨 것도 나쁘지는 않았던것 같다.